소설리스트

7권. 게스피트와의 동업 (83/225)
  • ┃게스피트와의 동업

    “게스피트 님께서 저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게시피트는 이미 근거리 통신망을 시스템과 접목시킬 준비를 끝냈다.

    현성의 도움 없이도 얼마든지 상용화가 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왜 현성을 찾았을까?

    그리고 왜 동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을까?

    현성으로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네놈이 준 서버라는 것으로 시스템에 접속이 가능한 모든 플레이어들을 감당할 수는 없지 않느냐? 또 네가 경유라는 연료를 판매하지 않거나 서버라는 것의 오류를 고쳐 주지 않으면 결국 자멸할 수밖에 없다.”

    게스피트는 확실히 보통이 아니었다.

    프리 서버를 운영하고 유지하면서 오류를 잡는 일은 현성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했다.

    그 전문가들은 현성이 살아가는 차원에 있다.

    “네가 서버를 운영하는 역할을 맡아 주었으면 한다. 시스템과 접목하는 것에만 내가 도움을 주마. 우리 둘이 동업을 하는 거다. 이로 인해 얻어지는 수익은 반반씩 나눴으면 한다.”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의 머릿속이 팽팽 돌아갔다.

    ‘월 정액제, 캐쉬 아이템, 확률형 뽑기, 강화 아이템.’

    플레이어들의 포인트를 쪽쪽 빨아먹을 수 있는 방법이 넘쳐 났다.

    ‘동업은 필수적이야.’

    게스피트가 없으면 일단 게임 서버와 시스템을 접목시키는 게 불가능하다.

    또 하나.

    현성에게는 막대한 초기 비용을 감당할 만한 포인트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5 대 5는 말도 안 되지.’

    중간에 다리 하나 놔주고 절반의 수익을 먹겠다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게스피트 님, 제가 사는 세계에서는 원천 기술 비용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본래 그에 대한 비용은…….”

    현성이 줄줄이 설명을 늘어놓았다.

    요점은 단 하나.

    원천 기술의 중요성이었다.

    “그래? 그럼 네놈이 원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냐?”

    게스피트의 물음에 현성이 힘차게 입을 열었다.

    “8 대 2입니다.”

    “당연히 네놈이 8이고 내가 2이겠지?”

    현성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안 하고 만다, 이 날강도 같은 놈아!”

    게스피트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게스피트 입장에서는 5 대 5도 많이 양보한 거였다.

    일단 서버와 시스템을 접목하고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오직 게스피트만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런 공을 쏙 빼놓고 8 대 2를 제안하다니?

    돈독 오른 놈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게스피트 님, 제 말을 한번 들어 보십시오. 서버를 시스템에 접목시키면 엄청난 포인트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월 정액제라는 것이 있는…….”

    현성이 열심히 입을 털었다.

    한국 게임 회사들의 과금 요소를 모조리 집어넣은 혼종에 대해 설명하자, 게스피트의 입이 점점 쩍 하고 벌어졌다.

    “그, 그렇게 하면 유저들이 점점 떨어져 나가지 않겠느냐?”

    너무 가혹한 처사였다.

    “그래도 할 사람은 합니다.”

    “그래도 수익이 줄어들지 않느냐?”

    “그럼 대규모 패치를 하거나 새로운 게임을 출시하면 됩니다. 그럼 신규 유저들이 달라붙을 겁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가 할 말을 잃었다.

    “제가 살아가는 차원에는 이런저런 방법으로 플레이어들의 포인트를 뽑아낼 수 있는 수단이 무궁무진하게 있습니다.”

    게스피트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아이템 베이 같은 사이트를 운영하며 게임 머니와 포인트를 교환할 수도 있었다.

    포인트가 남아도는 이들이라면 아마 현질의 유혹을 넘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으흠.”

    게스피트가 고심에 빠져들었다.

    현성의 말을 들은 이상 전처럼 안 하고 만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게스피트 본인이 진성 게이머인 만큼 방금 현성이 말한 과금 요소들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게임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기고 부업 삼아 용돈 벌이나 좀 하려고 시도한 일인데.’

    갑자기 엄청나게 큰 규모의 비즈니스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거부라고 할 수 있는 게스피트도 쉽게 포기하기 힘든 규모의 엄청난 비즈니스 말이다.

    “그래도 8 대 2는 너무 심하다.”

    “서버 유지와 적절한 패치는 제가 하지 않습니까?”

    “초기 자본금을 대고 서버와 시스템을 연결하는 원천 기술을 지닌 것은 나다.”

    현성과 게스피트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조금 더 양보해서 7.5 대 2.5로 하시죠.”

    “6 대 4. 그 이상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

    현성과 게스피트가 아웅다웅하며 합의점을 찾아갔다.

    그 결과.

    “7 대 3, 이게 최후통첩이다!”

    게스피트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좋습니다.”

    현성이 크게 양보한다는 듯 게스피트의 제안을 수락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이다.

    현성의 속마음은 엄청난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6 대 4나, 최악의 경우 5 대 5도 생각했었는데.’

    이번 동업은 게스피트 입장에서도 포기하기 힘든 큰 비즈니스다.

    하지만 그건 현성에게도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단숨에 전설 등급이 될 수 있어.’

    1,000조 포인트.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던 벽을 한 방에 뚫어 버릴 수 있는 해결책이 생겼다.

    “일단 제대로 된 서버를 구축해 놓거라. 그 서버를 시스템과 연결하는 것은 내가 하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크흠,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예, 얼마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다.”

    “나도 어떻게 보면 게임의 운영자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운영자라기보다는 이번 사업에 큰 지분을 가진 대주주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대충 넘어갔다.

    “그럼 나는 굳이 포인트를 써서 월 정액 요금을 내거나 캐시 템들을 살 필요는 없겠지? 주인이 자기 물건을 사면서 돈을 지불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게임은 공정해야 합니다. 저라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게임을 즐길 겁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의 표정이 뾰로통해졌다.

    “하지만 직원 할인 개념을 적용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게임을 이용하게 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또 어차피 게스피트 님이 게임에 포인트를 쓰셔도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돈 아닙니까?”

    시스템을 사용할 사용료와 순수익의 70%를 현성에게 건넨 뒤이기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건 맞았다.

    “그건 그렇구나. 어차피 동일한 포인트를 써도 자동 할인을 받는 격이니.”

    “게스피트 님께는 20%의 직원 할인가를 적용해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돌려받는 것까지 생각하시면 거의 반값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큰 포인트를 벌 기회가 왔는데 그 정도는 푼돈이나 마찬가지겠지.”

    맞는 말이다.

    게임사의 대주주가 자기 회사의 게임에 현질하다 망할 리가 있겠는가?

    사실 게스피트에게는 그냥 공짜로 퍼 줘도 된다.

    ‘하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게스피트는 게임 생태계 교란종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농후한 존재다.

    그런 만큼 만약을 대비해 고삐를 채워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제대로 된 서버를 구축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니까요.”

    “그렇게 하도록 해라.”

    게스피트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성이 지구로 귀환했다.

    그 후 곧바로 게임사를 방문했다.

    * * *

    현성은 시스템에 접속해 게임을 활성화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대규모 서버를 만들었고 각 게임의 전문 인력들을 고용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런 쓸모도 없는 돈지랄이었다.

    개인이 혼자 즐기겠다며 만든 프리 서버에 본서버 수준의 돈을 들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마 대주주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절대 게임사에서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준비는 대충 끝났어.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걸 시스템과 연결하겠다는 거지?’

    지구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서버와 컴퓨터를 연결한다.

    과연 게스피트는 어떤 방법으로 현성의 고객들이 구매한 컴퓨터와 서버를 연결하겠다는 걸까?

    현성이 깊은 의문을 품고 게스피트의 호출을 기다렸다.

    -고용주 게스피트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기다리던 게스피트의 호출이 왔다.

    현성은 예를 눌렀다.

    화악!

    환한 빛과 함께 현성의 눈앞에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 떠올랐다.

    게스피트의 마왕성이었다.

    “왔구나.”

    게스피트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현성을 반겼다.

    “예, 게스피트 님.”

    “받거라.”

    게스피트가 현성에게 작은 보석 하나를 던졌다.

    현성이 보석을 받아 들었다.

    교류의 보석 공급자용 – 전설 등급

    -서버 하나를 교류의 보석 공급자용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교류의 보석 수급자용이 사용된 컴퓨터에 정보를 전달하고 교류할 수 있습니다.

    -교류의 보석이 사용된 컴퓨터끼리는 서로 정보를 전달하고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정보를 전달할 때마다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전달되는 정보의 양과 대상의 숫자에 따라 포인트의 소모도가 늘어납니다.

    -소모형 아이템입니다.

    -소모되는 포인트를 지불하는 대상이 게스피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벌어들이는 포인트가 최현성에게 70%, 게스피트에게 30% 분배됩니다.

    “놀랍군요.”

    현성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설마 이런 아이템이 있을 줄은 몰랐다.

    “수도 없이 구매창을 뒤져 봤지만 이런 건 처음 봅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직접 만든 것이니 특별할 수밖에 없지.”

    “직접 만드셨다고요?”

    현성이 놀라며 물었다.

    무려 전설 등급 아이템이다.

    그런데 몬스터에게서 얻은 게 아니라 직접 만들었다니?

    게스피트에게 제작 능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계 장인들과 함께 뒹굴며 고생을 꽤 했지. 이건 고도의 흑마법과 마계 장인들의 특별한 기술을 융합해 만든…….”

    게스피트의 입에서 교류의 보석에 대한 설명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자신의 업적과 대단함을 칭송하는 내용이었다.

    ‘대단하기는 하구나.’

    현성으로서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설명을 길게 늘어놔서 당황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대단하다는 것만은 충분히 인지했다.

    “이걸 대량으로 판매할 생각이다.”

    “판매하신다고요?”

    “당연하지 않느냐. 이걸 만드는 데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데.”

    “얼마 정도에 판매하실 생각이십니까?”

    “적어도 1조 포인트는 받아 낼 생각이다.”

    게스피트의 말을 들은 현성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소모성 아이템치고는 너무 높은 가격이었다.

    “이걸로도 한몫 단단히 버실 생각이셨군요.”

    “당연하지 않느냐? 이건 나의 순수한 창작품이다.”

    멀티 플레이를 하겠다는 게이머의 욕망이 강하게 깃든 아이템이었다.

    “너무 비쌉니다. 제 생각에는 100억 포인트 정도에 판매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뭐? 도대체 왜?”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소모형 아이템 하나에 1조 포인트는 너무 비쌉니다.”

    “전설 등급이지 않느냐!”

    게스피트가 항변하듯 외쳤다.

    “제가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혹시 교류의 보석 수급자용도 정보를 전달할 때마다 포인트를 소모하는지요?”

    “당연하지 않느냐? 하지만 단순한 게임 정보를 전송하는 만큼 소모 포인트는 그다지 크지 않다.”

    “제가 봤을 때 이거 이대로 출시하면 100% 망합니다.”

    “뭐?”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고작 1조 포인트지 않느냐? 또 말이 소모형이지 한번 등록하면 얼마든지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게스피트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저렴한 물건을 왜 비싸다고 하는지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게스피트 님 기준입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VIP들에게도 1조 포인트는 꽤 큰 포인트다.

    단순히 소모성 아이템 하나에 지출할 금액이 아닌 것이다.

    “저와 게스피트 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포인트를 버는 게 아닙니다. 공짜에 가까운 가격에 물건을 풀더라도 유저들을 모아야 합니다.”

    “이미 많이 모으지 않았느냐?”

    게스피트는 현성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현성이 판매한 컴퓨터가 몇 대고 게임이 몇 개인가?

    당연히 교류의 보석을 구매할 고객은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다.

    “그들에게도 멀티 플레이의 맛을 보여 줘야 합니다. 싱글 플레이에 만족하는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근거리 통신망을 구매한 고객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근거리 통신망을 구매한 고객이 많았다면?

    게스피트의 말대로 해도 된다.

    그들은 어느 정도 멀티 플레이의 맛을 봤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고객이 소수라면 문제가 된다.

    “저는 마음 같아서는 가격을 10억 포인트로 낮추라는 말씀까지 드리고 싶습니다.”

    게임이 흥하려면?

    일단 유저가 많아야 한다.

    돈이 없어 현질을 못해 빌빌거리며 노가다를 하는 유저들이 많아야 소수의 VIP들이 팍팍 현질을 한다.

    고레벨이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절대 다수의 저레벨이 필요하다.

    고레벨만 가득한 게임을 무슨 재미로 하겠는가?

    “나는 그렇게 할 마음이 없다.”

    게스피트가 거부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교류의 보석을 하나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의 가격만 따져도 수백억 포인트에 달했다.

    100억 포인트에 팔아도 적자고 10억 포인트에 팔면 완전히 퍼 주는 수준이 된다.

    “일단 제 말씀을 한번 들어 보시죠.”

    현성이 게임의 기본적인 성장 방향에 대해 설명을 이어 나갔다.

    한참 열변을 토한 보람이 있는지 게스피트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

    “네 말은 대충 이해했다. 하지만…….”

    재료 가격만 수백억 포인트가 들어간 물건을 10억 포인트에 팔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제가 손해 보는 만큼의 포인트를 모두 떠안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7 대 3의 비율을 8 대 2로 바꾸시죠. 제가 좀 더 투자를 하고 비율을 올리는 겁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의 눈망울이 흔들렸다.

    “아, 아니다. 그냥 전에 이야기했던 대로 초기 투자금에서 지출하도록 하겠다.”

    확신 가득한 현성의 눈빛에 게스피트의 마음이 흔들렸다.

    본능적으로 감이 왔다.

    여기서 현성의 제안을 수락하면 훗날 크나큰 후회를 할 게 확실했다.

    “좋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현성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게스피트에게 말했다.

    솔직히 정말 아쉽기는 했다.

    정말 게스피트가 비율을 낮췄다면 정말 떼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말이다.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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