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권. 스카우트 전쟁 (78/225)

┃스카우트 전쟁

한동안 잠잠하던 이모탈 길드가 적극적으로 랭커들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심하고 있던 거대 길드들은 화들짝 놀랐다.

거대 길드들은 이모탈 길드 때문에 이미 한차례 홍역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

랭커들을 대거 빼앗겼다.

그것도 모자라 길드에 남은 랭커들의 보수도 대폭 올려 줘야 했다.

이모탈 길드의 공격적인 스카우트 탓에 랭커들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적당히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나눠 먹기를 하고 있던 거대 길드 입장에서는 생태계 교란종이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것들은 또 왜 지랄이야?”

대운 길드의 길드장 홍지욱이 노성을 터트렸다.

이모탈 길드 때문에 랭커들로 이루어진 대운 길드의 주력 파티 1개가 증발했다.

사실 이 정도면 상당히 대처를 잘한 거였다.

다른 거대 길드들의 경우는 2개 랭커 파티를 잃은 경우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강선영이 이 미친 새끼가!”

대운 길드의 홍지욱 길드장은 이모탈 길드의 강선영 길드장과 마찬가지로 대격변 초기에 각성한 플레이어였다.

과거 강선영 길드장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하지만 둘 사이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냥 인간적인 성향 자체가 서로 맞지 않았다.

그래도 사이가 나쁘다거나 완전히 원수지간이 된 건 아니었다.

그냥 서로가 서로를 소 닭 보듯 무시했다.

한데 아무래도 이제는 원수 사이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대운 길드를 어떻게 만들었는데.’

대격변 초기부터 함께했던 플레이어들을 주축으로 함께 사냥하는 파티를 하나둘 늘렸다.

그렇게 규모를 키워 중소 길드에서 중견 길드까지 성장했다.

그 후 대운 그룹의 적극적인 자금 지원을 받아 지금의 대운 길드를 완성했다.

대운 길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 길드였다.

드르륵!

홍지욱이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강선영이 그 새끼 어디 있어?”

홍지욱의 물음에 비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다른 길드 길드장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하지만 해야 할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비서가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바로 전화를 돌렸다.

“현재 이모탈 길드 본사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차 준비해.”

“알겠습니다.”

“내가 오늘 이 새끼랑 직접 담판을 짓고 만다.”

홍지욱이 이를 빠득빠득 갈며 길드장실을 박차고 나갔다.

* * *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이모탈 길드의 직원들이 홍지욱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일반인에 불과한 길드 직원들이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상위 랭커 홍지욱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꽈아앙!

홍지욱의 발길질에 이모탈 길드의 길드장 집무실 문이 산산조각 났다.

“왔냐?”

강선영이 태연한 표정으로 홍지욱에게 물었다.

“뭐? 왔냐?”

“그 불같은 성격은 여전하구나.”

강선영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홍지욱이 로비로 들어왔다는 보고를 받은 뒤 플레이어들은 나서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홍지욱의 불같은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일반인이니 그냥 무시하고 몸을 움직였지, 플레이어가 막으려 했다면 당장 주먹이 날아갔을 것이다.

“일단 앉아라.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자.”

강선영이 손님용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싫은데?”

저벅저벅.

홍지욱이 강선영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난 커피 한잔하러 온 게 아니고 너한테 경고하러 온 거야, 앞으로 두 번 다시 우리 애들 건드리지 말라고.”

홍지욱의 말에는 진한 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허튼소리를 하면 바로 주먹을 날려 버리겠다는 듯 전신의 근육이 꿈틀거렸다.

유형화된 보랏빛 마력이 넘실거리며 집무실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하하하! 강선영 길드장님 말씀대로 정말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네요.”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넌 뭐야?”

홍지욱이 자신의 아들뻘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거 초면에 말이 너무 험하시네.”

청년이 그 말과 함께 칠흑빛 마력을 끌어 올렸다.

집무실 전체를 장악하고 있던 보랏빛 마력들이 순식간에 검은빛 마력에 눌려 수그러졌다.

홍지욱의 표정이 변했다.

비록 전사 계열이기는 했지만 마력 컨트롤만큼은 웬만한 고레벨 마법사 계열 플레이어 뺨칠 정도로 뛰어났다.

“이렇게 첫 만남을 가질 줄은 몰랐는데. 어쨌든 반갑습니다. 최현성이라고 합니다. 이모탈 길드에서 자문위원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현성의 자기소개에 홍지욱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모탈 길드의 자문위원장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도 유명한 유명인이었다.

전설 등급 몬스터 1인 레이드에 성공한 규격 외의 괴물.

일본의 신.

1000조 원의 플레이어.

이모탈 길드의 실질적인 주인.

“내가 제대로 찾아왔군.”

홍지욱이 고개를 돌려 현성을 노려보았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

현성의 권유에 홍지욱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네가 그 유명한 일본의 신이라는 말이지?”

홍지욱이 현성을 차근차근 뜯어봤다.

“차라리 더 잘됐다. 미친개에게 미친 짓을 하지 말라고 아무리 다그쳐 봐야 말이 안 통하니까. 어이, 미친개 주인, 방금 내가 미친개한테 한 말 다 들었지? 다른 길드 건드는 건 뭐라고 하지 않겠어. 하지만 내 길드는 건들지 마.”

홍지욱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현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싫다고 말했다가는 당장 유혈 사태가 벌어질 분위기였다.

“일단 앉아.”

“큭!”

현성의 말과 함께 홍지욱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워크라이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툭!

현성이 경직된 홍지욱의 몸을 가볍게 툭 쳐서 소파로 밀어 버렸다.

“이 자식이 감히……!”

홍지욱이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노성을 터트리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앉아 있으라고.”

현성의 말 한마디에 다시금 딱딱한 나무토막이 되어 소파에 쓰러졌다.

홍지욱의 정신력 스텟과 정신계 공격 스킬 저항력은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 봤자 현성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거기다 거리가 가깝다 보니 워크라이 스킬의 효과가 최대치로 들어갔다.

홍지욱의 얼굴이 터질 듯이 붉어졌다.

그렇지만 다시 발작하지는 못했다.

현성이 사용한 워크라이 스킬을 극복할 수 없는 이상 홍지욱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워크라이 스킬 한 번이면 나무토막으로 변해 소파에 쓰러지는 신세인 것이다.

안하무인처럼 보이던 홍지욱의 등에 축축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여기가 던전이었다면?

다른 이들의 눈이 없는 장소였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었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수준 차이가 난단 말이야?’

규격 외의 괴물이라도 충분히 비벼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조인족들을 쓸어버린 강력한 스킬이 발동하기 전에 승부를 보면 된다고 믿었다.

한데 아니었다.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

‘빌어먹을…….’

자신의 나약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한데 고작 말 한마디에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 해 보고 무너지는 신세라니.

플레이어로서 보낸 20년이 넘는 시간이 너무도 허무하게 느껴졌다.

“너 강해지고 싶냐?”

현성의 물음에 싸움에 진 개처럼 축 늘어져 있던 홍지욱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네가 원하기만 하면 널 지금보다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현성의 말에 홍지욱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날 스카우트하는 건가? 대운 길드의 길드장인 나를?”

“어.”

현성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홍지욱.

불같은 성격과 단순한 성격을 가진 마초 같은 남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머리가 텅 빈 바보는 아니다.

바보였다면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대 길드인 대운 길드를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조건은?”

“말했잖아, 널 강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풋, 전설 등급 아이템이라도 주겠다는 건가?”

“음, 주지는 못해도 팔아 줄 수는 있지. 하지만 일단 그건 아니야.”

“뭐?”

팔아 줄 수는 있다.

그 말을 들은 홍지욱이 화들짝 놀랐다.

전설 등급 아이템은 상대를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꺼낸 말이었다.

전설 등급 아이템은 돈이 있어도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었다.

일단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해야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현성의 말에 놀란 건 홍지욱만이 아니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전설 등급 아이템 이야기에 기겁한 것은 강선영 길드장도 마찬가지였다.

강선영 길드장은 한국에 등장한 전설 등급 아이템의 수량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타국에서 등장한 전설 등급 아이템 역시 대략적인 수량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강선영 길드장의 계산으로는 현성이 절대 전설 등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정말 전설 등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십니까?”

강선영 길드장이 다급하게 물었다.

현성이 아공간을 열어 삼지창을 꺼냈다.

“얼마 전에 얻은 건데 한번 확인해 보세요.”

현성의 말에 강선영 길드장과 홍지욱이 삼지창을 잡고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정말 전설 등급 무기잖아?”

홍지욱의 입이 쩍 벌어졌다.

“자문위원장님, 이건 도대체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강선영 길드장은 현성에게 아이템의 출처를 묻기에 바빴다.

“얼마 전에 사냥을 하는데 전설 등급 몬스터가 1마리 나와서 잡았더니 주더라고요. 아, 이것도 한번 보실래요?”

현성이 피어 스킬북을 꺼내 들었다.

피어 스킬북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강선영 길드장과 홍지욱의 눈이 반쯤 풀려 버렸다.

정신 공격 계열 스킬북.

이건 부르는 게 값인 거나 마찬가지인 물건이었다.

“이, 이모탈 길드에 가입하면 이걸 주는 겁니까?”

홍지욱이 탐욕에 가득 찬 눈동자로 물었다.

어느새 말투도 공손하게 바뀌어 있었다.

“이걸 공짜로 줄 수는 없지.”

홍지욱의 눈빛이 썩은 동태 눈깔처럼 변했다.

“하지만 팔아 줄 수는 있어.”

“사겠습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홍지욱이 외쳤다.

썩은 동태 눈깔을 하고 있던 홍지욱의 눈빛이 순식간에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처럼 초롱초롱해졌다.

‘원래 목적은 이게 아니었는데.’

원래는 홍지욱을 휘하로 받아 스텟을 늘려 주는 조건으로 포섭하려고 했다.

한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홍지욱은 현성에게 반쯤 넘어온 듯 보였다.

‘이거 생각보다 좋은 미끼가 되겠는데.’

전설 등급 아이템.

현성의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고유 스킬을 이용해 구입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용병 고용을 통해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해 얻어도 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이건 윤아에게 파시죠! 홍지욱 저놈한테 팔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강선영 길드장이 발악하듯 외쳤다.

이 양반도 피어 스킬북을 보더니 눈이 반쯤 돌아 버렸다.

“야, 그러는 게 어디 있어? 이건 날 스카우트할 목적으로 준비한 내 몫이잖아!”

“아니야, 난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이건 절대 너한테 못 줘! 우리 윤아 줘야 한다고!”

“너 20년 지기 친구한테 이러기냐?”

“네가 언제부터 내 20년 지기 친구가 됐냐? 원수면 또 몰라.”

반백살의 중년 사내 둘이 투닥거리면서 다투기 시작했다.

“음…….”

현성의 입에서 절로 침음이 흘러나왔다.

전설 등급 아이템의 파급력은 현성의 예상보다 월등히 강력했다.

“너 진짜 치사하게 이럴래?”

“내가 치사하긴 뭐가 치사해? 정당한 길드 간의 스카우트 경쟁에 앙심을 품고 여기로 쳐들어온 네놈이 더 치사하지.”

홍지욱과 강선영이 어린아이처럼 다퉜다.

홍지욱은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운 길드의 수장이다.

강선영은 한국 최고 길드인 이모탈 길드의 수장이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이 초등학생처럼 유치하게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거 완전 개판이네.’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다.

현성은 그간 신화 등급 스킬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수십 개가 넘는 전설 등급 스킬을 익혀 성장형 스킬들의 먹잇감으로 던져 주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이 불가능한 전설 등급 스킬을 낮게(?) 평가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현성에게 있어서 기존 스킬의 영양분이 될 수 없거나, 이미 익힌 전설 등급 스킬과 중복되는 전설 등급 스킬북은 별다른 가치가 없다.

그런 잡템(?)들은 현성에게 있어서 그냥 고유 스킬을 통해 팔아먹어야 할 판매 상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기준에서였다.

전 세계적으로 전설 등급 스킬을 익히거나 아이템을 가진 이들의 숫자는 채 10명을 넘기지 못했다.

“조용!”

현성이 목소리를 높이자 강선영과 홍지욱이 동시에 입을 닫았다.

“피어 스킬북을 판매할 생각은 있습니다. 저한테는 워크라이 스킬이 있어서 피어 스킬을 익힐 필요가 없거든요.”

“윤아한테 파시죠.”

“저한테 파십시오!”

강선영과 홍지욱이 경쟁적으로 외쳤다.

“일단 판매 조건을 이모탈 길드원으로 한정하겠습니다. 괜히 남한테 팔 필요는 없잖아요?”

현성의 말에 강선영의 얼굴이 환해졌다.

“잘 생각하신 겁니다!”

“저도 이모탈 길드에 가입하겠습니다!”

길드 마스터인 홍지욱이 스킬북 하나에 길드를 버렸다.

“그런데 두 분, 이걸 구매할 재력은 있으십니까?”

현성의 물음에 강선영과 홍지욱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워크라이의 경우 1조 8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 낙찰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가격이 낮게 책정된 거였다.

레이드에 참여했던 이들에게만 경매 참여 자격을 부여했으니까 말이다.

한국인들끼리의 경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독일,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나라들이 참여했다면?

스킬북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것이다.

“일단 이번 스킬북 판매는 잠시 뒤로 미루죠.”

“설마 경매에 부치실 생각은 아니시죠?”

강선영이 간절한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맞는데요.”

“그, 그럴 수가.”

강선영이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표정을 지으며 원망 어린 눈빛으로 현성을 노려봤다.

“단, 이모탈 길드의 길드원만 경매에 참가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을 겁니다.”

현성의 말에 강선영의 표정이 다시 환해졌다.

* * *

이모탈 길드.

한국의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는 등장부터가 충격적이었던 길드다.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이었던 강선영이 만든 길드.

거대 길드와 정면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당당하게 승리한 길드.

전설 등급 몬스터 1인 레이드가 가능한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길드.

현재 이모탈 길드는 플레이어 협회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어 길드임에도 다른 길드를 단속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플레이어들 중에는 이모탈 길드를 플레이어 협회의 후신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플레이어 협회와 이모탈 길드는 엄연히 달랐다.

플레이어 협회는 국가기관이었고 이모탈 길드는 사조직이었으니까 말이다.

플레이어 협회 때와 달리 이모탈 길드는 들어가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가 엄청나게 많았다.

이게 다 현성의 유명세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모탈 길드는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길드가 아니었다.

신생 길드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였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당연히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들어가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나 이건 어디까지나 어중이떠중이들의 기준이었다.

랭커들의 경우는 굳이 이모탈 길드에 목을 매지 않았다.

이모탈 길드 설립 초기.

많은 랭커들이 거대 길드를 버리고 이모탈 길드로 넘어갔다.

랭커들이 소속을 바꾼 이유는 막대한 계약금과 연봉의 힘이 컸다.

하지만 그 후 랭커들의 계약금과 연봉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이모탈 길드의 메리트는 크게 줄어들었다.

플레이어들은 이모탈 길드가 앞으로 랭커들을 영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예상했다.

한데 이변이 벌어졌다.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거대 길드인 대운 길드의 길드장 홍지욱이 스스로 길드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모탈 길드에 들어간 것이다.

대운 길드의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운 그룹은 난리가 났다.

길드장인 홍지욱이 다른 길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박여훈 이사가 정보팀 직원들에게 노성을 토해 냈다.

“아직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홍지욱 길드장과 강선영 길드장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걸 누가 몰라? 그 은밀한 거래가 뭔지 알아내란 말이야! 아무리 홍지욱이 꼴통이지만 미치지 않은 이상 갑자기 다른 길드로 기어들어 갈 리가 없잖아! 그래? 안 그래?”

“그렇습니다!”

“그럼 당장 원인 파악해!”

“알겠습니다!”

정보 팀 직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 또라이 새끼가 언제고 사고 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대운 그룹에 더 안 좋은 소식이 전해져 왔다.

“이사님, 방금 1, 2, 3팀이 모두 탈퇴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미친 새끼들이 진짜……!”

계속되는 악재에 대운 길드 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여훈 이사는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당장 가서 홍지욱 이 새끼 잡아 와!”

홍지욱이 문제다.

대운 길드는 홍지욱이 직접 만든 길드다.

중하위 레벨의 길드원들에게는 홍지욱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상위 레벨의 길드원들은 홍지욱과 형님 동생 하며 수많은 혈로를 뚫고 성장해 온, 친형제보다 더 끈끈한 사이다.

그들이 대운 길드에 가입한 이유도 홍지욱 때문이다.

“나가려면 곱게 나갈 것이지.”

박여훈 이사의 두 눈이 살기로 가득 찼다.

홍지욱이 눈앞에 있다면 능히 눈빛만으로도 찢어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차 준비시켜!”

“예?”

“그 미친놈 만나러 가야겠다. 직접 만나서 귀때기라도 잡아서 끌고 와야겠어.”

홍지욱을 다시 대운 길드로 데리고 와야 한다.

그럼 탈퇴했던 3개 팀의 플레이어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털썩!

박여훈 이사가 홍지욱 앞에 무릎을 꿇었다.

“길드장님,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디 있습니까?”

박여훈 이사가 끓어오르는 울화를 억지로 짓누르며 간절한 표정으로 홍지욱에게 매달렸다.

“우리 대운 그룹 측에 섭섭한 점이 있으셨다면 그냥 말씀을 하시면 되지 이렇게 행동으로 보여 주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난 이제 길드장 아닌데?”

태연자약한 홍지욱의 말에 박여훈 이사는 순간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대운 길드가 어떤 길드입니까. 홍지욱 길드장님이 손수 만드신 길드 아닙니까? 홍지욱 길드장님이 대운 길드고 대운 길드가 홍지욱 길드장님인데,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다시 돌아가시죠. 돌아가시기만 하면…….”

박여훈 이사가 거의 애걸복걸하는 수준으로 홍지욱에게 매달렸다.

거의 백지수표를 내미는 수준으로 원하는 게 있다면 뭐든 들어주겠다며 싹싹 빌었다.

“전설 등급 아이템도 줄 수도 있나?”

“예?”

홍지욱의 말에 박여훈 이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전설 등급 아이템을 나한테 줄 수 있냐고.”

“그, 그건 불가능하죠.”

전설 등급 아이템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가 없다.

“그럼 됐어. 그냥 가 봐.”

홍지욱의 말에 박여훈 이사는 말문이 막혔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이, 이모탈 길드에서 전설 등급 아이템을 주기로 했습니까?”

“아니.”

“그런데 왜?”

“전설 등급 아이템을 파는데, 구입 조건이 이모탈 길드 가입이라서 말이야.”

박여훈 이사의 표정이 허탈함으로 물들었다.

돈이나 대우면 몰라도 전설 등급 아이템이 조건이라면 홍지욱을 다시 데리고 가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잠깐만…….’

박여훈 이사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판매하는 전설 등급 아이템 중에 스킬북이 있으면 그것만 받고 다시 돌아오게 하면 되잖아?’

전 정권의 업적으로 인해 플레이어 스카우트가 손쉬워졌다.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것이다.

하지만 이건 대운 그룹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카드였다.

전설 등급 스킬을 구매한 뒤 바로 이모탈 길드에서 탈퇴하고 대운 길드로 돌아오면 된다.

“길드장님, 전설 등급 스킬 구입 비용은 전액 대운 그룹에서 지원하겠습니다. 그러니…….”

“불가.”

박여훈 이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홍지욱이 말을 끊어 버렸다.

“아니, 제 말을 끝까지 들어 보시고…….”

“스킬을 익힌 뒤에 다시 돌아오라는 거잖아?”

“맞습니다.”

“안 돼.”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이봐 당신, 이모탈 길드에 누가 있는지 잊었어?”

일본의 신.

전설 등급 몬스터 1인 레이드를 성공시킨 괴물.

“아무리 그 사람이라도 이미 익힌 스킬을 토해 내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박여훈 이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냥 스킬북을 익힌 뒤 배 째라고 하면 그만 아닌가.

법적으로 문제도 없다.

법을 어길 작정이 아니라면 세계 랭킹 1위가 아니라 1위 할아버지가 와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사람은 가능하더라고.”

홍지욱의 대답에 박여훈 이사가 멍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냥 돌아가.”

그 말을 끝으로 홍지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 길드장님!”

박여훈 이사가 다급하게 홍지욱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 * *

“섭섭해요, 현성 씨.”

신윤아의 말에 현성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말은 섭섭하다고 하지만 표정에는 섭섭한 감정이 단 1그램도 없었다.

“이번 아이템 경매는 공정하게 이루어질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죠. 그런데 스킬북을 낙찰받은 사람은 휘하로 받아들이실 거죠?”

신윤아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킬북만 먹고 튈 수도 있는 일이니 그 정도 안전장치는 필요했다.

“파급력이 어마어마하겠네요.”

전설 등급 아이템 공개 경매.

이 세상에서 오직 현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는 한국을 제외한 몇몇 나라에서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피해가 상당히 컸다.

그 때문인지 전리품은 철저하게 레이드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에게만 구매 자격이 주어졌다.

전리품이 타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기본적인 레이드의 룰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한 적이 없는 나라의 플레이어들은 전설 등급 아이템을 얻고 싶어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전설 등급 몬스터가 나타나기를 바랄 수도 없었다.

전설 등급 몬스터가 나타나면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가 필연적으로 발생했으니까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성이 이모탈 길드 가입을 조건으로 전설 등급 아이템을 팔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전설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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