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직 퀘스트
‘2개밖에 안 되네.’
생각보다 스킬북의 숫자가 적었다.
현성이 스킬북을 움켜쥐었다.
피어 - 전설 등급
-액티브 스킬북
-함성을 내질러 적들을 10초간 경직 상태에 빠트립니다.
-적들의 정신력 스텟이 낮을수록 경직 상태에 빠질 확률이 상승합니다.
-시전자의 정신력 스텟의 영향을 받는 스킬입니다.
-패시브 스킬북 피어 - 전설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나왔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피어 스킬북이 정말로 나왔다.
‘그런데 뭔가 좀 부실한데.’
설명만 보면 워크라이보다 안 좋아 보였다.
시전자의 정신력 스텟에 영향을 받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쿠랄이라는 녀석의 정신력 스텟이 높아서 그랬던 건가?’
스킬발이 아니라 스텟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보류.’
현성이 아니오를 선택했다.
뱀 인간의 스텟이 높아 피어의 위력이 강해진 거라면 괜히 중복으로 워크라이와 피어를 익힐 필요가 없었다.
현성이 두 번째 스킬북을 집어 들었다.
등가 교환 - 전설 등급
-패시브 스킬북
-체력이 낮아질수록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동일한 비율로 상승합니다.
-체력이 10% 이상 낮아지면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3배 상승합니다.
-패시브 스킬북 등가 교환 - 전설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대박!’
현성의 입어 쩍 하고 벌어졌다.
옵션은 고작 2개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2개가 정말 대박이었다.
‘체력이 낮아지면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동일한 비율로 올라간다고?’
등가 교환 스킬을 익히면?
광폭화로 인해 줄어드는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을 완벽하게 상쇄시킬 수 있다.
아니, 상쇄하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방어력이 더 올라간다.
광폭화로 인해 떨어지는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보다 등가 교환을 통해 올라가는 폭이 더 크니까 말이다.
‘이건 무조건 익힌다.’
현성이 예를 눌렀다.
-패시브 스킬 등가 교환 - 전설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왕의 갑옷 - 유일 전설 등급이 패시브 스킬북 등가 교환 - 전설 등급을 흡수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왕의 갑옷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천뢰왕의 갑옷이 등가 교환을 흡수했다.
‘어떻게 바뀌었으려나.’
현성이 천뢰왕의 갑옷 정보를 확인했다.
천뢰왕의 갑옷 - 유일 전설 등급
-패시브 스킬북
-물리 저항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스킬 저항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전격 공격에 대한 내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화염 공격에 대한 내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중략……
-체력이 낮아질수록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동일한 비율로 상승합니다.
-체력이 10% 이상 낮아지면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3배 상승합니다.
-방어 계열 스킬과 아이템을 흡수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부지런히 이런저런 방어 계열 스킬을 흡수시킨 덕에 온갖 내성이 다 붙어 있었다.
당연히 등가 교환의 옵션 또한 고스란히 흡수했다.
‘좋아.’
조금만 더 먹잇감을 던져 주면 천뢰왕의 갑옷도 충분히 준신화 등급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용혈검도 전투 중에 계속해서 성장 메시지가 떴다.
용종의 피를 부지런히 먹여 주다 보면 분명 용혈검도 준신화 등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갑옷이랑 액세서리가 살짝 아쉽네.’
마왕의 갑주와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
분명 좋은 아이템이다.
엄청나게 고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현성의 눈도 많이 높아졌다.
성장이 가능한 게 아니고 고정되어 있다 보니 언젠가는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다른 전설 등급 방어구와 액세서리를 사는 건 낭비고.’
용혈검처럼 성장이 가능한 방어구 세트와 액세서리 세트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것도 전설 등급이네.’
뱀 인간이 사용하던 삼지창도 전설 등급 아이템이었다.
현성은 뱀 인간에게 나온 전리품을 회수하고 아공간을 열어 다른 전리품들도 회수에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그때 현성의 고용주 파르티샤가 달려와 현성에게 넙죽 허리를 숙였다.
“아닙니다, 고용주님. 다 포인트 받고 하는 일인데요.”
무료 봉사도 아니고 다 포인트 받고 싸운 거다.
거기다 업적과 전리품까지 얻었으니 현성의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파르티샤가 현성을 고용하지 않았다면?
천뢰왕의 갑옷이 등가 교환이라는 훌륭한 먹잇감을 포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감사해요. 설마 저놈까지 쓰러트려 주실 줄은 몰랐어요.”
“나루크 로드 말씀이신가요?”
“맞아요.”
파르티샤가 재빨리 대답했다.
“이런 일이라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고용주님. 열 일을 제쳐 두고 달려오겠습니다.”
“감사해요. 하지만 제가 최현성 님을 다시 고용해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파르티샤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현성의 몸값은 상당히 비싸다.
파르티샤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상황이 다급했기에 어쩔 수 없이 온갖 스킬북과 마석 들을 헐값에 팔아 현성을 고용했지만, 앞으로도 그러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 세계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성이 말을 돌리며 물었다.
“네, 이 성이 인류의 최후의 보루예요. 그 때문인지 몬스터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더군요.”
“전설 등급 몬스터도 많이 오나요?”
“물론입니다. 몬스터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인간은 우리들뿐입니다. 그 때문인지 영웅 등급부터 전설 등급까지 온갖 종류의 네임드 몬스터들이 다 몰려들더군요.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 왔지만, 그것도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파르티샤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음.’
현성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제대로 꿀 빨 수 있을 것 같은데.’
네임드 몬스터는 유일 등급 아이템을 줄 확률이 높다.
어디 그뿐인가.
단독으로 사냥하면 업적까지 준다.
지구에서는 네임드 몬스터를 현성이 독점할 수 없다.
현성이 가기도 전에 알아서 다 잡아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강국들이 현성에게 거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전설 등급 레이드에는 현성 외에도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투입된다.
단독 사냥이 아닌 단체 사냥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업적을 얻을 수가 없다.
거기다 현성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나라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었다.
‘여기서는 내가 싹 다 독점할 수 있어.’
업적도 독점할 수 있고 아이템도 독점할 수 있다.
“고용주님?”
“네.”
“저를 다시 고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신 이유가 혹시 포인트가 부족해서인가요?”
현성의 물음에 파르티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한 번 더 고용할 정도의 포인트는 있으십니까?”
현성의 물음에 파르티샤가 쓴웃음을 지었다.
“없습니다.”
현성이 파르티샤에게 손을 내밀었다.
파르티샤는 의아한 얼굴로 현성의 손을 잡았다.
“받으시죠.”
현성이 자신이 받은 고용 비용 중 일부를 돌려줬다.
“도대체 왜?”
파르티샤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자신에게 왜 이런 호의를 베푸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몬스터 때문에 곤란한 일이 생기면 절 고용해 주십시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고용 비용의 일부를 돌려드리겠습니다. 일종의 특별 할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적지 않은 이득을 보신 모양이군요.”
파르티샤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설 등급 스킬북은 물론 영웅 등급 몬스터들이 토해 낸 마석과 아이템만 가져다 팔아도 족히 수조 포인트는 되었다.
이런 노다지가 또 어디 있겠는가.
단순히 사냥터라고 생각해도 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몬스터를 나누지 않고 모두 독점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꼭 최현성 님을 고용해 드리겠습니다.”
파르티샤가 허리를 넙죽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파르티샤의 감사 인사를 들으며 현성은 지구로 귀환했다.
* * *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졌다.
현성은 전보다 더 사냥에 집중했다.
용병 고용도 더 활발해졌다.
파르티샤는 용병 고용 비용이 대폭 감소하자 네임드 몬스터가 등장할 때마다 현성을 호출했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업적과 아이템을 얻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포인트가 빠르게 쌓여 갔다.
현성은 여러 종류의 스킬북과 아이템을 구입하며 자신의 힘을 키워 나갔다.
그러는 와중에 한국의 대선이 마무리되었다.
2차 대격변이 벌어져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세계 경제 역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던 와중에 현성에게 한 가지 변화가 찾아왔다.
-휘하 신하들의 수준이 상승했습니다.
-2차 전직 퀘스트 군주의 길이 시작됩니다.
전직 퀘스트 군주의 길
클리어 조건 - 5차 전직을 마무리한 플레이어 5명의 충성 맹세 받기.
‘음?’
뜬금없이 2차 전직 퀘스트가 떴다.
‘5차 전직을 마무리한 플레이어 5명이라.’
현재 현성에게 충성 맹세를 한 5차 전직 플레이어는 셋이다.
첫 번째는 루시아, 두 번째는 이누쿠소, 세 번째는 마분석이었다.
‘2명을 더 늘려야 한다는 건데.’
5차 전직을 마친 플레이어는 400레벨이 넘는 랭커들밖에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신윤아와 강선영이었다.
현성과 친분이 있는 랭커라고는 이 두 사람밖에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어떻게 하지?’
신윤아와 강선영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현재 현성의 자본이 100% 투자된 이모탈 길드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운영하는 이가 바로 신윤아와 강선영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내 사람은 아니지.’
신윤아와 강선영은 신의가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지 현성의 사람은 아니었다.
‘파르티샤 님께 부탁을 드려 봐야 하나?’
골치가 아팠다.
‘루시아랑 상의해 보자.’
굳이 당장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었다.
또 너무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현재 현성의 아버지와 백우신은 빠르게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벌써 3차 전직을 마무리했다.
늦어도 반년 안에 4차 전직을 마칠 것이고 1년 반 정도면 5차 전직도 이루어 낼 게 확실했다.
“2차 전직 퀘스트가 뜨셨다는 말씀이십니까?”
루시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네.”
“역시 주군의 성장 속도는 범인과 그 궤를 달리하시는군요.”
“이게 빠른 건가요?”
“엄청나게 빠른 겁니다.”
“저보다는 휘하 신하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뤄진 것 같은데요?”
휘하 신하들의 수준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떴고 그와 동시에 2차 전직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현성이 생각할 때 이건 자신의 능력이라기보다는 휘하 신하들의 분발 덕분에 이뤄 낼 수 있었던 성과였다.
“어디까지나 퀘스트의 주체는 주군이십니다. 전직은 그간 플레이어가 활동했던 행동과 전투 방식 등으로 결정됩니다. 휘하 신하들의 수준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뜨자마자 2차 전직 퀘스트가 떴다고 하셨지요? 그건 주군께서 다른 조건들을 이미 완료하셨다는 뜻입니다. 이건 정말 엄청나게 대단한 겁니다. 제 경우를 보자면…….”
루시아는 현성의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끊임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설명해 줘도 돼요.”
루시아의 기세에 밀린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만 더 별일 아닌 취급했다가는 자신의 경험담까지 꺼내 3박 4일을 주야장천 설명만 할 기세였다.
“윤아 씨나 강선영 길드장한테 직업을 밝히고 휘하에 들어올 생각이 없냐고 권해 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현성이 본론을 꺼냈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정말요?”
현성의 물음에 루시아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강선영 길드장과 신윤아 부길드장은 주군의 길드를 관리해 주는 관리인이지 않습니까? 그런 만큼 확실하게 휘하에 두어 딴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아, 그런 의미였나요?”
현성은 신윤아와 강선영에게 자신의 직업을 밝혀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물은 것이다.
하지만 루시아는 현성의 직업을 신윤아와 강선영에게 밝히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듯했다.
‘하긴, 직업을 밝혔다고 내가 1레벨 플레이어라는 사실이 드러날 확률은 상당히 낮지.’
루시아는 하루라도 빨리 두 사람을 신하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빨리 페널티가 적용될 테니까 말이다.
어찌 되었든 반대는 아니었다.
“뭐, 나쁠 건 없겠죠.”
잘되면 좋고, 안 되도 손해 볼 건 없다.
직업을 오픈하는 건 처음 척살대원을 모집할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그저 휘하로 들어온 척살대원들이 현성의 직업을 밝히지 않아 지금까지 비밀이 지켜졌을 뿐.
신윤아와 강선영이 현성의 직업을 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었다.
“그럼 한번 이야기라도 해 보죠.”
루시아의 말처럼 두 사람이 현성의 휘하에 들어오면 득이 되면 득이 되지, 실이 될 일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의 레벨이 오르면 오를수록 현성의 휘하에서 빠져나가기가 힘들어질 테니까 말이다.
현성은 이모탈 길드 본사에 전화를 걸어 신윤아, 강선영과 약속을 잡았다.
두 사람 모두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미리 약속을 잡지 않으면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다음 날 아침.
현성은 신윤아와 강선영을 만나기 위해 이모탈 길드의 본사로 향했다.
“오래간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자문위원장님.”
강선영이 웃는 얼굴로 현성을 반겼다.
“저도 바빴지만 강선영 길드장님도 꽤 바쁘셨잖아요?”
현성의 물음에 강선영 길드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 업무도 업무지만 사냥에도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서요.”
2차 대격변 이후 400레벨 이상의 몬스터들이 등장하는 던전이 대거 오픈되었다.
20레벨의 법칙에 막혀 레벨 업을 하지 못했던 랭커들의 입장에서는 정체되어 있던 레벨을 올릴 절호의 기회였다.
신윤아와 강선영 길드장은 시간을 분담해 로테이션으로 던전을 들락날락하며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레벨은 많이 올리셨나요?”
현성의 물음에 신윤아와 강선영 길드장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레벨이 레벨인 만큼 빠르게 오르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꾸준히 사냥을 하는 만큼 차근차근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현성 씨는 레벨 많이 올리셨나요?”
신윤아의 물음에 현성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보다는 조금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레벨은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강해지기는 했다.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정말 부러워요.”
신윤아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현성의 성장 속도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신윤아와 강선영이었다.
현성이 자신의 입으로 강해졌다고 말한 만큼 엄청난 성장이 있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 두 사람의 추측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현성은 신화 등급 비약으로 총스텟이 500이나 상승했고, 그 외에도 업적과 스킬 성장을 통해 엄청나게 강해졌다.
“윤아 씨도 더 강해지고 싶으신가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 플레이어치고 강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플레이어의 존재 의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다.
당연히 더 강해지고 싶어 했다.
그래야 좀 더 손쉽게 몬스터를 사냥하고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가 등장했을 때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습득하는 것도 더 강해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페널티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현성의 말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던 신윤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미소를 지으며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강선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척살대원들이 동 레벨의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두 분도 이미 파악하고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성의 말에 강선영이 입을 열었다.
“물론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척살대원들이 동 레벨의 플레이어에 비해 성장만 빠른 게 아니라 더 강하기까지 하다는 것도요.”
“그게 현성 씨랑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짐작하고 있었어요.”
강선영의 말을 신윤아가 받았다.
두 사람의 진지한 눈빛에 현성이 자신의 상태창을 오픈했다.
물론 한정적으로 오픈했다.
강선영과 신윤아가 볼 수 있는 현성의 상태창 목록은 직업과 직업 전용 스킬뿐이었다.
“전설 등급 직업?”
신윤아가 놀라 입을 열었다.
신윤아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최상위권에 위치한 랭커 중의 랭커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설 등급 직업을 얻지는 못했다.
“직업 스킬 중에 군주의 깃발이라는 게 있을 겁니다. 그걸 확인해 주시죠.”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윤아와 강선영이 직업 전용 스킬 군주의 깃발을 확인했다.
“총스텟 증가라니!”
“엄청난 광역 버프군요.”
신윤아와 강선영의 눈빛이 흥분으로 물들었다.
“거리 제한도 없습니다.”
현성이 짧게 덧붙였다.
“이게 지금 당장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인가요, 현성 씨?”
신윤아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군주의 깃발이 적용되기만 하면 아무런 노력 없이 손쉽게 강해질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까 페널티가 있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그 페널티가 뭔가요?”
신윤아의 물음에 현성이 담담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군주의 깃발이 주는 버프를 공유받을 수 있는 조건은 제 휘하에 들어오는 겁니다. 물론 제 휘하에 들어온다고 해도 언제든 자유의지로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제 휘하에서 나가게 되면, 그동안 올린 레벨과 스킬이 초기화됩니다.”
“1레벨이 된다는 건가요?”
신윤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제 휘하로 들어온 후 올렸던 레벨, 스텟, 스킬이 제 휘하로 들어오기 전으로 돌아갑니다.”
현성의 솔직한 답변에 신윤아와 강선영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신윤아과 강선영은 랭커다.
당연히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스킬 역시 마찬가지다.
현성의 휘하에 들어가면 더 강해진다.
더 빠르게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익힐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올린 성과가 현성과 결별하면 그대로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할게요.”
신윤아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제가 이모탈 길드의 부길드장이 된 순간부터 현성 씨와는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어차피 손을 잡은 상황에서 시스템적인 장치가 하나 더 들어간다고 달라질 게 있겠어요? 오히려 좋죠,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
신윤아의 말에 강선영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강선영 길드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현성의 물음에 강선영 길드장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것은 확실하겠죠?”
“물론입니다. 대신 그만큼의 페널티를 짊어지셔야 합니다.”
“받아들이죠. 일이 잘못되어 봤자 지금 상황으로 돌아오기밖에 더하겠습니까?”
강선영 길드장은 플레이어로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낮게 평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을 맡은 경험.
그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나중에 현성과 결별한다고 해도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치는 떨어지겠지만, 이모탈 길드의 길드장으로 쌓아 온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거면 충분했다.
‘뭐, 현성 씨와 결별할 생각도 없고.’
현성이 타국으로 망명하지 않는 한 강선영 길드장과 찢어질 일은 없었다.
현성이 가라고 해도 악착같이 붙어 있을 생각이었다.
“두 분 다 동의하신 거죠?”
현성의 물음에 신윤아와 강선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이 직업 전용 스킬 등용을 사용했다.
-플레이어 신윤아에게 등용을 제의하셨습니다.
-플레이어 강선영에게 등용을 제의하셨습니다.
두 사람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현성의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다.
-플레이어 신윤아가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통솔력 60이 소모됩니다.
-플레이어 강선영이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통솔력 60이 소모됩니다.
“정말 엄청나군요.”
강선영이 놀랍다는 듯 자신의 몸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힘을 가늠했다.
상태창에 보이는 스텟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텟이 상승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전 스텟이 6% 정도 상승했을 겁니다.”
6%.
별로 높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랭커들에게 있어서 6%의 스텟 상승은 엄청난 힘이다.
더군다나 5개의 스텟이 모두 6%씩 올랐다.
5개의 스텟을 따로따로 보면 총 30%가 올랐다고 봐도 무방했다.
“자문위원장님.”
강선영이 현성을 불렀다.
“예.”
“혹시 다른 플레이어들도 휘하로 받아들일 수 있으십니까?”
“통솔력이라는 것이 소모되기에 한계는 있습니다. 하지만 랭커 기준으로 40명 정도는 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엄청나군요.”
랭커 40명에게 이 정도의 광역 버프를 걸어 줄 수 있다니.
이건 랭커들을 이모탈 길드로 끌어들이는 데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다.
“휘하 신하들을 더 받아들일 생각이시라면 그 역할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강선영 길드장님께요?”
“예, 자문위원장님의 직업 스킬을 사용하면 거취를 망설이는 랭커 파티를 상당수 끌어들일 수 있을 겁니다.”
랭커 파티라고 해서 모두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무리가 생기면 리더가 탄생하기 마련이다.
특히 몬스터와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는 것을 업으로 삼는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리더의 권위는 상당히 강력하게 작용한다.
리더의 오더에 따라 파티가 무난하게 사냥에 성공할 수도 있고 반대로 몬스터 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성 씨의 직업 스킬을 미끼로 랭커 파티의 리더들을 끌어모을 수만 있다면…….’
랭커 1명을 끌어들이면 8명이 딸려 온다.
랭커 수백 명을 손쉽게 이모탈 길드로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단 페널티에 대해서는 확실히 주지를 시켜 주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페널티가 있다고 해도 이 제한을 거절할 수 있는 랭커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랭커들 중에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반쯤 미쳐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제정신이 아닌 이들이 많았다.
그런 이들의 공통점은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점이었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웃으면서 지옥 유황불 속으로 들어갈 자들이었다.
‘이거라면 콧대 높은 거대 길드 랭커들을 충분히 스카우트할 수 있어.’
강선영 길드장이 돈이나 명예보다 강함에 집착하는 꼴통들을 싹 다 끌어모을 계획을 세웠다.
‘이모탈 길드의 전력을 대폭 강화시킬 수 있겠어.’
원래 정상인보다는 미친놈들이 더 강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