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권. 용병 지원 (73/225)
  • ┃용병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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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략……

    올리자마자 반응이 왔다.

    ‘빠르네.’

    현성이 판매된 품목들을 살펴봤다.

    냉동식품은 의외로 잘 팔려 나갔다.

    전자레인지 판매는?

    완전 초대박이었다.

    엄청난 고가인 전자레인지가 불티나듯 팔려 나갔다.

    그와 함께 한동안 주춤했던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의 판매에도 불이 붙었다.

    ‘당연한 거지.’

    전자레인지는 엄청나게 많은 전기를 잡아먹는다.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가 전자레인지나 미니 냉장고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전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소모 속도가 빠른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음, 기름에 튀긴 치킨을 팔아 달라고?’

    잠시 고민이 되기는 했다.

    ‘엄청 고가로 올리면 되려나?’

    그럼 수효가 줄어든다.

    반대로 이익률은 올라간다.

    ‘한번 해 보자.’

    현성이 근처 음식점들에 연속적으로 주문 전화를 넣었다.

    중국집, 치킨집, 피자집, 족발집 등등.

    한 곳에서만 주문한 게 아니라 동시에 여러 곳에로 대량 주문을 넣었다.

    잠시 후.

    주문한 음식들이 줄줄이 배달되기 시작했다.

    현성은 배달된 음식들을 바로바로 판매창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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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략……

    상당한 고가에 올렸음에도 바로바로 팔려 나갔다.

    현성이 구매자를 확인했다.

    ‘백화 님이네.’

    아공간에 세이브를 할 생각인지 현성이 올리는 족족 구매하고 있었다.

    ‘좋아. 한번 해 보자.’

    VVIP 고객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량 구매를 해 준다.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현성이 다시 주문 전화를 돌렸다.

    어차피 판매창이 많이 비어 있으니 최대한 많이 물품 등록을 해 놓을 계획이었다.

    현성이 쉴 새 없이 주문을 넣자 근처 음식점들은 난리가 났다.

    평생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한 무한 주문 러시.

    주방장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요리를 만들었고 배달원들은 정신없이 현성의 집으로 음식을 날랐다.

    ‘이게 다 얼마야?’

    현성은 늘어난 포인트를 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전자 제품 판매와 DVD 판매로 이미 많은 포인트를 번 현성이다.

    피규어와 PPL 상품 판매도 상당히 큰 포인트가 되었다.

    하지만 설마 DVD에 등장했던 음식들까지 이렇게 큰 포인트가 될 줄은 몰랐다.

    ‘주 구매 고객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구매력이 상당해.’

    냉동식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하지만 실제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들은 엄청난 바가지를 씌웠다.

    냉동식품은 호기심에 구매한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실제 음식점에서 주문한 음식들은 포인트를 물 쓰듯이 펑펑 쓰는 VVIP 고객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확실히 소수 VVIP 고객님들 수요만 잘 맞춰 줘도 수익이 커.’

    현성은 고가 전략과 박리다매를 동시에 추구한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즉흥적으로 판매한 물품의 판매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구매평을 좀 더 꼼꼼히 살펴야겠어.’

    구매평만 잘 보고 맞춰 가도 꽤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VVIP 고객들은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서는 포인트를 아끼지 않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새롭게 쌓인 포인트를 이용해 습관적으로 스킬북을 구매했다.

    그 후 익혔다.

    그때 갑자기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용병 등급이 희귀 등급에서 영웅 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어라?’

    그동안 용병 등급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데 등급이 상승했다고 한다.

    ‘도대체 기준이 뭐야?’

    레벨은 무조건 아니다.

    지금 보니 스텟도 아닌 듯하다.

    ‘무슨 전투력 측정기 같은 게 있는 건가?’

    어렸을 때 봤던 드래X볼이라는 만화가 떠올랐다.

    현성이 자신의 용병창을 소환했다.

    영웅 등급 용병 최현성

    -모든 스텟이 고르게 발전한 용병입니다.

    -영웅 등급 용병 최현성은 탱커, 근접 딜러, 원거리 딜러, 힐러의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습니다.

    -탱커와 힐러의 역할보다는 근접 딜러와 원거리 딜러로서의 역량이 뛰어납니다.

    -지구력이 뛰어나 장기전에 강합니다.

    ‘대놓고 남의 정보를 공개해 주네.’

    정확한 정보가 나온 건 아니었지만, 대략적인 수준은 알 수 있는 문구였다.

    ‘용병 지원이라.’

    현성은 용병을 고용한 적은 있다.

    하지만 용병으로 지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용병으로 뛰며 포인트를 벌어야 할 정도로 궁하지도 않았고, 괜한 일에 목숨을 걸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영웅 등급 용병을 고용할 정도의 재력을 갖춘 인물이 용병을 고용한다?

    그건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당장은 접어 두자.’

    나중에 더 이상 지구에서 업적을 쌓을 수 없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현성은 루시아에게 자신이 영웅 등급 용병이 되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럼 전설 등급 용병들이 주군을 불러 줄 수도 있겠군요. 일반적으로는 영웅 등급 용병들이 주군을 고용하겠지만 말입니다.”

    “뭐, 그렇겠죠.”

    “용병 지원을 해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네?”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루시아를 바라봤다.

    아니, 포인트가 급한 것도 아닌데 왜 용병 지원을 한다는 말인가.

    “용병 시스템은 합리적입니다. 고용이 된다고 해도 주군이 원하지 않는 임무라면 얼마든지 거절할 수 있죠.”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리고 용병 지원을 통해 주군보다 상위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게 큰 의미가 있나요?”

    “그들과 친분을 쌓으면 구매 등급을 올리지 않아도 신화 등급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지 않을까요?”

    루시아의 말에 현성은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신화 등급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등급을 얻는 건 너무도 까마득한 미래다.

    현성이 미국 연방 정부에서 받은 100조어치의 스톤 달러로 신화 등급 스킬을 얻으려 했지만, 결국 준신화 등급에 그쳤다.

    전설 등급 용병이나 영웅 등급 상위 용병을 고용해 부탁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소 고용 비용이 너무 비쌌다.

    무려 조 단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루시아의 말대로 하면 포인트를 벌면서 신화 등급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신화 등급 비약은 물론이고 스킬북도 얻을 수가 있겠군요.”

    “일단 신화 등급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등급의 플레이어를 만나야 하고, 그 후 그 플레이어의 호의를 쌓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루시아의 말에 욕심이 생겼다.

    ‘포인트는 많이 있어.’

    조건이 되지 않아 구입하지 못할 뿐 신화 등급 아이템을 살 수 있는 포인트는 충분하다고 자부했다.

    ‘신화 등급 스킬북 4개만 구하면?’

    회복 계열, 방어 계열, 뇌전 계열, 화염 계열.

    이 네 가지 스킬북을 모두 구하면 현성이 가지고 있는 성장형 스킬을 모두 신화 등급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다른 종류의 신화 등급 스킬북도 얼마든지 익힐 수 있다.

    “고마워요, 루시아.”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지만 확실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큰 페널티는 없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그냥 용병 고용을 취소해 버리면 되니까 말이다.

    현성은 곧바로 용병 지원을 신청했다.

    보수는 적당히 영웅 등급 용병의 하위 수준으로 책정했다.

    현대사회에서 현성은 독보적인 강자다.

    하지만 고유 스킬을 사용하는 타 차원의 플레이어들을 기준으로 하면 잘해 봐야 중간 정도 수준일 확률이 높았다.

    물론 그것도 엄청나게 대단한 것이기는 했다.

    현성은 플레이어로 각성한 지 고작 몇 년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었으니까 말이다.

    루시아만 해도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플레이어로서 살아왔지만, 아직 희귀 등급 용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현성은 동일한 고유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발군의 성장 속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용병 시스템 안에서 현성은 이제 겨우 영웅 등급 용병으로 승급한 신참이다.

    그런 만큼 보수는 영웅 등급 용병의 하위 수준으로 책정하는 게 맞았다.

    -고용주 파르티샤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어?”

    용병 지원을 하자마자 바로 고용이 되어 버렸다.

    “루시아, 바로 저 바로 고용됐는데요?”

    “그럼 바로 가 보시지요, 주군.”

    “알았어요.”

    그 말과 함께 현성이 바로 예를 눌렀다.

    화악!

    그 순간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현성은 소환된 직후 주변을 살폈다.

    던전이 아니었다.

    현성이 소환된 곳은 거대한 성벽 위였다.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크아아아앙!

    다리가 8개나 날린 맹수 형태의 몬스터들이 커다란 포효를 터트리며 성벽 위에서 날뛰고 있었다.

    성벽 아래에는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엄청난 숫자의 몬스터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사력을 다해 저항하고 있었지만 성은 함락 직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성을 지켜 주세요!”

    고용주로 보이는 여성이 외쳤다.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 고용주는 신분이 꽤 높아 보였다.

    “알겠습니다, 고용주님.”

    현성이 고용주의 지시에 따라 번개같이 움직였다.

    파지지직!

    성벽 위에 있던 몬스터들에게 흑뢰룡의 숨결이 강림했다.

    칠흑빛 뇌전이 몬스터들을 뒤덮었다.

    -캬아아악!

    성벽 위에서 날뛰던 몬스터들이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성벽 아래에는 더 많은 몬스터들이 덤벼들고 있었다.

    휘익!

    현성이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와라!”

    그와 함께 광역 도발 스킬을 시전했다.

    성벽을 향해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현성을 향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현성은 용혈검을 휘둘러 정신없이 몬스터들을 베어 냈다.

    그러면서도 흑뢰룡의 숨결과 화염의 서를 동시에 사용했다.

    강력한 뇌전과 화염이 몬스터들을 불태웠다.

    ‘많다.’

    죽여도 죽여도 끝이 없을 정도로 몬스터의 숫자가 많았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일반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몬스터 아크샤 300마리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아크샤 사냥꾼 - 일반 등급]

    순식간에 일반 업적이 떴다.

    ‘영웅 등급 몬스터 같은데.’

    조인족 무리보다는 레벨이 높아 보였다.

    현성의 발밑으로 마석과 스킬북이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거 어째 손해 같은데?’

    고용주가 현성을 고용하며 지불한 포인트보다 몬스터를 잡아서 나온 마석과 스킬북의 가치가 더 클 것 같았다.

    현성이 비행 스킬을 사용해 다시금 성벽 위로 올라갔다.

    “고용주님, 이 정도면 제 밥값은 충분히 한 것 같은데요?”

    현성의 말에 플레이어들을 지휘하던 고용주가 화들짝 놀랐다.

    죽은 몬스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아직도 성벽 주변에는 수천 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이 몰려 있었다.

    위기를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라 겨우 급한 불만 끈 상황인 것이다.

    현성이 지금 고용 취소를 하고 돌아가면?

    성은 이대로 함락당할 수밖에 없다.

    “다, 당신이 사냥한 몬스터에서 나온 전리품을 전부 다 드릴게요! 그러니까 제발 가지 마세요!”

    고용주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어째 악당이 된 기분이네.’

    그래도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고용주님.”

    힘차게 대답한 현성이 성벽 아래로 내려가 계속해서 전투를 이어 나갔다.

    “아아아아아!”

    워크라이가 사용되었다.

    화르르륵!

    몸이 굳어 버린 몬스터들을 향해 불의 비가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죽은 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스킬 저항력이 꽤 높네.’

    조인족 같이 기동성과 공격력이 높은 공격형 몬스터가 아니라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높은 방어형 몬스터 같았다.

    ‘그럼 일일이 다 썰어 버려야지.’

    현성이 흑뢰룡의 숨결을 몸에 두르고 용혈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희귀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몬스터 아크샤 1,000마리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아크샤 포식자 - 희귀 등급]

    업적이 빠르게 갱신되었다.

    현성은 무아지경에 빠졌다.

    용혈검을 휘두르고 흑뢰룡의 숨결을 시전했다.

    체력과 마력이 빠르게 소모됐다.

    하지만 소모된 체력과 마력은 다시금 빠르게 차올랐다.

    그러면 다시 용혈검을 휘두르고 흑뢰룡의 숨결을 시전했다.

    중간중간 워크라이 스킬을 시전해 주는 것과 스킬북과 마석을 아공간에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현성이 무아지경에 빠져 전투를 벌인 지 2시간 가까이 지났다.

    성 주변을 가득 메웠던 아크샤라는 몬스터가 거의 전멸했다.

    콰직!

    현성의 용혈검이 마지막 남은 몬스터의 숨통을 끊었다.

    “와아아아아아!”

    성벽 위에서 힘찬 함성이 터져 나왔다.

    “휴!”

    현성이 긴 한숨을 토해 냈다.

    꽤 쉽지 않은 전투였다.

    무려 1만 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사냥했고, 그 증거로 전설 등급 업적까지 획득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높은 아크샤는 공격력만 높은 조인족보다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웠다.

    하지만 결국 다 잡았다.

    용혈검과 흡혈공 그리고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로 체력과 마력을 회복하며 싸운 결과였다.

    ‘업적은 얻었는데, 그 이상 바라기는 무리 같네.’

    영웅 등급 몬스터의 숫자가 많기는 했지만 고작 이 정도를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다니.

    고용주의 용병 등급이 전설 등급은커녕 영웅 등급도 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런 현성의 예측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정말 감사해요. 영웅 등급 용병은 정말 수준이 다르군요.”

    “고용주님은 희귀 등급 용병이십니까?”

    고용주의 말에 현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아요. 더군다나 각성한 지 30년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플레이어로 각성한 시간을 따지면 현성의 10배가 넘었다.

    그런데 현성보다 월등히 약해 보였다.

    ‘루시아보다도 약한 것 같네.’

    대략 현성이 갓 용병 시스템을 이용했을 때 수준 같았다.

    “희귀 등급 용병들로는 해결하기 힘들 것 같아서 남은 포인트를 박박 긁어모아 겨우 영웅 등급 용병을 고용했는데, 덕분에 살았네요.”

    고용주의 얼굴은 백 살 먹은 노파처럼 늙어 있었다.

    남은 포인트를 박박 긁어모았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고용 시간이 10초 남았습니다.

    타이밍 좋게 고용 시간이 거의 끝났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석과 아이템은 모두 회수한 상태였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고용주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별말씀을. 다음에도 또 불러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슈욱!

    그 말을 끝으로 현성의 몸이 다시금 본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용병 임무를 훌륭하게 소화하셨습니다.

    -용병 고용 비용이 지불되었습니다.

    -신용 점수가 상승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현성이 아공간을 열어 전리품을 확인했다.

    ‘상당히 짭짤한데.’

    마석도 마석이지만 아이템이 상당히 많이 나왔다.

    현성은 스킬북을 분류해 자신이 익힐 수 있는 것은 익히고 나머지는 고유 스킬을 이용해 판매해 버렸다.

    ‘업적도 늘렸고, 스킬북과 마석도 얻었고, 포인트까지 벌었어.’

    꽤 힘겨운 전투를 소화해야 했지만 솔직히 말해 완전히 남는 장사였다.

    ‘그동안 괜히 용병 지원 시스템을 안 써먹었나?’

    의뢰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거절해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완전히 이득이었다.

    ‘그런데 신용 점수가 뭐지?’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마 루시아가 쥐고 있을 것이다.

    현성이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예, 현성 씨.

    “루시아, 저 돌아왔어요. 어디세요?”

    -어머님과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왔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도착하면 이야기해요.”

    -알겠습니다.

    루시아가 어쩐 일로 자리를 비웠나 했더니 어머니 때문이었다.

    잠시 후 어머니와 루시아가 돌아왔다.

    현성은 간단하게 짐 정리를 도와주고 루시아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왔다.

    “무사 귀환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주군.”

    “완전히 거저먹기더라고요. 그런데 혹시 신용 점수가 뭔지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일종의 평가입니다. 그 평가가 높고 낮음에 따라 용병창에 다른 내용이 추가됩니다.”

    “아!”

    대충 이해가 갔다.

    ‘신뢰할 수 있는’이나 ‘믿을 수 없는’ 같은 문구가 추가로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만약 임무 평가가 나쁘다면 ‘신뢰할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같은 문구가 추가될 것이다.

    “평가를 좋게 받으면 고용될 확률이 더 높아지겠네요.”

    “아무래도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됩니다. 제 고용률이 낮았던 이유도 평가의 영향이 꽤 컸다고 생각합니다.”

    루시아의 용병 문구에는 ‘너무 믿지 마세요.’ ‘도망자이자 패배자니까요.’ 같은 문구가 들어가 있다.

    아마 꽤 큰 손해를 봤을 것이다.

    “일단 용병 지원은 계속 해 봐야겠네요. 평가가 올라가면 전설 등급이나 영웅 등급 용병들이 불러 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용병 지원은 꽤 짭짤한 수익을 만들어 줬다.

    업적도 얻을 수 있고 포인트도 얻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고용주 게스피트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어?”

    그때 현성에게 바로 고용 요청이 날아왔다.

    “게스피트?”

    익숙한 이름이었다.

    현성의 VVIP 고객이자 첫 고객이 바로 게스피트였으니까 말이다.

    “게스피트 님으로부터 고용 요청이 왔는데 어떻게 하죠?”

    현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루시아에게 물었다.

    “게스피트 님이라면……?”

    “그 VVIP 고객님요.”

    “그분이라면 당연히 전설 등급 용병이시겠군요. 어쩌면 신화 등급 용병이실 수도 있고요.”

    루시아의 말에 현성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겠네요.”

    “응하시는 게 좋아 보입니다. 그분이 아무리 강해도 주군에게 위해를 끼칠 수는 없으니까요.”

    “그게 좋겠네요.”

    용병 고용에 응해서 현성이 손해 볼 일은 없다.

    고용주는 용병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

    그건 용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한번 가 볼게요.”

    “부디 좋은 성과를 이루시길.”

    루시아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은 현성이 예를 눌렀다.

    슈욱!

    그 순간 현성의 모습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현성이 소환된 곳은 화려한 성의 내부였다.

    ‘역시 전투 상황은 아니었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재력을 보여 준 게스피트가 위기에 처해 영웅 등급 용병을 부를 일은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너 언제 용병 지원을 한 거야?”

    검붉은색의 옥좌에 앉아 있는 여인이 현성에게 물었다.

    ‘게스피트.’

    현성의 현재 고용주이자 VVIP 고객.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 인기가 좋은 모양이구나, 방금 전까지 고용 중이었던 걸 보니.”

    “그 고용이 첫 고용이었습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게스피트의 미소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높은 정신력 스텟과 정신계 스킬을 가지고 있는 현성이 한순간 흔들릴 정도로 말이다.

    “잘되었구나. 네놈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 불렀다.”

    “얼마든지 물어보시지요.”

    수천억 포인트를 소모해 현성을 고용해 놓고 한다는 게 고작 질문이다.

    “트랜XX머 2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냐?”

    “네?”

    “터미XX터 2는 나왔지 않느냐? 그런데 트랜XX머 2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것이냐? 그거 말고도 물어볼 게 많다. 액X맨 2와 언XX드 2는 도대체 왜 안 나오는 거냐? 또 애니메이션…….”

    게스피트의 입에서 속사포같이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주로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 후속편에 대한 문의였다.

    “아, 그게…….”

    그건 1편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1편만 팔아도 잘 팔리기에 내버려 둔 것이기도 했다.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냐?”

    “그게 나온 것도 있고 나오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나온 게 있으면 재깍재깍 올렸어야지!”

    게스피트의 호령에 머릿속에 멍해졌다.

    어서 그 말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현성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마력의 흐름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니 분명 스킬은 아니다.

    ‘이게 무슨…….’

    현성이 애써 정신을 차렸다.

    고용주는 용병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게스피트가 현성에게 위해가 가는 스킬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데 마치 정신계 스킬 공격을 받은 것같이 한순간 홀려 버렸다.

    “워낙 인기 있는 상품이다 보니 물건을 수급하는 데 작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대한 빨리 수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흠, 그래? 하긴 그 세계에는 군주가 없으니 힘들기는 하겠지.”

    “예?”

    “민주주의 말이다. 너희는 왕이나 황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뽑은 대통령이나 총리 같은 자들이 나라를 다스리지 않느냐?”

    “마, 맞습니다.”

    “그 정도는 나도 다 배웠다. 참 별의별 제약이 많은 세상이더구나. 뭐,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확실히 정보 전달이 빨라.’

    미디어를 통한 정보 전달은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진다.

    설마 타 차원의 존재인 게스피트가 이렇게까지 자세히 지구에 대해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게스피트 님께서는 이 세상을 다스리는 군주십니까?”

    “그렇다. 마계를 다스리는 마왕 중 1명이지.”

    마왕이란다.

    그러고 보니 화려한 왕궁에 있는 시녀와 시종 그리고 호위병들의 모습이 심상치가 않다.

    인간과 동일한 외형을 갖춘 존재들도 있지만 몬스터와 다를 바 없는 형상을 가진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너에게 보여 주고 싶은 곳이 있다. 그러니 따라오도록 해라.”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게스피트가 안내한 곳은 거대한 홀이었다.

    그곳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현성이 판매한 물품들도 상당히 많았다.

    아니, 지금까지 현성이 판매했던 물품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 진열되어 있었다.

    “어떠냐?”

    “참으로 멋진 공간입니다.”

    현성의 대답에 게스피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심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한번 경험이 있어 어떻게든 버텨 낼 수 있었다.

    “넌 내게 항상 새로운 것들을 보여 준다. 앞으로도 그리해야 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게스피트 마왕님은 제 첫 고객님이자 최고의 VVIP이십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넌 게임은 좀 하느냐?”

    게스피트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현성도 게임에 미쳐 폐인처럼 살아가던 때가 있었다.

    “나와 한판 해 보는 것이 어떠냐?”

    “영광입니다.”

    설마 마계에 와서 마왕과 오락실 게임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현성의 목적은 게스피트의 환심을 사는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어울려 주는 게 좋았다.

    “내가 이래 봬도 마왕성 최고의 실력자니 긴장하는 게 좋을 거다.”

    그 말에 현성도 살짝 긴장했다.

    플레이어들의 반사 신경은 상상을 초월한다.

    운동선수나 프로 게이머들도 피지컬로는 플레이어들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도 기계를 통해 하는 거니까 한계는 있어.’

    현성과 게스피트가 각자 자리를 잡았다.

    게스피트가 선택한 것은 스트XX 파X터라는 고전 오락 게임이었다.

    ‘오락실 게임은 안 한 지 조금 오래됐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적당한 실력을 보이며 어울려 줘야 게스피트의 환심을 살 것 아니겠는가.

    너무 일방적으로 패배하면 게스피트가 현성에 대해 흥미를 잃을지도 모른다.

    -파이트!

    게임이 시작되었다.

    현성은 일단 기다렸다.

    게스피트의 캐릭터가 먼저 공격해 왔다.

    그런데…….

    ‘이게 뭐야, 완전 초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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