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사업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이번이 마지막이었나?”
워싱턴 윌슨 대통령이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며 물었다.
“예, 대통령님.”
“이게 과연 잘한 선택인지 모르겠군?”
윌슨 대통령이 골치 아픈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현성이 미국 연방 정부 소속이었다면 이런 골치 아픈 고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엄연히 독자적인 세력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였다.
거기다 국적도 다르다.
“국가 안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까? 최현성 플레이어의 도움이 있다면, 전설 등급 몬스터가 나타나도 별 피해 없이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윌슨 대통령은 아쉬웠다.
그 막대한 자금을 자국의 플레이어에게 투자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어쩌면 최현성 플레이어에 필적할 만한 괴물이 탄생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었다.
“성장형 스킬을 4개나 가지고 있을 줄이야.”
현성이 원한 스킬북은 총 네 가지로 회복 계열, 방어 계열, 뇌전 계열, 화염 계열이었다.
그 말인즉 성장형 스킬을 무려 4개나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미국의 랭커들 중에서도 성장형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꽤 많았다.
하지만 무려 4개나 가지고 있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성장형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죠셉이었다.
현 미국 랭킹 1위의 플레이어.
그가 가지고 있는 성장형 스킬은 고작 2개.
그 2개조차 고작 영웅 등급에 불과했다.
현재 미국에서 전설 등급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플레이어 전력 세계 1위를 자처하는 미국에 전설 등급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 단 1명도 없는 것이다.
“요즘은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우리끼리 전설 등급 몬스터를 잡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
한국은 전설 등급 몬스터의 등장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만큼의 결실도 있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보유한 전설 등급 스킬은 무려 3개였다.
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자료였다.
비공식적으로는 더 많은 전설 등급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이번에 대량의 스킬북을 흡수했으니 추가로 4개의 스킬을 더 전설 등급으로 성장시켰다고 봐도 무방했다.
“한국은 최현성 플레이어 외에도 전설 등급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네. 하지만 우리 미국은 단 1명도 없어.”
그 점이 윌슨 대통령의 골치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최현성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아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하면, 우리 미국은 아무런 전리품도 얻을 수가 없네.”
최현성이 앞으로도 전설 등급 몬스터 1인 레이드에 성공한다면?
전리품 경매가 열릴 필요가 없다.
1인 레이드인 만큼 모든 전리품을 최현성이 독점할 것이다.
그 말은 미국 플레이어들의 전력과 한국 플레이어들의 전력 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진다는 뜻이었다.
물론 숫자나 질로 따지면 미국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최현성이라는 존재가 끼어들면 그 균형이 와르르 무너진다.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에 무조건 미국의 플레이어들을 투입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전리품을 분배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최현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독이 든 성배 같은 느낌이야.”
최현성의 도움을 받으면 미국은 전설 등급 몬스터의 등장에도 안전하다.
하지만 자국의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 자체가 무너져 버린다.
“미국의 플레이어들을 좀 더 믿어 주십시오. 그들은 지금도 불철주야 사냥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른다면 별다른 피해 없이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을 겁니다.”
CIA 국장의 말에 윌슨 대통령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더 상위 등급의 몬스터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 그리고 최현성 플레이어는 더 강해져 있을 거고 말이야.”
윌슨 대통령의 말에 CIA 국장과 참모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플레이어 육성에 추가 예산을 투입해야겠네.”
윌슨 대통령의 말에 CIA 국장과 참모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현재 미국의 플레이어 육성 예산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주로 타국 플레이어 스카우트와 중저레벨 플레이어 육성에 집중되어 있었다.
“비밀리에 성장형 스킬을 보유한 플레이어들을 수배해 주게.”
“그들을 집중적으로 키우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네. 지금은 전설 등급 몬스터가 최고 등급이네.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어. 자네들도 영웅 등급 몬스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생각해 보게.”
첫 영웅 등급 몬스터 레이드.
그때는 영웅 등급 몬스터 1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수백 수천 명의 플레이어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영웅 등급 몬스터의 레벨이 점점 올라가긴 했지만 플레이어들의 성장 속도가 더 빨랐다.
그 결과 고레벨 9인 파티만으로 충분히 영웅 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을 육성시켜 팜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격 외의 강자들을 육성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전설 등급 이상의 몬스터가 등장했을 때 최현성의 자비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상하원 의원들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공화당에서도 이 건에 대해서는 충분히 협조를 해 줄 겁니다.”
참모들이 의욕 있게 나섰다.
“고맙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최현성 플레이어를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도를 한번 마련해 보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최현성은 돈과 무력을 양손에 쥐고 있었다.
권력?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다.
전 세계인들이 그에게 열광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참모들의 대답을 들은 윌슨 대통령이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최현성 플레이어.
그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
* * *
현성은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왔다.
던전을 들락날락하며 사냥을 했고 고유 스킬을 이용해 물건을 판매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포인트로는 스킬북을 사들여 스킬을 강화시켰다.
‘구매평이나 확인해 볼까?’
XXX사의 TV와 DVD 플레이어 세트 – 일반 등급
-영화 터미XX터 2가 들어 있다.
-판매자 : 최현성
-판매가 : 399,999,999포인트
베스트 구매평
각투브크 – 야, 이 XX 같은 판매자 놈아 이건 좀 심하지 않냐?
언제까지 DVD 판매하면서 TV랑 DVD 플레이어를 세트로 팔아먹을 거야?
혹시나 전용인가 하고 DVD만 따로 빼서 기존에 구입한 DVD 플레이어에 넣어 보니까 작동 잘만 되더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TV랑 DVD 플레이어가 벌써 20개가 넘는다.
그런데 내가 또 포인트를 주고 TV랑 DVD 플레이어를 사야겠냐?
그냥 DVD만 팔아!
↳ 고든부르 – 동의합니다. 판매자는 정말 포인트에 영혼을 판 쓰레기 같은 놈이에요.
↳ 사드비이 – 맞습니다. 이제 판매량 좀 높아졌다고 컴플레인을 아무리 걸어도 개무시하네요. 그렇다고 후속편을 안 볼 수도 없고 정말 미치겠습니다.
↳ 비파르 – 동의합니다. 저는 TV랑 DVD 플레이어 세트 30개 넘게 쌓여 있습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DVD만 빼고 TV랑 DVD 플레이어는 반품해 버리고 싶습니다.
↳ 구무정 – 반품 안 되는 거 다들 아시잖아요.
↳ 비파르 – 그래서 속 터져 죽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하고 TV랑 DVD 플레이어 판매해 봤는데 아무도 안 사 가네요.
↳ 사드비이 - 그걸 누가 사나요?
↳ 예카리욘 – 니들이 계속 구매하니까 비싸게 팔지. 이 호구 새끼들아. 니들이 안 사면 가격 금방 내려간다.
↳ 각투브크 – 뭐, 호구? 너 말 다 했냐?
↳ 예카리욘 – 그래, 다 했다. 어쩔래?
……후략……
‘음, 완전 개판이네.’
악평이 어마어마하게 달려 있었다.
사실 예카리욘이라는 고객의 말이 정답이었다.
‘계속 잘 팔리는데 어떻게 안 팔겠냐.’
가격이 높은데도 잘 팔린다. 계속 팔린다.
그런데도 굳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을까?
현성도 TV와 DVD 플레이어 세트의 판매량이 좀 줄어들면 따로 DVD만 판매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트로 팔아도 잘 팔리는데 뭐 하러 단품으로 판매를 하겠는가.
거기다 들어오는 컴플레인 수치도 아직 안정권이었다.
컴플레인 수치가 위험 수준에 이르거나 판매량이 급감하지 않는 한 DVD만 따로 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무리 욕을 해 봐라, 내가 따로 파나.’
현성이 계속해서 구매평을 읽어 나갔다.
그러던 중 VVIP 고객님의 특별한 요구 사항이 접수되었다.
‘이런 것도 수요가 있을 줄은 몰랐네.’
XXX사의 TV와 DVD 플레이어 세트 – 일반 등급
-드라마 X온 그대 전편이 들어 있다.
-판매자 : 최현성
-판매가 : 599,999,999 포인트
베스트 구매평
백화 –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혹시 자장면이나 탕수육 같은 음식 판매는 안 하시나요? 소주나 맥주 같은 술도 한번 먹어 보고 싶습니다. 삼겹살, 떡볶이, 순대, 감자탕, 김치찌개, 된장찌개, 치킨, 햄버거, 피자, 라면 같은 음식도 판매해 주세요. 꼭 한번 먹어 보고 싶습니다.
↳ 고든부르 – 저도 먹어 보고 싶어요. 음식 종류도 좀 판매해 주세요.
↳ 사드비이 – 저도 구입 희망합니다.
↳ 비파르 – 저도 구입 희망해요. 좀 비싸도 괜찮으니까 팔아 주세요.
……후략……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포인트가 쌓이자 현성의 판매창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 결과 현재는 5,000개의 물품을 판매창에 올릴 수 있었다.
루시아는 현성보다는 부족해서 2,000개의 판매창을 가지고 있었다.
총 7,000개의 물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히 중복되는 물품을 계속해서 올려도 판매창이 남아돌았다.
‘팔아, 말아?’
현성은 이미 PPL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옷, 시계, 가방, 구두 등등 종류도 다양했다.
솔직히 소주나 맥주 같은 주류는 지금 당장이라도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음식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단순하게 대량 구매해 판매할 수가 없었다.
식당에서 주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루시아는 어떻게 생각해요?”
현성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던 루시아가 입을 열었다.
“일단 완제품 위주로 판매해 간을 좀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면이나 냉동식품 같은 거요?”
“예, 전자레인지도 팔아먹을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습니다.”
“음, 괜찮겠네요.”
가격을 그렇게 비싸게 책정할 수는 없겠지만, 어차피 판매창이 남으니 박리다매를 노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아, 물론 비싸게 책정하지 않는다는 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기준이다.
그러니 원래 판매가에 비해서는 어마어마한 고가인 게 당연했다.
* * *
“올라왔어!”
백화의 눈빛이 번뜩였다.
XX사의 컵라면 – 일반 등급
-XX사의 컵라면.
-뜨거운 물을 붓고 3분 뒤 먹을 수 있다.
-판매자 : 최현성
-판매가 : 9,999,999포인트
-XX사의 컵라면 - 일반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가격도 저렴했다.
백화는 곧바로 예를 눌렀다.
그 후 연속적으로 다른 물품들도 구입하기 시작했다.
소주, 맥주, 냉동 치킨, 냉동 만두, 냉동 떡볶이 등등.
구입한 물건은 일단 아공간에 넣어 뒀다.
‘치맥을 먹어 봐야지.’
백화는 냉동 치킨과 맥주를 첫 번째 시식 대상으로 정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전자레인지가 필요하잖아?’
냉동 치킨을 데우기 위해서는 전자레인지라는 물건이 필요했다.
백화가 구매창을 훑어봤다.
‘있다.’
전자레인지가 있었다.
XX사의 전자레인지 – 일반 등급
-쾌속 해동, 자동 조리 기능을 갖추고 있다.
-판매자 : 최현성
-판매가 : 199,999,999포인트
-XX사의 전자레인지 - 일반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곧바로 예를 누르고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에 코드를 꽂았다.
그 후 냉동 치킨을 넣고 자동 조리를 눌렀다.
잠시 후 맛있는 냄새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띵!
조리가 끝났다.
백화는 곧바로 냉동 치킨을 꺼내 시식에 들어갔다.
‘상당히 독특한 맛이네.’
맥주와의 궁합도 상당히 좋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DVD에서 봤던 것과는 생김새가 달라.’
먹을 때 나는 소리도 달랐다.
식감 역시 바삭한 식감이 아니라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백화는 바로 코멘트를 달았다.
냉동 치킨이 아닌 기름에 튀긴 치킨도 팔아 달라는 요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