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 성장시키기
현성은 신윤아와 함께 이모탈 길드의 본사 건물로 들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집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현성의 뒤를 따르는 기자들 때문에 집으로 갈 수가 없었다.
“정말 대활약을 하고 오셨네요.”
길드 본사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강선영 길드장이 웃는 얼굴로 현성을 반겼다.
일본에서 방송된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보고 강선영 길드장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현성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현성이 오크 대족장 레이드와 오크 주술사 레이드에서 보여 준 활약만으로도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한데 이번에는 다른 플레이어의 도움 없이 혼자서 전설 등급 몬스터가 포함된 영웅 등급 몬스터를 싹 쓸어버렸다.
강선영 길드장은 현성 하나만 믿고 30조 스톤 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현명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이모탈 길드로 세계 각국의 투자 제의가 들어오고 있었다.
달러, 스톤 달러, 엔화, 위안화, 유로화 등등.
세계 각국에서 돈을 주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투자 제의로 들어온 자금을 원화로 환산하면 무려 100조 원이 넘었다.
물론 찔러보기식으로 제의가 들어온 만큼 어느 정도 허수를 포함해야 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어마어마한 거액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강선영 길드장은 일단 모두 거절했다.
길드 자금 운영에 관해서는 현성의 뜻에 따라야 했다.
현성이 자율에 맡긴다고 해도 굳이 투자금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투자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드 운영은 좀 편해지셨나요?”
“물론입니다. 뭐 기자들이 좀 귀찮게 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현성은 강선영 길드장과 일본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간단하게 사정 설명이 끝나고 이모탈 길드의 운영 문제가 나왔다.
“이모탈 길드에 투자하고 싶다는 제의가 상당히 많이 들어왔습니다.”
“싹 다 거절하세요.”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한다.
이모탈 길드에 투자를 원하는 이들의 꿍꿍이야 뻔했다.
이모탈 길드의 지분이나 운영권을 탐내는 것이리라.
“이미 그렇게 조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길드 가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랭커 및 고레벨 플레이어 들이 이모탈 길드 가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모두 받아들이세요. 이참에 해외 지부도 세우죠.”
랭커 및 고레벨 플레이어를 포섭해 손해 볼 일은 없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랭커 및 고레벨 플레이어 들은 어느 정도 기본 대우를 해 줘야 합니다. 또 해외 지부를 세우려면 한 번에 많은 자금이 들어갑니다.”
결국 돈이 문제라는 이야기였다.
“그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현성은 일본 원정에서 막대한 돈을 벌었다.
아이템은 고유 스킬을 이용해 판매할 계획이지만, 마석은 현실에서 판매할 계획이었다.
물론 그래도 돈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이다.
현성이 설립한 해외 투자회사에 투자 문의가 빗발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강선영 길드장과 길드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 * *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에서는 며칠째 연속으로 회의가 이루어졌다.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CIA 국장의 말에 윌슨 대통령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어느 나란가?”
“중국입니다.”
CIA 국장의 말에 윌슨 대통령을 포함한 참모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중국이라니, 그게 정말인가?”
“중국은 최현성 플레이어와 악연만 있는 나라가 아닙니까?”
“일면식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그런 거액을 투자했단 말입니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게.”
윌슨 대통령의 채근에 CIA 국장이 브리핑을 시작했다.
“현재 중국의 정권을 잡은 건 마분석입니다. 직책은 부주석이지만 주석이 허수아비인 만큼 실질적 중국의 1인자입니다.”
마분석은 다섯 번째 전설 등급 몬스터 랫맨 레이드 이후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마분석 부주석의 주도하에 중국은 공식적으로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본인 및 가족의 납치 및 살해 시도를 사과했습니다. 한데 단순히 사과만 하고 끝난 게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밀약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밀약? 그게 무슨 말인가?”
윌슨 대통령이 화들짝 놀라 물었다.
“공식적인 사과 이후 최현성 플레이어가 만든 국제 투자회사로 30조 스톤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었습니다. 중국으로서도 상당히 무리를 했던 것 같습니다.”
30조 스톤 달러는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특히 2차 대격변과 이무기 사태와 랫맨 사태를 겪은 중국으로서는 엄청난 출혈이었다.
“피해 보상금이라고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군.”
중국이라는 나라가 그런 거액의 피해 보상금을 줄 나라도 아니지만, 설사 준다고 해도 액수가 너무 컸다.
또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30조 스톤 달러를 주고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맞습니다. 그 후 최현성 플레이어는 그 금액으로 지금의 이모탈 길드를 만들었습니다. 한데 그 사실을 철저하게 비밀로 부쳤습니다.”
“보통 사이가 아니군.”
단순히 신용만으로 30조 스톤 달러라는 거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전설 등급 몬스터 슬레이어로서의 동질감이라도 있는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급작스럽지 않습니까?”
“어쩌면 중국이 최현성 플레이어의 숨겨 놓은 실력을 파악하고 납작 엎드린 걸 수도 있습니다.”
참모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조용!”
윌슨 대통령의 외침에 참모들이 일제히 입을 닫았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왈가왈부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네. 지금 중요한 건 최현성 플레이어와 돈독한 친분을 쌓는 일이야.”
최현성 플레이어라는 인물의 중요도가 달라졌다.
현성은 전에도 미국이 꼭 포섭해야 하는 독보적인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호의를 사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가진 레이드 능력도 능력이지만 일개 개인이 소유했다고 보기 힘든 무력이 문제였다.
미국 정보부가 판단할 때 최현성 플레이어의 무력은 단신으로 국가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라고 추정되고 있었다.
최현성 플레이어는 걸어 다니는 전략 병기나 다름이 없었다.
“최현성 플레이어와 중국이 무슨 밀약을 맺었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겠나?”
윌슨 대통령의 물음에 CIA 국장이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CIA 동북아시아 요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돈을 매개로 한 관계인 만큼 충분히 끼어들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30조 스톤 달러를 아무런 대가 없이 무상으로 투자했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일단 100조 스톤 달러를 제시해 보게.”
“100조 스톤 달러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그냥 달러를 원한다면 1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게.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를 확실히 받아 내야 하네.”
1조 달러는 미국 1년 국방 예산에 버금가는 거액이다.
하지만 그 정도 금액을 투자해서라도 최현성 플레이어와 끈끈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무조건 이득이다.
앞으로 미국에 등장할 전설 등급 몬스터를 모조리 조기 박멸할 수만 있다면 1조 달러가 아니라 2조, 3조 달러라도 얼마든지 내어 줄 수 있었다.
* * *
주한미국대사가 비공식적으로 이모탈 길드를 방문했다.
“갑자기 어쩐 일이세요?”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현성과 주한미국대사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윌슨 대통령님의 뜻을 전해 드리기 위해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윌슨 대통령님요?”
윌슨 대통령 역시 현성과 일면식이 없었다.
“이번에 이모탈 길드를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면서 많은 애로 사항이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금전적으로 말입니다.”
“뭐, 그렇기는 하죠. 미국에서 투자해 주시려고요?”
“최현성 플레이어께서 허락만 해 주신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돈 싸 들고 온 사람이 투자할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한다.
‘나쁠 건 없지.’
이모탈 길드 확장은 천천히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잡아먹을 예정이었다.
“얼마 정도 투자를 하시려고요?”
“100조 스톤 달러입니다.”
순간적으로 현성의 몸이 굳어졌다.
“얼마라고요?”
“100조 스톤 달러입니다. 그냥 달러를 원하신다면 1조 달러를 지급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원이 아니라 스톤 달러와 달러다.
‘미국 놈들 스케일이 장난이 아니네.’
마분석에게 30조 스톤 달러를 뜯어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마분석이 현성의 똘마니 2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런데 현성과 특별한 접점이 없는 미국이 무려 100조 스톤 달러를 제시했다.
“음…….”
현성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정도 돈이면 그 일을 실행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부족하시다면 투자금을 더 늘려 드릴 수도 있습니다.”
100조 스톤 달러가 부족하면 더 말해라, 그럼 더 주겠다.
100조 스톤 달러는 한국 돈으로 무려 1,000조 원이다.
‘천조국, 천조국하더니 진짜 천조를 쏘네.’
현성으로서도 기가 질릴 정도였다.
“요구 조건이 뭡니까?”
현성이 직설적으로 물었다.
“최대한 오래 미국에 머물러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겸사겸사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하면 레이드도 해 주시고요.”
“휴가 삼아 미국에 놀러 갈 수는 있지만 아예 눌러살 생각은 없는데요?”
“그때를 대비한 대책 또한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미국에 사라라는 이름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장거리 공간 이동이라는 독특한 영웅 등급 스킬을 가지고 있죠.”
“장거리 공간 이동 스킬요?”
“예, 몇몇 장소를 지정해 자유자재로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그녀의 스킬을 사용하면 한국과 미국을 눈 깜짝할 사이에 오갈 수 있죠.”
‘장거리 공간 이동 스크롤이 스킬로 구현된 건가?’
100억 포인트짜리 영웅 등급 소모형 아이템인 장거리 공간 이동 스크롤과 효과가 똑같았다.
“미국에 문제가 생기면 그녀를 이모탈 길드로 보내겠습니다.”
미국이 영웅 등급 몬스터로 문제가 생길 리는 없다.
이건 전설 등급 몬스터가 나타났을 때를 대비한 조치였다.
“그거면 되겠습니까?”
현성이 물었다.
“물론입니다. 미국 연방정부는 그 무엇보다도 자국민들의 안전을 우선시합니다.”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현성에게도 이득이었다.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인 것이다.
“좋습니다. 수락하죠.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말씀하시지요.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주한미국대사가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스톤 달러나 달러 대신 스킬북으로 받고 싶습니다.”
“예?”
“100조 스톤 달러어치의 회복 계열 스킬북, 방어 계열 스킬북, 뇌전 계열 스킬북, 화염 계열 스킬북을 원합니다.”
현성의 말에 주한미국대사가 표정을 굳혔다.
“최현성 플레이어, 미국 연방정부가 지급하겠다고 한 돈은 어디까지나 투자금입니다.”
현성에게 마음대로 쓰라고 주는 돈이 아니다.
언제든지 회수가 가능한 투자금이다.
“미국이랑 제 사이가 틀어지지 않는 이상 투자금 회수를 요청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제 착각이었나요?”
현성의 물음에 주한미국대사가 잠시 고심했다.
전권을 위임받고 오긴 했지만 이건 자신의 선택 권한을 넘어선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망설일 수는 없었다.
“당연히 착각이 아닙니다. 최현성 플레이어와 우리의 우정이 영원하다면 미국 연방정부가 투자금 회수를 요청할 일은 영원히 없을 겁니다.”
윌슨 대통령의 특명은 어떻게든 플레이어 최현성에게 투자금 100조 스톤 달러를 안기고 오라는 것이었다.
굳이 돈이 아니라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물건이라 해도 문제 될 건 없었다.
100조 스톤 달러는 어차피 현성과 미국을 강하게 묶기 위한 연결 고리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더 잘된 거야.’
현성은 당분간 100조 스톤 달러를 돌려줄 여력이 없다.
그 말인즉 당분간은 양쪽의 관계에서 미국이 우세에 설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성과 주한미국대사가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 * *
현성이 미국 연방정부와 정식으로 투자 계약서를 작성했다.
투자금은 100조 스톤 달러.
이 사실이 공표되자 전 세계는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개인에게 100조 스톤 달러를 투자한다는 발상조차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성에게 온갖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미국에서는 1조 달러의 플레이어로 불렸고, 한국에서 천조인 또는 천조원의 플레이어라고 불렸다.
그 전까지 현성의 별명은 뇌신, 뇌제, 천둥의 신, 토르 등등 주로 번개와 관련되어 있었다.
물론 10,000 대 1의 플레이어 같은 별명도 있기는 했다.
한데 여기에 1조 달러의 플레이어와와 천조인 또는 천조원의 플레이어가 추가된 것이다.
현성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러는 사이 전 세계의 회복 계열 스킬북, 방어 계열 스킬북, 뇌전 계열 스킬북, 화염 계열 스킬북 가격이 조용히 상승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현성을 대신해 100조 스톤 달러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스킬북을 구입해 주는 일도 대신 떠안았다.
일종의 서비스였다.
물론 그 점은 비공개로 했다.
미국은 CIA까지 동원해 최대한 조용히 스킬북을 구매했다.
무차별적으로 스킬북을 매입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천천히 가격이 상승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구입된 스킬북들은 미군의 호위를 받으며 이모탈 길드의 본부로 옮겨졌다.
중국을 누르고 현성의 첫 번째 파트너가 되기 위한 미국의 눈물겨운 노력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미 현성의 것이나 다름없는 중국을 미국이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패시브 스킬 재생의 바람 – 일반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전설 등급이 패시브 스킬북 재생의 바람 - 일반 등급을 흡수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강철 피부 – 희귀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왕의 갑옷 - 유일 전설 등급이 패시브 스킬북 강철 피부 - 희귀 등급을 흡수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왕의 갑옷 - 유일 전설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후략……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 창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지겹다.’
마치 기계처럼 스킬북을 들어 습득 메시지가 나오면 ‘예’를 누른다.
벌써 몇 시간째 이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휴!”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다 흡수했다.
‘사흘 후에 또 온다고 했지.’
그동안은 던전에서 사냥을 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런데 이거 성장하고 있는 거 맞아?’
성장했다는 메시지는 계속 떠오른다.
그런데 스킬북의 수준이 낮다 보니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질이 안 되면 양으로라도 밀어붙여야지.’
일반 등급, 희귀 등급, 영웅 등급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습득해 물량 공세를 펼치면 등급이 올라가지 않겠는가.
‘여기에 투자한 돈이 1천조 원이야.’
아무리 연비가 안 좋아도 1천조 원을 때려 부으면 성과가 있지 않겠는가?
‘이제 시작이야.’
미국 연방정부는 석 달은 있어야 100조 스톤 달러를 다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해 왔다.
스킬북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다.
물론 아무리 조심스럽게 구입을 해도 스킬북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폭을 최대한 낮추는 게 미국 연방정부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노력을 현성에게 구구절절하게 설명했다.
마치 현성보고 감동이라도 받으라는 듯이 말이다.
다행히 그 노력은 어느 정도 빛을 발했다.
현성은 미국을 꽤 괜찮은 파트너로 인식했으니까 말이다.
‘사냥이나 가자.’
현성이 홀가분하게 길드 본부를 나섰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현성은 비공식적으로 미국으로 넘어가 사냥에 열중했다.
중간중간 한국을 오가며 물건을 보급하고 스킬북을 익혔다.
-크아아아앙!
거대한 덩치의 미노타우로스가 포효를 터트리며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서걱!
용혈검이 말끔하게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베어 냈다.
쿠웅!
커다란 소음과 함께 미노타우로스의 몸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놈들은 몰이사냥이 쉽지가 않네요.”
“단독생활을 하는 개체니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주군.”
“이놈한테 도대체 얼마나 시간을 쏟는 건지.”
현성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영웅 등급 몬스터 중에는 단독생활을 하는 개체들이 많았다.
그런 경우는 1만 마리를 채워 학살자 업적을 얻는 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만 돌아가시죠. 오늘이 마지막으로 스킬북을 회수하는 날입니다.”
“그래야겠네요.”
현성이 루시아와 함께 던전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장거리 이동용 스크롤을 이용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모탈 길드 본사.
현성이 작은 동산을 이룬 스킬북들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무려 100조 스톤 달러다.
그렇게 엄청난 돈을 들여 닥치는 대로 스킬북을 습득했지만 아직까지 단 1개의 스킬도 신화 등급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이게 마지막이야.’
이다음부터는 사냥을 하다 나오는 스킬북을 습득해 익히거나 추가로 포인트나 돈을 주고 구입을 해야 했다.
현성이 스킬북들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흡수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킬북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수록 현성도 점점 초조해졌다.
사실 스킬북을 습득하는 것 자체가 손해는 아니다.
성장했다는 메시지가 뜨면 개미 눈물만큼이라도 스킬의 위력이 강해지니까 말이다.
하지만 효율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게 단점이었다.
‘거의 끝나 가는데…….’
작은 동산처럼 쌓여 있던 스킬북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였다.
-패시브 스킬 자연의 회복력 - 희귀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전설 등급이 패시브 스킬 자연의 회복력 - 희귀 등급을 흡수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전설 등급이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준신화 등급으로 성장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어?’
근데 뭔가 이상했다.
‘준신화 등급?’
아니, 전설 등급이면 전설 등급이고 신화 등급이면 신화 등급이지 준신화 등급은 뭐라는 말인가.
현성이 일단 불사의 서 정보를 확인했다.
불사의 서 - 유일 준신화 등급
-패시브 스킬북
-신체가 완벽하게 소멸되지 않는 한 죽지 않습니다.
-모든 상처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성장형 스킬입니다.
스킬 정보는 더 심플해졌다.
‘신체가 완벽하게 소멸되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고?’
머리와 심장 둘 중 하나가 파괴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페널티가 사라졌다.
이건 거의 불사신이 되었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현성은 계속해서 스킬북들을 흡수했다.
스킬북 흡수가 거의 끝나 갈 무렵.
다시금 성장 메시지가 떠올랐다.
-액티브 스킬 체인 라이트닝 - 희귀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룡의 숨결 – 유일 전설 등급이 액티브 스킬 체인 라이트닝 - 희귀 등급을 흡수하였습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룡의 숨결 - 유일 전설 등급이 액티브 스킬 흑뢰룡의 숨결 - 유일 준신화 등급으로 성장했습니다.
‘이것도 준신화 등급이네. 단순히 하위 스킬북만 흡수해서는 온전한 신화 등급이 될 수 없다는 건가?’
조금 골치가 아팠다.
현성이 흑뢰룡의 숨결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흑뢰룡의 숨결 - 유일 준신화 등급
-액티브 스킬북
-마력의 성질을 암흑 속성으로 변화시킵니다.
-공격 계열 스킬의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치유 계열 스킬의 위력이 대폭 떨어집니다.
-시전자의 체력과 마력을 동시에 소모해 발동합니다.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흑뢰를 부립니다.
-모든 스킬과 행동이 뇌전의 힘을 부여받습니다.
-흑뢰룡의 숨결에 적중당한 적들의 신체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킵니다.
-몬스터나 타 플레이어가 사용한 뇌전 계열 스킬의 지배권을 빼앗아 올 수 있습니다.
-쿨타임이 존재하지 않는 스킬입니다.
-뇌전 계열 스킬과 아이템을 흡수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유일 전설 등급이었을 때와 비교해서 추가된 건 단 하나뿐이었다.
‘몬스터나 타 플레이어가 사용한 뇌전 계열 스킬의 지배권을 빼앗아 올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현성은 일단 남은 스킬북들을 모두 흡수했다.
하지만 추가 변화는 없었다.
100조 스톤 달러를 투자했지만 성장한 스킬은 불사의 서와 흑뢰룡의 숨결 단 2개뿐이었다.
살짝 아쉽기는 했다.
현성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성장형 스킬 4개가 모두 다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과한 욕심이었던 모양이다.
‘두 개만 해도 어디냐.’
현성이 썬더 라이온 던전으로 향했다.
불사의 서는 테스트할 방법이 없지만 흑뢰룡의 숨결은 가능했다.
-크아아아앙!
던전에 도착한 현성을 반긴 것은 몬스터 썬더 라이온이었다.
썬더 라이온은 강력한 뇌전을 뿜어내는 몬스터였다.
파지지직!
현성을 향해 썬더 라이온이 날린 뇌전이 날아들었다.
‘어라?’
분명 지금 현성은 흑뢰룡의 숨결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한데 흑뢰룡의 숨결을 사용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성이 흑뢰룡의 숨결을 조종하듯 자신에게 날아든 뇌전에 의지를 담았다.
휘리리릭!
썬더 라이온이 날린 뇌전이 흑뢰룡의 숨결처럼 현성의 몸을 휘감았다.
‘이거 좋은데?’
마력 소모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미미했다.
현성이 자신의 지배하에 들어온 뇌전을 썬더 라이온에게 날려 보냈다.
썬더 라이온이 재빨리 다시금 뇌전을 뿜어냈다.
‘이것도 되려나?’
현성이 썬더 라이온이 뿜어낸 뇌전에 의지를 보냈다.
그 순간 현성이 날린 뇌전을 막기 위해 날아가던 뇌전이 방향을 바꿔 썬더 라이온을 향해 날아갔다.
꽈아아앙!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오며 썬더 라이온의 몸이 숯덩이로 변했다.
자신이 날린 뇌전에 자신이 맞아 죽은 것이다.
현성은 테스트를 좀 더 이어 나갔다.
도발 스킬을 사용해 썬더 라이온 수십 마리를 끌어모았다.
파지지직!
수십 마리의 썬더 라이온이 날린 뇌전이 현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현성의 의지에 따라 썬더 라이온들이 날린 뇌전이 고스란히 되돌아갔다.
꽈아아아앙!
썬더 라이온들이 자신이 날린 뇌전 공격에 적중당해 바닥을 나뒹굴었다.
‘반경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꽤 쓸 만하네.’
현성의 마력이 닿을 수 있는 거리.
그 안에서라면 썬더 라이온들이 뿜어내는 뇌전의 지배권을 빼앗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진작 성장했으면 골드 이글 잡을 때 그 고생을 안 했을 텐데.’
물론 전설 등급 몬스터가 날린 스킬을 온전히 빼앗아 올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골드 이글의 마력 통제력은 상당히 뛰어났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
‘스킬 위력도 테스트를 해 볼까?’
현성이 흑뢰룡의 숨결을 사용했다.
파지지직!
칠흑빛 뇌전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꽈아아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살아남은 썬더 라이온들이 그대로 숯덩이가 되어 버렸다.
‘오호.’
투자하는 체력과 마력 대비 스킬 위력이 월등히 상승했다.
‘확실히 급이 다르구나.’
비록 ‘준’이라는 말이 붙어 있기는 해도, 확실히 신화 등급은 신화 등급이었다.
전설 등급과는 그 격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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