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권. 인터넷 스타 (66/225)
  • ┃인터넷 스타

    현성은 상황을 정리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청와대에 연락해 왜 이모탈 길드에 연락이 오지 않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조사가 시작되었고, 던전 관리청 직원들과 오성 그룹 간의 검은 거래가 세상에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오성 길드가 업무 위탁 계약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 고의적으로 상부에 보고를 누락했다.

    오성 길드가 쉽게 끝날 수 있는 사태를 키웠다.

    와이번 던전에서 발생한 몬스터 웨이브는 천재가 아닌 인재였다.

    조사 결과가 드러나자 난리가 났다.

    여론이 들끓었다.

    오성 길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갔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플레이어가 있었다.

    바로 검은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

    홀로 수백 마리의 와이번 무리를 쓸어버리며 상황을 종료시킨 플레이어에 대한 문의가 줄을 이었다.

    청와대는 검은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의 정확한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대략적인 정보는 공개했다.

    이무기 레이드, 오크 대족장 레이드, 오크 주술사 레이드, 레드 드래곤 레이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실력자다.

    그리고 그 플레이어는 현재 이모탈 길드에 속해 있다.

    청와대가 공개한 정보에 난리가 났다.

    거대 길드를 지지하던 여론이 순식간에 이모탈 길드로 돌아섰다.

    그와 동시에 신생 길드인 이모탈 길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했다.

    “그런 와중에 누가 촬영을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요.”

    현성이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하하하, 우리 이모탈 길드에게는 잘된 일입니다.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강선영 길드장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지성규라는 스트리머가 찍은 현성의 전투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 수 5억을 돌파했다.

    댓글만 30만 개가 넘었다.

    아마 지금쯤은 10억을 찍었을지도 몰랐다.

    지성규는 이모탈 길드에 광고 수익 전액을 넘기겠다고 연락을 취해 왔다.

    현성은 관례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분배하겠다고 했고, 지성규는 뛸 뜻이 기뻐했다.

    “그나마 얼굴은 안 팔려서 다행입니다.”

    현성은 그 사실에 진심으로 안도했다.

    마왕의 갑주 세트에는 당연히 헬멧이 포함되어 있었다.

    안면 보호를 위해 현성은 당연히 전투 시 항상 헬멧을 착용한다.

    솔직히 말해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얼굴이 찍혔다면 현성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될 기회였는데 아쉽지 않으십니까?”

    강선영 길드장의 농담에 현성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쉬운 감정은 단 1그램도 없었다.

    “그나저나 현성 씨의 실력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엄청나게 강해지셨더군요. 도대체 언제 그렇게 사냥을 열심히 하신 겁니까?”

    강선영 길드장이 놀랍다는 듯 물었다.

    현성은 대외적으로 오크 대족장 레이드와 오크 주술사 레이드 이후 계속해서 칩거해 있었다.

    던전에 출입한 기록도 몇 차례 되지 않았다.

    한데 오크 대족장이나 오크 주술사를 상대했을 때보다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솔직히 말해, 같은 플레이어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과거에도 현성은 강했다.

    하지만 오크 대족장 레이드와 오크 주술사 레이드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수백에 달하는 와이번 무리를 일거에 쓸어버리다니.

    그러고도 마력이 남아 부상당한 플레이어와 일반인 들을 치료해 줬다.

    그날 현성의 치료 스킬을 통해 목숨을 건진 사람만 수백 명이 넘는다.

    마력이 온전한 상태의 랭커급 힐러도 할 수 없는 일을 현성이 해낸 것이다.

    “비밀입니다.”

    현성이 짧게 답변했다.

    “이거 서운합니다.”

    강선영 길드장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서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강선영 길드장은 기뻤다.

    이렇게 강한 플레이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또 그 플레이어는 조국에 대한 불타는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아, 물론 후자는 강선영 길드장의 오해였다.

    “현성 씨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비밀이 많다는 사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현성은 처음 플레이어 협회와 계약을 했을 때부터 비밀이 많았다.

    강선영은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으로서 현성의 비밀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캐내고 싶어 했다.

    현성이 감춘다고 최대한 노력하기는 했다.

    하지만 플레이어 협회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은 그럴지도 모르지만 강선영이 협회장으로 있었을 당시에는 아니었다.

    당연히 우시아와 백우신 그리고 현성의 아버지 최형규의 폭발적인 성장을 인지하고 있었다.

    현성이 척살대로 끌어들인 이들의 놀라운 성장 또한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불문에 부쳤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한 게 옳은 선택이었다.

    “굳이 현성 씨의 비밀을 캐낼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지금까지처럼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전 딱히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게 없는데요?”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일단 한국에 머무르고 있으시지 않습니까? 타국으로 이민 갈 생각도 없으시고요. 거기다 이번 와이번 던전 몬스터 웨이브 사태 때 큰 활약을 하셨습니다. 그 전에 있었던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플레이어가 몬스터만 잘 잡으면 되지 뭘 더 바라겠습니까?”

    강선영 길드장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아저씨, 윤아 씨랑 같은 과는 맞는데 증상이 좀 심하셔.’

    신윤아는 애국심도 있었지만 플레이어 협회라는 조직에 더 큰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강선영 길드장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정이 뚝뚝 흘러넘쳤다.

    국민 입장에서는 플레이어 협회장이 아니라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 자리를 줘도 아깝지 않았다.

    뭐, 지금은 현성의 사람이 되었지만 말이다.

    “이모탈 길드에 대한 가입 문의가 넘치고 있습니다. 그렇게 스카우트해도 반응이 시큰둥하던 협회 직속 중저레벨 플레이어들의 반응도 폭발적이고요.”

    “당연히 그들을 다 받아들이겠네요?”

    현성의 물음에 강선영 길드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받아들일 예정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또 이모탈 길드로 데리고 오더라도 스카우트 조건을 이전보다 대폭 낮출 생각입니다.”

    “예?”

    현성이 화들짝 놀랐다.

    ‘이 양반이 뭘 잘못 먹었나?’

    절대 이런 말을 할 양반이 아닌데 왜 저러나 싶었다.

    “전 이제 더 이상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이 아닙니다. 국민의 혈세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금을 까먹고 있는 이모탈 길드의 길드장이죠. 애초에 현성 씨나 투자자분께 손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강선영 길드장이 애국심이 과하게 넘쳐흐르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사리분별 못 할 정도의 애국에 빠진 사람은 아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플레이어 협회의 협회장 자리에 앉지도 못했다.

    현성이 투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해 플레이어 협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도 된다고 허락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뜻이다.

    계속해서 손해가 발생하면 투자자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어쩌면 그게 현성을 옭아매는 그물이 될지도 모른다.

    현성은 대한민국의 보물이다.

    절대 미국에 빼앗길 수 없다.

    설사 투자자가 미국 연방정부가 아니더라도 강선영 길드장은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해를 끼칠 정도로 악인이 아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는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이모탈 길드의 위상은 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당연히 연봉도 달라지는 게 맞습니다. 또 투자할 가치가 있는 플레이어들은 받아들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들까지 품어 줄 생각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순순히 응했다면 모를까, 어려울 때는 오라고 해도 안 오다가 사정이 바뀌었다고 덥석 온다는 사람을 누가 반기겠는가.

    강선영 길드장도 사람이었다.

    또 그런 성향을 가진 플레이어가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 사람의 심성이라지만, 그걸 직접 경험하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강선영 길드장의 결정은 간단했다.

    그런 면을 감안하더라도 투자해야 할 가치가 있는 플레이어라면 스카우트한다.

    그리고 철저하게 부려 먹는다.

    그런 면을 감안할 실력이 없는 플레이어는 과감하게 버린다.

    “생각이 많이 바뀌셨네요. 그런데 외면했던 플레이어들 중에 정말 쓸 만한 보석이 나오시면 어쩌시려고요?”

    현성의 물음에 강선영 길드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그때 다시 스카우트 제안을 넣으면 됩니다. 대기업들이 많이 하던 짓인데, 사기업인 길드의 장이 되고 보니 그게 훨씬 더 효율적이긴 하더군요.”

    강선영의 대답에 현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맺혔다.

    강선영 길드장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변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이모탈 길드의 실질적인 오너인 현성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아, 하지만 정식으로 위탁 업체로 계약을 맺으면 상황이 달라지긴 할 겁니다. 그때는 정부 돈을 받아 운영하는 것이니 허투루 쓸 수 없지요.”

    “그건 강선영 길드장님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현성이 흔쾌히 대답했다.

    약간 변하기는 했지만 강선영 길드장은 여전히 강선영 길드장이었다.

    * * *

    오성 그룹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인터넷에서만 떠돌고 실효성 없는 불매운동이 아니었다.

    당장 전국 전자 제품 매장의 판매량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문제는 이게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현성의 전투 영상이 이슈가 되면서 덩달아 오성 그룹의 부정과 오성 길드의 부실한 대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전 세계적으로 오성 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오성 그룹은 이러다 회사가 망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꿀 좀 빨아 보려다 똥만 오지게 뒤집어쓴 것이다.

    결국 오성 길드는 업무 위탁 계약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 외에 드러난 비리에 대해서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겠다며 백기를 들었다.

    오성이 KO패를 선언하고 링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다른 거대 길드들은 물러서지 않고 청와대와의 힘겨루기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졌다.

    결국 업무 위탁 계약은 이모탈 길드에게 떨어졌다.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은 결과였다.

    ‘이제 그 양반한테 슬슬 연락이 올 텐데.’

    내일 아침 업무 위탁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그럼 성질 급한 박기만 대통령이 바로 시크릿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연락을 할 것이다.

    현성이 몸을 일으켰다.

    오늘 밤은 정의의 대도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현성은 그날 밤, 손쉽게 박기만 대통령과 이종만 장관에게 줬던 시크릿 통장을 회수했다.

    그와 더불어 그간 박기만 대통령과 이종만 장관이 모아 놓았던 비리 장부와 차명 계좌도 확보했다.

    현성은 일단 비리 장부와 차명 계좌 내역을 복사하고 그대로 놔뒀다.

    시크릿 통장은 미리 준비해 놨던 가짜로 바꿔치기 했다.

    박기만 대통령과 이종만 장관은 가짜 시크릿 통장을 진짜라고 믿을 것이다.

    ‘임기 1년도 안 되서 훅 가게 생겼네, 이 양반.’

    현성이 확인한 박기만 대통령의 비리는 상상을 초월했다.

    솔직히 말해 왜 정치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정도로 돈독이 올랐으면 차라리 사업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오죽하면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정식으로 정부와 이모탈 길드 간에 업무 위탁 계약이 체결되었다.

    계약 기간은 5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업무 위탁 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된다.

    정부 측에서는 이종만 장관이 나와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이모탈 길드 측에서는 강선영 길드장이 나와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강선영 길드장님.”

    이종만 장관이 먼저 웃는 낯으로 악수를 청해 왔다.

    그간 이종만 장관이 한 짓거리를 알고 있는 강선영 길드장으로서는 구토가 나올 정도로 역겨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그런 티를 낼 수는 없는 법.

    “저 역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종만 장관님.”

    강선영이 억지로 표정 관리를 하며 악수를 받았다.

    파파팍!

    카메라 플래시가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차원 게이트 관리부의 업무 위탁 계약은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최고의 이슈였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오늘 최고 이슈는 차원 게이트 관리부의 업무 위탁 계약이 차지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들썩일 정도로 아주아주 특별한 사고가 터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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