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권. 와이번 던전 몬스터 웨이브 (65/225)

┃와이번 던전 몬스터 웨이브

현성의 예상대로 난리가 났다.

아니, 개판이 되어 버렸다.

정치인들이 서로를 물고 뜯었다.

청와대는 특검을 통해 대기업과 언론사의 유착 관계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대기업은 박기만 대통령의 비리를 터트리며 여론을 끌어모았다.

‘잘됐네.’

똥 묻은 개 두 마리가 서로 물어뜯고 싸우니 똥이 풀풀 날렸다.

굳이 현성이 숨겨 놓은 정보를 풀지 않아도 양쪽 모두 만신창이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현성이 조금 더 가세하는 게 좋았다.

‘조금씩 풀어 보자.’

현성은 청와대와 대기업의 비리를 하나둘 인터넷을 통해 풀었다.

현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청와대는 대기업의 짓이라고 생각했고, 대기업은 청와대 짓이라고 생각했다.

청와대, 국회의원, 대기업, 언론.

네 곳의 비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거대 길드 편이었다.

그간의 정보 조작으로, 플레이어 협회는 무능한 비리의 상징이 되어 있었다.

반면 거대 길드는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 처리는 확실하게 한다는 인식이 국민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신생 길드인 이모탈 길드보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거대 길드가 낫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청와대 측에서 이모탈 길드의 전력이 거대 길드보다 뛰어나다고 홍보하기는 했지만 그건 플레이어들에게만 어필됐을 뿐이다.

일반인들은 어차피 방송에 나와 얼굴을 비춘 소수의 랭커들밖에 알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한 가지 사고가 터졌다.

* * *

350레벨대 와이번 던전.

와이번 던전은 오성 길드가 전용 던전처럼 이용하고 있는 고레벨 던전이다.

던전 내부에서는 오성 길드 소속 고레벨 플레이어 파티가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파이어 애로우!”

원거리 딜러의 공격에 던전 상공을 비행하고 있던 와이번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와이번이 원거리 딜러를 덮치기 전 탱커의 도발 스킬이 발동되었다.

-캬아아악!

도발 스킬에 걸린 와이번이 탱커에게 달려들었다.

화르르륵!

와이번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탱커와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굳건한 장벽!”

탱커가 방어 스킬을 사용해 동료들을 보호했다.

“체인 라이트닝!”

“파이어 스피어!”

탱커의 방어 스킬 안에 있던 원거리 딜러들이 일제히 스킬을 발동시켰다.

파지직!

화르륵!

순식간에 와이번의 두 날개가 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너덜너덜해졌다.

쿠웅!

지상으로 추락한 와이번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그리고 맹독을 품고 있는 꼬리를 휘두르며 맹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기동성이 최대 무기인 비행형 몬스터 와이번이 날개를 잃은 순간부터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서걱!

근접 딜러의 대도가 와이번의 목을 베어 냄으로 인해 전투가 끝났다.

전투를 끝마친 플레이어들이 휴식을 취했다.

슈우우욱!

그때 던전의 상공을 가로지르던 와이번 한 마리가 플레이어들을 발견하고 하강하기 시작했다.

“휴식 끝! 바로 사냥에 들어간다!”

외침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투준비를 갖췄다.

좀 더 휴식을 취해야 하기는 하지만 몬스터가 먼저 달려드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몬스터보고 잠시 후에 싸우자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긴장하는 이들은 없었다.

체력도 넉넉했고, 딜러와 힐러 들의 마력도 절반 이상 남아 있었다.

화르르륵!

와이번의 화염 브레스가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굳건한 장벽.”

탱커가 방어 스킬을 사용했다.

원거리 딜러들은 마력을 끌어모으며 공격 스킬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원거리 딜러들은 공격을 하지 못했다.

와이번의 화염 브레스가 탱커의 방어 스킬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며 플레이어들을 덮쳤기 때문이다.

“아아악!”

“살려 줘!”

몸에 불이 붙은 플레이어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콰직!

와이번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플레이어들을 덮쳤다.

맹독을 품은 꼬리가 플레이어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파티 하나가 괴멸했다.

하지만 다행히 전멸하지는 않았다.

탱커와 힐러가 살아남은 것이다.

힐러는 자신의 몸에 치료 스킬을 시전해 상처를 치료했다.

그 후 본능적으로 탱커에게 치료 스킬을 시전했다.

하지만 힐러와 탱커가 몸을 회복하는 동안 파티원들은 전멸한 상태.

그 둘은 던전 출입구 쪽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다행히 무사히 던전을 빠져나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350레벨 와이번 던전에서 규격 외 레벨의 몬스터 레드 와이번이 등장했다.

원래대로라면 플레이어 협회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 플레이어 협회는 이번 사고에 대응할 능력이 없었다.

350~360레벨의 고레벨 플레이어로 구성된 9인 파티가 순식간에 전멸했다.

규격 외 몬스터 레드 와이번의 추정 레벨은 최소 300레벨 후반에서 최대 400레벨 초반.

전 같으면 신윤아가 이끄는 감찰팀이나 다른 팀장이 이끄는 전투팀이, 혹은 지원팀이 출동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플레이어 협회에는 더 이상 감찰팀, 전투팀, 지원팀 같은 랭커와 고레벨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팀이 존재하지 않았다.

규격 외 레벨의 몬스터 와이번을 퇴치할 만한 고레벨 플레이어가 없는 것이다.

차원 게이트 관리부는 문제가 생길 경우 이모탈 길드에 연락을 취해 도움을 받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제는 사고가 터진 장소가 오성 길드가 전용 던전처럼 사용하던 와이번 던전이라는 점이었다.

“당장 오성 길드에 연락해!”

던전 관리청 소속인 던전 출입구 관리인들은 차원 게이트 관리부의 지침을 어기고 사고 사실을 이모탈 길드가 아닌 오성 길드에 보고했다.

정부와 대기업은 현재 업무 위탁 운영권을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 중이다.

던전 관리청은 정부 기관이다.

상식적으로 상부 기관인 차원 게이트 관리부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던전 관리청은 비리가 만연한 기관이었다.

특히 대기업의 입김이 강하게 미쳤다.

오성 길드가 전용 던전처럼 사용하는 와이번 던전의 경우 출입구 관리인들은 소속만 정부 공무원이지 사실상 오성 길드의 수족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대기업들은 사고가 터지면 이모탈 길드가 아닌 자신들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던전 관리청 직원들을 매수해 놓은 상태였다.

업무 위탁 운영권을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조치였다.

문제는 와이번 던전을 관리하던 던전 관리청 직원들의 연락을 받은 오성 길드의 대응이 엉망진창이라는 점이었다.

플레이어 협회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각 팀을 유기적으로 운영했다.

랭커가 포함된 고레벨 파티 한 팀이 던전에서 사냥 중이면 다른 한 팀은 던전 밖에서 대기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오성 길드에는 그런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당장 랭커 및 고레벨 플레이어들 소집해!”

“한 팀을 제외하고 모두 연락 두절입니다! 던전에서 사냥 중인 것 같습니다!”

“다른 거대 길드에 지원 요청해!”

“알겠습니다!”

다급해진 오성 길드가 다른 거대 길드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장 지원 올 수 있는 병력이 없답니다!”

“뭐? 도대체 왜?”

“그게 랭커와 고레벨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파티가 모두 던전에서 사냥 중이라고…….”

오성 길드가 이 모양 이 꼴인데, 그 나물에 그 밥인 다른 거대 길드가 정상적인 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놨을 리 없었다.

웬만한 중저레벨 던전이었다면 던전에 출입하지 않은 고레벨 플레이어 파티 몇 개만 있었어도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고가 터진 와이번 던전의 레벨이 문제였다.

어설프게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끌어모아 투입해 봤자 피해만 커질 게 뻔했다.

오성 길드는 일단 던전에 있던 길드원들을 탈출시키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규격 외 몬스터 레드 와이번들이 다른 와이번들을 끌어모아 던전을 휩쓸며 고레벨 플레이어 파티를 각개격파 했기 때문이다.

오성 길드가 민첩 수치가 높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동원해 규격 외 몬스터 레드 와이번의 출현을 알리기도 전에 수많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죽어 나갔다.

그 후 레드 와이번이 다른 와이번들을 이끌고 던전 밖으로 빠져나왔다.

몬스터 웨이브가 벌어진 것이다.

* * *

‘이게 뭐야?’

갑자기 터진 몬스터 웨이브 소식을 들은 현성이 기겁했다.

중저레벨 던전도 아니고 무려 영웅 등급 고레벨 던전에서 발생한 몬스터 웨이브였다.

현성이 바로 아이템을 착용하고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연속적으로 사용해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도대체 초기 대응을 어떻게 했기에 이 난리가 난 거야?’

새롭게 열린 차원 게이트가 문제가 된 게 아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던전에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고는 최근 5년간 오크 던전을 제외하고 단 한 건도 발생한 적이 없었다.

2차 대격변으로 난리가 났을 때도 한국은 기존에 존재하던 던전의 몬스터 웨이브를 최대한 잘 억제했다.

‘전설 등급 몬스터라도 나타난 건가?’

현재로서는 그럴 확률이 가장 높았다.

위이이잉!

스마트폰이 진동을 했다.

신윤아였다.

“네, 윤아 씨.”

-현성 씨, 소식 들으셨어요?

“들었습니다. 지금 사건 현장으로 이동 중입니다.”

-저도 팀원들 데리고 이동 중이에요. 우리한테 연락했으면 충분히 초기 대응이 되었을 텐데, 왜 연락을 안 한 건지…….

신윤아가 울분을 터트렸다.

현성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던전 출입구 관리인들이 상부의 지시를 묵살한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현성 씨는 얼마나 남으셨어요?

“대략 3분 정도 후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저보다 빠르네요. 일반 국민들의 피해가 커지지 않게 최대한 빨리 해결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났다.

현성이 마력을 물 쓰듯이 사용하며 공간 이동 스킬을 연속적으로 발동시켰다.

영웅 등급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10개도 넘게 가지고 있는 현성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예였다.

멀리서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 던전이 보였다.

‘오성 길드 놈들 대응 능력이 완전 엉망이네.’

아직도 던전 입구를 봉쇄하지 못했다.

개방된 던전 입구 쪽 차원 게이트에서 와이번들이 끊임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완전 개판이네.’

와이번 무리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건물이 무너지고 불타오른다.

오성 길드 소속으로 보이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몬스터 웨이브를 종결시키기는커녕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형국이었다.

현성이 용혈검을 뽑아 들었다.

슈욱!

그와 함께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사용해 와이번의 등으로 이동했다.

콰직!

-캬악!

용혈검이 일 검에 와이번의 심장을 꿰뚫었다.

와이번 역시 용종 몬스터.

용혈검의 공격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슈욱! 슈욱!

현성이 연속적으로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사용하며 와이번들을 처리했다.

-캬아아악!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와이번들이 현성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와라!”

현성이 광역 도발 스킬을 시전하며 더 많은 와이번들을 끌어모았다.

그 후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이용해 몸을 피하는 대신 비행 스킬을 사용해 일부러 자신의 몸을 허공에 고정시켰다.

와이번 무리가 박쥐 떼처럼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와이번 무리가 최대한 근접한 순간.

현성이 그간 응축해 놓은 마력을 모조리 쏟아부어 흑뢰룡의 숨결을 시전했다.

콰아아아아앙!

칠흑빛 뇌전이 굉음을 터트리며 하늘을 뒤덮었다.

순간적으로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투두둑!

그와 동시에 새카맣게 타 버린 와이번들의 사체가 우수수 지상으로 추락했다.

지상에서 고전하고 있던 오성 길드 소속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일제히 현성에게 쏠렸다.

자신들은 고작 3~4마리 정도의 와이번을 상대하면서도 쩔쩔매고 있었다.

한데 현성은 족히 수백 마리는 되어 보이는 와이번 무리를 순식간에 정리했다.

플레이어들은 현성이 자신과 같은 플레이어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제아무리 랭커라고 해도 이런 신기를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천외천이라는 단어가 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캬아아악!

수하들의 죽음에 화가 났는지 레드 와이번이 노성을 터트리며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조심하십시오!”

“저놈은 격이 다릅니다!”

지상에 있던 플레이어들의 외침에 현성이 레드 와이번을 노려보았다.

‘전설 등급이 아니잖아.’

잔뜩 화가 난 레드 와이번은 전력으로 마력을 뿜어냈다.

하지만 뿜어내는 마력은 생각보다 보잘것없었다.

영웅 등급 몬스터 중에서는 대단하다고 할 만했지만 전설 등급 몬스터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도대체 초기 대응을 어떻게 했기에 전설 등급 몬스터도 아니고 영웅 등급 몬스터 한 마리에 이 난리가 난 거야?’

레드 와이번의 레벨은 대략 420~430 정도로 보였다.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오성 길드의 랭커들이 출동했다면 손쉽게 처리가 가능했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초기 대응이 미흡했고 그 결과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났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키워 가래로 막는 격이 된 것이다.

그 결과 보지 않아도 될 추가 피해를 입었다.

던전 내부에서 고레벨 플레이어 몇 명 사망하고 끝날 일이 몬스터 웨이브로 번져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일에 관련된 놈들 절대로 가만히 안 둔다.’

현성이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

화르르륵!

전신이 붉은 화염으로 뒤덮인 레드 와이번이 현성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가 불사조야, 뭐야?’

현성이 레드 와이번을 향해 용혈검을 휘둘렀다.

휘익!

레드 와이번이 아슬아슬하게 용혈검을 피했다.

화아아악!

그와 동시에 레드 와이번이 입에서 붉은 화염을 뿜어냈다.

슈욱!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화염 브레스를 피했다.

서걱!

그리고 용혈검을 휘둘러 말끔하게 레드 와이번의 목을 베어 냈다.

레드 와이번의 몸을 뒤덮은 화염이 약간의 저항감을 선사하기는 했지만 용혈검의 예기를 당해 낼 수는 없었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레드 와이번이 화염에 휩싸인 상태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다른 일반 와이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최후였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영웅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희귀 등급 네임드 몬스터 레드 와이번 포스트쿠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레드 와이번 포스트쿠를 쓰러트린 자 - 영웅 등급]

‘네임드였네.’

왜 그렇게 피해가 컸나 했더니 일반 몬스터가 아닌 네임드 몬스터였다.

현성에게는 일반 몬스터나 네임드 몬스터나 동등하게 한 방이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니었다.

홀로 레드 와이번 포스트쿠를 쓰러트린 자 - 영웅 등급

-마력 스텟 4 증가.

‘업적 하나 벌었네.’

네임드였던 덕에 추가 업적을 얻을 수 있었다.

현성이 지상으로 내려가 아공간을 이용해 마석과 아이템 들을 회수했다.

‘아이템은 뭐가 나왔나?’

스킬북이었다.

‘좋아.’

스킬북은 아무리 많이 익혀도 부족했다.

현성이 레드 와이번이 토해 낸 스킬북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화염의 서 - 유일 영웅 등급

-액티브 스킬북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화염을 부립니다.

-화염이 공격 대상의 마력을 연소시킵니다.

-공격 대상의 마력을 완전히 연소시킬 때까지 계속 타오릅니다.

-화염이 마력을 타고 계속 번집니다.

-화염 계열 스킬과 아이템을 흡수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 스킬북 화염의 서 - 영웅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큰 기대는 없었다.

레드 와이번이 워낙 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박이 터져 버렸다.

‘유일 영웅 등급.’

그동안 수많은 몬스터를 잡았다.

하지만 현성이 얻은 유일 등급 스킬은 단 2개뿐이었다.

불사의 서와 흑뢰룡의 숨결.

그런데 거기서 하나가 더 늘어났다.

‘거기다 성장까지 가능해.’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현성은 곧바로 예를 선택해 스킬을 익혔다.

그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액티브 스킬 파이어볼 - 일반 등급이 액티브 스킬북 화염의 서 - 영웅 등급에 흡수되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파이어 스피어 - 희귀 등급이 액티브 스킬북 화염의 서 - 영웅 등급에 흡수되었습니다.

-액티브 스킬 파이어 스톰 - 희귀 등급이 액티브 스킬북 화염의 서 - 영웅 등급에 흡수되었습니다.

……후략……

그간 현성이 익혀 왔던 화염 계열 스킬들이 모조리 화염의 서에 흡수되었다.

‘전설 등급으로까지 성장하지는 못했네.’

살짝 아쉬웠다.

말 그대로 살짝이었다.

화염 계열 스킬을 일반 등급, 희귀 등급, 영웅 등급, 전설 등급 할 것 없이 긁어모아 익혀 버리면 그만이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화염의 서를 전설 등급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구매창에서 전설 등급 화염 계열 스킬북 하나 구입해 익히면 된다.

‘효율을 생각해야지.’

일단 전설 등급으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저가의 스킬북을 먹잇감으로 줘서 성장시키는 게 효율이 좋았다.

전설 등급 스킬북 구매는 그 뒤였다.

현성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이상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와이번은 보이지 않았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성 길드 소속 고레벨 플레이어 하나가 허리를 꾸벅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그걸 시작으로 살아남은 오성 길드 소속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하나둘 현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사람들은 죄가 없지.’

이들은 중과부적인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전장에 나섰고, 끝까지 와이번 무리와 싸웠다.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오성 길드의 윗대가리들이었지 이들이 아니었다.

현성이 그레이트 힐 스킬을 시전했다.

현성이 시전한 그레이트 힐 스킬이 부상자들의 몸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수백 마리의 와이번 무리를 일거에 쓸어버렸지만 현성의 마력과 체력은 빵빵하게 차올라 있는 상태였다.

흡혈공과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입을 쩍 벌렸다.

“도대체 마력 스텟이 얼마나 높은 거야?”

“힐 스킬이 딜레이 없이 무한대로 시전되는 걸로 봐서 정신력 스텟도 엄청 높은 모양이야.”

“야, 아까 검으로 레드 와이번 목 날려 버리는 거 못 봤냐? 힘 스텟하고 민첩 스텟도 엄청 높은 거 같아.”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선망과 존경의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에게 선망과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그들이 올려다볼 대상은 몇 되지 않는다.

그 몇 되지 않는 존재가 바로 랭커다.

하지만 랭커들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 따라잡아야 할 목표지 선망이나 존경의 대상은 아니었다.

반면 현성은 달랐다.

감히 따라잡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경쟁심이나 질투심이 튀어나오기도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격차가 났다.

그 누가 있어 수백 마리에 달하는 와이번 무리를 쓸어버릴 수 있겠는가.

거기다 자신들에게 악몽이나 마찬가지였던 레드 와이번을 너무도 손쉽게 처리해 버렸다.

그간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랭커들을 현성과 비교해 보니 너무도 보잘것없이 보였다.

랭커들도 현성 앞에서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모든 부상자를 치료한 현성은 무너진 건물 안에 갇히거나 다친 일반인들을 구조했다.

현성이 움직이자 고레벨 플레이어들도 움직였다.

현성은 일반인 부상자들에게도 아낌없이 그레이트 힐을 사용했다.

죽음의 문턱을 넘기 직전이었던 부상자들이 현성의 힐 한 방에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현성이 구조 활동에 전념하고 있던 그 시각.

그런 현성의 모습을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생중계하고 있는 스트리머가 있었다.

“형님들, 보이십니까? 저 검은색 갑옷을 입으신 분이 혼자서 와이번 무리를 싹 쓸어버리셨습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열을 올리며 방송에 열중하고 있었다.

1인 미디어의 보급으로 누구나 개인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

지성규는 성규 채널이라는 개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었다.

먹방, 일상, 게임 등등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운영했지만 구독자 수는 고작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당연히 수익률도 바닥이었다.

한데 그런 지성규에게 오늘 대박이 터졌다.

-현재 3,453,795명 시청 중

평소 고작해야 10명.

최악의 경우에는 2~3명만 시청하던 성규 채널을 무려 35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시청자 수가 지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시간 채팅창은 제대로 보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대박!

-저 사람 랭컨가 봐!

-랭커가 저렇게 셈?

-ㄴㄴㄴ

-랭커도 저렇게 한 번에 수백 마리를 쓸어버리지는 못함.

-ㅇㅇ

-우리 사촌 형이 플레이어라서 잘 아는데 와이번은 영웅 등급 몬스터임.

-희귀 등급이면 몰라도 영웅 등급 몬스터 수백 마리를 쓸어버리는 건 랭커가 아니라 랭커 할아버지가 와도 못 함.

-우리나라에 저런 규격 외 랭커가 있는 줄은 몰랐음.

-저 형은 랭커 중에 랭커라고 불러야 함.

-I’ve never seen such a strong player.

-I agree. I want to bring that player to my country right away.

-あんなプレーヤーがあったなら、九州の事態は起らなかったの.

-あの人を日本に帰化させなさい.

-立刻带到中国.

‘대박이다.’

지성규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지성규는 게임 방송을 하고 있었다.

시청자 수는 고작 3명이 전부였다.

지성규는 언젠가는 자신의 게임 실력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줄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입을 털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커다란 폭음과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그와 함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으니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과 문자가 왔다.

처음에는 당연히 방송을 끄고 도망칠 생각부터 했다.

그러다 중간에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이건 자신에게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였다.

지성규는 곧바로 게임을 끄고 창문 밖의 상황을 생중계했다.

방송 타이들도 몬스터 웨이브 실제 상황으로 바꿨다.

그때부터 시청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열세에 몰리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시청자들은 얼른 도망가라고 했다.

그러다 죽는다고 말이다.

물론 반대로 당장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서 근접 촬영을 하라고 말한 시청자도 있었다.

가족들의 전화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성규도 고민했다.

순간적으로 도망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꿋꿋하게 방송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갔다.

플레이어들은 힘없이 밀리고 있었고 그러는 와중에 와이번 무리가 지성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근방까지 날아들었다.

이제 죽었구나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 물체가 화면을 가렸다.

처음에는 와이번인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검은 갑옷을 입고 멋들어진 검을 찬 플레이어였다.

그러다 그 플레이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행히 카메라 앵글 안에 있었다.

순식간에 와이번들이 죽어 나갔다.

검은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가 연속적으로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하며 와이번들을 죽였다.

그때부터 시청자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하이라이트는 그다음이었다.

하늘을 뒤덮은 칠흑빛 뇌전.

한 줌의 재가 되어 지상으로 떨어지는 와이번 무리.

지성규는 그 모든 장면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담았고,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했다.

그리고 그 결과.

평균 시청자 수 열 명 남짓을 기록하던 스트리머 지성규는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초대박을 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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