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권. 다섯 번째 전설 등급 몬스터 랫맨 (54/225)
  • ┃다섯 번째 전설 등급 몬스터 랫맨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중국이 오리발을 내밀 줄도 알았고, 타국이 적당히 넘어갈 줄도 알았다.

    사실 그들이 직접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아니고 굳이 한국을 대신해 총대를 메 줄 필요가 없다.

    또 자신들도 플레이어로 이루어진 비밀 요원을 운용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일이 크게 이슈화되어 좋을 게 없었다.

    솔직히 말해 현성은 이번 일을 이슈화시키는 걸 정부에서 반대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까지 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어찌 되었든 한국산 물품을 가장 많이 구매해 주는 최우수 고객이었다.

    원자재를 비롯해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물품도 많았다.

    그런 만큼 한한령을 내리면 한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손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북한 영토 분쟁 이후 마음을 단단히 먹었나 보네.’

    그러나 이번엔 중국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각오가 느껴졌다.

    또 중국은 당장 한한령을 내릴 상황이 아니었다.

    중국 정부가 외국계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자국 내에 있는 외국인 합작 공장과 수출입 물량을 무기로 타국을 압박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게 불과 몇 주 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한령을 내리면 생산 공장 복구와 추가 투자에 고심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릴 것이 뻔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를 빠득빠득 갈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한국 입장에서는 별다른 피해 없이 중국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정부는 고작 이 정도 성과로 만족하고 있어.’

    한국 정부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현성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다.

    옆집 사람이 칼을 들고 무단 침입해 집기를 부수고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데 그 옆집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은 것도 아니고 고작 이웃들에게 망신을 당했다고 만족을 하다니?

    물러도 너무 물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두 번 다시 이런 짓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 줘야 했다.

    * * *

    현성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으로 결정되었다.

    경호를 하기도 쉬웠고 만일의 사태가 터졌을 때 대비하기도 좋았다.

    현성의 가족이 이사한 단독주택가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많이 거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고레벨 던전을 비롯해 거대 길드들의 본부와도 거리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었다.

    당연히 치안도 좋았고 차원 게이트가 열리더라도 순식간에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제는 2차 대격변 이후 주택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점이었다.

    갑작스러운 차원 게이트 생성 사태를 걱정한 일반인들이 대거 유입된 게 그 이유였다.

    다행히도 돈은 더 이상 현성의 가족들에게 장애가 되지 못했다.

    현성이 마석을 팔아 버는 수입을 제외하더라도 아버지 역시 어마어마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있으면 대부분의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현성은 플레이어 협회에 당분간 사냥을 중단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플레이어 협회도 이해했다.

    그런 일을 겪었으니 당분간 직접 가족들의 안전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이해한 것이다.

    플레이어 협회에 사냥 중단 선언을 한 현성은 그날 바로 북으로 향했다.

    * * *

    ‘찾았다.’

    현성이 도시 외곽에 위치한 건물 한 채를 바라봤다.

    겉으로 봤을 때는 평범한 주거용 건물일 뿐이다.

    하지만 실체는 달랐다.

    이곳은 중국 비밀 요원들이 사용하는 안가 중 하나였다.

    현성의 가족을 습격한 놈들도 이곳에 모여 납치 계획을 세웠다.

    아마 지금쯤 다른 공작을 위한 준비에 한창일 것이다.

    ‘밤까지 기다린다.’

    굳이 낮에 습격할 필요는 없었다.

    현성이 근처에 호텔을 잡았다.

    현성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인 척했다.

    호텔을 잡을 때도 일본 여권을 이용했다.

    ‘이누쿠소가 참 쓸모가 많아.’

    현성이 들고 있는 일본 여권은 위조된 가짜가 아니었다.

    일본 정부에서 공식 발행한 진짜 일본 여권이었다.

    그러니 신원 조회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현성은 자신의 신분을 일본 국적기를 타고 중국을 취재하러 온 일본인 기자로 위장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꼬리가 잡힐 경우를 대비해 세운 방책이었다.

    현성은 어둠의 장막 스킬을 사용해 손쉽게 국경을 넘었고 중국에 있는 일본 비밀 요원 안가에 들러 위장 신분을 제공받았다.

    외모도 위장 신분에 걸맞게 변장을 한 상태였다.

    ‘랫맨과 인간의 연결 고리가 있다고 해도 그건 일본인 기자일 뿐이야.’

    일본인 기자라는 위장 신분이 드러나도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럼 일본 비밀 요원이라는 추가 위장 신분이 나올 테니까 말이다.

    이중으로 신분을 감춘 현성은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밤이 되자 어둠의 장막 스킬을 사용해 몰래 호텔을 빠져나왔다.

    ‘한번 사용해 볼까?’

    현성이 소모형 아이템 랫맨 변신 주문서를 찢었다.

    화악!

    밝은 빛과 함께 이질적인 마력이 현성의 몸을 휘감았다.

    우득! 우득!

    그와 함께 현성의 외형이 바뀌기 시작했다.

    온몸에서 뻣뻣한 털이 자라났고, 꼬리뼈에서 생쥐의 꼬리가 돋아났다.

    주둥이는 길게 튀어나왔고, 앞니가 계속 자라나 입술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귀는 머리로 올라가 쫑긋 솟았다.

    ‘완벽하네.’

    이질감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랫맨이었다는 듯 꼬리까지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현성의 몸을 감싸고 있던 마왕의 갑주 세트는 랫맨의 검은 털과 비슷한 색감의 사슬 갑옷 형태로 변했다.

    마왕의 갑주 세트가 가지고 있는 옵션인 형태 변환 덕분이었다.

    아무리 눈썰미가 좋은 사람도 현성이 평소 착용하고 다니던 마왕의 갑주 세트와 랫맨의 몸을 감싸고 있는 사슬 갑옷을 동일한 갑옷으로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형태와 종류가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은 용혈검이었다.

    현성이 용혈검에 형태 변환 주문서를 발랐다.

    화악!

    밝은 빛과 함께 용의 입이 칼날을 물고 있던 용혈검의 형상이 쥐의 입이 칼날을 물고 있는 형상으로 바뀌었다.

    옵션과 예기는 물론 크기까지 동일했다.

    하지만 손잡이의 형태가 용에서 쥐로 바뀐 것만으로도 전혀 다른 무기처럼 보였다.

    ‘가 볼까?’

    현성이 어둠의 장막 스킬을 유지한 상태로 안가에 잠입했다.

    ‘생각보다 허술한데?’

    안가의 방비는 허술했다.

    은신 스킬을 간파하는 아이템도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플레이어도 없었다.

    손쉽게 안가 내부로 잠입한 현성이 비밀 요원들이 작전 계획을 수립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27명.’

    3개 파티 규모의 플레이어들이 모여 중국어로 뭐라뭐라 떠들고 있었다.

    대충 들어 보니 내몽고 자치구에 있는 반정부 인사들을 자살로 위장해 살해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자국민한테도 공작을 하는 모양이네.’

    말이 비밀 요원이지, 하는 일은 강도와 다를 바가 없었다.

    ‘내몽고 자치구라…….’

    소수민족 중에서는 비교적 중국 정부의 통치에 순응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다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

    일단 이들을 제거하는 게 중요했다.

    27명의 고레벨 플레이어는 결코 약하지 않다.

    오히려 웬만한 랭커 서넛쯤은 압살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머릿수에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현성이 조용히 용혈검을 뽑아 들었다.

    ‘일격에 벤다.’

    고레벨 플레이어들은 회의를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상황.

    잘만하면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적들의 머릿수를 대거 줄여 놓을 수 있었다.

    파직! 파직!

    용혈검이 흑뢰룡의 숨결로 뒤덮였다.

    본격적으로 마력을 끌어 올리자 은신 스킬인 어둠의 장막 스킬이 해제되었다.

    “뭐야?”

    마력의 유동을 눈치챈 비밀 요원이 일제히 현성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최하급 몬스터 랫맨이었다.

    “랫맨이 어떻게 여기에……?”

    휘익!

    당황한 비밀 요원들을 향해 현성이 전력으로 용혈검을 휘둘렀다.

    서걱!

    비밀 요원 셋의 목이 말끔하게 날았다.

    “신념의 방패!”

    용혈검이 네 번째 목표에게 도달하기 전 탱커의 방어 스킬이 시전되었다.

    반투명한 방어 스킬과 흑뢰룡의 숨결에 휘감긴 용혈검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꽈아아아앙!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흑뢰룡의 숨결이 사방을 뻗어 나갔다.

    “아아아악!”

    “커억!”

    순식간에 10명이 넘는 비밀 요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저 몬스터를 죽여!”

    “아이스 미사일!”

    “프로스트 링!”

    “속박의 사슬!”

    현성을 향해 온갖 종류의 스킬이 쏟아졌다.

    현성이 흑뢰룡의 숨결을 전력으로 사용했다.

    파지지직!

    꽈아아앙!

    흑뢰룡의 숨결과 비밀 요원들의 스킬들이 폭발하며 좁은 안가 내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서걱!

    현성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은 적은 힐러와 원거리 딜러 들이었다.

    비밀 요원들도 반격을 가했다.

    하지만 비밀 요원들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그들이 전력을 다해 제대로 싸웠다고 해도 이기기 힘든 상대가 바로 현성이다.

    한데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지기도 전에 기습을 당해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 버렸다.

    온전한 전력을 가지고도 이기기 힘든 적을 절반의 전력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콰직!

    용혈검이 피를 뿌렸고 칠흑빛 뇌전이 건물 내부를 뒤덮었다.

    “커억!”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비밀 요원의 심장에 용혈검이 틀어박혔다.

    “어, 어떻게……?”

    최하급 몬스터 랫맨.

    갑자기 나타난 놈에게 자신과 자신의 동료들이 모조리 당했다.

    비밀 요원은 지금의 현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털썩!

    마지막 비밀 요원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죽은 것이다.

    현성은 아공간을 열어 안가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을 쓸어 담았다.

    비밀 요원들의 사체에서 나온 마석과 아이템도 모조리 챙겼다.

    현성이 다시금 어둠의 장막 스킬을 사용해 안가를 빠져나왔다.

    공안들이 모여들었지만 그들은 일반인일 뿐이다.

    현성은 유유히 사건 현장을 빠져나와 호텔로 돌아갔다.

    * * *

    중국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다른 곳도 아니고 비밀 요원들의 안가가 습격을 당했다.

    이건 절대 그냥 넘길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었다.

    일단 단순한 화재 사고로 위장시킨 뒤 다른 비밀 요원들을 투입해 조사를 시켰다.

    그 결과 안가 내에 있던 모든 게 말끔하게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플레이어. 그것도 규격 외의 존재가 저지른 짓이오.”

    당시 안가에 있었던 비밀 요원은 27명.

    모두 350레벨을 넘긴 고레벨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순식간에 살해당했다.

    “이건 공권력에 대한 도전입니다! 내몽고 자치구의 반역자들이 벌인 짓이 분명해요!”

    “그놈들이 무슨 수로 규격 외의 강자를 포섭했다는 말이오? 나는 최현성이 의심스럽소.”

    최현성이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 장내가 고요해졌다.

    “최현성이 중국에 넘어왔다는 말입니까?”

    “나는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오. 조사 결과를 보시오. 뇌전 계열 스킬이 사용되지 않았소? 뇌전 계열 스킬을 사용하는 규격 외의 강자가 몇이나 되오?”

    “으흠.”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최현성 그자가 여기에 왔다면…….”

    중국 정부 인사들의 표정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 스스로 호랑이 굴로 들어왔다.

    절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 했다.

    똑똑!

    “무슨 일인가?”

    “추가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들어와서 보고하게.”

    “예!”

    끼이이익!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정보 요원이 들어왔다.

    “복원 스킬을 사용한 결과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습니다.”

    “범인이 누군가? 혹시 최현성인가?”

    “예? 그게 무슨……?”

    정보 요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번 사태의 주범이 한국 협회 직속 플레이어 최현성이 아니냐는 말일세.”

    정부 인사의 말에 정보 요원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 범인은 인간이 아닌 몬스터였습니다.”

    “뭐?”

    정부 인사들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랫맨의 형상을 하고 있기는 한데…… 복원 스킬로 전투력을 평가해 본 결과, 일반 등급 몬스터가 아닌 전설 등급 몬스터로 추정됩니다.”

    “저, 전설 등급?”

    정부 인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2차 대격변과 이무기 사태로 입었던 손실을 아직도 복구하지 못했다.

    그런데 또다시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했다.

    “도대체 왜?”

    정부 인사들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 * *

    현성은 아공간에 넣어 놓은 물품들 중 아이템과 일반 물품을 구분했다.

    스킬북 같은 경우는 필요한 것은 바로 익히고 나머지는 무기나 방어구 같은 아이템과 함께 팔아 버렸다.

    일반 물품은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시전하는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용도 외에도 도움이 되는 일반 물품이 있었다.

    바로 암살 작전 계획서와 지시 문서였다.

    암살 작전 계획서와 지시 문서에 누가 작성했다고 쓰여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사람이 누군지 알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그 문서를 아공간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적의 적은 많을수록 좋지.’

    중국은 독립을 주장하는 소수민족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또 지금처럼 비밀 요원들을 동원해 살해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암살 같은 과격한 방법을 동원한 이유는 2차 대격변 이후 약해진 중국의 위상 때문이었다.

    중국이 약해진 틈을 타 독립 운동이 더욱 적극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내몽골은 그냥 불씨 정도고 진짜는 위구르족과 티베트족이지.’

    장족, 만주족, 조선족들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거기다 홍콩, 마카오, 대만 역시 낌새가 심상치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비밀 요원들을 적극 활용해 독립의 불씨를 짓밟으려 하고 있었다.

    ‘다 까발려 주마.’

    아마 중국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 것이다.

    한국에 있는 현성이라는 플레이어 대한 생각을 떠올리지도 못할 만큼 말이다.

    현성은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통해 알아낸 정보를 이용해 비밀 요원들의 안가를 급습했다.

    결과는 전과 동일했다.

    한번 습격한 전적이 있어 경계 태세가 올라가지는 않을까하고 걱정했는데, 특별히 달라진 게 없었다.

    현성은 비밀 요원들의 거점을 하나하나 각개격파 했다.

    그 와중에 얻게 된 기밀문서들은 아공간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현성이 연속적으로 비밀 요원들의 안가를 급습하고 있을 때 중국 정부는 미치고 팔짝 뛸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 미친 몬스터가 왜 비밀 요원들의 거점만을 노리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전투가 종결되면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니, 몬스터가 등장하면 주변에 있는 시설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사람들을 학살하는 게 정상 아닌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일반인들의 피해가 커지기는 하지만 손쉽게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해 레이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데 이 비열한 랫맨은 기습 공격을 하고 그대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그것도 중국 정부의 비밀 요원들만 노려서 말이다.

    -상당히 지능이 높은 개체로 판단됩니다.

    -자신이 열세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설 등급이 아니라 영웅 등급의 한계치에 달한 개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장을 위해 몸을 숨긴 상태로, 고레벨 플레이어를 사냥해 힘을 키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밀 요원들을 공격한 이유는 고레벨 플레이어 여려 명이 모여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정부에서 파악하지 못한 고레벨 플레이어 희생자가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결국 중국 차원 게이트 관리부는 모든 작전을 중단하고 비밀 요원들을 뿔뿔이 흩어 놓는 선택을 했다.

    중국은 인구 대국이고, 그런 만큼 플레이어의 숫자도 많았다.

    공식적인 일에 동원한다면 수천수만이 아니라 십만이 넘는 숫자의 고레벨 플레이어를 동원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하지만 정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며 음지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의 숫자는 고작해야 몇천에 불과하다.

    그것도 정말 힘들게 모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차라리 일반 플레이어들이 습격당하기를 바랐다.

    그럼 랫맨의 존재를 공식화시킬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한국 정부의 공세에 비밀 요원들의 존재를 부정한 게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자국 비밀 요원들이 안가에서 전설 등급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다고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국 내에 전설 등급 몬스터가 있는데 그 존재를 밝힐 수가 없다.

    답답해도 이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

    ‘어, 이놈들이 안 모이네?’

    현성은 갑자기 안가를 싹 비운 중국 비밀 요원들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이러면 한꺼번에 쓸어버릴 수가 없는데.’

    변신 주문서는 일회용이다.

    한 번 사용하고 나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면 다시 300억 포인트를 주고 구입해 사용해야 한다.

    중국 비밀 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는 오히려 이득이었다.

    300억 포인트를 소모해 수천억 포인트를 벌어들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놈들이 흩어지면 상황이 조금 애매해진다.

    ‘일단 정보부터 얻어 보자.’

    왜 갑자기 놈들이 안가를 비우는지부터 알아내야 했다.

    현성은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통해 알아낸 비밀 요원의 집으로 이동했다.

    ‘이 집이 좋겠어.’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

    거기다 주변 주택과의 거리도 꽤 멀었다.

    현성이 랫맨 변신 주문서를 사용한 뒤 주택가로 잠입했다.

    보안이 꽤 철저하게 되어 있었지만…….

    ‘블링크.’

    공간 이동 계열 스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현성이 조심스럽게 침실로 이동했다.

    비밀 요원은 현성이 집에 들어온 것도 모르고 단잠에 빠져 있었다.

    푸욱!

    현성이 용혈검을 찔러 넣었다.

    비밀 요원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해 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이제 조사를 해 볼까?’

    현성이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사용해 정보를 수집했다.

    쓸데없는 정보가 많았지만 차근차근 수집해 나가다 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랫맨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플레이어를 노린다고 생각하고 흩어지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거지.’

    현성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지시였다.

    ‘오늘 밤은 조금 바쁘겠어.’

    현성이 블링크 스킬을 사용해 집 밖으로 나갔다.

    그 후 연속적으로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사용해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랫맨이 몬스터라는 확신을 심어 주기 위해 어둠의 장막 스킬은 일부러 시전하지 않았다.

    현성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후에는 전과 같은 작업이 반복되었다.

    그간 습득한 스킬북 중에는 공간 이동 계열 스킬도 많았기에 짧은 시간에 엄청난 거리를 이동하는 게 가능했다.

    현성은 도시와 도시를 넘나들며 비밀 요원들을 처리했고, 날이 밝자 다시금 평범한 일본인 기자로 돌아갔다.

    * * *

    꽝!

    중국 차원 게이트 관리부 장관 왕진광이 책상을 내려찍었다.

    “흩어지면 다른 곳을 습격할 거라며?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봐!”

    소위 몬스터 전문가라는 이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당한 요원들의 숫자가 무려 100명이 넘어! 피해가 더 커졌다고! 내일은 또 몇 명이 당할 것 같나?”

    불같이 분노하는 왕진광 장관 앞에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휴우!”

    한창 분노를 토해 내던 왕진광 장관이 조금 진정됐는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추적은?”

    “실패했습니다.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치겠군.”

    차라리 이무기 같은 대형 몬스터가 상대하기 편했다.

    지능이 뛰어나고, 인간처럼 작은 체형에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몬스터.

    당연히 꼬리를 잡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정말 몬스터가 맞나? 혹시 사람이 변장을 한 것은 아닐까? 그 수인화라는 스킬도 있지 않나?”

    왕진광 장관은 랫맨이 정말 몬스터인지 의심스러웠다.

    하는 행동이 지금까지 보아 온 몬스터의 특징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수인화 스킬은 일단 보유자가 무척 드물고 육체적 능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스킬 위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수인화 스킬을 사용한 인간이라면 랫맨처럼 강력한 공격 스킬을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주력 스텟을 마력 위주로 찍었을 수도 있잖아.”

    “그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변신 시간이 너무 깁니다. 일반적으로 수인화 스킬은 길어야 3시간 정도 유지하는 게 한계입니다. 또 쿨타임이 길어서 사용한 시간의 2배 이상 스킬을 해제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걸 보시죠.”

    정보 요원이 내민 자료는 CCTV 화면이었다.

    CCTV 화면에는 어둠을 가르는 랫맨의 모습이 정확히 찍혀 있었다.

    “CCTV를 연결해 분석해 본 결과 랫맨은 8시간 가까이 활동했습니다. 수인화 스킬로는 절대 불가능한 시간입니다.”

    “그럼 정말 몬스터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미치겠군.”

    몬스터가 왜 비밀 요원들만을 집요하게 노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또 비밀 요원들의 자택 위치를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파악했는지도 의문이었다.

    “흩어진 비밀 요원들을 다시 함께 지내게 하게.”

    결국 이게 최선이었다.

    * * *

    ‘왕진광, 마분석.’

    중국 차원 게이트 장관과 플레이어 협회장.

    비밀 요원들을 동원해 현성의 납치 및 살해 계획을 세운 주범이다.

    ‘이 둘은 필히 제거해야 해.’

    이 둘을 제거하고 정보를 얻어 내면 최초 명령을 내린 윗선의 이름이 튀어나올 것이다.

    문제는 경호가 너무 두껍다는 것이다.

    특히 현성이 랫맨으로 활동 이후 경호를 3배 이상 강화했다.

    ‘일단 천천히 기회를 노려 보자.’

    현성은 다시금 비밀 요원들의 집을 급습했다.

    하지만 허탕이었다.

    ‘빠르네.’

    하루 만에 위치가 바뀌었다.

    하지만 사이코 메트리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현성의 추적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안가의 위치를 파악한 현성이 블링크 스킬을 사용했다.

    ‘꽤 많네.’

    전에는 3개 파티 정도가 모여 있었는데, 지금은 13개 파티 정도가 모여 있었다.

    경계도 철저해졌다.

    안가 입구에서 비밀 요원들이 은신 스킬을 사용한 채 2인 1조로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다.

    ‘포기할까?’

    13개 파티는 현성으로서도 약간 부담스러웠다.

    도주하는 비밀 요원이 나올 수 있다.

    ‘적당히 치고 빠지자.’

    일단 공격해 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빠지면 그만이다.

    현성이 어둠의 장막 스킬을 사용한 상태로 다가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비밀 요원 2명을 급습했다.

    푸욱!

    비밀 요원 2명은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화악!

    하지만 그 둘이 사망한 순간 건물의 불이 활짝 켜졌다.

    그와 동시에 플레이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100명이 넘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현성을 포위했다.

    ‘나름 대비를 했다 이거지.’

    파직! 파직!

    현성의 몸이 칠흑빛 뇌전으로 물들었다.

    슈욱!

    현성의 몸이 허공으로 사라지며 포위망 밖으로 빠져나갔다.

    콰직!

    그 후 후방에 있던 원거리 딜러와 힐러 들을 공격했다.

    “죽여!”

    비밀 요원들이 거세게 반격했다.

    “도발!”

    탱커들이 현성을 향해 연속적으로 도발 스킬을 걸었다.

    하지만 현성에게는 굴하지 않는 정신이 있었다.

    -영웅 등급 도발 스킬에 걸리셨습니다.

    -10초간 스킬 대상자를 공격합니다.

    -패시브 스킬 굴하지 않는 정신 - 영웅 등급이 발동합니다.

    -영웅 등급 도발 스킬에 완벽하게 저항합니다.

    연속적으로 도발 스킬에 완벽하게 저항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현성은 탱커들을 무시하고 원거리 딜러와 힐러 들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나쁘지 않아.’

    적들의 수가 많았기에 공격을 많이 당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물리 공격 저항력과 스킬 공격 저항력이 높았고 마왕의 갑주 세트가 주는 저항력 증강 효과도 컸다.

    현성은 비밀 요원들을 사냥하며 얻은 전리품을 판매해 빠르게 포인트를 모았다.

    그리고 그 결과 마왕의 갑주 세트와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4조 3천억 포인트를 어느 세월에 모으나 했는데, 중국에 와서 순식간에 모아 버렸다.

    마왕의 갑주 세트가 올려 주는 물리 공격 저항력과 스킬 공격 저항력은 무려 55%가 넘었다.

    현성의 기본 스텟 저항력, 패시브 스킬의 저항력과 합쳐지면 거의 80% 이상의 대미지를 흡수할 수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가 주는 암흑 속성 스킬 위력 증가 효과가 55%나 되었고 물리 공격 및 스킬 공격으로 주는 피해를 흡수하는 수치는 80%에 달했다.

    여기에 흡혈공과 용혈검의 흡수 능력까지 더해지면 소모되는 체력과 마력보다 회복되는 체력과 마력이 더 많았다.

    현성은 다수의 비밀 요원들이 쏘아 내는 공격 스킬이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반면 비밀 요원들은 현성의 공격 스킬 한 방 한 방에 너무도 손쉽게 쓰러졌다.

    ‘나 엄청 강해졌구나.’

    중국이 전설 등급 몬스터라고 오해할 만했다.

    현성은 늘어난 포인트를 흑뢰룡의 숨결과 불사의 서를 성장시키는 데 투자했다.

    그 결과 흑뢰룡의 숨결은 더욱 강해졌고 불사의 서는 유일 전설 등급 스킬로 거듭났다.

    파지지직!

    현성이 흑뢰룡의 숨결을 머금은 스킬들을 난사했다.

    100명에 달하던 비밀 요원들은 순식간에 전멸해 버렸다.

    ‘너무 쉽네.’

    워크라이 스킬을 쓸 필요도 없었다.

    말 그대로 기본 스텟과 공격 스킬만으로 100명의 비밀 요원들을 압살해 버렸다.

    현성이 전리품을 챙기고 떠날 준비를 했다.

    ‘어?’

    그때 갑자기 사방에서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함정이다.’

    상황을 파악한 현성이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사용했다.

    -공간 이동 방해 스킬이 액티브 스킬 블링크 – 영웅 등급의 발동을 캔슬했습니다.

    -공간 이동 방해 스킬이 액티브 스킬 그림자 이동 – 영웅 등급의 발동을 캔슬했습니다.

    연속적으로 실패 메시지가 떴다.

    스킬은 실패였다.

    현성이 이번에는 장거리 이동용 스크롤을 찢었다.

    -공간 이동 방해 스킬이 소모형 아이템 장거리 이동용 스크롤 – 영웅 등급의 발동을 캔슬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실패였다.

    ‘젠장.’

    현성이 주변을 둘러봤다.

    족히 수천은 넘어 보이는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현성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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