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권. 전설 등급 아이템 경매 (49/225)
  • ┃전설 등급 아이템 경매

    오크 대족장과 오크 주술사를 사냥하고 나온 아이템은 총 7개로, 모두 전설 등급이었다.

    전설 등급 아이템 중 하나는 오크 대족장이 사용하던 도끼였다.

    한 자루는 오크들이 가지고 갔고, 나머지 한 자루는 랭커들이 회수해 온 것이다.

    나머지 6개의 아이템 중 스킬북은 3개였다.

    ‘스킬북이 3개라…….’

    현성은 아이템 중 2개를 선점할 권리를 받았다.

    하지만 그게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현성이 아이템 2개를 골라 가는 건 아니었다.

    플레이어 협회는 현성이 아이템을 고르면 그걸 구매할 자금을 무상으로 지급해 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정식으로 경매 일정이 잡혔다.

    경매의 참가 자격은 오크 대족장 레이드와 오크 주술사 레이드에 참가했던 플레이어로 한정되었다.

    플레이어 협회의 계획이 본래대로 진행되었다면 현성은 오크 대족장이 토해 낸 아이템 경매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성과 오크 대족장 레이드 팀이 오크 주술사까지 잡는 바람에 오크 주술사가 토해 낸 아이템까지 구매할 권리를 얻게 됐다.

    경매가 열리는 날.

    현성이 경매장을 찾았다.

    구매할 아이템은 이미 정해 놓은 상태였다.

    일단 도끼는 탈락이었다.

    무척 좋은 옵션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미 용혈검이라는 유일 전설 등급 무기를 가지고 있는 현성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부술을 따로 익혀야 했고 도끼라는 무기 자체가 기동성을 위해 방패까지 포기한 현성과 맞지 않았다.

    다른 아이템들 역시 마왕의 갑주 세트와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를 모으고 있는 현성에게는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결국 3개의 스킬북 중에서 2개를 골라야 했다.

    현성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2개의 스킬북을 골랐다.

    첫 번째로 선택한 스킬북은 바로 워크라이였다.

    워크라이 - 전설 등급

    -액티브 스킬북

    -함성을 내질러 적들을 10초간 경직 상태에 빠트립니다.

    -아군의 사기를 10분간 상승시킵니다.

    -적들의 정신력 스텟이 낮을수록 경직 상태에 빠질 확률이 상승합니다.

    -시전자의 정신력 스텟의 영향을 받는 스킬입니다.

    오크 대족장이 사용하던 광역 정신 공격 스킬.

    적들을 경직 상태에 빠트리는 것은 물론 아군의 사기까지 올려 준다.

    거기다 정신력 스텟의 영향을 받는 스킬이었다.

    현성의 정신력 스텟은 850이 넘는다.

    랭커의 자리에 오른 탱커보다 높은 수치였다.

    아마 랭커급 힐러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현성보다 정신력 스텟이 낮을 것이다.

    힐러가 워크라이 같은 스킬을 구매해 익힐 리는 없으니 사실상 현성의 손에 들어왔을 때 가장 효율적인 스킬이었다.

    두 번째로 선택한 스킬북은 광폭화였다.

    광폭화 - 전설 등급

    -패시브 스킬북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발동하면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0% 감소합니다.

    -발동하면 힘, 민첩, 마력, 정신력 스텟이 40% 증가합니다.

    광폭화는 몬스터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드롭 확률은 상당히 낮았다.

    그런 의미에서 오크 대족장이 광폭화 스킬을 토해 낸 것은 상당한 행운이었다.

    ‘다른 광폭화 스킬보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떨어지는 수치가 적어.’

    영웅 등급 광폭화 스킬의 경우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70% 감소했다.

    그에 반해 증폭되는 스텟은 20%에 불과했다.

    등급 하나 차이지만 페널티는 줄어들고 버프는 늘어났다.

    과연 전설 등급 스킬이라고 할 만했다.

    하지만 광폭화 스킬은 그다지 인기가 없었다.

    장점은 확실하다.

    체력을 제외한 모든 스텟이 대폭 증가해, 회광반조처럼 강력한 전투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았다.

    체력이 10%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을 대폭 감소시킨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황천길로 가기 십상이었다.

    그 덕에 광폭화 스킬은 어차피 유리 몸인 딜러들이 최후의 반전을 위해 익히는 스킬로 전락했다.

    현성도 과거 광폭화 스킬의 구매를 고려했었다.

    하지만 줄어드는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의 폭이 너무 커서 결국 포기했다.

    ‘하지만 50%라면 충분해 사용할 만해.’

    현성에게는 용혈검과 불사의 서가 있다.

    아직은 모든 세트를 모으지 못해 효과가 미비하지만 흡혈왕의 반지도 착용하고 있다.

    떨어진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은 아이템빨과 스킬빨로 커버하면 된다.

    ‘체력 10%를 유지할 수만 있으면 엄청난 버프 효과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심장과 머리만 보호하면 죽지 않는 만큼 충분히 해 볼 만한 도박이었다.

    현성이 구입을 포기한 스킬북은 오크 주술사에게서 나온 화염의 정령이라는 스킬이었다.

    공격력도 강력하고 방어력도 강력하지만 마력 소모가 컸고, 결정적으로 스킬 사용 중에는 시전자가 못에 박힌 듯 제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

    당연히 현성에게는 전혀 쓸데없는 스킬이었다.

    화염의 정령 스킬을 사용하면 마력 스텟을 제외한 나머지 스텟을 전혀 활용할 수 없었으니까 말이다.

    경매 후 가장 먼저 나온 스킬은 워크라이였다.

    최초로 등장한 전설 등급 정신계 공격 스킬.

    “3천억!”

    “4천억!”

    경매가 시작되기 무섭게 가격이 올라갔다.

    워크라이 스킬북은 순식간에 1조 원을 넘어섰다.

    워크라이 스킬은 단순히 플레이어 1명만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아니다.

    적 전체를 약화시켜 주고, 아군 전체의 사기를 올려 준다.

    대규모 전투 때 절대 다수에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광역 스킬인 만큼 가격은 끝도 없이 상승했다.

    ‘거대 길드들은 다 달려들었네.’

    절대 랭커 개인의 자금력으로 부를 수 있는 액수가 아니었다.

    현성은 호가를 외치지 않고 태연한 표정으로 경매를 구경했다.

    워크라이 스킬북의 가격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현성이 배당받는 금액은 올라간다.

    워크라이 스킬북의 가격이 올라간다고 초조해하거나 아쉬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가격이 높으면 높을수록 현성에게도 좋았다.

    반면 경매를 참관하던 플레이어 협회장 강선영의 표정은 점점 창백하게 변해 갔다.

    ‘더 안 오르나?’

    가격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1조 7,500억 원.

    스킬북 하나의 가격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쌌다.

    “1조 8,000억 원.”

    현성이 호가를 불렀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현성에게로 쏠렸다.

    거액을 불렀지만 현성의 표정은 태연했다.

    어차피 돈은 플레이어 협회에서 지불할 테니까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랭커들이 결국 경매를 포기했다.

    그리고 현성은 그날 워크라이 스킬북과 광폭화 스킬북을 모두 구입했다.

    그날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워크라이 스킬북과 달리 광폭화 스킬북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었다.

    전설 등급 스킬북을 2개나 공짜로 구입하게 된 현성의 표정은 아침 햇살처럼 화창했다.

    그에 반해 막대한 전설 등급 스킬북 구입 비용을 대신 지불하게 된 플레이어 협회의 강선영 협회장의 얼굴색은 시체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 * *

    대한민국이 두 번째와 세 번째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했다.

    이 소식에 세계 각국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전설 등급 몬스터 중 1마리가 광역 정신계 공격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과 다수의 영웅 등급 몬스터의 호위를 받고 있었음에도 동시에 2마리를 사냥했다는 점에서 더 큰 환호를 받았다.

    중국이나 일본은 전설 등급 몬스터 1마리도 어찌하지 못해 쩔쩔맸다.

    그런데 한국은 전력을 둘로 분산한 상태에서 두 마리의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를 성공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레이드 능력이 고평가될 수밖에 없었다.

    세계 각국은 한국의 승전보를 자국의 국민들을 안정시키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봐라, 한국은 저렇게 훌륭하게 전설 등급 몬스터를 2마리나 막아 냈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자국의 플레이어들을 믿어라.

    -규슈 대참사는 일본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과 비행형 몬스터라는 특수성이 가미된 결과다.

    규슈 대참사 이후 자국에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불안해하던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이 저평가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각국의 정부가 참사의 원인을 플레이어의 능력 부족이 아닌 중국과 일본 정부의 무능한 대처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사실 일정 부분 사실이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 정부는 전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중국 정부는 애써 분을 삼켰고 일본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달랐다.

    중국 국민들은 다음에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하면 진정한 중화의 힘을 보여 주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반면 일본은 한국의 힘을 빌려서라도 규슈 사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거세게 번지고 있었다.

    이무기 레이드의 성공과 함께 위기를 넘긴 중국과 조인족 토벌 실패로 실시간으로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일본의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인구 1,500만이 거주하던 규슈 섬을 몬스터에게 빼앗겼다.

    설상가상으로 그 몬스터들이 언제 일본의 본토라고 할 수 있는 혼슈 섬으로 넘어올지 모른다.

    규슈와 혼슈는 엎어지면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바로 옆집에 흉악한 몬스터가 우글거리며 모여 있는데,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결국 국민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전설 등급 몬스터 척살대의 파견을 요청했다.

    * * *

    ‘미친놈들.’

    현성이 뉴스 기사를 보고 욕설을 내뱉었다.

    일본의 지원 요청.

    댓글은 일본의 지원 요청을 받아 줘야 한다 말아야 한다로 거칠게 대립하고 있었다.

    ‘우리 코가 석 자인데 돕긴 누굴 도와?’

    현성이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껐다.

    ‘정부의 과장 광고 약발이 너무 잘 들어갔어.’

    세계 유일의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 성공 팀.

    한국 정부는 이무기 레이드, 오크 대족장 레이드, 오크 주술사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친 척살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척살대에 참가했던 이들 중 일부는 시사 프로나 예능 프로에 나가 국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신촌역 참사로 놀란 국민들을 안정시키고 대외적으로 레이드 강국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이무기 레이드, 오크 대족장 레이드, 오크 주술사 레이드.

    각각의 레이드가 시도될 때마다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랭커들의 피해가 컸다.

    국민들은 승리라는 단어에만 집착했지 그 승리를 이루기 위해 치른 희생을 떠올리지 못했다.

    아니, 정부가 의도적으로 떠올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재 한국은 타국을 도울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전설 등급 몬스터가 튀어나온 차원 게이트를 2개나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그 차원 게이트에서 언제 또 전설 등급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을 돕는다?

    UN 연합군도 포기한 일본을?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일본을 돕기 위해 랭커들이 한국을 떠난 사이 전설 등급 몬스터가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서울은 초토화가 될 것이 자명했다.

    결정적으로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손실이 더 컸다.

    전설 등급 몬스터 1마리를 잡기 위해 희생당한 랭커의 숫자가 몇이란 말인가.

    자국을 지키기 위해서도 아니고 타국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랭커들이 희생될 게 뻔한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를 진행한다?

    정부에서 명령해도 랭커들이 먼저 거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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