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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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가능한 일인가?”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들어갔다면 이제 갓 각성을 했다는 뜻이잖아?”

    “영웅 등급 던전에 출입한다는 거지 사냥을 한다는 뜻은 아니다. 첫 번째 타깃인 최현성의 능력으로 추정되는 20레벨 무효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이누쿠소의 말에 비밀 요원들의 눈이 번뜩였다.

    “레벨에 상관없이 경험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럴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신의 레벨보다 20레벨 이상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으면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

    이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저레벨과 고레벨이 힘을 합쳐 고레벨 몬스터를 잡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결과는 동일했다.

    저레벨 플레이어는 경험치를 얻지 못했다.

    물론 완전히 얻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고레벨 몬스터 사냥 시 경험치는 기여도에 따라 분배된다.

    하지만 그 비율이 무척 낮았다.

    쉽게 말해 비슷한 레벨을 가진 플레이어의 경우 탱커에게 힐을 넣어 주거나 원거리 공격 스킬을 날려도 경험치를 비슷하게 분배받는다.

    힐이나 원거리 공격 스킬이 몬스터 사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해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레벨 차이가 심하게 나는 경우는 몬스터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거나 막대한 힐양을 기록해야만 경험치가 분배되었다.

    당연히 효율이 좋지 않았다.

    일부 길드의 경우 원딜들에게 마력 스텟만 찍는 비정상적인 성장을 강요한 뒤 고렙의 버스를 태워 빠르게 레벨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원딜의 고질적인 마력 조루 문제와 고레벨 플레이어가 손해 보는 경험치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었다.

    “물론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비상식적인 행동임은 확실하다.”

    이누쿠소의 말에 비밀 요원들이 모두 동의했다.

    적당히 차이가 나는 레벨도 아니고 불과 얼마 전에 각성한 뉴비를 영웅 등급 던전에 데리고 들어간다?

    영웅 등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될 것이다.

    경험치를 나눠 받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고레벨의 버스를 받기 위해서는 몬스터 사냥에 제대로 된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어 있으니까 말이다.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우리 이전에 투입되었던 팀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그 자식들은 도망간 거 아닐까?”

    “그럴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극히 희박한 확률이다.”

    “그건 그렇지.”

    “정말 도망쳤다면 바보짓을 한 거니까.”

    목표물을 노렸다가 실종된 이들 중에는 자유의 몸이 될 날이 반년도 남지 않은 녀석도 있었다.

    거기다 미리 재산과 가족들을 빼돌리는 등의 사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움직인다.”

    “그 최악의 경우가 뭔데?”

    “첫 번째 타깃에게 이전에 투입되었던 팀이 전멸했다는 가정이다.”

    이누쿠소의 말에 비밀 요원들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싹 가셨다.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랭커도 혼자서 팀 하나를 전멸시키는 건 불가능해. 그 정도는 알고 있잖아?”

    “그걸 당시에 각성한 지 고작 1년 넘은 녀석이 해냈다고?”

    “타깃의 성장 속도는 예측 불허다. 그러니 최악의 상황만을 가정하고 움직인다.”

    “알았어.”

    “그렇게 하지.”

    “뭐든지 확실한 게 좋으니까.”

    동료들의 동의를 얻어 낸 이누쿠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제든 출동할 준비를 하고 있도록. 정보부에서 연락이 오면 바로 움직인다.”

    이누쿠소의 말에 비밀 요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모처럼의 휴식일.

    현성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편하게 쉬는 건 몸뿐이었다.

    현성의 머리는 쉬는 날에도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맹렬히 혹사당하고 있었다.

    ‘확실히 속도가 떨어졌어.’

    일반 등급 던전이나 희귀 등급 던전보다 사냥 속도가 많이 느려졌다.

    1만 마리의 몬스터를 사냥해 전설 등급 업적을 획득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을 수 있는 보상이 너무 형편없게 느껴졌다.

    전에는 며칠을 작업하면 스텟 8을 얻었다.

    지금은?

    족히 몇 주는 고생을 해야 스텟 8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정상적인 성장 코스를 밟은 플레이어들이 보기에는 배부른 소리였다.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경우 레벨 하나를 올리기 위해 몇 달을 사냥에 열중하는 경우가 흔했으니까 말이다.

    느려진 것은 사냥 속도만이 아니었다.

    포인트 획득 속도 역시 떨어졌다.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의 등장 이후 현성은 엄청난 포인트를 쓸어 담았다.

    루시아의 상태창을 이용해 실험작들을 판매하고 구매평이 좋은 것들은 계속해서 추가했다.

    하지만 포인트 수급 속도는 날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단골 고객들이 현성이 판매하는 주력 상품들을 모두 구매했기 때문이다.

    비축용으로 사 놓은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가 많은지 배터리 판매량 역시 급감했다.

    현성은 2차 대격변 당시 확 올렸던 가격을 서서히 내렸다.

    살 만한 사람은 다 샀으니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가 썩 신통치 않았다.

    ‘얼른 포인트를 모아야 하는데.’

    누적 구매 포인트가 벌써 7천만을 넘어섰다.

    3천만 포인트만 더 모으면 구매 등급이 오르고 전설 등급 아이템인 엘릭서를 구매할 수 있다.

    한데 포인트 수급 속도가 뚝 하고 떨어졌다.

    ‘역시 전자 제품 판매는 한계가 있어.’

    전자 제품을 엄청난 고가로 책정해 VVIP들을 공략하는 현성의 계획은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팔 만큼 팔아 치우자 판매 속도가 둔화되는 단점이 있었다.

    ‘신규 콘텐츠를 풀어야 하나?’

    현대사회에 게임은 수도 없이 많이 존재했다.

    단순한 오락실 게임이 아니라 컴퓨터로 즐기는 싱글 게임부터 콘솔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아직은 신규 콘텐츠를 풀 때가 아니었다.

    ‘지금 풀린 게임 콘텐츠가 모두 소모된 후 풀어야 해.’

    지금 풀면 장기적으로 볼 때 큰 손해였다.

    현성이 가지고 있는 게임 콘텐츠는 한계가 있다.

    현재 나오는 신규 게임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이용한 팀플레이가 대부분이다.

    1인용 게임이 아예 제작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과 비교하면 확 줄었다.

    현성이 판매할 수 있는 건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는 1인용 게임이었다.

    오락실 게임기와 게임팩의 판매가 적당히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신규 게임을 풀어 버리면?

    기존에 판매하던 오락실 게임기와 게임팩의 판매가 확 줄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게임 콘텐츠를 판매해 벌어들일 수 있는 총수익이 줄어드는 꼴이었다.

    ‘골치가 아프네.’

    잠시 머리를 주무른 현성이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급해하지 말자. 게임 콘텐츠는 지금도 충분히 잘 팔리고 있어. 다른 부분에서 문제를 풀어야 해.’

    게임처럼 타 차원의 절대자들을 매료시킬 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해 내야 했다.

    “현성아, 밥 먹어라!”

    어머니의 부름에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나가자 어머니와 루시아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어서 앉아라.”

    어머니의 말에 현성이 식탁에 앉았다.

    “묵은지등갈비찜이네요.”

    “네가 좋아하는 음식이잖아. 많이 먹어, 평소에는 사냥하느라 던전 안에서 김밥이나 햄버거로 배 채운다면서.”

    어머니의 말에 현성이 루시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루시아는 슬며시 현성의 시선을 피하며 시치미를 뗐다.

    “시아는 왜 보니? 얼른 밥이나 먹어.”

    어머니의 말에 현성이 숟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일단 흰 쌀밥을 한 숟갈 뜨고 묵은지를 올렸다.

    그 뒤에는 등갈비의 살을 발라내 숟가락에 올렸다.

    밥, 묵은지, 갈빗살로 이어지는 3층 식탑이 숟가락에 쌓였다.

    현성이 정신없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역시 엄마가 해 준 음식이 최고예요!”

    “그래, 많이 먹어라.”

    현성의 말에 어머니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어머니와 루시아의 시선은 TV에 완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미드 보시네.’

    머리 색만 제외하면 다정한 모녀지간 같았다.

    현성은 처음엔 루시아에게 따로 집을 얻어 주려고 했다.

    사실 백우신이 가족과 함께 이사한 집은 원래 루시아의 몫이었다.

    하지만 루시아가 거절하며 백우신의 가족에게 주어진 것이다.

    루시아는 어차피 사냥터를 옮기게 되면 집에 있는 시간보다 없는 시간이 더 많다며 집을 구해 주겠다는 현성의 제의를 거절했다.

    현성처럼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집이 필요 없다는 논리였다.

    이에 현성도 동의했다.

    루시아는 현성이 어머니 댁에 머물면 홀로 숙박업소에 머물렀다.

    문제는 식사였다.

    현성은 루시아가 혼자 밥을 먹는 게 신경 쓰였다.

    그래서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 루시아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그리고 그날부터 루시아는 현성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어머니는 현성이 처음 동료라고 소개한 루시아에게 관심이 많았다.

    루시아는 자신이 망국인이며 현재 한국으로 귀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나라와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어린 소녀(?)를 안쓰럽게 생각했다.

    루시아의 한국 이름은 우시아였고, 신분증에 기록된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외모에 나이를 맞추다 보니 수백 년의 시간을 살아온 루시아의 나이가 스무 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스무 살도 오버였다.

    루시아의 나이는 겉으로 보면 10대 후반으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많은 포인트를 모은 부작용이었다.

    어머니는 루시아가 현재 모텔에 머물고 있다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집으로 들어올 것을 권했다.

    젊은 처녀가 혼자 모텔에서 지내면 위험(?)하다는 논리였다.

    현성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동의했다.

    모텔에서 홀로 지내는 루시아가 신경 쓰이기도 했고, 루시아가 함께 있으면 현성이 외출했을 시 어머니의 안전이 확보된다는 장점도 있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어머니와 루시아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누나 최현지와도 상당히 돈독한 사이를 유지했다.

    이 집의 유일한 남자인 현성은 감히 끼어들기도 힘든 여자들만의 대화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세 여자의 유대감에 가끔 현성이 쓸쓸함을 느낄 정도였다.

    분명히 한 공간에 같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외딴섬에 홀로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든달까.

    현성으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재미있으세요?”

    현성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그럼 엄청 재미있어.”

    “그래도 식사 좀 하면서 보세요.”

    “그렇게 할게.”

    대답은 그렇게 하셨지만 숟가락이 움직이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루시아, 밥 좀 먹어요.”

    “먹고 있습니다.”

    루시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답은 했지만 숟가락 움직이는 속도는 엄청 느렸다.

    ‘저게 그렇게 재미있나?’

    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성은 드라마보다는 만화책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더 좋아했다.

    그러다 작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루시아는 다른 차원 사람이잖아. 그런데도 미국 드라마가 재미있나?’

    드라마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살아온 환경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가?

    현성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루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루시아, 재미있어요?”

    “영화와 드라마 감상이 제 유일한 취미입니다.”

    대답을 하면서도 루시아의 시선은 여전히 TV에 고정되어 있었다.

    “난 루시아가 정말 부럽더라. 해외 드라마나 영화를 인터넷에서 곧바로 구매해서 본다니까. 난 한글 자막이 달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플레이어가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원어민처럼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이 정말 부러워.”

    어머니의 말에, 현성의 머릿속에 짜릿한 전류가 흘렀다.

    모든 언어와 글자를 이해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기본 능력.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예능 등의 영상 콘텐츠.

    ‘이거다.’

    드디어 새로운 판매 콘텐츠를 발견했다.

    * * *

    현성은 드라마가 끝나자 루시아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루시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요.”

    “말씀하십시오.”

    “드라마나 영화가 그렇게 재미있나요?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도 많이 있을 거 아니에요.”

    “재미있습니다. 중간중간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전혀 새로운 문화를 배우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죠?”

    “왜 그러십니까?”

    “영상 콘텐츠를 판매해 볼까 해서요.”

    “드라마나 영화를 판매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어때요?”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설사 실패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 될 것도 없어 보이고요.”

    “이게 다 루시아 덕분이에요.”

    “제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드라마랑 영화에 푹 빠져 줬잖아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현성은 그날 바로 행동에 나섰다.

    일단 중고 DVD와 신품 DVD 들을 모조리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해외 주문에 나섰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일본 등등 세계 각국에 유명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예능 등의 영상 콘텐츠를 DVD 형태로 닥치는 대로 구매했다.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해.’

    공통적으로 통하는 콘텐츠도 있지만 인종, 국가, 지역, 연령, 성별별로 선호도가 다른 콘텐츠가 많았다.

    고객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모른다.

    그러니 현성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종류의 DVD를 모아야 했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제작된 DVD들이 집에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현성은 일단 시범 삼아 로봇들이 주로 등장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우선적으로 올렸다.

    트랜XX머, 터미XX터, 아XX맨, 로X캅 등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영화.

    그중에서도 로봇과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영화.

    이들은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고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만큼 호불호가 갈릴 확률이 낮았다.

    ‘가격은 어떻게 하지?’

    일단 판매는 TV와 DVD플레이어 그리고 DVD를 세트로 묶어 판매할 생각이었다.

    ‘비싸게 받자.’

    나중에 DVD만 팔 때는 가격을 떨어트리더라도 세트로 묶어 판매하는 만큼 가격을 팍팍 올려도 무방했다.

    현성은 TV와 DVD플레이어를 연결하고 외부 입력 세팅까지 마쳤다.

    코드를 연결한 뒤 전원을 누르고 재생 버튼만 누르면 바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말이다.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세트는 하나의 판매 물품으로 인식되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전에 휴대용 게임기를 올릴 때 판매창이 게임기와 SD카드 그리고 건전지를 개별 판매 상품으로 인지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XXX사의 TV와 DVD플레이어 세트 – 일반 등급

    -영화 트랜XX머가 들어 있다.

    -판매자 : 최현성

    -판매가 : 399,999,999포인트

    4억 포인트.

    실로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현성으로서도 충분히 계산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DVD플레이어는 처음으로 판매되는 물품이다.

    일단 게스피트나 백화 같은 VVIP들은 무조건 구매를 할 것이다.

    거기다 TV 역시 기존에 비싼 가격에 판매하던 제품이었다.

    ‘호기심으로라도 구매하는 이들이 꽤 있을 거야. 일단은 세트로 판매하고 그 후에는 DVD를 개별 판매한다.’

    현성은 판매 등록을 하기 시작했다.

    * * *

    ‘이놈이 또 뭘 올린 거지?’

    백화신검이 새롭게 올라온 물품을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또 쓸모없는 물품은 아니겠지?’

    한때 스마트폰 셀카 놀이에 푹 빠졌던 백화신검은 최현성이라는 판매자가 올린 물품의 대부분을 구입했다.

    태블릿 PC, 게임기, 노트북 등등.

    하지만 게임기는 그리 백화신검의 취향에 맞지 않았다.

    그나마 태블릿 PC는 좀 쓸모가 있었다.

    본래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취미 생활을 즐기던 백화신검에게 태블릿 PC는 신세계였다.

    원하기만 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선이나 색채를 지울 수도 있고, 방금 전에 그렸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같은 그림을 복사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그려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가끔 취미로 사용하기는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질려 버리고 만 것이다.

    노트북으로 프X셀이나 지XX기 같은 게임을 즐기기도 했지만 금방 질렸다.

    백화신검은 자신이 게임이라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게임 자체를 아예 싫어한다기보다는 금방 질려 버리는 게 문제였다.

    그나마 가장 오래 즐겼던 게임이 노트북으로 플레이했던 프린XX 메이커였다.

    하지만 그것도 몇 달 가지 못했다.

    백화신검은 이번에는 제발 자신의 무료함을 채워 줄 물건이 올라왔기를 바랐다.

    구매 버튼을 누르자 밝은 빛무리와 함께 TV와 DVD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화신검은 능숙하게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에 코드를 꽂았다.

    그리고 판매자가 동봉한 상품 설명서에 따라 재생 버튼을 눌렀다.

    백화신검의 영화 감상이 시작되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영화가 끝났다.

    백화신검은 멍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했다.

    그리고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날 백화신검은 트랜XX머라는 영화를 무려 다섯 번이나 봤다.

    자동차, 비행기, 헬기 등이 로봇으로 변하는 화려한 CG.

    온갖 현대 무기들의 위력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화려한 영상미.

    마지막으로 로봇과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시민들을 보호하고 요괴들을 쓰러트린다는 신선한 스토리까지.

    백화신검에게는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백화신검 역시 영화라는 게 뭔지는 인식하고 있었다.

    가끔 즐기던 경극 같은 것이다.

    한데 스케일이 달랐다.

    ‘저 로봇 배우들은 도대체 어떻게 섭외한 거지?’

    백화신검의 인식은 자신이 사는 세상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CG라는 개념을 인지하지 못했다.

    ‘최현성이라는 자가 사는 세계는 스킬 말고도 상당히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구나.’

    물론 백화신검의 입장에서는 검 한 번 휘두르면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기는 했다.

    하지만 플레이어와 로봇 그리고 온갖 현대 병기들이 함께 요괴에 대항한다는 게 중요했다.

    백화신검이 홀린 듯이 다른 영화가 들어 있는 TV와 DVD플레이어 세트를 구매했다.

    영화를 볼 수 있다면 4억 포인트 정도의 푼돈은 아무것도 것도 아니었다.

    백화신검은 자신에게 하등 필요가 없는 TV와 DVD플레이어까지 중복 구매하며 영화를 즐겼다.

    * * *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후략……

    ‘대박.’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TV와 DVD플레이어 판매 세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백화 고객님의 선전이 눈부셨다.

    ‘그동안 잠잠하시더니 이렇게 은총을 베풀어 주시는구나.’

    백화는 VVIP 중에서도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 구매가 가장 뜸한 고객이었다.

    신상품을 모두 구매하기는 하는데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의 구매가 적다.

    이건 현성이 그간 판매한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한데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TV와 DVD플레이어 세트의 대량 구매와 동시에 엄청난 양의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백화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고객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판매량과 동시에 구매평도 엄청나게 뜨거웠다.

    XXX사의 TV와 DVD플레이어 세트 – 일반 등급

    -영화 트랜XX머가 들어 있다.

    -판매자 : 최현성

    -판매가 : 399,999,999 포인트

    베스트 구매평

    바르투스 –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감명 깊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범X비 판매는 불가능한 건가요?

    일단 생명체가 아니니 판매 등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이템으로 분류가 돼서 판매 등록이 가능하다면 꼭 올려 주십시오.

    얼마가 되든 무조건 구입하겠습니다.

    ↳ 고든부르 – 동의합니다. 판매 가능하다면 꼭 판매해 주십시오.

    ↳ 사드비이 – 저도 구입 희망합니다.

    ↳ 비파르 – 아니, 그 영화를 보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구매라니요? 범X비는 동료이지 물건이 아닙니다! 대화가 가능한 지적 생명체는 판매창에 등록될 수 없다는 거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 고든부르 – 알기는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요청해 보는 겁니다. 비파르 님은 구매 가능하면 구매 안 하실 건가요?

    ↳ 비파르 – 뭐, 저도 구매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살 생각입니다.

    ……후략……

    엄청나게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범X비는 판매가 불가능한데.’

    지적 생명체로 인정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속에서 CG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어떻게 판매를 하겠는가.

    ‘하지만 자동차 자체는 판매가 가능하지.’

    로봇으로 변하는 자동차는 없지만 단순히 잘 달리기만 하는 자동차는 있다.

    ‘한번 도전해 봐?’

    실제 로봇으로 변신하지는 못한다고 해도 폭발적인 판매량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자동차는 일반 물건처럼 산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 후 계속해서 세금도 내고 보험료도 내야 했다.

    현성이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무보험으로 차량 구매는 가능하네.’

    하지만 운행을 하게 되면 벌금이 나온다.

    ‘나야 직접 운행할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고가의 차량을 여러 대 사면 이상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돈 많은 플레이어가 돈지랄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플레이어 협회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신분을 숨기고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나?’

    “주군, 판매가 끝났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루시아가 현성에게 말을 걸었다.

    루시아는 현성에게 판매를 통해 번 포인트를 넘겨주었다.

    현성이 번 포인트도 많았지만 루시아가 벌어들인 포인트도 만만치 않았다.

    “루시아, 혹시 차량을 판매할 방법 없을까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에 나왔던 로봇들을 판매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서요. 로봇은 판매하지 못해도 자동차는 판매할 수 있잖아요.”

    “뭐 하러 자동차를 판매합니까?”

    “예? 그야 이것도 꽤 포인트 벌이가 될 것 같아서…….”

    “그냥 피규어를 판매하면 되지 않습니까? 변신도 가능한……. 뭐 하러 비싸고 구매 절차도 복잡한 진짜 차량을 판매합니까?”

    “아!”

    루시아의 말에 현성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수동으로 변신이 가능한 피규어부터 자동 변신이 가능한 피규어까지 없는 게 없었다.

    거기다 RC카 형태로 나온 범X비도 있었다.

    “루시아, 고마워요!”

    현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터넷으로 피큐어와 RC카 들을 주문했다.

    피큐어와 RC카 판매는 대성공이었다.

    영화에 푹 빠진 마니아들은 피큐어와 RC카에 열광했다.

    진짜를 얻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판매창의 시스템은 지적 생명체 거래를 허락하지 않았다.

    구매자들은 시스템에 막혀 판매하지 못하는 거라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수긍했다.

    ‘주문 제작 피규어도 있네.’

    실사 크기로 제작된 피큐어부터 실제 차량 가격에 맞먹는 초고가의 고퀄리티 피규어까지.

    피규어 시장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했다.

    ‘주문하자.’

    양산형도 이렇게 잘 팔리는데 고퀄리티 초고가 피규어와 실사 크기 피규어는 얼마나 더 잘 팔리겠는가.

    영화는 시작이었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까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당연히 그에 따라 피규어 판매에도 불이 붙었다.

    그 결과.

    -누적 습득 포인트가 1조를 돌파했습니다.

    -등급이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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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등급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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