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퀘스트 군주의 자격
현성은 던전에 있는 동안 루시아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루시아는 빠르게 한국어를 습득했다.
모르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기본 능력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외국어를 무척 손쉽게 익혔다.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을 거야.’
현성은 루시아를 무국적자로 위장시켰다.
1차 대격변 당시 차원 게이트를 막지 못하고 멸망한 나라는 꽤 많다.
인구가 적은 소국일수록 그런 경향이 컸다.
현성은 루시아를 그런 멸망한 나라의 생존자로 둔갑시켰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현성 씨.”
루시아가 플레이어 협회 지부에서 나왔다.
“어떻게 됐어요?”
“신분증을 발급받았습니다. 플레이어 아카데미에서 교육만 마치면 플레이어 등록증을 발급해 준다고 하더군요.”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랭커 중에 랭커라고 할 수 있는 루시아가 플레이어 아카데미에 입소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다행이네요. 일단 바로 입소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루시아에게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어요.”
“그게 뭔가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거래를 하고 싶어요.”
“거래요?”
“네.”
“무슨 거래인지 말씀해 주시죠.”
“포인트를 손쉽게 벌 방법이 있습니다.”
“대충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현성이 사는 세계가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루시아는 현성을 각성한 지 최소 20년 이상 지난 베테랑이라고 생각했다.
용병 고용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누적 포인트를 모으려면 그 정도 시간은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한데 아니었다.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다 현성의 나이를 듣고 엄청나게 놀랐다.
그 후 각성한 시기를 듣고는 더 놀랐다.
고작 1년 만에 이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현성은 루시아가 수십 년에 걸쳐 이룩한 것들을 불과 1년 만에 이뤄 냈다.
“제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만 독점적으로 생산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판매창이 부족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죠.”
“제 고유 스킬을 이용해 물품을 추가로 판매하시겠다는 뜻입니까?”
“맞습니다. 판매 수수료로 10%를 드리겠습니다.”
“제게 너무 좋은 조건인 것 같습니다만?”
현성은 루시아의 최소 고용 비용을 받지 않고 있다.
그것만 해도 루시아에게는 엄청난 혜택이다.
수수료 역시 과했다.
불과 10%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 역시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공돈이나 마찬가지였다.
루시아는 어차피 현성이 고용해 주지 않으면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없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루시아를 필요할 때만 소환하는 게 이득이었다.
굳이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해 주거나 물건을 팔아 추가 수입을 얻게 해 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저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제자의 호의를 거절하지 마세요.”
루시아의 고유 스킬을 활용해 더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포인트는 고스란히 현성의 힘이 된다.
물론 루시아에게 물품 판매만 시키고 수수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성은 공존을 원했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해야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현성이 루시아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반년이 넘었다.
현성은 루시아를 믿었다.
그리고 지금의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를 원했다.
고용주가 고용인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이득을 취한다면, 점점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전 루시아가 본래 살던 세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기 전까지 쭉 함께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루시아의 세계에서 몬스터를 몰아내는 일도 돕고 싶어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루시아, 괜찮아요?”
현성의 물음에 루시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 제게 감당하기 힘든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군요.”
루시아는 차원의 틈으로 도주한 이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세상은 냉정했다.
그 누구도 루시아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지 않았다.
오히려 루시아의 상황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착취하려고만 했다.
루시아에게 정당한 대접을 해 주고 호의를 베풀어 준 인물은 현성이 처음이었다.
루시아가 인도 한가운데서 무릎을 꿇었다.
“어? 루시아?”
현성이 당황해 루시아를 불렀다.
“이 세계에 머무는 동안 최현성 님을 주군으로 모시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저의 검은 주군의 적을 베는 칼날이 될 것이고 저의 몸은 주군을 지키는 방패가 될 것입니다. 이는 죽음으로도 끊을 수 없는 기사의 명예를 건 맹세입니다.”
-기사의 진심 어린 충성 맹세를 받으셨습니다.
-전직 퀘스트 군주의 자격이 시작됩니다.
전직 퀘스트 군주의 자격
클리어 조건 - 기사의 충성 맹세 받기.
-불멸의 기사 루시아의 충성 맹세를 받으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뭐야?’
현성은 당황했다.
‘전직은 50레벨이 되어야만 가능한 거 아니었어?’
현성이 당황해 있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연예인 뺨칠 정도의 미모를 가진 서양 여성이 인도 한복판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루시아, 일어나요.”
“제 맹세를 받아 주시기 전까지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받아 줄게요. 당장 일어나세요.”
현성의 말과 함께 루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불멸의 기사 루시아의 충성 맹세를 받으셨습니다.
-전직 퀘스트 군주의 자격을 완료하셨습니다.
-전설 등급 직업 군주로 전직합니다.
-모든 스텟이 20 증가합니다.
-직업 전용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전설 등급
-세계 최초로 전설 등급 직업을 얻으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군주 - 전설 등급]
‘이게 뭐야?’
갑자기 보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현성이 루시아에게 물었다.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근처에 자리한 숙소로 이동한 상태였다.
“주군께서 저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를 만분의 일이라도 갚기 위함입니다.”
“루시아의 세계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제가 사는 나라에는 신분제도가 없는데요.”
차마 세계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지구라고 왕족과 기사가 없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제게 이 세계의 기준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기사이고 모시기에 합당한 인품과 실력을 가지신 주군께 충성을 맹세했을 뿐입니다.”
현성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대놓고 얼굴에 금칠을 해 주니 버틸 수가 없었다.
현성으로서는 루시아에게 현대인으로서 해 줄 수 있는 상식적인 대우를 해 줬을 뿐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달랐다.
루시아는 평생을 기사로 살아온 인물이다.
기사에게 있어 최고의 행복은 뛰어난 인품과 실력을 가진 군주를 섬기는 것이다.
그 후 군주의 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기사로서 충성을 다하는 것.
그게 바로 기사의 삶이었다.
루시아는 용병 고용을 통해 삶을 연명하면서도 자신이 모실 수 있는 군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자신을 도와준다면…….
멸망의 기로에 선 자신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도움을 준다면 목숨이라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한데 그런 군주를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반년의 시간 동안 현성이 루시아를 지켜봤듯이 루시아 역시 현성을 지켜봤다.
하지만 쉽게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그간의 상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나 오늘 현성이 한 말로 인해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주군께서도 제 충성 맹세를 받아 주지 않으셨습니까?”
루시아의 물음에 현성이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전직 퀘스트가 떡하니 나왔는데 어떻게 안 받겠는가.
“그 루시아의 충성 맹세를 받고 군주라는 직업으로 전직을 했는데, 혹시 어떻게 된 건지 아시나요?”
“당연한 수순일 뿐입니다. 기사의 충성 맹세를 받는 존재는 군주밖에 없으니까요.”
“혹시 루시아는 직업을 가지고 있나요?”
“물론입니다. 영웅 등급 직업인 불멸의 기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50레벨이 안 됐는데 어떻게 전직이 가능하죠?”
전직은 50레벨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그게 이 세상의 상식이었다.
“레벨이 전직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수많은 전장에서 활약한 결과 기사라는 직업을 얻었습니다. 그간 제가 살아온 삶의 여정과 전투 경험이 바탕이 되어 결정된 것 같았습니다. 그 후에도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켰을 경우 추가로 전직 퀘스트가 생성되더군요.”
“그렇군요.”
설마 그런 비밀이 있었을 줄은 몰랐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실 처음 주군께 레벨과 스텟만 보여 드린 것도 직업을 감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뇨, 그런 걸로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어요.”
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던 때다 보니 감추는 게 당연했다.
“제 스텟 중 힘, 체력, 정신력 스텟이 높았던 이유도 전직 보상을 통해 능력치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그랬군요.”
어쩐지 능력치가 고르지 않아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군주의 경우는 모든 능력치가 고르게 상승합니다.”
“그런 것 같네요.”
군주로 전직함과 동시에 능력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모든 스텟 20 증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전설 등급 직업을 최초로 획득해 최초의 군주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게 또 모든 스텟을 40 증가시켜 줬다.
한순간에 모든 스텟이 60이나 상승한 것이다.
총스텟으로 치자면 무려 300이 늘어났다.
“저는 평생 직업을 가지지 못할 줄 알았어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마 주군께서는 제가 아니었어도 직업을 얻는 데 성공하셨을 겁니다.”
“루시아는 각성하고 얼마나 걸려서 직업을 얻었나요?”
“대략 15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15년요?”
“네.”
담담한 루시아의 대답과 달리 현성은 꽤 당황했다.
설마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 줄은 몰랐다.
기사로서 평생을 살아왔던 루시아가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
평생을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현성이라면?
직업을 얻는 데 최소한 몇십 년은 걸렸을 것이다.
거기다 현성은 루시아를 만남으로 인해 군주라는 전설 등급 직업을 얻는 데 성공했다.
루시아가 아니었다면 몇십 년이 아니라 몇백 년을 기다렸어도 전설 등급 직업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단 직업 전용 스킬을 확인해 보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능숙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숙달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렇죠.”
이미 다른 스킬들을 사용하며 숙련도의 중요성을 파악한 현성이다.
직업 스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태창.’
이름 : 최현성
플레이어 레벨 : 1
메인 직업 : 군주 - 전설 등급
칭호 : [뿔 토끼 학살자 - 전설 등급] [블러드 폭스 학살자 - 전설 등급] [최초의 영웅 등급 업적 달성자 - 영웅 등급] [최초의 전설 등급 업적 달성자 - 전설 등급] [흡혈 박쥐 학살자 - 전설 등급] [핏빛 쥐 학살자 - 전설 등급] [거대 개미 학살자 - 전설 등급] [푸른 도마뱀 학살자 - 전설 등급] [최초의 레벨 파괴자 - 일반 등급] [붉은 갈기 늑대 학살자 - 전설 등급] [토드맨 학살자 - 전설 등급] ……후략……
스텟 : [힘 300 +349] [민첩 300 +349] [체력 300 +352] [마력 300 +353] [정신력 300 +349]
직업 전용 스텟 : [통솔력 3,192]
미분배 스텟 : [0]
고유 능력 : [판매] [구매]
직업 전용 스킬 : [세력 현황 - 직업 전용 스킬] [군주의 깃발 - 직업 전용 스킬] [등용 - 직업 전용 스킬] [철회 - 직업 전용 스킬]
액티브 스킬 : [힐 - 일반 등급] [파이어 볼 - 일반 등급] [도발 - 일반 등급] [매직 미사일 - 일반 등급] [실드 - 일반 등급] [은밀한 기습 - 일반 등급] [은신 - 일반 등급] [실드 스턴 - 일반 등급] [큐어 - 일반 등급] [아공간 - 희귀 등급] ……후략……
패시브 스킬 : [단단한 몸 - 일반 등급] [강인한 체력 - 일반 등급] [삼재심법 - 일반 등급] [초급 검술 지식 - 일반 등급] [초급 마법 지식 - 일반 등급] [초급 방패술 지식 - 일반 등급] [스톤 바디 - 일반 등급] [불사의 서 - 유일 영웅 등급] [생존 본능 - 영웅 등급] ……후략……
능력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간 꾸준히 해 온 업적 노가다와 전직으로 인해 얻은 스텟 덕분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없음으로 표시되었던 메인 직업에 군주가 추가되었다.
거기다 통솔력이라는 스텟이 생겼다.
“직업 전용 스킬이 생겼네요.”
무려 네 개나 생겼다.
“추가로 전직을 하시면 스킬은 계속해서 늘어날 겁니다.”
“앞으로 전직을 더 할 수 있을까요?”
“군주의 경우 휘하로 받아들인 신하들의 숫자가 늘어나면 상위 등급으로의 추가 전직이 가능합니다.”
“하하하,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루시아가 현성에게 충성 맹세를 한 것은 수많은 우연과 특별한 상황이 겹쳐서다.
신분제가 유명무실해진 현대에서 현성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신하가 생긴다?
확률이 너무 희박했다.
“그런데 직업 전용 스텟은 뭐죠? 통솔력이라고 나와 있는데.”
“통솔력은 모든 스텟의 합으로 결정됩니다.”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자신의 스텟을 계산해 봤다.
“60이 부족한데요?”
현성의 스텟 총합은 3,252다.
한데 통솔력 스텟은 3,192이었다.
“제가 휘하에 있기 때문입니다. 통솔력 스텟은 휘하에 거둔 플레이어의 숫자와 수준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듭니다. 전직을 하지 못한 일반 플레어는 10 정도고, 그 후 전직을 거칠 때마다 10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루시아는 5차 전직을 마친 플레이어다.
그런 루시아가 현성의 휘하에 있었기에 통솔력 스텟 60이 소모된 것이다.
“일단 스킬부터 살펴볼게요.”
“그렇게 하십시오.”
현성이 가장 먼저 세력 현황을 눌렀다.
세력 현황 - 직업 전용 스킬
-군주 : 최현성
-기사 : 루시아
이게 끝이었다.
말 그대로 세력 현황판일 뿐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루시아를 눌러봤다.
이름 : 루시아
플레이어 레벨 : 1
메인 직업 : 불멸의 기사 - 영웅 등급
칭호 : [고블린 학살자 - 전설 등급] [오크 학살자 - 전설 등급] [최초의 희귀 등급 업적 달성자 - 희귀 등급] [최초의 영웅 등급 업적 달성자 - 영웅 등급] [최초의 전설 등급 업적 달성자 - 전설 등급] [리자드맨 학살자 - 전설 등급] [코볼트 학살자 - 전설 등급] [뿔 토끼 학살자 - 전설 등급] [검은 쥐 학살자 - 전설 등급] [최초의 레벨 파괴자 -일반 등급] [샤벨 타이거 학살자 - 전설 등급] [오우거 학살자 - 전설 등급] ……후략……
스텟 : [힘 300 +427] [민첩 300 +402] [체력 300 +445] [마력 300 +403] [정신력 300 +435]
고유 능력 : [판매] [구매]
직업 전용 스킬 : [기사의 검 - 직업 전용 스킬] [오러 블레이드 - 직업 전용 스킬] [오러 실드 - 직업 전용 스킬] [기사의 신념 - 직업 전용 스킬] [신념의 방패 - 직업 전용 스킬] [기사의 돌격 - 직업 전용 스킬] ……후략……
액티브 스킬 : [도발 - 일반 등급] [치명적인 일격 - 일반 등급] [실드 스턴 - 일반 등급] [굳건한 걸음 - 일반 등급] [실드 - 일반 등급] [기마술 - 일반 등급] [튼튼한 방패 - 일반 등급] [힐 - 일반 등급] [큐어 - 일반 등급] [광역 도발 - 희귀 등급] [블록 실드 - 영웅 등급] ……후략……
패시브 스킬 : [단단한 몸 - 일반 등급] [강인한 체력 - 일반 등급] [로체스 마력 연공법 - 일반 등급] [초급 검술 지식 - 일반 등급] [중급 검술 지식 - 희귀 등급] [초급 방패술 지식 - 일반 등급] [중급 방패술 지식 - 희귀 등급] [아이언 바디 - 희귀 등급] [재생의 바람 - 희귀 등급] [치유의 바람 - 희귀 등급] ……후략……
“어?”
루시아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루시아의 상태창이 떠올랐는데요?”
“군주의 기본적인 능력일 뿐입니다. 휘하 신하들의 능력을 알아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으니까요.”
루시아가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성이 이번에는 군주의 깃발을 눌러 봤다.
군주의 깃발 - 직업 전용 스킬
-휘하에 거둔 신하들의 숫자에 따라 군주와 신하의 스텟이 증가합니다.
-휘하 신하의 수 - 1명
-모든 스텟이 0% 증가합니다.
‘이건 당장은 쓸모가 없네.’
일종의 버프 스킬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 스텟 증가는 0%에 불과했다.
이제 남은 건 등용과 철회뿐이었다.
대충 뭔지 짐작은 갔다.
등용 - 직업 전용 스킬
-신하를 등용합니다.
-통솔력이 소모됩니다.
철회 - 직업 전용 스킬
-신하의 충성 맹세를 철회합니다.
-세력 현황에서 제외됩니다.
-등용 시 소모한 통솔력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철회는 확실히 페널티가 크네요.”
“그런 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철회를 당한 신하가 받는 페널티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떤 페널티를 받는데요?”
“일단 휘하에 있던 기간과 동일한 시간 동안은 다른 군주의 휘하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어…….”
현성이 애매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걸 페널티라고 할 수 있는 건가?’
루시아의 세계에서는 큰 타격이겠지만 현성의 세계에서는 아니었다.
“또한 레벨과 스텟 그리고 스킬이 감소합니다.”
“레벨, 스텟, 스킬이 감소한다고요?”
“예, 하지만 영구적인 조치는 아닙니다. 다시 레벨 업을 하거나 스킬북을 익히면 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감소되는지 아시나요?”
“군주의 휘하에 들어온 후 올린 레벨, 스텟, 스킬이 그 전으로 초기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쉽게 말해 군주의 휘하에서 본 이득을 모두 토해 놓고 나가야 하는 것이다.
확실히 양쪽 모두에게 손해였다.
“신하 쪽에서 먼저 철회를 요청할 수도 있나요?”
“가능합니다. 페널티는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군주와 신하 양쪽 모두 서로를 존중해야 유지가 가능한 시스템이었다.
“군주의 깃발은 어느 정도 되어야 효과가 있나요?”
“최하 열 명 단위는 되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용하려면 엄청 오래 걸리겠네요. 어쩌면 평생 불가능할 수도 있고요.”
자신을 군주로 섬기는 신하가 열 명을 넘는다?
현성으로서는 불가능한 미션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습니다. 주군께서는 열 명이 아니라 수백, 수천의 기사들을 거느릴 자격이 있으신 분이십니다.”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 * *
일본 후쿠오카.
이곳은 몬스터들의 천국으로 변해 있었다.
조인족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몬스터들이 지상을 활보했다.
일본 플레이어들과의 전투로 인해 4백 마리 정도로 줄어들었던 조인족들의 숫자는 무려 1,500마리로 늘어났다.
개방된 차원 게이트를 통해 조인족들이 계속해서 넘어온 결과였다.
일본 정부는 애써 줄여 놓은 조인족들의 숫자가 다시 늘어났다는 사실에 초조해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조인족과의 대대적인 첫 전투 이후 일본의 랭커와 고레벨 플레이어 들의 숫자는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남은 절반을 투입해 조인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한다 한들 일본의 손해가 너무 컸다.
결정적으로 그 당시 일본 내부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당장 추가로 플레이어를 투입해 조인족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측과 국제사회의 도움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플레이어들 역시 위험도가 높은 조인족과의 전투를 주저했다.
그러는 사이 조인족들의 숫자가 계속해서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에 와서는 일본 자체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조인족들의 개체 수가 늘어났다.
“UN의 협상 결과는 아직인가?”
타나카 장관이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합니다. 미국과 EU를 포함해서 아시아 국가들까지 조인족을 가장 먼저 토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후쿠오카가 토벌 1순위로 선정될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간 뿌린 돈이 얼만데.”
일본은 조인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로비를 벌였다.
그동안은 세계 각국이 자국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빴기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정세가 안정되기 시작하자 그간 뿌려 놓은 일본의 로비가 빛을 발했다.
2차 대격변이 발생한 후 일본처럼 몬스터에게 영토를 빼앗긴 국가는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국력과 경제 기반이 약한 나라들은 이번 2차 대격변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일본은 막대한 로비를 통해 국제 연합이 가장 먼저 탈환해야 하는 지역을 후쿠오카로 선정하게 만들었다.
“그놈들은 얌전히 있겠지?”
“예, 나름 생태계를 구성한 듯싶습니다.”
“이제 조금만 버티면 끝나는 일이야. 놈들이 영역을 넓히더라도 웬만하면 충돌하지 말고 물러나라고.”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이제 다 끝났어.”
세계 각국의 플레이어들이 몰려들면 아무리 조인족이라고 해도 일망타진될 수밖에 없었다.
* * *
조인족 무리는 하늘을 활보하며 사냥에 열중했다.
다른 던전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이 있었기에 먹이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다른 몬스터들을 사냥해 허기는 해결할 수 있어도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까지 충족시킬 수는 없었다.
황금빛 날개를 가진 조인족이 텅 비어 버린 건물을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간 맛있게 먹었던 먹이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야 했다.
캬아아아악!
황금빛 날개를 가진 조인족이 포효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에 다른 조인족들 역시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조인족들은 인간들의 영역으로 움직였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검은 바탕에 황금빛 물결이 새겨져 있는 문양을 가진 건물.
조인족들은 학습을 통해 그 문양이 새겨진 건물 안에 맛있는 먹잇감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조인족들이 떠나간 건물은 처참하게 망가져 있었다.
망가진 건물 아래로 야마토 기업 마석 보관소라는 글자가 새겨진 간판이 나뒹굴고 있었다.
* * *
조인족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일본 정부는 화들짝 놀랐다.
일주일 안에 세계 각국의 플레이어들이 일본으로 몰려든다.
그럼 조인족 토벌은 시간문제나 마찬가지였다.
한데 얌전히 있었으면 했던 조인족들이 기존의 영토를 벗어나 버렸다.
일본 정부는 전투를 보류했다.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고 괜히 자국 플레이어들의 피해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후쿠오카 주변에 살고 있던 국민들을 대피시킨 상태였다.
물론 기반 시설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조인족들이 기반 시설을 점령했다.
마석 보관소를 비롯해 연료 및 약제로 가공 중이던 마석들이 모조리 조인족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하지만 조인족들은 원하는 만큼 배를 채우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미리 마석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조인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열린 차원 게이트로 인해 물자 회수가 되지 못한 후쿠오카와 달리 다른 지역은 이미 물자 회수가 끝난 상태였다.
텅 빈 창고와 가공 중인 마석들은 1,500마리에 달하는 조인족들의 배를 채워 줄 수가 없었다.
조인족들이 민간인 대피가 끝나지 않은 지역까지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조인족들과 전투를 벌이든지 아니면 민간인의 피해를 방치하든지.
일본 정부의 선택은 전자가 아닌 후자였다.
* * *
조인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그 시각.
현성은 루시아와 함께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효율이 떨어지고 있었다.
경쟁자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북한 지역의 던전은 현성이 홀로 독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한 지역의 던전은 독점이 불가능했다.
북한 지역이 개방되면서 상당히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북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남한 지역에 남은 플레이어의 숫자도 꽤 많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남한과 북한 지역에 있는 중, 저레벨 던전의 클리어가 거의 끝났다는 점이었다.
현성은 느린 속도로라도 중, 저레벨 던전 업적 작업을 마무리한 후 영웅 등급 던전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오늘도 효율이 안 좋네요.”
던전을 나온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북한 지역에서의 사냥 속도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너무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주군. 차근차근 강해지시면 됩니다.”
“그건 그렇죠.”
현성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루시아는 현성의 도움으로 현대 물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루시아의 판매창은 실험적인 요소가 강했다.
그렇기에 그간 판매창이 부족해 올리지 못했던 비주류 물건들 위주로 판매를 시작했다.
당연히 판매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기준이었다.
루시아의 입장에서 현대 물품 판매는 땅 짚고 헤엄치기나 마찬가지였다.
중하급 마석 하나를 팔아서 벌 수 있는 돈으로 수천만 포인트짜리 물건들을 대량으로 살 수 있다.
현성은 물품이 팔리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투덜거렸다.
하지만 마석이나 스킬북을 올려 몇 달이 넘도록 판매하지 못한 기억이 있는 루시아의 입장에서 현대 물품의 판매 속도는 엄청나게 빠른 편이었다.
루시아가 현대 물품을 팔아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전체 판매 금액의 10%뿐이다.
하지만 그 10% 덕분에 루시아의 포인트는 빠르게 늘어 가고 있었다.
루시아는 현대 물품을 판매한 이후 현성이 이렇게 짧은 시간 급성장한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위이이잉!
현성이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전화가 걸려 왔다.
신윤아였다.
“네, 윤아 씨.”
-현성 씨, 지금 던전에서 나오신 건가요?
“네,”
-혹시 일본 가실 생각 있으신가요?
신윤아의 물음에 현성은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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