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권. 용병 시스템 (32/225)
  • ┃용병 시스템

    용혈검이 전설 등급으로 성장했을 때 총 세 개의 업적이 생성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최초로 유일 전설 등급 무기를 손에 넣은 자 - 영웅 등급]이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유일 영웅 등급 스킬이 유일 전설 등급 스킬로 성장한다면 새로운 업적이 추가되지 않을까?

    신윤아의 제안을 받아들여 흑암룡의 징벌 경매에 참여했던 것은 스킬 자체가 탐이 나기도 했지만, 새로운 업적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했다.

    설사 하나로 합쳐지지 않아도 손해 볼 일은 없었다.

    흑암룡의 징벌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한 스킬이었으니까 말이다.

    한데 다행히 흑암룡의 징벌과 뇌전룡의 숨결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 결과 현성은 최초 업적 하나를 추가하게 되었다.

    ‘이무기 덕분이 꿀을 제대로 빠네.’

    이무기 사냥을 통해 얻은 영웅 등급 최초 업적이 무려 다섯 개였다.

    물론 그 중 하나인 [최초의 전설 등급 몬스터 사냥에 기여한 자 - 영웅 등급] 같은 경우 모든 스텟 10 증가라는 희귀 등급 최초 칭호와 동일한 보상을 줬다.

    하지만 다른 영웅 등급 최초 칭호는 달랐다.

    -최초로 전설 등급 무기를 손에 넣은 자 - 영웅 등급

    -최초로 유일 전설 등급 무기를 손에 넣은 자 - 영웅 등급

    -최초로 전설 등급 스킬을 손에 넣은 자 - 영웅 등급

    -최초로 유일 전설 등급 스킬을 손에 넣은 자 - 영웅 등급

    이 네 가지 모두 칭호의 옵션은 동일했다.

    모든 스텟 20 증가. 이무기 사냥을 통해 손에 넣은 칭호로 올린 스텟의 총합은 무려 450이었다.

    ‘역시 최고의 선택이었어.’

    이 모두가 굴하지 않는 정신 스킬을 익혀 이무기 척살대에 들어간 덕분에 얻은 보상이었다.

    ‘이제 흑뢰룡의 숨결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해야지.’

    현성이 스킬 창에서 새롭게 탄생한 고유 전설 스킬 흑뢰룡의 숨결을 눌렀다.

    흑뢰룡의 숨결 - 유일 전설 등급

    -액티브 스킬

    -마력의 성질을 암흑 속성으로 변화시킵니다.

    -공격 계열 스킬의 위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치유 계열 스킬의 위력이 대폭 떨어집니다.

    -시전자의 체력과 마력을 동시에 소모해 발동합니다.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흑뢰를 부립니다.

    -모든 스킬과 행동이 뇌전의 힘을 부여받습니다.

    -흑뢰룡의 숨결에 적중당한 적들의 신체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킵니다.

    -쿨타임이 존재하지 않는 스킬입니다.

    -뇌전 계열 스킬과 아이템을 흡수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별하게 바뀐 건 없었다.

    그저 기존에 존재하던 뇌전룡의 숨결과 흑암룡의 징벌이 적절히 뒤섞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대박이지.’

    유일 전설 등급인 흑뢰룡의 숨결은 아직도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전설 다음 등급은 뭘까?’

    흑뢰룡의 숨결을 성장시키면 또다시 최초 업적을 독점하게 될지도 몰랐다.

    ‘일단 위력 테스트부터 해 봐야겠다.’

    현성은 던전으로 향했다.

    파지지직!

    흑뢰가 비처럼 쏟아지며 일대를 뒤덮었다.

    현성에게 덤벼들던 몬스터들은 흑뢰에 직격당한 순간 숯덩이로 변했다.

    ‘엄청나네.’

    검과 방패를 휘두르고 스킬을 난사하며 사냥했던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물론 그때도 손쉽게 사냥하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다.

    이건 마치 폭풍우가 지상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는 것 같았다.

    ‘사냥 속도가 더 빨라지겠어.’

    다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몬스터가 너무 없네.’

    강해진 건 좋은데 사냥감이 너무 빨리 줄어들었다.

    ‘열심히 해야지.’

    노가다가 쉬워졌다고 꾀를 부릴 생각은 없었다.

    그저 더 열심히 움직일 뿐이었다.

    오래간만에 정말 미친 듯이 사냥을 했다.

    던전 몬스터의 씨가 마를 정도로 말이다.

    당연히 그만큼 업적이 쌓이는 속도도 빨랐다.

    문제는 몬스터 부족이었다.

    이 던전은 현성이 혼자 사용하는 게 아니다.

    혼자 잡아도 모자랄 몬스터를 여러 명이 나눠 잡고 있으니 사냥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

    ‘흡혈 박쥐 던전 같은 곳을 찾아야 하는데.’

    플레이어들이 기피하는 던전.

    그런 곳을 찾아 몬스터들을 한 번에 쓸어버려야 했다.

    ‘마땅한 곳이 없나?’

    일단 밖으로 나가 정보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현성이 던전을 나왔다.

    스마트폰을 켜고 쌓인 문자와 메신저 들을 확인했다.

    ‘어?’

    신윤아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상의할 일이 있으니 문자를 확인하는 즉시 전화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현성이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최현성입니다.”

    -이제 던전에서 나오셨나 보군요.

    “네.”

    -현성 씨, 혹시 북쪽 지역 던전에서 사냥하실 생각 없으세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현성의 물음에 신윤아의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지역을 모두 수복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플레이어 부족이었다.

    영토가 두 배로 늘어나며 던전 역시 그에 못지않게 늘어났다.

    더군다나 2차 대격변으로 발생한 차원 게이트 역시 모조리 던전화시킨 상태.

    플레이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던전이 포화 상태가 되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

    그럼 북한 지역은 다시금 몬스터 천국이 되어 버린다.

    개망신을 당한 중국은 아직도 호시탐탐 북한 지역을 탐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이 던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난다면?

    중국을 비롯한 타국에게 괜한 빌미를 주게 된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던전을 청소해 줘야 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을 대거 파견해 중, 저레벨 던전을 쓸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을 반길 고레벨 플레이어는 없었다.

    중, 저레벨 던전의 몬스터를 잡아 봤자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새롭게 생긴 던전들로 인해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사냥할 수 있는 사냥터가 사방에 널려 있다.

    고레벨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경험치도 챙기고 마석과 아이템도 나오는 고레벨 던전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수당은 비상 대기조 근무의 두 배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제가 플레이어 협회와 종신 계약 맺은 사람 아닙니까?”

    현성으로서는 불감청고소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던전을 찾고 있던 상황이다.

    한데 플레이어 협회에서 먼저 도움을 요청하다니?

    현성으로서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사냥하면서 돈도 벌고 포인트도 모으고 마석과 아이템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오조의 기회였다.

    또, 사실 신윤아가 좋게 말해서 그렇지, 이건 사실상 명령이나 마찬가지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가장 먼저 동원되는 것이 바로 협회 직속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말이다.

    -감사합니다.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헬기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상황이 많이 급한가 보군요.”

    -던전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요. 당장 플레이어 비상소집령을 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일이 길어지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몬스터 웨이브 위기에 놓인 던전이 많은 모양이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성의 눈앞에 다시금 만찬이 차려졌다.

    * * *

    현성은 희귀 등급 배낭 여러 개를 구입했다.

    아공간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었지만 스킬북인 아공간보다는 가격이 월등히 저렴했다.

    구입한 배낭에 판매할 물품과 비상식량을 잔득 채웠다.

    그 후 아공간에 넣어 버렸다.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볍게 성공했다.

    덕분에 전신에 배낭을 두르고 몬스터와 드잡이질을 하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준비를 마친 현성이 바로 북으로 향했다.

    북한 지역에 도착한 현성이 바로 던전으로 입성했다.

    사냥 방법은 간단했다.

    “으아아아아아!”

    현성이 던전을 질주하며 광역 도발 스킬 투쟁의 외침을 사용했다.

    그러자 던전 곳곳에 흩어져 있던 몬스터들이 현성을 향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몬스터 웨이브라도 벌어진 것 같은 광경이었다.

    현성은 투쟁의 외침을 사용하며 계속 달렸다.

    ‘던전에 있던 몬스터들은 다 몰려들었구나.’

    현성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몬스터들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거의 다 모은 것 같네.’

    파지지지직!

    현성의 뒤를 쫓아오던 몬스터들에게 흑뢰룡의 숨결이 작렬했다.

    흑뢰가 비 오듯이 떨어지며 몬스터들이 까만 숯 덩어리로 변했다.

    몇 번 같은 짓을 반복하자 던전 하나가 말끔하게 청소되었다.

    현성이 다음 던전으로 향했다.

    현성은 같은 방식으로 빠르게 중, 하급 던전들을 클리어했다.

    일명 양민학살 모드.

    고레벨 던전에서는 무리였지만, 중, 저레벨 던전은 투쟁의 외침과 흑뢰룡의 숨결로 말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성과도 꽤 좋았다.

    종종 흡혈 박쥐 던전에서 일어났던 잔존 마력 뭉치기 현상이 일어나 던전 등급보다 높은 상위 아이템이 나왔기 때문이다.

    던전과 던전 사이에 이동은 군용 수송 헬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남한 지역에서 사냥할 때보다 기동성이 엄청나게 빨라졌다.

    업적도 빠르게 쌓고, 돈도 벌고, 아이템도 얻고, 포인트도 얻고.

    현성의 입장에서는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던전을 클리어를 빼앗길 수는 없었다.

    * * *

    현성은 열심히 사냥에 매진했다.

    그 결과 북한 지역의 중, 하급 던전들이 빠른 속도로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현성의 빠른 사냥 속도에 정부는 상당히 흡족해했다.

    협회 직속 플레이어 중에 현성보다 좋은 성과를 낸 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윤아는 당분간 북한 지역을 전담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현성은 당연히 수락했다.

    이 꿀단지를 빼앗기는 것은 현성도 원치 않는 일이었다.

    현성은 군용 수송 헬기를 타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던전을 돌며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 결과 업적이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업적이 늘어나면 스텟이 증가하고 현성이 강해진다.

    현성은 중간중간 휴식과 생필품 보충을 이유로 남한을 방문했다.

    그리고 판매 물품을 보충했다.

    포인트가 빠르게 모이기 시작했다.

    현성은 포인트를 바로바로 스킬 구입에 사용했다.

    벼르고 별렀던 야성의 본능 스킬도 익혔고, 그 외에 자잘한 회복 계열 스킬이나 뇌전 계열 스킬을 습득해 불사의 서와 흑뢰룡의 숨결도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점점 사냥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던전의 수준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서 버티지 못할 것도 없었기에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나갔다.

    꾸준히 사냥을 이어 나가던 현성에게 이변이 발생했다.

    -누적 습득 포인트가 3,000억 포인트를 돌파했습니다.

    -용병 시스템 이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응?’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에 현성이 적지 않게 당황했다.

    ‘용병 시스템? 그런 것도 있었어?’

    이런 게 있는 줄은 몰랐다.

    파지지지직!

    현성이 흑뢰룡의 숨결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 최현성

    플레이어 레벨 : 1

    메인 직업 : 없음

    칭호 : [뿔 토끼 학살자 - 전설 등급] [블러드 폭스 학살자 - 전설 등급] [최초의 영웅 등급 업적 달성자 - 영웅 등급] [최초의 전설 등급 업적 달성자 - 전설 등급] [흡혈 박쥐 학살자 - 전설 등급] [핏빛 쥐 학살자 - 전설 등급] [거대 개미 학살자 - 전설 등급] [푸른 도마뱀 학살자 - 전설 등급] [최초의 레벨 파괴자 - 일반 등급] [붉은 갈기 늑대 학살자 - 전설 등급] [토드맨 학살자 - 전설 등급] ……후략……

    스텟 : [힘 300 +257] [민첩 300 +257] [체력 300 +260] [마력 300 +261] [정신력 300 +257]

    미분배 스텟 : [0]

    고유 능력 : [판매] [구매]

    액티브 스킬 : [힐 - 일반 등급] [파이어 볼 - 일반 등급] [도발 - 일반 등급] [매직 미사일 - 일반 등급] [실드 - 일반 등급] [은밀한 기습 - 일반 등급] [은신 - 일반 등급] [실드 스턴 - 일반 등급] [큐어 - 일반 등급] [아공간 - 희귀 등급] ……후략……

    패시브 스킬 : [단단한 몸 - 일반 등급] [강인한 체력 - 일반 등급] [삼재심법 - 일반 등급] [초급 검술 지식 - 일반 등급] [초급 마법 지식 - 일반 등급] [초급 방패술 지식 - 일반 등급] [스톤 바디 - 일반 등급] [불사의 서 - 유일 영웅 등급] [생존 본능 - 영웅 등급] ……후략……

    상태창은 큰 변화가 없었다.

    고유 능력 구매에 들어갔다.

    그러자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용병 고용]

    스킬과 아이템 구매 외에 새로운 창이 생겨 있었다.

    ‘눌러 보자.’

    용병 고용을 누르자 여러 개의 창들이 떠올랐다.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수많은 용병들의 프로필이었다.

    희귀 등급 용병과 영웅 등급 용병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전설 등급 용병은 칙칙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이상은 검붉은 빛으로 용병 등급을 확인할 수 없었다.

    ‘확인부터 해 보자.’

    일단 현성이 고용이 가능한 가장 높은 등급인 영웅 등급 용병을 눌러 보았다.

    영웅 등급 용병 볼세비키

    -강력한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진 탱커 겸 딜러입니다.

    -고용주를 보호할 수 있는 다수의 방어 스킬을 주력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영웅 등급 용병 볼세비키는 고용주의 안전을 지켜 주는 든든한 방패이자 창이 되어 줄 것입니다.

    -위기에 처한 힐러나 원거리 딜러라면 지금 바로 고용하세요.

    -고용된 용병은 계약에 따라 고용주의 지시에 따릅니다.

    -고용주의 지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고용된 용병은 계약을 파기하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고용된 용병이 불성실하게 행동한다고 판단되면 고용주는 계약을 파기할 수 있습니다.

    -계약 파기 시 고용되었던 시간에 따라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최소 고용 시간 : 2시간

    -최소 고용 비용 : 599,999,999,999포인트

    ‘6, 6천억 포인트? 꼴랑 2시간에?’

    엄청나게 비싼 비용이었다.

    각성 후 지금까지 현성이 습득한 누적 포인트가 3,000억 포인트다 당연히 고용이 불가능했다.

    ‘묻고 싶은 게 많은데.’

    당장 전투를 위해 용병을 고용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현성에게는 정보가 필요했다.

    ‘일단 아래로 내려가 보자.’

    영웅 등급 용병은 포기하고 희귀 등급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여기도 비싼 건 마찬가지네.’

    계속해서 포인트를 사용해 온 현성이다.

    현재 남아 있는 포인트는 100억 포인트 남짓.

    하지만 희귀 등급 용병도 비쌀 경우 최소 고용 비용이 1,000억 포인트를 호가했다.

    현성이 계속해서 창을 아래로 내렸다.

    점점 용병들의 비용이 하락했다.

    하지만 대부분 수백억 포인트를 최소 고용 비용으로 요구하고 있었기에 현성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

    그러던 현성의 눈에 특별한 용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희귀 등급 용병 루시아

    -공수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는 기사 타입의 용병입니다.

    -희귀 등급 용병 루시아는 적진을 돌파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방어전에 능숙합니다.

    -하지만 너무 믿지는 마세요.

    -그녀는 도망자이자 패배자니까요.

    -고용된 용병은 계약에 따라 고용주의 지시에 따릅니다.

    -고용주의 지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고용된 용병은 계약을 파기하고 돌아갈 수 있습니다.

    -고용된 용병이 불성실하게 행동한다고 판단되면 고용주는 계약을 파기할 수 있습니다.

    -계약 파기 시 고용되었던 시간에 따라 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최소 고용 시간 : 3시간

    -최소 고용 비용 : 299,999,999포인트

    가장 저렴한 가격의 용병이었다.

    시간당 1억 포인트.

    적은 포인트는 아니다.

    1억 포인트는 3년 치의 수명.

    3억 포인트라면 9년 치의 수명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100억이 넘는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포인트가 늘어나는 중이다.

    현성의 입장에서 3억 포인트는 크게 부담스러운 포인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게 걸린단 말이야.’

    너무 믿지 마라.

    그녀는 도망자이자 패배자다.

    ‘저게 무슨 뜻이지? 계약 파기를 잘한다는 뜻인가?’

    궁금했다.

    ‘일단 정보 확보가 우선이야.’

    용병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고유 스킬의 정체와 왜 차원 게이트가 발생하는지도 물어봐야 했다.

    ‘어쩔 수 없지.’

    고용하고 싶은 스펙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보 확인을 하기 위해 몇백억 포인트를 소모할 수는 없었다.

    도망자이자 패배자라고는 하지만 전투 상황이 아닌 이상 크게 위험할 일도 없을 것 같았다.

    현성이 고용 버튼을 눌렀다.

    -희귀 등급 용병 루시아를 고용하셨습니다.

    -최소 고용 비용 299,999,999포인트를 지불합니다.

    -남은 고용 시간 180분.

    화악!

    밝은 빛과 함께 던전 안에 루시아가 소환되었다.

    “고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용주님. 제 모든 힘을 다해 싸우겠습니다. 적은 어디 있습니까?”

    루시아가 자신의 검과 방패를 들고 주변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물었다.

    그녀의 말은 난생처음 듣는 언어였다.

    다행히 의사소통의 문제는 없었다.

    플레이어들의 기본 능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전혀 믿음직스럽게 들리지 않았다.

    현성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희귀 등급 용병 루시아.

    그녀는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에 주름과 검버섯이 잔뜩 피어 있는 노파였다.

    걸치고 있는 갑옷과 손에 들려 있는 검과 방패도 상당히 품질이 좋지 않아 보였다.

    ‘왜 어르신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일단 상황 설명은 해야 했다.

    “저기, 여기 적은 없는데요.”

    “예? 그럼 어째서 저를 고용한 겁니까?”

    “여쭤볼 게 조금 있어서요.”

    “고용주님께서는 용병 시스템 이용이 처음이십니까?”

    “네, 방금 활성화된 거라서요.”

    “그렇군요. 편하게 물어보십시오.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루시아가 전투 자세를 풀고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용병의 정체가 뭐죠?”

    일단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고용주님과 같은 플레이어입니다.”

    “저랑 같은 플레이어라고요?”

    “예,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고용주님과 같은 고유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플레이어입니다.”

    “같은 고유 스킬이라면?”

    “구매와 판매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역시 예상이 적중했다.

    구매창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아이템들을 올린 장본인들.

    현성의 눈앞에 소환된 희귀 등급 용병 루시아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그럼 루시아 님이 사는 세상도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있나요? 차원 게이트는 왜 발생하는 거죠?”

    현성의 물음에 루시아의 눈빛에 회한의 감정이 서렸다.

    “제가 살던 세상도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차원 게이트가 발생하는 원인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루시아의 대답을 들은 현성의 표정이 아쉬움으로 물들었다.

    “차원 게이트의 발생 원인에 대해 알고 싶으시다면 전설 등급 이상의 용병을 고용하셔야 할 겁니다. 차원 게이트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영웅 등급 용병들조차 알지 못하더군요.”

    “그렇군요.”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다.

    “제가 살고 있는 세상은 차원 게이트가 발생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두 번의 대격변이 발생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입니다. 혹시 다음 대격변이 언제 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알고 있기로는 두 번이 끝이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요?”

    현성의 얼굴이 밝아졌다.

    두 번이 끝이라면 더 이상의 대격변은 없다는 뜻이 아닌가?

    “아마 앞으로 20년 정도는 추가로 대격변이 발생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저도 장담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죠?”

    “제가 살던 세계는 최초의 대격변이 벌어지고 40년이 지난 후 몬스터들에게 완전히 잠식되었으니까요.”

    현성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다.

    “제 고용 문구에 도망자이자 패배자라는 문구가 있었을 겁니다. 그 문구가 왜 있는지 아십니까?”

    현성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의 짐작이 맞아떨어질까 두려웠다.

    “전 본래 살던 세상을 버리고 도망친 패배자입니다.”

    루시아의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 현성의 가슴에 꽂혔다.

    잠시 후.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현성이 다시금 루시아와의 대화를 이어 나갔다.

    “대격변이 발생했던 당시 상황부터 멸망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현성의 물음에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루시아가 살던 세계는 과학 문명이 전혀 발달하지 않은 세상이었다.

    그렇다고 오러나 마법 그리고 무공 같은 초자연적인 힘이 존재하던 세상도 아니었다.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무서운 적은 같은 인간이었다.

    인간을 제외한 가장 위협적인 적은 자연재해와 맹수들의 습격 정도였다.

    지구의 중세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영위하고 있던 세계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최초의 대격변이 시작되었다.

    차원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루시아의 세계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루시아는 기사였다.

    그녀는 병사들을 이끌고 몬스터와 대적했다.

    하지만 점점 더 강한 몬스터들이 등장했고, 기사와 병사 들은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유일한 희망은 대격변과 동시에 탄생한 플레이어들이었다.

    루시아는 몬스터와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 플레이어로 각성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플레이어로 말이다.

    “1레벨 플레이어가 되셨군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 역시 현성과 같은 1레벨 플레이어였다.

    “처음에는 쌓여 있는 포인트를 이용해 빠르게 스텟을 올리고 스킬을 익혔습니다. 하지만 금방 후회했죠.”

    서른한 살의 나이에 각성한 루시아는 금방 노파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그 후부터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루시아의 세계는 현성의 세계처럼 독점적으로 판매할 물품이 없었다.

    사냥을 해서 포인트를 모았고, 중간중간 나오는 스킬북을 익히고 중복된 스킬북과 마석을 팔아 가며 겨우겨우 생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16년쯤 버티다 보니 희망이 보이더군요.”

    루시아는 강해졌다.

    잃어버렸던 젊음도 되찾았다.

    그때 2차 대격변이 발생했다.

    루시아의 세계는 2차 대격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세계 각국의 왕국과 제국 들은 서로 협력하지 못했다.

    기존의 원한 관계가 깊기도 했지만 정보의 부재로 오히려 타국의 고통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권력자들이 많았다.

    뒤늦게 상황이 악화되고 하나로 힘을 합치려 했지만 그때는 교통의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루시아의 세계에는 현대 화기가 존재하지 않았다.

    촘촘하게 연결된 통신망도 없었다.

    비행기나 헬리콥터 같은 이동 수단도 없었다.

    마석의 활용법도 몰랐다.

    마석이라는 물건은 그저 몬스터를 사냥하면 나오는 아무 쓸모도 없는 부산물에 불과했다.

    그나마 루시아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어 준 존재가 바로 마석이었다.

    루시아는 자신의 세계에서 별다른 가치가 없는 마석을 주력으로 판매했다.

    루시아는 자신의 세계에서 독보적인 강자가 되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모아 최선을 다해 몬스터들과 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하는 주기가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등장하는 전설 등급 몬스터의 레벨도 점점 올라갔다.

    “하나둘 늘어나는 전설 등급 몬스터들을 막을 방법이 없더군요.”

    그러던 중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위기에 빠져 버렸다.

    “마력 역장이 펼쳐져 있어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이나 아이템도 사용이 불가능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비상 탈출용으로 가지고 있던 차원 이동 아이템을 사용했습니다. 차원의 미아가 될 확률이 높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다른 차원에 도착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차원의 미아가 되어 버렸죠.”

    차원과 차원 사이에 끼인 공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의 공간.

    루시아는 다시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바로 용병 시스템이었다.

    “고유 능력 판매에 들어가시면 용병 지원이라는 창이 있으실 겁니다.”

    그 말에 현성이 판매창을 열었다.

    [용병 지원]

    루시아의 말대로였다.

    용병 지원을 눌러 보자 여러 가지 메시지가 떠올랐다.

    현성의 용병 등급은 희귀였다.

    최소 고용 시간은 1시간, 최소 고용 비용은 백만 포인트 이상으로 되어 있었다.

    더 이상 낮추는 건 불가능하지만 올리는 건 가능한 모양이었다.

    “용병 등록을 하고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불러 주는 이는 쉽게 나타나지 않더군요.”

    시간이 계속해서 흘렀다.

    중간중간 고용되기는 했지만 희귀 등급 용병인 루시아는 전황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고용주에게 고용 비용을 최소로 할 테니 자신을 그 세계에서 살아가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희귀 등급 용병 루시아의 최소 고용 비용은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었다.

    시간당 백만 포인트.

    하루면 2,400만 포인트고, 한 달이면 7억 포인트가 넘는다.

    1년이면?

    무려 87억 포인트다.

    그 정도 포인트를 별다른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루시아의 힘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반대로 루시아가 도움이 될 정도로 수준이 낮은 플레이어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지출이었다.

    그때 한 플레이어가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루시아의 하루 최소 고용 비용인 2,400만 포인트를 넘겨 달라는 요구였다.

    “포인트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있나요?”

    현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포인트는 수명이다.

    수명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게 가능하다니?

    상상도 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나 일반인들에게 넘겨주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같은 고유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끼리는 가능합니다.”

    루시아가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다.

    현성의 루시아의 손을 잡았다.

    -포인트를 거래하시겠습니까?

    -거래 가능 포인트 10,431,435,876포인트

    “정말 신기하군요.”

    이런 게 가능할 줄은 몰랐다.

    “혹시 이걸 이용하면 누적 포인트를 늘릴 수 있나요?”

    현성과 루시아가 계속해서 포인트를 주고받는다면?

    누적 포인트를 무한대로 올릴 수 있다.

    “불가능합니다. 플레이어들끼리 포인트를 거래하면 누적 포인트도 그만큼 줄어듭니다. 용병 고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

    현성이 생각했던 등급 올리기 방법은 실패였다.

    루시아의 몸값을 올리고 현성이 고용한 뒤 그 포인트를 고스란히 돌려받는 방법도 실패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 꼼수가 가능했다면 등급 올리기는 누워서 떡 먹기였으니까 말이다.

    “그럼 그 제안을 수락하셨겠네요.”

    루시아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었다.

    “거절했습니다. 물품 판매와 마찬가지로 용병 시스템 역시 고용 비용의 20%를 수수료를 가지고 가거든요.”

    “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그 제안을 수락하면 하루에 480만 포인트를 손해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지더군요.”

    고용해 주는 플레이어들이 없어지자 포인트가 바닥을 드러냈다.

    포인트의 고갈은 죽음을 의미했다.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팔아 포인트로 전환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다.

    “그때 그 사람이 다시 저를 고용했습니다.”

    “수락하셨겠네요.”

    현성의 말에 루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차원의 틈에는 몬스터가 없다.

    당연히 포인트를 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용병 고용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면 몬스터가 있었다.

    “몬스터를 사냥해 포인트를 모으고 고용주가 지불한 용병 대금 2,400만 포인트를 고스란히 넘겨줬습니다.”

    하루에 480만 포인트의 손해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잠자는 시간과 먹는 시간까지 아껴 가며 사냥을 하면 하루에 1,000만 포인트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루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포인트를 고용주에게 지불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루시아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힘이 필요했으니까 말이다.

    언제 간택될지 모르는 용병 고용을 기다리다 죽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고용주의 욕심이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본래 계약 조건은 고용주가 원하는 지역에서 사냥과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 이루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르자 루시아가 모은 포인트와 아이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480만 포인트는 너무 적다며 더 많은 포인트를 요구하더군요. 본래 고용한 용병이 얻은 전리품은 고용주의 몫이니 당연한 결과라고요.”

    그런 룰이 있는 건 맞았다.

    하지만 그건 고용주가 용병에게 충분한 고용 비용을 지급했을 때 가능한 요구였다.

    헐값에 루시아를 고용했음에도 과한 요구를 한 것이다.

    “그 요구를 수용하셨나요?”

    “처음에는 강하게 거부했지만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수용했습니다. 그런데 고용주의 요구가 점점 더 심해지더니 나중에는 도를 넘어서더군요. 그래서 결국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새로운 고용주를 기다리며 차원의 틈에서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아무도 루시아를 고용하지 않았다.

    루시아는 자신의 고용 비용을 계속해서 낮췄다.

    하지만 불러 주는 이가 없었다.

    “제가 살아가는 데도 포인트가 필요하고 식량을 구입하는 데도 포인트가 필요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제가 수 계열 스킬을 익히고 있어 식수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루시아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결국 포인트가 바닥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갑옷을 팔았습니다. 그 후에는 방패를 팔았고 최후에는 검을 팔았죠.”

    전설 등급 장비로 무장하고 있던 루시아의 무장이 일반 등급 장비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텼어도 저를 고용하는 플레이어는 없더군요.”

    남은 것은 절망뿐이었다.

    점점 죽음이 다가왔다.

    “그때 고용주님이 저를 고용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해 석 달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루시아는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진짜 용건을 꺼냈다.

    “고용주님께 한 가지 제안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고용주님이 저를 고용하시는 최소 고용 비용 2,400만 포인트를 하루에 한 번 넘겨드리겠습니다. 고용주님께서 요구하시는 전장에서도 싸우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잠시 멈칫거리다 입을 열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러고 보니 고용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전 이만 돌아가야 할 것 같…….”

    화악!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루시아의 몸이 빛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난 정말 운이 좋았구나.’

    현성은 자신이 지구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했다.

    구매와 판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게 아니었다.

    팔 물건이 없으면 결국 절망적인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다.

    지구는 많은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현대 병기의 힘으로 무난하게 1차 대격변을 진압했다.

    2차 대격변 역시 현대 병기의 공이 컸다.

    현성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현대 문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차 대격변이 현대 문명하기 개화하기 전인 몇백 년 전에 발생했다면?

    지구도 루시아의 세계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을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하지?’

    객관적으로 루시아의 제안으로 인해 현성이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용병 고용 비용으로 지출한 포인트는 그대로 현성에게 되돌아온다.

    반대로 현성은 루시아라는 타 차원 출신의 강자를 부릴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거기다 거래를 통해 포인트를 습득하면 누적 포인트까지 이중으로 증가한다.

    단, 단점도 있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현성의 빠른 성장은 현대 문명의 이기에서 나온다.

    루시아가 이를 활용한다면?

    월등히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현성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생기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용병 시스템은 합리적이야.’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다.

    현성이 루시아의 고용을 연장하지 않거나 계약을 파기하는 순간 그녀는 현대사회에서 퇴출된다.

    현성이 루시아의 목줄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야지.’

    루시아의 전 고용주처럼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제안이 필요했다.

    현성이 다시금 루시아를 고용했다.

    화악!

    밝은 빛과 함께 루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 다시 고용하신 것을 보니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리신 모양이군요.”

    루시아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 실력이 궁금하신 모양이시군요.”

    “저에게 상태창을 공개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레벨과 스텟 정도라면 공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1레벨 플레이어에게 레벨은 의미가 없다.

    이건 스텟만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좋습니다.”

    “상태창.”

    루시아의 외침과 함께 현성의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름 : 루시아

    플레이어 레벨 : 1

    스텟 : [힘 300 +413] [민첩 300 +382] [체력 300 +425] [마력 300 +384] [정신력 300 +414]

    미분배 스텟 : [0]

    ‘높다.’

    스텟 총합이 3,500을 넘어섰다.

    일반 플레이어가 저런 스텟 총합을 가지려면 700레벨은 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엄청나게 강한 수준은 아니었다.

    현성과의 스텟 차이는 700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현성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설 등급이나 영웅 등급 스킬을 다수 가지고 있을 거야. 그런데 이런 스펙을 가지고 있는 루시아 씨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니…….’

    다른 차원의 고유 스킬 보유자들은 루시아보다 월등히 강할 것이다.

    그건 충분히 예상했다.

    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몬스터가 설치고 다니기에 그런 강자들이 용병을 고용하는 상황까지 몰리는 거야?’

    지구의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만족하셨습니까?”

    루시아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임시 고용 형태로 갔으면 합니다.”

    “임시 고용요?”

    루시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 제가 던전에서 루시아 씨를 부르겠습니다. 그 후 사냥이 끝나면 고용을 종료하는 것으로 하고요. 식량은 제가 무상으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사냥을 할 때만 절 이 세계에 불러 주시겠다는 뜻이군요.”

    “예.”

    “좋습니다. 저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네요.”

    루시아의 수락에 현성은 일단 고용을 취소했다.

    그리고 던전 밖으로 나가 군용 수송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사냥 효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레벨 던전의 안정화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 도달해 있었다.

    던전이 많기는 하지만 겹치는 것도 많았다.

    칭호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레벨의 중 레벨 던전과 고레벨 던전도 공략해야 했다.

    하지만 사냥 속도가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단점을 루시아가 해결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빠르게 성장을 거듭한다면…….

    루시아가 현성에게 힘을 보태 준다면…….

    영웅 등급 던전에서도 사냥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희귀 등급 던전에 도착한 현성이 루시아를 다시금 고용했다.

    그리고 사냥을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루시아가 광역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사방에서 몬스터들이 몰려들었다.

    현성과 루시아가 들어온 던전은 희귀 등급 최상급 던전이었다.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은 200 초중반에 달했다.

    평소라면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기본 스텟 차이가 난다고는 하지만 인해전술에는 장사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위이이이잉!

    루시아가 스킬을 사용하자 방패 형상의 반투명한 블록들이 전방을 가로막았다.

    파지지직!

    현성이 사용한 흑뢰룡의 숨결이 몬스터들에게 작렬했다.

    루시아는 방어 스킬을 유지하면서도 계속해서 광역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몬스터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루시아가 만든 방패 형상의 블록들을 뚫지 못했다.

    루시아가 앞에서 전위 역할을 해 주다 보니 현성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스킬만 난사하면 되는 것이다.

    흑뢰룡의 숨결로 방어막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체력과 마력 소모가 너무 컸다.

    그렇다고 다른 스킬을 사용하자니 수백 마리의 몬스터들을 막아 낼 방어력이 되지 않았다.

    ‘편하네.’

    탱커를 앞에 두고 딜만 하면 되니 사냥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다.

    거기다 루시아 역시 가만히 방어만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여러 스킬을 사용해 전방에 있는 몬스터들을 쓰러트렸다.

    ‘나랑은 많이 다르네.’

    비약과 업적을 통해 스텟을 올렸지만 현성의 스킬은 공격 계열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와 반대로 루시아의 스킬은 방어 계열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루시아의 공격력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차근차근 착실하게 몬스터의 수를 줄여 나갔다.

    다만 사용하는 스킬의 종류가 원거리 공격 계열보다는 근거리 공격 계열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현성처럼 다수의 몬스터를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광역 스킬의 파괴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현성과 루시아는 말끔하게 던전을 클리어했다.

    ‘시너지가 좋아.’

    평소보다 월등히 빠른 시간에 사냥이 끝났다.

    루시아의 도발 스킬은 현성이 보유하고 있는 것보다 그 성능이 월등히 뛰어났다.

    최하 영웅 등급, 어쩌면 전설 등급의 도발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걸로 보였다.

    현성의 경우 지속적으로 이동하며 도발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한데 루시아는 가만히 서서 던전의 몬스터들을 모조리 끌어 들였다.

    혹시 업적이 쌓이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루시아의 도발 스킬은 피해를 주는 스킬이 아니라 몬스터를 끌어 들이는 스킬이었다.

    거기다 몬스터가 몰리면 루시아도 도발 스킬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루시아가 지속적으로 도발 스킬을 사용해 현성의 사냥을 도왔다면 문제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도발 스킬을 단순히 몬스터를 모으는 용도로 만 사용하고 사냥에는 도움을 주지 않았기에 아무런 페널티가 없었다.

    레벨도 현성과 동일한 1레벨이었다.

    그 덕분인지 현성이 사용한 스킬 흑뢰룡의 숨결에 죽은 몬스터들은 믿을 수 없는 업적에 카운팅되었다.

    단독 사냥으로 인정된 것이다.

    반대로 루시아가 홀로 죽인 몬스터들 역시 단독 사냥으로 인정되었다.

    둘의 스킬이 겹쳐서 종종 단독 사냥 인정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는 업적 카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미미한 정도이기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정말 좋은 사냥터군요.”

    루시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사냥 효율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좋았다.

    전 고용주의 세계에서 사냥했을 때는 애로 사항이 많았다.

    일단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아 몬스터를 독점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효율이 좋은 사냥터는 영주들이 소유하고 있어서 막대한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다.

    한데 현성의 세계에서는 던전 하나를 독점할 수 있었다.

    거기다 이용료도 지불하지 않았다.

    “고용주님은 이 세계에 군주 중 한 명이십니까?”

    루시아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의 상식으로 이렇게 효율이 좋은 거대 던전을 독점할 수 있는 인물은 군주밖에 없었다.

    “아뇨. 이건 잠시 처리를 부탁받은 거라서요. 더 싸울 수 있으시죠?”

    “예.”

    “그럼 잠시 후에 다시 부를게요.”

    “기다리겠습니다.”

    루시아가 돌아갔다.

    현성은 다시금 군용 수송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그날 현성과 루시아는 총 11개의 던전을 클리어했다.

    사냥이 끝난 뒤 현성은 루시아를 고용한 포인트를 다시 돌려받았다.

    * * *

    다음 날 아침.

    현성은 루시아와 함께 빠른 속도로 던전 청소를 시작했다.

    현성에게도 루시아에게도 정부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둘은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업적을 쌓아 가는 속도가 엄청 빠르네.’

    던전 하나를 클리어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당연히 전보다 더 많은 숫자의 던전을 돌 수 있었다.

    거기다 루시아의 경우는 근접 공격이 주력이다.

    반면 현성은 광역 스킬을 통해 몬스터들을 쓸어버린다.

    당연히 현성의 업적이 월등히 빨리 쌓일 수밖에 없었다.

    루시아는 자신이 더 적은 숫자의 몬스터를 잡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현성이 더 많은 숫자의 몬스터를 잡는다고는 하지만, 루시아 역시 적지 않은 숫자의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렇게 얻는 포인트는 차곡차곡 비축되고 있었다.

    업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루시아의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었다.

    거기다 중, 저레벨 몬스터로 얻을 수 있는 업적 중 상당수를 이미 달성한 상태였다.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다급하게 업적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루시아는 자신이 더 적은 숫자의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

    너무 대활약을 해서 괜히 고용주인 현성이 심기를 거슬러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루시아는 현성을 잃고 싶지 않았다.

    현성은 한계에 달한 자신을 고용해 준 고용주다.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유일한 동아줄이나 다름이 없었다.

    거기다 현 고용주인 현성이 제공하는 사냥터에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는 전 고용주가 제공하던 사냥터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전에는 하루 종일 사냥에 매진해 1,000만 포인트를 벌었다면 지금은 그 세 배 이상을 벌었다.

    마석과 아이템 역시 자신이 사냥한 것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루시아는 사냥과 마석 및 아이템 판매를 통해 무려 3억 포인트를 벌었다.

    또 식량을 현성이 조달해 주다 보니 식량 구입을 위해 포인트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백 살도 넘어 보였던 루시아의 외모가 조금은 젊어졌다.

    뭐, 그래 봤자 아직까지는 기존과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작 일주일 만에 이 정도 성과를 이루어 냈다.

    무려 일주일에 3억 포인트.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사냥을 한다면 21억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벌 수 있는 포인트는 많지만 언제 불러 줄지 모르는 단기 고용보다, 안정적으로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장기 고용이 필요했다.

    루시아는 현성이 자신을 계속 고용해 주기를 원했다.

    현성은 현재의 상황에 대만족하는 루시아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정말 운이 좋았구나. 고작 일주일에 3억 포인트 정도의 수익으로 저렇게 좋아하다니…….’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를 수천만 포인트에 팔아먹고 다른 전자 장비들은 몇억 포인트에 팔아먹는 현성의 입장에서 3억 포인트는 반나절 수입도 되지 않았다.

    판매량이 많을 때는 하루에 수십억 포인트가 들어오기도 한다.

    현성의 입장에서 영웅 등급 스킬북을 구매하려면 몇 달 정도 포인트를 모으면 된다.

    하지만 루시아의 입장에서는 족히 몇 년은 모아야 가능했다.

    동일한 고유 스킬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빈부 격차가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 현성 씨?”

    루시아의 부름에 현성이 고개를 돌렸다.

    사냥은 끝난 상태였고 루시아는 점심 식사를 같이한 후 돌아갈 예정이었다.

    “왜 그러시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말씀하시죠.”

    “오늘 보니 몬스터와 직접 근거리에서 전투를 벌이기도 하시던데, 원거리 전투만이 아니라 근거리 전투도 지속하실 생각이십니까?”

    “물론입니다.”

    “음.”

    루시아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정식으로 검술을 배운 적이 없으시죠?”

    루시아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큰 불편을 느낀 적은 없었다.

    바로 검술 지식 스킬 덕분이었다.

    “검의 명사 한 분을 고용하셔서 정식으로 검술을 배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나요?”

    “현성 씨의 검술은 너무 정직합니다. 지금은 별다른 불편함을 못 느끼시겠지만 인간형 영웅 등급 몬스터를 상대하기는 벅차실 겁니다.”

    “그렇게까지 차이가 날까요?”

    현성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스킬은 절대적이다.

    스킬북을 익히는 순간 검을 쥐는 법도 모르던 초보자를 검의 달인으로 만들어 준다.

    “액티브 스킬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와 대련을 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대련을요?”

    “예, 직접 경험해 보셔야 느끼실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좋습니다.”

    현성과 루시아가 서로를 마주 보고 무기를 겨눴다.

    타악!

    선공을 취한 것은 현성이었다.

    스텟이 뒤처지는 만큼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었다.

    파강!

    현성의 검이 루시아의 방패에 막혔다.

    루시아의 검이 움직이는 순간 현성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루시아가 그대로 따라붙었다.

    파강! 파강!

    현성의 검과 루시아의 검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전력은 아닌 것 같은데.’

    스텟상 우위에 있는 루시아였지만, 힘이나 속도로 현성을 압박하지는 않았다.

    대련이라는 말 그대로 차분하게 현성을 압박해 들어왔다.

    현성이 전력을 다해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막히기만 했다.

    방패가 검이 움직이는 경로를 미리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루시아의 검은 현성이 방어하기 까다로운 경로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불과 3분도 지나지 않아 현성이 수세에 몰렸다.

    ‘왜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나지?’

    실력 차이가 난다는 건 현성도 인지하고 있었다.

    전투 경험, 스텟 무엇 하나 현성에게 유리한 게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릴 줄은 몰랐다.

    차라리 루시아가 우위인 스텟을 무기로 공격을 했다면 이해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루시아의 힘과 속도는 오히려 현성보다 낮은 상태였다.

    힘은 덜 주고 속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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