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 웨어 울프 킹의 심장 (23/225)
  • ┃웨어 울프 킹의 심장

    ‘여긴가?’

    현성이 플레이어 협회 지부 내부로 들어갔다.

    ‘긴장되네.’

    첫 비상 대기조 근무였다.

    신윤아는 출동 명령이 없으면 딱히 할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현성이 대기실로 들어갔다.

    대기실에는 플레이어 협회 지부 소속으로 보이는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모두 다섯.

    여자 둘에 남자가 셋이었다.

    “오늘 근무자신가요?”

    현성이 등장하자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사내가 말을 걸어왔다.

    “예, 이곳이 첫 배정입니다.”

    “신입 좀 보내 달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정말 보내 줬네요. 하하하, 반갑습니다. 서태철입니다.”

    서태철은 사교성이 좋았다.

    현성에게 출동 시 해야 할 일들을 알려 주고 대기실 소개까지 해 줬다.

    “그냥 대기하시면 됩니다. 100레벨 이하 던전 투입이시면 수영이랑 같이 들어가시면 되겠네요. 이수영이라고 올해 스물다섯 살입니다. 현성 씨와 비슷한 100레벨 중반입니다.”

    서태철이 현성 또래로 보이는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어, 나도 잘 부탁해.”

    현성의 말에 이수영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수영아,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해야지. 그리고 초면부터 반말을 하면 어떻게 해?”

    서태철의 말에 이수영이 얼굴을 구겼다.

    “나보다 동생 같아 보여서 그냥 편하게 말한 거야. 혹시 기분 나빴어요? 그럼 사과드릴게요.”

    ‘내가 마음에 안 드나?’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표정도 그렇고 행동도 그렇고 자신을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저 녀석이 좀 버릇이 없어서요.”

    서태철이 대신 사과하자 이수영의 얼굴 표정이 더 심하게 구겨졌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서태철의 깍듯한 태도와 이수영의 틱틱거리는 태도.

    현성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영 씨보다 동생은 아닌데요. 오빠라면 모를까?”

    현성의 말에 이수영이 표정에 당혹감이 피어올랐다.

    “제가 올해 스물일곱 살이거든요.”

    “아, 그러셨군요. 정말 동안이십니다.”

    서태철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겉으로 보이는 현성의 나이는 아무리 높게 잡아도 스물한 살에서 스물두 살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의외로 이수영이 바로 사과를 했다.

    하지만 표정에는 억울함이 가득했다.

    “괜찮습니다.”

    현성의 대답에 이수영이 고개를 획 하고 돌려 버렸다.

    “일단 출동 요청이 들어오면 저 녀석하고 함께 가시면 됩니다. 다른 사람을 붙여 드리고 싶은데, 100레벨 이하 담당이 저 녀석밖에 없어서요.”

    “전 상관없습니다.”

    서태철의 말에 현성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실제 출동 요청이 들어올 확률도 낮았고 설사 들어온다고 해도 100레벨 이하 던전이다.

    비약을 통해 상승시킨 현성의 스텟 총합은 200레벨 플레이어의 총합을 넘어섰다.

    100레벨 이하 던전에서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이수영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

    “여기가 현성 씨 자립니다. 무장을 풀지만 않으신다면 주무시건 책을 보시건 자유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비상 대기조 근무는 무척 편했다.

    신윤아에게 들었을 때는 군대의 5분대기조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현실은 많이 달랐다.

    그냥 무장을 갖추고 대기하고 있기만 하면 된다.

    책을 보든 TV를 보든 잠을 자든 개인의 자유였다.

    ‘약간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쯤이야.’

    갑옷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현성은 자리를 잡고 눈을 붙였다.

    * * *

    “으흠.”

    한숨 자고 일어난 현성이 주변을 둘러봤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서태철은 태블릿을 들고 웹 서핑을 하고 있었고 다른 이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얼마나 잔 거지?’

    현성이 시간을 확인했다.

    ‘4시간 정도 잤네.’

    아직 비상 대기조 근무가 끝나려면 4시간이 더 남았다.

    ‘물품이나 채워 넣어야겠다.’

    판매창을 확인한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셨군요.”

    “아, 예.”

    “바로 잠드셨네요. 처음 근무 서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역 시절 5대기랑 비교하면 이 정도는 쉽죠.”

    “군대 다녀오셨나요?”

    “예.”

    “대단하시네요. 그럼 아무리 빨라도 스물두 살에 각성하셨다는 건데, 5년 만에 100레벨 중반대까지 도달하시다니.”

    플레이어들은 군 복무 대신 플레이어 협회에 2년간 묶인 몸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근무를 서고 있는 다섯 중 둘이 그런 경우였다.

    “저도 각성을 조금 늦게 해서 현역으로 군대 다녀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저는 65사에 있었는데.”

    “전 25사 출신입니다.”

    “바로 옆 동네였네요.”

    “하하하, 그러게요. 저 때는…….”

    군필 2명의 수다가 시작됐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다.

    현역 시절 에피소드와 예비군 에피소드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아, 저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한참 대화에 열중하던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출동 명령 떨어지면 호출이 갈 겁니다.”

    현성이 화장실로 향했다.

    ‘미리미리 채워 넣어야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만큼 판매 상품은 바로바로 채워 넣는 게 좋았다.

    ‘시간 금방 가네.’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2시간이 넘게 지나갔다.

    남은 2시간도 쉽게 지나갈 것 같았다.

    ‘이런데도 수당이 꽤 세단 말이지.’

    잠도 자고 수다도 떨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돈을 받아 간다.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그냥 야간 근무 신청하고 매일 여기서 잘까?’

    오죽하면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성이 아공간을 열어 판매된 물품들을 새로 채워 넣었다.

    위이이이잉!

    그때 호출기가 울렸다.

    현성이 다급하게 대기 장소로 달려갔다.

    현성이 대기실을 나오기 전까지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이수영이 무기를 들고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출동이에요. 저 따라오세요.”

    “알겠습니다.”

    이수영이 운전석에 앉았고 현성이 보조석에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차가 출발했다.

    “무슨 일이죠?”

    “던전 레벨을 초과하는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어요.”

    이수영의 말을 듣는 순간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서 만났던 삼두표가 떠올랐다.

    “그런데 우리 둘만 출동하는 겁니까?”

    “우리 둘이면 충분하죠. 60레벨 사슴 뿔 거북이 던전에 70~80레벨 몬스터 웨어 울프가 출현한 거니까요. 아직 사망자도 없어요. 앞으로 나올 것 같지도 않고요.”

    “아…….”

    그제야 상황이 이해가 됐다.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 삼두표가 등장했던 때만큼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

    던전 레벨보다 고작 10~20레벨이 높은 몬스터가 등장한 것뿐이다.

    10~20레벨 차이가 적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많은 만큼 잘만 협력한다면 오히려 웨어 울프를 사냥하는 것도 가능했다.

    “50레벨대 초반 던전에서 가장 많은 신고가 들어와요.”

    “안전 요원이 없기 때문인가요?”

    현성의 물음에 이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50레벨을 찍고 1차 전직을 한 플레이어들은 안전 요원의 보호 대신 안전 요원 근무를 서야 하는 신세로 뒤바뀐다.

    문제는 안전 요원의 보호에 익숙해져 있던 50레벨 초반대 플레이어들의 위기 대처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 결과가 잦은 신고였다.

    뭔가 문제가 생기면 일단 신고하고 보는 것이다.

    “뭔가 즐거워 보이시네요?”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이수영에게 물었다.

    “출동하면 추가 수당 들어오잖아요.”

    단번에 이해가 갔다.

    ‘하긴 어차피 근무 서는 거, 돈 더 벌면 좋지.’

    현성도 돈이 궁하긴 마찬가지다.

    불사의 서를 영웅 등급으로 성장시키느라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써 버렸기 때문이다.

    돈독이 오른 두 남녀가 사슴 뿔 거북이 던전에 도착했다.

    현성과 이수영은 바로 던전으로 진입했다.

    던전의 형태는 울창한 숲이었다.

    ‘찾기가 쉽지 않겠는데.’

    숲이 시야의 상당 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던전의 천장이 상당히 밝은 빛을 내뿜고 있다는 점이었다.

    “놀라지 마세요.”

    뜬금없는 이수영의 말에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뭘 놀라지 말라는 걸까?

    우드드득!

    그 순간 이수영의 몸이 빠르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새하얀 피부에 뻣뻣한 털이 자라나기 시작했고, 귀가 길게 늘어났다.

    입안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자라났고, 손에서는 날카로운 손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변화를 완전히 끝마친 이수영의 모습은…….

    “고양이?”

    “설표거든요!”

    현성이 중얼거림에 수인화한 이수영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

    그러고 보니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눈표범을 닮은 것 같았다.

    킁! 킁!

    눈표범으로 수인화한 이수영이 코를 벌름거렸다.

    “늦게 오면 두고 갈 테니까 잘 따라와요.”

    말을 마친 이수영이 네발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엄청 빠르네.’

    도저히 100레벨 중반대로 보이지 않는 스피드였다.

    물론 현성은 가볍게 그녀의 뒤를 쫓았다.

    숲으로 우거진 던전을 주파하던 현성과 이수영은 얼마 가지 않아 웨어 울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와, 정말 엄청나네요. 완전 개코네요.”

    “후각은 개보다 더 좋거든요.”

    이수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꾸하며 웨어 울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우우우우!

    웨어 울프는 긴 울음소리와 함께 이수영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콰직!

    하지만 이수영의 앞발질 한 번에 웨어 울프의 머리가 박살 나 버렸다.

    저항다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숨통이 끊어진 것이다.

    우드득!

    웨어 울프를 쓰러트린 이수영이 다시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갑옷이 신축성이 좋네요.”

    가죽 갑옷이 엄청나게 늘어났었는데 금방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좋아야죠, 이게 얼마짜린데.”

    이수영이 대답과 함께 고개를 획 하고 돌렸다.

    “이제 돌아가요.”

    “알겠습니다.”

    함께 출동하기는 했는데, 일은 이수영이 혼자 다 해결했다.

    ‘완전 날로 먹는 느낌이네.’

    하지만 이미 다 끝나 버린 상황에서 뭘 하겠는가?

    현성이 이수영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탁!

    그때 이수영이 갑자기 멈춰 섰다.

    이수영의 귀가 쫑긋거렸다.

    우드드득!

    이수영이 다시 눈표범의 모습으로 수인화했다.

    킁! 킁!

    그리고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왜?”

    “한 놈이 아니었어요.”

    “네?”

    “저쪽 방향이면 차원 게이트인데.”

    눈표범으로 변한 이수영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단순히 웨어 울프 1마리가 차원 게이트를 넘은 게 아니에요.”

    “그럼?”

    “웨어 울프 무리가 넘어온 것 같아요. 그리고 방금 그놈이 죽기 전에 동족들을 부른 것 같아요.”

    “싸워야겠네요.”

    웨어 울프 1마리는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그게 여러 마리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곳에는 아직 웨어 울프 출몰 소식을 듣지 못한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자기 몸은 스스로 챙겨요. 숫자가 많아지면 나도 챙겨 줄 여력이 없으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현성이 자신감 어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흥!”

    이수영이 콧방귀를 뀌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먼저 선공을 하려는 것 같았다.

    타악!

    현성도 대지를 박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몬스터 사냥하고 나온 부산물의 소유권도 인정해 준다고 했으니까…….’

    마석이나 아이템이 나오는 족족 아공간에 넣어 버릴 생각이었다.

    ‘꽤 많네.’

    웨어 울프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수십 마리 수준이 아니라 수백 마리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던전 이름을 사슴 뿔 거북이 던전이 아니라 웨어 울프 던전으로 바꿔야 할 정도였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나요?”

    현성의 물음에 이수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있는 일이에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던전 이름과 레벨이 바뀌죠.”

    동물들이 서식지를 옮기는 것처럼 몬스터들도 서식지를 옮기는 경우가 있었다.

    차원 게이트 건너편에 어떤 몬스터가 터를 잡느냐에 따라 던전으로 넘어오는 몬스터의 종류가 결정된다.

    “일단 저놈들부터 처리하고 보고해요.”

    “알겠습니다.”

    이수영의 말에 현성이 짧게 대답했다.

    “먼저 갈게요.”

    이수영이 네발로 도약하며 웨어 울프 무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현성도 흡혈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크아아아앙!

    현성과 이수영을 발견한 웨어 울프들이 사나운 포효를 터트리며 덤벼들었다.

    콰직!

    서걱!

    하지만 현성과 이수영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웨어 울프의 평균 레벨은 70~80.

    100레벨 중반인 이수영과는 2배 정도 차이가 났고, 현성과는 거의 3배 가까이 스텟 차이가 났다.

    아우우우우우!

    긴 하울링과 함께 현성과 이수영을 향해 덤벼들던 웨어 울프들이 일제히 물러났다.

    크르르릉!

    그리고 다른 웨어 울프들보다 덩치가 2배 가까이 큰 웨어 울프 1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웨어 울프 킹?”

    이수영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현성도 몬스터 도감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웨어 울프는 무리 사냥을 하는 몬스터다 보니 당연히 우두머리가 있었다.

    웨어 울프 무리를 통솔하는 웨어 울프 킹의 레벨은 통상적으로 100~110레벨이다.

    “저 녀석은 제가 맡을게요.”

    그 말과 함께 이수영이 튀어 나갔다.

    ‘주변 정리나 해야겠다.’

    웨어 울프 킹이라고 해 봐야 어차피 이수영의 상대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현성이 주변에 있는 웨어 울프들을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더 많은 마석을 챙길 수가 있었다.

    웨어 울프 무리가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웨어 울프들은 사력을 다해 저항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스텟을 가지고 있는 현성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도망치려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매직 미사일을 포함한 원거리 스킬에 맞고 오히려 더 빨리 숨통이 끊어졌다.

    ‘아직도 안 끝났나?’

    웨어 울프 무리를 거의 전멸시킨 현성이 이수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완전 괴수 대전이네.’

    눈표범으로 변한 이수영과 웨어 울프 킹.

    둘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수영은 압도적으로 이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뒤로 밀리고 있었다.

    부상도 이수영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도와줘야겠네.’

    현성이 방향을 틀어 이수영과 웨어 울프 킹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앙!

    현성을 목격한 웨어 울프 킹이 킨 포효를 터트렸다.

    사아아아악!

    그와 함께 웨어 울프 킹의 몸에서 검붉은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검붉은 마력에 휩싸인 웨어 울프 킹이 이수영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콰직!

    이수영이 양팔을 들어 막긴 했다.

    하지만 이수영의 양팔은 순식간에 붉은 피로 물들었다.

    크르르르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웨어 울프 킹이 날카로운 이빨로 이수영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컥!”

    나름 잘 버티던 이수영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대로 가면 숨통이 끊어질 수도 있는 상황.

    ‘파이어 미사일.’

    현성이 재빨리 스킬을 사용했다.

    꽈아아아앙!

    ‘빗나갔어.’

    웨어 울프 킹의 몸놀림은 상당히 빨랐다.

    놈은 몸을 피하는 와중에도 이수영의 목덜미를 놓지 않고 있었다.

    휘익!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한 현성이 웨어 울프 킹을 향해 흡혈검을 휘둘렀다.

    웨어 울프 킹이 물고 있던 이수영의 몸을 현성에게로 던졌다.

    현성이 다급하게 검을 치우고 이수영의 몸을 받았다.

    수인화가 풀린 이수영의 몸은 완전히 피투성이였다.

    “힐!”

    현성이 치료 스킬을 사용했다.

    “커억!”

    하지만 상처가 너무 심했다.

    목덜미에서 피가 계속 뿜어져 나왔다.

    아공간에서 신윤아에게 받았던 하급 치유의 포션을 꺼내려는 찰나, 물러났던 웨어 울프 킹이 다시금 현성에서 달려들었다.

    파강!

    현성의 흡혈검과 웨어 울프 킹의 손톱이 충돌했다.

    ‘지능적인 놈이다.’

    일부러 이수영을 던져 현성의 틈을 노렸다.

    이수영을 순식간에 그로기 상태로 만들 스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현성이 접근하기 전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부하들을 소모품 취급한 거냐?’

    현성의 체력을 조금이라도 소모시키기 위해서였으리라.

    하지만 웨어 울프 킹의 작전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스텟 차이가 워낙 심하기에 웨어 울프들을 처리하는 일은 현성의 체력과 마력을 거의 소모시키지 못했다.

    소모한 체력과 마력도 흡혈검의 옵션 덕에 모두 회복된 상태였다.

    파강! 파강!

    웨어 울프 킹의 공격이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웨어 울프 킹은 현성을 노리기보다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이수영을 노렸다.

    보호해야 할 짐 덩어리가 있는 상태였기에 현성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상대해야 할 적은 웨어 울프 킹만이 아니었다.

    끝까지 살아남은 웨어 울프들이 호시탐탐 부상당한 이수영을 노리고 있었다.

    웨어 울프 킹과 웨어 울프들은 새끼를 지키는 어미 곰을 노리듯 조직적으로 현성을 공격해 들어왔다.

    쉽게 자리를 비울 수 없는 현성으로서는 반격이 쉽지가 않았다.

    ‘차근차근 가자.’

    일단 거치적거리는 웨어 울프들부터 정리를 해야 했다.

    현성이 마력을 끌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그간 익힌 원거리 스킬들을 동시에 사용했다.

    매직 미사일, 아이스 미사일, 파이어 미사일, 파이어볼, 파이어 스피어.

    온갖 종류의 원거리 스킬이 거의 동시에 발동했다.

    퍼억!

    스킬에 적중당한 웨어 울프들이 순식간에 쓸려 나갔다.

    현성이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서서 원거리 요격을 시작하자 웨어 울프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현성은 전사이자 마법사이며 힐러였다.

    적들이 덤벼들지 않는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가 없었다.

    현성은 힐 스킬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

    막대한 마력을 있는 대로 끌어 올려 쏟아붓기 시작하자 일반 등급 스킬인 힐로도 서서히 상처가 아물어 갔다.

    ‘굳이 치유 포션까지는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잘 피하네.’

    다른 웨어 울프들은 손쉽게 처리했다.

    문제는 웨어 울프 킹이었다.

    ‘규격 외야.’

    일반적인 웨어 울프 킹보다 월등히 레벨이 높아 보였다.

    현성은 마력 수치도 높지만 정신력 수치도 높다.

    당연히 스킬 캐스팅 속도나 적중률도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웨어 울프 킹은 현성의 스킬을 잘도 피했다.

    ‘이것도 피할 수 있나 보자.’

    현성이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포위망을 치듯 연속적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꽈앙! 꽈앙! 꽈앙!

    던전 내부에 조성된 숲이 불타고 얼어붙고 산산조각 났다.

    웨어 울프 킹은 사력을 다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현성과의 전투를 포기하고 도주를 선택한 것이다.

    ‘너무 늦었어.’

    우드드드득!

    웨어 울프 킹의 도주 경로에 거대한 얼음벽이 솟아났다.

    아이스 월.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희귀 등급 스킬이다.

    도주 경로가 막히자 당황한 웨어 울프 킹이 방항을 바꾸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웨어 울프 킹을 향해 온갖 종류의 스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꽈아아아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웨어 울프 킹이 있던 자리가 초토화되었다.

    사아아아악!

    마력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웨어 울프 킹이 죽은 것이다.

    ‘마석이랑 아이템 회수하고 돌아가자.’

    현성이 아공간을 열어 마석과 아이템 들을 쓸어 담았다.

    이수영의 것은 굳이 챙겨 줄 필요도 없었다.

    레벨 차이로 인해 이수영이 잡은 웨어 울프들은 마석과 아이템을 하나도 뱉어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웨어 울프 킹이 뱉은 건 직접 챙겨야지.’

    현성이 웨어 울프 킹이 죽은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게 뭐야?’

    웨어 울프 킹이 죽은 자리에 남은 것은 심장 모양을 한 아이템이었다.

    현성이 심장을 집어 들었다.

    웨어 울프 킹의 심장 - 희귀 등급

    -60분 동안 웨어 울프 킹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변신 시간 동안 힘, 민첩, 체력 스텟이 30% 증가합니다.

    -변신이 끝난 후 힘, 민첩, 체력 스텟이 영구적으로 10% 줄어듭니다.

    -사용 방법 : 섭취

    웨어 울프 킹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은 외형이 바뀐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점이 없다.

    하지만 힘, 민첩, 체력 스텟이 30%나 증가한다는 건 엄청난 이득이었다.

    문제는 페널티였다.

    무려 힘, 민첩, 체력 스텟이 영구적으로 10%나 감소한다.

    일반 플레이어들의 입장에는 목숨이 경각에 달리지 않은 이상 절대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페널티였다.

    ‘하지만 난 달라.’

    현성은 포인트만 있으면 소모된 스텟을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다.

    오히려 소모형 아이템이라는 점이 아쉬웠다.

    스킬북이었으면 참 좋았을 뻔했는데 말이다.

    ‘나쁠 건 없지.’

    급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한 장 생긴 셈이니 이득이었다.

    사실 희귀 등급 아이템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였다.

    일반적으로 사체만 남거나 마석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이제 돌아가야겠다.’

    현성은 쓰러진 이수영을 부축한 뒤 던전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던전 밖으로 나온 현성은 이수영을 차에 앉혀 놓고 플레이어 협회 지부로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자 곧바로 지원이 왔다.

    “수영이는 괜찮습니까?”

    지원군은 바로 서태철을 비롯한 비상 대기조였다.

    “네, 일단 외상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성 씨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저도 비상 대기조원이니 동료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죠.”

    현성의 말에도 불구하고 서태철은 거듭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인원을 분배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조사 결과, 던전 이름을 변경하기로 했다.

    차원 게이트에서 사슴 뿔 거북이가 아니라 웨어 울프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사이 현성의 근무 시간이 끝났다.

    현성은 곧바로 던전으로 들어갔다.

    무장도 갖추고 있었고 잠도 충분히 잔 상태였기에 사냥을 이어 나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 *

    사냥을 마친 현성이 다시금 플레이어 협회 지부를 찾았다.

    어차피 쉴 거 비상 대기조 근무를 서면서 돈이나 벌자는 목적이었다.

    공교롭게도 함께 대기하는 멤버들도 전과 똑같았다.

    “안녕하세요, 현성 씨.”

    서태철이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다른 이들도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 왔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수영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당연히 도왔어야 하는 건데요, 뭐.”

    현성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멤버가 어제랑 똑같네요.”

    “하하하, 어제 사건 마무리 짓고 바로 사냥 나간 후에 여기로 퇴근했거든요. 현성 씨도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아닌가요?”

    “맞습니다. 여기서 쉬면서 돈 버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서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서태철과 현성이 대화의 포문을 열자 다른 이들도 하나둘 참여하기 시작했다.

    “착용하고 있으신 장비를 다 합치면 얼마 정도 하나요?”

    군 복무 대신 플레이어 협회에 매인 몸이 되어 버린 김창우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현성에게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착용하고 있는 것 중에서 검이랑 망토는 사냥 중에 나온 거고 나머지는 다 플레이어 협회에서 대여받은 물건이거든요.”

    “대여요?”

    “네.”

    현성의 대답에 서태철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유망주셨군요. 저는 처음에 현성 씨가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았습니다. 희귀 등급 아이템으로 도배하고 다니는 경우는 정말 드물거든요.”

    “부잣집 도련님은요. 저 각성 전까지 노가다 판에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현성의 말에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특히 이수영이 가장 놀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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