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 돈 먹는 하마 (22/225)
  • ┃돈 먹는 하마

    ‘많이 팔렸네.’

    현성은 쌓여 있는 포인트들을 보며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생존 본능 스킬을 구입하느라 200억 포인트를 사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포인트는 100억이 넘었다.

    이 모든 게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 판매 덕분이었다.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 판매는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고전력 신제품의 판매를 불러왔다.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가 있기에 신제품이 팔린다.

    신제품이 팔려 나가면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도 팔린다.

    이 선순환 덕분에 많은 포인트를 사용했음에도 아직 포인트가 많이 남아 있었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포인트는 계속해서 쌓여 가고 있었다.

    ‘일단 물건부터 채워 넣어야겠다.’

    100개를 꽉 차게 올려놨는데 어느새 남은 물품의 숫자가 50개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게임기랑 노트북이 인기가 좋네. 화장품이랑 향수도 좀 팔렸고. 시계도 의외로 잘나가네.’

    사치품이라고 할 수 있는 물품들의 판매 실적이 꽤 좋았다.

    의외라고 생각했던 건 화장품과 향수 그리고 시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넣었던 물품인데 의외로 잘 판매되고 있었다.

    현성이 판매한 화장품, 향수, 시계는 저렴한 제품이 아니다.

    백화점에서 구입한, 소위 말하는 명품이었다.

    구매평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화장품은 여성 고객들이 많이 구매했고 시계는 남성 고객이 구매했다.

    의외로 향수는 남녀 모두에게 고르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현성은 미리 아공간에 넣어 두었던 물품들을 꺼내 부족분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복장을 바꾸고 안면 보호대까지 착용한 채 이제는 단골이 되어 버린 전자 제품 매장으로 향했다.

    전자 제품 매장에는 완충된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가 잔뜩 쌓여 있었다.

    현성은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를 비롯한 전자 제품들을 결제한 후 판매창에 올렸다.

    직원들은 허공으로 사라지는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와 전자 제품 들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늘 보던 광경이기 때문이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다음에도 같은 물량 준비해 주실 수 있으시죠? 모두 완충해서요.”

    “물론입니다, 고객님. 믿고 맡겨 주십쇼.”

    지점장이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현성이 한 번에 올려 주는 매출이 억 단위를 넘어선다.

    그러니 수십 개의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를 완충해 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지점장은 각종 할인 정책과 더불어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최대한 서비스를 현성에게 베풀었다.

    현성이 서비스가 소홀하다는 느낌을 받아 다른 지점으로 가 버리면 자신만 손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손이 크기는 하지만 현성처럼 주기적으로 대량의 물건을, 그것도 현금으로만 사 가는 고객은 처음이었다.

    현성은 지점장의 깍듯한 대접을 받으며 밖으로 나섰다.

    물품을 채워 넣었으니 이제는 쇼핑을 할 시간이었다.

    모텔에 도착한 현성이 구매창을 열었다.

    ‘뭘 사야 하나.’

    이번 일을 겪으며 현성은 포인트를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던전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현성을 노렸던 장우현이 조금만 더 강했다면?

    장우현의 목적이 현성을 불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해하는 것이었다면?

    현성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구매창을 열어 스킬북을 구매할 틈도 없이 죽을 수도 있다.

    ‘여유를 가지는 건 강자의 권리야.’

    현성은 아직 여유를 가질 만큼 강하지 못했다.

    삼두표 사건과 장우현 사건이라는 두 번의 위기를 겪었다.

    다음에도 또 이런 위기가 찾아오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모두 쓴다.’

    현재의 젊음을 유지하고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비상금으로 30억 포인트 정도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모두 스킬북과 비약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어떻게 써야 할까?’

    분배를 잘해야 했다.

    ‘우선 비약부터 보자.’

    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희귀 등급

    -힘 스텟이 1 상승한다.

    -힘 스텟이 200이 넘는 플레이어에게는 효과가 없다.

    -사용 방법 : 섭취

    -판매자 : 리커머스

    -판매가 : 9,999,999포인트

    최하급 비약의 가격은 4,999,999포인트.

    하급 비약의 가격은 9,999,999포인트.

    2배가 올랐다.

    ‘모든 스텟을 200으로 만들려면 4,999,999,500포인트가 필요해.’

    무려 50억 포인트.

    남은 포인트의 절반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효과는 확실해.’

    스텟 증가는 모든 스킬 효율에 영향을 끼친다.

    일반 등급 스킬을 사용하더라도 스텟이 뒷받침해 주면 월등히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쓰자.’

    어차피 비약은 무조건 먹어야 한다.

    써야 할 포인트라면 과감하게 사용하는 게 맞다.

    ‘생존 본능의 위력도 강해질 거야.’

    생존 본능 스킬은 스텟 증가다.

    스텟이 탄탄하면 탄탄할수록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희귀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예.’

    -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희귀 등급을 구매하셨습니다.

    최하급 스텟 증가 비약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비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게 시작이었다.

    현성은 계속해서 비약을 구매했다.

    모텔 방에 비약이 작은 동산처럼 쌓였다.

    비약 구매를 끝낸 후 현성은 체력의 비약부터 시작해 모든 비약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후우!”

    비약 섭취 효과는 바로 드러났다.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신을 뒤덮었다.

    ‘이제 남은 건 50억 포인트 정도. 이걸 어디에 쓰지?’

    30억 포인트 정도는 수명 유지를 위해 남겨 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는 20억에 불과했다.

    20억 포인트는 상당히 애매하다.

    이걸로 영웅 등급 스킬북은 어림도 없다.

    자잘한 희귀 등급 스킬을 여러 개 구매하거나 쓸 만한 희귀 등급 스킬 하나 정도를 구매할 수 있는 정도다.

    ‘불사의 서에 올인해 보자.’

    성장이 가능한 유일 희귀 등급.

    더 효과가 좋은 유일 희귀 등급이 되는 선에서 끝날 수도 있지만 영웅 등급 스킬이 되어 줄 수도 있다.

    현성은 20억 포인트를 투자해 상처 회복과 관련된 스킬북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희귀 등급 스킬북 하나와 일반 등급 스킬북들이 현성 앞에 수북하게 쌓였다.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현성이 스킬북을 하나하나 익히기 시작했다.

    스킬북을 익힐 때마다 스킬 습득 실패와 흡수 그리고 성장이 반복되었다.

    모든 스킬북을 흡수했다.

    그러나 불사의 서가 영웅 등급으로 성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변화는 있었다.

    불사의 서 - 유일 희귀 등급

    -패시브 스킬

    -머리가 완전히 파괴당하지 않는 한 죽지 않습니다.

    -즉사하지 않는 한 모든 상처가 회복됩니다.

    -성장형 스킬입니다.

    천천히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효과가 있는 건가?’

    현성이 자신의 손에 작은 상처를 내 봤다.

    스르륵.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엄청나다.’

    초창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회복 속도였다.

    ‘경매가 끝나면 다시 시도해 보자.’

    응찰했던 스킬북들이 모두 현성의 수중에 떨어진다면 다시 한번 불사의 서 스킬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었다.

    * * *

    위이이잉!

    문자가 왔다.

    ‘뭐지?’

    문자를 확인해 보니 경매가 끝났다는 내용이었다.

    현성은 응찰했던 모든 물건을 낙찰받았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게 정답이었다.

    ‘얼른 가자.’

    현성이 경매장에 가기 위해 옷을 챙겨 입었다.

    어서 빨리 스킬북을 챙겨와 불사의 서를 성장시키고 싶었다.

    위이이잉!

    그때 다시금 전화기가 울렸다.

    이번에는 문자가 아닌 전화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현성 씨. 저 신윤아예요.

    “아, 네. 그런데 어쩐 일로?”

    -서우 길드 관련된 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조사가 끝났나요?”

    -네, 그때 알아낸 정보로 증거를 확보해서 서우 길드 간부들을 경찰에 고발했어요. 오늘 전원 구속됐어요.

    “잘됐네요. 서우 길드에서 수작을 부려서 골치 아프지 않을까 했는데…….”

    -서우 길드가 검경과 끈끈한 사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나서지 않아서요. 오히려 이번 조사에 엄청나게 협조적으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파벌 다툼 때문인가요?”

    -네, 서우 길드 마스터 마지훈이 조사를 방해하기는커녕 얼른 잡아가라는 듯이 내부 자료를 다 퍼 줬어요.

    “정성우는 어떻게 됐나요?”

    장우현이라는 칼을 이용해 현성을 해하려고 한 인물이 바로 부길드 마스터인 정성우였다.

    -아직 구속영장이 떨어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예요. 장우현이 체포되면서 그간 저지른 살인, 강도 사건들이 밝혀졌는데, 의뢰인이 정성우의 측근들이었거든요. 측근들이 아직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입을 여는 순간 정성우도 바로 구속될 거예요.

    “혹시 구속을 피할 수도 있나요?”

    그렇게 되면 곤란하다.

    현성과 정성우는 완전히 척진 사이니까 말이다.

    -지금 TV 보실 수 있나요?

    “예, 가능합니다.”

    -그럼 뉴스 채널 한번 확인해 보세요.

    현성이 TV를 틀어 뉴스 채널을 눌렀다.

    거대 길드 간부의 살인 청부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속보로 보도되고 있었다.

    서우 길드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성우와 장우현의 실명은 공개된 상태였다.

    -아마 구속을 피하기는 불가능할 거예요. 이미 정성우에게 호의적이던 이들도 다 등을 돌린 상태거든요.

    “그럴 만하네요.”

    대중에게 사건이 알려졌으니, 정성우의 재기는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서우 길드 마스터 마지훈이 단단히 작정을 했는지 언론에 소식을 쫙 뿌렸더라고요. 정성우는 현재 부길드 마스터 자리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완전히 제명당했어요.

    “말끔하게 처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오히려 진작 처리하지 못해서 죄송하죠.

    “감사의 뜻으로 다음에 제가 밥 한 끼 대접하겠습니다.”

    -빈말 아니시죠?

    “물론입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고 있을게요. 수고하세요.

    “예,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신윤아와의 통화가 끝났다.

    현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그러게 착하게 살았어야지.’

    장우현을 이용해 자신을 노리던 정성우가 완벽하게 몰락했다.

    가지고 있던 지지 세력을 모두 잃었고 길드에서도 쫓겨났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살펴보니 정성우는 완전히 죽일 놈이 되어 있었다.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중이 대대적으로 정성우를 비난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해결됐네. 역시 뒷배가 있으니까 편해.’

    현성이 혼자 힘으로 진실을 알렸다면?

    과연 정성우가 정당한 처벌을 받았을까?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플레이어 협회라는 거대한 세력이 직접적으로 힘을 써 줬기에 이뤄 낼 수 있는 성과였다.

    물론 서우 길드의 내분 덕분에 일이 더 쉽게 처리된 감도 있었다.

    ‘골치 아픈 일은 끝났으니 물건 수령하러 가야지.’

    현성이 경매장으로 향했다.

    경매장에서 응찰한 물품을 수령한 현성이 다시금 모텔 방으로 돌아왔다.

    ‘한번 익혀 볼까?’

    현성은 일반 등급 스킬부터 하나하나 익혀 가기 시작했다.

    계약금 전액을 투자했다.

    당연히 그만큼 많은 스킬북을 구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매한 양에 비해 스킬 창에 등록된 스킬들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회복력 관련 패시브 스킬북을 중복해서 구매했기 때문이다.

    ‘언제 변하는 거야?’

    스킬북이 하나둘 줄어 갈수록 현성의 얼굴이 초조함이 맴돌았다.

    불사의 서를 성장시키기 위해 투자한 현금과 포인트를 합치면 영웅 등급 스킬북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런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불사의 서는 아직까지 반응이 없었다.

    ‘이게 마지막인데…….’

    자연의 회복력 - 희귀 등급

    -패시브 스킬북

    -상처 회복 속도가 빨라집니다.

    지금까지 불사의 서가 먹어 치운 스킬북은 그 숫자를 일일이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다.

    ‘이 정도 먹어 치웠으면 성장할 만도 하잖아.’

    현성이 눈을 질끈 감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스킬북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패시브 스킬 자연의 회복력 - 희귀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희귀 등급이 패시브 스킬 자연의 회복력 - 희귀 등급을 흡수하였습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희귀 등급이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유일 영웅 등급으로 성장했습니다.

    “우와아아악!”

    현성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성장했다.

    현성이 재빨리 불사의 서를 클릭했다.

    불사의 서 - 유일 영웅 등급

    -패시브 스킬

    -머리와 심장이 동시에 완전히 파괴당하지 않으면 죽지 않습니다.

    -즉사하지 않는 한 모든 상처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성장형 스킬입니다.

    유일 영웅 등급으로 성장한 불사의 서는 더 완벽해졌다.

    ‘약점이 줄어들었어.’

    기존 불사의 서가 가진 약점은 머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심장이라는 보완책이 생겼다.

    결정적으로…….

    ‘더 성장이 가능하다니.’

    성장형 스킬이라는 문구가 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전설 등급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된다면 도대체 어떤 위력을 보여 주게 될까?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현성이 순간 멈칫했다.

    ‘그런데 전설 등급까지 성장시키려면 도대체 얼마나 처먹여야 하는 거야?’

    영웅 등급 스킬로 성장시키는 데도 엄청난 투자를 했다.

    전설 등급 스킬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전설 등급 스킬북을 구매하는 만큼의 자금을 투자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아니, 그럴 게 확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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