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 구매평 (19/225)

┃구매평

“이런 똥물에 튀겨 죽일 놈! 이렇게 좋은 게 있었으면 진작 팔 것이지!”

게스피트가 노성을 토해 냈다.

건전지를 넣고 뺄 때 게임기가 꺼지는 것을 막고자 게스피트는 휴대용 충전기를 이용해 게임기를 충전하며 게임을 즐겼다.

문제는 휴대용 충전기에 들어 있는 건전지의 수명이 너무 짧다는 점이었다.

휴대용 충전기의 건전지가 고갈된 것도 모르고 게임에 열중하다가 중간에 게임기가 꺼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후 습관적으로 휴대용 충전기 용량을 확인하느라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걱정은 사라졌다.

무려 50개가 넘는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가 게스피트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의 전력양도 무한하지는 않다. 하지만 중간에 게임이 꺼질 일은 없었다.

소모되는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를 다른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가 충전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중간중간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를 새로 구입해 충전해 주기만 하면 24시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를 구매하는 바람에 그간 사 놓은 건전지는 쓰레기로 전락했다.

누군가 건전지에 작업을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량 구매를 해 버려서 손해가 더 컸다.

하지만 여마왕 게스피트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제 더 이상 게임이 중간에 끊어질 일은 없어.’

그 점이 가장 중요했고 만족스러웠다.

‘응? 이건 또 뭐야?’

구매창은 닫고 게임에 집중하려던 찰나 최현성이라는 놈이 난생처음 보는 물품을 등록했다.

XXXX사의 가정용 오락실 게임기

-32인치 좌식형 광시야각.

-2인 플레이 가능.

-듀얼 스피커.

-LED 버튼.

-게임팩 별도 구매.

-판매자 : 최현성

-판매가 : 499,999,999포인트

XXX사 게임팩

-총 8,000여 개의 게임 제공.

-XXXX사의 가정용 오락실 게임기로 구동 가능.

-판매자 : 최현성

-판매가 : 99,999,999포인트

‘오락실용 게임기? 게임팩?’

자신이 사용하는 작은 휴대용 게임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압도적으로 큰 화면에, 조작감이 좋고 LED 버튼까지 달린 조이스틱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얼마나 좋은진 모르겠지만 일단 사자.’

구매 본능이 여마왕 게스피트의 뇌리를 잠식했다.

* * *

‘뭐가 얼마나 달라졌으려나?’

현성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상태창을 주시했다.

일단 급한 일은 끝이 났으니 희귀 등급으로 올라가며 새롭게 생긴 기능들을 살펴볼 차례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등급 상승을 위해 필요한 누적 포인트였다.

-영웅 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각성 후 습득한 누적 포인트가 1조를 넘겨야 합니다.

-현재 누적 습득 포인트 14,342,767,124포인트

‘뭐, 이렇게 난이도가 확 올랐어?’

1천억 포인트 정도 모으면 될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10배가 아니라 100배를 더 모아야 등급 상승이 가능했다.

‘갈 길이 멀구나.’

가슴이 답답해졌다.

현성은 일단 엘릭서로 시선을 돌렸다.

엘릭서 - 전설 등급 - 잠금 상태

-육체와 영혼에 깃든 모든 상처와 질병을 완벽하게 치유한다.

-복용 후 24시간 내에 재복용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소모성 아이템입니다.

‘역시.’

등급이 오르니 엘릭서의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영웅 등급으로 오르기만 하면…….’

엘릭서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다른 쪽도 살펴보자.’

현성은 우선 판매창으로 들어갔다.

전체적으로는 판매창이 100개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확실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구입 후기?’

전에는 분명히 없던 기능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봤다.

XXX사의 휴대용 게임기 - 일반 등급

베스트 구매평

바르투크 - 정말 재미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 소소하게 시간 때우기도 좋습니다. 구입 강추합니다.

↳ 브로우 - 가격이 뭐가 저렴하냐? 아무런 능력치도 없는데 더럽게 비싸기만 하다.

↳ 진소평 - 동의합니다. 포인트가 썩어 나는 게 아니라면 구입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 바르투크 - 먹고살기 바쁜 포인트 거지들은 다른 데로 가라.

‘이게 뭐야?’

인터넷 쇼핑몰 구매평처럼 댓글들이 달려 있었다.

XXXX사 전자 면도기 - 일반 등급

베스트 구매평

바르투크 - 이건 정말 쓰레기더군요. 제가 웬만해서는 컴플레인 안 거는데 열 받아서 걸었습니다. 호기심으로라도 절대 구입하지 마세요. 정말 수염 깎아 주는 기능만 있습니다.

↳ 맥커바이스 - 동의합니다. 완전 낚였습니다.

↳ 다샤트 - 저도 낚였습니다.

……후략……

‘다른 상품들은 어떻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약을 눌러 봤다.

최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

베스트 구매평

바르투크 - 강추합니다. 뉴비분들은 필수로 구입하세요. 500만 포인트를 사용할 가치가 있습니다.

↳ 니시오 - 동의합니다.

↳ 테루 - 판매자가 많으니 성급하게 구입하지 마시고 500만 포인트 아래 상품만 구입하세요.

……후략……

‘바르투크 이 사람은 빠지는 곳이 없네.’

얼리어답터라도 되는 것처럼 거의 대다수의 물건을 구입했고, 거의 항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베스트 구매평을 독점하고 있었다.

‘새로 올린 상품평도 찾아보자.’

XXX사의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 - 일반 등급

베스트 구매평

바르투크 - 건전지에 비해 월등히 좋습니다. 그런데 판매자가 구매자들을 호구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건전지보다 더 좋은 대용량 배터리가 있는데 왜 이제야 출시를 한 걸까요? 네, 당연히 건전지를 팔아먹을 만큼 팔아먹었기 때문입니다. 되팔렘이 작업 들어간 걸 알고 건전지 대량 구매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예, 저도 그랬습니다. 어차피 사용할 거 비축도 하고 뉴비분을 응원하는 마음에 대량 구매를 했습니다. 그런데 도움을 드리고자 대량 구매했던 건전지는 이제 완전히 쓰레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제 개인적인 예상이긴 하지만 대용량 배터리가 대량으로 판매된다면, 아마 더 좋은 상품을 판매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 비파르 - 동의합니다. 그때는 지금 구입한 대용량 배터리가 쓰레기가 되겠죠. 솔직히 건전지 가격도 그렇지만 대용량 배터리 가격도 너무 바가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 장무국 - 하지만 당장 편하니 구매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알면서도 당하는 개돼지가 된 기분입니다.

↳ 사드비이 - 구입을 하지 않으면 되는데 구입을 하니까 개돼지가 되는 겁니다. 단체로 불매운동이라도 벌이세요. 그럼 100% 가격 떨어집니다.

……후략……

바르투크의 평가는 상당히 날카로웠다.

차원 게이트가 열린 이후 인류의 기술은 엄청난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그 결과 전자 제품 중에는 마석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품들이 대거 출시되어 있었다.

플레이어 전용 장비 중에는 즉석에서 마석을 장착해 구동할 수 있는 물품들도 있었다.

가격이 무척 비싸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그걸 팔 수는 없지.’

마석을 사용하는 반영구 제품을 판매할 생각은 없다.

그럼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 판매도 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성능이 좋은 대용량 배터리를 판매할 생각은 있었다.

무겁고 일반인이 휴대용으로 사용하기 힘들긴 하지만, 저장 용량이 더 많은 배터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오락실용 게임기도 반응이 나쁘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반응이 좋았다.

‘아이쇼핑이나 하자.’

현성이 새롭게 개방된 영웅 등급 및 전설 등급 아이템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역시 대단한 것들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들어오는 상품은 새롭게 열린 카테고리였다.

‘펫이라…….’

종속 각인이 완료된 레드 드레이크의 알 - 영웅 등급

-주의 사항 : 구입 즉시 부화됨.

-부화된 새끼 레드 드레이크는 눈을 뜬 직후 처음 목격한 생명체에게 종속된다.

-판매자 : 불카드곤

-판매가 : 299,999,999,999포인트

베스트 구매평

바르투크 - 성장시키기가 정말 정말 힘듭니다. 또 성질이 있어서 욱하면 주인도 공격하는 놈이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성체로 성장시켰을 때의 만족감이 큰 녀석입니다.

↳ 고든브루 - 아무리 종속 각인이 포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영웅 등급 몬스터 1마리에 3,000억 포인트는 너무 비싼 거 아닌가요?

↳ 바르투크 - 포인트 거지는 가라.

……후략……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네.’

영웅 등급 스킬과 아이템도 비싸기는 했지만 영웅 등급 펫의 경우는 정말 가격이 상상을 초월했다.

‘필요해서 구매한다기보다는 사치품에 가까운 느낌이야.’

현성의 보유 포인트는 대용량 배터리와 오락실용 게임기 판매의 호조로 현재 100억을 돌파했다.

하지만 사치품에 수천억 포인트를 사용하는 이들에 비하면 말 그대로 푼돈에 불과했다.

‘전설 등급인 엘릭서는 얼마나 비쌀까?’

아마 상상을 초월하는 포인트가 필요할 것 같았다.

‘일단 다른 물품들을 팔아 보자.’

대용량 배터리를 판매하며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전자 제품들도 판매가 가능해졌다.

판매창도 100개로 늘었으니 이것저것 시험 삼아 판매하며 주력 상품을 정해야 할 것 같았다.

위이이잉!

그때 갑자기 스마트폰이 울렸다.

어머니셨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시지?’

평소 같으면 던전에 들어가 사냥을 하느라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엄마.”

-현성아, 너 서우 길드에 서대웅이라는 사람 아니?

“서대웅요?”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 같기는 했다.

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잘 모르겠는데요.”

-서우 길드 제2 지원 팀장이라고 하던데.

“아!”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요?”

-그 사람이 지금 집에 찾아왔어.

그 말에 순간적으로 열이 확 올랐다.

“집에 찾아왔다고요?”

-응. 지금 문밖에 있는데 바꿔 줄까?

“아뇨. 제가 따로 그 사람에게 전화할게요. 그리고 절대 그 사람에게 문 열어 주지 마세요.”

-좋은 일로 찾아온 거 아니었니?

어머니가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제가 나중에 따로 말씀드릴게요.”

-그래, 알았다. 우리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말고. 너한테 손해 가는 일이면 하지 마라.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니 가슴이 묵직해졌다.

“제가 잘 해결할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곧바로 서대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저 최현성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현성 씨, 이제야 연락이 되네요.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왜 어머니 댁에 찾아간 거죠?”

-하하하, 너무 흥분하신 것 같군요. 일단 진정하세요. 전 좋은 뜻으로 찾아간 것뿐입니다. 아버님의 건강이 달린 일인데, 현성 씨 혼자 결정하는 건 무리가 있겠다 싶어서 어머님께도 사실을 알려 드리려 했을 뿐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해야 하는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접니다.”

-물론 그렇긴 하죠. 하지만 그런 중대한 결정을 혼자 내리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분들과도 상의를 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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