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플레이어 아카데미 (6/225)
  • ┃플레이어 아카데미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갔다.

    현성은 필기시험을 무사히 치렀다.

    ‘커트라인은 넘었을 거야.’

    이제부터는 실기 교육이었다.

    현성은 근접 계열 교육을 받기로 했다.

    교육생의 숫자가 가장 많았기에 무난하게 묻어가기 참 좋은 환경이었다.

    “형도 여기로 오셨네요.”

    “어.”

    앳된 얼굴의 교육생 1명이 현성에게 말을 걸었다.

    우도진이었다.

    교육생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제법 친해졌다.

    몇몇 교육생은 아예 의기투합해 아카데미를 졸업하면 함께 사냥을 가자며 파티를 결성하기도 했다.

    현성은 그 정도까지 친해진 교육생이 없었다.

    그저 오며 가며 서로 인사할 정도였다.

    “우리 앞으로 같이 잘해 봐요, 형.”

    “그래.”

    현성이 짧게 대답했다.

    친근한 말투로 말을 걸어오는 우도진이었지만 사실 이론 교육 시간에 오며 가며 말 몇 마디 나눈 게 전부였다.

    우도진은 현성이 단답형으로 짧게 대답하는데도 계속 말을 걸어올 정도로 친화력이 좋았다.

    “지금부터 실기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각자 사용할 무기별로 정렬해 주세요.”

    교관의 말에 교육생들이 정렬하기 시작했다.

    검을 사용하는 교육생, 도를 사용하는 교육생, 창을 사용하는 교육생 등등.

    각 무기 담당 교관들이 교육생들이 선택한 무기의 파지법과 기본자세를 알려 주었다.

    그 후에는 기본동작이었다.

    정면 내려 베기, 옆면 치기, 하단 베기 등등.

    “기본자세가 흐트러졌습니다.”

    “발의 위치가 틀렸습니다.”

    교관들의 지적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현실에서 검도를 배웠다면 모를까 초보자가 어찌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최현성 교육생 훌륭합니다.”

    바로 현성이었다.

    현성은 기본자세와 기본동작을 가볍게 소화해 냈다.

    패시브 스킬인 초급 검술 지식 덕분이었다.

    진검을 처음 잡는데도 오랜 시간 수련한 것처럼 익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우와! 형, 검도장 다니셨어요?”

    우도진이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현성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 가지고 있는 패시브 스킬 중에 초급 검술 지식이 있어서…….”

    현성의 말에 우도진의 얼굴에 부러운 감정이 퍼져 나갔다.

    “와, 형, 부러워요. 저도 강타 같은 액티브 스킬 말고 무기 관련 패시브 스킬을 얻었으면 좋았을걸.”

    우도진의 말에 현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얻은 게 아니라 산 거야.’

    하지만 이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액티브 스킬이건 패시브 스킬이건 일반 등급 스킬이면 도토리 키 재기 아닌가?”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현성과 우도진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윤태식이었다.

    성격 좋은 우도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윤태식은 탱커 관련 스텟과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였다.

    강철의 방패라는 희귀 등급 액티브 스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실을 동네방네 알리고 다녔다.

    그 결과 벌써부터 여러 길드의 오퍼를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탱커 자체가 귀했고 첫 스킬부터 강철의 방패라는 희귀 등급 스킬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각성과 동시에 얻은 기본 스텟도 다른 플레이어들보다 많았다.

    윤태식은 톱클래스의 탱커로 성장할 만한 자질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일반 등급 스킬만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는 어차피 톱클래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없어. 밑바닥에서 아옹다옹할 뿐이라고.”

    문제가 하나 있다면 저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로 인성이 개차반이라는 점이었다.

    윤태식의 조롱에 우도진이 고개를 획 하고 돌려 버렸다.

    “외면한다고 현실이 달라지나?”

    윤태식이 비웃음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현성과 우도진을 바라봤다.

    현성은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이걸 어떻게 혼내 줘야 하나?’

    대련 같은 게 있으면 비 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두들겨 패 주고 싶었다.

    “너 말이 너무 심하다?”

    그때 가녀린 체구의 누군가가 현성과 윤태식 사이로 끼어들었다.

    동기 중 한 명인 신수아였다.

    “내가 뭘?”

    “희귀 등급 스킬 하나 가졌다고 눈에 뵈는 게 없냐?”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희귀 등급 스킬 가졌다고 다 위에서 노는 줄 아냐? 스킬 하나만 믿고 깝죽거리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야.”

    신수아가 예쁘장한 얼굴과 다르게 매서운 독설을 쏟아 냈다.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톱클래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꽤 있다.

    다만 대다수가 중간에 꺾여 버릴 뿐이다.

    마음이 꺾이는 경우도 있었고 몬스터 밥이 되거나 불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건 일반 스킬 가진 연놈들도 마찬가지. 너처럼 말이야.”

    “너 말 다 했어?”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난 없는 이야기를 지어낸 게 아니야. 사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두 사람의 대화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교육생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지금은 실기 교육 시간입니다.”

    결국 교관이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신수아가 바로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

    하지만 윤태식은 그저 획 하고 고개를 돌려 버릴 뿐이었다.

    “윤태식 교육생.”

    “네, 교관님.”

    “자꾸 분란을 일으키면 퇴소 조치하겠습니다. 알겠습니까?”

    교관의 말에 윤태식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퇴소하면 지난 일주일간 지루한 이론 교육을 받은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거기다 플레이어 등록증을 발급받는 일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죄송합니다.”

    결국 윤태식이 꼬리를 내렸다.

    “본 교관이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교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윤태식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

    윤태식이 고개를 푹 숙였다.

    ‘저건 뭐 바보도 아니고.’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교관들은 협회 소속의 플레이어들이다.

    아마 평범하게 일반 등급 스킬만을 가지고 플레이어 생활을 시작했으리라.

    그런 그들 앞에서 일반 스킬 가진 연놈들이라는 말을 했으니 교관도 사람인 이상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신수아가 꼴좋다는 듯 윤태식을 향해 혀를 낼름 내밀었다.

    윤태식은 표정을 구겼지만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교관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오빠들, 저 멍청이가 하는 말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신수아의 말에 우도진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수아는 성격이 활달했다.

    리더십도 강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신수아는 꽤 많은 동기들을 포섭했다.

    그리고 벌써 자신만의 파티를 만들었다.

    ‘저 멍청이랑은 다르지.’

    윤태식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성격이 더러웠고 리더십도 없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스킬 덕에 꽤 많은 동기들이 곁에 붙어 알랑방귀를 뀌고 있었다.

    현재 현성의 동기들은 윤태식 파벌과 신수아 파벌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었다.

    성향이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이 대립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벌써부터 이 모양이니.’

    아마 던전에서도 꽤 많은 분란이 벌어질 것 같았다.

    * * *

    플레이어 아카데미 의무 교육이 끝났다.

    교육 기간 내내 윤태식과 신수아는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현성은 목표대로 중간 정도의 성적을 유지했다.

    ‘윤태식 그놈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윤태식은 꽤 준수한 성적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적당한 규모의 중견 길드에 스카우트된 모양이었다.

    ‘신경 끄자, 앞으로 만날 일도 없는데.’

    노는 물이 다르니 서로 만나기가 힘들 것이다.

    당연히 현성이 위고 윤태식이 아래였다.

    현성은 뒤풀이에 참석해 달라는 신수아와 우도진의 요청을 집안일이 있다는 핑계로 거절했다.

    그리고 플레이어 아카데미 수료증을 움켜쥐고 곧바로 플레이어 협회로 향했다.

    * * *

    “발급 완료되셨습니다.”

    플레이어 협회 직원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짝이는 등록증을 내밀었다.

    카드처럼 얇은 전자 기기에 현성의 얼굴과 이름, 레벨이 새겨져 있었다.

    현성이 따끈따끈한 플레이어 등록증을 움켜쥐었다.

    ‘드디어 끝났어. 이제 아버지 치료비 마련하러 가자.’

    오랜 시간 묵혀 놨던 스킬의 장인 스킬북을 드디어 팔아먹을 수 있게 되었다.

    현성의 목적지는 갓 각성한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인기 폭발인 초보자용 던전이었다.

    * * *

    “71만 4,800원입니다.”

    장비 대여소 직원의 말에 현성이 떨리는 손으로 체크카드를 내밀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납 시간을 어기게 되면 추가 요금이 청구되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네.”

    현성은 대답과 함께 체크카드와 대여한 장비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 탈의실로 향했다.

    ‘뭐만 하면 다 돈이야.’

    현성이 투덜거리며 대여한 장비를 몸에 걸쳤다.

    몬스터를 사냥하러 던전에 들어가는데 맨몸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당연히 무기와 방어구가 필요하다.

    문제는 무기와 방어구가 무지무지하게 비싸다는 점이다.

    몬스터 사체가 들어가지 않은 무기와 방어구도 수백만 원은 한다.

    몬스터 사체가 재료로 들어간 경우는?

    기본이 수천만 원이다.

    비싼 건 수억이 넘는다.

    ‘현실이나 포인트 상점이나 아이템 비싸기는 마찬가지구먼.’

    최하급인 기본형 갑옷과 검, 방패를 사는 것도 아니고 빌리는 데 70만 원이 넘게 들다니?

    거기다 전투 도중 파손되면 수리비 명목으로 추가로 돈을 더 줘야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착용한 무기와 방어구가 부실하면 던전 입장 자체가 안 되는 것을.

    ‘던전 사용료까지 내야 하다니.’

    절로 이가 갈렸다.

    던전 사용료는 1시간당 20만 원이나 했다.

    현성이 찾아온 던전은 일명 뿔 토끼 던전.

    1레벨 플레이어들이 주로 찾는 최하급 던전이다.

    초보 플레이어가 비명횡사할 일이 지극히 희박한 던전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플레이어가 수익을 내기 불가능한 던전이기도 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