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레인
상상 이상의 엄청난 성과를 얻은 현성은 잔뜩 흥분했다.
이대로만 하면 얼마 가지 않아 잃은 수명을 모두 복구할 수 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상상을 초월하는 포인트를 얻을 수도 있다.
엘릭서 구입을 위해 굳이 현금을 이용해 아이템을 팔아 포인트를 모을 필요도 없었다.
현성은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뭐가 잘 팔리는지 모르니 닥치는 대로 구매했다.
피우지도 않는 담배를 샀고, 싸구려 지포 라이터를 샀다.
그뿐 아니라 소주, 맥주, 컵라면, 휴지, 과자, 음료수, 마스크팩 등등.
편의점을 통째로 털 기세로 무차별적인 쇼핑을 했다.
하지만 자신이 버는 돈의 거의 전액을 아버지의 치료비로 송금하는 현성의 주머니 사정은 너무나 빠듯했다.
몇 가지 사지도 않았는데 아껴 놓은 생활비가 다 떨어진 것이다.
‘어쩔 수 없지.’
현성은 일단 편의점에서 구입한 물품들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꽤 묵직했는데, 힘 스텟이 70에 달하는 현성에게는 가벼울 뿐이었다.
현성은 집으로 가는 와중에 한 가지 실험을 했다.
-판매자의 소유물이 아닌 물품은 판매 물품으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이건 안 되는구나.’
길에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를 넣어 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사실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가능했다면 현성은 세계 제일의 대도가 되었을 거다.
그 뒤에는 스티커가 붙은 채 길가에 버려져 있는 수납장을 넣는 실험을 했다.
-판매자의 소유물이 아닌 물품은 판매 물품으로 등록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고장 난 XX사의 선풍기 - 일반 등급
‘이건 되네.’
반대로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은 선풍기는 판매 등록을 할 수 있었다.
‘차이가 뭐지?’
수납장과 선풍기.
둘 다 버려진 물건이었다.
하지만 현성은 폐기물 스티커가 붙어 있는 물품은 재활용 회사에서 수거해 되파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즉, 완전히 버려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내 생각의 차이? 아니면 시스템의 판단?’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판매자의 소유물이 아닌 물품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현성은 내려놓은 봉투를 들고 다시금 집으로 향했다.
‘도착.’
집에 도착하자마자 재빨리 상태창을 열어 판매창을 눌렀다.
그리고 구매해 온 물건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쉽네.’
아쉬웠다, 고작 10개밖에 판매할 수 없다는 사실이.
첫 성공에 흥분한 현성은 판매 가격을 대폭 올렸다.
-판매가 : 999,999,999 포인트
10배도 넘게 올렸다.
무려 11,574일치 수명!
본인이 생각해도 미친 가격이었다.
하지만 첫 판매 물품이 올리자마자 매진되었으니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졌다.
* * *
현성이 허탈한 표정으로 판매창을 바라보았다.
벌써 3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단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
‘역시 너무 심했나.’
현성이 생각해도 이런 일반 물품에 10억 포인트는 과했다.
결국 다시금 가격을 원래 가격이었던 1억 포인트 정도로 수정했다.
하지만 역시나 팔리지 않았다.
현성은 점점 초조해졌다.
이대로 가면 말짱 꽝이었다.
시간이 점점 흘렀다.
현성은 한 번 더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팔린 물품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니, 처음에는 올리자마자 다 사 갔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이래?’
아무리 품목이 달라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 판매창에 올린 물품이 팔린 건 엄청난 행운이 작용한 결과였다.
상점을 이용하는 이들 중에서도 VVIP 등급의 쇼퍼 홀릭인 게스피트와 백화신검의 눈에 현성의 상품이 들어왔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게스피트는 현재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백화신검은 셀카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상점을 이용하는 이들 중 쇼퍼 홀릭은 꽤 많았다.
하지만 공격력과 방어력도 없고 액티브 스킬이나 패시브 스킬이 붙어 있지 않은, 말 그대로 잡템을 단지 유일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입할 리가 없었다.
뭐, 상당히 저렴하다면 구입할 의향이 있었지만 엄청나게 비싸지 않은가.
현성이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점점 초조해졌다.
다시 젊어질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이 들었다.
‘제발, 제발.’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 * *
“으으으으.”
꼬박 하루의 시간이 지났다.
현성은 뜬눈으로 밤을 꼬박 새우며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중독된 사람처럼 시도 때도 없이 판매창을 확인했다.
‘젠장!’
결국 가격을 999,999포인트까지 내렸다.
그런데 안 팔렸다.
‘아니, 11일치 수명이면 호기심에 살 만도 하잖아?’
현성이 비명을 질렀다.
딩동!
그때 이상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편지 모양의 창이 떠올랐다.
‘이게 뭐지?’
현성이 손가락으로 편지를 클릭했다.
-판매자 최현성 님의 물품을 구매한 구매자 백화 님으로부터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컴플레인이 지속 및 누적되면 판매자 등급이 하락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컴플레인 내용을 읽어 보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컴플레인?’
황당했다.
이런 시스템까지 있을 줄이야.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컴플레인이 아니었다.
바로 팔리지 않는 아이템들이었다.
현성은 가격을 조금 더 낮게 조정하려 했다.
그때였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후략……
엄청나게 안 팔리던 악성 재고가 순식간에 완판되었다.
“이게 뭐야?”
현성이 비명을 질렀다.
현성은 바로 새로운 제품을 올렸다.
이번에는 가격을 올렸다.
그때였다.
-판매자 최현성 님의 물품을 구매한 구매자 백화 님으로부터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컴플레인이 지속 및 누적되면 판매자 등급이 하락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컴플레인 내용을 읽어 보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판매자 최현성 님의 물품을 구매한 구매자 백화 님으로부터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컴플레인이 지속 및 누적되면 판매자 등급이 하락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컴플레인 내용을 읽어 보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후략……
컴플레인이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리고…….
-총 20종의 판매 물품 중 14종의 물품에 대해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전체 판매 물품의 70%가 임시 불량품으로 등록되었습니다. 3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셨습니다. 일주일 안에 컴플레인을 해결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시 불량품들이 영구 불량품으로 등록되고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3개월간 영업정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현성은 재빨리 백화라는 이름의 고객에게서 들어온 컴플레인 메시지를 눌렀다.
-XX사의 구형 스마트폰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이 XX폰이라는 기물은 참으로 뛰어난 물건이더군요. 하지만 이렇게 불량률이 높아서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사용한 지 3시진(6시간)도 안 되서 망가질 수 있습니까? 혹시나 하고 하루를 기다렸는데 변화가 없더군요. 장사 이런 식으로 하면 오래 못 갑니다.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물품 판매하시기 바랍니다.
‘망가진 게 아니고 배터리가 다된 건데…….’
현성은 할 말을 잃었다.
그 외에 다른 컴플레인 메시지들을 읽어 봤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XX사의 태양열 충전 방수 시계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어제 그 기물을 판매하신 최현성 님이시죠? 고장 나지 않는 정상적인 기물을 다시 올려 준다면 컴플레인을 취소하도록 하겠습니다.
XXX사의 3겹 두루마리 휴지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제 말이 말 같지 않습니까? 왜 이런 쓰레기 같은 물건들만 올린 겁니까? 좋습니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한번 해 보죠.
XXXX사의 담배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새 물품을 올리세요.
XXX사의 짝퉁 지포 라이터 - 일반 등급 컴플레인
-끝까지 절 무시하시는군요. 좋습니다. 본때를 보여 드리죠.
XX사의 소주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최후통첩입니다. 당장 올리세요.
XXX사의 맥주 - 일반 등급 컴플레인
-끝까지 제 말을 무시하시는군요. 좋습니다. 한번 갈 데까지 가 보죠.
비슷한 메시지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헐…….”
메시지를 모두 읽은 현성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 억울함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메시지 읽을 시간은 줘야 할 것 아냐!’
첫 컴플레인이 들어오고 순식간에 연달아 컴플레인이 들어오더니 영업정지를 당했다.
‘진상이다.’
진상이 확실했다.
진상이 아니면 이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하지?’
포인트 수급 통로가 막혔다.
‘지금은 고작 3일이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3개월간 영업정지야.’
3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하면 현성은 당분간 잃은 포인트를 복구할 수 없다.
‘절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영업정지가 풀린 후 구형 스마트폰을 또 올리면 된다.
하지만 그러면 또다시 컴플레인이 들어올 것이다.
‘휴대용 마석 충전기를 올리면 깔끔하게 해결되겠지.’
그럼 된다.
상대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유 스킬인 판매와 구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게 확실했다.
판매와 구매는 현성이 각성을 통해 얻은 능력이다.
즉, 컴플레인을 건 진상도 각성을 했을 것이다.
‘그럼 몬스터도 있겠지.’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마석.
아무리 가격이 싸더라도 필요도 없는 물건을 단순히 컴플레인 걸려고 모조리 구매한 진상이다.
그 정도로 포인트가 남아돌 정도면 마석 구하는 건 일도 아닐 거다.
‘하지만 휴대용 마석 충전기를 올리면 그걸로 끝이야.’
이건 중요하다.
고객에게 물건을 파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존의 고객에게 계속해서 신제품을 판매해 돈을 뽑아내야 한다.
또한 판매한 물건에 적절한 유지 보수 비용을 설정해 지속적으로 이득을 뽑아내야 한다.
괜히 전구 회사가 전구 수명을 줄이고, 스타킹 회사가 스타킹 내구성을 줄인 게 아니다.
스마트폰의 경우도 2년이 지나면 슬슬 맛이 가지 않던가.
본인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지만 이건 고의적인 성능 저하다.
‘나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어.’
고의적인 성능 저하까지도 필요 없다.
그렇게 하는 방법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가능하지.’
현성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건전지를 사용하는 휴대용 충전기였다.
상당히 구형이고 효용성도 떨어지며 지속적으로 건전지를 갈아 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존재한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건전지를 팔아먹을 수 있어.’
건전지는 싸다.
상당히 저렴하다.
그런 건전지를 판매를 통해 지속적으로 비싼 가격에 팔아먹을 수 있다.
‘좋아!’
현성이 결심을 굳혔다.
인터넷을 통해 건전지를 이용한 보조 배터리를 검색했다.
역시 엄청나게 쌌다.
‘판매 물품도 확실히 정해야 해.’
첫 성공에 고무되어 전 재산을 투자해 여러 종류의 물건을 구매했다.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알아보기 위한 목적도 있기는 했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대실패였다.
가격을 내려도 내려도 팔리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마지막에 판매 물품이 모조리 팔린 건 진상이 컴플레인을 걸기 위해서지 물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내가 등록할 수 있는 판매 물품은 고작 10개뿐이야.’
판매 물품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만 판매 물품 회전률이 빨라진다.
‘구매자가 지구인은 아닌 것 같고.’
같은 지구인이라면 구형 스마트폰을 저런 고가에 구매할 리도 없고 저렇게 안달을 낼 리도 없다.
‘과학기술이 엄청 뒤떨어지는 행성에 사는 외계인인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던전이 열리고 몬스터가 등장하며 각성 시스템이 생긴 이상 외계인 있는 건 당연했다.
‘과학기술이 집중된 물품이 좋겠어.’
그럼 당연히 전자 기기였다.
‘사자.’
전자 기기.
굳이 신형일 필요는 없다.
중고 장터에 올라온 구형을 구입해 팔면 된다.
인터넷을 검색해 중고 장터에 접속하고 물건을 구매하려 했다.
“어?”
현성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맺혔다.
‘도, 돈이 없잖아.’
아까 다 써 버렸다.
현성이 주머니를 뒤졌다.
그것도 모자라 고시원 방을 이 잡듯이 뒤졌다.
그 결과.
100원짜리 동전 2개와 50원짜리 동전 1개 그리고 10원짜리 동전 4개가 나왔다.
총 290원.
그게 현성의 전 재산이었다.
300원도 안 된다.
“이런 씨!”
돈이 없었다.
‘스킬의 장인을 팔까?’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성은 현재의 신분을 증명해 줄 신분증이 없다.
노인은 벗어났지만 아직 중년이다.
플레이어 등록을 하는 데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이다.
돈 나올 구멍이 없었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한 어머니와 누나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었다.
현성이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 * *
“감사합니다!”
“최 형, 정말 일 잘하네. 전에 어디서 일했었어?”
“여기저기 많이 했죠.”
“오늘 정말 큰 도움이 됐어. 현성이도 그렇고 최 형도 그렇고 일을 너무 잘해. 다음에는 현성이랑 같이 오라고.”
절대 불가능했다.
최 형과 현성은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물론 작업반장은 최 형을 현성의 친척 어른이라고 알고 있었다.
“혹시 내일도 나올 수 있나?”
“제가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혹시 다음에 또 이쪽 일 할 생각 있으면 나한테 와 잘해 줄게.”
“네, 반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최 형, 다음에 보자고.”
“예, 이만 가 보겠습니다.”
현성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통카드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게 없었으면 작업 현장까지 걸어서 갈 뻔했다.
돈이 없던 현성의 구세주는 바로 노가다였다.
바로 며칠 전까지 하던 일이 노가다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노가다의 장점은 일을 하면 당일 수당이 나온다는 점이었다.
‘이제 판매 물품을 사자.’
내일모레면 영업정지가 풀린다.
그 전까지 중고 판매 물품을 구입하려면 재빨리 움직여야했다.
* * *
-00:00:09
‘이제 끝이다.’
9초만 기다리면 된다.
-00:00:00
-영업정지 처분이 끝났습니다. 다시금 판매 물품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올려 볼까?’
현성의 손가락이 번개같이 움직였다.
기존에 등록했던 잡동사니들을 모조리 빼내고 미리 준비해 놓은 휴대용 건전지 보조 배터리와 전자 기기 들을 올리고 가격을 설정했다.
그리고 등록을 누르려는 순간…….
-판매자 최현성 님의 물품을 구매한 구매자 게스피트 님께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컴플레인이 지속 및 누적되면 판매자 등급이 하락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컴플레인 내용을 읽어 보시겠습니까?
‘이게 뭐야?’
현성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판매자 최현성 님의 물품을 구매한 구매자 게스피트 님께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컴플레인이 지속 및 누적되면 판매자 등급이 하락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컴플레인 내용을 읽어 보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판매자 최현성 님의 물품을 구매한 구매자 게스피트 님께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컴플레인이 지속 및 누적되면 판매자 등급이 하락하거나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컴플레인 내용을 읽어 보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후략……
연속으로 총 여섯 번의 컴플레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총 20종의 판매 물품 중 20종의 물품에 대해 컴플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전체 판매 물품의 100%가 임시 불량품으로 등록되었습니다. 3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셨습니다. 4일 안에 컴플레인을 해결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시 불량품들이 영구 불량품으로 등록되고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습니다.
‘총 20종 중에 20종이면 다 들어온 거잖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습니다.’로 바뀌었다.
‘또 뭐가 문제야?’
현성이 컴플레인 메시지를 눌렀다.
10년도 넘은 XXX사의 구형 휴대용 게임기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야, 너 죽을래? 어디서 이따위 불량품을 팔아먹어? 당장 제대로 된 물건 올려! 3초 안에 올려라. 안 올리면 네놈이 천계에 있든 중간계에 있든 당장 쳐들어가서 #@$%하고 #$#$하고 [email protected]%%*한 다음 죽여 버린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역시 휴대용 게임기의 건전지가 문제였다.
XXX사의 선글라스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어쭈? 3초 안에 안 올리지? 내가 특별히 5초 더 준다.
XXXX사의 고장 난 TV 리모콘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이 새끼가 끝까지! 좋은 말 할 때 정상적인 새 물품 올려라.
온갖 협박이 쏟아졌다.
그리고 마지막은…….
XX사의 이어폰 - 일반 등급 컴플레인
-이 @%$#%$& 같은 새끼야! 내 말을 씹어? 너 딱 기다려! 당장 차원 문 열고 쳐들어간다!
……로 끝났다.
“아니,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다 진상이야? 조금만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올려 줄 건데!”
메시지를 읽고 대응하기도 전에 영업정지를 먹었다.
이제 또 꼼짝없이 3일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단 하루.
하루 안에 진상 둘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3개월간 영업정지를 먹는다.
‘그럴 수는 없지.’
현성이 이를 악물었다.
36만 원.
영업정지를 받은 3일간 노가다를 통해 번 돈이다.
‘플레이어 등록증이 있었으면 3배는 더 받았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각성을 하기 3일 전에 아버지 병원비를 보냈으니 당분간 추가 지출은 없다.
현성은 36만원으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가장 많이 구매한 물품은 건전지와 휴대용 충전기였다.
가격도 확실하게 정해 뒀다.
휴대용 충전기는 9,999,999포인트.
건전지는 999,999포인트.
엄청난 폭리였다.
하. 지. 만.
‘컴플레인 걸려고 쓰레기 물품을 999,999포인트나 주고 대량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살 거야.’
말 한마디 하려고 11일 치 수명 정도는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인물.
현성에게는 비싼 가격이지만 구매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이다.
건전지 가격을 더 높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999,999포인트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건전지로 충전을 해 봐야 배터리가 얼마나 가겠는가?
대격변 이후 건전지의 성능이 대폭 개량되긴 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건전지는 건전지였다.
스마트폰의 경우 반나절도 못 갈 게 뻔했다.
즉, 대량 구매 가능성이 높았다.
-00:00:00
-영업정지 처분이 끝났습니다. 다시금 판매 물품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현성이 재빨리 휴대용 충전기와 건전지를 올렸다.
그 순간…….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후략……
마치 기다렸다는 듯 완판되어 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총 14종의 판매 물품에 대해 컴플레인이 해결되었습니다.
-총 6종의 판매 물품에 대해 컴플레인이 해결되었습니다.
드디어 문제가 해결되었다.
현성은 다시금 선별된 물품을 올렸다.
모두 전자 기기였다.
가격도 비쌌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휴대용 충전기와 건전지도 올렸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등록된 물품이 판매되었습니다.
……후략……
역시 완판이었다.
현성은 계속해서 물품을 등록했다.
연속 완판 행진.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서서히 판매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3시간에 1~2개가 판매될 정도로 속도가 줄어들었다.
“큭큭큭큭.”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현성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 올라갔다.
-2,128,627,491포인트
처음 각성했을 때 현성의 포인트는 대략 20억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1억이었다.
사용한 포인트를 모두 만회하고도 1억 포인트를 더 번 것이다.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판매 물품을 진중하게 결정하자.’
일단 대박이 난 구형 게임기와 스마트폰은 필수다.
그 외에도 여러 전자 기기들을 구입해야 했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폴라로이드 카메라, 면도기, 태블릿 피시, 다마고치 등의 전자 물품이었다.
다른 구매자들의 세상에 없는 물건.
그런 유니크한 물품을 중점적으로 판매해야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플레이어 등록을 해야지.’
다시 스물일곱 살 최현성의 외모로 돌아왔다.
아니, 그걸 넘어서 2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어려졌다.
‘설마 포인트가 어마어마하게 많으면 어린애가 되는 건가?’
꽤 예전에 봤던 시간을 거슬러 간다라는 제목의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 스토리대로라면 자신은 갓난아기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억 단위의 포인트를 푼돈처럼 사용해 자신의 물품을 구입한 게스피트라는 고객과 백화라는 고객이 갓난아기일 리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 * *
현성이 화려하게 치장된 건물의 입구를 바라봤다.
‘여기가 플레이어 아카데미구나.’
플레이어 아카데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소위 훈련소라고 불린다.
몬스터 사냥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각성을 통해 플레이어가 되고 특별한 힘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불과 며칠 전까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일반인들에 불과했다.
그런 이들에게 갑자기 무기를 쥐여 주고 던전으로 들어가 몬스터와 싸우라고 해 봤자 제대로 전투를 치를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스텟과 스킬이 뛰어나도 훈련되지 않은 플레이어는 몬스터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플레이어 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아카데미에서 의무적으로 3주간의 교육을 받아야 했다.
단순히 교육만 받는 게 아니다.
시험도 본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재교육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합격할 때까지 플레이어 등록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다.
각성을 했다고 모두가 던전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고유 스킬이 없었다면 십중팔구 여기서 잘렸겠지.’
현성의 초기 스텟은 처참 그 자체였다.
액티브 스킬과 패시브 스킬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고유 스킬을 통해 스텟을 상승시키고 스킬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던전에 들어가서 파티를 맺고 사냥을 하기는커녕 아카데미 시험에서 떨어져 플레이어 등록증도 발급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최대한 튀지 말자. 뭐든지 적당히 하자.’
현성은 육군훈련소에 입대했을 때의 경험을 살려 플레이어 아카데미의 졸업 성적을 중간으로 잡았다.
주목받을 만한 일은 피하는 게 좋았다.
현성의 레벨은 고작 1.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스텟은 40~50레벨 플레이어와 맞먹는다.
스킬은 무려 12개를 가지고 있다.
현성은 이 사실을 타인에게 알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길드와 계약해서 거액의 계약금을 받는 계획도 전면 취소했다.
현성은 노가다 일을 하는 동안 틈틈이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그 결과 자신이 가진 고유 스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확실히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어떤 플레이어도 현성처럼 레벨을 올리지 않고도 강해질 수는 없었다.
그 어떤 플레이어도 1레벨에 이런 스텟과 스킬을 가질 수는 없다.
‘가장 무서운 점은 내가 사냥을 하고 레벨 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김하나의 영웅 등급 스킬인 버프를 제대로 써먹기 위해서는 그녀를 성장시켜야 했다.
마력을 더 찍어야 다수의 인원에게 버프를 걸어 줄 수 있다.
정신력을 더 찍어야 캔슬 없이 더 짧은 시간에 버프를 완료할 수 있다.
직업을 얻고 전직을 해야 더 강한 버프를 걸어 줄 수 있다.
그녀가 던전에 있어야지만 버프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성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포인트지 현성의 레벨이 아니었다.
현성이 가진 고유 스킬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힘 있는 자들에게 무슨 꼴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다.
최악의 경우 특정 세력에 납치될 수도 있었다.
그 후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장소에 감금당해 아이템 구매와 판매만 반복하는 아이템 자판기 신세가 될 수도 있다.
현성이 자유로울 필요가 없다.
몬스터를 잡고 레벨을 올려 성장할 필요도 없다.
그저 현성의 숨만 붙어 있으면 고유 스킬을 100% 활용할 수 있다.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상태창을 공개한다?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고유 스킬의 존재를 제외하고 상태창을 공개한다고 해도 현성의 특별함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분명 그들 중에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불법적인 일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자들이 나올 것이다.
보물은 힘이 있는 자나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힘없는 자가 보물을 가지면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두가 불행해진다.
대형 길드의 오퍼를 받겠답시고 상태창을 공개했다가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지.’
현성은 자신의 상태창을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결정적으로 거액의 연봉을 받아 가며 돈을 벌어야 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현금으로 고가의 아이템을 구입해 판매하지 않아도 대량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겼으니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레벨과 일부 스킬만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상태창은 플레이어의 개인 정보.
길드에 가입할 때가 아니라면 모두 공개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플레이어 등록증을 갱신할 때도 레벨만 공개하면 된다.
“이쪽 강의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현성이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현성이 아카데미 강의실로 들어갔다.
‘이 사람들이 내 동기들인가?’
대부분이 현성보다 어려 보았다.
현성보다 연상으로 보이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자 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이번 기수의 교육 일정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강사의 입에서 앞으로 일정이 흘러나왔다.
첫째 주는 던전과 몬스터의 종류와 특성 그리고 레벨을 가늠하는 이론 교육.
둘째 주는 스텟과 스킬에 맞는 무기 사용법을 익히는 실기 교육.
셋째 주는 파티 플레이 시 각 포지션에 맞게 전투를 치르는 합동 교육.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거잖아.’
인터넷 검색만 해도 나오는 내용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이론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바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지루하다.’
이론 강의는 상당히 지루했다.
50분 강의 10분 휴식.
점심시간 1시간.
총 여덟 번의 강의가 반복되었다.
현성은 휴식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판매된 물품들을 보충했다.
그리고…….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이론 교육 마지막 날 필기시험이 있으니 집에 가서도 틈틈이 복습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강사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아카데미에서의 첫째 날이 마무리되었다.
‘중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네.’
교육이 끝나자 현성은 고시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