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각성
“헉!”
갑자기 숨이 막혔다.
심장이 터질 것같이 두근거렸다.
머리가 띵하고 눈이 핑핑 돌았다.
‘갑자기 복권에 당첨되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후우! 후우!”
현성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한참 심호흡을 하자 조금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미친 듯이 뛰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현성이 입을 열었다.
“상태창.”
외침과 함께 두 눈을 꼭 감았다.
‘제발 좋은 스텟 나와라, 제발 좋은 스킬 나와라.’
그렇게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현성이 조심스럽게 꾹 감았던 눈을 떴다.
이름 : 최현성
플레이어 레벨 : 1
메인 직업 : 없음
스텟 : [힘 5] [민첩 3] [체력 4] [마력 1] [정신력 5]
미분배 스텟 : [0]
고유 스킬 : [판매] [구매]
액티브 스킬 : [없음]
패시브 스킬 : [없음]
‘이게 뭐야?’
현성의 표정이 엉망진창으로 찌그러졌다.
스텟부터가 엉망이다.
“보통 기본이 10이잖아! 그런데 내 건 왜 이래!”
힘 10, 민첩 10, 체력, 10, 마력 10, 정신력 10.
이게 일반적인 플레이어의 스텟이다.
하지만 스텟은 가지고 있는 액티브 스킬이나 패시브 스킬에 따라 달라진다.
쉽게 말해서 방어형 전사 계열 스킬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힘 5, 민첩 5, 체력 30, 마력 5, 정신력 5 이런 식으로 스텟이 구성된다.
반대로 힐러나 마법사 계열의 스킬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힘 3, 민첩 3, 체력 4, 마력 20, 정신력 20 이런 식으로 구성된다.
평균적으로 총스텟의 합이 50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운발이 작용한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잖아.’
욕이 나올 것 같았다.
평균적인 능력치는 전체적으로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플레이어의 기존 신체와는 무관하다.
그냥 운 또는 스킬과 연관이 있다.
“이런 X발! 해도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이런 쓰레기 스텟을 주다니!”
결국 욕이 나왔다.
“아무리 저주 캐라도 스텟 총합이 40은 넘어야지!”
전에 자신을 저주받은 플레이어라고 인터넷에 상태창 정보를 올렸던 사람의 스텟 총합이 41이었다.
플레이어가 등장하고 역사상 가장 낮은 스텟.
그때는 깔깔거리며 비웃었던 기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5, 3, 4, 1, 5.”
현성이 자신의 스텟을 중얼거렸다.
간단한 덧셈을 해 봤다.
‘18?’
기가 찼다.
총합이 고작 18이다.
저주받은 플레이어의 절반도 안 되는 스텟이다.
“그 사람 스텟이 내 2배가 넘네? 아주 부러워 죽겠다, 죽겠어!”
기쁨으로 두근거렸던 심장박동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이건 최악이었다.
‘초기 스텟이 얼마나 중요한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레벨 업을 하면 주어지는 미분배 스텟은 고작 5.
‘다른 플레이어들은 평균 스텟 총합 50인데 왜 난 18이야?’
일반적인 플레이어에 비해 6~7레벨이나 뒤떨어진다.
“죽어라 레벨 업 해도 다른 사람 1레벨 스텟이잖아!”
6~7레벨은 올려야 평균적인 플레이어 1레벨 능력치다.
거기다 기본 1개에서 2개는 주어져야 하는 액티브와 패시브 스킬도 없다.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여기 혼자 살아요?”
너무 크게 소리를 질렀기 때문일까?
옆방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조용히 하겠습니다.”
현성이 벽을 향해 사죄의 말을 했다.
그리고 또다시 표정이 구겨졌다.
옆방 사람의 항의를 들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스킬과 스텟 때문이었다.
‘완전 최악이네.’
스텟이 달려도 스킬이 좋으면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스킬이 좋으면?
플레이어 파티에서 왕처럼 대접받을 수 있다.
아니, 상위 길드에서 모셔 가려고 안달을 할 것이다.
현재 아이돌 스타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하나의 경우가 그랬다.
김하나는 처음부터 버프라는 영웅 등급 스킬을 얻었다.
각성을 통해 플레이어가 되면 대부분 일반 등급 스킬을 얻는다.
한데 김하나는 처음부터 영웅 등급 스킬을 얻었다.
등급도 등급이지만 스킬의 효과도 어마어마했다.
‘완전 로또 스킬이지.’
버프는 타 플레이어의 스텟을 강화시켜 주는 스킬이다.
그동안 공략 불가능이라고 알려졌던 던전도 김하나의 버프 스킬이 있으면 공략할 수 있다.
버프라는 스킬 하나로 김하나는 어린 나이에 고레벨들의 버스를 타고 빠르게 레벨을 올려 1차 전직과 2차 전직을 마무리 지었다.
전직을 하며 얻게 된 직업도 실로 엄청났다.
보통 1차 각성을 하면 탱커 계열, 딜러 계열, 힐러 계열 중 하나로 전직한다.
플레이어의 99%가 그 셋 중 하나다.
한데 김하나는 버퍼라는 대한민국 유일의 직업을 얻게 되었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버퍼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10명이 넘지 않았다.
한국의 로또 1등 수준이 아니라 미국의 파워볼 1등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을 얻은 것이다.
같은 플레이어라도 스타트 라인이 다른 것이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탱커의 기본 스킬인 단단한 방패라든가 근딜의 기본 스킬인 강타 정도는 줘야지.’
스킬은 플레이어의 성장 방향을 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전직은 1레벨부터 전직 레벨에 도달하기 전까지 플레이어의 전투 패턴을 기반으로 하여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탱커 스킬이 있으면 탱커를 목표로 능력치를 올린다.
전투 시에도 전위에서 동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맞게 된다.
그러면 1차 전직 레벨 도달 시 탱커와 관련된 직업 목록이 뜬다.
물론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탱커 능력치와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창을 들고 딜러를 목표로 성장해 나가는 사람도 있다.
몬스터의 공격을 최선두에서 맞이하는 전위 역할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쪽박.
초기 스텟이나 스킬과 연관성 없는 방향으로 성장 지표를 잡은 플레이어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로, 하위 레벨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 지. 만.
그런 이들도 초기에는 그럴듯한 능력치와 스킬을 배분받았다.
지난 19년간 스킬이 아예 없는 플레이어는 듣도 보도 못했다.
‘망했다.’
현성의 표정이 좌절로 물들었다.
탱커 스킬이든 근딜 스킬이든 주어지기만 하면 최선을 다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한데 단 하나의 스킬도 주어지지 않았다.
스텟을 기반으로 성장 방향을 잡을 수도 없고 스킬을 기반으로 성장 방향을 잡을 수도 없다.
이런 처참한 스텟에 노 스킬이라면 초보자 파티에 들어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솔로잉?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정상적인 스텟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도 혼자서 동 렙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니야. 이게 끝일 리가 없어.’
좌절로 물들었던 현성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각성은 대체적으로 모두에게 공평하다.
이렇게 처참한 스텟과 노 스킬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했다.
칼갈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스킬을 가졌던 플레이어는 처음에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
하지만 훗날 그 고생을 모두 보상받았다.
그가 날을 갈아 준 무기에 일시적이지만 공격력 증가 옵션이 붙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대형 길드에 스카우트돼서 버스를 타고 레벨을 올려 1차 전직과 2차 전직을 마무리했다.
그 후 숫돌의 장인이라는 직업을 얻어 매년 수십억 대의 수익을 올리는 성공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자신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아까 현성이 상태창을 봤을 때 무언가 이상한 게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상태창을 바라봤다.
[고유 스킬 - [판매] [구매]]
이 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지?’
고유 스킬이라니?
‘상태창에 이런 게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상태창은 플레이어 본인에게만 보인다.
하지만 원하면 상태창 정보를 타인에게 보여 줄 수 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상태창을 공개해서 비슷한 실력자끼리 파티를 맺는다.
길드에 들어갈 때도 가장 중요한 기준이 상태창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일반인들에게도 상태창에 대해서는 꽤 알려져 있다.
개인 방송을 하는 플레이어도 있고 예능에 출현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그런 이들은 자랑스럽게 자신의 상태창을 공개하며 자랑했다.
‘고유 스킬이라는 게 있다는 건 처음 듣는데.’
플레이어는 레벨, 스텟, 스킬이 전부였다.
훗날 전직을 하더라도 직업이 하나 더 추가될 뿐이다.
스킬은 그저 액티브와 패시브로 나뉠 뿐이다.
고유 스킬?
본 적도 없고 들어 본 적도 없다.
현성은 일단 고유 스킬 판매를 눌러 보았다.
그나마 이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도 쓰레기 아니야?’
현성이 얼굴을 찌푸리며 구매를 눌렀다.
그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작은 아이콘들이 상태창을 점령했다.
“헐…….”
도대체 뭔가 하고 집중하니 작은 아이콘들이 순식간에 커졌다.
‘일단 한번 눌러 보자.’
현성이 가장 상위에 위치해 있는 칼 모양의 아이콘 하나를 눌렀다.
화악!
그 순간 아이콘이 화면을 점령했다.
[엘프 전사장의 한 손 검 - 희귀 등급]
난생처음 보는 문자였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고, 그 뜻이 이해되었다.
이는 플레이어의 기본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희귀 등급이잖아?’
눈이 번쩍 떠졌다.
일반 등급이 아닌 희귀 등급.
희귀 등급 아이템은 재력이 상당하거나 최소 중 레벨 이상의 플레이어가 아니면 소유하기 힘들 정도로 귀한 아이템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옵션.
희귀 등급 아이템은 일반 아이템과 다르게 특수한 옵션이 한 가지 붙는다.
‘옵션이 중요하지.’
현성이 푸른빛으로 빛나는 추가 옵션을 눌러 보았다.
그런데 옵션이 1개가 아니라 2개였다.
-착용자의 체력 소모량이 10% 줄어든다.
-착용자의 체력 회복 속도가 10% 증가한다.
‘대박.’
현성은 할 말을 잃었다.
정말 대박이었다.
옵션이 2개나 붙어 있다니?
거기다 궁합도 좋다.
체력 소모량 감소와 체력 회복 속도 증가.
탱커들이 보면 사족을 못 쓸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었다.
제작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만들어 명품이랍시고 소개했던 아이템들이 쓰레기처럼 보였다.
‘얼마지?’
현성이 엘프 전사장의 한 손 검 옆에 있는 판매가를 살펴보았다.
-판매자 : 엘브로히스
-판매가 : 199,999,999포인트
‘와, 싸 보이려고 별 수작을 다 부리네.’
가격이 무슨 홈쇼핑에서 올라온 판매 물품이다.
‘그런데 포인트가 뭐지?’
현성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상태창을 살폈다.
그러자 쇼핑몰 하단에 자리한 보유 포인트라는 게 보였다.
그런데 꽤 많았다.
‘일, 십, 백, 천, 만…….’
한참 보유 포인트를 확인하던 현성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2, 20억?’
자신의 보유 포인트가 무려 20억이 넘었다.
‘설마? 이걸로 살 수 있는 건가?’
전에 어떤 탱커가 예능 프로에서 자랑했던 무기가 떠올랐다.
가격이 무려 1억이 넘었다.
엘프 전사장의 한 손 검처럼 한 손으로 사용하는 희귀 등급의 장검이었는데, 걸려 있는 옵션은 고작 ‘착용자의 체력 소모량이 5% 줄어든다.’ 하나가 끝이었다.
체력 소모량 감소 옵션이 걸려 있다고 얼마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하던지.
옵션 1개와 2개는 하늘과 땅 차이다.
설사 동일한 효과라도 5%와 10%는 무려 2배나 차이가 난다.
일반 등급 아이템은 고작해야 수백만 원.
명품이라고 해 봐야 수천만 원대다.
하지만 옵션이 붙은 희귀 등급 아이템은 기본으로 억대가 넘어간다.
그런데 엘프 전사장의 한 손 검은 옵션이 무려 2개다.
옵션 하나가 1억이 넘는데, 2개라면 얼마나 고가일까?
‘엘프 전사장의 장검이 얼마나 할까?’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못해도 3~4억은 기본으로 받을 것 같다.
2억 포인트보다 개미 눈물만큼 조금 낮은 가격.
현성의 포인트는 20억이 넘었다.
‘이것만 가져다 팔아도 당분간 아버지의 억제제 구입은 문제없어.’
이 구매창이 진짜라는 가정하에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판매가를 눌러 봤다.
-엘프 전사장의 한 손 검 - 희귀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살까?’
충동구매의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지름신이 강림했다.
‘참자, 참아.’
한참 고민하던 현성은 겨우 구매 욕구를 억눌렀다.
고작 하나 봤을 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물품도 봐야지.’
[드워프 전사장의 망치 - 희귀 등급]
[드래곤의 이빨 - 희귀 등급]
[빛의 창 - 희귀 등급]
[궁귀의 활 - 희귀 등급]
[다크 엘프 전사장의 단검 - 희귀 등급]
[리치의 지팡이 - 희귀 등급]
중레벨 플레이어들만 소유하고 있다는 고가의 희귀 등급 아이템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정말 없는 게 없네.’
대충 훑어보니 결코 엘프 전사장의 장검에 뒤지는 무기들이 아니다.
일반 등급 아이템도 꽤 많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현성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옵션이 없는 일반 등급 아이템은 구매창에서도 저렴했지만, 현실에서도 저렴했기 때문이다.
현성은 희귀 등급 아이템만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가격은 전체적으로 비슷하고…….’
비싼 건 4억 정도였고 싼 건 2억 정도였다.
‘어?’
그러던 중 이상한 아이템들을 발견했다.
반짝이며 푸른빛을 뿜어내는 아이콘들 위로 칙칙한 회색빛을 뿜어내는 아이콘들이 잔뜩 자리해 있었다.
‘뭐지?’
호기심이 든 현성이 회색빛 창에 시선을 집중했다.
[다크 엘프 왕의 단검 - 영웅 등급 - 잠금 상태]
-5%의 확률로 상처 입힌 대상을 중독시킵니다.
-5%의 확률로 상처 입힌 대상의 출혈을 지속시킵니다.
-5%의 확률로 상처 입힌 대상에게 부패 저주를 겁니다.
‘여, 영웅 등급?’
현성은 기겁했다.
영웅 등급 아이템은 최하 수백억의 가격대를 자랑한다.
그 엄청난 가격 탓에 랭커가 아니라면 소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옵션도 좋았다.
전투 중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진 옵션이 무려 3개였다.
‘얼마지?’
현성은 가격부터 확인하려 했다.
한데…….
‘없네?’
판매자와 판매가가 없었다.
‘뭐야?’
현성이 의아해하는 순간 새로운 문구가 눈앞에 떠올랐다.
-일반 등급 구매자는 구매할 수 없는 상품입니다.
‘구매 등급? 그게 뭐지?’
현성은 꼼꼼하게 구매창을 살폈다.
그러자 포인트 옆에 일반 등급이라는 단어가 들어왔다.
‘어떻게 올리지?’
현성이 의문을 가진 순간 답이 떠올랐다.
-희귀 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각성한 후 습득한 누적 포인트가 100억을 넘겨야 합니다.
-현재 누적 습득 포인트 0
‘원래 있던 포인트는 인정이 안 되는 건가?’
현성에게는 20억 포인트가 있다.
하지만 습득한 누적 포인트는 0이다.
즉, 각성 당시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아니라 새롭게 습득한 포인트만 인정된다는 뜻이다.
‘잠금 상태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아이템 정보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구매는 불가능했다.
구매를 위해서는 등급을 올려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포인트를 모아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포인트를 모으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나중에 생각하자.’
현성은 일단 골치 아픈 문제를 접어 두고 다른 아이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엘프 왕의 활 - 영웅 등급 - 잠금 상태]
[드워프 왕의 망치 - 영웅 등급 - 잠금 상태]
[페어리 여왕의 창 - 영웅 등급 - 잠금 상태]
‘영웅 등급 아이템은 모조리 잠금 상태네.’
현성이 회색빛 아이콘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어?’
그러다 검은빛 아이콘을 발견했다.
‘이건 또 뭐야?’
현성이 아이콘에 시선을 집중했다.
[마왕의 지팡이 - 전설 등급 - 잠금 상태]
‘전설 등급? 이런 게 있었나?’
현재 대중에게 알려진 최상위 등급의 아이템은 영웅 등급이었다.
한데 전설 등급이라니?
현성은 그런 등급의 아이템이 있는 줄도 몰랐다.
‘보자.’
현성이 마왕의 지팡이에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어? 이거 왜 이래?’
아무런 정보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왕의 지팡이에 딸린 옵션을 하나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현성은 다른 전설 등급 아이템으로 시선을 돌렸다.
[드래곤 슬레이어 - 전설 등급 - 잠금 상태]
하지만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정보를 확인하려고 해도 그저 아이템의 이름과 등급만 알 수 있을 뿐 상세 정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같은 잠금 상태지만 영웅 등급 아이템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설 등급은 정보 확인이 불가능했다.
현성이 계속해서 검은빛 아이콘들을 훑어봤다.
계속해서 시선을 위로 올리자 검붉은 빛이 도는 아이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 아이템들은 이름과 등급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창과 검 같은 무기 형태의 아이콘만이 보일 뿐이었다.
‘전설 등급보다 상위 등급의 아이템이 있는 건가?’
기가 찼다.
지구의 플레이어들은 우물 안 개구리나 마찬가지였다.
‘등급만 올리면 이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는 건가?’
그렇게만 된다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의 비루한 신세에서 벗어나는 게 끝이 아니다.
지구에서 가장 강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가장 독보적인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현성은 일단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영웅 등급 무기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무기 말고 다른 건 없나?’
혹시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한 순간 아이콘들이 다시 작아졌다.
그리고 무기, 방어구, 펜던트, 팔찌, 반지, 스킬북, 스텟 증가의 비약, 포션 등 수많은 카테고리가 등장했다.
‘유레카.’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치료제, 치료제.’
현성은 눈을 부릅뜨고 치료제를 찾았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아버지의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발견했다.
[엘릭서 - 전설 등급 - 잠금 상태]
‘찾았다.’
정확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이어 기본 능력인 문자와 언어 해독 덕분에 엘릭서라는 이름이 가진 뜻은 알 수 있었다.
모든 병을 치료하는 만능의 영약.
‘이것만 있으면…….’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전설 등급 아이템.’
현성의 구매자 등급은 전설 등급 아이템의 구입은커녕 상세 정보조차 읽을 수 없는 일반 등급이었다.
‘당장 욕심내지는 말자.’
지금은 희망을 찾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해결하자.’
현성은 돈이 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구매창을 살폈다.
그러던 도중 스킬북과 스텟 증가의 비약이라는 물품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스킬북부터.’
스킬북을 누르자 번쩍거리는 스킬북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중 하나를 눌러 보았다.
[스킬의 장인 - 희귀 등급]
-패시브 스킬북
-스킬 사용 시 마력 소모량을 10% 줄여 준다.
“헐…….”
대박이었다.
소모량 10%라고 해서 우습게 볼 게 아니다.
남들은 똑같은 스킬을 열 번 사용할 때 열한 번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특히 스킬 한 방 한 방이 소중한 원딜러들과 힐러들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스킬이었다.
스킬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거나 전직을 한 후 특정 레벨에 도달할 때 자동으로 추가된다.
쉽게 말해 운발이다.
운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스킬을 얻을 수가 없다.
물론 그게 끝은 아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스킬북을 드롭하는 경우가 있다.
몬스터가 드롭한 스킬북을 사용하면 해당 스킬을 익힐 수 있다.
문제는 그 확률이 아주아주 극악할 정도로 낮다는 점이다.
한데 현성은 그런 희귀한 스킬북을 골라서 살 수 있다.
‘완전 노다지네.’
입이 절로 벌어졌다.
스킬북은 엄청난 고가에 팔린다.
‘가장 저렴한 ‘단단한 몸’이나 ‘강인한 체력’ 같은 일반 등급 스킬북도 수천만 원은 줘야 한다고 들었는데.’
여기에는 그보다 월등히 좋은 스킬북이 사방에 널려 있다.
스킬북을 익히는 데는 제한이 없다.
힐러나 마법사가 탱커 스킬을 익힐 수도 있고 탱커가 힐러나 마법사의 스킬을 익힐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들도 스킬북은 익힐 수 있다.
다만 액티브 스킬북은 마력이 없어서 익혀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패시브 스킬은 마력이 없어도 자동으로 적용된다.
당연히 패시브 스킬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스킬의 장인 같은 패시브 스킬이라면?
일반인은 관심이 없겠지만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눈에 불을 켜고 사고자 할 것이다.
‘못해도 10억은 넘을 거야.’
현성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최소 10억.
어쩌면 수십억.
‘이거면 빚도 갚고 엄마랑 누나도 조금 편하게 살 수 있어.’
눈이 번뜩였다.
‘어디 보자, 가격이……?’
-판매자 : 브쿠라코
-판매가 : 599,999,999포인트
“헉!”
현성은 기겁했다.
‘미친!’
절로 욕이 나왔다.
6억 포인트나 마찬가지인 가격.
현성이 가진 포인트의 3분의 1 정도를 털어야 살 수 있다.
입이 쩍 벌어지는 가격이었다.
‘빌어먹을.’
현실에서 비싼 아이템은 포인트로도 비쌌다.
‘어쩔 수 없어.’
일단 구매를 해야 했다.
그와 함께 고유 스킬인 판매와 구매가 뭔지도 감이 왔다.
분명 포인트 위에 판매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판매자 역시 자신과 같은 플레이어일 것이다.
‘장사를 하라는 거지?’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올려서 포인트를 번다.
반대로 포인트를 소모해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구매하여 강해질 수 있다.
상태창에 있는 상점과 현실의 시세 차익을 이용해 포인트를 벌거나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능력이었나?’
실로 엄청난 스킬이었다.
현성의 눈이 번뜩였다.
‘희망이 생겼어.’
그 전까지는 희망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희망이 생겼다.
그 희망은 바로 고유 스킬 판매와 구매였다.
현성은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플레이어 포럼에 접속한 채로 구매창을 뚫어져라 노려보며 하나하나 꼼꼼히 스킬북들을 살펴봤다.
플레이어 포럼에 올라온 정보는 정확하지 않다.
진짜 정보부터 플레이어도 아닌 일반인이 장난삼아 올려놓은 정보가 범람한다.
하지만 현성으로서는 지금 인터넷 외에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현성은 구매창에서는 저렴하고 현실에서는 비싼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문제는 현실에서 비쌀 것 같은 아이템이나 스킬북은 구매창에서도 비싸다는 점이었다.
‘신중하게 결정하자.’
그래도 조금이나마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물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점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알아 갈 수 있었다.
[마력 리커버리 - 희귀 등급]
-패시브 스킬북
-마력 회복 속도를 10% 증가시켜 준다.
-판매자 : 지천무
-판매가 : 599,999,999 포인트
‘희귀 등급 패시브 스킬북은 장난 아니게 비싸네.’
일반 등급은 저렴했지만 희귀 등급은 정말 엄청나게 비쌌다.
체력 관련 패시브 스킬북은 비교적 저렴했고 마력 관련 패시브 스킬북은 상당한 고가였다.
아이템과도 비교를 해 봤다.
아이템과 스킬북의 스킬이 같은 경우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스킬북의 가격이 조금 더 비쌌다.
그건 현실이나 구매창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템은 스킬북과 동일한 효과를 내고 무기나 방어구로도 사용이 가능한데 왜? 누가 봐도 아이템 사는 게 더 이득인데 왜 스킬북이 더 비싸지?’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결과가 나왔다.
‘아, 다른 직업군까지 살 수 있구나.’
아무리 좋은 옵션이 붙어 있어도 탱커는 체력이나 방어력 증가 옵션이 있는 아이템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원딜이나 힐러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패시브 스킬북은 아니었다.
탱커든 근딜이든 원딜이든 힐러든 모두 제한 없이 익힐 수 있었다.
패시브 스킬은 일반인도 익힐 수 있으니 말 다 했다.
현성이 플레이어 포럼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놀라운 정보를 얻었다.
돈 많은 부자들이 탱커 패시브 스킬북 습득에 열을 올린다는 정보였다.
이유는 오직 하나.
노력하지 않아도 몸이 강해지고 건강해지니까.
‘완전 돈지랄이네.’
최하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에 달하는 스킬북을 치료를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조금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구입하다니.
아버지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몸을 버려 가며 막노동을 하던 현성으로서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현성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부자들이 탱커 스킬북에 열을 올린다면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현성이 포인트로 사서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현성이 다시금 구매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플레이어 포럼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등급 아이템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커억!”
그러던 도중 현성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스텟 증가의 비약? 이런 게 있었어?’
스텟은 타고나는 것이다.
타고난 스텟의 한계를 깨는 방법은 단둘.
스텟을 증가시켜 주는 특수한 액티브나 패시브 스킬을 익히는 것.
그게 아니면 특별한 업적 달성.
그게 전부다.
그렇게 알려져 있었고 모두가 그렇게 믿었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심지어…….
‘싸잖아.’
[최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
-힘 스텟이 1 상승한다.
-힘 스텟이 100이 넘는 플레이어에게는 효과가 없다.
-복용 방법 : 섭취
‘최하급이라 그런지 정말 엄청 싸네.’
-판매자 : 리커머스
-판매가 : 4,999,999포인트
“훗!”
실소가 나왔다.
억 단위만 보다가 백만 단위를 보니 상당히 가소롭게 느껴졌다.
최하급 스텟 증가의 비약 가격은 모두 동일했다.
‘이걸 사서 팔까?’
당장 그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 생각을 접고 말았다.
스텟 100이 넘는 플레이어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문구.
저레벨들에게만 팔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저레벨들이 돈이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는가.
설사 부자들이나 자금이 빵빵한 저레벨들이 구입해 준다고 해도 비약은 하나만 팔아서는 안 되고 대량으로 팔아야 한다.
‘너무 위험해.’
쥐뿔도 없는 자신이 갑자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약이라는 물품을 대량으로 판매한다?
현성에게는 자신의 고유 능력에 대한 비밀을 지킬 힘이 없다.
힘 있는 자들이 자신을 노리면 애써 구입한 비약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납치당해 자신의 포인트로 구입한 물품이 엉뚱한 자의 배를 불려 주는 데 사용될지도 모른다.
‘큰 거 한 방이 중요해.’
자잘한 저가 아이템이나 스킬북 수십, 수백 개를 판매하는 것보다는 초고가의 아이템이나 스킬북 하나를 판매하는 게 더 낫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보여야 주목을 덜 받는다.
플레이어 등록을 하고 던전에 들어가 저레벨 몬스터를 잡았는데 초고가 아이템이나 스킬북이 튀어나왔다, 이런 스토리가 가장 깔끔했다.
‘대량의 억제제를 구입하고 어머니와 누나가 더 이상 고생하지 않을 만한 거액이 필요해.’
그 정도면 5~6억 포인트 정도 하는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구입해야 했다.
그 이후의 해결책은 어쩌면 이 비약이 될지도 몰랐다.
‘비약을 구입하면 총합 18에 불과한 내 비루한 스텟을 총합 500으로 만들 수 있어.’
눈에 불이 들어왔다.
90~100레벨은 되어야 스텟 총합 500이 된다.
그런데 현성은 1레벨에 스텟 총합 500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아무리 가격이 싸도 숫자가 늘어나면 부담이 된다.
현성의 스텟을 모조리 100으로 만들려면 총 2,409,999,518포인트가 필요했다.
무려 24억 포인트가 넘었다.
현성이 보유한 포인트를 모조리 투자해도 스텟 총합 500은 불가능했다.
‘안 사고 레벨을 올릴 수는 없어.’
힘 스텟이 100이 넘는 플레이어에게는 효과가 없다.
이 문구가 중요했다.
‘비약으로 스텟을 올리고 레벨 업 후 보너스 스텟으로도 스텟을 올리면?’
동 레벨의 플레이어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고스펙을 갖추게 될 것이다.
스텟 증가의 비약으로 스텟을 늘리고 스킬북을 마구 구입하면?
버퍼라는 직업 하나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김하나를 능가하는 인재가 될 수 있다.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거대 길드에서 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막대한 계약금을 제시할 수도 있어.’
포인트로 강해지고 현실에서 몬스터를 잡아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스킬북이나 아이템을 구매해 상점에 판매한다.
그럼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늘려 갈 수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충분히 엘릭서를 구매할 수 있어.’
현성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맺혔다.
결정을 내렸다.
20억이 넘는 막대한 포인트를 사용해 일시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하수였다.
20억이 넘는 포인트를 이용해 더 많은 지속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
그건 바로 현성이 강해지는 것이다.
수십억, 아니 수백억을 연봉으로 받는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가 되면 가난에 고통받는 어머니와 누나는 물론, 병마로 시름하고 있는 아버지 역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고통 어린 세월도 이제 끝이야.’
희망도 없이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을 기계처럼 살았다.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 가족들도 그런 삶을 살았다.
하지만…….
‘난 각성을 했어. 거기다 구매와 판매라는 듣도 보도 못한 고유 스킬로 엄청나게 빠르게 강해질 수 있어.’
혼자 탱도 하고, 딜도 하고, 힐도 하는 최강의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말 그대로 엄청난 사기 캐릭터가 되는 거지.’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전략적으로 잘 선택해야 해.’
포인트는 대략 20억 남짓.
이 포인트를 허무하게 날릴 수는 없다.
고유 스킬인 구입과 판매를 통해 아이템을 사고팔 수 있다.
많다면 많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었다.
스텟 증가의 비약을 구입하는 데 모든 포인트를 투자할 수는 없었다.
‘보너스 스텟은 레벨 업을 한 후 세이브해 두면 돼.’
비약을 통해 스텟을 모든 스텟을 100 이상 만든 후 보너스 스텟을 사용하면 된다.
‘잠깐만.’
현성이 다시금 비약의 정보를 살폈다.
[최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
‘최하급에 일반 등급이라.’
현성이 눈을 부릅뜨고 판매 물품을 뒤졌다.
최하급 비약이 있으면 하급 비약도 있을 거고, 중급 비약도 있을 거다.
현성은 스텟을 증가시켜 줄 비약을 찾기 위해 눈알이 빠져라 구매창을 살폈다.
‘있다.’
[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희귀 등급]
-힘 스텟이 1 상승한다.
-힘 스텟이 200이 넘는 플레이어에게는 효과가 없다.
-복용 방법 : 섭취
-판매자 : 리커머스
-판매가 : 9,999,999포인트
‘2배나 올랐네.’
스텟 하나 올리는 데 무려 1천만 포인트가 들었다.
‘이건 너무 효율이 떨어지는데.’
포인트가 많다면 모를까 지금 사기에는 너무 부담이 되는 가격이었다.
‘너무 쓸데없는 고민인가?’
당장 최하급 비약을 살 포인트도 부족하다.
한데 벌써 하급 비약 가격을 걱정하다니?
‘잊자.’
모든 스텟을 100으로 만들기 전에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일단 목표를 정해야 해.’
탱커? 원딜? 근딜? 힐러?
모든 플레이어는 자신의 스킬에 맞게 스텟을 배분한다.
포인트가 더 많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최하급 비약을 구입해 모든 스텟을 100으로 맞췄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안전한 사냥을 해야 해.’
던전은 위험하다.
수시로 사망자가 나온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죽어 버리면 가족에게 찾아온 행운도 그대로 사라진다.
‘탱커?’
얼핏 보면 가장 안전해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탱커는 가장 방어력이 좋지만 최전방에서 몬스터를 막아 내야 하기에 그만큼 위험하다.
원딜이나 힐러는 안전하기는 하지만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근접 딜러밖에 없네. 스텟을 잘만 투자하면…….’
딜도 되고 탱도 되는 딜탱의 길을 걸을 수 있다.
딜탱의 필수 스텟은 힘민체다.
‘세 스텟을 모두 백으로 만들려면…….’
계산을 해 봤다.
“하하.”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려 1,439,999,712포인트가 들었다.
‘적당히 하자.’
목표치를 칠십으로 낮췄다.
989,999,802포인트.
‘마력과 정신력에도 투자를 해야 해.’
마력은 스킬의 위력과 횟수를 결정한다.
정신력은 스킬의 쿨 타임과 성공률을 올려 주고 몬스터의 스킬 공격에 대한 저항력을 올려 준다.
‘둘 모두 30까지 올리려면…….’
269,999,946포인트가 필요하다.
총합 1,259,999,748포인트.
총포인트의 절반 이상이 사라져 버린다.
‘더 이상은 무리야.’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아이템이나 스킬북 하나를 구입해 판매해야 한다.
아이템이나 스킬북을 구입하면 남는 포인트는 고작 1~2억 포인트에 불과할 것이다.
포인트를 잘 사용해야 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20억 포인트는 초기 자금이다.
왜 자신의 포인트가 20억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많은 게 좋았다.
괜한 욕심이 생겼다.
20억이 아니라 200억, 아니 2,000억 포인트였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하는 욕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이것도 적은 건 아니야.’
일단 포인트를 사용해서 강해지면 된다.
그리고 돈을 벌면 된다.
이 포인트를 사용하면 자신은 특별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고 언젠가는 아버지의 병을 완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신은 운이 엄청나게 좋았다.
지금까지 고유 스킬이라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플레이어 포럼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도 고유 스킬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고유 스킬을 가진 유일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일단 기초부터 다지자.”
현성이 비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최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예.”
현성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최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을 구매하셨습니다.
그게 시작이었다.
-최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을 구매하셨습니다.
-최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을 구매하셨습니다.
-최하급 힘 스텟 증가 비약 - 일반 등급을 구매하셨습니다.
……후략……
구매를 하면 할수록 포인트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잠시 후.
현성의 앞에 비약들이 수북이 쌓였다.
현성의 눈에 보이던 이미지가 현실이 된 것이다.
현성은 가장 먼저 힘 스텟 증가 비약을 들어 올렸다.
붉은빛의 반투명한 형태를 가진 비약의 외형은 약이라기보다는 보석 같았다.
‘이거 정말 먹는 거 맞나?’
약간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만진다고 흡수되는 게 아니다.
복용 방법이 섭취라고 쓰여 있었다.
일단 쓰여 있는 방법처럼 입에 넣어 봤다.
입안에 들어간 비약이 그대로 녹아내렸다.
“하아악!”
비약을 삼키는 순간 현성의 입에서 기묘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비약은 아무런 맛도 없었다.
완벽한 무맛이다.
하지만 비약을 먹는 순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힘이 강해졌다는 것을.
힘이 늘어나는 순간 느껴지는 쾌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현성의 힘 스텟은 고작 5에 불과했다.
5에서 1이 늘었으니 그 차이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마치 미친 사람처럼 힘 스텟 증가 비약을 먹어 치웠다.
우득! 우득!
현성의 몸이 실시간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전신의 근육이 찢어졌다 회복되기를 반복했다.
평범한 체형을 가진 현성의 몸이 순식간에 울퉁불퉁한 근육질로 변했다.
헐크가 변신을 하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였다.
펑퍼짐하던 티셔츠가 쫄티처럼 팽팽해졌다.
구입한 힘 스텟 증가 비약을 모조리 먹어 치운 현성의 몸은 근육만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괴물이 되어 버렸다.
“아아아!”
쾌감은 사라졌다.
하지만 전신에서 느껴지는 충만감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무엇이든 때려 부술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우드득!
뼈 소리가 났다.
“아아아아악!”
그와 함께 현성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재빨리 주먹을 폈다.
“후! 후! 후!”
현성이 손을 입 앞으로 가지고 와 후후 불었다.
근육이 팔의 움직임을 막아 손이 입에 닿지도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불었다.
아파 죽을 것 같았다.
손이 터져 버리는 것 같은 고통이 아직도 느껴졌다.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에 비해 체력이 약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얼른 먹자.’
현성이 체력 스텟 증가 비약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팔이 손에 닿지 않아 바닥에 엎드려 허리를 숙이고 개처럼 입으로 먹었다.
순식간에 체력 스텟 증가 비약을 모두 먹어 치웠다.
“우와!”
몸의 변화가 느껴졌다.
가볍게 주먹을 쥐어 봤다.
안 아팠다.
강하게 쥐어 봤다.
안 아팠다.
‘또 먹자.’
고통이 가신 것을 확인한 현성의 입이 민첩 스텟 증가 비약으로 향했다.
뿌득! 뿌득!
민첩 스텟 증가 비약을 섭취하자 비대한 근육으로 가득했던 현성의 몸이 조금씩 쪼그라들었다.
근육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강한 힘과 더불어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근육이 더욱 단단하고 탄력 있게 압축되는 것이다.
스테로이드 중독자처럼 보였던 현성의 몸이 이소룡처럼 균형 잡힌 몸매로 변해 갔다.
민첩 스텟 증가 비약을 모두 섭취했다.
힘 스텟 증가 비약을 섭취할 당시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근육 때문에 손이 입에 닫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가볍게 만져 봤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유연했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움직였다.
전신에 힘이 넘쳐흘렀다.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넘치고 유연한 신체.
물렁살이 전부 근육으로 바뀌었다.
약간 튀어나와 있던 배에는 선명한 식스팩이 자리해 있었다.
“야호!”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초인이 된 것 같았다.
충만감이 가득 차오르며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 많이 남았어.’
현성이 마력 스텟 증가 비약에 손을 뻗었다.
마력 스텟 증가 비약이 현성의 입에 들어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헤에에.”
현성의 눈이 완전히 풀려 버렸다.
현성의 마력 스텟은 고작 1.
그런 데다가 1이 늘었으니 순식간에 2배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섭취했던 비약들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쾌감이 몰려들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한참 넋을 놓고 있던 현성이 잠시 후 정신을 차렸다.
‘다시 먹자.’
현성이 입을 쩍 하고 벌린 뒤 마력 스텟 증가 비약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마력 스텟 증가 비약을 먹은 후에는 정신력 스텟 증가 비약으로 손을 뻗었다.
잠시 후.
현성이 뿌듯한 표정으로 상태창을 바라봤다.
이름 : 최현성
플레이어 레벨 : 1
메인 직업 : 없음
스텟 : [힘 70] [민첩 70] [체력 70] [마력 30] [정신력 30]
미분배 스텟 : [0]
고유 스킬 : [판매] [구매]
액티브 스킬 : [없음]
패시브 스킬 : [없음]
이게 어찌 1레벨의 스텟이라는 말인가.
일반적으로 40~50레벨은 되어야 얻을 수 있는 스텟이었다.
‘이제 팔아야 할 걸 사야지.’
현성이 신중한 눈빛으로 판매 물품을 살폈다.
스킬북을 하나 구입해 몬스터를 사냥하고 나온 것처럼 꾸민 뒤 판매한다.
‘역시 이거지.’
[스킬의 장인 - 희귀 등급]
-패시브 스킬북
-스킬 사용 시 마력 소모량을 10% 줄여 준다.
-판매자 : 브쿠라코
-판매가 : 599,999,999포인트
6억 포인트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충분히 그 가치를 했다.
모든 직업의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좋았고 그런 만큼 다른 스킬북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패시브 스킬북 스킬의 장인 - 희귀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현성이 예를 눌렀다.
화악!
환한 빛과 함께 화려하게 치장된 책 한 권이 허공에 떠올랐다.
현성이 스킬북으로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빛이 사라지고, 스킬북이 고스란히 현성의 손안으로 들어왔다.
-패시브 스킬북 스킬의 장인 - 희귀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현성은 당연히 아니오를 눌렀다.
그 후 현성은 바로 판매창을 열었다.
그리고 자세히 살폈다.
‘역시.’
-판매 물품 : [0개]
판매 물품을 눌렀다.
창이 확대되며 판매 목록이 올라왔다.
총 10개의 창이 있었는데 모두 텅 비어 있었다.
-판매 물품을 등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그럴 줄 알았어.’
당연히 예를 눌렀다.
-판매 물품을 등록 창에 올려 주십시오. 물품이 판매되면 판매 금액의 20%를 수수료로 차감합니다.
순간 쌍욕이 나올 뻔했다.
20%라니?
‘완전 날강도잖아.’
세상에 어떤 판매 플랫폼이 이 정도 돈을 떼먹는다는 말인가?
되팔이들을 경계하기 위해서라고 납득하려고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수수료였다.
“휴우!”
긴 한숨을 토해 낸 현성은 꾹 참고 시키는 대로 했다.
판매창에 방금 구입한 스킬의 장인 스킬북을 올렸다.
그러자 밝은 빛과 함께 나타났던 스킬의 장인 스킬북이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다.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현성의 눈에는 판매창에 작은 아이콘으로 변한 스킬의 장인 스킬북이 들어왔으니까 말이다.
[스킬의 장인 - 희귀 등급]
-패시브 스킬북
-스킬 사용 시 마력 소모량을 10% 줄여 준다.
스킬북의 종류와 성능은 기존과 동일했다.
-판매 가격을 올려 주십시오.
현성은 시키는 대로 가격을 입력했다.
가격은 무려 999,999,999포인트.
절대!
그 누구도 사지 않을 가격이다.
바로 옆에 2배 이상 싼 물건이 있는데 누가 사겠는가.
‘이러면 분실 염려 끝.’
현성이 방금 전에 구입한 스킬의 장인 스킬북을 판매 물품으로 등록한 이유는 혹시 모를 분실 사태를 걱정해서였다.
최하 10억은 받을 수 있는 고가의 아이템이었다.
잘못해서 손상되거나 도둑맞기라도 하면 큰일 아닌가?
하지만 판매창에 등록해 놓으면 안전하다.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었다.
‘아직도 포인트가 많이 남았는데.’
비약과 스킬의 장인 스킬북을 구입하며 18억 포인트를 넘게 사용했다.
하지만 아직도 1억 포인트 이상이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비약을 더 구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텟이 전부는 아니다.
‘스텟만큼 중요한 게 스킬이지.’
비약을 통해 스텟을 추가로 올리는 것보다 스킬북을 구매해 익히는 게 강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단 사자.’
-패시브 스킬북 단단한 몸 - 일반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당연히 예지.’
-패시브 스킬북 강인한 체력 - 일반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패시브 스킬북 초급 검술 지식 - 일반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후략……
계속되는 ‘예’의 행진!
작게는 수백만에서 많게는 1천만 포인트가 넘는 기본 스킬을 무차별적으로 구매했다.
그게 탱커 스킬이든 원딜 스킬이든 근딜 스킬이든 힐러 스킬이든 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