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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프롤로그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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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먼지가 잔뜩 묻은 허름한 차림의 사내가 복도를 가로질러 문 앞에 멈춰 섰다.

    달칵.

    문을 열자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 하나가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좁은 공간.

    빛이 들어올 창문 하나 없는 공간.

    이곳은 바로, 고시원이었다.

    “죽겠네.”

    피로에 찌든 표정의 사내가 홀로 중얼거리며 자리에 누웠다.

    옷을 갈아입고 씻는 일은 잠시 뒤로 미뤄 두었다.

    삭신이 쑤셨다.

    너무 피곤해서 잠시나마 쉬고 싶었다.

    노가다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아니, 아무리 익숙해져도 힘든 일은 힘든 일일 뿐.

    요령이 생겨 힘이 조금 덜 들 뿐이지 피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아…….”

    사내의 입에서 긴 한숨이 터져 나왔다.

    몸의 피로도 피로지만 정신적 피로도 극심했다.

    매일매일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그럼에도 희망이라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노가다라는 일은 힘든 만큼 벌이가 좋다.

    그 덕에 동료들 중에는 돈 모으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꽤 있다.

    하나 사내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사내가 돈을 흥청망청 쓰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를 악물고 절약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아버지의 치료비 때문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최현성.

    올해 나이는 스물일곱 살.

    3년 전만 해도 현성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아버지가 마력 역류증이라는 불치병에 걸리며 문제가 생겼다.

    아버지가 걸리기 전까지는 그런 병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당연히 먼 나라 이야기였다.

    한데 갑자기 현실이 되었다.

    아버지가 걸린 마력 역류증은 19년 전 차원 게이트가 열리면서 생긴 불치병이다.

    차원 게이트가 열리며 인류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

    그리고 마력이라는 새로운 힘이 생겼다.

    이 마력은 인류에게 저주이자 축복이었다.

    초기 인류는 수많은 고난을 겪었다.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이계의 괴물들에게 상상하기도 힘든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마력의 등장과 동시에 나타난 플레이어들과 현대 병기의 힘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하나둘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오히려 몬스터를 사냥해 엄청난 이득을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차원 게이트의 등장을 저주가 아닌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생겨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현성의 가족에게는 축복이 아닌 저주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불치병에 걸려 쓰러졌으니까 말이다.

    차원 게이트의 등장과 함께 생긴 병들은 많았다.

    모두가 갑자기 생겨난 마력과 관련된 병이었다.

    하지만 하나하나 정복되어 가고 있었다.

    마력 역류증도 그중 하나다.

    마석.

    마석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하나로 마력 역류증의 진행을 막아 주는 억제제를 만들 수 있다.

    현성의 가족들은 억제제에 매달렸다.

    어머니는 일을 2개로 늘렸다.

    원래는 공장 생산직 일만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쓰러진 후에는 공장 일이 끝난 후 밤늦게까지 식당에서 설거지를 했다.

    누나는 결혼 자금으로 모아 놓은 돈을 모두 내놓는 것으로도 모자라 월급의 대부분을 아버지의 억제제 구입에 사용했다.

    그것도 모자라 회사 일이 끝나면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현성도 학교를 휴학하고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노가다 판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억제제의 가격이 엄청나게 고가라는 점이다.

    억제제의 재료는 희귀 등급 네임드 몬스터의 마석.

    당연히 돈이 부족했다.

    어머니의 월급, 누나의 월급, 현성이 노가다로 버는 돈을 모두 모아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당연히 집안의 재산은 야금야금 줄어들었다.

    마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지옥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방치할 수도 없었다.

    가슴이 답답했다.

    현성의 가족은 그저 어서 빨리 치료제가 나오기를 소망하며 버티고 또 버틸 뿐이었다.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조금만 견디면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기대가 절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플레이어가 됐으면 좋겠다.’

    플레이어.

    아버지의 억제제 재료를 수급해 주는 존재들.

    억제제가 비싼 이유는 마석이 여러 방면에 공동으로 사용되는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그 원자재를 생산해 내는 생산자다.

    그들은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어디 그뿐인가.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초인이다.

    맨손으로 집채만 한 바위를 부수고 빌딩을 뛰어넘으며 손에서는 불과 얼음을 뿜어낸다.

    현성은 그런 플레이어들이 정말 부러웠다.

    그리고 자신에게 그런 행운이 찾아오기를 소망했다.

    플레이어만 된다면 지금의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되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불명이었다.

    플레이어들 사이의 연관성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일반인들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로또와 비슷하게 생각했다.

    엄청난 행운.

    하지만 현성에게는 19년째 그 행운이 찾아오지 않았다.

    “아, 각성하고 싶다.”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지금도 플레이어가 되고 싶지만 더 격렬하게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의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하하!”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간절하게 원한다고 플레이어가 된다면 아마 전 인류가 플레이어가 되었을 것이다.

    ‘씻고 잠이나 자야겠다.’

    내일도 또 공사 현장에 나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쉬려면 빨리 자야 했다.

    그런데…….

    화악!

    그 순간 밝은 빛이 현성의 몸을 휘감았다.

    -각성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기적과도 같은 문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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