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반로환동전-65화 (65/103)

무적비비탄 - [8]

허풍개는 박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 미터 거리에 있었다.

허풍개는 방금 주먹으로 후려치는 게 아니라 장법으로 밀쳤다. 타격할 만한 부위에 죄다 보호장구가 덮여있으니 주먹을 갈긴들 손만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장법에 상당한 조예가 있는 건 사실이다. 덕분에 한 번 쳐서 상대방을 저 멀리 밀쳐낼 수 있었지만 정작 박 회장은 별로 타격을 받은 것 같지 않았다. 하기야 주먹으로 치든 손바닥으로 치든 방탄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그게 그거 아닌가.

박 회장은 뚜둑, 하고 목을 좌우로 꺾고 있었다.

반면 허풍개는 별로 괜찮지 않다. 방금 얼굴을 얻어맞았는데, 저 빌어먹을 놈은 손대중이란 게 없다. 골통이 울리는 게 어지러워 죽을 지경이다.

멍한 상태에서 회복될 시간을 벌기 위해 말을 걸었다.

“고진철이, 진짜 안 돌려줄 거요?”

“내가 왜 돌려줘?”

“지금 왜 이러는지 짐작은 되는데, 굳이 잡아갈 필요까지야 있나. 귀찮게 그러지 말고 그냥 방생하지.”

“싫어. 깡패 새끼 제대로 조지려니까 방해 좀 하지 마.”

“고진철이는 깡패라서 조진다 치고, 애꿎은 사람들은 왜 덮치셨나.”

“그게 왜 애꿎은 사람들이야? 깡패 새끼들 돈 받아서 일해주는 놈들이니 깡패 새끼랑 한 패들이지.”

허풍개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친놈.

호흡을 고르자 정신이 겨우 맑아졌다. 허풍개는 태극권의 자세를 취했다.

박 회장은 그것을 싸움의 신호로 받아들이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박 회장이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엔 무방비한 접근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매 발걸음에 기를 담는지 지면이 쿵, 쿵 울렸다.

저게 남궁세가 보법이던가? 무애보(無涯步)였던 것 같은데.

거기서 이어지는 다음 동작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다. 박 회장이 불현듯 다리를 쭉 뻗으면서 주먹을 뻗어왔다.

무당파 추풍권(追風拳)이다. 장 노사가 사부 노릇을 하며 잘 가르친 모양이다. 무당파 홈페이지의 무공 소개 페이지에 그 권법은 주먹으로 바람을 갈라버리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그와 함께 지금 장면을 영상으로 첨부해두면 최고일 듯하다.

확실히 그 주먹은 바람보다 빨랐다. 그 증거로 공기 갈라지는 소리는 한 박자 뒤에야, 머리 바로 앞에서 울렸다.

맞았다간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스산했다.

허풍개는 옆으로 허리를 비틀어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드러난 박 회장의 가슴을 향해 손바닥을 날렸다.

박 회장은 막거나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방탄복을 믿는지 이쪽의 손바닥은 가슴에 날아오게 내버려 두면서, 마주 주먹이나 휘둘러오는 게 아닌가.

예상한 바였다. 허풍개는 그 손을 왼손으로 잡아당기면서 박 회장을 가슴을 칠 듯하던 오른손바닥을 갑자기 위로 올려 그 턱을 후려쳤다.

박 회장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지만 그는 타고난 강골이다. 턱은 보호장구가 보호하지 않는 부위임에도, 얼굴보다 두꺼운 목 근육이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했는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만 한 번 얻어맞았음에 분노하여 공세에 나섰을 뿐이다.

허풍개가 재빨리 뒷걸음질 쳤다.

박 회장이 연달아 주먹을 날리며 전진해왔다.

복싱으로 치면 견제하기 위한 잽의 연속인데, 그 하나하나가 스트레이트 못지않게 묵직했다. 박 회장이 가장 애용하는 소림 금강권.

허풍개는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고 공격을 흘려넘기면서 거리를 벌리는 데 집중했다.

저 주먹 중 하나라도 맞았다간 끝장이다. 키만 해도 이 미터가 넘는 저놈은 슈퍼헤비급이지만 자신은 미니멈급임을 잊어선 안 된다. 타격전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저리 갑옷을 껴입다시피 한 경우임에야.

다행히 태극권의 최고 고수가 여기 있다. 허풍개는 뻗어온 주먹과 평행하도록 주먹을 마주 뻗으면서 슬쩍 상대방의 팔을 밀쳐냈다.

태극권의 수류식이다. 상대방의 공격을 파훼하며 나아간 주먹은 순식간에 금나수법으로 바뀌었다.

박 회장의 턱과 헬멧 사이에 손가락을 넣고는 빠르게 말했다.

“이거 벗겨지기 싫으면 가만히.”

그리고 박 회장은 대답 대신 주먹을 날렸다.

허풍개의 턱에 주먹이 꽂히고 그 몸이 허공을 날았을 때야 박 회장의 대답이 들려왔다.

“벗겨. 자식아.”

그 와중에도 허풍개는 헬멧을 움켜쥐고 있었다. 기어이 헬멧 또한 함께 날아가며 벗겨지고 말았다.

“어······”

드러난 박 회장의 얼굴을 향해 스마트폰들의 불빛이 쏟아졌다. 자신의 범행증거가 대거 생산되는 와중에도 박 회장은 눈살을 찌푸릴 뿐 얼굴을 가리거나 제지에 나서지 않았다.

허풍개는 중력에 이끌리면서야 실수했음을 알았다.

얼굴이 드러나면 곤란할 줄 알았는데. 박 회장이 요새는 직접 무림인들을 직접 패고 다니지 않던 것은 그러다 기소당해서 몸 사리던 것 아닌가.

저놈이 직접 무림인들을 두들겨 패고 다니던 옛날에도 썩 정상은 아니었지만, 요새는 더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이제는 정말 막 나가기로 한 모양이지?

하기야 저놈은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폭행하는 영상이 증거 자료로 제출되더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될 놈이요, 정말 사람을 쳐 죽여도 몇 달 갇혀있다가 사면으로 나올 놈이다.

그 어떤 검사가 저 남자를 기소할 것이며 그 어느 정치인이 재계 2위의 기업인을 감옥에 넣어두고 배기겠는가?

오륙십 년 대의 무림맹 위원들이 딱 저런 권세를 누렸던 것 같은데······.

허풍개는 등이 땅에 닿기 직전, 온몸을 꼿꼿하게 했다. 땅에 추락하며 아예 반듯이 누워버리고는 허리의 반동만으로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그 몸이 60도로 섰을 때, 지면을 걷어차서 뒤로 공중제비 세 바퀴를 돌았다. 교과서와 같은 철판교(鐵板橋)와 그 연계 동작이다.

그리 몇 미터 거리를 벌린 뒤, 똑바로 서서 멀거니 박 회장을 보았다.

비로소 박 회장의 표정이 보였다. 역시나 얼굴이 공개된 상황이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표정이 구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철판교는 쓰러진 다음 빠르게 자세를 바로 하기 위한 수법이지 충격을 줄여주는 낙법 따위가 아니다. 등에 가해진 충격 탓에 척추가 끊어질 것 같다. 뿐인가, 왼쪽 어깨의 부상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가운데 격렬하게 움직인 탓에 그 역시 아파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백이십 살을 넘은 도사든 아니든, 뒷골목에서 굴러먹는 사파 새끼라면 마땅히 이래야 한다.

허풍개는 무표정하게 박 회장을 마주 보았다. 아무 충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뻔뻔하게 굴었다.

과연 구경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멀쩡해 보였는지 환호가 울려 퍼졌다.

“무적무적자!” “무적무적자!”

무적무적자는 요새 가장 인기가 좋은 절세고수였다. 무적비비탄의 후계자란 사실도, 요새 TV에 여러 번 나왔다는 사실도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응원하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급기야는 팬들의 요구까지 나왔다.

“권법만 쓰지 말고 탄지신공 보여줘요!”

“탄지신공!” “탄지신공!”

무적비비탄의 탄지신공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던데, 적어도 이 연변에서 그것은 완벽한 사실이다. 한때 무적비비탄의 활동 무대는 만주와 그 근처였던 적도 있다. 덕분에 연변의 조선족들 사이에 그 인기는 대단히 드높다.

그래, 보고 싶다면 보여주지. 어차피 이대론 못 이길 것 같으니까, 사람들의 요구에 응하는 척 은근슬쩍 전법을 바꿔야겠다.

허풍개의 손이 주머니에 들어갔다.

이미 가득 차 있던 주머니를 뒤집었다.

“어······”

플라스틱 BB탄이 쏟아져나오는 걸 보고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탄식했다. 항복을 표시하기 위해 무장을 해제하는 줄로 알았나?

하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다. 진짜 무기를 꺼내기 위함이었다.

허풍개는 상의 주머니에서 통 하나를 꺼냈다. ‘밀리터리 풀메탈 BB탄’이라 적힌 통이었다.

그 뚜껑을 열고 주머니에 내용물을 털어 넣었다. 금속질 탄환들이 가로등 불빛을 머금고 반짝였다.

허풍개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박 회장을 슬쩍 살폈다.

박 회장은 눈매를 가늘게 좁힌 채 허풍개를 노려보고 있었다.

허풍개는 지금 박 회장이 분노를 표하는 줄 알았지만, 실은 탐색을 위한 눈매였다.

박 회장은 지금 눈앞의 늙은 고수가 허세를 부리는 건지 아닌지 긴가민가했다.

저 빌어먹을 늙은이. 맞아서 아픈 건지 충격을 흘려보내서 멀쩡한 건지 모르겠네.

평소에 뭘 제대로 섭취하며 지내질 않는 탓에 저 노인네의 몸무게는 오십 킬로가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타격한들 손에 전해져오는 느낌이 별로 없는 데다 맞아도 전혀 변화가 없으니 그 상태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수십 년 전, 어느 깡패 소굴에서 마주쳐서 맞짱 떴을 때부터 저 노인네는 쭉 그랬다.

사파인은 깡다구니 뭐니 하지만 정말로 그러는 사람은 저뿐이다. 그래서인지 그와 싸울 때마다 박 회장은 내심 소름이 끼치곤 했다.

허풍개가 말했다.

“회장님 당신, 칼 뽑아.”

박 회장은 욱신거리는 가슴의 통증을 무시하려 애쓰며 말했다.

“뭐?

“칼 뽑으라고. BB탄, 금속으로만 쓰려니까.”

여러 번 싸워본 바 있는 박 회장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이제라도 전력으로 싸우겠단 건가? 뭐, 자신의 무장 상태를 생각하면 이해할 만한 일이다. 플라스틱 BB탄으론 뭘 어쩔 수 없을 테지.

“맘대로······”

박 회장이 칼을 뽑으려고 허리에 손을 가져간 순간, ‘탁’.

손을 향해 날아온 BB탄에 박 회장은 질겁했다. 발검하는 순간을 노린 기습이었다.

하여간 더러운 늙은이. 박 회장은 황급히 칼자루에서 손을 놓고는 거리를 좁히기 위해 돌격했다.

여유를 보이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던지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일까?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허풍개는 뛰지 않았다.

허풍개는 뒷걸음질만으로 거리를 벌리면서, 주머니에 반쯤 넣은 손을 연달아 움직였다. ‘탁’.

한 번 탁, 하는 소리가 울릴 때마다 BB탄은 두 개가 동시에 날아왔다.

박 회장은 자신의 동체시력에도 그 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기야 예전에도 플라스틱 BB탄보다 금속 BB탄이 훨씬 빠르던 것을 기억했다.

탄의 재질이 달라 미끄러지지 않고 세게 튕길 수 있어서라던가? 장갑을 벗으면 탄속이 확 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라지 아마.

옛날에도 무적비비탄의 금속 BB탄을 상대해본 적이 있지만, 얼마 전에도 저 노인네와 한 판 붙기는 했지만, 저 노인네가 절세고수가 된 후에 전력으로 저 탄을 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박 회장은 몸 가까이 다가온 탄 하나를 피하고는 하나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손에 끔찍한 통증이 전해지고서야 아까 당한 일을 떠올렸다.

탄에 전류가 담겨있는지 찌릿했다. 끔찍하게.

이번에 잡은 탄은 금속이라 더 강한 전류를 담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손은 통증이 전달되다 못해 마비되었다.

박 회장은 펼 수도 없게 된 그 손을 망치로 삼기로 했다. 그 손을 휘둘러 이어서 날아온 탄 두 개를 쳐냈다.

탁, 탁.

그러나 기껏 쳐낸 보람이 없다. 탄지신공은 그 악명에 걸맞게도 바닥에 부딪쳐서는 다시 날아오는 게 아닌가. 속도 또한 줄지 않았다.

헬멧이 벗겨진 얼굴을 노리고 탄 세 개가 동시에 날아왔다. 목을 슬쩍 움직이는 식으로 피할 수가 없었다.

옆으로 펄쩍 뛰어야 했다.

그러느라 박 회장의 돌격이 멈춘 그때, 허풍개는 계속해서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탄을 쏘아대고 있었다.

허풍개가 양팔을 뻗은 채 탄이 끼워진 손가락을 이쪽에 겨누었다. ‘탁, 탁, 탁’.

더 빠르게, 더 많이 날아오는 탄을 보며 박 회장은 눈을 부라렸다.

쳐내봤자 돌아오는 탄을 쳐내기도, 손으로 붙잡기도 뭐하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은 몸을 잠시 웅크리더니 날아오는 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중 몇 탄이 기어이 박 회장의 몸에 명중했다. 박 회장은 방탄복 위로도 전해지는 통증에 눈을 부릅뜨면서도 계속 땅을 박찼다.

허풍개는 이 상황에 박 회장이 무얼 할지 예상할 수 있었다. 투수가 투구의 준비동작을 하듯, 어깨를 천천히 뒤로 젖히면서 생각했다.

저놈, 이제 곧 사자후를 내지르겠지.

과연 그렇다.

급소나 보호장구가 보호해주지 않는 부위에 날아온 탄만 쳐내면서 돌격해온 박 회장은 기어이 코앞에 다다랐다. 주먹을 뻗어왔다.

그리고 허풍개 또한 그 자리에 멈췄다. 주먹이 반쯤 뻗은 그때, 박 회장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더니 그 입이 크게 벌려졌다.

공기가 울렸다. 구경꾼 몇몇이 귀를 틀어막으며 주저앉았다.

소리조차 울리지 않는, 오직 기(氣)를 퍼뜨리기 위한 사자후였다. 거기 담긴 정순한 내공은 박 회장을 노리고 날아들던 십수 개 탄에 깃든 전류며 기를 모조리 흩어버렸다.

이 와중에 허풍개의 눈은 박 회장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박 회장은 뭔가 잘못됐다고 느꼈다.

저 노인네, 아까부터 뭘 하는 거지?

허풍개의 상반신이 회전했다. 허리 또한 뒤틀리듯 회전했다. 뒤로 젖혀진 팔은 바람을 가르며 앞으로 움직였다.

그 모든 회전이 끝난 순간, 손가락이 마무리를 지었다. 탁.

이때 박 회장은 비명 지를 수 있었다면 정말 그랬을지도 몰랐다. 이미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던지라 따로 소리 지르지는 못했지만.

박 회장은 입안을 통해 전해진 끔찍한 충격과 이물감에 잠시 숨을 쉬지 못했다.

겨우 숨 쉴 수 있게 된 후로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박 회장은 눈만 부릅뜬 채 생각했다.

방금 입안에 BB탄이 들어왔나? 점혈 된 건가?

하지만 사자후는 그 몸의 기도 잠시 흩어버렸을 것이다. 그놈의 탄지공은 못 쓸 텐데.

박 회장은 아직도 입안에서 떠나지 않은 충격을 통해 겨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했다.

기도 쓰지 않고 순수하게, 탄의 물리적인 위력만으로 혈도를 눌러 점혈해 버린 것이다. 저게 가능한 줄은 미처 몰랐다.

허풍개는 주먹을 뻗은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박 회장에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당신 체내 기면 이 분 후에 저절로 점혈 풀려.”

그러더니 허풍개는 멈춰버린 박 회장의 차 문을 열었다. 그 안에 든 고진철을 꺼내 들고는 이풍의 차량에 옮겨 실었다.

“무적무적자!”

“무적비비탄!”

이도혁도 구경꾼들과 함께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 고진철을 옮겨오는 걸 거들어야 한다는 것도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차 문이 닫혔다.

“가요.”

그제야 이도혁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여전히 전율이 몸에서 떠나지 않았다.

차가 움직였다. 승리를 칭송하기 위해 고개를 돌린 이도혁은 허풍개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 얼굴에서 승리의 기쁨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더없이 피곤한 얼굴로 고진철의 몸에 침을 꽂아주는 허풍개를 보며 이도혁은 신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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