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반로환동전-47화 (47/103)
  • 월녀 하아린 - [1] (수정)

    녹림 산채가 자리잡은 만월산은 경찰들에게 점령되었다.

    만월산채 녹림도들은 죄다 빠져나가거나 수감 된 지 오래요, 그 소굴에서 증거가 될 만한 물건도 죄다 압수한 마당이기는 하다. 그래도 산속 어딘가에서 녹림도들이 파묻은 시체라도 한 구 나올지 모르는 일 아닌가.

    사건 당일 미흡한 초동대응으로 받은 비난을 만회해야 했다. 인천 경찰들은 피곤에 찌든 눈으로 산을 돌아다녔다.

    그중 한 무리는 등산객도 오지 않는 깊은 산속에 발을 디뎠다.

    그들 앞을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었다.

    반짝거리는 무언가.

    처음에는 총이나 칼을 든 녹림 잔당인 줄 알았다. 강중만 경위는 기겁하여 소리 질렀다.

    “꼼짝 말고 손 들어!”

    그러나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녹림도가 아니었다. 심지어 사람조차 아니었다.

    “저거?”

    그것의 정체를 알아챈 두 경장은 잠시 뇌가 굳는 것을 느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장면을 쉽게 뇌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칼······.”

    그렇다. 칼이다.

    그 칼은 두 경찰 앞에서 허공에 떠 있었다.

    두 경찰이 역사적 물건에 조예가 있었다면 그 칼이 조선 왕실의 사인검임을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칼몸의 한 면에는 도교의 주문이, 다른 면에는 28수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 별자리는 어두운 산속에서 약간의 햇빛을 머금고 실제 별처럼 반짝거렸다.

    별을 뜻하는 그 점이 마치 눈처럼 느껴졌다. 지금 두 경찰은 저 칼과 시선을 마주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 이거 사극에서 봤어.”

    강준만 경위가 중얼거렸다.

    “월녀님의······.”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상상력이 별로 풍부하지 못했던 두 경찰은 계속해서 정보를 한 박자 늦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칼이 그들을 향해 날아올 때까지도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

    오가장에도 수많은 경찰과 기자들이 들락거렸다.

    오가장과 연이 닿는 고위인사들은 인천 시청과 경찰청에도, 심지어 국회와 법원에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이번 일을 덮도록 도와주지는 못했다. 그저 이번 사건에서 발을 빼기 급급했을 뿐이다.

    결국 수백 년 역사의 양반 가문은 폭력단체로 지정되었다. 오가장은 끝났다.

    그러나 오가장의 모두가 수감 된 것은 아니었는데, 오가장 소가주 오은림 또한 얼마 전에 조사를 받고 풀려난 인사 중 하나였다.

    오은림이 말했다.

    “이십육억 드릴 수 있어요.”

    이풍은 무례하게 들리지 않도록 애쓰지 않았다.

    “장난해요?”

    오은림이 입을 다물었다. 이풍만 계속 윽박질렀다.

    “우리 절세고수님이 현장 가서, 총까지 몇 발 맞아서 병실 신세 지고, 수감 될 뻔하다가 겨우 풀려났는데. 꼴랑 이십육억?”

    오은림은 그 말에 따로 변명하지 않았다. 자신은 거기 가지 말라고 말렸음을 어필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했다.

    “보상으론 턱도 없는 거 알아요. 당연히 더 드려야겠지만 오가장에 그럴 돈이 없을 뿐이에요.”

    “없으면 다야?”

    “따로 드릴 게 있어요.”

    이풍이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따로 줄 거라니?”

    “내공이요. 금전가치 있는 영약을 드리겠단 건 아니고, 지금은 그마저도 없으니까······”

    “그럼?”

    “내력전수를 해드릴게요.”

    이풍이 눈을 껌벅였다.

    “지금 오가장 가주님 구치소에 계시지 않던가? 그분이 풀려나서 내력 전수해주시겠대?”

    “아뇨. 언제 풀려날지도 모르니까······ 제가 해드릴게요. 내력전수.”

    지금까지 대화를 듣고만 있던 허풍개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 내공을 내게 주시겠다고?”

    오은림이 대답했다.

    “예. 제 몸값이 이번에 더 올라서 이백억쯤 하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해주는 내력전수는 그 두 배쯤 가치는 있을 거예요.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내력전수 그거 늙은 고수가 몸도 움직이기 어려울 때나 하는 건데.”

    “알아요.”

    “그러고 나서 대개는 오래 못 삽니다. 체내 기(氣)가 단순히 무공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건강 유지에도 중요한 건데. 그걸 젊을 때 남 줘버리면 수명마저 줄어서 노화도 빨리 찾아와.”

    “알아요.”

    “게다가 내공 남 줘버리면, 무공까지 버리겠다고?”

    오은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금분세수 할 거예요.”

    금분세수(金盆洗手)란 말 그대로 손을 씻는다는 의미다. 무림인이자 깡패로서 은퇴할 것이니 그쪽 일로 찾아오거나 보복하러 오지 말라는 선언이다.

    이풍도 이 말을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당황한 눈치로 끼어들었다.

    “왜? 아가씨 무공이면 해외 나가서도 무공으로 돈을 벌 만한데요. 지금 나이에 그 정도 경지니 미래가 밝잖아? 오라는 해외 문파도 많을 텐데······”

    “다 지겨워요.”

    “지겹다니?”

    오은림이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버지 복수는 불가능하죠. 그런 주제에 복수를 이행하겠답시고 중고딩들 고문하다가 탄광에 넘기기까지 했고요. 이제보니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결국 다 흐지부지될 일인데.”

    “지들이 총질해놓고 짭새들한테 뭐라 떠들지 몰랐잖아요? 살려준 것만 해도 자비로운 거였어요. 그놈들 경찰에 넘겼으면 우리 다 같이 좆됐어.”

    “제 집은 이미 좆된걸요.”

    이풍은 돈 내놓으라 추궁하던 건 그만두고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가씨, 부친 복수를 하고 싶으면 더 노력해야지, 응? 복수하려면 더 강해져야 할 거 아냐? 무공도 키우고 영약도 먹고 하려면 지겨워도 무림에 남아있어야죠······”

    “복수요?”

    “그래요. 궁극적으로 한국에 총 풀어댄 건 그 천마니까, 그년 족치기 위해서라도······”

    “바라보기만 해도 총이 폭발하고 검에서 웬 기탄 나가는 천마를 쓰러뜨리라고요? 뭔 수로 그래요.”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노력은 해봐야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될 때까지라도······”

    오은림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 정도로 복수에 집착하는 건 아니에요. 복수를 하고 싶긴 한데, 인생을 바쳐서까지 그러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이젠 그냥 포기해야겠고.”

    “그래서······”

    “떠날 거예요. 무림도, 한국도.”

    이풍도 깊게 한숨 쉬더니 허풍개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쩔래? 저 아가씨한테 내력전수 받고 퉁칠래?”

    허풍개가 대답했다.

    “됐습니다. 젊은 고수한테 내력전수 받으면 망신스러워서 어떡합니까.”

    “몰래 해줄게요.”

    “됐어요. 나 스스로가 망신스러우니까. 게다가 아가씨 내공은 별로 안 필요합니다. 이 경지쯤 되면 기가 정순한 게 중요한데, 전혀 다른 수련을 쌓아온 사람의 기를 받아봤자 체내 기가 혼탁해질 뿐이요.”

    “그럼 어쩌시게요? 말씀드렸다시피 오가장은 이제 돈이 없어요. 제 개인재산이 있긴 한데 그마저 드릴 순 없고요. 저도 해외 나가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건 됐어요. 금분세수 하겠단 아가씨한테 가문 빚을 받아낼 명분이 있나? 받아내려거든 오가장에서 받아내야지. 은퇴하겠다는 아가씨한테 받아낼 게 아닙니다.”

    “그래도······”

    오은림이 주저하는 가운데 허풍개가 말했다.

    “아무튼 잘 생각했어요. 이제라도 깡패질 그만두고 새 인생 찾겠다니, 사람답게 살려면 마땅히 그래야 해.”

    오은림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결정을 칭찬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현직 무림인 듣기에 못마땅한 소리일 줄 알았는데요.”

    “나만 해도 전부 다 지긋지긋해요. 다 집어치우고 산에 들어가서 혼자 사는 게 꿈입니다.”

    “그건 별로 실현 어려운 소원 같진 않은데. 왜 안 그러세요?”

    “해봤는데 도저히 사람 할 짓이 못 됐으니까.”

    “해봤다고요?”

    “도사라면 산에서 혼자 틀어박혀 지내는 인상이 있는데, 그거 말도 안 되는 걸 직접 해봐서 알게 됐습니다. 혼자 농사짓기는 힘드니 마을에서 식량을 수급받아야지, 수련하려면 비싼 약재도 따로 사와야지······,

    포박자에서도 세속을 끊고 은둔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니까 하지 말라고 경고하더군요. 그러다 오히려 병 걸린다나. 신선이 되어서야 진정으로 속세와의 연을 끊고 혼자 사는 게 가능하겠지요. 그걸 위해서라도 얼른 신선이 되면 좋을 텐데.”

    오은림은 마지막 말이 농담인 줄 알았지만, 허풍개로서는 농담이 아니었다.

    깡패 노릇은 수치스럽고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는 건 지긋지긋하다. 정말 옛이야기에 나오는 도사들처럼 산에서 혼자 틀어박혀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면 정말로 평온이 찾아올 텐데.

    허풍개가 물었다.

    “금분세수 보증인 필요합니까?”

    “어, 필요하겠죠?”

    “보증인, 저로 달아놔도 됩니다.”

    “죄송한데 지금 돈을 못 드려요. 개인재산 그거 제가 먹고 살아야 할 돈인데, 절세고수씩이나 되는 분에게 대가를 드리기는 부담되는데요.”

    “직접 얼굴 비치진 않을 거니까 돈 안 줘도 돼요. 보증인으로 제 별호랑 이름만 달아놔요. 그것도 도움은 될 테니까.”

    “그래주신다면야, 감사히······.”

    “돈 막 쓰진 말고.”

    “예, 그럴게요.”

    “이미 평생 쓸 돈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잡일이라도 찾아서 해요. 벌지 않고 쓰기만 하다보면 노후자금 바닥나는 거 순식간이야. 젊은 무림인들은 금전 감각이 없어서 돈을 못 벌게 된 후에도 막 쓰는 게······”

    “뭐래. 아까부터 늙은이같이······.”

    오은림이 웃었다.

    “아무튼, 정말 고마워요. 마지막까지 신세만 지네요.”

    그리 말하더니 오은림은 깊이 허리 숙여 절했다. 그러고는 떠나갔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이풍이 허풍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돈이랑 내력 못 받아서 아까워?”

    “아냐.”

    “그럼 왜 그리 울적해 보여?”

    허풍개는 대답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왜 울적해보이냐니? 그야 당연히 지금 우울하니까 그렇지.

    얼마 전에 월녀가 했던 제안이 떠올랐다.

    월녀 하아린. 그녀는 백이십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십 대처럼 젊어 보인다. 그것은 그녀의 온몸에 흐르는 정순한 기 덕분이다.

    그 기를 내력전수하겠답시고 남 줘버리면 어찌 될 것인가?

    과연 살아 있을 수 있을지나 의문이요, 설령 목숨이 남는다 하더라도 젊은 나이에 절세의 경지에 이른 후로 쭉 간직해온 그 아름다운 외모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쭈글쭈글한 할멈만이 남을 것이었다.

    그녀의 그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허풍개는 머릿속 복잡한 생각을 쫓아내기 위해 차 안에서 호흡을 고르며 명상에 잠겼다.

    사무실에 돌아온 이풍은 두 직원을 모아놓고 선언했다.

    “우리 은퇴한다.”

    박성철이 눈을 크게 떴다.

    “예?”

    “우리 모산파 갈 거야.”

    “어, 바로요?”

    “바로는 못 가지. 여기 사업도 정리하고 저쪽도 투자자 더 모아야 하니까, 늦으면 반 년 뒤에? 물론 퇴직금은 준다. 성철이는 퇴직금 이미 받아봤으니까 나 쪼잔하게 안 구는 거 알지? 그러니까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진 말고.”

    그리 말하면서 이풍은 이도혁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충격을 받거나 당황한 눈치는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나중에 따로 말했다.

    “넌 퇴직금 더 줄게, 인마.”

    이도혁은 멀거니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 둘이 퇴근한 뒤, 이풍은 히죽 웃었다.

    모산파와의 계약은 결국 파투 나지 않았다. 이풍은 그 사실을 몹시 다행스럽게 여겼다.

    “나가기 전에 월녀님께 인사 한번 드려야겠는데요. 언제 그럴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언제 한번 가보지 뭐.”

    “지금 찾아가면 못 뵐걸요? 저번에 가보니까 월녀님 얼굴 보기는커녕 연락도 못 해봤으니까.”

    허풍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번에 가봤다고?”

    “형님 좆될 거 같으니까 월녀님한테 도움 청하려고 그랬죠 뭐.”

    “아니, 누구 맘대로,”

    “지금 와서 욕할 것도 없소. 가보니까 안 계시더라?”

    “없었다니, 왜?”

    “나야 모르죠.”

    *******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저택은 경비가 삼엄하다. 총리대신의 사저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저택 주변의 군인들은 한눈을 팔거나 잡담을 하는 일 없이 제 보초 임무에 충실하다.

    하아린에게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이다. 지금 그녀는 저 안의 총리대신과 그와 어울리는 우익인사들을 암살할 예정임에도 그렇다.

    저택 근처에 괜찮은 찻집이 있었다. 하아린은 창밖이 잘 보이는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문법과 어휘적으로는 완벽한 일본어로 차 한 잔을 주문한다.

    차 한 잔이 그 앞에 놓인다. 그것을 한 모금 마시는 동안, 찻집 저 멀리 놓아둔 검이 제 임무를 시작한다.

    “襲撃だ!”

    허공을 날아간 검은 창을 부수고 저택에 들이닥친다. 검은 목표물들을 확인하고는 칼춤을 추기 시작한다.

    총리 저택의 창에 피가 튄다.

    찻집과 저택 사이의 거리가 꽤 되므로 비명은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여기서도 알 수 있다.

    상단전이 개통된 그녀는 기를 볼 수 있다. 저 스스로 날아간 검은 데라우치는 물론 부수적인 목표물들까지 죄다 베어버렸다.

    하아린은 차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차 맛이 좋았다. 황제 폐하와 마시던 코히만큼 달지는 않지만······.

    춤추는 칼을 피해, 저택에서 사람들이 쏟아져나온다.

    창 너머로 하아린은 나오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핀다. 하아린은 이곳 도쿄에 잠입한 이후로 일본인들을 참 많이도 죽였지만 아무나 죽이지는 않았다.

    그녀는 무차별 학살자가 아니라 왕실을 대표하는 복수자이다. 그 이름을 더럽히지 않아야 한다.

    그걸 신경 쓰느라 선별된 인원만을 죽여도 죽일 사람은 충분히 많다.

    명성황후를 살해하고 조선 병합에 영향을 끼친 겐요샤의 무뢰배들도, 육군해군의 여러 장성이며 그 외에 이름이 알려진 온갖 우익인사들도 위치를 알아낸 족족 참살한 지 오래다. 요새는 누군가를 죽이는 일보다 죽일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이 훨씬 힘들 지경이다.

    가정부, 요리사 등이 뛰쳐나온 것은 내버려둔다.

    총을 허공에 휘둘려대며 악을 쓰는 병사는 베어버리고······.

    경찰도 저택에서 뛰쳐나온다.

    저건 일개 공무원이니 봐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여기 도쿄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조선에서 경찰은 침략의 상징일 뿐인데.

    죽이기는 뭐하지만 내버려 두기도 뭐하다. 적당히 손봐주기로 한다.

    검이 비행한다. 그 속도가 워낙에 빠르므로 경찰은 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삐죽한 칼날은 가죽을 쉽게도 뚫고 그 내용물을 파헤친다.

    손을 찔린 경찰이 꺽꺽대며 신음한다.

    *******

    “억······.”

    *******

    강준만 경위의 손이 붉게 물들었다. 손등을 관통한 사인검이 피를 머금고 번뜩였다.

    “씨발, 씨, 악······”

    강준만 경위가 제 상처를 감싸려고 허우적거리는 가운데, 다른 한 명의 경위는 돕기는커녕 달아나지도 못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순간에 몸과 머리가 한꺼번에 굳었다.

    강준만 경위의 손에서 칼이 빠져나왔다. 칼은 공중에서 회전하여 다른 한 명의 경위를 향해 칼날을 겨누었다.

    날아온 사인검이 그 손마저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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