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반로환동전-5화 (5/103)
  • 제자 이풍 - [3]

    허풍개는 눈을 감은 채,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발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발소리는 작으면서도 빨랐는데, 이로써 한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발소리를 줄이면서 달리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한테 쫓기고 있으리라는 것.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세 남자가 들어왔다.

    과연 추측이 맞았다. 세 남자는 여기까지 도망쳐온 것이 분명했다. 숨소리가 거칠었다.

    그중 한 남자와 허풍개의 시선이 마주쳤다. 남자는 여기에 누가 있을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눈치였다.

    “여기 빈 가게 아닌······”

    허풍개는 천천히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오늘 영업 재개했지요. 환자입니까?”

    눈을 뜨고 세 남자의 꼴을 본 허풍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가 맞네.”

    세 명은 모두 여기저기 얻어맞은 흔적이 역력했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어깨에서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일단 문 닫아요.”

    세 명은 허풍개의 눈치를 살피더니, 혹시 문소리가 들릴까 봐 두려운 양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두 남자는 어깨에서 피 흘리는 남자를 부축해서는 바닥에 조심스레 눕혔다.

    그러고는 허풍개를 노려보며 물었다.

    “너 뭐냐? 여기 왜 있어?”

    허풍개가 대답했다.

    “여기 원장이요.”

    “여기가 어디······”

    “침술원이요.”

    “침술원?”

    “의원 비슷한 곳이라 생각해요. 이 친구 상처 치료해줄 테니까 지갑이나 꺼내고.”

    허풍개는 침통에서 침을 꺼냈다. 그것을 바닥에 누운 남자의 어깨에 꽂자 출혈이 멎었다.

    연달아서 목에도 침 하나를 꽂았다. 남자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축 늘어졌다. 마취된 것이다.

    “어······”

    지켜보던 두 남자가 놀란 가운데, 허풍개는 남자의 어깨 상처를 보았다.

    총알보다 살짝 작은 사입구. 총알 맞은 구멍은 총알보다 작다. 피부의 탄성 때문이다.

    허풍개는 한쪽 눈을 치켜떴다.

    “총 맞았나?”

    사입구 주변에는 검푸른 박탈륜과 총알의 화약 및 그을음이 피부에 묻으면서 생긴 검은 자국 또한 보였다.

    이런 상처를 일제시대에는 지겹게 봤기 때문에 쉽게도 알아볼 수 있었다.

    과연, 집게를 사입구에 넣으니 납탄이 끄집어져 나왔다.

    상처 입은 남자가 신음했고, 다른 두 남자가 으르렁거렸다.

    “어디 가서 씨부리면 디진다.”

    허풍개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방금 자신을 협박한 남자에게 말했다.

    “손목 내밀어봐요.”

    “손목을 왜?”

    “큰 병 있어 보여. 진맥 좀 봅시다.”

    “됐어, 새꺄. 지금 그럴 때냐······”

    “진맥.”

    말씨름할 상황도 아니라 생각한 것일까? 남자는 결국 짜증스럽게나마 손목을 내밀었다.

    허풍개는 그 손목에 손가락을 얹고는, 그대로 낚아채서 꺾어버렸다.

    갑작스레 손목이 꺾인 고통에 비명 지를 정신조차 없었다. 허풍개는 손날로 그 목을 쳤다. 남자는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허풍개는 지금의 공과 점수를 계산했다. 남을 상처 입히는 폭행을 했으니 과 3점, 악인을 계도했으니 공 10점. 총합 7점 플러스다.

    “뭐야!”

    유일하게 정신을 유지한 남자가 기겁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풍개는 진맥 결과를 말해주었다.

    “골절.”

    “뭐하냐고!”

    남자가 주먹을 휘둘렀다. 허풍개는 슬쩍 피하면서 그 머리에 손바닥을 올리고는, 그대로 내리찍었다.

    남자가 비명 지를 터였으므로 그러지 못하게 입부터 닿도록 바닥에 찍어버렸다. 입이 뭉개진 남자는 비명 지르지 못했다. 다만 누런 이빨을 몇 개 흘렸을 뿐이다.

    허풍개는 입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의 머리칼을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한테 죽인다느니, 디진다느니 말하지 마라. 화가 나거든.”

    몸을 부들거리는 남자에게 허풍개가 말했다.

    “알아들었어?”

    “니······”

    허풍개는 남자의 얼굴을 바닥에 또 한 번 내리찍었다. 이번에는 코뼈가 부러져서 피가 흘러내렸다.

    “알아들었어?”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풍개는 그제야 물었다.

    “그래서, 뭐 하다 여기 왔냐. 뭘 했길래 짭새들이 총까지 쐈어.”

    남자는 입을 우물거렸다. 그러다 통증 탓에 입을 도로 다물었는데, 허풍개는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서랍에서 손톱깎이를 꺼내어 손톱을 다듬었다. 날카롭게. 그리고 남자의 허벅지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허풍개의 손가락은, 한 마디 전체가 남자의 허벅지에 파고들었다. 그 손가락이 허벅지 안의 살점과 근육을 찢었다.

    “묻잖아.”

    남자가 비명 지르려 했지만 허풍개는 그 목에 침을 꽂아버렸다. 성대가 마비된 그는 소리 지를 수 없었다. 그래서 계속 고통을 줄 수 있었고, 그렇게 했다.

    뚫어낸 허벅지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빼고, 후비고, 넣었다 뺐다.

    이번에도 공과를 계산했다. 악인을 계도했으니 공 10점, 그러나 피를 흘리게 했으니 과 8점. 플러스 2점이다.

    “대답해. 말할 정신 남은 거 안다.”

    허풍개가 침을 뽑으며 말하던 중이었다. 또다시 문이 벌컥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풍이 물었다.

    “뭐해요?”

    소리를 들어 그 접근을 미리 알았으므로 놀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심문.”

    “고문이 아니고?”

    “그게 그거지.”

    “고문을 왜 해요. 또 빵 가고 싶어요? 이 새끼, 짜바리들한테 가서 징징대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흉악범들이니까 상해 좀 입혀도 된다. 짭새가 추궁하면 몸싸움 중에 일어난 트러블이라 하면 되고.”

    “흉악범인 거 어떻게 알아요. 이 새끼들이 불었어요?”

    “총 맞았더라. 짭새가 총 쏠 정도면 잡범이겠냐. 강간이라도 하다 들켰나 보지.”

    그 말을 듣고 이풍은 히죽 웃었다.

    “와, 그럼······ 돈 좀 벌 수 있겠네?”

    이풍이 쓰러진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계속 웃으면서 물었다.

    “친구야. 저축 좀 해놨니? 형아가 얼마 받으면 신고 정신이 덜 투철해질 거 같애?”

    허풍개가 이풍을 째려보며 쏘아붙였다.

    “지랄 말고 신고할 준비나 해라.”

    “예? 돈 안 받을 거예요?”

    “못 받아. 짭새들이 추격전 벌이면서 총까지 쐈으면 아홉 시 뉴스감인데 뭔 수로 숨기냐. 수고가 더 든다. 포상금 받게 신고나 빨리 해.”

    “아니, 아까운데. 나한테 맡겨줘 봐요. 두당 천만 원씩은 뜯어낼 수 있으니까······”

    그때 이가 부러진 남자가 울먹이며 말했다.

    “나, 나, 경찰한테 쫓기는 거 아니······”

    이 와중에도 거짓말을 하다니? 아직 반항할 기력이 남은 듯했으므로 허풍개는 다시 한번 남자의 허벅지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후볐다.

    살과 근육이 파헤쳐지는 고통에 남자의 눈이 까뒤집히던 그때였다.

    또다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 침술원에 또 한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수가 세 명임을 파악한 허풍개는 눈살을 찌푸렸다.

    경찰들일까. 아직 신고를 안 했는데 단순히 잡아두는 것만으로 포상금을 받을 수 있던가?

    문이 열리더니 희열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

    침술원에 들어온 것은 경찰들이 아니었다.

    여기 들어온 것은 또 한 무리의 건달들이었다. 여기 붙잡힌 세 명과 한 패일까?

    새로 들어온 건달이 물었다.

    “니들은 뭐하는 새끼가?”

    허풍개는 한숨 내쉬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애써 대답했다.

    “여기 원장.”

    “원장? 모르겠고, 비키라.”

    여기 세 명을 데려가려는 모양이었다.

    허풍개는 꺼지라고 말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기로 했다.

    건달이 잔뜩 내리깐 목소리로 윽박질렀다.

    “비키라고. 분위기 파악 안 되나?”

    또 손봐줘야 할까.

    이 모든 것이 허풍개로서는 그저 짜증스럽기 그지없다. 오 년 전이면 상상도 못 할 일 아닌가. 당시에는 무림인들은 물론 근처 양아치들도 이곳 침술원의 주인에게 알아서들 기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가르침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싫고도 귀찮은 일이지만 그래야만 앞으로의 영업이 수월할 것이다.

    “비키라고!”

    소리 지르며 주먹을 높이 든 남자에게, 허풍개는 그 심장 부근을 손가락으로 찔러줌으로써 교훈을 주었다. 환자들 앞에서 소리 지르면 안 된다는 교훈이었다.

    남자는 격렬한 고통을 느끼며 뒤로 나자빠졌고, 다른 세 명이 기겁하여 눈을 부릅떴다.

    연달아서 두 명을 제압했다. 무릎을 툭 하고 걷어차서 한놈의 다리를 뒤틀어버리고, 다른 한 명의 손가락을 금나수(擒拿手)로 옭아매서는 죄다 꺾어버렸다. 둘이 거의 동시에 쓰러져서 끙끙거렸다.

    순식간에 한 명만 남았다.

    마지막 남은 건달은 뒷걸음질쳤다. 그러면서 눈을 부릅뜬 채로 물어왔다.

    “니 뭐 하는 새끼가?”

    허풍개가 대답하지 않자 건달이 버럭 소리질렀다.

    “니 뭐 하는 새끼냐고!”

    허풍개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원장이라 소개한 마당 아닌가.

    그리고 건달은 이를 악물더니, 허리에 찬 파우치에 손을 집어넣었다.

    “대답하기 싫음······”

    허풍개는 느긋하게 건달이 무언가를 꺼내도록 기다렸다.

    나이프라도 꺼내려나? 그렇다면 감히 자신 앞에서 날붙이를 들이밀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줄 수 있으리라.

    그러나 건달이 꺼낸 것은 나이프가 아니었다.

    “······콱 디지라.”

    권총이었다. 맙소사.

    허풍개는 오랜만에 놀랐지만 무표정을 유지한 채 생각했다. 이게 말이 되나?

    고작 양아치 품에서 권총이 나오다니, 너무 비현실적인 일이어서 예상할 수가 없었다.

    뭐, 그래도 고작 권총 앞에서 쫄 것은 없다. 이럴 때는 탄지공이 제격이다. 몰래 BB탄을 던져 손목을 맞혀버리면······.

    젠장.

    은근슬쩍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새벽에 옷을 갈아입고서 BB탄을 주머니에 채워두길 깜빡했다.

    오 년 전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까진 환복시 BB탄을 호주머니에 넣어두는 루틴을 수십 년간 빼먹은 적이 없었는데. 오 년 동안 주머니 없는 죄수복만 입다 보니 그 중요한 루틴이 몸에서 떠나가 버렸다.

    아니, 아니다. 다 변명이다. 결국에는 이쪽의 잘못이다.

    하여간 감옥에서 너무 오래 썩은 모양이다. 투옥되기 전 무적비비탄이라면 뭔가 의심스럽기만 해도 일단 무력화시키고 봤을 텐데. 저딴 잡놈이 자신을 어쩌겠느냐 생각하여 멀거니 있다가 기어이 권총을 꺼내 드는 꼴을 두 눈 뜨고 지켜보고 말았다. 이런 망신이 다 있나.

    “이런 씨발······”

    이풍은 놀라서 몸이 굳었다. 도움을 바랄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해결해야 할 텐데, 어째야 하나. 놈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피해야 하나?

    총알을 피하는 건 비교적 쉽다. 방아쇠에 건 손가락을 잘 보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몸을 던지면 되니까.

    하지만 지금 옆에는 이풍이 있고 뒤에는 환자들이 있다. 총알을 피했다가는 저들 중 하나가 맞을 텐데, 허풍개로서는 이풍은 물론 건달들이 죽는 것마저 내버려 둘 수가 없다.

    이거 안 좋은데.

    허풍개는 심호흡을 시작한다.

    예상 밖의 상황이지만, 결코 흥분해선 안 된다. 흥분은 몸을 둔하게 만들 뿐이다. 호흡을 골라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안정시켜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그래, 감옥에서 오 년이나 썩긴 했지만 백 년 동안의 수련은 어디 가지 않았다.

    코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자 총명함이 돌아온다. 적절한 긴장감, 집중력은 잘 갈아둔 칼날처럼 날이 선다.

    여기까지 일 초.

    마침내 놈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허풍개는, 수십 년 전에 딱 한 번 해본 일을 재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손바닥을 휘둘렀다.

    그리고 총성이 울린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마술처럼, 총알은 사라졌다.

    어안이 벙벙하여 눈을 크게 뜬 건달에게 이풍이 달려들었다.

    “미친 새꺄!”

    이풍의 주먹이 그 턱을 강타했다. 이풍도 나름 수십 년간 단련해온 놈이다.

    쓰러진 건달을 이풍이 몇 번이고 짓밟더니, 걱정스럽게 허풍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형님, 괜찮아요?”

    허풍개는 대답 대신 오므렸던 손바닥을 펴 보였다. 이풍의 시선이 거기 꽂혔다.

    이풍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물어왔다.

    “와·····, 지금, 총알 잡은 거요? 맨손으로?”

    허풍개는 천천히 쓰러진 건달에게 다가가 그 맥을 짚으며 대답했다.

    “어.”

    “아니, 옛날에 물었을 땐 그런 짓 못 한다면서?”

    “나 빵 들어가기 전에 영약 비싼 거 먹었다.”

    “박 회장이 준 그거요? 빌 게이츠랑 입찰 경쟁해다가 따준 거랬나?”

    “빌 게이츠가 맨날 다 처먹기는 미안하니까 양보해준 거지. 아무튼 그거 빵에서 소화 시키면서 오 년 내내 수련했는데 덕 좀 봤나 보다.”

    이풍은 허, 하고 입을 벌렸다. 그가 알기로 허풍개는 몸이 단단해지는 종류의 외공(外功)을 수련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방금 총알을 잡아낸 것은, 그야말로 기량과 반사신경만으로 이루어낸 조화였던 셈이다.

    “와, 쥑이네. 그럼 이제 진짜 절세고수라 부를 수 있게 된 거 아니요? 지금까진 진짜 절세고수는 아니었잖아.”

    “지금 그게 중요하냐.”

    “중요하지! 또 그럴 수 있어요? 총 생긴 김에 바로 영상 찍읍시다! 또 총알 잡는 거 찍어서 무림맹에 보내는 거야. 그럼 바로 절세고수인 거 증명되는 거 아냐?”

    “이 짓거리 또 하라고? 못 그래.”

    “아, 손바닥에 피나네. 안 아파요?”

    “아파. 까졌나 봐.”

    이풍은 허풍개의 손바닥을 펴보더니 혀를 찼다.

    “별로 안 까졌네. 이 정도는 참아요. 그냥 방금 그거 재현해서 영상 한 번 찍지?”

    “지랄. 이번엔 손바닥이 까져서 다행이지, 손가락 껍질 벗겨지면 큰일 나는 거야.”

    위기를 넘겨놓고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는 것은 긴장 완화를 위함이었다.

    아직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방금 그 권총이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고작 권총 따위에 겁먹기에는 겪은 일이 많다.

    일제 강점기, 지금보다 훨씬 하수일 적에는 기관총을 갈겨대는 야쿠자들과도 싸워봤고, 오 년 전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를 전멸시킨 적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 놀람이 가시지 않는 것은, 방금 그 상황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너무 말이 안 돼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기 때문이다.

    총이라니? 한국에서, 이딴 양아치가?

    쓰러진 건달의 손에서 권총을 뺏어들던 차였다.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방금 그거······”

    침술원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그 너머에서 믿을 수 없는 걸 본다는 듯, 두 눈동자가 떨리는 이도혁이 보였다.

    왜 저리 놀라는 걸까. 서열이 뒤집힌 것 같은 대화를 들어서? 아니, 둘이서 작게 대화했으니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방금 일어난 일을 보아서?

    그게 맞는 모양이었다. 그 눈길이 피 묻은 총알에 박힌 채 떠나질 않는 걸 보니.

    물론 저 청년이 놀라건 말건, 지금 허풍개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허풍개는 쓰러진 건달과 그 권총을 번갈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 버러지는 대체 이걸 어디서 구했단 말인가?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