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9/49)
  • “링크 열어요. 아니면 가이딩 하지 말까요?”

    “…아니요.”

    그제야 내 손을 도와 옷을 벗어 나가던 한태화가 불안한 얼굴로 나를 힐끔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동정남을 꼬셔내는 것 같은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그가 링크를 열어주길 기다리며 젖은 입술을 혀로 핥아 올렸다.

    “…….”

    잠시 움직임을 멈춘 한태화는 말없이 그런 나를 바라보다 문득 인상을 썼다.

    “너무 야해요, 요한. 다른 새끼들한테도 이랬어요?”

    “…이랬으면, 어쩌게요?”

    “…….”

    차마 욕을 하지는 못하고 분한 듯 제 입술만 괴롭히던 한태화는 금세 달려들어 입을 맞췄다. 곧장 입술을 타고 들어온 혀는 그새 나한테서 배웠는지 혀뿌리 부분을 느릿하게 문지르며 혀 전체로 얽어왔고, 그 탓에 넘어온 타액을 삼키며 무심히 생각했다.

    달아.

    이 남자는 생긴 것부터가 그러더니, 타액마저도 달고 지랄이다. 하얗고 매끈하던 뺨이 붉게 달아올라 평소보다도 훨씬 더 예뻐 보였고, 파르르 파르르 떨어대는 속눈썹은 가련하고, 문질러오는 혀는 애절했다. 붉게 변한 눈가를 살피며 놈의 혀에 혀끝을 마주 대고 움직이자 한태화로부터 넘어온 타액이 입안에 넓게 발렸다.

    왜 달지?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키스를 멈추지 않은 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한태화의 브리프에 손가락을 걸었다.

    아, 진짜, 씨발. 별것도 아닌 걸로 사람 정신을 빼놓네.

    오랜만에 아슬아슬한 이성을 느끼며 속으로 내내 욕을 뱉었다. 생긴 것만 봐서는 열댓 트럭의 사람들이랑 놀아났을 것 같은 남자의 어설픈 키스에 몸이 달아오르다니. 어쩐지 머릿속에서 붉은 경고등이 깜박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남은 한태화의 브리프를 벗겨내자 퉁- 하고 거대하게 발기한 성기가 튕겨 나왔다.

    안녕, 콜라병. 오랜만이다. 근데 지금은 맥주병만 해졌구나. 뭘 먹고 그렇게 쑥쑥 컸니. 그 크기를 보니 순간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다.

    “한태화씨.”

    “네, 읏, 네, 요한, 아-!”

    “가이딩 시작할게요.”

    “읏, 네-. 좋아요, 좋, 아-.”

    헐떡이며 말을 이어나가던 한태화가 제 입술을 짓씹으며 신음을 삼켰다. 내가 그대로 몸을 내려 놈의 거대한 성기를 입으로 물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해있던 성기가 바르르 떨리며 툭툭 힘줄이 불거졌다.

    생전 써본 적이 없는 듯 하얀 데다 끝이 짙은 분홍빛인 성기는 제 주인을 닮아 쓸데없이 예뻤다. 귀두 부분을 한입에 삼킨 채 혀를 구르다 조금 더 깊게 빨아들이자 한태화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고 허리를 덜덜 떨었다. 그 힘이 들어간 손길에 당장에라도 허리 짓을 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는 게 느껴졌다.

    잘하고 있다는 의미로 성난 근육이 길게 선 허벅지 부근을 손으로 쓸어주며 조금씩 머리를 움직여 더 깊이 물어가자 링크된 한태화의 세상으로 정신이 쑥하고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눈앞으로 망가진 한태화의 세상이 나타났다. 갈색으로 시든 꽃밭이 펼쳐진 세상 위로 온통 깨지고 어긋나 거미줄 같은 금들로 점철된 하늘이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웠다.

    지난번, 처음 한태화에게 가이딩을 해주었을 때보다 더 처참한 광경에 잠시 넋이 나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자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그런 나를 위로하듯 살랑거렸다. 이 세상이, 한태화의 세계가 이전과는 달리 나를 반기며 내 감정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 요한, 나, 못 참, 음-.”

    “우-읍!”

    가이딩 때문에 가만히 물고만 있자 허리에 힘을 주며 버티던 한태화가 결국 조금씩 허리 짓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까맣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쉼 없이 나를 살피며 짧게 성기를 잡아 뺐다가 조금씩 더 깊게 삽입해 오는 놈 때문에 입안이 가득 차며 목젖이 찔렸다. 그러자 헛구역질이 올라오며 목 안쪽 깊은 곳이 성기에 쓸려 화끈거렸다. 이건 좀, 버거운데. 가이딩을 하기 힘들 정도로.

    “욱, 으- 흐읍-.”

    “요한, 입안, 뜨거워요. 부드럽고, 좆이 다 녹을 것, 읏, 같아요, 아!”

    거대하게 부푼 성기가 아플 만큼 목젖을 짓누르며 목구멍 안으로 들어와 안쪽의 여린 살에 비벼졌다. 미친, 이라는 말을 내뱉고 싶을 만큼 최대치로 발기한 성기 탓에 턱은 빠질 것처럼 아프고, 목구멍도 따끔거렸다. 다행히 한태화가 오래 참지 못하고 사정하긴 했지만 목구멍 끝에서 사정해버린 탓에 놈의 정액을 삼켜야 했다는 게 문제였다.

    그러니까, 이게 왜 다냐고!?

    꼭 설탕으로 정교하게 만든 설탕 인형 같았다. 성기를 삼켰을 때부터 그러더니, 한태화는 온몸이 뽀얗고 희며, 전부가 달았다. 그에 일단 가이딩을 멈춘 채 한태화의 성기를 뱉으며 잘게 기침을 토해내다 입안에 남은 정액을 혀로 쓸어 확인했다.

    비릿한 쓴맛 속에서 달달함을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자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한태화가 몸을 숙여 또다시 입을 맞췄다. 놈의 힘에 밀려 벽까지 밀려났다가 숨을 쉬기가 벅차 어깨를 밀어내니 멍한 얼굴의 한태화가 다행히 순순히 밀려났다. 그러더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벌어진 내 다리 사이를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요한 것도 빨고 싶어요.”

    “…다음에요.”

    “다음? 다음, 언제요?”

    “일단 가이딩 먼저 끝내고.”

    “…가이딩? 나요? 아니면 다른 새끼?”

    순간 멍하던 한태화의 얼굴 위로 살기가 피어오르며 섬뜩하게 가라앉은 시선이 올곧게 나를 직시해왔다. 여전히 놈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듯 말뜻을 파악하는 게 느렸다. 독심술을 하나 싶게 눈치 빠르던 한태화답지 않았다. 대답할 가치도 못 느꼈고.

    “한태화씨.”

    “네, 요한.”

    “남자랑 자본적 있어요?”

    “…아뇨.”

    그럴 줄 알았다. 남자든 여자든 그냥 다 처음일 게 뻔했다.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서툴 수가 없다.

    “저는 그러니까….”

    “한태화씨? 우리 솔직해집시다. 아예 처음이죠?”

    뭐라 변명을 해보려는지 당황한 얼굴로 말을 이어가려던 것을 자르며 묻자 입술을 오물거리며 할 말을 찾아 머리를 굴리던 놈이 결국 시선을 내린 채 얌전히 대답했다.

    “……네.”

    “남자랑 하는 방법은 당연히 모를 테고.”

    결국 우울한 낯빛을 해 보인 한태화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움직임을 멈췄다. 성기는 성기대로 키우고, 새하얀 나신은 그대로 내보인 채 그러고 있는 것이 조금 웃겼지만, 나야말로 좀 문제가 있었다. 어쩐지… 정신이 멀쩡하지도 않은 사람의 뒤를 처음으로 뚫는다고 생각하니 영 마음이 불편한 것이, 양심에 찔렸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심각하게 나답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요한 마음대로 해요.”

    “…네?”

    이번에야말로 얼이 빠졌다. 뭐라고?

    “요한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해요. 대신, 다른 새끼 가이딩만 하지 말아요. 절대, 다른 사람 가이딩은 안 하겠다고, 그것만 약속해주면 돼요.”

    “…….”

    얘가 지금 무슨 소릴… 이성이 나가서 헛소리를 하는 건가? 그런 마음에 한태화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그 시선에 슬쩍 성기를 세우면서도 한태화는 여전히 진지한 얼굴이었다. 나름 진심이란 소린데….

    “…미치겠네, 진짜.”

    “요한-.”

    “…한태화씨… 일단 우리 침대로 갑시다.”

    #20

    “…….”

    “…그리고 잠깐만 기다려 봐요. 나 좀 씻고 금방 나올 테니까.”

    “…네?”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드는 놈에게 다가가 그의 뺨을 감싸 쥔 채 진지하게 물었다.

    “폭주 중인 거는 아는데…. 잠깐은 참을 수 있죠?”

    “…예. 요한이 참으라는데 참아야죠.”

    배시시 웃어 보이는 놈의 말간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 주저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평소랑 달리 저리 순하게 구니 묘하게 마음이 약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대라지. 서른 가까이 지켜왔던 신념이 그렇게 한순간에 어그러졌다.

    저 다디단 몸을 가진 남자 때문에.

    ***

    씻고 나와 침대로 다가가자 먹이 앞에서 ‘기다려’ 중인 강아지처럼 끙끙거리고 있던 한태화가 환하게 웃었다. 어째 그 뒤로 꼬리가 보이는 것이, 아까 다른 가이드의 가이딩을 거부할 때와는 천지 차이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왜 하필 나일까. 저놈은.

    “한태화씨.”

    “네, 요한.”

    “일단… 가이딩 먼저 마저 끝냅시다.”

    “네.”

    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 역시 지금까지 가이딩을 거부해 왔다는 소문과는 너무나도 다른 태도였다. 하는 수 없이 몸을 움직여 침대 위로 올라가 녀석의 어깨를 밀어 침대로 뉘었다.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억지 미소를 짓고 있던 한태화는 믿음이 깃든 굳건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정말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다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여서 입안이 좀 말랐다. 한 번도 가져 본 적 없는 마음이라서.

    이거 좀―, 진짜 위험한 거 같은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건 없는 믿음이나 마음, 뭐 이런 건 내 가장 약한 부분이었다. 뭐 하나 가져본 적 없이 외롭게 홀로 자란 사람에겐 특히.

    “한태화씨.”

    “네, 요한.”

    “다 좋은데… 너무 날뛰지만 마요.”

    “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몸을 타고 올라가 발기한 성기를 붙잡고 그대로 허리를 내렸다.

    “요, 요, 요한?”

    “아윽, 씨발, 뭘 또 이렇게까지 크게 키워놨, 아, 씹!”

    샤워하는 내내 손가락을 넣어 풀어놨던 아래가 빠듯하게 맞물리며 한계치까지 늘어났지만 귀두 부분조차 제대로 품질 못했다. 바들바들 몸을 떨며 한태화의 복근 위로 손을 올린 채 식은땀을 흘렸다.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들었다. 무엇보다 너무 아파서 자꾸 숨이 턱턱 차올랐다. 지금이라도 그만둘까.

    “요한, 잠, 잠깐만, 읏, 너무 조여서, 아, 아파요.”

    “닥쳐요. 나는 찢어질 것 같은 걸 참고 있는데, 고작 조이는 것 정도로 무슨, 윽!”

    “요한, 아, 나-.”

    당장에라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길게 심호흡을 하다 눈을 한번 감았다 떴다. 이까짓 거! 마음을 단단히 먹은 후, 이를 악물고 다리에 힘을 뺀 채 허리를 내렸다. 그러자 입구를 찢을 듯 헤친 성기가 내벽을 짓이기며 안으로 길게 침범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무 아프잖아!

    “아으윽-, 아, 아파, 이거… 생각보다 훨씬… 아윽.”

    “요한, 잠, 아-.”

    “으, 으읏!”

    다시 한번, 그리고 또 한 번 더, 계속해서 허리를 내리는데도 거대한 성기는 끝없이 밀려들어오며 닿는 모든 부분에 화끈한 통증을 남겼다. 근데 대체 왜 끝이 안 나냐고! 뭐가 얼마나 길어서!

    순간 화가 나 그대로 손과 다리에서 힘을 풀어버리자 놈의 몸 위로 몸이 쿵 하고 떨어졌다.

    “악! 씨발!”

    “윽, 아- 요. 요한! 괜찮아요? 방금… 아, 가이딩-.”

    쪼개졌어! 이 정도면 내 몸이 둘로 쪼개졌을 거라고! 온몸을 관통하는 고통에 정신이 흐려지자 두 개의 기운이 일렁이며 한태화의 정신세계로 링크가 이루어졌다. 마치 그 세계로 빨려들어 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뜨자 코앞에 잔뜩 금이 간 투명한 벽이 있었다. 링크와 동시에 순식간에 바로 근원에 닿았다. 이래서 가이드에게 섹스가 마지막 가이딩 수단인 것이다.

    잠시 숨을 돌릴 겸 심호흡을 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금이 간 날개를 한 나비가 주변을 날아다녔다. 손을 뻗자 이전과는 달리 피하는 기색이 없는 나비는 손끝 위로 내려앉았다. 그 모습이 시선을 빼앗을 만큼 무척 예뻤지만, 그 나비에게서 뜨거운 열기 역시 느껴지고 있었다. 잠시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다 금이 간 표면으로 손을 옮기니 나비가 벽으로 내려앉으며 녹아들 듯 투명한 벽과 동화되었다.

    차라리 빨리하고 끝내버려야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섹스에 그렇게 마음먹고 나비 모양만이 남은 금이 간 벽 위로 손을 댔다. 천천히 힘을 개방하자 순간 느릿하게 벽이 돌아가며 손이 닿은 부분의 금들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핏빛으로 물들어 있던 하늘이 발아래로 왔다가 다시 갈색의 땅이 발아래로 오는 기묘한 광경을 살피며 좀 더 세게 힘을 풀자 가이딩률이 좋아지긴 했는지 속도가 붙은 놈의 세상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 요한….”

    “조금만 더, 하면, 씨발, 뭐 이렇게 넓어서, 아윽, 읏, 자, 잠깐만, 움직이지, 윽!”

    “요한… 너무 좋아요. 안이 너무, 뜨거워… 아, 좆뿐만이 아니라 몸이 다, 아, 녹을 것 같아요. 뜨겁고, 부드러워요.”

    어느새 상체를 일으킨 한태화가 내 몸을 끌어안고 방법도 모른 채 조금씩 허리를 들썩거렸다. 놈이 움직일 때마다 잘게 짓찧어지는 안을 느끼며 잔뜩 인상을 썼다. 이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이 동정새끼야! 아니, 씨발, 가이딩해야 할 부분은 뭐 이따위로 넓어선! 아, 씨발 진짜!

    “요한, 아, 요한, 너무 좋아요, 요한.”

    “자, 잠깐, 아, 좀, 멈, 읏!”

    아직 반도 못 끝낸 가이딩에 금이 가 있는 세상을 둘러보다 몸을 주저앉혔다.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그렇게 빽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요령 없이 쿵쿵 박히는 성기에 고통스럽게 움찔거리던 몸에선 이미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 있었다.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빨리 가이딩을 끝내고 몸을 물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가이딩 해야 할 곳이 더럽게 넓어서 쉽진 않겠지만.

    “아파, 이, 이 새끼야, 나 아프다고!”

    “아파요, 요한? 그럼, 읏, 어떻게 해요? 응? 어떡해야, 아, 안 아파요?”

    애절한 목소리가 귓가로 파고들더니 잠시 움직임이 멈췄다. 그때를 노려 몸을 일으켜 세운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크게 간 균열들이 조금씩 흐려진 투명해진 세상이 어지러울 만큼 미친 속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한참이나 해야 할 곳이 남아있어 속이 탔고.

    그때, 안을 길게 할퀴며 빠져나간 성기가 그대로 쾅하고 박히며 몸을 울렸다.

    “아악!”

    “요한, 안이, 너무 오물거려서, 내 좆을 씹고, 안 놔주는 것 같아. 이거, 어떻게 해요? 네? 어떻게 박아야 안 아픈데요-.”

    “잠깐만요, 잠깐, 윽, 잠-”

    잠깐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사람 말이 안 들리는지 또다시 안을 할퀴며 빠져나간 성기가 귀두 끝까지 빠져나갔다가 강하게 파고들었다.

    “악! 이, 개새-끼!”

    “요한, 아프지 마요.”

    씨발, 네가 때려 박지만 않아도 안 아프겠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보단 놈을 달래는 게 먼저였다. 길게 심호흡을 하며 또다시 허리를 들썩이려고 드는 한태화의 어깨를 끌어안고 사정사정했다.

    “아, 기다려요, 제발 좀!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허리 좀 가만두라고!”

    “요한… 그치만 좆이 너무 아파요. 터지겠어. 이러다 터지면 어떡해요? 요한이랑 이거 계속 해야 하는데.”

    이 미친놈이! 누가 너랑 계속한대? 눈을 부라리며 한태화를 내려다보다 입술을 깨물며 자세를 다잡았다. 아직도 가이딩을 해야 할 곳이 반절이나 남아있었다. 이제 겨우 폭주로 인한 열이 잡혔을 뿐이니까.

    “한태화씨, 제발 좀 천천히, 살살, 응? 그, 저, 전립선인가 뭔가가 있다는데, 그 부분을 찾으면 금방 좋아진다니까, 그거나 찾아보고 있든가.”

    “…전립선?”

    내 설명에 눈을 동그랗게 뜬 한태화가 순진한 얼굴로 눈을 깜박였다. 그리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심히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 몸을 뒤로 눕혔다. 뭐야, 하며 얌전히 손길을 따라 눕자 진지한 얼굴의 놈이 약하게 허리 짓을 해나갔다. 이런 걸 보면 또 예뻐 보이다가도, 두꺼운 것이 밀려들 땐 발로 까버리고 싶을 만큼 아팠다. 세게 쾅쾅 박아대기만 할 때보다야 훨씬 나았지만.

    어쨌든 다행히 전립선을 찾아보란 말에 보물찾기를 하는 아이처럼 정신이 팔린 한태화를 내버려두고 다시 가이딩에 집중했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빨리 가이딩을 끝내버리고 이 짓도 끝내야 했다. 쉽게 생각하고 덤볐던 것이 후회될 만큼 생각보다 놈과의 섹스는 아프고 힘이 들었다. 어차피 전립선이란 게 그렇게 한방에 딱 찾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고, 이렇게 아프기만 한 상황에서 그걸 찾은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질 리도 없으니 가이딩만 끝나면 그만하자고 해야지.

    그저 시간을 벌 생각에 지껄였던 말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그것에 만족하며 가이딩을 서둘렀다. 느릿하게 안을 파고드는 성기를 느끼며 눈가를 찡긋거린 채 가이딩에 집중하자 멀미가 날 만큼 가이딩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이딩을 간신히 끝내고 잡고 있던 열점을 놓은 순간 벽 안으로 녹아들어 있던 나비가 다시 밖으로 나오더니 포르르 날아올랐다. 그리고 나비를 따라 돌린 시야 안으로 넓게 세상이 펼쳐졌다. 미친놈답게 삭막하고 황폐할 줄 알았던 한태화의 정신세계는 예상외로 아름다웠다. 분홍빛의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로 마치 평온한 천국처럼 색색의 꽃들이 드넓게 펼쳐진 풍경이라니. 너무 아름다워서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며 허리가 튀어 올랐다.

    “읏!”

    뭐, 뭐지? 뭐야?

    너무 놀라 링크마저 끊은 채 한태화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역시나 멍한 표정의 한태화가 깜박깜박 눈을 깜박이며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너 지금 뭐 했니?

    #21

    “아, 순간 좆이 끊어지는 줄 알았어요.”

    “……뭐?”

    “여기구나.”

    감동한 목소리의 한태화가 다시 한번 느릿하게 긴 삽입을 해왔다. 그리고,

    “으으읏-.”

    “아-, 진짜, 너무 좋아요. 요한도 좋아요?”

    뭐가? 뭐가 좋지?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목 뒤로 소름이 잔뜩 돋아 있었다. 아랫배도 묵직했고, 어깨는 제멋대로 튀어 올랐다. 놈이 허리 짓을 할 때마다 발가락이 곱을 만큼 온몸이 찌릿했다.

    “아, 안 좋아요! 아파, 아프다고! 그러니까 이제 그만-.”

    그 순간 이번엔 세게 빠져나간 성기가 그 속도 그대로 들이박혔다.

    “아흣! 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직도 아파요?”

    “그만! 가이딩 다 끝냈으니까, 제발 좀- 아!”

    “좋아요? 아파요?”

    “으!”

    “요한, 좋아요, 아파요?”

    묻지 마, 이 새끼야! 고개를 마구 저으며 그런 말을 내뱉은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일정한 속도로 추삽질을 시작한 아랫도리 사정에 내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게 정신이 나갔다. 이 미친놈은 정말 집요할 만큼 한 곳만을 노렸다. 그리고 나는 많이 억울했다. 찾기 어렵다며!

    “으, 읏!”

    “알려줘요, 요한. 나는 처음이라서 잘 모르니까, 읏, 아, 진짜 좆이 흐물거리면서 녹을 것 같아서, 나는 너무 좋은데, 응, 요한은요? 좋아요? 아파요?”

    성공적으로 가이딩을 끝낸 만큼 제정신을 차렸어야 할 놈은 여전히 이성이 흐려진 눈빛으로 제 성기만을 때려 박으며 고장 난 라디오처럼 같은 말만 지껄여댔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세 번, 일정한 속도로 같은 자리가 박힐 때마다 점점 더 무섭게 치솟는 쾌감에 정신을 차릴 수 없던 나는 그저 한태화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매달린 채 신음만 내뱉었다. 눈 안쪽으로 계속 빛이 터지며 번쩍여 한태화의 얼굴조차 흐릿해 보일 지경이었다.

    “아, 응, 읏, 더.”

    “네? 요한? 방금 뭐랬어요?”

    일정한 속도와 세기로 삽입되는 성기에 내벽이 쓸리고 입구도 화끈거렸지만 아프다기보단 간지럽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쿡쿡 쑤셔올 때마다 아랫배가 조여들 만큼 기분 좋은 지점에 대한 자극도 약했고. 근데 그게 아쉬워서 허리를 뒤틀며 아래를 조이며 보채도 이 동정 놈은 그게 무슨 신호인지도 못 알아먹는 것 같아서 답답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놈은 진짜 기계처럼 섹스를 하고 있었다. 이게 딜도랑 뭐가 다른가 싶게.

    “으, 더 빨리, 좀-.”

    “네?”

    “좋으니까, 더 세게 박으라고!”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왁 지르자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던 놈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길게 눈을 늘어뜨렸다.

    “아, 좋구나.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더 세게 해도 되는 거죠?”

    “이, 씨발, 너!”

    그러나 그 뒷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 아읏! 읏, 잠, 아, 너무-.”

    “요한, 머리에, 누가 약을, 탄 것 같아요, 읏!”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갔다. 무섭게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반응을 하기도 전에 빠져나가는 감각에 도저히 속도를 맞출 수가 없었다. 온몸이 거대한 쇠봉에 꿰뚫린 채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쾌감이 끊이질 않았다. 이러다 정말 백치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

    “요한, 힘 좀 풀어요. 계속 조이고만 있잖아요.”

    잠시 움직임을 멈춘 한태화가 부드럽게 웃으며 제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허리를 휜 채 꼼짝도 못 하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던 놈은 길게 입술을 찢어 웃더니 곧 갈 것처럼 서 있는 성기를 붙잡았다. 또다시 몸이 퍼덕이며 튀어 올랐다.

    “흐읍!”

    “요한, 마지막으로 물어볼게요.”

    “놔, 그거 좀… 놓으-으, 라고.”

    “요한이 예쁘게 대답하면 놔줄게요. 우리 같이 가요.”

    뭐야, 아까 허리 짓도 못하던 병신 새끼는 어디 가고, 눈앞에 있는 이 여우 같은 새끼는 뭐냐고! 배신감이 느껴지는 변화에 눈을 부릅뜨는데, 놈은 연신 생글거리며 예쁘게 웃기 바빴다.

    “제가 99%의 확신이 있는데, 근데 자꾸 요한이 아니라고 하니까 1%가 불안해서 심술이 나잖아요.”

    “너- 너!”

    이 배은망덕한 새끼야! 가이딩도 해줬는데 또 뭘!

    “요한 맞죠? 4호실에서 나한테 가이딩 해준 사람.”

    “…….”

    그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에 입을 다문 채 눈을 굴렀다. 대체 99% 확신했다는 새끼가 왜 이렇게 대답에 집착을 보이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차피 거의 다 까발려진 거, 대답을 못 하는 나 자신도 이상했고.

    “요한. 대답 안 하면 밤새도록 이러고 있을 거예요.”

    “야, 내가 너 이러라고 가이딩 해준 줄 알아? 이게 어디서 협박질이야!”

    뒤로 허리를 물리며 최대한 험악하게 말을 내뱉는데 한태화가 허리를 확 잡아끌었다. 그러자 반쯤 빠져나갔던 성기가 도로 깊숙한 곳을 찌르며 안을 휘저었다.

    “흣-아, 하지 마아-.”

    아냐! 이게 아냐! 강하게 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말이 튀어나왔어야 하는데 비음 섞인 여린 목소리가 튀어나와 마치 투정하는 것처럼 들렸다. 이건 아니지!

    “그렇게 애교 부려도 안 봐줄 거니까 솔직하게 말해 줘요. 이봐요. 이렇게 젖꼭지 세운 것도 그때랑 똑같은데 왜 자꾸 아니라고 해요.”

    깊게 몸을 묻고 있던 한태화가 손을 뻗어 가슴 위를 꾹 눌러왔다. 그에 화들짝 어깨를 떨며 몸을 물리려는데 꽉 물린 접합부에 그저 한번 들썩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게 너무 아팠다.

    “하지, 아으, 하지 말라고오-.”

    “그러니까 요한, 대답해요. 그때랑 똑같은 크기로 키워놓고 왜 자꾸 버텨요.”

    유두 끝을 손끝으로 살살 굴리던 한태화가 꼬집듯 잡고 흔들었다. 그 순간 가슴으로 번진 화끈함을 느끼며 나는 결국 항복했다.

    “그래, 맞다! 맞으면 어쩔래? 내가 그때 너 수면 가스로 정신없을 때 가이딩 했- 흐-아!”

    대답을 다 마치기도 전에 성기를 쥔 손이 크게 흔들리며 세게 잡아와서 하마터면 혀를 깨물 뻔했다. 동시에 다시 시작된 삽입에 몸이 흔들리며 세워진 뒤꿈치가 부드러운 시트 위를 위아래로 긁기 시작했다.

    “앗- 읏!”

    “요한, 읏, 요한일 줄, 알았어요.”

    몰라, 모르겠어. 그저 성기를 잡고 있는 손가락로 입구를 막고 문지르는 게 사정에 방해가 돼서 그것에만 신경이 쓰였다. 점차 숨이 차오르며 뜨거워진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데, 놈은 집요하게 요도구를 헤집으며 안쪽 깊은 곳을 비벼댔다.

    “손, 아, 손 좀-.”

    “네? 요한, 하아, 어떻게요? 어떻게 해줘요?”

    “태화야, 제발-.”

    “요, 요한? 읏!”

    “아!”

    입구를 막은 손 좀 놔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이름을 부르자 움직임을 멈춘 한태화가 부르르 몸을 떨며 순식간에 사정했다.

    “……이, 이 개새끼가!”

    나는 못했다. 한태화가 갑작스레 사정을 하며 쥐고 있던 성기를 더 세게 잡아 입구를 막아버리는 통에 저 개새끼만 혼자 가고, 나는 몸을 뒤척이다 그저 안으로 퍼지는 뜨거운 감각만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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