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월 (97)화 (97/144)

#094

“멍청한 새끼.”

오택은 휘파람을 불며 손에 쥔 지폐를 헤아렸다. 굴러 들어온 놈이 건네준 돈은 48만 원이었다. 애매한 액수다. 자기 딴엔 최대치로 긁어모은 거겠지만…. 어쨌든 그놈 동향 좀 살펴보라며 삼촌이 이따금 던져줬던 돈까지 합치면… 서너 달은 일을 쉬어도 문제없지 싶다.

꿈에 부푼 오택은 싱글벙글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까 허여멀건 놈에겐 그런 어중간한 정보만 주면 어떡하냐고 성질을 부리긴 했지만, 사실 이런 종류의 접선은 다 감으로 하는 것이긴 하다.

수상쩍은 어린놈의 이름은 이세화로, 물론 놈에게서 직접 소개를 들은 건 아니었다. 제법 규모가 큰 함바집을 운영하는 삼촌이, 새로 오는 놈 좀 잘 감시하라며 슬쩍 흘려준 정보였다.

아까 전 이세화가 일러 준 대로 사거리 신호등 부근까지 나오긴 했다만, 그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과연 누구와 접선하려던 것인가, 분위기만 살펴본 다음 돌아가는 즉시 삼촌에게 일러바칠 계획이었다.

“가만 보면 삼촌도 웃긴다니까? 그렇게 힘들고 싫으면나한테 그냥 다 맡기지.”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고 있으면서, 삼촌은 갈수록 골골댔다. 꼭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처럼.

밖을 지키고 서 있는 군인이며 용병들이 수두룩해서, 뭘 하기가 무섭다나? 처음엔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는데, 이젠 아니라고. 높으신 분이 얼른 세화인지 네화인지 후딱 데리고 갔으면 좋겠다며 끙끙 앓았다.

아주 배가 불러서 저러는 거다. 이세화는 시키는 일은 군소리 없이 했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다. 이보다 쉬운 감시 대상이 어디 있다고.

“…어?”

의미 없이 이곳저곳 휙휙 둘러보던 오택은, 저 멀리 보이는 커다란 승합차를 발견하곤 시선을 고정했다. 싸구려 방독면 때문에 시야가 제한적이라 한참 살펴봐야 했으나… 새카만 그 차는 분명 이전에 삼촌을 찾아왔던 사람이 몰고 왔던 것이었다.

“이야. 일이 또 이렇게 풀리네.”

오택은 괜히 목에 뻣뻣하게 힘을 줬다. 순서가 좀 바뀌긴 했다만, 이참에 삼촌 대신 저를 써 보는 건 어떻겠냐고 어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길을 건너기 전까지도 살짝 아리송했는데, 차와 점점 가까워지자 조수석 쪽 문이 아주 작게 열렸다. 역시 저쪽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이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시커먼 아가리 속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과연 이전에 삼촌을 찾아왔던 그 군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그쪽이 여긴 왜 나온 거지?”

“아, 삼촌이 자리 비우면 제가 ‘그 일’ 대신하고 있잖습니까. 이미 대충 아시지 않나?”

오택은 조수석에 털썩 앉으며 방독면부터 벗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까지 쐬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하아, 애초에 대단한 걸 맡기지도 않았고, 큰 기대도 없긴 했지만… 이런 기본적인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

군인이 딱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많이 곤란해진다고. 나도 나지만, 당신들이. 목숨 아깝지도 않아?”

혹시라도 누군가가 이 얘길 들으면, 그의 말마따나 매우 곤란하다는 듯이.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용병들이… 아니, 우리가 계약한 건 그쪽 사장이지 당신이 아닐 텐데.”

“아니, 선생님. 제가 뭐, 사장님이랑 남도 아니고 삼촌과 조카인데. 혈육끼리 서로 도울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렇게 정색을 하십니까?”

꾸짖는 듯한 상대의 말투에 오택 또한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전 이세화가 부탁한 일이 있어서 나온 겁니다.”

이것 좀 보라며, 오택은 투항 선언이라도 하듯 이세화가 맡기고 갔던 남방을 흔들어 보였다.

“…뭐?”

“이세화가 저에게 뭐 좀 부탁해서, 귀찮은 거 무릅쓰고 나온 거라니까요?”

군인이 혀라도 깨물고 싶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마를 짚었다.

“엥? 못 믿으시나? 이거 보세요. 이세화가,”

“입 닥치고 있어! 그 이름 입에 올리지 말고!”

“아니, 선생님 되게 이상하시네. 그럼 이세화를 이세화라고 부르지, 뭐라고….”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우웅, 하고 심상치 않은 진동이 느껴졌다.

“뭐야?”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블라인드처럼 생긴 차단막이 부드럽게 걷히고 있었다. 군인이 모는 차라 그런가 희한하게 생겼군, 그리 여기고 있었는데 뒷좌석에 높으신 분이 계셨던 모양이다.

“누… 누가 있었어요?누굴 모시고 왔길래….”

당황해 옆에 앉은 사람을 쿡쿡 찔러 봤지만, 그는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그저 심호흡하며 벌써부터 말을 고를 준비만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좆됐다는 표정이어서, 오택도 덩달아 목을 움츠렸다.

“아니, 씨발 대체 뭐길래….”

“…제발 입 좀 다물고 있어, 살고 싶으면.”

오택은 완전히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룸미러를 주시하지도 못하고서 침만 꼴깍 삼켰다. 옆 사람이 초조함을 견디지 못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할 때마다 덩달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준장님.”

준장? 오택은 운전석의 군인이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뒤를 바라보았다.소위도 놀라운 계급이긴 하다만, 준장이라니….

“감시를 맡겼던 용병들이 재차 일감을 나눠 주면서 약간의 누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즉시 확인해 보고, 엄히 책임 따지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준장이라고 불렸는데… 뒤에 자리한 사람은 젊은 남자였다. 그는 가죽 시트에 느른하게 기대고선, 눈만 들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준위를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었지만, 남자의 가슴팍에 달린 휘황찬란한 계급장이 말해 주었다. 별 하나짜리, 그준장 맞다고.

오택은 하염없이 쭈그러들었다. 계급이 주는 위압감도 대단했지만… 그보다도 저 얼굴. 아름답다거나, 완벽하다거나… 알고 있는 모든 수식어가 무용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종류의 사람이라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건지 감이 오질 않았다.

“허, 허억!”

순간 잘난 얼굴이 훅 가까워진다 싶더니, 서늘한 무언가가 오택의 이마에 닿았다. 그건… 총이었다. 장난감 같은 게 아니라 진짜 무기.

“히이익! 이런 걸… 아니,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남자는 한쪽 팔로 헤드레스트를 감싸 안고, 다른 쪽 손으론 총을 쥐고서 오택을 빤히 응시했다.

“방금 이세화라고 했나?”

언제 이렇게 가까이 온 거지? 아니… 대체 어느 틈에 총을 꺼낸 거야,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는데….

“그러게. 이거 이세화 옷 맞잖아.”

말투는 가벼웠으나,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에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냉기가 실려 있었다.

“자, 사장님 조카분. 내가 요즘 기분이 많이 안 좋아. 그러니까 피곤하게 굴지 말고, 빨리 끝내자.”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모르는 게 왜 없어.”

남자는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려 대며, 오택이 조금 전 했던 말을 그대로 읊었다.

“이세화 이름도 알고, 이세화 옷가지고 들고 있고, 심지어 이세화한테 부탁도 받았다며.”

“그, 그건… 진짜 별것도 아닌… 아니, 말도 안 되는 거였습니다. 그냥 말 좀 전해 달라고….”

“무슨 말.”

“자긴 2환에 계속 있을 거라고….”

이러다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아서 오택은 배에 힘을 꽉 주며 버텼다. 이 남자 앞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그 자리에서 대갈통이 박살 날 것만 같았다.

“정말 그게 전부입니다, 만날 사람이 누구라고도 안 알려 줬어요. 나가서 보면 알 거라고… 만약 느낌 오는 사람 없으면 그냥 가라고 했어요. 10분만 있어 보고, 아니면 자리 떠도 된다고만….”

“10분…. 장물아비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준장님.”

남자는 흐음, 하며 오택을 돌아보았다. 궁금한 건 전부 확인했으니, 쓸모를 다한 소모품은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러고서 이, 이세화는 송 씨 아지매하고 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오택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자신이 아는 것을 마구잡이로 끄집어냈다. 이러다 진짜로 죽을 것 같았다.

“…누구?”

“송 씨 아지매라고… 우리 식당 직원인데, 오래 일하기도 했고… 또 손맛도 좋아요. 이세화도 송 씨 아지매가 직원들 밥 담당한 날에는 다른 때보다 더 많이 퍼 가기도 했고….”

“…뭐, 그래. 그런데 같이 자리를 떴다니?”

잠시 멀어지는가 싶었던 총구가 도로 이마를 쿡쿡 찔러 댔다. 오택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대상도 목적도 잃은 기도를 올렸다. 씨발, 오늘 살아서 나가면 여태 이세화 덕에 번 돈은 전부 시주하고 헌금하고 기부하고 치워 버리리라.

“그, 글쎄요. 아지매가 물건 좀 들어 달라고 부탁했으니까… 같이 장이라도 보러 간 거 아닌가 싶은데, 으어억!”

엄청난 둔통과 함께 눈꺼풀 뒤로 별이 번쩍였다. 콧등을 타고서 핏줄기가 투둑 떨어졌다.

“연락처 알지? 전화해 봐.”

“누, 누구… 송 씨 아지매요?”

“그래.”

오택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다행스럽게도 오래지 않아 금세 연결이 되었다.

- 오택이 인마, 너 식자재 옮길 거 산더미 같은데 어딨어!

“이, 이모… 나는… 음, 삼촌 심부름 나와서. 이모는… 어, 어디야?”

- 어디긴 어디야, 식당이지. 내일 새벽에 나갈 도시락 준비해야지. 너도 얼른 들어와라.

“그럼 그… 허여멀건 걔는?”

- 총각은 또 왜. 삥이나 뜯으려고?

“내, 내가 언제 그랬어! 하여튼… 걔 좀 바꿔 봐요. 그… 삼촌이 뭐 확인해 보라고 해서….”

- 엥? 그래? 사장님 아까 왔다가 갔는데?그리고 총각 이제없어.

“없어? 이제 없다니? 어디로 갔는데?”

- 아니… 며칠 전에 나한테 그 총각이 혹시 다른 일자리 주선해 줄 수 있냐고 그러잖아. 그래서나 아는 동생 하던 일 총각한테 물려주기로 했거든. 쉽게 말해서 서로 하던 일 바꿔치기 하기로 한 거지.

“뭐라고? 미친, 그걸 이모가 왜 멋대로 정해!”

- 뭐가 멋대로야, 그 총각이 부탁한 일인데. 하여튼 아까 그 얘기 들으니까 느이 삼촌도 사흘 밤낮으로 화장실 못 간 사람처럼 얼굴이 시커멓게 되어서는….

이 씨발. 어떡하지. 오택은 애꿎은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송 씨 아지매와 몇 번 말을 나누는 건 봤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뒤에서 그런 부탁을 했을 줄이야.

- 여보세요? 오택아?

잠자코 듣고 있던 남자가 손을 뻗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여전히 손에 총신이 들려 있어,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자세였다. 저러다 실수로 총을 놓치거나, 삐끗해서 방아쇠라도 당긴다면….

“박 소위, 저녁에 잡힌 일정 전부 취소하고 식당의 송 씨? 그 사람 바로 잡아들여.”

“예, 준장님. 전파 위치 확인해 보니, 송 씨가 식당 안에 있는 건 맞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남자가 기계의 전원을 끄며 공손히 대꾸했다. 흘끗 보니 그의 이마에도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오택은 다시 한번 속으로 기도를 올렸다. 제발, 돈 같은 거 필요 없으니 살려만 주세요.

“지금 2환 격납고에 당장 쓸 만한 헬기가 있던가?”

헬기? 오택은 저도 모르게 불투명한 창문 너머를 힐끔거렸다. 햇빛도 저 몹쓸 것들을 뚫지 못하는 와중인데어떻게 헬기를 띄우겠다고….

운전석의 군인 또한 오택과 같은 생각 중인지, 빠르게 밖을 흘긋거렸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나 여부가 있겠냐는 듯, 분부대로 하겠노라 대꾸하는 군인의 목소리는 더없이 공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남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보다 먼지투성이의 창공으로 헬기를 쏘아 올리는 편이 낫다는 듯이.

“자 그럼… 가는 길에 조카분하고는 마저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하는데.”

“…예? 저, 저는 이제 아는 게 없는데요….”

“그래? 난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예를 들면 이세화 옷과 돈은 어떻게 빼앗았는지.”

“예? 아, 아닙니다…! 옷이야 이세화가 입고 나가 달라고 부탁한 거고,돈은… 돈도 심부름 값이라면서 이세화가 멋대로 준 겁니다. 그나마도 이세화 사정 생각해서 바로 돌려줬고….”

“이세화, 이세화….”

허여멀건 놈의 이름을 가만히 곱씹던 남자는 미소를 띤 채로 오택의 머리채를 붙들었다. 두피를 그대로 뜯어낼 것 같은 거센 악력이었다.

“아악!”

압을 견디지 못해 눈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오택은 억울함에 발만 동동 굴렀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고!

“왜, 왜 이러십니까!”

영문을 알 수 없어 울며 매달리자 남자는 오택을 내려다보며 웃기만 했다.

“누가 멋대로 걔 이름 입에 담으래.”

***

“여, 여기는….”

내일 아침에 쓸 재료를 다듬다 얼결에 끌려온 송 씨가 고쟁이를 추켜 올리며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졌다.

현란하게 비행하던 헬리콥터가 내려선 곳은 조금 전 어린 총각을 데려다주었던 거대한 화물선 위였다. 물론 선주와 사전 합의된 사항은 아닐 게 뻔했고, 그 바람에 갑판에 자리한 기물이 상당수 파손이 되긴 했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송 씨가 보기에도 여기가 아니면 헬기를 세울 마땅한 곳이 없긴 했다.

“그런데… 총각이 그렇게 몸이 안 좋은가요?”

“글쎄요, 총각은 아닙니다만… 예. 선천적인 체질도 그렇고, 지금은 아이까지 가져서 더더욱이요.”

“아이고. 내가 그것도 모르고서…. 임신이라니, 그걸 알았으면 내가 배 타는 자리는 절대로 소개를 안 했을 건데….”

송 씨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손만 꿈지럭거렸다. 다짜고짜 식당으로 쳐들어온 군인들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도 잠시, 그 총각이 사실은 임신 상태였고 아이 아버지 되는 사람이 급히 도움을 구하고 있다기에 쭈뼛쭈뼛 따라나섰다.

방독면을 쓰고 있어 얼굴은 본 적 없었지만, 드러난 목덜미나 손만 보더라도 사연이 뚝뚝 떨어지는 사람이긴 했다. 그런데 사랑의 도피 중이었다니.비록 총각 홀로 도망친 거긴 하지만, 속사정이 그러하다면 그건 사랑의 도피가 맞았다.

“신분 차이가 크게 나는 결혼이라 부담스러웠나 봐요, 그 총각이.”

“…아아,예. 뭐, 그거야 잘 설득하면 될 일인데, 당장 그 사람의 몸이 걱정이라서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급하게 여사님을 모셔 오게 됐습니다.”

“어휴, 여사라니요. 편하게 송 씨라고 부르세요.”

송 씨를 태우고 이곳까지 날아온 이 아름다운 청년은, 무려 준장이라고 했다. 본인이 아들 같았던순한 총각의 법적 보호자라며 온갖 서류에, 산부 수첩, 그래프가 심란하게 요동치는 검사 용지까지 내미는 걸 보니 도저히 거짓이라 여길 수가 없었다.

곁에 선 사장이 총각의 이름이 이세화가 맞다고 거들어 주긴 했지만, 그거야 솔직히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송 씨 또한 왕년엔 4성에서 이름깨나 날리던 사업가였다. 준장씩이나 되는 인사가 직접 임부 보호자로 나서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어지간히 사랑하는 게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리라. 그래서 이 남자를 믿고 헬기에 몸을 실은 거였다.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자신을 기태정, 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화사하게 웃으며 송 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기서 느긋하게 계시다가, 제가 신호를 드리면 그 사람 좀 불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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