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월 (73)화 (73/144)

#070

계속 옆으로만 누워있었더니 볼이 다 얼얼했다. 세화는 짓눌린 뺨을 문지르며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관사로 이동하는 동안 저도 모르게 까무룩 잠들어버렸다. 신물이 날 정도로 욕지기가 일었던 게 거짓말인 듯,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 뜨니 게스트룸의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세화는 보들보들한 실내복 소매만 하염없이 만지작거렸다. 처음 보는 옷이었다. 갈아 입혀준 것도, 여기까지 저를 옮겨준 것도… 아마 기태정이었을 것 같다. 예전에도 섹스 이후 뒤처리는 전부 그가 해주었다고 했으니까, 굳이 부관을 시켰을 것 같진 않았다.

이동하고 환복하는 내내 한 번도 깨지 않았을 정도로 저를 조심스럽게 다루었을 남자를 상상하니, 뱃속이 간질간질해서 견딜 수 없었다.

청사 안 유리 온실 속에서 나눈 키스는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입술만 가볍게 맞물렸다 떼어내는, 이어질 행위를 조금도 암시하지 않는 입맞춤 그 자체였다. 그리곤 기태정에게 기대어, 아니 거의 안겨서 밖으로 나왔다.

결국 보호자 등록은 마무리 짓지 못했다. 기태정이 프로그램을 끄고, 태블릿을 그 자리에 두고 나오는 것까진 봤는데… 이후로 다른 사람에게 별도로 지시를 내린 것 같진 않았다. 필요한 절차라고 했으니 조만간 다시 이 얘길 할 때가 오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날이 오늘은 아닌 건 확실했다. 멋대로 강행할 수 있었는데도, 남자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세화는 헤드에 달린 독서등을 켜고, 처음 왔을 때와 달리 장식장으로 꽉 들어찬 방안을 훑어보았다. 탑처럼 쌓아두었던 물건들을 저 안으로 옮긴 모양이었다. 수납장 몇 개 안에 담길 수준이 아니었는데… 뭐, 알아서 정리했겠거니 했다. 당장 입을 게 없어서 옷이야 그중에서 골라 입긴 했어도, 어차피 다른 물건은 쓸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소파 테이블 위엔… 익숙한 검은색 체크 카드가 반듯하게 놓여있었다. 당시의 일을 떠올린 세화는 주먹으로 침대 시트를 몇 번 내리쳤다. 아까 기태정에게 이 얘기도 할 걸 그랬다. 텅 빈 내지에 덩그러니 끼워진 카드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기분이었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그러니 다시는 그러지 말아 달라고….

한숨을 쉬느라 크게 솟았던 어깨가 한없이 밑으로 내려앉았다. 당시의 먹먹함을 되새김질하느라 잠시 허공으로 시선을 내던지던 세화는, 문득… 기태정이 저 카드를 처음 쥐여줬던 날 자신이 벌였던 어이없는 짓이 생각나, 방금까지 삽질하던 것도 잊고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안에 만 원은 들었을까 걱정하면서 3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그래도 어떻게든 기태정의 신경을 긁어보고 싶어서. 무려 120억이나 들어있는 줄도 모르고. 그것도 큰맘 먹고 산 거였는데, 기태정은 몰랐겠지.

“아…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세화는 입을 턱 막고서 자신의 아랫배를 내려다보았다.

“뭐야…. 이거 혹시 너 때문이야?”

난데없이 튀어버린 사고의 흐름이 당황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배 속의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헛구역질이 가라앉은 거지, 속이 완전히 편해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맹렬한 허기가 몰려들었다. 아니, 배가 고프다기보다… 지금 휙휙 머릿속을 스쳐 가는 음식들을 전부 맛보고 싶었다.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세화는 이런 자신이 낯설기도 하고 어이도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서러운 일을 떠올리다가 갑자기 아이스크림 타령이나 하고 있다니.

“임신하면 감정 변화가 심해진다더니… 진짠가 봐.”

작게 구시렁거리며 다시 몸을 뉘려던 세화는, 일 초도 되지 않아 도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엉덩이에 스프링이라도 달린 것처럼 몸이 폴짝 튀어 올랐다.

“와… 너 진짜 웃긴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괜히 민망해져서, 아직 귀도 없는 태아, 아니 배아에게 툴툴거렸다. 갑자기 좋아하던 꽃 냄새도 못 맡게 하고. 진지한 고민 중이었는데 뜬금없이 배고파서 어쩔 줄 모르게 만들고.

나흘간 물 한 방울 못 마시고 지하 작업장에 갇혀있을 때도 이렇게 뭔가 당기진 않았는데…. 어쨌든 이대로 가만히 누워있을 수만은 없어서 슬리퍼에 발을 끼워 넣던 세화는, 어이없게도 불빛에 비친 자신의 엄지발톱을 바라보다, 지금 먹고 싶은 게 무엇인지 매우 구체적으로 떠올렸다.

체리.

동그랗고 조그만, 붉은색의 그 과일.

예전에 기태정이 수하들 편에 들려 보냈던 디저트 중엔 체리 맛 케이크도 있었다. 겉에 펴 바른 연분홍색 크림도, 시트에 콕콕 박힌 붉은 과육도… 맛없는 구석이라곤 한 군데도 없었다. 과일이 아니라 체리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잠시 망설이던 세화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속으로 손톱만 한 강낭콩에게 계속 핀잔을 주면서.

냉장고 안을 뒤적여본다고 한들 그 안에 체리가 있을 확률은 희박했다. 최 원사 말로는 기태정은 누가 드나드는 걸 싫어해서, 상주하는 가사 도우미도 두지 않는다고 했다. 식사는 주로 밖에서 해결하고, 관사에 있을 땐 부관들이 시간 맞춰 사다 나른다고. 그런 사람이 냉장고 안에 다양한 과일 같은 걸 채워놓았을 리 없는데.

그래도 세화는 도둑고양이 같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안을 살펴보면 뭔가 다른 게 끌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서.

다행스럽게도 복도에 놓인 장식장 아래로 은은한 불빛이 들어와서 부엌으로 향하는 방향이야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는데….

“어?”

부엌 가까이 와서 보니, 자신의 움직임에 센서가 반응한 게 아니라… 안쪽 공간에 불이 켜져 있었다. 빼꼼 고개를 기울이니 조리 공간을 지나 문 없이 거대한 식탁만 놓인 방 같은 게 보였고, 그 뒤쪽으로 작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머뭇거리던 세화는 납작한 자신의 배와 슬리퍼를 번갈아 바라보다, 순교자처럼 빛을 따라 걸어갔다.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내용이 좀 그렇다 보니… 그를 마주할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제멋대로 날뛰었다.

세화는 삐죽 솟은 옆머리를 손바닥으로 꾹꾹 누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저 안에 기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색해 할 것 없다. 안 주무셨네요, 저는 조금 출출해서 내려왔어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이렇게 평범하게 말하면 된다.

무엇보다… 지금은 냉장고를 털어야 했다. 체리가 너무 먹고 싶었다. 아니면 사과나 귤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어쨌든 달고 상큼하고 시원한 무언가를 꼭 입에 넣고야 말겠다는 다짐이, 잠시 밀려왔던 먹먹함과 막막함을 전부 물리쳤다.

생각해보면 이전까지는 과일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못 했다. 그런 걸 사 먹을 돈도 없었고, 있다고 한들 전부 빚 갚는 데 썼을 거다. 그런데 기태정에게 맛있는 걸 몇 번 얻어 먹어봤다고, 이젠 귀한 음식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고 있다.

알게 모르게 그에게서 받은 것들이 언제 이렇게 익숙해지고, 또 당연해졌을까.

흐리멍덩한 노란 빛의 구가 점점 커다랗게 번져갈수록 안에서 확연한 기척이 느껴졌다. 뻥 뚫린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세상과 단절된 것 같은 무채색의 공간이 펼쳐졌다.

바로 보이는 벽면 전체에 특수 제작한 것 같은 와인 셀러와 장식장이 위압적으로 늘어서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꽁지꾼들이 보면 눈이 돌아갈 비싸고 좋은 술들이겠지? 눈길을 주는 것만으로도 취기가 오르는 느낌이었다.

기가 질리는 광경에 절로 시선을 빼앗겼던 세화는, 빠르게 도리질을 치곤 이 요새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을 남자를 찾아 헤맸다.

“뭐해, 너.”

“아….”

기태정은 한쪽에 놓인 바의 구석에 앉아있었다. 그는 갑자기 나타난 세화를 보고서도 놀라지 않고 덤덤히 술잔을 기울였다. 조심했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아무런 소리도 안 냈는데… 이미 제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왜 내려왔어.”

“안 주무셨어요?”

이런…. 얼결에 서로의 말이 겹쳐지는 바람에 잠시 침묵이 고였다. 세화는 머쓱하게 뒷덜미를 긁적이며 기태정이 다시 입을 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몇 초 흘러도 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결국 제가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속은 어떤데?”

“갑자기 배가 고파서….”

…민망하게도 아까 전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세화는 짧게 헛기침을 했고, 기태정은 들고 있던 잔을 단숨에 비워버렸다.

민망한데… 꼭 그만큼 간지러웠다. 아까 저를 안아 옮기고 옷을 갈아입혔을 기태정을 상상했을 때만큼이나. 심장 안쪽을 보이지 않는 깃털이 간질이는 것 같았다.

“배가 고프다고?”

수습이 어려울 정도로 어색한 기류가 흘렀던 것도 잠시, 기태정이 먼저 대수롭지 않게 말을 걸어주었다. 세화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춤주춤 그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걷는 게 왜 그래? 어디 불편한 것 같은데.”

상황을 수습해준 게 고마워서 나름대로 살갑게 굴어보려고 한 건데… 기태정은 엉거주춤 걷는 세화의 꼴을 보고는 미간을 콱 찌푸렸다.

“네? 아, 아니에요. 안 아파요. 진짜로 배나 좀 채울까 하고….”

세화는 어둑어둑한 조명 빛에 붉어졌을 게 뻔한 귓불이 감춰졌기만을 바랐다. 왜 그랬을까.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평소처럼 알아서 기태정이 가까이 오라고 불러줬을 텐데. 괜히 안 하던 짓을 해서….

“음, 여긴 먹을만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냉장고에 사과 있었던 것 같은데….”

“상해서 다 버렸어.”

아…. 세화는 스툴 등받이를 쥐고서 잠시 고민했다. 어떡하지. 5성 지리도 모르는데 이 밤중에 혼자 훌쩍 다녀올 수도 없고. 아니, 이 시간에 체리를 파는 곳이 있긴 한가? 그것부터 문제였다. 게다가 수중엔 돈도 몇 푼 없었다. 들고 온 가방 안에 현금이 있긴 했지만, 5성의 물가는 살인적이라고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체리가 막, 백만 원이 넘을 것 같진 않지만….

“뭐 먹고 싶어서 그러는데.”

“네?”

“오리처럼 입술 쭉 내밀고서 고민하고 있잖아, 너.”

민망해진 세화는 손바닥으로 입가를 꾹꾹 눌렀다.

“자다 깨니까 그냥 입이 심심해서…. 엄청 배고픈 건 아니에요.”

“음, 내일 아침엔 내가 나가봐야 해서 어쩔 수 없고….”

기태정이 손목시계를 두드리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일정을 확인하는 모양이었다.

“최 원사 붙여줄 테니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와.”

“어디 가시는데요?”

큰 의미 없이 물어본 거였다. 나간다고 그러기에 평범하게 대꾸했을 뿐인데… 기태정은 의외의 말이라도 들은 듯 한쪽 눈썹을 크게 치켜떴다. 그 물음의 어디가 그렇게 재밌었던 건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피식 웃기까지 했다.

“나보다 높으신 분들이 갑자기 호출해서. 잠깐 국방부 들려야 해.”

기태정은 준장이었고 위로 네 계단만 올라가면 국가 원수가 나온다고 했다. 그런 그보다 계급이 높은 사람들이라니…. 헤아리기도 아찔해져서 세화는 얼떨떨하게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시구나….”

“왜.”

“네?”

“왜 그런 걸 물어, 최 원사 말고 내가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뭐라고? 세화는 어이가 없어서 잠시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아뇨, 대체 그게 무슨….”

기태정의 말마따나 배 속의 애는 그의 핏줄이 확실한 것 같다. 아기는 뜬금없이 체리가 먹고 싶다고 조르고, 남자는 이렇게 난데없는 소리나 하고 있고…. 어쩌면 둘 다 이렇게 당황스러운 방향으로 생각의 흐름이 튈 수 있지?

“자리 비우신다길래 예의상 여쭤본 거예요, 그냥 평범하게요. 보통 이렇게들 대화하잖아요.”

“그래? 네 표정은 그게 아닌데.”

제가 선 방향으로 스툴을 완전히 돌리며, 기태정이 상체를 슬쩍 기울였다. 혹시 키스라도 하려는 건가 싶어서 뒤로 몇 걸음 물러서려 했는데, 곧장 손목이 붙들렸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 잔뜩 긴장해서 몸을 움츠렸던 게 무색하게도, 손을 꾹 한 번 잡았다가 놓은 게 전부였다.

“최 원사한테 카드 주고 갈 테니까, 이번엔 3천 원짜리 아이스크림 같은 거나 고르지 말고.”

“그땐 제가…, 아! 잠깐만요!”

민망함에 주섬주섬 변명거리를 꺼내려던 세화는 그 얘기를 들으니 번뜩 생각나는 것이 있어 도로 기태정을 붙들었다.

“그 카드 대체 뭐예요? 예전에 주신 검은색 체크 카드요.”

“빨리도 묻는다.”

기태정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픽 웃으면서, 검지를 구부려 세화의 콧등을 톡 두드렸다.

“그거 준장님 명의도 아닌 것 같던데….”

“네 명의 맞고, 안에 든 돈도 전부 네 것 맞아. 정확히는 원래 네 몫이어야 할 돈, 내가 손 사장에게서 다시 받아낸 거야.”

“손 사장이라면… 혹시 하우스 손 사장 말씀하시는 거예요?”

“어. 너한테 38억 달라고 한 적 있잖아, 그 새끼가.”

“그랬… 었죠?”

“내가 네 빚 다 갚으니까 갑자기 그 지랄하는 게 재수 없어서, 대충 세 배 정도 되는 금액 내놓으라고 했어.”

“그… 래요?”

“그 새끼도 조만간 알게 될 거야, 120억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갔는지.”

“…….”

이어질 말을 기다렸으나, 기태정의 설명은 그게 전부였다. 손 사장 하는 짓이 짜증 나서 그가 부른 38억보다 세 배 많은 금액을 털었노라고.

“…그렇구나.”

이 이상 말해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세화는 일단은 알겠다고 답하고 말았다.

일의 흐름이야 대충 알겠는데… 여전히 알쏭달쏭했다. 제 빚이 더 늘어난 게, 기태정의 기분이 상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어차피 그가 갚아준 2억과 별개로 벌어진 일 아닌가? 사장 놈도 대단하신 준장님이 아니라 저를 곤란하게 하려고 그런 꼼수를 떠올린 걸 텐데.

아, 혹시 손 사장이 그 38억도 기태정에게 갚아달라고 했던 걸까? 아하. 그렇다면 남자가 손 사장에게 한 방 먹이고 싶어 했던 게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 120억이 다른 사람도 아닌 세화의 수중에 있다는 얘길 들으면, 사장 놈은 더더욱 분통 터져 하겠지.

그래서 내 계좌에 그 큰돈을 넣어뒀구나….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적어도 돈세탁 같은 걸 목적으로 자신의 명의를 가져다 쓴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래도 자초지종을 듣고 나니 더더욱 저 카드엔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았다. 120억…. 장기를 모조리 꺼내 팔아도 십 분의 일도 갚지 못할 금액이었다.

계약서도, 차용증도, 장부도 없는 눈먼 돈은 함부로 줍는 게 아니었다. 하물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 사장의 돈이라니. 슬쩍 봐서 그때 썼던 3천 원도 도로 채워놓아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생각에 잠긴 세화를 일깨우듯, 기태정이 손등을 툭툭 건드렸다. 자연스럽게 얽힌 손가락이 제 손바닥을 느리게 문질렀다. 아니, 간질였다. 순간적으로 숨을 홉 들이킬 정도로… 여러 가지 의미가 느껴지는 접촉이었다.

“대체 뭐가 먹고 싶길래 끝까지 말을 안 해? 수상하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