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월 (54)화 (54/144)

#054

“흐, 아, 주…, 앗!”

예고도 없이 손가락이 뒤를 파고들었다. 그것도 한 번에 두 개나. 기태정은 아이 타이르듯 세화의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야한 물로 범벅이 된 살갗을 가볍게 찰싹이던 그의 손에 점점 힘이 실렸다. 그의 움직임이 예고하는 바를 읽은 세화는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기태정은 이대로 일어서려는 모양이었다. 제 뒷구멍에 손을 처박은 채로.

“준장님…!”

늘 그랬듯 기태정은 세화의 애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몸이 번쩍 들리는 바람에 손가락이 수직으로 내벽을 푹 쑤시고 들어왔다. 그의 허리에 어설프게 다리를 감은 채, 세화는 맥없이 흔들렸다. 걷는 걸음을 따라 손가락이 뒤로 슬쩍 빠졌다가 다시 후벼파길 반복했다. 좆을 넣어줬을 때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달랐다. 부족… 했다. 애매한 자극은 오히려 괴롭기만 할 뿐이었다.

끙끙 앓던 세화는 텅 빈 손을 어찌할 줄 모르고 망설이다, 결국 기태정의 목을 끌어안았다. 뭘 바라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안을 휘젓는 손가락이 그새 하나 더 늘어나서, 지탱할 것이 필요했다. 세화는 남자의 단단한 어깨에 이마를 기댄 채 헐떡이며 숨을 골랐다. 그가 우뚝 멈춰 섰다는 걸 눈치챈 건 조금 후였다.

역시 싫어하는구나. 세화는 주뼛거리며 팔을 풀었다. 얼굴을 처박고선 고개까지 저어가며 울어 댄 탓에 기태정의 목과 어깨는 세화가 흘린 눈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대롱대롱 매달린 자세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정확히는, 기태정은 잘 잡아 주고 있는데 세화가 지레 겁을 먹고 이러는 거였다. 손을 완전히 떼어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그를 제대로 붙들 수도 없고….

“아… 죄, 죄송….”

결국 세화는 애매하게 주먹을 말아쥔 손마저 툭 떨구었다.

“넌 뭐가 그렇게….”

미간을 찌푸리며 뭔가 말할 듯 굴던 기태정은 도로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대신 손의 방향을 틀었다. 엉덩이만 조금 더 잡아 벌리려는 의도였던 것 같은데, 그 바람에 내벽 안에 꽂힌 손가락도 각도가 바뀌어서, 다른 방향으로 쿡쿡 속살을 찔러 대기 시작했다.

“아, 아니, 아…!”

발가락이 쫙 펴졌다 곱아들길 반복했다. 바쁜 속살을 감싼 양말이 꼬물꼬물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기태정이 픽 웃었다.

“여기도 느끼는 곳이었어?”

쿨쩍거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기태정이 움직이는 것도 싫었지만 멈추는 것도 싫었다. 화장실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렇게 저를 번쩍 안아 들고 일어선 거였다. 그러니 지금 그가 걸음 하는 곳이 어디일지는 뻔하지 않은가.

“똑바로 서야지.”

기태정은 기어이 변기 앞에 세화를 세웠다.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그의 손은 투명한 막이라도 덧씌운 것처럼 미끌미끌했다. 자신의 뒤를 쑤셔대고서 이렇게 젖은 걸까. 세화는 잠시 몸부림치는 것도 잊고서 자신의 배를 붙들고 있는 커다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정말로 내 몸은,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해 버린 거지?

“일단 부군이 무슨 뜻인지 알려 주기로 했으니까….”

멍해진 세화를 두고서 기태정은 무심히 시계를 조작했다. 판 위로 홀로그램이 동그랗게 솟아올랐다. 날아간 작은 구체는 크게 퍼져, 화장실 벽면에 네모난 화면을 그렸다. 사전이었다.

“주, 준장, 아…!”

그와 동시에 사전의 검색창이 어지러이 깜빡였다. 흐느낌 속에서 준장이라는 단어를 용케 잡아챈 인공지능은 그 단어가 뜻하는 바를 줄줄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말해봐, 너 궁금한 거.”

“흐, 흐앗!”

단단한 귀두가 이미 녹진하게 풀린 구멍 안을 불쑥 벌리고 들어왔다.

“무슨 뜻인지 모른다며.”

기태정이 마른 골반을 단단히 붙잡았다. 엉덩이가 위로 붕 뜨는 바람에 세화는 절로 깨금발을 들게 됐다. 아니, 이건 엄지발가락이 바닥에 닿기만 한 수준이었다. 허공에 떠서 그의 좆을 받아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화는 상체를 숙인 채 손을 휘적이다, 더듬더듬 샤워부스의 유리 벽을 짚었다. 지문이 다 뭉개질 듯 손가락 끝에 힘을 주며 간신히 버텼다. 뿌연 김이 어리기 시작한 유리의 표면 위로 어지러이 손자국이 남았다.

“뭐 얼마나, 안 했다고, 씨발, 이렇게 조여. 어?”

확실히 평소보다 훨씬 급한 움직임이었다. 보통의 기태정이었다면 훨씬 오래 뒤를 풀어줬을 거다. 물론 세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였다. 게다가 벙커에서 쉬지 않고 세화를 범했던 이후로, 남자는 이젠 어디를 어떻게 건드리면 제가 질질 싸는지 충분히 익힌 상태였다. 그 이후로 처음 하는 섹스였으니 더더욱 진이 빠지게 괴롭히다 겨우 삽입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흐, 흐앗, 앗!”

두어 번에 걸쳐 끊어 박긴 했어도, 기태정의 좆의 크기를 고려하면 이건 단번에 안으로 파고든 거나 다름없었다. 묵직한 살덩이가 좁은 내벽 안을 급히 꾸역꾸역 벌리고 들어올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전부 들어왔다. 숨을 몰아쉬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 양말을 적시고 있는 이 액체가 땀인지 애액인지도 잘 모르겠다.

“아으, 읏….”

골반을 쥐고 있는 기태정의 손은 평소보다 훨씬 더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허릿짓이 계속되자 벽면에 뜬 사전의 검색창이 몇 번 깜빡였다. 스르륵 떠오른 글자는 ‘철썩이다’였다.

아주 많은 양의 액체가 단단한 물체에 마구 부딪치는 소리가 나다, 또는 그런 소리를 내다.

큼지막하게 떠오른 뜻을 눈으로 읽어 내려가던 세화의 목덜미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인공지능은 기태정이 젖은 구멍을 벌리고 퍽퍽 박아 대는 소리를 그렇게 인지한 모양이었다.

“흐으, 읏, 응…!”

그의 추삽질에 맞춰 흔들리던 세화는 잠시 머릿속에서 미뤄두었던 어떤 단어를 간신히 건져 올렸다. 애초에 기태정이 저 사전을 켜게 된 이유도 부군인지 뭔지 하여튼 그 말 때문이었다. 그는 세화가 직접 뜻을 확인하기 전까지 화면을 꺼주지 않을 생각인 게 분명했다.

“부, 부군….”

세화는 자꾸만 터지는 신음을 꾹꾹 삼키고, 낯선 단어를 혀끝에 올렸다. 기태정조차 듣지 못했을 정도로 조그만 목소리였건만, 똑똑한 인공지능은 용케도 알아듣고서 부지런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아.”

이윽고 사전이 꿈틀꿈틀 글자를 토해냈고, 세화는 멍한 눈으로 벽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부군. 남의 남편을 높여 이르는 말.

“…이, 이게….”

아까 내가 기태정에게 뭐라고 했더라. 그러니까 최 원사라는 사람의 말을 빌려서… 세화는 저 남자를 자신의 남편으로 취급했던 거였다.

“준장님, 이건 제가….”

“읽어.”

기태정이 세화의 좆을 떡 반죽 주무르듯 주물럭거리며 속삭였다.

“제가, 정말 몰, 아, 모르고… 서…!”

“읽어 달라니까, 자기야.”

꽉 묶인 아래를 자극하는 압박이 점점 거세졌다. 부군. 세화는 엉엉 울며 사전에 쓰인 뜻과 예문을 읽었다. 남편이라고 말할 때 유독 거세게 안을 퍽퍽 짓찧는 통에 몇 번이나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기태정은 적당히 넘어가 주지 않았다.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종용했다.

“나 안 좋아한다고 악쓰면서 울어 놓고선 남편 자린 꿰차고 싶었어? 어?”

“그런 거, 아니, 아…!”

길고 예쁜 손이 종일 귀두를 묶고 있던 검은 끈을 와르르 풀어 버렸다. 불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순간만 기다렸다는 듯 정액이 세차게 쏟아졌다. 참는다고 참을 수 있는 건 아니었겠지만,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쌓여있던 감각을 털어내자 그 아찔함의 깊이가 평소보다 훨씬 깊었다. 해방이 기꺼웠는지 안 그래도 좁은 육벽은 안을 메운 기태정의 성기에 차지게 달라붙었다. 몸이 멋대로 음란한 율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응, 그만, 그… 준장… 님….”

거듭되는 거절이 듣기 싫었는지 기태정이 니트 밑단을 세화의 입에 물려 버렸다. 유두를 꼬집으면서, 다른 손으론 허리를 안아 세화의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복부에 감긴 손은 일부러인지 배를 좀 더 꾹꾹 누르는 것 같았다. 기태정의 좆 대가리가 얇은 뱃가죽을 뚫을 듯 불룩 튀어 나온 상태였는데, 밖에서 그 부근을 압박해 대니 종류가 다른 두 자극이 엉켜 세화의 속을 진탕 휘젓기 시작했다.

“자기가 아니라 여보라고 불러 줬으면 했어?”

사전은 자기, 여보, 그런 말을 순차적으로 띄워 댔다. 눈이야 감아 버리면 그만이라지만 귓가에 속삭이는 저 남자의 입은 틀어막을 수가 없다.

“으, 흐으….”

기태정의 좆이 한계를 시험하듯 조금 더 속살을 가르며 들어왔고, 복부를 짓누르는 힘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압박감이 심해질수록 곤죽이 되어가는 감각이 세화를 혼란스럽게 했다. 간지럽고, 홧홧하고, 뜨겁고, 좋아 죽을 것 같고 또 싫었다. 계속 반쯤 일어서 있는 성기는 이제 주인에게 통보도 없이 멋대로 정액을 싸질러 댔다. 눌린 내벽이 요동을 칠 때마다 요의 비슷한 게 훅 끼쳐오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우, 우웅, 웃…!”

그러다 더는 참지 못할 것 같은 순간이 왔다. 몸 깊은 곳에 개미 떼가 달라붙은 것처럼 간지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아, 우웃…!”

세화는 니트를 악문 채로 미친 듯이 도리질을 했다. 배를 누르고 있는 기태정의 손을 퍽퍽 내리치면서까지 놔달라고 애원했지만, 애초에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세화의 거센 반항에서 그 또한 뭔가를 직감했는지 이전보다 더욱 달라붙어 자근거렸다. 그리고,

“아, 아아, 앗…!”

결국 요도에서 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쪼르륵. 얄미운 사전은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주절주절 떠들어 댔다.

술기운이 없었더라면 소변이 아니라 정액이 섞인 투명한 물이라는 걸 바로 눈치챘을 텐데, 세화는 지금 그런 걸 하나하나 살펴보고 확인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기태정의 앞에서 실수를 해버렸다. 오직 그 문장만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세화는 붙들고 있는 손의 조금 힘이 풀리자마자 허겁지겁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물을 내리고, 변기 뚜껑을 붙든 채 끅끅 울고 있는데 기태정이 영문 모를 소리를 했다.

“…이건 지금 생각했던 그림이 아닌데.”

“흐… 흐윽….”

“쉬하고 싶대서 화장실 데려왔더니 여기서 분수를 싸면 어떡해.”

우선 손 좀 씻고 다시 생각해보자며 기태정이 몸을 물렸다. 그래봤자 귀두는 여전히 입구에 걸친 채였다. 그가 저를 번쩍 안아 들더니 세면대 앞으로 이동했다. 세화는 멍멍한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엉킨 속눈썹에 맺혀있던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그럼, 그럼… 오줌을 싼 건 아니라는 건가?

옆의 화면엔 아직도 사전이 둥둥 떠 있었고, 이젠 분수가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고 있었다. 압력으로 좁은 구멍을 통하여 물을 위로 세차게 내뿜거나…. 흐린 눈으로 나열된 글자를 읽던 세화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제가 싸지른 게 뭐였든 멀쩡한 것이 아닌 건 매한가지였다.

기태정은 세화가 울적해 하든 말든 꼼꼼하게 손을 씻겨주었다. 수전을 잠그는 것과 동시에 늘어난 니트가 쑥 벗겨지고, 잠시 물러났던 성기가 깊이 안을 쑤시고 들어왔다.

“으응…, 아, 흐읏…!”

세화는 세면대를 붙든 채 다시 상반신을 무너뜨렸다. 물기를 머금은 손이 세화의 좆을 잡고 일정한 속도로 문질러댔다.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이 가장 예민한 부분을 함부로 쓸고 가서, 자지러지며 몸을 뒤틀었다.

말간 정액이 쉬지 않고 울컥울컥 쏟아졌다. 사정감은 계속되고, 한 번 올라온 술기운은 가시질 않고…. 습하고 후덥지근한 공기는 욕실 안, 표면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모조리 촉촉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거울, 샤워부스, 바닥의 타일, 겨우 버티고 서 있는 세화의 마른 몸까지.

아까부터 한계까지 발을 치켜들고 있던 탓에 종아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기태정 또한 세화의 상태를 알아챘는지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물론 세화가 바라던 방식은 아니었다.

한쪽 허벅지를 붙든 채 다리를 접어 올린 그 자세는, 확실히 기태정의 손이 지탱해준 탓에 힘든 건 덜했지만 아까보다 더한 수치를 안겨주었다. 이러고서 핏핏 실금하듯 정액을 쏟아내고 있자니 수캐가 볼일을 보는 것 같았다.

세화는 울음을 삼키며 손끝이 하얗게 질리도록 세면대를 세게 움켜쥐었다. 온갖 체액으로 범벅이 된 아랫도리가 거울 속에서 반질반질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태정의 몸짓을 따라 회음부에 적힌 그의 계급과 이름이 슬쩍 드러났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세화가 선 각도에선 글자가 전부 보이진 않았지만, 샅을 얼룩덜룩 물들인 흔적은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그 또한 같은 곳을 보고 있었는지, 몸을 어루만지던 손가락이 그곳을 향해 나아갔다. 뱀처럼 미끄러진 손길이 은밀한 곳을 빠르게 문질러 댔다.

“아, 흐, 아, 아앗!”

문자 그대로였다. 기태정은 좆을 흔들 때와 거의 비슷한 속도로 회음부 위를 빠르게 비벼대기 시작했다. 생소한 자극에 더는 뱉을 것도 없을 것 같았던 성기가 찍찍 멀건 물을 흘려 댔다. 분명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한계점이라는 게 있을 텐데. 기태정이 벌이는 이상한 짓은 매번 감각의 바로미터를 난폭하게 깨부수고 간다.

“헉…!”

아찔함을 견디느라 꾹 감고 있던 세화의 눈이 번쩍 뜨였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버겁긴 했지만, 방금 크게 찌르고 들어온 움직임은 뭔가… 뭔가, 이상했다. 지금 이 삽입은 깊어도 너무 깊었다. 기태정도 이전과 뭔가 다르다는 걸 느껴졌는지 씨발, 하고 낮게 중얼거렸다.

“주, 준장님….”

그가 뒤적이듯 몇 번 허리를 쳐올리자, 제 속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몸의 한 귀퉁이가 활짝 열렸다. 좁은 길 너머로 빼꼼 드러난 내벽 안의 숨은 공간이 기태정의 자지를 무섭게 먹어 치웠다. 속살이 잘게 경련하는 게 세화에게도 느껴졌다. 자꾸만 그의 좆을 오물오물 물어대는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아….”

어느 순간 기태정의 관자놀이에, 손등에, 시퍼런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깊게 숨을 골랐다. 물을 잔뜩 마셨을 때처럼 헛배가 불러 오는 걸 보니 그도 사정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흐, 아앗!”

분명 사정한 것 같았던 그의 성기는 조금도 위세를 줄이지 않은 채, 아까보다 더 맹렬하게 세화의 안을 찢어발겼다.

“하… 이, 씨발….”

기태정이 세화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중얼거렸다. 세화는 희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기만 했다. 무서웠다. 이러다 심장까지 꿰뚫리면 어떡하지.

“…아, 안… 돼….”

그러다 마침내, 볼기가 단단한 복근에 부드럽게 눌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이전처럼 자세를 취하느라 넣었다 빼며 잠시 부딪혔던 것과는 달랐다. 정말, 저 커다란 게, 끝까지 다 들어왔다는 소리였다.

“이거, 안…, 아, 이러다가 저…, 몸이… 아…!”

기태정은 지금의 이 감각을 익히려는 듯 이를 악문 채로 허릿짓을 이어갔다. 동그랗고 부드러운 살집이 단단한 아랫배에 눌려 푹신하게 찌그러졌다 파르르 흔들리길 반복했다. 그 물기 어린 탄성에 기태정이 감탄하듯 낮은 숨을 흩트렸다.

사전은 이제 ‘철썩’같은 귀여운 단어는 띄우지도 않았다. 퍽, 퍽퍽, 주르륵. 보통 음란한 용도론 쓰이지 않을 부사들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떠올랐다. 좆을 끝까지 끼워 넣은 채로 기태정이 세화의 몸을 빙글 돌렸다. 욕실로 이동할 때 코알라처럼 그에게 답삭 안겼던 것과 비슷한 자세였다.

“아, 그… 만….”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까와는 미묘하게 다른 각도로, 그러나 똑같이 몸 깊은 곳으로 자지가 꿀럭꿀럭 넘어갔다. 배를 맞대자마자 머리채가 붙들렸다. 고개가 퍽 꺾이고 벌어진 입으로 그의 혀가 밀려들었다. 키스라기보다 다른 형태의 섹스에 가까운 난잡한 움직임이었다. 세화는 겨우 물 밖으로 나온 사람처럼 푸하,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기태정은 한 손으로 들쳐 안은 세화의 무게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잘도 좆을 박아 올렸다.

“이게 씨발, 말이 되냐고, 어?”

기태정은 이 말도 안 되는 쾌락의 기원에게 추궁했다. 몸의 주인 또한 영문도 모르는 채로 숨만 할딱일 뿐이었다. 쉼 없이 흘린 눈물로 붉게 짓무른 눈가, 벌어진 입술. 도를 넘어선 자극에 넋을 잃은 세화의 얼굴을 물끄러미 훑어보던 기태정은 다시 깊게 입을 맞췄다. 젖은 살을 빨고 타액을 넘기는 소리는 문란하기 그지없었다. 아래쪽의 삽입을 분산하기라도 하듯 정력적인 키스였다.

“흑, 그, 응, 그… 만….”

또 한 차례 해일처럼 밀려오는 감각에 잠긴 세화가 미미하게 허우적거렸다. 온갖 물로 흠뻑 젖어버린 하얀 양말은 곱아든 발가락의 모양을 그대로 드러냈다. 기태정은 칭찬이라도 하듯 축축한 이마와 뺨에 쪽쪽 뽀뽀를 퍼부어 줬다. 며칠 후엔 정말 임신 테스트기를 써 봐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이 섹스는 씨발, 애가 안 들어서면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싸면 끝내줄게. 속삭이며 귓불을 달래듯 살살 물자, 울음을 삼키느라 이세화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

“거짓, 흐으, 거짓… 말….”

“정말로, 자기야.”

물론 여기서 더 싸는 주체는 기태정이 아닐 것이고, 단순한 사정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마지막이라는 건 진심이었다. 이렇게 깊고 과격한 삽입이 계속되면 이세화의 몸이 버티지 못할 거다. 옅은 색으로 익은 저 좆이 한 번만 더 분수처럼 씹물을 터트리면 정말 끝내 줄 셈이었다.

이젠 저 야한 몸의 안쪽 어디를 어떻게 찍어누르면 되는지 알 것 같았다. 몸을 크게 물렸다가 아래에서 위로 유연한 곡선을 그리면 잘 느끼는 곳은 모조리 찍고 갈 수 있다. 그대로 가장 깊은 곳까지 그대로 내달리면, 장담하는데 이세화는 다섯 번도 견디지 못하고 야한 물을 줄줄 쏟아내게 될 거다.

“금방 끝내 줄게. 응?”

벽면의 홀로그램이 끝, 끝내다, 마지막 같은 단어를 번갈아 가며 띄웠다. 세화는 어룽어룽한 눈으로 한참이나 머뭇거리다, 이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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