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월 (43)화 (43/144)
  • #043

    “그새 벙어리라도 됐어?”

    좆을 품느라 볼록 튀어나온 뱃가죽을 문지르자, 이세화가 슬쩍 고개를 틀었다. 장골을 지나 열이 오른 회음부까지 손을 미끄러트렸다. 여길 손끝으로 짓이기면 달다 못해 이가 썩을 것 같은 신음을 흘리곤 했는데… 더는, 죽어도 좋아하는 티를 내보이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감쳐무는 옆얼굴은 결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자기야.”

    손바닥으로 아래를 내려치자 어깨를 옹송그린다. 아파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느껴서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굴 때마다 자동으로 연상되는 행위가 있어서일 거다. 기태정이 만들어준 습관이었다. 살구색으로 익은 음낭과 회음을 철썩 소리가 나게 두들기면 구멍 안에 고여있던 있던 정액이 접합부를 따라 줄줄 흘러내리던, 그간 나누었던 몇 번의 섹스를 기억해내라는 뜻이었다.

    이세화는 시트라도 움켜쥐고 싶은지 얕게 몸을 뒤척였다. 발가락 끝이 쫙 펴질 정도로 힘을 주며 견디다, 자신의 손목 상태가 말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고는 의미 없는 몸짓을 멈췄다. 손 아래 놓인 허연 살결마다 축축한 땀이 배어나는 걸 보니 많이 아프긴 한 모양이었다.

    “이세화.”

    “…저는,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잡아먹을 것 같았던 입맞춤 끝에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입술이 쌕쌕거리며 벌어졌다. 하얀 윗니가 슬쩍 드러났다 사라진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온몸의 혈관이 벌컥벌컥 일어서는 기분이었다. 아까 전부터 속을 진창으로 끓게 하던 그악스러운 허기가 파도처럼 기태정을 덮쳐왔다.

    “그냥… 나오질 않아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서 되는대로 지껄이던 이세화는 그제야 자신의 말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깨닫고는, 잠시 머뭇거렸다. 정갈한 눈썹 산이 부드럽게 아래로 떨어졌다. 휘어지는 능선은 퍽 애처로워 보였다.

    “그냥 나오질 않았다, 라.”

    이세화의 말을 느리게 곱씹던 기태정은 아래에 처박고 있던 좆을 단번에 빼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끈적하게 엉겨들던 내벽이 잘게 진동했다. 이번엔 확실히 버거웠는지 이세화도 흐앗, 하며 작게 앓는 소리를 흘렸다. 벌어졌던 구멍이 꼭 오므라들며 허전하다는 듯 뻐끔거리고 있었다.

    기태정은 팔을 교차해 거추장스러운 상의를 벗어 던지고, 침대에서 내려와 서랍장을 뒤적였다. 벙커 내에서도 장교만 쓸 수 있는 휴식처 안이었으니 비상시 쓸 수 있는 물품들도 제법 갖춰져 있을 거였다. 이를테면 약이라거나.

    다행히도 찾던 물건이 있었다. H1. 효과는 가장 약하지만, 당장의 고통은 가시게 해줄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세화의 몸에 몇 번 감아주었던 패치도 눈에 보였다. 잠시 고민하던 기태정은, 약병만 통째로 꺼내 들었다. 정 약발이 안 듣는다면 그때 감아줘도 될 거다. 이참에 이세화에게, 정확히는 이세화의 수상쩍은 체질에 관해 좀 더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새 꾸물꾸물 오므리려고 드는 다리를 옆으로 휙 찢듯 벌렸다. 조금 몸이 풀리긴 했는지 아까보다 유연한 움직임이었다. 말려 올라가 걸치나 마나 했던 이세화의 상의를 벗겨내고, 약통 안의 물건을 와르르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마른 가슴을 주물럭거리자 우물처럼 축축한 곳이 슬그머니 벌어졌다. 약을 넘겨주며 정신없이 혀를 얽었다. 입 안에서 온통 씁쓰레한 맛이 번졌다.

    “쿨럭…!”

    입술을 떼어내고 약을 세 알 더 물었다. 다시 키스하려고 하자 이세화가 몇 번 기침하며 작게 도리질을 쳤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도 같았는데… 안 들어도 뻔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이든 제 기분만 거스를 것 같았다. 아래턱뼈를 꾹 눌러 입을 벌리고, 다시 약을 옮겨주었다. 툭 불거진 목울대가, 길고 갸름한 목이 정신없이 꿀렁거리며 기태정이 퍼부어주는 것을 잘도 집어삼켰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약도 더는 받아먹기 싫다고 했었나? 미뢰 하나하나까지 전부 훑어주겠다는 듯 집요하게 혀를 문지르자 딱딱하게 굳어있던 어깨가 조금 느슨해졌다. 키스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아마 손목의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한 게 이유일 거다.

    이제는 피가 멎은 입술을 살살 핥다가 콱 깨물었다. 송곳니에 여린 살이 찢기는 감촉에, 맞닿은 이세화의 볼이 흠칫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결마다 맺힌 핏방울을 싹싹 핥아주고서, 기태정은 새로 새겨진 흉터를 즐거이 관람했다. 이세화가 죽상을 하고서 입술을 물어뜯는 꼴은 보기 싫었는데, 자신이 직접 만들어준 상처는 제법 보기 좋았다.

    “우리 자기 좋아 죽는 소리 내면서 울게, 내가 열심히 좆질 해야겠다.”

    “…그런 게 아니라….”

    훈련 도중 쉬어가는 곳처럼 쓰이곤 있어도 어디까지나 이곳의 원래 용도는 벙커였다. 외부의 시선을 피하고자 창문도 내지 않은 휴게실은 시간의 흐름마저 단절된 것처럼 느껴졌다. 조명의 조도는 좀 낮았고, 전체적으로 노란 기운이 돌았다. 이세화는 성채처럼 거대한 기태정의 품 안에서 옴짝달싹 못 한 채로, 얼굴 위로 떨어지는 노르스름한 빛을 받아내고 있었다. 절묘하게 드리워진 그림자 덕에 이세화는 꼭… 쏟아지는 달빛 속에 갇힌 것처럼 보였다.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씨발….”

    곱씹을수록 기분이 더러웠다. 기태정은 가느다란 이세화의 종아리를 쥐고, 발바닥을 살펴보았다. 여기는 아까 연고도 발라두어서 그런지 금방 나았다. 엄지로 늘씬하게 뻗은 비복근을 마사지하듯 문지르자, 잔뜩 긴장한 허벅지 안쪽의 근육이 세로로 길게 일어섰다.

    “그럴 마음이 안 들어서 입을 처닫고 있었다고?”

    음산한 목소리에 이세화의 피부 위로 솜털이 오소소 일어섰다. 스물 한살이나 처먹은 사내놈이 뭐 이렇지? 가위질하듯 뾰족한 시선으로 이세화의 전신을 훑어보니, 마른 몸 중 그나마 포동포동한 부위인 샅에도 뽀송뽀송한 솜털이 나 있었다. 다리를 붙들고 있던 손등에 벌컥 핏줄이 돋았다. 그간 적셔주기 바빠서 몰랐다. 씨발… 무슨 몸이 저렇게 야해 빠졌어?

    “이세화.”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힘주어 이름을 불렀다. 본인은 아직 모르는 것 같은데, 여기로 들어온 이후로 이름을 부르면 입술이 부리처럼 삐죽 튀어나온다. 이미 실컷 질질 짜놓고선 울기 싫은지 힘을 주어 버티는 턱이 쪼글쪼글해졌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섹스 운운했던 것도 그렇고, 이름 같은 거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렇고…. 이세화가 꿈꾸는 것들은 너무 유치했다. 뻔했고, 쉬웠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막 발아하려는 미숙한 감정이 다 들여다보였다.

    “…준장님!”

    발가락을 입에 넣자 바라마지 않던 새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이세화가 기겁을 하며 퍼덕였다. 전희나 애무는 받아본 적이 없는 건가? 지금껏 만져주지 않았던 곳을 건드릴 때마다 이세화는 미모사처럼 화드득 몸뚱어리를 떤다. 그런 반응이 사람 더 돋우는 줄도 모르고.

    일부러 소리 내어 발을 빨며, 기태정은 바투 일어선 자신의 좆을 움켜쥐었다. 탁탁 소리가 나게 빠르게 기둥을 문지르면서 제 아래 단단히 붙들린 이세화를 정시했다. 이세화는 제 발을 빨면서 자위하는 기태정을 보고 작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딱 그런 표정이었다.

    “하….”

    직전까지 이세화의 안을 실컷 들쑤시며 노곤해졌던 좆은 자맥질하듯 빠른 손놀림에 이내 울컥 사정액을 토해냈다. 기태정은 손을 적신 정액을 그대로 이세화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뿌연 좆물과 투명한 애액이 뒤섞여 더없이 음란한 소리가 울렸다.

    내벽 안에 고인 체액을 퍼 올리듯 손으로 훑다가, 아까 이세화의 구멍이 움찔거렸던 곳을 더듬었다. 옴쭉옴쭉하는 구멍을 느리게 휘저으며 발가락에서 발목으로, 종아리로 입술을 미끄러트렸다. 아프지 않게 이로 씹고 살살 물 때마다 이세화가 쌕쌕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흐…, 읏.”

    점점 불편한 느낌이 올라오는지, 허여멀건 몸이 이전보다 크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기태정의 무게에 짓눌린 늘씬한 다리가 절로 활짝 벌어졌다. 상체를 숙여 활어처럼 팔딱이는 이세화를 실컷 핥고 씹었다. 한 차례 사정을 마친 기태정의 축축한 좆이 하얀 몸뚱이 위를 후벼파듯 미끄러졌다.

    “준, 장님….”

    이제 좀 살만해졌는지, 이세화가 느릿느릿 손을 들어 올렸다. 붓기는 다 가라앉았고 족쇄처럼 새겨졌던 붉은 흔적은 이제 손끝으로 옮겨가 있었다. 열이 잔뜩 오른 손가락이 머뭇거리듯 기태정의 어깨에 닿았다. 차마 붙들지도, 떠밀지도, 할퀴어 상처를 내지도 못하고서 그렇게 가만히 얹고 있기만 한다. 기태정은 눈만 내리깐 채로 제 어깨 위를 어른거리는 손을 응시했다.

    “…이세화.”

    “…….”

    “너 지금 애교 떨어?”

    “그… 런 건 아니고….”

    “봐달라고 하고 싶은 거면.”

    몸짓에 담긴 이세화의 서툰 애원을 무시하고서, 기태정은 구멍 안을 뒤적이던 손을 고리처럼 구부렸다.

    “그 정도론 안 되지.”

    내벽 안의 주름을 쭉쭉 펴며 파고들다 보니 도톰하게 일어선 곳이 보였다. 융기하기 전 이세화의 젖꼭지보다 작은 크기였다. 비슷한가? 하여튼 워낙 작아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둔덕이었고,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여기구나. 아까 여기를 찔려서 그렇게 뒤를 조여댔구나.

    “아…!”

    후벼파듯 그 부분을 문지르고 긁어주자 더 견디지 못하고 이세화가 무너졌다. 손바닥이 구멍 입구에 자박자박 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흔들어댔다. 힘이 조금 들어가던 정도였던 이세화의 자지가 단숨에 꺼떡거리며 일어섰다. 안을 두들길수록 심이 단단해지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흐아, 응…, 으응…!”

    “좋아?”

    희끄무레한 좆이 점점 붉게 물들었다. 그래봤자 벌건 색도 아니고 발그스름한 분홍색이어서, 입 안에 넣고 굴리면 과즙이라도 뚝뚝 흘러나올 것 같았다.

    “안 좋…, 아, 싫어…, 준장님…!”

    짓무른 눈가를 하고서 이세화가 도리질을 쳤다. 꾹꾹 눌러 참던 게 터져버린 듯 흘리는 신음이 전보다 훨씬 야했다.

    “너는 양심이 있어, 없어. 씨발, 그런 신음을 내면서 싫다는 말이 나와?”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들고 물어봐, 네 소리 들으면 백이면 백 쑤셔달라고 보채는 줄 알걸. 귓가에 낮게 속삭여주자 이세화가 사지를 덜덜 떨었다.

    “응? 이세화.”

    귓바퀴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핥아주었다. 애액처럼 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짭조름했다.

    “아, 저는, 아아앗!”

    찍, 하고 허연 자지가 물을 뿜어냈다.

    “잘, 못…, 소리, 안 하려던 게, 응, 아으으…!”

    싼 걸 알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일정한 속도로 느끼는 곳을 계속해서 후벼파자, 이세화가 엉망으로 무너졌다. 벌린 다리를 어떻게든 모으려고 버둥거리다, 결국은 기태정의 어깨를 손톱으로 꾹 찍어눌렀다. 헛웃음이 터질 정도로 밀어내는 힘이 형편없었다. 그런 주제에 잘도 손님들한테 주삿바늘 꽂고 다녔다 싶었다.

    “아으, 응, 그만, 그… 흐읏!”

    극점을 자극하자 구멍을 조이는 게… 차원이 달랐다. 그냥 박았을 때도 잘 받아먹기는 했다. 그렇지만 잔뜩 느낀 몸이 저절로 안을 열어젖히는 느낌은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손가락도 이렇게 조여대는데. 좆을 물리고서 스팟을 찍어대면 어떨까. 여기에만 있나? 기태정은 이세화의 몸 안에 숨겨진 야한 버튼을 또 찾아내고 싶었다.

    “이세화.”

    “아, 아, 아읏!”

    “이름 불러주는 거 싫어?”

    파도처럼 밀려온 절정에 잠겨 허우적거리던 이세화가 가물가물 눈을 떴다. 흐리멍덩해진 동공으로, 이건 또 무슨 시험인지 고민하는 듯했다.

    “안 불러줬으면 좋겠어?”

    “그, 그게….”

    “그럼 어떡할까, 다른 놈들처럼 사쿠라라고 할까? 아니면 삼월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서, 이세화는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다 싫겠지. 그렇지만 다 제외하고 나면 남는 선택지라곤….

    “그냥 자기라고 불러줘?”

    이것뿐이었다. 마음이라곤 단 한 톨도 찾아볼 수 없는, 조롱만 남아 더 잔인한 부름.

    “흐, 아아, 앗!”

    “또 대답 안 하지.”

    “아…, 아니, 아…, 해, 해주세요….”

    반복되는 추삽질에 접합부에선 물거품이 팡팡 터지고 있었다. 다소 귀여운 소리가 음탕한 행위와 어우러지니 더없이 배덕하게 느껴졌다.

    “뭘 해.”

    “자, 기라, 고… 불러, 아…!”

    “그래? 좋아. 그렇게까지 내 자기 하고 싶다는데….”

    예고도 없이 귀두를 쿡 꽂아 넣자 이세화의 낯이 쩡 얼어붙었다.

    “……, 흐아, 앗…!”

    몇 번이고 절정의 파고에 처박혔던 몸뚱어리가 사르르 무르녹았다. 들쑤셔져 예민해진 내벽이 아찔할 정도로 자지를 물고 삼킨다.

    “다른 건 몰라도, 씨발, 좆질에는 힘써줘야지.”

    “흐읏, 읏!”

    기태정은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풀러 시트 위로 내던졌다. 일이 마무리됐는지 박 소위에게 호출이 오고 있었다. 아마 두어 시간 후면 벙커에 도착할 거다. 그 정도면 이세화를 울리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

    “준장님.”

    박 소위는 다소 질린 그리고 난감한 표정으로 기태정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상관은 시트에 둘둘 말린 이세화를 아이처럼 받쳐 안고 있었다. 지금껏 무슨 짓을 벌이느라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건지 뻔했다.

    “나머지는 가면서 듣지.”

    “…예. 아, 조금 전엔 작전 중이라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김석철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누구한테. 이세화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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