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으….”
뭘 했다고 벌써부터 우는 건지 뺨이 축축했다. 화면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싫다는 듯 자꾸만 시선을 피하는데, 그 꼴이 환장하게 꼴렸다.
아름다움에도 종류가 있어서 숭배하고 경애하고 싶은 미인이 있는가 하면, 괴롭히고 울리고 상처 주고 싶은 미인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세화는 후자였다. 그것도 아주 좆같이 후자여서, 모멸감으로, 수치스러움으로 엉엉 울게 만들고 싶었다.
“방금 든 생각인데 너랑 나랑 아기 낳으면 진짜 예쁘긴 하겠다.”
열이 오른 어린 볼에 얼굴을 바투 붙이고서 속삭이자, 이세화가 끔찍하다는 듯 어깨를 파르르 떨었다.
“그런 얘기 좀… 하지 마세요….”
“왜. 부끄러워서 그래?”
“그런 게 아니, 라….”
엎드리게 한 채 다시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자 이세화가 헐떡이며 허리를 흔들었다. 크게 벌어진 곳에서 꿀 같은 밀액이 후드득 쏟아졌다. 김 소위의 서비스 정신이 생각보다 투철한 모양이었다. 평범한 남자앨 데려다 임신할 수 있게 만든 것도 모자라, 애액을 흉내 낸 그것에 향까지 입혀 놓은 걸 보니.
“아, 아앗… 앗!”
지렛대라도 되는 듯 안을 쑤신 손을 쳐올리자 엉덩이가 번쩍 들렸다. 잔뜩 젖어 반들반들해진 골에 슬쩍 입술을 가져다 대자, 이세화가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까 구멍 빨아 주기로 했잖아.”
“아냐, 아니…, 아, 응, 으응…!”
울리고 싶은 미인이 손에 들어왔으니, 실컷 울려야지. 손에 차지게 엉겨 붙는 살을 벌리고, 구멍 안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통통한 회음부가 높은 콧대에 눌리자 이세화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흐느꼈다. 기태정은 카메라 위치부터 확인할 걸 그랬다고 속으로 혀를 찼다. 뒷구멍 빨릴 때 이세화가 어떤 얼굴을 하고 우는지 보고 싶은데.
“흐…, 흐읏, 싫, 싫어….”
입술이 젖은 구멍에 닿을 때마다 키스라도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기태정은 쌓인 걸 풀 수 있다면 딱히 상대를 가리지 않는 편이었고, 쾌락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면 뭐든 거부감 없이 즐기는 편이긴 했다. 그래도 사내새끼 뒷구멍 빨면서 좆이 선 적은 없었는데. 신기하게도 이세화한테는 그게 됐다.
“되게 좋은 냄새 나. 맛도 나쁘지 않고.”
그런 감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숙인 등이 속절없이 흔들렸다. 이제 흐느낌을 숨길 생각도 없는 모양이었다.
“자기야.”
“흣, 흐으, 윽….”
저렇게 서럽게 우니 조금은 가여운 마음이 들어서, 땀으로 축축해진 뒷덜미에 입을 맞춰 주었다. 물론 연민보다는 흥미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서 그래.”
“대체, 왜 말을, 흑…, 그렇, 게….”
“우리 아기도 가질 건데 씹물 빨고 떡 좀 치는 게 뭐가 부끄럽다고.”
“그러니까, 그거, 그 얘기, 제발….”
“참. 그러고 보니까 자기 임신하면 젖도 나오려나? 그거 내가 다 빨아도 돼? 아기 주기 싫은데.”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동하는 게 사람 심리였다. 생전 처음 듣는 음담에 충격을 받았는지 이세화의 입이 턱 벌어졌다. 기태정도 듣고 꼴리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꺾이고 부러지라고 하는 말이었다.
“엄청 달 것 같아. 너 땀도 달고, 구멍에서 흐르는 물도 달거든. 젖은 또 얼마나….”
뺨 언저리에 쪽쪽 소리 내어 입을 맞추며, 귀두 끝을 엉덩이 골에 대고 문지르자 놀란 이세화의 얼굴 위로 겹겹이 경악이 쌓였다.
기태정은 조금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혀를 내어 마른 입술을 핥았다. 편하게 싸지르고, 치워 버릴 계획이었다. 내기 운운하며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겠다고 기어오르는 게 귀여워서 잠시 미뤄 뒀지만, 곧 하우스 사장에게 이세화를 도로 주저앉힐 방도를 알려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자꾸 저렇게 놀리고 싶은 반응을 보이니까. 그리고 솔직히 예쁘긴 존나 예뻐서. 나중에 이세화를 죽여야 할 일이 닥친다면 조금 아까울 것도 같았다.
남성체고 여성체고 임신을 하면 5, 6개월쯤 수술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최대한 빠른 시기에 아일 꺼내서 배양 시스템 안에 넣는 것이 부의 척도이자 자랑거리인 세상이었다. 태내를 완벽히 구현한 것은 물론, 유전자 조합을 최상의 환경으로 끌어올려 준다는 인큐베이터는 이 나라 최고의 수출 효자 상품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그 물건 덕에 군부에서는 막대한 무기를 사들일 수 있었다.
기태정이 알고 있는 임신에 관한 상식은 이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언제쯤 유산을 시키면 좋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한 3, 4개월쯤이면 되려나?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고 재판 준비까지 하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할 것 같은데.
“내가 한낱 마약 운반책에게서, 그것도 4환 주민에게서 아일 봤다고 하면 윗대가리들이 아주 까무러칠 거야.”
저도 모르게 툭 내뱉은 말에, 열락에 젖어 흐물흐물 풀어지던 이세화의 몸이 흠칫 굳었다. 기태정 또한 자신의 음성에 정신을 차리고, 잠시 흐려졌던 초점을 또렷하게 잡았다. 음.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본 적은 없었는데, 뱉은 말을 곱씹을수록 재미있어졌다.
“그러게… 거기까진 생각 안 해 봤는데. 다시는 자기 자식이랑 결혼하라는 말 안 할 것 같아서 그 꼴은 좀 보고 싶긴 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상만 해 본 거였다. 중요한 건 이세화의 임신이다. 아이는 무조건 죽여야 한다. 시기를 놓쳐 이세화의 몸이 위험해지더라도 말이다.
기태정의 의지와는 별개로 이세화 또한 아일 지우는 일에 동의할 거다. 밑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아이의 인생이 얼마나 비참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음? 조금 말랐네? 더 빨아 줄까?”
“네? 아뇨! 싫…, 아니 그냥… 빨리, 그냥….”
혹시 혼날까 봐 무서웠는지 이세화는 싫다는 말은 꾹 삼키곤 고개만 저었다.
“뭐야. 그렇게 빨리 넣고 싶었어?”
단단히 발기한 좆을 엉덩이 골부터 회음까지 크게 문지르자, 벌어졌던 구멍이 금세 꼭 다물렸다. 긴장 풀라고 젖꼭지를 비틀어 주자 빨간 입술에서 달콤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너무 야하고 달아서, 기태정은 더 참지 못하고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단단한 귀두가 예고도 없이 불쑥 구멍 안을 파고들었다. 조금 전에 손가락도 네 개나 쑤셔 줬고, 임신 가능한 몸으로 변한 탓에 애액이 줄줄 쏟아지고 있었음에도 아래는 여전히 빠듯하기만 했다.
“……, 아, 으, 아…!”
이세화는 허리를 둥글게 구부리며 컥컥거렸다. 처음 넣었을 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그대로 굳어 있더니, 진입을 시도하려 조금씩 허리를 쳐올리자 빠르게 도리질을 쳤다. 다듬지 않아 살짝 긴 머리카락에 방울방울 매달린 땀이 사방으로 흐트러졌다. 싸구려 형광등 아래 촉촉하게 젖은 살결이 먹음직스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니 씨발, 너는 뭐 이런 것까지 야해?”
기태정은 꺼진 TV 화면 속, 눈물을 매달고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이세화의 얼굴을 죽일 듯 쏘아보았다. 그렇게 해야 지금 저 모습을 잊지 않고 온전히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맹렬히 쏘아보는 시선을 느낀 듯 이세화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지금 자신의 꼴이 전부 비치는 걸 보고서 흠칫 놀라고, 기태정의 맹렬한 시선에 또 흠칫 놀라더니… 이내 전부 체념했다는 듯 고개를 푹 떨군 채로 애원하기만 했다.
“이사, 님…, 제발, 이건 아닌 것… 아니…, 아…!”
이사라고 부르면 꼴린다고 분명 말을 했는데도 그렇게 부르지. 기태정은 트집을 잡으려다가 관두기로 했다. 하긴. 그의 말마따나 이사가 아니면 뭐라고 부르겠는가. 만약 이세화가 준장님, 뭐 그렇게 부른다면. 이렇게 생긴 게 자신의 밑에 있는 부대원으로 있었다면….
“흐아, 아!”
“자기 처음 봤을 때, 물웅덩이 위로 사뿐사뿐 걸어오는 거 보고… 그때도 이렇게 박고 싶다고 생각했어.”
가장 굵은 선단까지 밀어 넣자 이세화가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질렀다. 혹시라도 찢어진 건가 싶어서 살펴보니 그래도 기특하게 피를 보이진 않았다. 뭐, 문제가 생겼어도 임신할 때까지 계속 관계를 갖긴 해야 할 테지만. 매번 질질 짜는 꼴을 보고 싶진 않았다. 피 흘리는 광경은 전쟁터에서 보는 걸로도 충분했다.
“…예쁘긴 예뻤거든.”
고작 예쁘다는 말 한마디에 세상 싫다는 듯 미간을 구기고 있던 얼굴이 조금 유순해졌다. 어물어물 흘리는 신음만큼이나 달게 녹는 이세화의 표정만 봐선, 꼭 저에게서 좋아한다는 고백이라도 들은 것 같았다. 기태정은 웃음을 삼키며 어여쁜 나신 이곳저곳을 어루만져 주었다.
조금 전에 이세화 본인에게도 일러 주긴 했지만, 이거 생각 이상으로 순진해서 큰일이었다. 김 소위가 부리는 운반책이 하우스에서 나고 자란 유명한 마약팔이라는 걸 알았을 땐, 당연히 온갖 범죄에 능통한 놈이겠거니 짐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아까도 결혼 압박에 대한 방패막이로 네 미천한 신분을 이용해 볼까 싶다, 중얼거렸더니 충격으로 눈물만 뚝뚝 떨구던 것도 그렇고. 아침밥 좀 차려 줬다고 조금 감동해서 내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것도 그렇고….
“제발…, 이사님, 너무 아픈데, 찢어질 것, 흐앗!”
“안 찢어져.”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서 저나 김 소위 같은 놈들한테 당하는 거였다.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이세화의 주먹 위로 파란 힘줄이 불거졌다. 피부가 하얘서 그런가. 어째 핏줄 색도 다른 사람들보다 연한 것 같았다.
힘 좀 풀라고 아프지 않게 엉덩이를 내려치자, 가뜩이나 좁은 내벽이 크게 수축했다. 압박감을 덜어 내고 싶은지 이세화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면서 구멍을 조였다가 푸는데…. 저 미친 게 다 알면서 이러는 건가? 그렇게 이완과 수축을 반복할 때마다 꽂혀 있던 좆이 조금씩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부드러운 속살이 오물오물 좆을 물고 삼키는 감촉에, 마침내 기태정도 여유를 잊고 험악하게 미간을 구겼다.
“너, 이 씨발, 이렇게 남자 자지 무는 거 어디서 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