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전생 배우-171화 (171/178)
  • Chapter78. 불매운동(1)

    개봉 준비가 끝났다.

    배급로를 확보하고 홍보 영상을 풀었다.

    사전 프로모션 행사와 인터뷰가 매일같이 이어졌다.

    이미 홍보로 관심을 끌었던 바.

    매일같이 기사가 나가고 끝도 없이 사람을 끌고 다녔다.

    그리고 겨울 막바지 무렵.

    영화가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동시 개봉했다.

    “긴장돼서 숨이 잘 안 쉬어지네.”

    “대표님, 릴렉스 하세요. 이미 던져진 주사위라고요.”

    “말이야 그렇지. 결과 안 좋으면 너나 나나 쪽박 차게 생겼다고.”

    “흐흐. 쪽박 차면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하면 되죠. 배짱 뒀다고 뭐하세요.”

    “그래, 그래. 까짓것 망해봐야 죽기야 하겠냐.”

    시사회 행사를 끝내고 회사에 관계자들이 모였다.

    첫 날 스코어는 모든 영화에서 중요하다.

    첫 날의 흥행이 최종 스코어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는 점유 관이 적기 때문에 초반 흥행이 더욱 더 중요했다.

    “그래도 사전 시사회 평이 좋았잖아요. 그거 믿고 가야죠.”

    “그렇겠지?”

    “그럼요. 국내랑 해외 둘 다 평점 8 이상을 받았잖아요. 좀 악의적으로 점수가 깎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호평이었어요.”

    “평론가 평이 흥행과 별개라는 말도 있잖아.”

    “거 참. 우리 대표님 언제부터 이렇게 새가슴이 되셨대. 그냥 저 믿고 기다리세요.”

    불안해하는 최현석을 진호가 다독였다.

    황천과 결별하고 J.H는 사실상 블루아이와 병합 상태로 움직였다.

    투자금을 생각하면 사실상 사활을 걸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아. 여기 관객 집계가 나오고 있어요.”

    “어디, 어디?”

    “서울하고······계속 나오고 있네요. 점유 대비 좌석 소진율하고 관람평도 쭉 나오네요. 읽어 드릴까요?”

    “자, 잠깐만. 심호흡 좀 하고.”

    “어디 보자. 일단 첫 번째. 굉장한 영화였다. 압도적인 연기력과 강렬한 메시지. 영화관 불이 켜진 뒤로도 한 동안 움질일 수가 없었다.”

    “오. 오오. 다음은?”

    “어디보자. 매우 좋은 네러티브. 철학적 사유가 어렵지 않게 가슴을 파고 든다. 훌륭한 영화라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단연코 올해 최고의 영화다.”

    최현석이 방긋 웃었다.

    이제야 조금 마음이 놓이는 얼굴이었다.

    “좌석 소모율도 매우 좋네요. 주요 영화관은 완전 매진. 소모율이 낮은 지역도 평균을 웃돌고 있어요. 이 기세면 성적이 나쁘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

    “흐흐흐.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이제 와서요?”

    “믿고 있었다 이거지.”

    진호가 피식 웃으며 폰을 집어넣었다.

    최현석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좋은 평만 있던 건 아니다.

    개중에는 원색적인 비난도 있었다.

    ‘저속적인 메시지. 싸구려 상업 영화.’

    ‘어설픈 연출이 그려낸 어이없는 철학영화.’

    ‘주연의 연기력만 남은 볼품없는 영화.’

    슥 봐도 비슷한 아이디로 남긴 평이었다.

    아이디 파서 악평 돌리기 바쁜 모습이었다.

    “가서 축하주나 한 잔 하죠.”

    “그래. 그러자고. 하하하.”

    누가 그러는지는 뻔했다.

    하지만 이런 저열한 수작에 흔들릴 필요는 없었다.

    영화 자체가 가진 힘이 이딴 몇 줄 글에 깎여나갈 만큼 가볍지 않았다.

    얄팍함은 잠시의 승리를 가져 올 수 있으나, 결국 나아가는 건 우직함이다.

    진호는 자신의 영화를 믿었다.

    #

    영화의 메시지는 너무나 뚜렷했다.

    압제와 폭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서 투쟁하라는 의미.

    이건 홍콩 상황에 결부되어 정확하게 중국을 타깃했다.

    영화 배경은 한국의 가상 마을이지만 이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연일 이에 대한 평이 쏟아지고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불매운동이라.”

    “뻔한 반응이네요.”

    그리고 이에 발맞춰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한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적인 기류였다.

    영화가 정치적인 메시지로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으니 이를 소비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이겠지?”

    “그쪽밖에 없죠.”

    “우리가 대응을 해야 할까?”

    “일단 대외적인 발언은 해야죠.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인간이 가지는 자유를 표현한 거라고. 못을 박아놔야 헛소리 못하죠.”

    진호도 공개적으로 이런 기류에 대해 반응했다.

    자유에 대한 바람은 인간 본연의 기재.

    이걸 정치로 이끌어 가는 건 결국 제발 찔린 놈의 성질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도 반응을 하긴 하는데······”

    “중국 자본에 눌린 이들이죠. 어쩌겠어요. 사장이 시키는데 뭐라도 해야지. 하지만 굳이 상대 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비하는 건 결국 개인이니까요.”

    “미리 배급라인을 탄탄히 해 놓아 다행이네.”

    “AJ은 파이가 크지만 그만큼 걸리는 게 많아요. 이번에는 피해가기를 잘했어요.”

    중국의 압박을 받은 국내 기업들도 움직였다.

    ‘정치적 영화 아닌가?’라는 어조의 논평을 내어 놓고 불매를 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일뿐이다.

    중국 자본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전 국민을 호도 할 수는 없다.

    선택은 개인의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미디어 시대에서 퍼지는 정보를 완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되레 불매운동을 장려하는 기업을 욕했다.

    “SNS 반응도 살벌하던데. 이러다가 큰일 나는거 아닐까 걱정이다.”

    “살아보겠다고 SNS 하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마요. 중국이 아무리 용쓰고 발악해도 전 세계를 다 아우르지는 못해요.”

    “전 세계라.”

    “미디어. 문화의 힘이라는 건 그런 폭 넓음에 있죠. 아무리 막아도 막을 수 없는 기류에요.”

    중화권 연예인들이 연일 SNS에 ‘불매운동’을 태그해도 관람객 숫자는 줄어 들 생각을 안 했다.

    애초에 설득이 될 문제가 아니었다.

    영화를 보고 안 보고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

    이걸 국가가 움직여서 통제하는 것이 코미디였다.

    “그리고 대표님. 불매 운동 같은 걸 하면 할수록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안 그래도 너한테 온 선물이 한 트럭이다.”

    “잘 정리해서 보관해 주세요. 나중에 개인 리뷰를 하든지 라이브 방송으로 감사 인사를 할게요.”

    찌르면 찌를수록 반발이 커지는 법.

    중국의 대응이 거칠어지니 그만큼 영화를 응원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되레 그 때문에 2번, 3번 다회차 관람하는 사람도 많았다.

    어찌 보면 바이럴 마케팅이 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럼 우린 계속 지켜보도록 하죠.”

    “지켜본다?”

    “네. 불매운동이 길어질수록 세간에 퍼지는 정보는 더욱 많아 질 겁니다. 아무리 막아도 소문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죠.”

    “중국 본토를 말하는구나.”

    “네. 전제정권이 무너지는 건 작은 틈 때문이라고 하죠. 어디 우리 영화가 그 틈을 만들 수 있는지 지켜봅시다.”

    영화 개봉 2주차.

    흥행 돌풍의 한가운데였다.

    #

    영화는 한국만이 아니라 북미에서도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배정된 관수가 적었음에도 동시기에 개방한 다른 영화보다 훨씬 높은 소모율을 보였다.

    당연히 소비자의 요구는 늘어났고 관수도 천천히 확장 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영화의 인기가 보통이 아니네요]

    그런 와중에 들어온 방송이었다.

    제인스 하커의 데일리 토크라는 일종의 토크쇼.

    유명인들이 출연해서 향간의 이슈 등을 이야기 하는 방송이다.

    미국 내 인기가 엄청나게 높아서 어지간한 사람은 출연조차 생각 할 수 없었다.

    진호의 출연 자체가 굉장한 이슈를 낳았다.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하하. 얼굴은 완전 여유인데요. 속으로는 자신하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이거 들켰네요]

    짧은 웃음으로 포장하며 가볍게 토크를 진행했다.

    역시나 주제는 이번 영화.

    [듣기로는 영화가 한 번 엎어졌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제작사 측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에 전반적으로 다시 촬영을 갈 수밖에 없었죠]

    [홍콩 시위가 얽혀 있다는 소문도 있던데]

    [촬영지 문제로 트러블이 있긴 했죠. 홍콩 내부의 촬영이 전면 금지됐으니까요]

    진호가 슬쩍 운을 뗐다.

    어차피 사회자인 하커 역시 이런 쪽으로 질문을 던질 거라 예상됐던 바였다.

    [오. 완전 금지가 됐었군요]

    [네. 이유는 안전상의 문제라고 하는데, 글쎄요. 홍콩이 영화 촬영조차 할 수 없는 나라였나요?]

    [하하. 방침을 비난하는 건가요?]

    [의문을 제기 할 뿐입니다. 촬영을 하면 안 되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고요]

    둘러말했을 뿐 이게 비난임은 모두가 알았다.

    [그럼 이번 영화가 중국의 그런 정치적 행동을 저격하기 위함이라는 이야기. 사실인가요?]

    [이건 워딩을 확실하게 해야 할 거 같군요. 저 개인과는 다르게 영화는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습니다. 이건 자유에 대한 인간 본연의 갈망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압제에서 벗어나고 자유를 위해서 투쟁하는. 이것에 정치적인 의미가 들어갑니까?]

    [자유에 대한 갈망은 인간 모두의 것이죠.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로 영화는 정치적이지 않습니다. 만약 이걸 정치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자유의 반대편에 서 있지 않을까요?]

    [오호호. 재미있는 발언이네요]

    하커가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발언이 강해질수록 시청률은 뛴다.

    이미 진호의 출연이 예정된 순간부터 반응이 불처럼 뜨거웠었다.

    [그럼 영화가 아닌 개인은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로 의견을 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을 텐데]

    [당연히 중국의 행동을 비난합니다. 지금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습니까? 자유를 억압하고 표현을 강제하는 그런 독제가 옳다고 보시나요?]

    [······워우. 발언이 강경하네요]

    [두려운 것도 없고 망설이는 것도 없습니다. 영화의 흥행에 누가 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이미 이건 모두가 동의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신념을 굽히지 않습니다]

    [관계자들 모두가 말입니까?]

    [네. 대체 무엇을 위해서 국가가 존재합니까? 압제는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국민을 지키는 방패여야지 찍어 누르는 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호의 말이 조금씩 빨라졌다.

    그는 사회자 하커를 한 번 보고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또박또박 말했다.

    [이걸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모든 인간에게 자유를. 신성한 가치에 용기를. 아직 이 세상에 정의가 존재하고 있음을. 저, 홍진호는 두려움 앞에 목소리 높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하커마저 입을 떡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발언이 강경하다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다.

    이건 완전 운동가의 발언이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하죠. 이번 영화.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이걸 못 보신다면 후회하실 겁니다]

    가벼운 웃음까지.

    진호의 이번 방송은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그리고 바다를 건너 다른 대륙.

    심지어 중국 본토까지 파고 들어갔다.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

    [이건 꽤 불편한 흐름이군]

    오래된 테이블.

    각자 다른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들이 둥글게 모여 있다.

    [그래서 방치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유명 토크쇼까지 출연하고. 이제 어린 것들이 홍진호 이름 석자를 외치고 다닙니다]

    [쯧. 요즘 것들은 하나같이 남의 것에만 혹해서는]

    [그렇게 태평하게 말 할 때가 아닙니다. 이번 영화가 크게 흥행하면 결국 2탄, 3탄을 노리는 이들이 만들어질 테고, 이 땅이 저 원숭이들 놀이터로 변하고 말 겁니다]

    날카로운 발언들이 오고갔다.

    [그럼 전처럼 사람을 부리기라도 할 셈인가?]

    [전에 그 사단을 내 놓고 또 하자는 거요? 우리를 주시하는 조직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고는 있소?]

    [국내 조직은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어르신들이 있는데 대체 뭘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

    잠시 말이 없어졌다.

    마지막 발언이 이들의 어떤 부분을 건드린 모양새였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소. 영화를 어찌 할 수 없으면 그 배우라도 흠집을 내 봐야지]

    [이제 와서 말입니까?]

    [마침 쓰기 좋은 패가 있지 않습니까?]

    [아]

    그제야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의 토크쇼가 방송되고 난 지 하루 지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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