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전생 배우-151화 (151/178)
  • Chapter68. 이상한 이야기(1)

    광고가 정식으로 송출되었다.

    첫 반응은 의아함이었다.

    진호라는 배우를 쓰면서 만든 광고 치고는 지나치게 평범했기 때문이다.

    임강준의 외모를 위시로 한 광고보다 임펙트도 부족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여론이었다.

    그 여파로 시장 점유율 역시 곧바로 반응이 나왔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임강준에게 넘어가다보니 일시적으로 점유율이 압도되기까지 했다.

    “홍 진호도 한 물 갔네.”

    “광고야 외모가 전부지. 선택이 글렀어.”

    “세영도 자충수를 뒀네.”

    그렇게 여론이 한 쪽으로 기울어 갈 즈음.

    두 번째 광고가 나왔다.

    역시나 첫 번째와 비슷하게 너무 평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었다.

    하지만 광고가 송출된 지 며칠이 지나자 의견이 달라졌다.

    첫 번째 광고와 두 번째 광고로 이어지는 흐름.

    무언가 이상하게 긴장감이 고조된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평범한 사랑 광고가 아니다.

    주연인 진호의 표정과 동작이 단순히 사랑에 목매는 남자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반응이 뜨겁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추리영화를 보는 것처럼 각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냥 착각 아니야? 평범하게 사랑 얘기 같은데.”

    “아니라니까. 그 눈빛이 달라. 두 번째 광고에서 돌아서는 표정 못 봤어? 섬뜩하다니까.”

    “내가 볼 때, 이거 주인공이 사이코패스야. 소시오패슨가? 하여튼 뭔가 좀 무서운 사람이라고.”

    주고받는 이야기가 많을수록 효과는 배가되었다.

    더불어 기울던 점유율 역시 일변했다.

    임강준의 외모야 언제나와 같이 빛나고 있지만 첫 번째나 두 번째나 다를 게 없었다.

    맛있는 음식도 같은 걸 계속해서 먹으면 맛이 떨어지는 법.

    첫 번째 광고 효과만큼은 보지 못했다.

    덕분에 진호의 광고가 득을 보고 쭉쭉 효과를 뽑아냈다.

    “이제 마지막 광고만 남은 건가?”

    “이건 굳이 빨리 풀 필요가 없습니다. 최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다가 마지막에 풀면 됩니다.”

    “너무 끌면 지겨워하지 않을까?”

    “어차피 영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다급해 지는 건 그쪽이죠. 우리는 상대를 보고 난 뒤에 대응하면 그만입니다.”

    예상대로 다급해진 영신 쪽에서 먼저 광고를 풀었다.

    잘 생기고 멋진 임강준의 단독 뮤직비디오와 같은 광고였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터라 단번에 시선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지나친 건 모자람만 못하다고 하지 않는가.

    너무 임강준에게 집중을 한 나머지 제품의 홍보가 약해졌다.

    그냥 멋있게 잘 보고 그만.

    임강준이 잘생겼다는 이야기만 돌 뿐 제품에 대한 거론은 되레 줄어버렸다.

    그리고 그 때.

    세영도 남은 광고를 마저 풀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니까!”

    “와, 뭐야. 미친놈이었어?”

    “저러고 맥주를 마신다고? 아니, 시벌. 왜 시원해 보이는데?”

    “이거 너무 무섭잖아.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결말에서 드러난 진호의 캐릭터에 반응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특히, 결별 이후 여자를 떠올리며 맥주를 마시는 진호의 모습은 애틋하기 보다는 섬뜩했다.

    마지막 웃음, 내려놓는 맥주 잔.

    모든 것이 흑백으로 처리되어 더욱 그런 면을 부각시켰다.

    “성공입니다, 대표님. 반응이 확실하게 오고 있어요.”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갈증을 부르는 배경도 아니다.

    그저 드라마에 PPL로 맥주가 끼어드는 느낌.

    그런데도 광고 효과는 기존의 것보다 몇 배는 뛰어나게 나타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광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맥주가 마시고 싶어졌다.”

    “단순히 언급으로 인한 반응이 아닙니다. 마시는 그 모습 자체를 진호 씨가 훌륭하게 연기를 해 준 거죠.”

    “그게 연기로 되는 건가? 다 비슷하지 않나?”

    “맛있는 맥주의 느낌이라기보다는······어떤 살인마의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수의 느낌? 마지막 장면에서 진호 씨가 웃으며 맥주를 마실 때 다들 마른 침을 삼켰다고 합니다.”

    연기를 기가 막히게 한 덕분이었다.

    잘 생긴 건 볼 때는 좋지만 머리에 남는 건 더욱 강렬한 이미지였다.

    진호의 이런 섬뜩함은 보다 깊이 사람들의 뇌리를 강타했다.

    그 해 맥주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을 만큼.

    #

    “흐흐흐. 제대로 건졌구만.”

    쭉쭉 올라가는 세영 그룹의 주식을 보며 최현석이 웃었다. 계약이 주식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수록 이득은 커졌다.

    “대표님. 그렇게 웃으니까 졸부 같아요.”

    “야, 난 웃지도 못하냐? 한 동안 돈만 줄줄 새서 우리 재정도 빠듯했다고.”

    “선아 덕분에 왕창 버셨으면서.”

    “크흠. 하여튼 많이 벌면 좋은 거지.”

    광고 건도 3차 이후로 연장 계약을 맺었다.

    장기적인 파트너쉽을 이루고 있는 터라 당연한 절차였다.

    세영의 대표는 감사의 의미로 고가의 세단을 진호와 최현석에게 선물하기까지 했다.

    “차 온 거 봤냐?”

    “네. 아침에 서류 정리까지 끝냈어요.”

    “자식이, 발 빠르네. 이런 거 안 주셔도 된다면서 거부하는 미덕은 없는 거냐?”

    “주면 받는 거죠 뭐. 세영도 이번에 톡톡히 이득 봤잖아요. 점유율도 역전했고 부가 상품도 잘 나간다고 하던데.”

    “이래서 마케팅이 중요한 거지. 광고 대박치자마자 주력 상품하고 엮어서 먹을 거 파는 거 봐라. 맥주가 잘 나가니까 덩달아 다른 것도 잘 되는 거야.”

    “사업가니까 사업을 잘 하는 거죠.”

    여러 가지 의미로 중요했던 광고다.

    세영 입장에서는 주력 사업의 터닝 포인트가, 진호 입장에서는 재기의 발판으로.

    서로가 윈 윈 하는 상황이었다.

    “우린 어때요? 괜찮은 시나리오 좀 들어왔다고 하던데.”

    “몇 개. 제법 볼 만 한 게 있더라.”

    “국내 만요?”

    “국외에서도 있지. 중국, 일본, 인도. 미국에서도 두어 건 정도 굵직한 게 들어와 있다.”

    “드림은 아직 반응 없나요?”

    “아무래도 아직은.”

    진호가 짧게 혀를 찼다.

    그의 입장에서는 중간에서 포기해야 했던 드림과의 작업이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일단 들어온 시나리오는 제게 보내주세요. 확인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그래. 급하게 할 건 없어. 천천히 보고 느긋하게 결정하라고. 이제 사람들도 네가 돌아왔다는 걸 확실하게 알고 있어.”

    “하하. 아직 멀었어요. 이번 광고는 치료 덕을 본 거라.”

    “그래?”

    “더 많은 연기를 더 멋지게 하려면 노력해야죠.”

    잭 더 리퍼를 통한 치료가 광고에 도움이 됐다.

    수십 번을 넘게 반복했던 연기니 당장 다른 걸 그만큼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지금은 보다 많은 연습과 보다 많은 노력만이 결과에 답 해 줄 뿐이다.

    “전 배우니까요.”

    당연하게도.

    #

    진호는 시간을 쪼개서 생활했다.

    들어온 시나리오를 읽고 연기 연습을 하는 것이 첫 번째.

    광고를 포함한 방송 활동이 두 번째.

    은서와의 데이트나 고향 집 부모님 방문 등이 세 번째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리고 해외 지인들과의 소통이 네 번째.

    오랜만에 영상 통화로 안부를 주고받던 빌에게서 나온 묘한 이야기였다.

    [일전에 채포된 그린 헬 무리 말이야. 조사 과정에서 묘한 이야기가 나왔어]

    [무슨 이야기? 어차피 동기랑 행동 모두 밝혀진 거 아니었어?]

    [어. 기본적으로 광신적인 조직인 건 맞는데, 일부 간부급에서 이상한 자금 흐름이 감지 됐나봐]

    [이상한 자금이라고?]

    빌은 이래저래 인맥이 넓은 사람이었다.

    FBI를 포함한 사법 기관 및 언론사에도 소식통이 여럿 있었다.

    이번 이야기도 그런 식으로 건네 들은 것이다.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건 아니야. 유령회사를 통해서 들어온 자금이 그린 헬 간부 몇 명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거지]

    [행동자금 같은 거 아니야?]

    [보통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거야. 근데 자금을 추적하다가 삭제된 메일을 복구 할 수 있었어]

    [뭔가 이상한 내용이 있었구나]

    [어. 정확하게 너에 대한 정보가 첨부되어 있더라고. 출신부터 시작해서 활동 영역. 최근의 이슈까지. 빼곡하게 들어가 있었어]

    개인이 파내기 힘든 사생활까지.

    빌이 얻어낸 메일에 의하면 정보 수준이 굉장히 깊었다.

    [어째서? 어째서 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던 거야?]

    [그것까지는 확실하게 모르겠어. 근데 메일의 내용을 고려해 보자면 그들이 널 노린 건 우연이 아니야]

    [촬영장에서 날 확인하고 우발적으로 계획 한 거 아니었어?]

    [조직의 두목은 그랬던 거 같아. 근데 간부급 몇 명은 아니야. 너에 대한 정보를 받고 의도적으로 방향을 그쪽으로 움직인 거 같아]

    [날 공격하게끔?]

    [아마도]

    진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린 헬과의 마찰은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미친놈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인한 사고 정도.

    누군가의 개입 같은 건 생각지도 못했다.

    [조사 기관에서는 어떻게 생각한데?]

    [아직 공론화는 안 됐어. 조사가 길어지면 너한테도 연락이 닿을 거야. 난 혹시 몰라서 미리 알려주는 거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대체 누가 날 노린다는 거지?]

    [그건 조사해 보면 나오겠지. 일단 상황은 알고 조심해. 자금 출처를 감추거나 그런 걸 보면 개인이 우발적으로 사주 한 건 절대로 아니야]

    [어떤 단체가 날 노린다는 거야?]

    [내 생각에는 그래]

    빌은 조사 내용을 알려준 인물에게서 자금은 감춘 방식에 대해서 들었다.

    개인이 시도 할 수 없는 수준.

    적어도 이런 일에 정통한 조직 따위가 개입 한 거라 알려 주었었다.

    [정보가 들어오는 데로 알려 줄게]

    [아. 응. 고마워. 이렇게 신경써줘서]

    [별 말을. 친구가 곤경에 처했으면 도와야지]

    이내 통화가 끊기고 검은 화면 속 굳을 얼굴을 바라보는 진호만이 남았다.

    갑작스러운 이야기.

    그로서도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

    한 동안 빌은 계속해서 소식을 전해왔다.

    수사가 진행되는 방식이나 차후 있을 소환에 대한 것도 넌지시 언급했다.

    [종결됐다고?]

    그러기를 2주가량 지났을 무렵.

    빌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고 왔다.

    [방금 들었어. 수사가 완전히 종결됐다고 하더라]

    [어째서? 자금 추적이랑 완전히 안 끝났다면서]

    [모르겠어. 내 소식통도 별다른 정보가 없다네. 윗선에서 수사를 끝내라는 압박이 들어왔나 봐]

    [윗선? 윗선에서 어째서?]

    [그건 나도 모르지. 수사 방향이 무언가를 건드린 모양이야. 그것도 꽤나 영향이 있는 사람들로]

    진행 중인 수사를 대번에 종식 시키려면 어느 정도의 권력이 필요할까.

    진호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짚이는 구석이 있어]

    [뭔데? 알고 있는 게 있으면 뭐라도 알려 줘]

    [일종의 소문이야. 고위층이나 나정도 되는 유명인들 사이에서 도는 이야기지. 미국과 유럽 등지. 특히 백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어]

    [어떤 소문인데?]

    [문화적 폐쇄주의. 혹은 아시아 배척론. 이런 식으로 떠도는 이야기야]

    [문화적 폐쇄주의라고? 요즘 시대에?]

    [알다시피 PC주의의 확산으로 문화적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졌잖아. 그에 대한 반발로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순수 혈통론자와 비슷한 거지.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의 힘을 되찾자는 거야]

    진호는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차별의 차만 꺼내도 욕을 바가지로 먹는 시대다.

    순수혈통론? 문화적 폐쇄주의?

    이런 게 가능한 생각인지 조차 의문이었다.

    [일단 소문에 불과하긴 해. 하지만 널 타깃으로 노렸다는 얘기를 들어보니 그게 떠오르긴 하더라]

    [솔직히 와 닿지는 않네.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글쎄. 조직적으로는 잘 모르겠어. 근데, 개인적으로 보면 옛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긴 해. 오픈 마켓인 할리우드조차]

    [터무니없군]

    이제 와서 시간을 역행하기라도 할 셈인가?

    진호는 시대에 뒤떨어진 망상에 혀를 찼다.

    [하여튼 상황이 그러니 몸 좀 사리고 있어. 만에 하나라도 정말 그런 이들이 있다면 네 재기를 환영하지는 않을 테니까]

    [웃기는군. 내가 하는 연기를 자기들이 대체 뭐라고 평가하는 건지]

    [뭐, 어디를 가도 그런 사람들은 있으니까]

    진호가 혀를 차며 알았다고 답했다.

    당장은 진실을 알 수도, 그것에 대해 대응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이 낯설고 이상한 이야기가 뜬소문으로 지나가기를 바랄 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