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전생 배우-148화 (148/178)

Chapter66. 하나씩(2)

완벽한 건 한 장면뿐이었다.

아쉽게도 모든 장면을 완벽한 연기를 채울 만큼 진호가 굴곡 없는 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평균으로 보자면 1.5티어 배우 정도?

썩 괜찮은 수준의 뮤직비디오로 완성 된 것이다.

“아쉽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죽어라 해보는 건데.”

“어쩔 수 없잖아. 다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 건데.”

은서도 진호도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정해진 기간 안에 작업물을 뽑아내야 하는 현실 상 진호의 연기는 제약이 많았다.

장면 하나 둘이야 할 수 있지만 전체는 무리.

아쉬움을 남긴 채 넘어가는 장면이 많았다.

“그래도 감독님이 그 장면만큼은 최고라고 했어.”

“그나마 만족 할 만한 장면이었지. 그 수준으로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어려운 거지?”

“응. 전처럼은 안 돼. 전에는 기계처럼 상황에 맞는 연기가 쑥쑥 나왔거든. 근데 지금은 수작업이야.”

공장제 작업물과 수작업을 통한 작업물의 차이.

전체 퀄리티는 분명 전자가 훌륭했지만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후자의 것이 뛰어났다.

“그래도 그 장면만큼은 전만큼 했으니까.”

“흐응. 난 전보다 나은 거 같던데.”

“예전 보다 낫다고?”

“응. 뭐라고 할까. 조금 더 생동감 있는 연기? 전에도 분명 굉장했지만 뭔가 모르게 살짝 만들어진 느낌이 있었거든. 근데 지금은 그런 게 없어. 한 번에 빡 하고 와서 감정을 흔들지.”

몰입이 최고의 장점이었던 진호의 연기다.

흉내가 아닌 그 사람이 된 듯 한 모습.

하지만 그럼에도 은서는 지금의 연기가 더 깊다는 느낌을 받았다.

‘울퉁불퉁한. 그래서 더 인간 같은.’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이유였지만.

“하여튼 최고야.”

쌍 엄지를 척.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

며칠 뒤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받았다.

이에 선아의 노래를 덧씌우니 한 편의 영화가 되었다.

“이대로 공개를 해도 좋을 거 같아요.”

“마음에 들어? 이번에는 어디까지나 네가 주인공이잖아.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말해도 돼.”

“전 마음에 쏙 들어요. 특히, 이 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가진 채 사랑하는 장면 말이에요. 제 노래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어요.”

“감독님이 잘 캐치해 주셨지.”

선아는 완성된 뮤직비디오가 마음에 쏙 들었다.

완벽하다, 라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고 어설픈 흐름이 군데군데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존재했다.

이건 잘 뽑힌 A급 영화보다는 강렬한 B급 영화의 느낌이었다.

그게 더 마음에든 선아였다.

“이걸로 공개할게요.”

“네가 마음에 든다면 그렇게 해야지. 쇼케이스 날짜에 맞춰서 공개하는 걸로 하자.”

“네.”

작업물이 완성되면 나머지는 회사의 영역이었다.

홍보팀이 홍보를 하고 선아의 컴백 스케줄을 조정했다.

국내 음원 시장은 첫 스타트가 매우 중요하다.

선두로 한 번에 치고 나가지 못하면 지지부진하다가 사라지기 일쑤.

뮤직비디오, 음원, 쇼케이스 등.

시작 플랜이 매우 중요했다.

“쇼케이스에 같이 와 주실 거죠?”

“그래. 컴백무대인데 소홀하게 할 수는 없지.”

참가 인원까지.

선아의 컴백 준비는 물 흐르는 듯 준비가 되어갔다.

#

며칠 뒤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공개되었다.

1위를 찍던 선아의 노래라는 것으로 1차적인 홍보가 되었고,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진호와 은서라는 것에서 2차적인 홍보가 되었다.

첫 날에 숨 쉴 틈도 없이 1위를 찍었다.

“반응 엄청나네.”

“역시 믿고 듣는 선아. 앨범 전곡이 랭크에 올라왔어.”

“이러면 우리가 힘 써 준 보람이 있는데?”

진호와 은서도 회사에서 그 결과를 지켜봤다.

음악 관련 부서는 진호가 깊이 관여하고 있었기에 손 놓을 수 없었다.

“코멘트도 바로 올라오고 있어.”

“역시 선아의 음색은 독보적이다. 좋은 노래에 좋은 목소리. 1등이 아니면 이상했을 거다.”

“크. 이사람 노래 볼 줄 아네.”

“알바 같은 댓글도 좀 있긴 한데······전체적으로는 좋네. 1위 할 만 한 곡이라는 평이야.”

“뮤직비디오는?”

음원과 같이 공개 된 뮤직비디오.

음원 성적이 결정 날 정도면 그쪽도 반응이 쌓여있을 것이다.

은서가 마우스를 옮겨 뮤직비디오를 열었다.

“이건 팬 반응이고, 나머지는······”

“전보다 연기가 못한 것 같다. 실망이다.”

“생각보다 충격이 컸다. 대배우 진호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이런 연기라니. 어색함이 눈에 띈다.”

“새, 생각보다 악플이 많네?”

내부 평가에서 좋은 반응이 나왔기에 기대했었다.

하지만 외부 평가는 혹독했다.

기본적으로 결과물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기에 대중은 전체로 비교 할 수밖에 없었다.

전보다 못하다.

이게 중론이었다.

“아! 그래도 여기 봐봐. 좋은 말 해주는 사람도 있어.”

“전체적인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부분 부분 훌륭한 연기가 녹아 있다. 아직은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무려 평론가래.”

“그거야 넷상이니까 하는 말이고. 그래도 알아봐 주니까 좋긴 하네.”

그나마 다행인 건 좋은 연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특정 씬에 대한 평가는 매우 후했다.

“쇼케이스에서도 말이 나오겠네. 오빠, 괜찮겠어?”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어. 결과물에 대한 건 내가 오롯이 감당하고 넘어가야지.”

“너도 오빠처럼 침착했으면 좋겠다. 내가 다 떨리네.”

“나 때문에 네가 욕먹는 거 같아서 미안하네.”

“에이. 그런 소리는 하지 마. 우리가 뭐 남이야? 어? 같이 사우나도 하고. 어?”

“어색하다, 야.”

“히히. 하여튼. 우리는 일심동체라 이거야. 힘들 때는 같이 힘들고 즐거울 때는 같이 즐겁고. 알았지?”

힘들 때 내편이 있다는 건 언제나 행복하다.

진호가 깊게 웃으며 은서를 품에 안았다.

쇼케이스를 몇 시간 앞둔 상황이었다.

#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특히 언론사에서 사람들이 쏟아졌는데, 국내 한정이 아니었다.

진호의 재기 작이라고 하니 외국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미국 주요 언론부터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의 언론들이 총 집합했다.

“오늘의 주인공 선아 씨를 모십니다.”

시작은 어디까지나 노래 주인공인 선아였다.

그녀를 중심으로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구상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마음으로 불렀는가.

차트 1위를 차지한 소감은 어떠한지 등.

뻔한 이야기였지만 필요한 수순이었다.

“전에 인터뷰 과정에서 뮤직비디오를 언급하면서 꽤 많은 화제가 됐었어요. 알고 계시죠?”

“네, 네.”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 뮤직비디오로 닿았다.

“그럼 잠깐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요? 아시겠지만 주연 배우인 진호 씨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대단하거든요.”

“네! 괜찮아요. 저도 많이 기대하고 나왔거든요.”

“하하. 선아 씨는 참 마음이 넓네요. 그럼 일단······”

주인공인 선아가 허락을 했으니 이제 기회가 열렸다.

사회자가 눈으로 참가자들을 쓱 훑었다.

보통 이런 쇼케이스는 선발 질문을 해 줄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

“거기, 녹색 옷 입은 분. 질문해 주시죠.”

“앙고라 뉴스에서 나온 유일중입니다. 뮤직비디오로 재기를 생각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진호 씨에게 묻는 거죠?”

“네, 네. 제가 팬이다 보니 조급했네요.”

짧게 웃으며 진호에게 마이크가 전달되었다.

그때부터 쉴 새 없이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주인공인 선아보다도 더 많은 플래시 세례였다.

“이유라기보다는 기회가 왔기에 잡은 것에 불과합니다. 선아 씨의 노래는 자타 공인하는 명품 아닙니까. 이런 훌륭한 노래에 연기를 맞출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서 시도하게 됐습니다.”

“그럼 부상은 전부 회복된 건가요?”

“부상······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제가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니 회복과정에 있다고만 해 두죠.”

“뮤직비디오 반응은 썩 그래 보이지 않는데 말이죠.”

마지막 말은 질문자의 것이 아니었다.

사회자가 당황해서 살짝 머뭇거릴 때 진호가 대신 손가락으로 그 사람을 가리켰다.

“계속하시죠.”

“지금 올라오는 반응을 체크 중입니다. 이전 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네요.”

“부족하다고 평하신다면 그게 사실이겠죠.”

“그럼 무리하게 복귀를 강행하신 거 아닌가요? 노래 주인공인 선아 씨에게 피해를 주는 거 같은데.”

“아, 아니거든요!”

발끈한 선아가 대신 답하자 진호가 손으로 만류했다.

이런 질문 하나 둘 정도는 각오했던 바였다.

“결과물에 대한 거라면 선아 씨와 충분한 합의를 한 끝에 결정 했습니다. 전만 못하다 해도 노래의 느낌을 살리기에 부족함은 없다고 판단한 거죠.”

“글쎄요. 좋은 배우들이 여럿 있는 걸로 아는데, 굳이 회복도 안 된 진호 씨가 주연으로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회사 내 지위를 이용해서 강행 한 건 아니겠죠?”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진호가 짧게 숨을 골랐다.

가십을 원하는 질문에 굳이 답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당에 골라서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저보다 연기가 나은 분이 있을 수도 있겠죠. 뮤직비디오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를 함에 있어서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몰아붙이는 일은 제 생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 이 연기가 최선이라는 겁니까?”

“질문하신 분은 뮤직비디오를 다 보지 않았나 보군요.”

“전체적으로 보긴 했습니다만.”

“보면 알 겁니다. 저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모호한 답에 질문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해를 못하겠군요. 대체 뭘 보라는 겁니까?”

“저는 분명 전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나아지고 있습니다. 어떤 면으로는 더 좋은 방식으로요. 이번 뮤직비디오에는 그런 면이 일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걸 몰라본다면 답을 하기 어렵군요.”

“······갑자기 퀴즈라도 내시는 겁니까?”

“그게 재미 아닙니까? 저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서둘러 기사를 내세요. 홍 진호. 퇴보한 실력으로 무리하게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이렇게요.”

강경한 말투에는 살짝 당황하기도 했다.

배짱인가, 싶기도 하고.

세계적인 곳에서 놀던 사람이니 언론 다루는 법도 굉장히 능수능란할 터.

불편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소신껏 기사를 써야겠네요.”

“기대하죠.”

스타의 몰락과 재기.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은 조회수를 뽑을 것인가.

질문을 던진 기자는 자신감 넘치는 진호의 얼굴을 보며 머리를 굴렸다.

‘역시 가십이지.’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

[섣부른 결정? 홍 진호의 재기 작]

기사는 여러 가지 종류로 나왔다.

쇼케이스 인터뷰를 빌미로 한 가십성 기사부터 조금 거리를 둔 기사들까지.

조회수 면에서는 당연히 자극적인 가십성 기사들이 압도적이었다.

각종 커뮤니티에도 기사가 퍼지고 댓글이 수백 수천 개가 달렸다.

이전에 있었던 진호의 연기를 가지고 와서 짤방으로 쓰는 사람도 많았다.

[압도적인 한 장면. 이를 위한 포석?]

[하나의 연기. 모든 걸 집어삼키다]

[부활? 아직은 이르다. 하지만 가능성이라면]

[네티즌에 의해서 발견된 찰나의 연기]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여론이 바뀌었다.

뮤직비디오 뷰 수가 수억을 돌파하면서 연기에 대한 평이 달라진 것이다.

처음이야 이전 연기와 비교하며 어색함을 짚어냈지만 그 다음 부터는 이야기가 달랐다.

한 장면에서 드러나는 완벽함.

그 순간에 매료된 사람들이 진호의 부활 쪽으로 의견을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언론 기사도 바뀌고 커뮤니티 반응도 바뀌고 댓글 성향도 바뀌었다.

“결국 사과 기사까지 올렸네.”

비난 여론에 사과 기사까지 올린 그날의 기자.

꼴좋게 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도 할 말은 있다.

대체 무슨 수로 이런 결과를 알 수 있었겠는가.

“쫄리면 뒈졌어야지.”

발 못 뺀 것이 죄라면 죄.

연예계라는 도박판 위에서라면 진호는 타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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