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만 전생 배우-132화 (132/178)
  • Chapter59. 팀 진호(2)

    이름은 그대로 ‘팀 진호’로 굳어졌다.

    최현석은 촌스럽다고 툴툴거렸지만 진호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전부 한 번에 움직이는 거야?”

    “해외 스케줄 멤버가 따로 있어. 국내 쪽 멤버랑 섞이기도 하니까, 그때그때 달라지기도 하지.”

    “스케일 작살나네. 미팅 날짜는 잡혔어?”

    은서가 과자를 씹으며 물었다.

    “이번 주 토요일. 금요일 저녁에 날아가서 미팅하고 돌아 올 거 같아. 그 날 톰 니어슨도 참가하는 거 알고 있어?”

    “톰 니어슨? 액션 배우 톰 니어슨 말이지?”

    “응. 예전부터 팬이었거든. 직접 만나게 된다니까 어쩐지 설레네.”

    톰 니어슨은 액션 계열에서는 알아주는 배우다.

    10대 중반부터 연기를 시작해서 30대 후반이 된 지금도 몸 쓰는 연기라면 첫 손에 꼽힌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 능력을 높이 사 주인공 역할에 낙점 되었다.

    “의외네. 딱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영화를 많이 보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근데 톰 니어슨은 예외였어. 어릴 때부터 연기하는 걸 보고 홀딱 반해서 포스터도 모았다니까.”

    “헤에. 보통은 섹시한 미녀 스타를 수집하지 않아?”

    “그때는 그랬어. 아름다운 여자보다 자유롭게 활동하는 톰 니어슨이 더 멋져 보였으니까.”

    전생 체험으로 병원을 들락날락 할 때.

    톰 니어슨의 액션 연기는 삶의 활력소였다.

    “진짜로 좋아했나 보네.”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을 거야. 네 것도 하나 받아올까?”

    “아니, 난 괜찮아. 가서 어릴 적 스타하고 신나게 놀다 와.”

    은서가 진호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들뜬 그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언제 또 이런 아이 같은 모습을 보겠는가.

    ‘오빠한테 이런 면도 있네.’

    작게 웃으며 지켜봤다.

    “세 번째 영화는 DVD도 소장하고 있어. 한 번 볼래?”

    어쩐지 귀여웠다.

    #

    해외 활동을 보조하기 위한 스텝들이 추려졌다.

    언어에 능한 이들 위주로 생활 전반을 캐어 해 줄 팀이 완성 된 것이다.

    의상, 헤어, 화장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개인경호와 만약을 대비한 의료인원까지 있었다.

    진호는 ‘과하다.’라고 평가했지만 최현석은 딱 잘라서 말했다.

    “손발이 돼 줄 팀이야. 장기적인 관점으로 뽑은 거니까 친하게 지내라.”

    인원 중 절반은 국내 활동에서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소개라고 모아놓으니 서로 멀뚱멀뚱 보는 모양새가 닭장 속 닭을 연상 시켰다.

    “회식 한 번 하죠.”

    이럴 때는 역시 모아서 먹이는 편이 빠르다.

    최현석이 못 박아 결정 된 인원이니 진호도 일단은 이 사람들과 친해 질 필요가 있었다.

    까만 색 블랙 카드에 스텝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자자, 줄 맞춰서 이동합시다. 우리 홍 배우님께서 오늘 거하게 쏘십니다!”

    “오오오오! 홍 배우님!”

    “전 회장님이라고 부를게요!”

    “잘 먹겠습니다!”

    진두지휘하는 건 송학이었다.

    송학은 국내외 활동 전반에 걸쳐서 구심점으로 뽑혔다. 의외로 영어도 제법 할 줄 알아 해외 활동에도 제약이 없었다.

    “형. 누가 보면 형이 사는 줄 알겠어.”

    “하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호가호위 해 보겠냐.”

    “아주 말이 술술 나오네. 언제부터 우리 송 매니저님이 이렇게 달변가가 되셨나?”

    “결혼하니까 그렇게 되더라.”

    “방금 그 말 형수님한테 전해줘도 되지?”

    “아니, 뭐래. 우리 와이프한테 좋은 말 하다보니까 달변가가 됐다는 거지.”

    예전 일 이후로 송학은 꽉 잡혀서 살고 있다.

    그래도 좋기만 하다고 껄껄 웃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신혼인데. 형은 그냥 남아 있지 그래?”

    “야. 바늘 가는데 실 안 가는 거 봤냐? 스타가 가면 매니저가 따라가야지. 외국 나가면 너 불안해서 안 돼. 내가 곁에 있어야 해.”

    “뭘 또 불안하다고. 이 양반 설마 신혼인데 벌써 밖으로 나도는 거 아니야?”

    “야, 야. 뭐라는 거야. 우리 신혼집이 얼마나 깨가 뚝뚝 떨어지는데. 이건 일이니까 하는 거라고.”

    “정말이지? 거짓말이면 형수한테 이른다?”

    “자식아. 네 형수가 가란다. 신세 진 거 있으니까 옆에서 잘 좀 지켜보라고. 너희 형수가 그렇게 현명한 사람이야.”

    진호가 조금 놀란 눈으로 보자 송학이 으쓱했다.

    조금 재수 없었지만 진호는 그냥 참기로 했다.

    말마따나 형수가 그랬다면 고마울 따름이었다.

    “뭘 또 신세를 졌다고 그러시는지.”

    “우리 와이프가 아주 네 얘기만 나오면 떠 받들어. 두 번째 인생을 주신 거니까 충성하라더라.”

    “에헤이. 형은 또 옆에서 그거 거들었지? 그런 거 하지 말라니까. 내가 뭐 못해 줄 거 했나.”

    “해 줄 수 있는 거 했지. 근데, 그런 거 안 하는 사람이 더 많잖아. 너만큼 주변 사람들 챙기는 스타도 드물어. 그건 내가 보증 한다고.”

    작정하고 칭찬하니까 민망하다.

    진호가 뒷머리를 긁으며 ‘뭘 또.’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오늘 회식은 부탁할게. 블랙 카드.”

    “이 아저씨 그게 본심이었구만.”

    송학이 낄낄거리자 진호도 따라 웃었다.

    카드는 중요하지 않았다.

    #

    각인각색이라고 하던가.

    사람이 많은 만큼 저마다 색도 다 달랐다.

    애초에 커리어도 일하던 방식도 다른 사람들이니 한 곳에 모인 것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딴 건 집어치우고 절위해서 일하세요.”

    “우오오! 홍 배우님 멋쟁이!”

    “회장님이다, 회장님!”

    “박력! 카리스마! 휘! 휘!”

    그런 건 잠깐.

    술이 몇 순 돌고 진호가 총대를 메자 사르르 녹았다.

    “저, 홍 진호라는 사람 하나를 여러분들이 만드는 겁니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일하던 분들이라 방식이 제각각이겠지만, 이제부터는 저로 통일하세요.”

    “너무 안 맞으면 어떻게 하나요!?”

    “보너스를 보면서 참는 겁니다!”

    “와우! 정답이다!”

    진호가 다시 술잔을 들어 올렸다.

    수십의 사람이 자신 하나만 보고 있다는 건 부담이기도 하지만 어떤 자부심이기도 했다.

    “저는 정말로 우리가 좋은 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런 팀 말이죠.”

    “걱정마세요, 회장님! 우리가 회장님을 세계 제일가는 스타로 만들어 드릴게요!”

    “말 잘했다! 우리 스타일리스트들도 회장님을 제일 멋지게 만들어 드릴 겁니다!”

    “아니, 왜 호칭이 회장님이 된 겁니까.”

    “돈 주면 회장님이죠! 하하하!”

    팀으로 모이는데 많은 가치가 있겠지만 그 중 제일은 역시 돈 아니겠는가.

    속물적이고 나발이고 돈 많이 주면 좋은 거다.

    최현석이 제안하고 진호가 허가한 팀의 계약 조건은 업계 최고 수준.

    거기에 일적 보너스를 생각하면 비교 할 곳이 없다.

    “그래요. 회장님이든 뭐든 좋습니다. 팀으로서 맡은 일을 제대로만 해 주신다면 그게 뭔 상관이겠습니까.”

    “회장님, 회장님. 근데,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얼마든지 하세요. 무슨 질문이죠?”

    “팀 규모를 보면 항상 전부가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공백기에 남은 사람들은 뭘 하나요?”

    이번에는 제법 건설적인 질문이었다.

    “그때그때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휴가를 갈 때는 여러분도 휴가입니다. 그 기간에는 마찬가지로 봉급이 지급되니 걱정 할 필요는 없습니다.”

    “와! 유급 휴가!”

    “그 기간 동안 짬 내어 일해도 되나요?”

    “제 스케줄에 방해만 안 되면 뭐든 가능합니다. 공부를 하고 싶다면 공부를 해도 좋고, 짬 내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해도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제 팀임을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진호는 확실한 체계가 잡히기를 원했다.

    휴식이 필요하면 휴식을, 커리어가 필요하면 커리어를.

    무엇이든 제공 할 수 있지만 그 배경에는 반드시 자신이 우선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팀이 그냥 먹고 놀자는 팀은 아닙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팀은 강력한 보너스 조항이 있습니다. 알고 계시죠?”

    “파트 별 경쟁부분 말이죠?”

    “네. 각 파트별로 한 명씩 우수자를 뽑아서 보너스를 왕창 드립니다. 팀이지만 경쟁은 필수적인 거죠.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보답을 줘야 하니까요.”

    보너스 얘기에 눈빛이 달라졌다.

    긍정적인 경쟁은 능력 향상의 가장 좋은 수단.

    진호는 팀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기를 원했다.

    “자, 전부 잔을 올립시다.”

    그렇게 하나의 팀.

    “여러분은 저를 책임지세요. 저는 여러분을 책임지겠습니다. 이게 우리, 팀 진호의 결속입니다.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부딪치는 잔들 속에서 하나로 엮였다.

    팀 진호, 발족 첫 날의 이야기였다.

    #

    며칠 뒤.

    진호는 드라마 미팅을 위해 출국했다.

    이번에는 촬영이 아닌 터라 송학을 비롯한 소수의 인원만 동원되었다.

    “크으. 역시 드림이 좋긴 하네. 호텔도 최고급으로 잡아 주고.”

    숙소는 미팅 장소 인근의 호텔이었다.

    당연하게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의 호텔로 예약을 잡아 두었다.

    오고가는 퍼스트 클래스 비행기 값을 포함해서 모든 비용을 드림 측에서 지불했다.

    “와인이나 한 잔 하면서 쉬면되겠네요.”

    “그래. 미팅은 내일이니까 오늘은 푹 쉬고······응? 잠깐만.”

    송학이 폰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대표님이에요?”

    “어. 우리 도착했냐고 물어보더라. 그리고 지금 미팅 할 수 있는지도 물어보라고 하셔.”

    “지금요? 미팅은 내일로 알고 있는데.”

    “드림 쪽 스케줄이 꼬인 건지 하루만 당기자고 하네. 어때? 피곤하면 안 된다고 말 하고.”

    “음.”

    진호가 목을 좌우로 꺾었다.

    갑자기 바뀐 스케줄.

    거부한다고 문제가 될 건 없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 피곤하기도 하고.

    “혹시 톰 니어슨도 참석한다고 해요?”

    “어. 전부 하루를 당긴 모양이야.”

    “그럼 저도 참석한다고 알려 주세요.”

    하지만 팬 입장에서 스타가 온다는데 조금 피곤한 것이 대수일까.

    진호가 들뜬 얼굴로 수락했다.

    “오케이. 옷만 갈아입고 바로 이동하자.”

    미팅이 하루 당겨졌다.

    #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미팅이 열렸다.

    진호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다른 관계자들부터 만났다.

    몇 명은 안면이 있었지만 대부분 초면이었다.

    가벼운 인사와 근황 이야기로 시간을 때웠다.

    [드디어 보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드림의 디렉팅 이사 제임스 쿡이라고 합니다]

    개중에는 드림의 핵심 인사도 있었다.

    이번 드라마에 진호를 적극 추천한 인물이었다.

    그는 빌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 ‘저 사람을 꼭 캐스팅하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이쪽이 감독인 헨리 놀슨입니다]

    [처음 뵙습니다. 진호입니다. 홍 진호]

    감독도 자리에 먼저 나와 있었다.

    헨리 놀슨이라고 하면 SF와 판타지 영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빼어난 연출과 독특한 네러티브로 호불호가 강한 인물이기도 하다.

    [톰 니어슨은 아직 안 온 겁니까?]

    [곧 도착 할 겁니다. 아는 사이입니까?]

    [아뇨. 제가 개인적으로 팬이라서요. 이번에 동반 출연한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흥분이 되든지.]

    [오. 그렇군요]

    그렇게 얘기를 나누기를 20여 분.

    가장 마지막으로 톰 니어슨이 등장했다.

    가죽 재킷에 선글라스를 쓴 채, 영화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 걸어 들어왔다.

    [나보고 저런 것들과 영화를 찍으라는 거냐?]

    하지만 그의 첫 마디는 기대하던 것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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