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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전생 배우-91화 (91/178)
  • Chapter41. 효도하자(1)

    흥행 열기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국내 관객수도 순식간에 500만을 돌파하고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개봉도 확정되었다.

    특히, 생각보다 빠르게 중국이 영화를 수입했다.

    내용상 꺼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례적으로 발 빠른 대응이었다.

    “전담 팀을 늘렸다.”

    이에 최현석이 바빠졌다.

    일전의 흥행에서도 돈 계산 문제로 골머리를 썩었던 바. 이번에는 미리 사람을 뽑아 회계 팀을 보강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셈이 쉽지 않을 정도로 들어오는 액수가 상상을 초월했다.

    “아예 사단을 하나 꾸리는 편이 나을 거 같아.”

    “전담으로요? 몇 명이나 되는데요?”

    “계약과 사업 관련해서 다섯. 회계 정보를 우리와 공유와 전담 회계사 두 명. 그리고 스케줄 관리 및 현지 매니지먼트를 담당할 인력 아홉.”

    “너무 많지 않아요?”

    “안 많아. 여기에 코디와 메이크업아티스트 경호 인력도 붙는다.”

    그렇기에 최현석은 아예 사단을 꾸렸다.

    여러 가지 분야로 팀을 나누고 이를 진호 중심으로 묶은 것이다.

    그 숫자가 물경 50명에 달했다.

    “팀에서는 네 연기 활동에 관한 모든 일을 도울 거야. 시나리오 점검이나 감독에 대한 연구도 이쪽에서 맡고. 영어와 중국어에 능통한 애들도 붙였으니까 다각화도 가능하지.”

    “갑자기 부담되고 그러네요.”

    “지금처럼 하면 돼. 지금까지 들어온 수익 정산이 아직 다 안 끝났지만······절반. 아니, 절반의 절반만 돼도 사단을 평생 끌기에 부족함이 없을 거다.”

    회사에서는 진호를 제외한 별도의 배우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수익구조를 보자면 90퍼센트. 아니, 99퍼센트를 진호가 책임지는 상황.

    사단으로 50명을 꾸린 건 전혀 과하지 않다.

    “팀이 완전하게 정리되면 따로 모아서 소개를 해 줄게. 너도 친해져야지. 이제 앞으로 쭉 함께 할 사람들인데.”

    “싱숭생숭하네요. 진호 사단이라니.”

    “익숙해져. 넌 이제 그냥 그런 스타가 아니야. 월드 스타. 세계적인 인물이라고.”

    뉴욕 타임즈에 얼굴이 실리고 도심 빌딩에서 얼굴이 전면으로 찍히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월드 스타.

    부정 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

    XX호텔 최상층.

    스위트룸에 중년 부부가 찾아왔다.

    “아, 오셨네요?”

    “아이고. 여긴 뭐 이렇게 길이 복잡하니.”

    “그러게. 한참을 헤맸지 뭐야.”

    진호의 부모님이었다.

    화려한 호텔이 어색한지 연신 주변을 둘러봤다.

    “죄송해요. 집으로 모실까 했는데 사람이 원체 많아서요. 며칠간은 여기서 머물러야 할 거 같아요.”

    “우리야 뭐 이렇게 궁전 같은 곳에서 쉬면 좋지만, 많이 비싸지 않니?”

    “괜찮아요.”

    본래 진호가 살던 빌라는 이미 위치가 노출되었다.

    국내 팬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람이 몰려 온 터라 가족이 모여서 쉬기에는 좋지 않았다.

    해서, 궁여지책으로 호텔을 잡은 것이다.

    최상층에 가격도 상당했지만 부담은 되지 않았다.

    “진작 이렇게 모셨어야 했는데.”

    “뭘 또. 전에는 오죽 바빴니? 하루에도 몇 시간 못 잔다고 그랬잖아. 시간 날 때 푹 쉬어야지.”

    “그려. 일을 하려면 체력이 돼야 해. 우린 뭐 여기 이렇게 좋은 곳에 있으면 되니까 너도 푹 쉬어.”

    바쁜 일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숨 돌린 틈이 생겼다.

    겨우겨우 스케줄을 조정해서 이틀 정도의 휴가를 낸 것이다.

    “쉬는 건 나중에 쉬어도 돼요. 그보다 짐 풀고 나면 저랑 누구 좀 만나러 가요.”

    “누굴?”

    “건축업 하시는 분인데, 최근에 상도 받고 그랬대요. 귀향해서 사시는 분들 위주로 건물을 짓고 그러니 딱이죠.”

    “건축업?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부모님의 얼굴을 보며 진호가 씩 웃었다.

    “고향에 두 분 사실 집을 지으려고요.”

    “······뭐이? 집을 지어?”

    “네. 큰아버지와 같이 사는 거. 불편하잖아요. 제가 고향 땅을 좀 알아봤는데,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부지가 있어요. 거기에 집 딱 짓고 사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이미 예전부터 생각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땅 사고 집 짓는 일이 쉽지 않다보니 구상으로 그쳤을 뿐.

    영화가 마무리 되고 정산금액에 대한 견적이 나오면서 다시금 표면으로 부상시켰다.

    “다 늙은 우리가 무슨 집이여? 그러지 말고 너, 사는 곳이나 옮기자. 거기 오래 됐다면서?”

    “저도 이사 할 거예요. 제 집도 사고 어머니 아버지 집도 짓고.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처리하게요.”

    “세상에. 그럼 돈이 얼마야? 사람이 벌 때 절약해야 한다고.”“괜찮아요. 이 정도는 충분히 하고 남을 정도로 벌었어요.”

    “그래도······”

    “저만 믿어주세요.”

    진호의 수익은 아직 정산 전이다.

    금액이 큰 것도 있지만 수익이 들어오는 창구가 워낙 다양했던 터라 회계사들도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출연료, 투자대금 대비 영화 수익, 초상권, 상품 계약 수익, 광고 등.

    얼추 추산하기로 천억이 훌쩍 넘어가는 돈이었다.

    말마따나 집 한두 채 산다고 어찌 될 돈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텃밭이 필요하다고 그랬죠?”

    “그야 뭐······하던 일이 그러니.”

    “어머니는 화단 꾸리고 개랑 고양이 키우고 싶어 하셨죠?”

    “아이고, 야. 네 아버지 텃밭이면 충분해.”

    “두 분이 같이 하고도 남을 만큼 땅을 살 거예요. 걱정 마시고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하세요.”

    마음 같아서야 대농장을 만들고 싶지만 그건 또 되레 짐이 될 거 같다.

    그냥 소소하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지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진호의 바람.

    어릴 때부터 고생만 시킨 두 분에 대한 마음이었다.

    “짐 풀고 나가요. 가는 길에 맛있는 것도 먹고.”

    이제는 효도를 하고 싶었다.

    #

    건설사 대표와 부동산 업자를 함께 만났다.

    토지 규모를 확정짓고 그에 걸맞은 건축 형태를 상의했다.

    부지는 600평 가량.

    별도의 임야를 포함하지 않고 기본 주택 규모만 그렇게 정했다.

    필요하면 평수를 늘려서 텃밭과 화단을 꾸릴 수 있도록 했다.

    “세상에. 너무 크지 않니?”

    어머니는 규모에 걱정을 내비쳤다.

    집이 과하게 커서 집안일이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집에 여러 가지 따로 해 둘 생각이에요. 두 분 편하게 쉴 있게 욕탕도 설치하고 영화 보기 쉽게 홈시어터도 구비하게요.”

    “아이고, 우리가 그걸 다 쓰겠니?”

    “하다보면 익숙해져요. 전에 아버지 서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잖아요. 이 공간은 서재로 쓰면 되겠네요.”

    “······흠흠. 서재가 있으면 좋지.”

    어머니와는 다르게 아버지는 꽤 반기는 분위기였다.

    서재라면 책 좀 읽는 사람의 로망 아니겠는가.

    2층 발코니를 낀 서재라고 하니 괜스레 표정이 밝았다.

    “어머니는 여기 옷 방으로 쓰세요. 아니면 화방으로 써도 좋고. 예전엔 취미로 그림도 그렸잖아요.”

    “어머. 그래도 되니? 집에 냄새가 많이 날 텐데.”

    “환기시설 빡빡하게 설치해 둘게요. 걱정 말고 쓰세요. 발코니 밖으로 산이랑 다 보이니까 그림 그리기는 좋겠네요.”

    “세상에. 그럴 수만 있으면 좋겠다.”

    어머니도 홀랑 넘어왔다.

    진호가 건설사 대표에게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두 사람 의향만 맞추면 짓는 건 마음대로였다.

    “아, 그리고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엘리베이터도 설치해 주세요.”

    “아이고 집에 무슨 엘리베이터여?”

    “에이. 아버지 무릎 안 좋잖아요. 전에도 잘 못 걸어서 끙끙 거리더만. 힘쓰지 말고 편하게 오가요. 아,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저랑 건강검진도 한 번 받고.”

    “끄응. 아직 멀쩡한데.”

    “멀쩡할수록 관리해야죠. 나이 들어서 몸 아프면 서러워요.”

    추가에 추가.

    진호는 필요한 시설을 계속해서 우겨 넣었다.

    부지는 넓었고 예산에는 한도가 없었다.

    최대한 편하게 쓸 수 있는 형태로 다듬었다.

    “이거 공사가 만만치 않겠네요.”

    “어떻게, 가능할까요?”

    “일단 바닥부터 싹 깔고 시작하는 거라 공사가 꽤 크게 진행 될 거 같습니다. 수영장하고 배수시설도 상당히 복잡한 터라 전문가도 여럿 동원 될 거 같고.”

    “돈은 신경 쓰지 마시고 최대한 튼튼하고 깔끔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관리나 보수 쪽으로 사람을 주기적으로 쓰고 싶은데. 그것도 가능하면 알선해 주시겠죠?”

    “물론이죠. 관리업체 쪽 사람을 연결해서 정기 방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골이다 보니 망가지면 사람 찾기가 어렵다.

    혹여나 생길 불편할 점을 미리미리 점검했다.

    “진호야, 근데······우리 둘이 살기에 너무 크지 않을까? 이래 놓으면 청소하기도 버겁고.”

    “걱정마세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사람이 갈 거예요. 그냥 생활공간 정도만 정리해 두시면 나머지는 업체에서 맡기로 했어요.”

    “어이구. 이런 일에 사람을 쓸 것 까지야······”

    “괜찮아요. 그 사람들도 일해서 돈 벌고 좋죠. 안 쓰고 쟁여두는 게 더 나쁜 일이에요.”

    부모님에 대한 거라면 얼마든지 사치를 부려도 좋다.

    진호는 돈 쓰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럼 조건을 맞춰서 일을 진행해 주세요.”

    “네. 중간중간 진척사항은 보고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모님이 사실 곳이라.”

    “하하. 물론이죠. 저도 부모님 모시는 심정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최고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효도를 위한 아주 작은 부분의 시작이었다.

    #

    “진짜냐? 어디서?”

    XX일보 기자, 서인찬이 다급하게 물었다.

    가장 뜨거운 뉴스거리라고 하면 단연 연예계.

    그것도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는 ‘여섯 번째 요원’의 진호였다.

    “제가 딱 보고 알았다니까요. 모자와 선글라스로 가려도 제 눈을 속일 수는 없죠.”

    그 진호를 후배놈이 길거리에서 포착했다는 것.

    그것도 평범한 나들이가 아닌 어떤 목적을 가진 만남.

    뒤를 밟아서 사진까지 다량 찍어왔으니 흥분이 되지 않을 리 없었다.

    “봐봐. 누구를 만난 건데? 혹시 젊은 여자냐?”

    “아뇨. 중년 부부랑 함께 웬 남자 둘을 만나던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사업하는 사람들 같았어요.”

    “사업하는 사람을 만났다? 이 시기에?”

    “사진 보실래요?”

    “그래. 한 번 보자.”

    후배가 찍어온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워낙 성능이 좋은 사진기라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하게 구분이 되었다.

    “맞네, 진호.”

    “맞죠? 제가 제대로 봤다니까요.”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전체를 속일 수는 없었다. 눈을 닦거나 물을 마실 때면 얼굴이 드러났다.

    “누굴 만난 거냐. 일단 뒤에 두 사람은 부부 같은데. 서울 사람은 아닌 거 같지?”

    “네. 복장도 좀 그렇고 태도도 그렇고 상경한 사람 같아요.”

    “흐음. 상경한 사람이라. 그럼 시골에서 올라왔다는 건가? 시골에서 온 사람하고 진호······어?”

    서인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거 홍진호 부모님이네.”

    “부모님이요?”

    “그래. 전에 한 번 스치듯 언론에 나온 적 있어. 봐봐. 닮았잖아. 코랑 눈이 완전 빼박이네.”

    “어. 맞네요. 이렇게 보니 완전히 부모 자식 간이네.”

    “그럼 부모님 모시고 서울에 온 건가?”

    서인찬이 턱밑을 긁적였다.

    그냥 그렇게 스쳐가는 내용이라면 별 달리 영양가가 없다.

    “앞의 두 사람은 누구일까요?”

    “흠. 친척은 아니겠지? 닮은 구석이 전혀 없네.”

    “네. 게다가 분위기도 좀 달라요. 이 둘은 확실히 뭔가 사업이든 뭐든 하는 느낌이에요.”

    “어. 그래. 사업. 이 남자, 어딘가 눈에 익은데?”

    서인찬의 눈이 가늘어졌다.

    다년간 기자일을 하면서 갈고 닦은 눈썰미가 있었다.

    “음! 맞네. 전에 무슨 디자인 상인가 뭔가 하는거 받은 양반이야. 건축가.”

    “건축가에요?”

    “어. 아마 건설업체 대표일 거다.”

    “건설업체!? 그럼 어디 건물이라도 사나 보네요!”

    후배와 서인찬이 동시에 박수를 쳤다.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설명이었다.

    “돈도 벌었겠다, 어디다가 투자하려는 거 아닐까요?”“그렇지. 나 같아도 돈 생기면 일단 건물부터 사. 강남에 건물 두어 채만 사도 앞으로 돈 걱정은 없으니까.”

    “부모님도 함께 올라온 걸 보니 확실하네요.”

    “하긴. 아무리 성공했다고 해도 아직 서른도 안 된 어린애잖아. 큰 돈 쓰는 거면 부모가 같이 움직여야지.”

    서인찬은 확신했다.

    큰 돈 번 사람들의 움직임이라면 뻔했다.

    마른 입술을 혀로 핥고는 빈 문서를 열었다.

    기사 헤드라인이 머리를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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