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8. 고향에서(3)
은서 등은 별채에 짐을 풀었다.
한옥을 현대식으로 개조한 방이라 깔끔하고 고풍스러움이 공존했다.
특히 아영이 좋아했다.
“생각해 봤는데 은서 언니 말대로 오길 잘 한 거 같아요. 공짜로 숙식도 하고!”
“마지막에 속마음 튀어 나왔어.”
“으히히. 나, 이런 한옥 집 진짜 너무 좋아요. 언니는 내 꿈이 사극 배우인거 알고 있었어요?”
“40부작 이런 거?”
“네. 머리 크게 땋아 올린 채 마님 소리 듣는 게 소원이에요.”
은서와 아영은 나란히 누워 이런 저런 얘기를 쏟아냈다. 과정은 좀 이상했지만 한적한 시골의 한옥 지붕 아래다.
나름 힐링이 되는 코스였다.
“응? 밖에서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요?”
“어. 그런 거 같다. 누가 다투는 소리 같은데.”
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말소리만 아니었어도.
은서와 아영이 꼬물꼬물 일어나 방문을 살짝 열었다.
“형님. 너무하지 않습니까. 동생이 하는 부탁인데 이정도도 못 들어 주신다는 겁니까?”
“흥. 내 집이다.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네가 무슨 상관이냐?”
“형님! 그 동안 시키는 일이면 뭐든 다 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무슨 군소리라도 한 번 했습니까? 아들 놈 친구들이 와서 하룻밤 자고 가는 겁니다. 고작 그 정도도 못 들어주는 겁니까?”
어스름한 달빛 아래로 두 사람이 엿보였다.
한 쪽은 진호의 부친.
그리고 다른 한 쪽은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고작 그 정도? 넌 이 형이 그렇게 우스워 보이는 거냐? 내 집 내 땅이다. 마음대로 나가고 마음대로 들어오고. 자식 놈이 그따위로 행동하면 부모가 책임을 져야지!”
“허. 허허. 형님. 말은 똑바로 합시다. 진호가 어디 그냥 나간 겁니까? 하다하다 못 참으니까 떠난 겁니다. 그런 애면 돌아왔다고 잘 보듬어 주지는 못할망정. 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뭐하는 짓? 너야말로 주제도 모르고 뭐하는 짓이냐? 그 어린 것. 미쳐서 돌아다닐 때 챙겨준 게 누구냐? 집 내주고 병원 값이다 뭐다 해서 돈 대준 게 누구냐 이거야.”
“그래서 제가 몇 년이고 노예마냥 일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정도 일했으면 다 갚고도 남았습니다. 제발 억지 부리지 마세요.”
두 사람의 목소리는 조금씩 커졌다.
은서와 아영도 뭔가 심각한 일인가 싶어서 옷까지 챙겨 입은 채 문틈으로 귀를 기울였다.
“억지? 억지라고 한 거냐!? 우리 집이 어떤 집인데 그딴 저주 걸린 놈을 끌고 와서는 나한테 그따위 말을 하는 거냐!?”
“우리 진호에게 그리 말하지 마쇼!”
이제는 아예 멱살잡이라도 할 듯 분위기가 흉흉했다.
“저주 걸린? 저거 진호 오빠를 두고 하는 말이죠?”
“어. 그런 거 같은데······”
그리고 그 대화 사이에서 은서와 아영은 뭔가 기묘한 말을 캐치해냈다.
“그야 저주 걸린 놈이니까요.”
“아이, 깜짝이야! 뭐에요, 당신들.”
이번에는 또 뭔가.
열린 문틈 사이로 얼굴이 불쑥 나타났다.
진호가 형님이라 부르던 남자 두 명이었다.
“죄송해요. 아버지가 방을 비우라고 해서.”
“방? 우리 방말이에요?”
“아, 진짜. 은서 씨한테 내주는 방이라고, 그냥 두면 어떻겠냐고 말을 했는데 아버지 고집이 워낙 세서.”
“아니 갑자기요? 손님을 이 밤중에 내쫓는다고요?”
“그야. 진호 그 놈이 아버지한테 밉보인 점이 많으니까요. 욕할 거면 진호 놈 욕해요.”
둘은 아예 문 앞에 걸터앉았다.
“왜 진호 오빠 욕을 해야 하는데요? 대체 뭘 밉보였기에 이런 취급을 받는 거죠? 아까 한 말은 또 뭐고. 저주받았다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진호 놈 저주받은 거.”
“아니, 진심이에요? 저주라고요?”
“그렇다니까요. 진호 놈 어릴 적부터 그랬어요. 귀신이 들렸는지 정신병인지. 툭하면 발작하고 자기가 뭐 다른 나라 장군이라나. 이상한 소리 하면서 난리치고 그랬죠.”
아영과 은서의 시선이 중간에서 맞물렸다.
“발작을 했었다 이건가요? 어릴 적부터.”
“10살? 그 전인가? 하여튼 어릴 때부터 그래가지고 요양 차 여기로 내려왔던 거 아닙니까. 근데 그걸 누가 좋아해요. 귀신 들린 놈을.”
“아니, 그래도 형제잖아요. 도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말이 쉽지. 곁에서 보면 아주 가관이에요. 은서 씨도 저 놈 주변에 안 있는 게 좋을 걸요? 중간에 발작하면 아주 사납기가 이를 데 없다니까요.”
두 사람은 이제 대놓고 진호를 깎아내렸다.
저주 받은 놈이다, 귀신 들린 놈이다.
별 볼일 없는 놈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진호 오빠가 고향에 같이 가자는 말에 그런 얼굴을 한 거였구나. 아, 진짜. 박 은서 너 얼마나 멍청한 거냐.”
하지만 은서의 귀에는 그런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떠나기 전, 진호가 보여 주었던 얼굴과 부모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몸짓만 떠올랐을 뿐이다.
누구나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이 있다.
이제 좀 친해졌다는 생각으로 함부로 후벼 파서는 안 되는 부분.
은서는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만 두세요!”
진호의 목소리가 들려 온 건 그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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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는 씻고 돌아오는 길에 소란을 발견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말다툼을 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커서 밖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이 밤에 뭐하는 겁니까? 두 분 다 그만 두세요.”
“저. 저. 못돼 먹은 놈 같으니. 어른이 말씀하는데 대뜸 끼어들기나 하고.”
“큰아버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내가 뭘? 내 집에서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네놈이 무슨 상관이냐.”
뒷짐까지 딱 지고 으름장 놓는 모양새가 고집스럽기 그지없었다.
이건 무슨 연장자의 훈계나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고집일 뿐이다.
자신 말을 따르지 않는 진호에 대한 억하심정.
“큰아버지. 그래도 혈육입니다. 고향 떠나서 자기 길 찾아서 정착한 제가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조금이라도 도와 줄 마음이 생기고 그러지 않습니까?”
“흥! 자기 발로 집 떠난 놈을 내가 뭐 하러? 알아서 잘 하겠다고 나갔으면 돌아오지도 말았어야지. 우리가 그동안 네놈 때문에 얼마나 피해를 봤는데.”
“피해요? 그걸 피해라고 말하는 겁니까?”
“그럼! 피해지! 귀신 들린 놈이라고 주변에서 얼마나 수군거렸는데! 그래도 가족이라고 다 보듬어 주었던 거 아니더냐!”
“하. 진짜 사람 기억이라는 게 이렇게 우습네요.”
아예 내 놓은 사람 취급을 했던 게 큰아버지다.
진호의 부친이 병원비니 뭐니 벌기 위해서 사업도 정리하고 노예처럼 일을 했음에도 말이다.
‘혈육이라고 미친놈도 받아주는 자상한 사람’이라는 평판으로 동네 지주 짓을 한 것도 잊을 수 없다.
집에서는 그렇게 모질게 대했는데도.
“쯧쯧쯧. 하여튼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이래서 짐승 새끼는 거두어도 머리 검은 놈은 거두지 말라는 거다.”
“형님!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어디 있기는!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냐!? 저 놈. 아주 미쳐가지고 날뛰는 걸 내가 다 거둬 주었는데! 이제 와서 배은망덕하게. 에잉, 쯧쯧쯧.”
“그래요. 미친놈을 거둬 주었다 이겁니까?”
“흥. 그래. 말 나온 김에 짚어보자. 내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을 거다. 이게 다 은혜고 공덕이다. 근데 뭘 잘 했다고 야반에 도주나 하고. 어디서 딴따라 짓 한다고 고개 쳐들고 따박따박 대들 기나 하고 말이야.”
빠득, 하고 진호의 이가 맞물렸다.
다른 건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연기에 대한 건 아니었다. 그 고생을 하면서 찾아 낸 천직이다. 낮춰 보는 말에 속에서 천불이 솟구쳤다.
“말씀이 너무하시네요!”
“말 좀 가려 하시죠!”
그건 엿듣고 있던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동시에 서훈과 은서가 방문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둘 다. 아니, 아영까지 셋 다 소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 저. 아이고. 끼리끼리라더니. 봐라. 네 자식 놈이 어떤 친구들을 사귀었는지. 에잉. 집안 꼴 우스워서.”
“저기 어르신. 전 서울에서 방송국 FD로 일하고 있는 서훈이라고 합니다. 집안일에 나서는 게 옳지 않음은 알지만······말이 좀 과하시네요.”
“쯧쯧. 알면 끼어들지 말거라. 어디서 어른들 이야기하는데 꼬박꼬박······”
“꼬박꼬박 끼어 드냐고요? 그야 어르신이 말 한 딴따라를 제가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서훈의 뒤를 이어서 은서까지 나섰다.
둘 다 꽤나 악에 바친 모습이었다.
“쯧쯧. 어째 하나같이 이 모양인지. 귀신 들린 놈 곁이라고 어디 뭐 잡귀라도 붙은 꼴이구만. 아, 그래. 네들은 진호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는 게냐?”
“진호 오빠는······”
“귀신 들린 놈이지.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체험하는. 남조의 장군이라고 발작하고, 다른 나라 왕이라고 발작하는. 그냥, 귀신 들린 놈.”
답은 진호가 대신했다.
그는 입술을 깨물고 눌러 붙은 시선으로 큰아버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진호 오빠.”
“알려지는 게 싫었어. 난 반평생을 그렇게 살아 왔으니까. 점집, 정신 병원, 집 안 창고. 같은 곳만 오가고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지. 그래서 우연히 얻은 기회가 소중했던 거야.”
은서는 입술만 달싹거렸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건 익숙해. 저주받은 놈이라고 괄시 받는 것도 괜찮아. 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가진 힘이 재능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 많은 사람의 환호도 받았으니까. 그렇기에 알지 않았으면 한 거야. 난······그곳에서 만큼은 보통 사람이고 싶었으니까.”
진호에게 가장 큰 아픔은 큰아버지의 모진 소리가 아니다. 질릴 만큼 들어봤던 거니까. 그냥 그렇게 스쳐서 보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은서 등이 자신에 대해 알게 되는 건 다르다.
또 다시, 과거가 반복되는 건 참기 힘든 아픔이다.
이제야 겨우 할 수 있는 걸 찾았는데.
몸 둘 곳을 찾았는데.
“나는 신경 안 써!”
순간, 은서가 진호의 손을 꽉 잡으며 소리쳤다.
찌릿한 목소리에 진호의 눈이 크게 뜨였다.
“난 진호 오빠 연기를 봤는걸. 귀신 들렸다고? 정신이 이상하다고? 그렇게 볼 수 있어. 근데 그래서 뭐? 그걸로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잖아. 이젠 그걸 재능으로 다룰 수 있잖아.”
“은서야······”
“나도 은서 생각에 동의한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항상 미치광이로 오해를 받곤 했어. 그들의 재능이 범인들의 이해수준을 아득히 넘어가곤 했으니까.”
“맞아요. 나도 처음 오빠를 봤을 때 살짝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봤으면 오죽했을까. 그런 걸로 오빠를 평가하거나 그러지 않아요.”
뒤이어 서훈과 아영도 한 마디씩 덧붙였다.
셋 모두 진호의 연기가 가져오는 아득함을 경험한 바 있었다.
그것은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영역이었다.
미치광이? 귀신 들린 사람?
어쩌면 그렇기에 그런 연기가 가능했을지도.
“이, 이이······! 어린 것들이 같은 부류라고 감싸고 도는구나! 저 귀신들린 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모르는 것들이 함부로 말 할 게 아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몰리자 큰아버지는 역정을 냈다.
나쁜 건 자신이 아닌 진호다.
그걸 말하고 싶은 얼굴이었다.
“힘들었다? 귀신 들린 놈 때문에?”
“흥. 네놈이 더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얼마나 고약했는지.”
“······그래요. 고약했죠. 그럼 이번에 한 번 더 고약해져 볼랍니다.”
진호가 은서의 손을 움켜쥐며 눈을 감았다.
의식이 한 점으로 쑥 빨려간다 싶더니 무언가 새빨간 불꽃같은 걸 움켜쥐었다.
사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오래 된 사진처럼 영상들이 눈앞을 스쳐갔다.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
“석구야!!!”
“······!?”
버럭, 하고 외치는 진호.
주변 사람들.
특히, 큰아버지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본명이 석구였다.
“내, 무어라 가르쳤더냐! 가족끼리 화목하고 다투는 일 없으라고 하지 않았더냐!”
“뭐, 뭐하는 거냐? 지금 뭐하는 거야!?”
“이노오옴!! 아비도 못 알아보는 것이냐!?”
진호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추상같이 외쳤다.
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입가가 움푹 들어갔다.
큰 아버지, 석구는 그 얼굴이 누군가를 닮아 있음을 깨달았다.
“아, 아버지? 아버지!?”
“그래, 이놈아. 네 애비다. 나잇살 처먹었다고 아버지 앞에서 아주 그냥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구나.”
“거짓말. 웃기지 마! 무슨 장난질이냐!”
“허. 이놈이 그래도! 어릴 때처럼 발가벗겨서 엉덩이를 때려줘야 말을 들을 셈이냐!?”
석구가 움찔했다.
무언가 잘못을 할 때면 그의 아버지는 옷을 다 벗겨서 엉덩이를 치곤 했다.
그 아픔이, 수치심이 너무나 싫었었다.
“마, 말 도 안 돼. 진짜로 아버지라고?”
“그래, 이놈아. 네놈이 얼마나 고약하게 굴었으면 내가 죽어서도 이리 나타났겠느냐.”
“저, 정말이요? 정말 아버지입니까?”
“허허. 이놈이 그래도 못 믿고. 큰 장 아래에서 내 효자손을 꺼내야 믿을 테냐?”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
그제야 석구가 모든 말을 믿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가장 아끼던 것이 효자손이다.
석구에는 아버지의 사후에도 그 효자손을 버리지 않고 모셔두고 있었다.
“쯧쯧쯧. 형제들끼리 다투지 말고 혈육을 아끼라 그렇게 말을 했거늘. 이게 대체 무슨 꼴이더냐. 우리 집안이 언제부터 이랬다고.”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을 알기는 아는 거냐!?”
“히익. 제,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슥, 손을 올리는 진호의 모습에 석구는 고개를 바닥에 박으며 연신 잘못을 고했다.
세월이 아무리 지났어도 아버지의 엄함은 그의 뼛속에 박혀 있었다.
“쯧쯧쯧. 형제를 아끼지는 못할망정 이리 괴롭히기나 하고. 내가 죽어서도 네놈 때문에 눈을 못 감아.”
“아이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버지. 제가. 제가 전부 다 바로잡아 놓겠습니다.”
“그래야지! 무릇 형제를 아끼고 혈육을 보듬을 줄 알아야 가문이 흥하는 법이야. 그걸 모르고 날뛰면 3대가 아니라 네 자식 대에서 화가 찾아 올 게다.”
“자, 자식 대에서!? 헉!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봐라. 네 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 저 꼴을 조상님들이 좋아 할 거 같더냐? 당장 네 재산을 떼어 혼자 살 수 있게끔 해 주고. 저기 네 혈육은 그간의 고통에 머리를 조아려 사과를 하거라.”
재산이라는 말에 석구는 살짝 움찔했다.
혹시 이것이 진호의 연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하지만 슬쩍 고개를 들어 진호의 얼굴을 보았을 때 그 의심은 쏙 들어갔다.
부리부리하게 올라간 눈매에 움푹 파인 입가.
파르르 떨리는 눈썹까지.
화가 났을 때의 아버지, 그 자체였다.
“아, 아버지 말을 다 따르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할 거야. 이 애비가 지켜 볼 테니까.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아, 않는다면?”
“네놈 볼기가 시퍼렇게 될 때 까지 두드려 주마!”
“으악!”
마지막 으름장에 석구는 바닥으로 몸을 웅크렸다.
그만큼 아버지의 회초리는 무서웠다.
그리고.
“진호 오빠!”
그 으름장을 끝으로.
진호의 몸도 아래로 무너졌다.
한 바탕, 귀신 놀음의 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