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일의 매니저-251화 (252/261)

#251화. 악인들의 복마전

[열애설의 두 주인공 서이렌과 원세강 동반 출국]

[미국으로 떠나는 서이렌, 열애설 질문에는 묵묵부답]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는 서이렌과 원세강]

서이렌의 출국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공항에 몰려간 기자들의 사진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 대박이다. 대한민국 기자란 기자는 죄다 몰려갔는데?

- 기자들은 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간 거지?

- 출국한다는 소식이 뜨자마자 며칠째 공항에서 죽치고 기다렸다잖아.

- 차라리 잘된 거 같지 않냐? 한국에서 시달리느니 잠잠해질 때까지 미국에서 일하는 게 낫지.

- 기레기들이 저렇게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잘될 커플도 안 되겠네.

- 저렇게 관심이 대단하면 서이렌도 마음 접었지, 싶은데. ㅠㅠ- 두 사람 그냥 잘되면 좋겠다.

- 기사 사진으로 보니 두 사람 잘 어울리는 듯.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서이렌이 유일하게 깡기자의 질문에 답을 했다.

기자들에게 핵폭탄을 던진 서이렌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유유히 입국장으로 들어갔고 그녀가 한 답변은 이내 기사로 쏟아졌다.

[슈퍼스타 서이렌, 원세강을 향한 짝사랑 굳건히 밝혀]

[‘대표님이 제 사랑을 받아 주지 않는다면…… 안 하죠. 사랑을.’ 서이렌의 달달한 프러포즈]

[서이렌의 발언에 당황한 원세강]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서이렌의 짝사랑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 와우. 서이렌 직진하는 스타일이었네.

- 미쳤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저 말을 저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한다고?

- 두 사람 영화 찍냐? ㅋㅋㅋ

- 대표님 표정 좀 봐. ㅋㅋㅋ 너무 놀라서 눈이 똥그래졌어.

- 톱스타 뉴스에서 대표님 놀라는 거 연사로 찍은 거 올렸어.

- 대표님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마지막에 고개 숙였는데 저거 지금 웃는 거 맞지?

숨길 수 없는 진실의 광대. ㅋㅋㅋㅋㅋ

- 와씨. 이거 진짜 영화 같은데?

- 내 안의 연애 세포가 되살아난다. 두 사람 케미 미쳤음.

- 그냥 좀 사귀어라.

└1

└222

└3333

└44444

- 이거 쇼 하는 거 아닌가? 두 사람 이미 사귀고 있는 거 같은데?

└ㅇㄱㄹㅇ

└나도 살짝 의심스러운데?? 나만 그런가?

└응. 너만 그럼.

- 원세강과 서이렌이 쇼가 아닌 이유를 말해 준다. 원세강이 지금 쇼하는 거라면 저렇게 자연스럽게 놀라는 장면이 나올 수가 없음. 이유는 MT 3탄 ‘마피아 게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아!

└마피아 게임. 그걸 잊고 있었네.

└ㅇㅈ.

└저게 연기일 리 없구나. 그러네. 찐이네.

└마피아 게임이 대체 뭔데 다들 수긍하는 거냐?

└보면 안다고. 저건 찐 리액션임. ㅋㅋㅋ

* * *

미국에 도착해 보니 한국에서 따라온 기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윤조가 이럴 걸 예상하고 미리 차와 경호원을 보냈기에 우리는 기자들을 따돌리고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커다란 밴 두 대에 나눠서 탄 우리는 곧바로 아티스틱으로 이동했다.

윤조가 나와 서이렌을 보며 웃으며 물었다.

“한국을 떠나오면서 이렌 씨가 핵폭탄을 던지고 오셨더라고요.”

윤조의 말에 서이렌이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

“반응이 어때요?”

“말해 뭐해요. 다들 두 사람이 그냥 사귀라고 난리가 나던데요?”

“다행이네요. 미션 컴플리트.”

서이렌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자 윤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미션 컴플리트? 혹시 오늘 발언이 계획된 거였어요? 오빠? 이거 오빠가 생각한 거야?”

윤조가 나를 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나는 그런 윤조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윤조는 내 표정을 보며 깔깔대며 웃었다.

“하긴 오빠가 그런 걸 꾸밀 사람이 아니지. 그랬다면 진작에 이렌 씨랑 사귀고 결혼했겠지. 하하하.”

나는 비행기에 타자마자 서이렌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서이렌은 윙크하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깡기자 님께 도움을 요청했어요. 내가 얼마나 대표님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사람들에게 알려 줘야 할 것 같아서요.]

지금도 서이렌이 기자들 앞에서 말한 걸 떠올리면 어이가 없다.

사랑을 안 한다니.

작작하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올 뻔했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웃음이 나오는 건 왜 이럴까?

“오빠. 큰일 났네. 지금 분위기로 봐선 오빠가 계속 이렇게 이렌 씨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고 버티면 폭동이라도 일어날 기세라고. 전 국민을 망붕으로 만들었어.”

“그만해라. 너까지 나를 놀리는 거니?”

“호텔 들어가면 천천히 한국 반응을 살펴봐. 내 말이 맞으니까.”

윤조와 서이렌은 죽이 잘 맞는 듯 호텔로 가는 내내 수다를 떨었다.

두 여자의 대화는 주로 내 이야기였고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느덧 우리가 탄 차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

나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내렸다.

내 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다.

* * *

일주일간의 라스트 콘서트 촬영이 끝났다.

서이렌은 천사의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되어 촬영을 진행했다.

컷이 많지는 않았는데 촬영하는 장면을 보니 꽤 임팩트 있는 장면이 나올 것 같았다.

스튜디오에서 모든 촬영을 마치고 짐을 싸고 있는 내게 빈선예가 다가왔다.

“빈 팀장님.”

“짐은 다 쌌어요?”

“예. 이제 옮기기만 하면 됩니다.”

“고생하셨어요. 대표님.”

“빈 팀장님이 더 고생하셨죠. 신혼을 즐기셔야 하는데 괜히 저 때문에 미국까지 따라오시고. 너무 죄송합니다.”

“내가 원해서 따라온 거예요. 그리고 생각보다 즐거웠어요.”

“그래요? 그럼, 다행입니다.”

빈선예가 환하게 웃으니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수그러들었다.

“그나저나 신주원 기자는 이제 완전히 끝났네요. 이제 재기는 힘들겠죠?”

“탕궈에게 뒷돈을 받은 정황은 경찰도 밝혀내지 못했다는데 이렇게 다른 걸로 터질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미국에서 촬영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큰 사건이 터졌다.

신주원의 기자 인생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었다.

“임준학 배우님이 삼합회 간부의 아들이고, 임준학의 뒤를 봐주는 스폰서가 설미영 배우라니. 웃기지도 않아요. 무슨 소설을 써도 그렇게 쓴 건지.”

신주원은 서이렌의 열애설로 위기에 처하자 기사회생을 노리고 임준학과 설미영의 사진을 터트렸다.

무려 대광그룹을 건드린 것이다.

대광그룹이 신주원과 제이티뉴스를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결국 임준학의 대광그룹 3세임을 밝히고 어머니 설미영까지 직접 나섰다.

“그 일로 임준학 배우님은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어요.”

“아무래도 재벌 3세임을 숨기고 활동한 게 크겠죠. 데뷔 초반에는 그룹의 힘으로 캐스팅이 됐지만, 그것도 몇 작품이고 이후에는 자신의 힘으로 배역을 따냈으니까요.”

얼마 전에 임준학 소속사인 설기획의 박동식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오아시스와 김기하 감독의 일로 임준학이 스스로 배우의 길을 가게 됐다며, 내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모두 잘된 상황에서 신주원과 그가 만든 제이티뉴스만 큰일이 났다.

“대광이 중앙로펌에 의뢰를 해서 제이티뉴스와 신주원에게 고소장을 보냈네요.”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꺼냈군요.”

“완전히 재기할 수 없게 쓸어버리겠다는 생각이겠죠. 신주원은 이제 진짜 끝입니다. 스승이었던 천재용 꼴 나는 거죠.”

빈선예는 잘 됐다며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 보니 천재용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더는 미튜브도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대표님. 이제 가요. 저기 이렌 씨가 오네요.”

고개를 돌리니 분장을 지운 서이렌이 말간 얼굴을 하고 내게 뛰어오고 있었다.

“예. 갑시다. 빈 팀장님.”

나는 캐리어를 들고 서이렌에게 걸어갔다.

이제 돌아가요. 이렌 씨.

한국으로 갈 시간입니다.

* * *

최용팔은 부하인 민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중국으로 밀입국하려고 한다고?”

“이름은 잘 모르겠습니다. 보스. 우리한테 의뢰하면서 진짜 이름을 썼을 리가 없거든요. 대신 여기 광철이가 만든 가짜 여권이 있습니다. 사진을 보세요.”

민수가 방금 만들어진 따끈한 여권을 최용팔에게 건넸다.

최용팔은 여권에 박힌 사진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이 새끼는 그때 그 기레기 아니야?”

“그렇죠? 제가 잘못 본 게 아니죠? 그때 서이렌 님을 힘들게 했던 그 기자 놈이 맞습니다.”

“이 새끼가 중국으로 밀입국하려고 한다고? 대체 왜?”

“보니까 엮인 송사가 한두 개가 아닌가 봅니다. 모은 재산을 다 싸 들고 중국으로 튀려고 하나 봐요.”

“다른 곳도 아니고 왜 중국이지? 해외로 재산을 빼돌릴 생각이면 더 좋은 곳이 많을 텐데 말이야.”

“광철이가 말해 줬는데 중국에 아는 사람이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았나 봐요. 그 사람한테 간다고 합니다.”

최용팔은 여권을 만지며 생각에 빠졌다.

“민수야.”

“예. 보스. 말씀하십시오.”

“어찌 된 일이지 네가 광철이랑 같이 상세히 알아봐라. 너한테 맨날 심부름만 시키다가 처음으로 큰일을 맡기는 거야. 할 수 있겠지?”

민수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그럼요. 할 수 있습니다. 보스. 믿어 주십시오.”

“그래. 믿고 맡길 테니 잘해 봐. 그리고 이 남자가 배 타는 일정은 좀 미뤄 놔라. 내가 오케이 할 때까지 말이야.”

“알겠습니다. 보스. 저만 믿으세요.”

민수가 나가자 최용팔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그려졌다.

최용팔은 달력의 날짜를 확인했다.

“보자. 원 대표가 한국에 들어올 때가 다 된 거 같은데. 내가 귀국 기념으로 선물이나 하나 줘야겠구나.”

최용팔이 콧노래를 부르며 통화 핸드폰을 들었다.

* * *

강진석과 나는 최용팔이 보낸 자료를 함께 보고 있었다.

“어이가 없네. 천재용 소식이 잠잠하다 했더니 중국에서 파파라치로 먹고살고 있던 거였어? 대체 그 새끼는 어떻게 된 게 매번 이렇게 위기를 잘 넘어가냐?”

최용팔이 알아낸 바로는 천재용은 한국에서 활동이 불투명해지고, 패소하여 재산이 압류당할 위기에 놓이자 재산을 정리해 중국으로 날랐다고 했다.

천재용은 그곳에서도 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파파라치가 되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천재용이 그래도 신주원의 스승이긴 한가 보네. 신주원이 힘드니까 바로 손 내밀어 준 걸 보니까 말이야.”

“형님은 정말로 천재용이 신주원을 위해 연락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응? 그럼, 아니라는 거야?”

“최용팔 씨의 말에 따르면 천재용이 신주원에게 사기를 치려는 거 같다고 합니다.”

“사기라고?”

“신주원이 한국에서 정리한 재산을 꿀꺽하려는 거죠.”

“그게 정말이야?”

“최용팔 씨 측에서 알아낸 일이니 믿을 만할 겁니다. 그동안 제가 봐 온 천재용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죠. 스승이고 뭐고 남을 도울 사람은 아니죠. 천재용이.”

“와. 이거 쓰레기는 끝까지 쓰레기구나.”

강진석은 한때는 스승과 제자로 불린 천재용과 신주원을 떠올리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세강아.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천재용이 신주원 털어먹게 놔두겠다고?”

“두 사람 일입니다. 저는 끼어들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게 되면 신주원은 망해도 천재용은 잘 먹고 잘사는 거잖아. 그럼, 안 되지. 두 사람 다 쫄딱 망해야 한다고.”

“맞습니다. 그래서 기다리려고요.”

“뭐를 기다려?”

“천재용이 신주원에게 사기를 치고 기뻐할 때를 노릴 겁니다. 천재용은 지금 수배 중인 상태라고 하니까 그 이후에 그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고발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겁니다.”

내 말을 들은 강진석의 두 눈이 커졌다.

“오. 그러니까 두 사람이 개싸움을 하게 놔뒀다가 나중에 친다는 거지?”

“제가 치는 건 아니고 경찰이 알아서 하겠죠.”

“하하하. 아주 마음에 드는 계획이다.”

강진석의 웃음소리가 대표실을 가득 메웠다.

기레기 중에서도 가장 악독했던 기레기, 천재용과 신주원에게도 드디어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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