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일의 매니저-207화 (208/261)

#207화. 죄 많은 남자

출국장을 나온 나는 몰려든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셀 수 없이 공항에 왔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몰려든 서이렌의 팬들과 기자들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렉은 이런 광경이 신기한지 당황했다.

“세강. 이 정도로 인기가 있는 스타였나요?”

“내가 말했잖아요. 이렌 씨가 한국에서는 국민 배우라고요. 모두 우리 이렌 씨를 사랑해요.”

“맞아요. 대한민국이 저를 사랑하죠.”

서이렌은 반년 만에 보는 한국 팬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녀의 발칙한 발언에 이견을 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항이 그녀 팬들의 환호성으로 뜰썩거릴 정도였으니까.

나는 그렉을 데리고 멀찌감치 뒤로 이동했다.

“카메라에 찍힐 수도 있으니 비켜 줍시다. 우리 이렌 씨만 나와야 해요.”

“나, 그렉 루이가 기자들한테 찍힐까 봐서가 아니라. 이렌의 사진 촬영에 방해가 될까 봐서요?”

“그렇죠.”

“참나. 내가 이런 대우를 받을 사람이 아닌 건 세강도 알죠?”

그렉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순순히 내게 손목이 잡혀 뒤로 걸어갔다.

서이렌은 쓰고 있던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더니 이내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반년 만에 서이렌의 얼굴을 확인한 팬들이 익룡 소리를 냈다.

“끼아야. 이렌 언니!!!!”

“서이렌. 서이렌!!!”

“언니. 여기 한번 봐 줘요.”

“서이렌. 사랑해요!”

“서이렌 씨. 미국에서의 생활은 어떠셨습니까?”

“서이렌 씨. 여기를 보고 웃어 주세요.”

“톱스타 매거진입니다.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팬과 기자들이 뒤섞여 서이렌의 이름을 부르는 통에 공항은 마치 시장 바닥 같았다.

서이렌은 이런 난리 통에서도 미소를 유지하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했다.

“톱스타가 맞긴 하네요. 눈이 아프지도 않나? 저렇게 플래시가 터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웃네요.”

그렉은 서이렌의 팬 서비스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우리 이렌 씨가 무대 체질이거든요. 대중 앞에서 제일 빛나는 사람입니다.”

“세강. 당신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이렌 씨 일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이렌 씨의 매니저니까요.”

“매니저이자 남자친구죠. 두 사람의 바퀴벌레 같은 연애 행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게 나입니다.”

그렉은 그동안 지척에서 우리를 보는 게 고역이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것도 미국에서의 일이지. 한국에서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한국에 돌아온 것은 기쁘지만 서이렌과 마음 편히 손을 잡고 돌아다니지 못하는 건 조금 마음이 쓰리다.

내가 허탈하게 웃는데 멀리서 강진석과 장우재의 얼굴이 보였다.

오랜만에 내 사람들을 보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그들을 향해 있는 힘껏 손을 흔들었다.

* * *

- 서이렌 귀국 기사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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