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일의 매니저-205화 (206/261)
  • #205화. 파파라치

    한국의 커뮤니티는 중국에서 난 원세강의 스캔들 기사에 난리가 났다.

    - 대박. 스본 대표랑 중국 배우랑 사귄대.

    - 무슨 소리야? 원세강이???

    - 중국에서 파파 뜬 기사 났어.

    - 그냥 중국 배우도 아니고 샤오엔이네. 미쳤네. 샤오엔 엄청나게 인기 많은 톱스타인데.

    - 원 대표님. 연애하지 마. ㅠㅠㅠㅠ

    - 저거 미국에 있는 트로이 촬영장이래. 역시 중국은 파파라치도 대단하네. 저길 어떻게 들어갔지??

    - 중국은 파파라치가 호텔에까지 따라 들어가서 사진 찍는다던데. 어마무시하네.

    - 찍는 김에 우리 이렌 님도 찍어 주지. 망할 놈의 파파라치 놈들.

    - 중국에서도 난리 났대. 지금 실시간 검색어 1위가 샤오엔 원세강임. ㅋㅋㅋㅋㅋ- 샤오엔 재작년에 인어의 눈물로 대박 나고 지금까지 스캔들 하나 없었는데. 그래서 파파라치들이 미국까지 따라붙었나 보다. 근데 상대가 우리 스본 대표님이라니. 놀랍네.

    - 원 대표님은 우연미 작가님이랑 헤어지신 건가?

    - 우연미 작가랑 난 열애설은 잘못된 거래. 우 작가가 작년에 잡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어.

    - 너희 지금까지 원세강 스캔들만 세 번이나 난 거 알고 있었냐? 서이렌 데뷔했을 때 사귄다고 났던 거랑 우연미 작가님과 사귄다고 났던 거랑. 이번까지 세 번째임.

    - 서이렌도 스캔들이 두 번밖에 안 났는데. 회사 대표가 세 번이라니. 미치겠다. ㅋㅋㅋㅋ- 마성의 원세강. ㅋㅋㅋㅋ- 근데 이해는 감. 나라도 원세강 같은 남자가 눈앞에 있으면 홀릴 거 같음.

    - 저 중국 배우는 대체 트로이 촬영장에 왜 있는 거냐?

    - 샤오엔도 서이렌이랑 같이 문 씨어터에 나옴. 특출이래.

    - 서이렌 팬인데. 나만 지금 이 사건이 불편하냐? 대표가 미국까지 따라갔으면 배우를 챙겨야지. 지금 연애나 처하고 있을 때임??? 진짜 정떨어진다.

    └장난함???? 이렌이 팬이면 절대 원세강 욕은 못 하지. 스본이랑 원 대표랑 얼마나 우리 이렌이를 애지중지하는데?

    - 중국 사이트는 난리가 났네. 미쳤다. 스캔들의 파급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네.

    - 미치겠다. 중국 팬들이 이 죽일 놈이! 하고 원세강 찾아봤다가 우리 대표님 보고 왜 이렇게 멋지냐며. ㅋㅋㅋㅋ- 암. 원세강 대표님 와꾸는 대표님 중에 세계 최강이지.

    ㅋㅋㅋㅋㅋ- 배우도 울고 갈 미모의 대표님 맛 좀 봐라. 이것들아. ㅋㅋㅋㅋ- 이게 바로 K 대표라는 거다. ㅋㅋㅋㅋ한편, 중국에서도 샤오엔의 첫 번째 스캔들 기사가 뜨자 모든 커뮤니티가 일제히 난리가 났다.

    - 아무리 봐도 일로 만난 사이 같은데?

    - 팡닌 매니저가 따라갔다고 하지 않았나? 펑황은 팡닌을 해고해야 해. 대체 뭐 하는 거야?

    - 엔엔의 첫 열애 상대가 한국인이라니. 중국은 가장 소중한 걸 빼앗긴 거다.

    - 그저 마주 보고 있는 사진으로 우리에게 두 사람이 연애하는 걸 믿으라고? 우리는 엔엔을 믿어.

    - 파파라치들이 일낼 줄 알았다. 대체 미국까지 가서 뭐 하는 거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생각하겠냐고?

    - 상대 남자가 한국에서도 유명인이라는데 배우야?

    - 스타탄생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야.

    - 배우가 아니라 대표라고? 저렇게 잘생겼는데??? 샤오엔의 방영 대기작 남자 주인공보다 잘생겼어.

    - 원래 한국에서도 잘생기고 유능한 거로 유명한 대표래. 얼마 전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탄 구원의 밤도 저 사람이 제작한 거고.

    - 지금 한국에서 유학 중인데. 스타탄생의 원세강 대표는 한국에서 정말 유명해. 인기도 많아.

    - 원세강에 대해 알고 싶다면 스타메이커를 보기를 추천함. 여기서 원세강 대표가 보여 주는 매력이 엄청나다고. 잘생기고 귀엽고 일 잘하고. ㅋㅋㅋ- 어제까지 10만 뷰였던 원세강이 노래 부르는 영상이 한 시간 만에 100만 뷰를 넘었어. 역시 샤오엔의 인기는 대단해.

    - 나만 이 스캔들이 반가운가? 스캔들이 난 상대가 너무 멋진데?

    * * *

    말도 안 되는 스캔들이 터지자 나는 졸지에 죄인이 되어 있었다.

    서둘러 연말 파티를 마치고 나는 지금 거실에서 서이렌과 대치 중이었다.

    서이렌은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탁자 위의 음식과 샴페인을 치우기 시작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뒤에서 그렉이 속삭였다.

    “세강. 빨리 가 봐요.”

    그렉이 당황한 내 등을 밀었고 나는 떠밀리듯 서이렌의 앞으로 다가갔다.

    나는 접시를 치우는 서이렌의 손을 잡았다.

    “내가 할게요.”

    “같이해요. 빨리 치우고 쉬어요.”

    “예. 그래요.”

    나는 서이렌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평소와 같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있어서 화가 난 건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이 아닙니다.”

    “알아요. 지난주에 찍힌 사진이잖아요.”

    “그렇죠? 오해하지 않는 거죠?”

    “딱 봐도 아닌데 오해하고 삐지고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안 해요. 누가 봐도 그냥 악수하는 사진이잖아요.”

    서이렌은 대담한 얼굴로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그녀가 오해하지 않으니 안심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별로였다.

    “이렌 씨는 화도 안 나나요?”

    “내가 왜 화를 내요?”

    “남자 친구가 파파라치 사진이 찍혀서 스캔들이 났잖아요.”

    “사실이 아니잖아요. 설마, 진짠가요?”

    “그럴 리가요. 그냥 명함을 주고받으며 악수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럼, 됐어요. 난 이런 걸로 오해 같은 거 안 하니까 안심해요.”

    “…….”

    “왜 그런 표정을 해요? 여친이 이렇게 태평양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자애로운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기뻐해야죠.”

    서이렌의 말대로 내가 바보다.

    잠깐이지만 질투하지 않는 서이렌에게 서운했던 게 미안했다.

    나를 믿어 주는 저렇게 멋진 여자가 있는데 질투는 무슨.

    나는 황급히 내 방으로 가서 그날 받은 샤오엔의 명함을 가지고 돌아왔다.

    “대표님. 그게 뭔가요?”

    “그날 받은 샤오엔의 명함입니다.”

    “그걸 챙겨 놓으셨네요. 왜요? 연락하시려고요?”

    “그럴 리가요. 샤오엔이 한국이랑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챙겨 놨던 거예요.”

    서이렌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물었다.

    “그걸 지금 왜 나한테 보여 주는 거죠? 한국에 가져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뇨. 생각해 보니 내가 아는 제작자들은 중국과의 합작을 계획하는 사람이 없어요. 한국에 가져가도 무의미할 겁니다.”

    나는 서이렌이 보는 앞에서 명함을 반으로 찢었다.

    서이렌은 두 동강이 난 샤오엔의 명함을 보고 그제야 눈빛을 풀었다.

    그때 옆에서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하는 듯 지켜보고 있던 그렉이 끼어들었다.

    그렉은 두 조각난 명함을 맞춰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건 그 중국 여자가 특별히 세강한테만 준 거 같은데요?”

    “그게 무슨 소립니까?”

    “여기에 보면 개인 연락처라고 쓰여 있어요.”

    “그렉. 거짓말하지 말아요.”

    “내가 5개 국어를 한다고 했던 거 기억해요? 그중 하나가 중국어입니다. 확실히 이 명함에 그렇게 쓰여 있어요. 장담하죠.”

    개인 연락처라는 말에 서이렌의 얼굴이 굳었다.

    “그렉. 이리 줘 봐요.”

    “이렌 씨. 그걸 봐서 뭘 하려고요?”

    내가 말렸지만, 서이렌은 그렉의 손에서 명함을 빼앗아서 확인했다.

    그렉은 명함을 손으로 가리키며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줬다.

    “이렌 씨. 여기에 전화번호라고 쓰여 있어요.”

    서이렌은 그제야 눈을 치켜뜨고 나를 바라봤다.

    “일 때문에 받은 명함이라면서요?”

    “이렌 씨. 오해해요. 난 정말 몰랐어요.”

    “정말 몰랐어요?”

    “샤오엔은 영어를 못 해요. 그래서 나랑 대화도 못 했다고요.”

    “정말이죠?”

    “당연하죠. 내 여자 친구가 서이렌인데 내가 어떻게 한눈을 팔아요?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억울했던 나는 울상을 지으며 서이렌을 바라봤다.

    화난 얼굴로 나를 보던 서이렌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떠올랐다.

    “알았어요. 오해하지 않을게요.”

    “이제 풀렸어요?”

    “쳇. 보는 눈은 있네.”

    “뭐라고요?”

    서이렌은 두 조각이 난 명함을 갈가리 찢어 버리더니 그걸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휴지통에 처박았다.

    “이렌 씨. 지금 나 때문에 질투한 건가요?”

    “웃지 마요.”

    “미안해요. 이렌 씨. 안 웃을게요.”

    나는 입을 굳게 닫고 웃음기를 지웠다.

    딱딱하게 굳은 내 얼굴을 보더니, 서이렌이 말했다.

    “지금 그 표정 잊지 마요. 앞으로 촬영장에서도 절대 미소 금지.”

    “안 웃을게요. 이렌 씨 앞에서만 웃을게요. 약속해요.”

    “수염도 좀 길러 봐요. 좀 못생기게.”

    “그럴까요? 원하면 기를게요.”

    “됐어요. 하지 마요. 대표님은 수염을 길러도 멋있을 거야.”

    “알았어요. 이렌 씨가 하라는 대로 다 할 테니 화내지 마요.”

    나는 서이렌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서이렌은 화가 풀린 건지 나와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었다.

    진상 커플이 어떻게 싸우나 보자며 기대하고 있던 그렉은 꿀이 떨어지는 우리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이봐요. 이 바퀴벌레 같은 커플.”

    나와 서이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렉을 쳐다봤다.

    그렉은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어쩌자고 서이렌의 청을 받아들인 건지. 이러다가 내가 내 명에 못 살고 말지.’

    그렉은 답답한 가슴을 두드리며 남아 있는 무알코올 샴페인을 들이켰다.

    * * *

    - 중국에 원세강이랑 샤오엔 CP 팬 생긴 거 알아?

    - CP가 뭐야???

    - 중국은 커플을 줄여서 CP라고 하거든.

    - 뭐야? 그럼, 두 사람을 지지하는 망붕이 생겼다는 거야?

    - 장난 아님. 샤오엔이 워낙에 인기 스타긴 한데. 이건 다 원세강이 잘생겨서 그런 거임. ㅋㅋㅋ- 엊그제 서이렌이 미국 일상이라고 사진 찍어서 SNS를 올렸어. 근데 옆자리에 원세강 포함해서 다른 스태프들도 있었거든. 중국 CP 팬들이 원세강 옆자리에 샤오엔 얼굴을 합성해서 올려놨더라.

    - 미친. 덕질은 세계 어디든 똑같구나.

    - 지금 팬픽도 쏟아져 나오고 있음. 국경을 초월한 사랑, 대표님과 여배우의 사랑. 아주 다양함. ㅋㅋㅋㅋ- 이러다 진짜로 우리 스님을 중국에 빼앗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스님은 아직 아무런 말이 없지?

    - 스본이나 샤오엔이나 아무런 대응을 안 함. 근데 사진 자체는 그냥 마주 보고 있는 것뿐이라서 진짜로 사귀는 사이는 아닌 거 같음.

    - 근데 샤오엔 한자로 하면 초연인 거 알았냐? 원세강, 초연. 두 사람 이름 궁합은 최고인 듯. 나도 이러다 망붕 되겠네. ㅋㅋㅋ- 우리 원 대표님을 빼앗길 수는 없지. 진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ㅋㅋㅋ

    * * *

    호텔에서 짐을 싸던 샤오엔은 침대 위에 앉아 웃고 있었다.

    캐리어를 들고 가려고 침실에 들어온 팡닌이 샤오엔에게 물었다.

    “샤오엔 뭐 하는 거야? 짐 싸다 말고 뭘 보고 그렇게 웃어?”

    샤오엔은 웃는 얼굴로 팡닌에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이거 봐. 팡닌. 나랑 대표님을 지지하는 CP 팬들이 이렇게 많이 늘어났어.”

    팡닌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샤오엔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샤오엔. 탕 회장님이 화가 많이 나셨어. 당장 성명서를 발표할 거래.”

    “외삼촌이 그래?”

    “그래. 너 때문에 내가 짤릴 거 같아.”

    “팡닌. 안돼. 성명서를 올리지 말라고 해 줘.”

    “어쩌려고 그래?”

    “팡닌도 봤잖아. 원세강 대표도 분명 나한테 호감이 있다고.”

    “그럼, 진짜로 사귀려고 그러는 거야? 진지하게?”

    “응. 내 팬들도 다 원하고 있어. 우리 두 사람이 잘 어울린대.”

    “하지만 샤오엔…….”

    샤오엔은 짐을 싸던 캐리어로 걸어가더니 캐리어에 담긴 옷을 빼다가 다시 옷장 안에 넣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야?”

    “팡닌. 그때 원 대표님이 전화 통화하던 거 들었지? 아티스틱에서 무슨 파티를 연다고 했잖아.”

    팡닌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랬지. 아티스틱 파티라고 분명히 그랬어.”

    “내 귀국 일정을 뒤로 미루고, 그 파티에 가자. 가면 원 대표님을 다시 만나 볼 수 있을 거야.”

    “가서 뭘 하려고?”

    “나와 정식으로 사귀자고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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