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일의 매니저-92화 (93/261)
  • #92화. 기적 같은 일

    “사실 저는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우리 원세강 대표님께서 저를 설득하셨어요. 배우가 되면 가족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씀해 주신 게 대표님입니다.”

    “아. 그랬군요.”

    인터뷰를 마친 이락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욱환은 나가려던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앞으로 배우로서 활동해야 하는데 이런 개인적인 인터뷰가 방송에 나가도 되겠어요?”

    최욱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들은 이락이 웃으며 답했다.

    “상관없습니다. 엄마를 찾으려고 배우가 된 거니까요.”

    이락이 환하게 웃는 얼굴이 클로즈업되며 최종 결승에 오른 배우의 인터뷰 장면이 끝났다.

    다음 주에 열릴 최종 오디션의 예고가 뜨고 스타메이커 비하인드 쇼가 끝났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이락의 마지막 인터뷰를 보고 눈물바다가 됐다.

    - 나 왜 울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같이 울었음

    - 락이 인터뷰 보고 나도 눈물 나네.

    - 엉엉 울었다ㅠㅠㅠㅠㅠㅠㅠ

    - 이락 행복해야 돼ㅠㅠㅠㅠㅠ

    - 역시 울 최피디 사려 깊고 스윗해. 이렇게 인터뷰도 잘했으면서 대체 예고편은 왜 그렇게 만든 거냐고 ㅠㅠ- 원 대표님도 대박이네. 이락이랑 원 대표님 영원히 함께해 ㅠㅠㅠㅠㅠ내가 텔레비전을 끄자 강진석이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세강아. 나한테는 이런 이야기 안 해 줬잖아.”

    “미안해요. 형님.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어요. 형님이 스타탄생에 오시고 제가 바로 합숙소로 들어갔잖아요.”

    “야. 그래도 이런 건 이야기해 줬어야지.”

    약간 삐진 듯한 얼굴이 됐던 강진석이 갑자기 놀라 외쳤다.

    “너! 혹시 이거 노리고 이락이랑 윤이슬 배우 스타메이커에 출연시킨 거였어? 이렇게 최종 결선까지 가면 마지막 인터뷰에서 어머니 찾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제가 무슨 무당도 아니고. 이락 배우가 최종 결선까지 갈 걸 어떻게 알고 그래요. 아닙니다.”

    “그렇긴 하지만. 요즘 네 행보를 보면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거 같다고.”

    “제 행보가 어떤데요?”

    “손대는 것마다 일이 술술 풀리잖아. 보니까 스타탄생에서 투자한 영화마다 다 대박 나고 이번에 악편 예고편도 이정호 국장을 어떻게 구워삶은 건지 잘 해결되고 말이야.”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셨나 보네요. 그냥 운이 좋은 거죠.”

    내가 멋쩍게 웃자 강진석이 갑자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 어찌 됐든 스타탄생 만세다. 일이 잘 풀려도 이렇게 잘 풀리냐. 이번 인터뷰로 이락은 우승 따 놓은 거나 다름없다.”

    “에이. 설마요. 연기는 박선호가 우세합니다. 저는 박선호 배우님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야. 우승은 생방송 전화 투표로 결정돼. 사연 팔이다 뭐다 하면서 그런 거 질색들 하지만 이번 건은 아니야. 다들 이락 우승시켜서 어머니 찾아 주게 하려고 난리일걸.”

    솔직히 이건 나도 같은 생각이 들긴 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강진석이 묘한 웃음을 흘렸다.

    “세강이 너도 부인 못 하겠지?”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내 앞에 놓인 물을 마셨다.

    그때 태블릿 PC로 사람들의 반응을 검색하던 서이렌이 내 옆구리를 찔렀다.

    “대표님. 이상한 게 떴는데요.”

    나는 깜짝 놀라서 서이렌을 쳐다봤다.

    “이상한 거요? 혹시 깡기자님 기사가 떴나요?”

    “아뇨. 기사는 아닌데요. 우선 이것 좀 보세요.”

    서이렌이 태블릿 PC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

    PC 위에 떠 있는 섬네일을 본 내 나는 깜짝 놀랐다.

    천재용이 이걸 어떻게 알았지?

    태블릿 PC에는 천재용이 운영하는 독설피디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 떠 있었다.

    [NGB 예능국장 이정호와 LOK의 커넥션 집중분석]

    “뭐야? 이게? 이정호랑 LOK 커넥션?”

    깜짝 놀란 강진석은 재빨리 영상의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천재용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어 올랐는데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는 어디서 소스를 얻었는지 깡기자가 준비하던 기사 내용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천재용은 이정호 국장이 스타메이커 예능을 시작하기 전에 LOK 관계자와 만난 사실을 낱낱이 까발렸다.

    이 사실을 모르는 강진석의 낯빛이 시시각각 변했다.

    “미쳤네. 이거였어. 이래서 예고편이 그 지경으로 나온 거였구나.”

    누가 기레기 아니랄까 봐 천재용은 스타메이커뿐만 아니라 NGB 예능에 출연하는 다른 LOK 소속 배우들을 한데 묶어서 까기 시작했다.

    십오 분간의 폭로 영상이 끝나자 천재용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취재를 하면서 기가 막힌 걸 목격했는데 한번 보실까요?”

    [번외: 조폭들과 연관이 있는 이정호 국장의 사생활]이라는 자막이 뜨더니 이내 지하 주차장에서 찍은 영상이 흘러나왔다.

    숨어서 찍은 듯한 영상에 갑자기 한 무리의 검은 양복을 입은 일당들이 나타났다.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그들이 뒤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주차장에 내려온 이정호 국장은 자신을 에워싸는 조폭 무리를 보고 깜짝 놀라 핸드폰을 들었다.

    “야. 네가 스타메이커 찍는 놈이지?”

    “아. 저는 그냥 예능 국장입니다.”

    “뭐야. 다 알아보고 왔어. 국장이 대빵이라며?”

    “대체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우선 차에 타. 타서 이야기해 보자고.”

    조폭들은 이정호를 차에 태우더니 어디론가 사라지며 영상이 끝났다.

    천재용의 얼굴이 다시 화면에 나왔다.

    천재용은 의미심장한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이 영상은 저희 제보원이 NGB 지하 주차장에서 찍은 겁니다. 차를 타고 사라졌던 이정호 국장은 한 시간 뒤에 다시 지하 주차장에 나타났고 그 이후로 병가를 내고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하네요.

    대체 무슨 일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정호 국장이 스타메이커를 찍으면서 LOK 외에도 여기저기 로비를 받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로비를 받았지만, 최종 2인은 신생 기획사나 다름없는 스타픽과 스타탄생의 배우가 차지했으니 화가 난 걸까요?”

    나는 지하 주차장에 나타난 조폭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자이크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말투를 보면 누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골목의 사람들인가?

    그래도 한때는 같은 조직 식구였다고 이렇게 우리를 도와주러 온 건가?

    어찌 되었든 그들이 도와줘서 이정호 국장이 조용했던 거 같다.

    내겐 녹음 파일이라는 보험이 있지만, 이정호가 난리를 치면 어떻게 나가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이정호 문제가 해결될 줄이야.

    “세강아. 이거 영상 조회 수 올라가는 속도 좀 봐라. 댓글도 난리가 났다.”

    - 에??? 이거 진짜야?

    - 미친. 역시 이럴 줄 알았어.

    - 조폭 ㄷㄷ

    - LOK 대단하다. 소속 배우 살리려고 엄한 배우 악편으로 잡으려고 했네.

    - 이락 고아라는 기사 뜨자마자 이하진 금수저 기사 뜰 때부터 알아봄.

    - 이하진 욕은 하지 말자. 이하진은 죄 없어.

    - 미쳤다.... 이거 꼭 알려졌음 좋겠다ㅠㅠ

    - 의도된 악편 땅땅이네.

    - 이정호 국장 구속해야 하는 거 아님? 조폭들이랑 연관도 있는 거 같은데?

    - 이정호 사퇴해. 아니 감옥 가.

    - 미친.... LOK 무섭다;;;

    - 에효...

    - 이거 묻히지 않음 좋겠다ㅠㅠ

    - 천재용 알아주는 기레인인데 이걸 믿네.

    -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음. 녹취록이랑 정황 보면 백퍼 사실일 듯.

    새 댓글이 미친 속도로 올라왔다.

    이락의 진정성 있는 인터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분노하는 댓글이 유독 많았다.

    천재용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때도 있구나.

    나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우리는 이만 일어나죠.”

    “나는 벌써 전화 오기 시작한다. 먼저들 가 봐. 난 전화 좀 받고 갈게.”

    “예. 이렌 씨는 제가 집에 데려다줄게요.”

    * * *

    서이렌이 앞에 타려는 걸 내가 말리고 뒤로 보냈다.

    “뒤에 타요.”

    “싫은데요. 앞에 탈래요.”

    “안 돼요. 뒤에 타요. 배우는 뒤에 타는 겁니다.”

    내가 강경하게 나오자 서이렌은 입술을 삐죽이며 뒷자리로 갔다.

    차가 신호에 걸릴 때마다 나는 백미러로 서이렌의 모습을 확인했다.

    매니저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밴 습관이다.

    서이렌은 오늘 촬영이 끝나자마자 스타탄생에 찾아온 거라 피곤한지 고개를 떨구고 졸고 있었다.

    내일 오전에 촬영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가서 편히 쉬면서 스타메이커를 봤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나를 보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곳에 온 서이렌을 보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왜 저렇게 나를 사랑해 주는 걸까?

    내가 이렇게 맹목적인 서이렌의 사랑을 받아도 될까?

    내가 죽으면 서이렌은 어떻게 될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때 졸던 서이렌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백미러를 통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대표님. 지금 나 보고 있었죠?”

    “아뇨. 안 봤어요.”

    “아닌데. 방금 나랑 눈 마주쳤어요.”

    “그냥 뒤차 본 건데요. 뒤에 차량이 너무 붙어서 따라오는 거 같네요.”

    “거짓말.”

    “거짓말 아닙니다.”

    “쳇. 내가 대표님 거짓말도 못 알아볼까 봐요? 대표님 지금 귀가 새빨개졌어요.”

    나는 화들짝 놀라 손으로 귀를 만졌다.

    “그거 봐요. 당황했으면서.”

    서이렌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나를 놀렸다.

    “대표님 나한테 빚진 거 다 갚으셔야 해요. 제가 대표님 없이 두 여자 찍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세요?”

    “알아요. 미안해요.”

    “말로 무마하려는 생각은 말아요. 나 다 받아 낼 거니까.”

    “알았어요. 내가 꼭 갚을게요.”

    “어떻게요?”

    “12개월 할부로 갚을 건데요.”

    “예??”

    내 농담에 서이렌이 기함했다.

    합숙소에서 서유림 매니저한테 들은 농담인데 너무 느끼했나?

    하지만 백미러를 통해 본 서이렌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 * *

    천재용 방송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한발 늦게 깡기자가 준비한 기사도 터졌다.

    내가 본 미래에서는 이 기사가 스타메이커가 끝난 지 한참 후에 터졌고 이내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악마의 편집 사태 이후라서 그런지 화제성이 남달랐다.

    나는 이락에게 당분간 인터넷 모니터링을 하지 말라고 하고 마지막 오디션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마지막 오디션은 배우가 직접 무대를 꾸미게 된다.

    뭘 하든 제한은 없다.

    영화의 명장면을 따라 해도 되고, 연극을 선보여도 된다.

    총 세 개의 연기를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만 하면 된다.

    이락은 누구보다 열심히 무대를 준비했고 나는 그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왔다.

    우승은 힘들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우승도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 최종 오디션 무대가 열린다.

    내가 이락에게 온 대본을 보고 있는데 강진석이 이 층으로 올라왔다.

    “무슨 일이죠?”

    “락이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어.”

    “당분간 인터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내 앞에 선 강진석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왜 그래요?”

    “전화가 왔어. 락이 이모 되는 분께.”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대본을 놓고 강진석을 쳐다봤다.

    “그동안 거짓 전화만 왔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저를 찾아오신 걸 보면 진짜인가 보네요.”

    “맞아. 락이가 방송에서 내보였던 상자 기억하지?”

    이락은 보물처럼 가지고 다니는 쇠로 만든 낡은 상자를 인터뷰 때 보였었다.

    “이 사진 좀 봐 봐.”

    강진석은 내게 핸드폰을 건네 사진 한 장을 보여 줬다.

    사진 속에는 젊은 남녀가 두 손을 마주 잡고 있었고 여자가 이락과 똑같은 상자를 들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보자마자 탄식을 내뱉었다.

    이락의 부모님이다.

    이락과 똑같이 생긴 남자는 이락의 아버지가 분명했다.

    나는 당장 벌떡 일어섰다.

    “이락 배우한테는 연락했어요?”

    “응. 지금 연습실에서 여기로 오는 길일 거야. 그런데 세강아.”

    이락의 부모님을 찾았다.

    기쁘기 그지없는 일인데 침울한 표정의 강진석을 보니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래요? 형님?”

    강진석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가 그러시는데 지금 락이 어머니가 아프시대.”

    재킷을 챙겨 입던 내 손이 멈칫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강진석을 바라봤다.

    “락이 어머니가 지금 위독하신가 봐. 그래서 당장 가야 할 거 같아.”

    “어디로요?”

    “창원.”

    “그렇게 고심할 질문이 아닌 거 같은데요.”

    “아뇨.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잠시 후, 내가 A4 용지 석 장을 들고 나타났다.

    탈락한 스무 명의 배우들에 대한 조언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종이를 카메라가 훑고 지나갔다.

    - 미친 거 아님?

    - 스님은 진짜 천사인가?

    - 무슨 매니저가 저러냐?

    - 스본 대표님이시다. 우리 대표님 ㅠㅠㅠㅠ

    - 지금 탈락한 배우들 저거 보면 눈물 나겠다.

    - 내가 배우 지망생이면 무조건 스본에 간다.

    - 원 대표니뮤 ㅠㅠㅠㅠㅠㅠ

    - 스본 대표가 짱이야 ㅠㅠ

    서이렌은 강진석을 보며 눈을 흘겼다.

    “보세요. 우리 대표님이 최고잖아요.”

    “알았어요. 미안해요. 나도 알죠. 우리 원 대표가 정말 괜찮은 사람인 거.”

    나는 민망해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강진석과 서이렌이 나를 흐뭇한 눈으로 보고 있고 앞으로 고개를 돌리면 제작진이 CG로 천사 날개를 합성해서 달아 준 내가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다.

    드디어 비하인드 쇼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마지막 남은 두 배우의 개인 인터뷰가 이어졌다.

    박선호의 진중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 가득한 인터뷰가 끝나고 인터뷰 방으로 이락이 들어왔다.

    최욱환 PD는 처음 이락에게 했던 질문을 다시 했다.

    “오디션 시작하기 전에 제가 이런 질문을 했었는데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왜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최욱환의 질문에 이락의 눈빛이 잠시 떨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이락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첫 번째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기억하시나요?”

    최욱환는 기억이 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유명한 배우가 될 거라고 하셨죠. 그것 때문에 윤희자 배우님께서 당돌한 놈이라고 한마디 하셨잖아요.”

    “예. 맞아요.”

    힘없이 웃던 이락이 두 주먹을 불끈 쥐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고아입니다.”

    갑작스러운 이락의 고백에 인터뷰 방에 정적이 감돌았다.

    기사로 나온 것과 직접 말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저는 강보에 싸인 채 대연동의 후미진 골목에 버려졌다고 들었습니다.”

    이락의 엄청난 고백에 최욱환 피디는 할 말을 잃었다.

    인터넷 반응도 잠시 멈춘 듯했다.

    이락은 주머니에서 녹슨 작은 쇠 상자를 꺼냈다.

    “제 옆에 이 상자가 함께 있었대요. 그 안에는 엄마가 쓴 쪽지가 있었고요. 그 쪽지는 지금 사라지고 없고 이 상자만 남았습니다.”

    이락은 말을 하며 상자를 카메라에 들이밀었다.

    꼼꼼하게 상자를 보인 이락은 그것을 내려놓고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했다.

    떨리는 이락의 눈빛을 본 최욱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적이 내린 그곳에 이락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제가 유명한 배우가 되면 엄마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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