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시간 뒤-189화 (189/198)
  • # 189

    ‘E’등급

    “네 그러면 지금 미국에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사장님.”

    “응 그래.”

    통화기를 내려놓은 나는 다시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화면에는 새 등급의 안내서가 띄어져 있다. 내가 읽은 게 맞다. 나는 그걸 끝까지 읽은 다음에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았다.

    ‘Editor 등급 안내서’

    ‘축하드립니다. Editor 등급으로 승급하신 한상훈 독자님. 첫 유료구독을 시작하셨던 때부터 예고했던 대로, Editor 등급은 이하 등급과 달리 ‘신적인’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한상훈 독자님께서, 미래뉴스를 수동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직접 변경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팔짱을 낀 채로 그걸 쳐다보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미래 뉴스는 이전과는 아예 다른 개념이 된다.

    ‘새 액티브 스킬 ‘편집’은 이미 발행된 뉴스를 대상으로 하며, 스킬 이름 그대로 뉴스를 편집하게 됩니다. 편집된 뉴스는 편집 즉시, 뉴스에 나온 사건을 시간에 맞춰 우주를 변화 시킵니다. ‘편집’은 ‘개연성’을 통해 제어를 받지만, 그럼에도 한상훈 독자님이 속한 세계에 즉시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히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두 번이나 읽어보았지만, 아직 감은 잡히질 않는다. 나는 스크롤을 내려 보았다.

    ‘현재 그랜드마스터 등급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은 모두 네 가지입니다. 현재 배분되지 않은 스킬 포인트는 30점입니다.’

    이번에 주는 점수는 30점이란다.

    인물검색 Lv4 (액티브스킬 – 포인트 4점 필요)

    인물을 검색할 수 있는 슬롯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이 적용된 상태로 사용 가능합니다.

    랭킹뉴스 Lv3 (액티브스킬 – 포인트 3점 필요)

    특정 카테고리에서 누적 조회 수가 많은 뉴스 1위와 2위와 3위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한 달 3회 사용가능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이 적용된 상태로 사용 가능합니다.

    랭킹뉴스 하단에 있던 ‘미래뉴스 등급’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니까 12년 뒤 이상의 미래는 볼 수 없는 듯하다.

    ‘일, 주, 월, 년까지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스크롤을 더 내려 보았다.

    잠입취재 Lv2(액티브스킬 – 포인트 10점 필요)

    특정 대상에 기자를 특파합니다. 기자는 15일간 대상에 대해서 집중조사를 하며 15일 뒤 기성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기사거리 한 개를 가져옵니다. 기자를 특파할 때는 주로 조사할 내용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이미 본 거고...’

    역시 핵심은 맨 마지막에 있다.

    편집 Lv1(액티브스킬 – 포인트 13점 필요)

    발행된 뉴스를 대상으로 편집을 시도합니다. 편집은 ‘글자 수’와 ‘개연성’항목에서 제한을 받습니다. 편집된 뉴스는 편집 즉시, 뉴스에 나온 사건을 시간에 맞춰 우주를 변화 시킵니다. 편집된 뉴스는 ‘미래뉴스에서’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편집으로 인해 변경된 다른 뉴스는 ‘정정보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한 달에 1회 사용가능합니다.

    ‘우주를 변화시킨다... 참 거창하군.’

    어쨌든 잘 됐다. 마침 내게는 ‘변화시켜야할 미래’가 있었다. 세상의 종말을 불러오는 핵전쟁 말이다.

    ‘그런데... 그러면... 정말 타자 몇 번으로 핵전쟁이 사라진다는 건가?’

    지금 와 생각해보니, 이게 정말 실현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벙커확장 너무 빨리 취소했는지도...’

    그거야 다시 짓겠다고 하면 그만이다. 이미 500억을 지불하고 또 2000억을 더 지불하겠다는데, 조금 변덕 좀 부리는 게 어떻겠는가.

    ‘어쨌든 이것도 한 달에 한 번 가능하니, 지금 당장 써먹어보자.’

    결심한 나는 스킬을 하나하나 찍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인물검색 4레벨 4점, 랭킹뉴스 3레벨 3점, 잠입취재 2레벨 10점, 편집 1레벨 13점까지. 딱 30점이다.

    ‘이번엔 고민할 것도 없군.’

    나는 스킬들을 하나하나씩 다 찍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곧 이어서 메시지가 뜬다.

    ‘축하드립니다. Editor 등급으로 승급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안내문

    ‘Pxxxxxxxx 등급으로 귀하의 뉴스를 업그레이드 해보세요! Pxxxxxxxx 등급 승급에 필요한 것은 금 100억원의 구독료. 그리고 자격조건으로 자신이 속한 국가의 상장사 오십 개 이상 지배하되 그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이 4000조 원이 넘는 것입니다.’

    “뭐?”

    나는 그걸 보다가, 입을 떡 벌렸다.

    ‘오십 개 이상이야 그렇다 쳐도... 4000조원? 지금 400조인데, 무려 10배잖아?’

    아니 그전에, 400조짜리 기업인 인빅투스 인베스트가 들어선 지금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을 다 합쳐봐야 2400조 밖에 하지 않는다. 4000조원짜리 회사를 코스피에 만든다는 것은, 아예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두 배 가까이 늘려야한다는 말에 가깝다.

    “이건... 불가능해...”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가 곧, 깨달았다.

    ‘아니... 아니지... 이 ‘편집’능력을 돈 버는 데 쓰면?‘

    세계가 멸망하지만 않는다면, 4000조원도 금방 벌게 될지도 모른다.

    ‘...내 이름으로 검색해서 나온 인빅투스 인베스트먼트 주가를 상한가로 보내버리면 되잖아? 아니 그전에,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을 바꿔버리면? 며칠만에 가능할지도.’

    그렇게 되면 매우 쉽다. 오히려 예전에 실버에서 골드 올라갈 때까지 걸린 시간보다 더 빨리 위 등급을 달성하게 될지 모른다.

    ‘Editor 다음은 P...인가... x가 몇 개지? 8개? 그럼 9개로 된 단어로군.’

    조금 생각해보면 단어 하나가 완성이 될 것도 같다. 나는 펜을 들어 메모지에다가

    ‘Pxxxxxxxx 총 9자.’

    그렇게 끄적거렸다.

    ‘음...’

    뭔가 떠오를 것 같은데, 떠오르지 않는다.

    ‘이건 조금 있다가 생각하자. 일단 편집. 편집부터 해보자’

    그렇게 생각을 한 나는 등급 업그레이드를 마무리하고 안내서가 온 메일을 닫았다. 그리고 30여분 뒤, 8시 50분. 나는 업그레이드 된 메일들을 받았다. ‘E 12시간 뒤’에서부터 ‘E 12년 뒤’까지 말이다. 나는 먼저 12시간 뒤 뉴스를 클릭했다.

    정치 – 안준성 의원 북한과의 경제협력 촉구

    경제 – 인빅투스 인베스트먼트 상장 2일차 14%대 상승

    사회 – A.I.의 대두, 화이트 칼라는 이대로 몰락하는가.

    생활/ 문화 – 저 위안 시대, 중국으로 값싼 해외여행을.

    세계 – 아랍의 봄,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민주주의가 올 것인가

    IT/과학 – 경량화 성공한 PS VR4. 이번에도 흥행 이어 갈까

    스포츠 – FC서울 2-0으로 손쉽게 FC세종 제압

    연예 – 개그맨 강승현 불법도박 혐의로 구속

    기사들 아래로 여태까지 모아온 액티브 스킬들이 보인다.

    인물검색 – 1.   2.   3.   4.

    랭킹뉴스 – 사용

    크로우소환 – 소환가능(2회 남음)

    국가 설정 : 한국 변경

    그리고 여기에 새로운 스킬이 하나 더 생겨났다.

    ‘편집 – 활성화’

    나는 그걸 물끄러미 보다가, ‘활성화’ 버튼을 클릭을 해보았다. 그러자, 곧 평범했던 커서가 가위 표시로 바뀌면서 ‘활성화’가 쓰여 있던 곳 멘트가 바뀌었다.

    ‘편집 – 편집하고자 하는 기사를 클릭해주십시오.’

    나는 그 가위모양 커서를 위로 올려서 빙글빙글 돌려보았다.

    ‘...그냥 아무거나 바꿀 수 있는 건가?’

    나는 맨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바꾸고 싶은 기사를 찾아보았다.

    ‘인빅투스 14%상승... 이건 절대 바꾸면 안 되고... 사회나 문화면은 뭐 칼럼이라... 플레이스테이션 잘 나가면 나도 좋지. 아 이게 있네.’

    스포츠 뉴스. FC세종이 FC서울에게 2-0로 패배했다는 기사가 떠 있다. FC세종은 내 구단이다. 처음 인수할 때만 해도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 최고의 구단으로 성장시키겠다.’

    는 다짐으로 인수를 했었지만,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인수를 결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첫 시즌 때 쏟아 부은 돈 덕분에 1부 리그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거기서 내 관심이 끊기면서 하위권을 맴돌고 있었다.

    ‘그럼 이걸 해볼까...?’

    나는 그 가위모양 커서를 그 기사에 댔다가

    ‘아 참 이거 한 달에 한번이랬지.’

    라는 생각에 잠시 멈추었다.

    ‘그런데... 이거 클릭하면 바로 기회가 소멸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든 나는 오랜만에 ‘고객센터’를 불러냈다.

    ‘안녕하십니까? 한상훈 구독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 녀석하고는 길게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요점만 물었다.

    ‘이 편집 스킬 말입니다. 기사를 클릭하면 거기서 기회가 소모됩니까?’

    ‘아닙니다. 편집 스킬은 기사 편집이 완료된 후 구독자가 등록 버튼을 눌렀을 때 완료됩니다.’

    좋다. 그러면 다른 기사들 가지고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오케이 그럼 됐어.’

    나는 고객센터를 닫아버리려다가, 혹시나 더 묻고 싶을 게 있을 까봐 최소화를 시켜놓고 다시 기사 쪽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가위 커서로 ‘FC서울 2-0으로 손쉽게 FC세종 제압’ 그 기사를 클릭해보았다. 평소와 달리, 기사 상단에 한 문장이 뜬다.

    [개연성 100% - 개연성은 50%미만으로 수정할 수 없습니다.]

    ‘개연성이...50%?’

    이게 무슨 소리지 싶다. 어쨌든 나는 스크롤을 내려 보았다.

    ‘FC서울이 FC세종을 2:0으로 제압하고 손 쉽게 1승을 따냈다. 오늘 오후 6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K리그 2024시즌 정규 8라운드. 대전으로 원정을 떠난 FC서울은 전반 14분 이재성의 헤딩 선취골과 후반 30분 강현성의 중거리 슛으로 FC세종의 골망을 흔들었다.’

    기사는 평범하다. 평소 보던 기사 내용과 하나 다를 바가 없다.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었으니, 마치 워드프로세서 킨 것처럼. 내가 기사 중간 사이사이에 커서를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음... 그럼 FC세종이 FC서울을 이긴 것으로 바꾸어 볼까?’

    나는 첫 문장을 바꾸어보았다.

    ‘FC세종이 FC서울을 2:0으로 제압하고 손쉽게 1승을 따냈다.’

    그러자, 맨 위에 있던 자막이

    [개연성 0% - 현재 기사는 올릴 수 없습니다.]

    으로 바뀐다.

    ‘뭐야 우리 팀이 서울을 이기는 건 아예 불가능하단 거야?’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바꿔보면 뒤에 쓰여있는 경기 내용이 다 말이 안 된다. 일단 팀하고, 선수부터 매칭이 되지 않으니까. 나는 세 번째 문장부터 바꾸어 써 보았다.

    ‘대전으로 원정을 떠난 게 아니라...’

    ‘대전 홈 구장에서 FC서울을 맞이한 FC세종은 전반 14분’

    거기까지 기사를 고친 나는

    ‘요새 우리 팀 에이스들이 누구지?’

    잠시 FC세종의 에이스들, 스트라이커들 이름을 떠올리고 이름을 써넣었다.

    ‘전반 14분 구현모의 헤딩 선취골과 후반 30분 지호성의 중거리 슛으로 FC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개연성을 0%다.

    ‘아니 대체 왜 이러지?’

    나는 그걸 바라보다가, 문득 든 생각에 포털 사이트에 ‘구현모’와 ‘지호성’을 검색해보았다. 역시나 뜨는 뉴스가 있다.

    ‘지호성 FC전북과의 일전에서 상대방 수비수의 태클에 발가락 골절. 전치 4주.’

    FC세종의 에이스 지호성은 발가락 골절 때문에 이 경기에 나오지 못한다. 나는 지호성 대신 다름 이름을 써넣었다.

    ‘요새... 미드필더 김상진이 잘한다고 했지. 그래 상진이로 넣어보자’

    나는 지호성을 빼고 김상진으로 넣어보았다.

    ‘전반 14분 구현모의 헤딩 선취골과 후반 30분 김상진의 중거리 슛으로 FC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자 드디어 맨 위 코멘트가

    [개연성 84% - 현재 기사 등록이 가능합니다. - 등록]

    이렇게 바뀌었다.

    ‘아하. 바뀐 내용이 앞뒤가 맞아야 가능한 것이로군. 그리고... 개연성이 84%... 우리 팀이 강팀 서울을 2:0으로 이기긴 어렵지만... 그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어찌되었든, 바뀐 뉴스가 개연성을 50%만 넘기면 되는 것 같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이거라면, 당장 이자리에서 핵전쟁을 없애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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