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시간 뒤-183화 (183/198)
  • # 183

    미국의 미래 뉴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대표님.”

    나는 박 비서와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그에게 말했다.

    “박 비서. 장 부사장님 좀 9시 10분 즈음에 사장실로 오시라 연락 해줘.”

    “아 네 알겠습니다.”

    나는 사장실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8시 50분. 미래뉴스를 읽었다. 내 이름으로 인물검색도 하고, 뉴스 중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적어두고, 하면서 말이다. 12년 뒤 뉴스는 여전히, 3년 뒤 뉴스밖에 까지 내보내주지 않았다. 아마 정상적으로 뉴스가 나오는 것은 ‘2026년 2월 16일까지’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하고 3개월.

    ‘...그 정도면 쉽지는 않겠지만... 해볼 만한 싸움이지.’

    나는 앞으로 3년 3개월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넓히고, 돈을 벌고, 미국, 중국에 영향력을 확대한 뒤, 미래를 바꿔볼 것이다. 다가올 재앙을, 파국을.

    ‘생각해보니... 중국 대폭락 때도 재앙이니, 파국이니 했었는데... 미래에 있을 일에 비하면 완전히 애교로군.’

    작년 있었던 일은 크게 보면 미중‘무역’전쟁의 일환이었다. 그 때 투자자 몇몇이 자살했고 언론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 소리를 질렀었다. ‘중국은 붕괴되고 우리나라도 망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무역’자가 빠진 미중전쟁은, 그야말로 재앙이 된다. 돈을 잃고 자살을 선택한 투자자 몇몇이 아니라, 평범하게 일상생활 하던 일반인도 죽게 되니까. 그 때 되면 언론은 떠들지도 못할 것이다. 대부분 죽거나 도망가고 없어서.

    ‘따지고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로는 안전한 세상이었지... 재앙이라고 하면 이정도가 진짜 재앙... 후우... 지하벙커 짓는 것도 하긴 해야겠어.’

    물론 전쟁을 막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해보겠지만. 동시에 안전한 제 3국에, 지하벙커를 짓는 것도 하긴 해야 할 것 같다. 소위 ‘플랜B’라는 것도 있어야하니까. 만약에 내가 2026년 2월 16일까지 핵전쟁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나는 그곳에 가족과 지인, 그리고 생존에 필요한 인재 몇몇을 추려 그곳에 이주할 것이다.

    그러면, 최소한 생존은 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과 같이 한국 제일의 부자로서 호사는 못 누리겠지만, 왜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거기서 몸을 숨기고 몇 년 지내다 보면, 어쩌면 다시 문명세계에 발을 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방사능 때문에 그게 되려나 모르겠네?’

    디스토피아를 그린 영화 나 게임은 많다. 워터월드, 매드맥스, 폴아웃 같은. 거기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방사능에 대한 것들이다. 방사능 때문에 기괴하게 변형된 동물들, 식물들, 그리고 심지어, 인간들.

    ‘당장 핵폭탄이 떨어지니까. 낙진도 문제가 되겠지. 아 참. 원전도 있잖아’

    사실 방사능 오염은, 핵폭탄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상대방의 원전에다가 미사일을 쏘면 그대로 방사능 오염이 된다. 멀게는 체르노빌, 가까이로는 후쿠시마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방사능 오염이 되어버리면 그곳은 아예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된다. 미국도, 중국도 어마어마한 양의 원전이 있다.

    중국의 경우 한국도 문제가 되는데. 중국의 원전은 현재 230여개 정도. 그런데 그것들 중 대부분이 동부 해안가에 있다. 편서풍 타고 미세먼지도 날라오듯, 방사능이 날라오면, 우리나라 역시 끝장이다. 아마 일본. 멀리 보면 호주나 뉴질랜드까지도 생명이 살지 못하는 땅이 될지도 모른다. 핵전쟁, 그리고 방사능이라는 것은 그래서 무섭다. 폭탄 한방 맞지 않아도 절멸이 일어날 수 있다.

    ‘...정말 솟아날 구멍은 없는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맨 아래에, 새로 생긴 ‘국가 설정’ 옵션에 가보았다.

    ‘국가 설정 : 한국’

    생각해보니, 미국이나 중국 쪽 아니면 제 3세계에서는 12년 뒤에도 뉴스가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땅덩이가 좁지만, 그 쪽은 그래도 넓으니까. 미국만 하더라도 미국령 ‘하와이’, 미국령 ‘괌’,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와 같이 전 세계 여러 곳에 섬이 있었다.

    ‘...잘하면 섬 뉴스라도 들을 수 있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설정을 ‘미국’으로 바꿔보았다.

    ‘설정 변경 완료되었습니다. 다음 뉴스부터는 ’미국‘의 뉴스가 나오게 됩니다.’

    나는 그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한번 미국 미래뉴스는 어떻게 나오나 볼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띠리리~’

    전화가 왔다. 시계를 보니 9시 10분. 장 부사장이다. 나는 전화기를 들어 바로 말했다.

    “응 들어오시라 그래.”

    곧 장 부사장이 방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인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나는 바로 용건을 말했다.

    “네 부사장님. 다름이 아니고요. 제가 어제 수연전자 사장 면접에 대해서 조금 생각을 해봤었는데 말입니다.”

    “네 사장님.”

    “글로벌 시대에 맞춰 나가려면 글로벌한 인재를 뽑는 게 낫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장 부사장은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었다.

    “그러면 신재철 씨보다는 매버릭 터너 씨 쪽으로 뽑는 게 좋겠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매버릭 터너는 인텔에서 성공적인 엔지니어로, 경영자로 수년 간 글로벌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 올려온 사람이었다. 장 부사장을 비롯한 다른 이사들은 바로 그 점을 그의 장점으로 꼽으면서 내게 추천을 했었다.

    “그렇군요. 매버릭 터너 씨라면, 분명 바뀐 수연전자... 아니 SHH전자를 글로벌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시켜 줄 것입니다. 워낙에 시장에 잘 알려진 분이시니까요.”

    장 부사장은 다시 한 번 더, 시장에 알려진 그의 명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가 그를 고른 것은 그 이유가 핵심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배경. 그는 미국 명문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본인은 하버드를 나오고, 아버지도 하버드, 어머니는 예일, 뭐 그런 식으로 전형적인 유복한, 백인 가정 사람이었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그의 형. 윌리엄 터너는 민주당 당원으로서 의회 상원의원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를 사장자리에 앉히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미국 정계에도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뻗힐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그것은 비밀로 한 채 장 부사장에게 말했다.

    “장 부사장님이 이견이 없으시면 저는 그렇게 하고 싶군요.”

    “네 알겠습니다. 저도 그러면 그렇게 하는 것으로... 그런데 그러면... 두 달 뒤에 통보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은? 어떻게 할까요?”

    “두 달 뒤야... 뭐... 제가 조금 심사숙고를 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빨리 결정하게 되었으니까. 빨리 하면 좋지요. 터너 씨야 두 말할 것 없고. 신재철 씨도. 그래야 빨리 다른 직장을 구할 수 있으니까요.”

    “아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터너씨 귀국 전에 말씀드리는 쪽으로 하겠습니다.”

    “네. 그리고... 다른 일인데.”

    “네.”

    “혹시 아시는 분 중에 중국통 있으면 좀 알아봐 주세요. 중국 쪽이랑 꽌시가 어느정도 되는. 그런 분으로요.”

    “...네?”

    “아니 별다른 건 아니고. 이제 저도 중국 쪽에 투자도 좀 해보려고 해서요.”

    “저... 중국은 정치상황 때문에 손대지 않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장 부사장은 중국발 위기가 발생했을 때부터, 바로 그 점을 아쉬워했었다. 중국직접 투자 말이다. 사실 그건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중국 매도 포지션으로 벌게 된 40조. 재투자도 금융위기의 간접적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본진인 중국에다가 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다만 나는 당시에는 중국 정치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서, 그래서 안전 빵으로, 미래 뉴스를 받아 볼 수 있는 우리나라로 한정해서, 재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그게 수연전자, 건설이 되었고 말이다. 나는 장 부사장에게 말했다.

    “아아 그랬었지요. 하지만, 그래도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구는 것도 맞지 않다 싶어서요. 일단 조금이라도 한번 사업을 터볼까 해서요. 어차피 수연그룹을 반절 딱 떼서 인수한 마당에 중국 시장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SHH에서도 앞으로 중국과 거래를 자주 할 텐데요.”

    “아. 그건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터너 씨 잡고, 중국통 인재 구하는 것. 그리고... 다른 일 시키실 일 없으십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없습니다. 일단 그 두 개 먼저 실행시켜 주세요.”

    장 부사장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

    그리고 그 날 저녁. 나는 다소 바뀐, 12시간 뒤 메일을 받았다.

    정치 – 뉴욕 주 대마초 합법화 규제 완화로 가닥.

    경제 – 컨텐츠의 힘. 넷플릭스 신고가 뚫고 달려

    사회 – 드론 활용 마약 배달 멕시코 카르텔의 진화는 어디까지?

    생활/ 문화 – 토스트를 활용한 12가지 샌드위치 만들기

    세계 – 북극 얼음 다시 늘어나. 터전 되찾은 북극곰들.

    IT/과학 – 우주여행사 꿈나무들을 위한 - NASA에 입사하는 방법.

    스포츠 – 버펄로 빌스 뉴욕 제츠 따돌리고 동부지구 선두에

    연예 – 저스틴 비버. 두 번째 이혼. 팬들도 등 돌려

    완전히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의 뉴스다.

    ‘조금 적응이 안 되긴 하는군... 그래도 유용하겠어. 이렇게만 나와준다면...’

    나는 조금 더 스크롤을 내려 보았다. 인물검색란에 보이지 않던 것이 문구가 하나 쓰여 있다.

    ‘특정 국가의 뉴스를 받아 볼 때, 인물검색의 이름은 그 나라의 주 언어로 써야만 합니다.’

    예전에 등급 업을 할 때도 안내를 받았었다. 나는 주저 없이

    ‘Donald Trump’

    거기에 도날드 트럼프의 스펠을 적어 넣었다. 지금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이 사람 아닐까. 재선에 성공해서 5년 째 미국을 이끌고 있는 이 사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뉴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중국 재건을 도와주는 대신 그에 합당한 돈을 요구할 것.’

    마침 또, 중국에 관한 뉴스로 말이다.

    ‘하아... 여전히 중국이로군...’

    6년 전 첫 당선 때부터 중국과의 불공정한 무역을 꼬집고 나온 그는 사실상 중국 금융위기를 만든 장본인이었다. 물론 그것은 그의 의도만은 아니고(그 전임 대통령인 오바마도 중국을 견제하려고 갖은 수를 썼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미국 정치계, 공화당화 민주당 모두 합의를 한 사항이었지만. 그의 과격한 언행은 중국의 정치인들, 그리고 국민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저러다가 전쟁이 난다는 건... 진짜 몰랐겠지.’

    아마 그 역시

    ‘설마 중국이 핵무기를 쓰겠어?’

    라는 생각으로 중국에 최대한 압박을 넣었던 것 같다. 그것은 본래 그의 협상 방식이었다. 예전에 북한에 대해서 그랬던 것처럼. 협상 상대방을 최대한 압박하고, 그 다음에 조금씩 조금씩 압박을 풀면서 협상을 전개하는 것 말이다. 그것은 꽤나 효율적이지만,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다.

    ‘어쨌든. 그래도 시작은 나쁘지 않군. 이렇게 미국 대통령이 할 말을 미리 알 수 있으니... 좋아 그러면 계속해서 추적해보자고. 그럼 다음은? 나머지 두 자리는 누굴 넣어 볼까... 미국 부통령? 아니면 차기 대선주자로... 누가 꼽히지?’

    나는 포탈사이트로 돌아와, 이런 저런 인물을 검색한 다음에, 그 이름으로 다시 미래뉴스에 집어넣어 보았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앞으로 3년 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공부를 했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 모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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