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시간 뒤-144화 (144/198)

# 144

세 가지 뉴스(2)

나는 마지막 세 번째 뉴스가 일어난 시간을 찾아보았다. 세 번째 뉴스가 일어나는 날짜는 2020년 8월 21일. 딱 4주 뒤 일이었다. 앞의 두 뉴스는 모두 9,12개월 뒤 뉴스지만, 이번 것은 딱 4주 뒤 일이다.

‘아니 그러니까... 더더욱 말이 안 돼 이건...’

나는 아영이 눈치를 한 번 보았다. 한동안 해변을 걸어 다닌 탓인지 아영이는 세상모르고 잠에 들어있다. 나는 다시 한 번 기사 제목을 읽어보았다.

‘탑스타 오현주 은밀한 새벽 데이트. 상대방은 인빅투스 인베스트먼트 사장 한상훈?’

그리고 이어서 기사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탑스타 오현주가 열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열애의 상대방은 바로 인빅투스 인베스트먼트의 사장 한상훈. 한상훈은 30대 초반에 4조원대의 부자가 된 젊은 CEO로, 그가 운영하는 인빅투스 인베스트먼트는 오현주가 속한 OH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인빅투스 인베스트먼트와 OH엔터테인먼트의 공식 행사에서 자주 만나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런 인연이 최근 열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사 중간에는 사진도 한 장 찍혀 있다. 푸른색 벤틀리 벤테이가, 그리고 조수석에 타는 오현주의 모습이. 번호판은 나와 있지 않지만 푸른색 벤틀리는 내가 두 번째로 산 내 애마다. 대형 SUV로 CEO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 주로 타는 차.

‘이건... 진짜? 아니면... 찌라신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으음...”

아영이가 잠시 몸을 뒤척였다. 나는 급하게 휴대폰을 닫았다. 그러자 아영이는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나는 잠시 반대 쪽 창을 바라보았다. 창 밖에 비치는 나, 그리고 내게 머리를 기대고 있는 아영이의 모습을. 나는 그걸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건 말도 안 돼.’

나는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더더욱 그렇게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4주 만에 열애설이라니. 이건 내 마음의 문제다. 4주에 무슨 마법이 일어나지 않는 한 말이다. 나는 잠시 뉴스에 나온 시간을 떠올려보았다.

‘8월 21일... 8월 21일이면...’

그 날은 우리 회사 창립 2주년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우리 회사, 그리고 자회사 CEO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 구체적인 행사 내용은 잘 모르지만, 연예인이 참석할 가능성도 높았다. OH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

‘그럼... 그 때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택시는 우리가 묵는 호텔에 도착했다. 나는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라시아스.”

내가 고맙다 말을 꺼내자

“무챠 그라시아스.”

그 역시 고맙다 인사를 건넨다. 내 어깨에 기대 잠을 자던 아영이는 그 목소리르 듣고 일어난다.

“으음... 나도 모르게 자버렸네.”

손으로 졸린 눈을 비비는 게 퍽 귀여웠다. 평소 같았으면 그녀에게 애정표현을 해줬을 타이밍.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방금 봤던 그 기사가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나는 단지 그녀와 팔짱을 낀 채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스위트룸으로 올라왔다. 가는 도중에 나는 그녀는 힐끗 쳐다보았다. 여전히 그녀는 여전히 졸린 듯하다. 그래서, 호텔 방에 들어가는 동시에 그녀에게 말했다.

“피곤하지? 먼저 자. 나 잠깐 카페 가서 일 좀 보고 올게.”

“일?”

“응. 중요한 회사 일.”

그녀는 내가 해외 와서도 일 생각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회사 일’이라고 하면 토를 달지 않았다.

“음... 그래 오빠.”

나는 내 노트북을 챙겨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로비까지 내려왔다. 그런 다음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이메일을 열고, 바로 고객센터를 불렀다.

‘어서 오십시오. 한상훈 고객님.’

어차피 AI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다. 나는 바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미래뉴스에서 나오는 뉴스가 모두 다 진실은 아니죠?’

12시간 뒤 뉴스가 전부 맞아 떨어지지는 아니다. 12시간 뒤 뉴스는, ‘12시간 뒤에 나올만한 뉴스’를 내보내는 것이어서 늘 맞지는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기상예보로.

‘25일 화요일 바람이 많이 불고 돌풍이 몰아치겠습니다.’

라고 해도, 해가 짱짱한 날이 있기도 했다. 그런데, 돌아온 고객센터의 답변은 이러했다.

‘물론입니다. 진실이라는 것은 보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또 뜬구름 잡는 소리다. 나는 질문을 바꾸어보았다.

‘가끔 일기예보가 틀린 것도 있던데 진실이 아닌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저희는 미래에 생겨날 뉴스를 전달해 드리는 것 뿐이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전달해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역시 내가 생각한 것이 맞다.

‘그래 그럼 오늘 본 뉴스는 단지 찌라시일 수도...’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드는 의문이 있다.

‘그럼 그런 건 자동으로 정정보도가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날씨 예보가 틀렸다고 해서 정정보도가 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바로 그걸 써넣어 보았다.

‘그런 건 왜 정정보도를 내주지 않죠?’

‘저희는 독자분의 개입에 의하여, 바뀐 내용만을 정정해드립니다.’

‘그래... 그런 게 또 있었군.’

정정보도에도 세부적인 룰이 있었다. 한 뉴스에 대해서는 딱 한 번만 온다든지, 한 달 내 본 뉴스만 정정보도가 온다든지 하는 그런 룰들.

‘내가 개입해서 바뀐 뉴스만 정정보도가 온다.’

나는 일단 그 사실을 머릿속에 기억을 해두었다. 나는 고객센터를 닫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어찌되었든 나와 현주 씨가 열애설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녀가 내 벤틀리에 타는 것도 사실이고... 그럼 진짜 내가 한 달 만에 마음이 바뀌어 바람을 피던가. 아니면... 사실이 아닌... 찌라시가 떴다는 건데...’

어느 쪽이든 내게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첫째 시나리오도 둘째 시나리오도.

*

8월. 나는 아영이와 함께 긴 여행을 끝내고 귀국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여행 끝부분은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세 번째 뉴스를 보고 난 뒤로 마음이 싱숭맹숭해서, 아영이랑 제대로 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영이도 그걸 직감했는지.

‘왜 그래 오빠 한국에 무슨 일 있어?’

내게 물어왔지만 나는 대충

‘그냥 회사에 조금 일이 생겼어.’

정도로 둘러대 놓았다. 아예 없는 말은 아니었으니까. 세 번째 뉴스가 가장 충격적이긴 했지만,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뉴스도 대단히 중요한 뉴스였다. 나는 귀국을 하자마자, 장 부사장을 불러서 그것들을 체크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카이게임즈 판 자금은 대부분은 A등급 이상의 국채나 회사채 사놓으셨다고 하셨지요?”

“네.”

“국내 주식이나 해외 주식 비중은?”

“15%정도입니다.”

“해외 주식은 국가별로 따져보면 어떻게 되지요?”

“미국 50% 상해 15% 홍콩 15% 일본 10%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쪽이 나머지 10%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반년 안에 국내 및 해외 주식 비중은 3%대로 축소시키세요.”

장 부사장은 내게 놀라 묻는다.

“3%요?”

“네. 남겨 놓은 자금도. 통신주, 식료품 주 같이 경기방어주 쪽으로 남겨두시고요. 팔고 남은 돈은 금, 은, 달러, 미국국채 등으로 옮겨주세요 극도로 보수적인 투자로 갑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장 부사장님에게 두 가지 주문을 동시에 하고 싶은데요.”

“말씀하시지요.”

“첫째는 경기방어주 회사 두 개를 매수하고 싶습니다. 올해 안으로요.”

내 말에 장 부사장은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경기방어주. 회사 두 곳.”

“사업이 안정적이고 현금창출력이 좋은 곳이면 됩니다. 시총은 3천억 이하. 조금 비싸게 줘도 상관없으니 그렇게 알아봐주세요.”

“네 사장님.”

“그리고 두 번째로 그 회사 두 개가 인수가 끝나면... 저희가 가지고 있는 회사... 현영제약을 팔고 싶군요.”

내 말에 장 부사장은 깜짝 놀란다.

“현영제약을요?”

“네. 이제 우리 회사 수입도 1조원이 넘었겠다. 지금쯤 팔고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어서요.”

대개 내 말에 토를 달지 않는 장 부사장이지만 이번만큼은 나를 붙잡았다.

“하지만 사장님. 임상 3상 통과되고 이제 판매 시작입니다. 매출 순위가 찍혀서 나오기 시작하면 시총 3조, 4조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지난 달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욕심을 내는 것도 좋지 않겠다 싶어서요. 물론 좋은 값 받고 팔면 더 좋겠지만... 1년 내... 아니 올해 내로 구매자 찾아서 팔고 나가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말을 듣던 장 부사장은, 내 말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내게 물었다.

“저... 사장님.”

“네?”

“사장님께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을 부정적으로 보시는 겁니까?”

나는 잠시 그를 쳐다보고 생각했다.

‘장 부사장에게는 말해놓을까?’

하지만 1년 뒤 일이다. 그걸 예측한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너무 이상하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말했다.

“대체로...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제가 말한 두 개 최대한 빨리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인사하고 나가려는 그에게 나는 한 번 더 확인을 시켜놓았다.

“경기방어주 두 개 인수 한 뒤에, 현영제약 매도입니다. 인수전에는 매도하지 않아요.”

이순서가 중요한 것은 내 등급 유지 때문이었다. 현재 마스터 등급을 유지하려면 상장사 다섯 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우엔터테인먼트가 하나 들어오고 카이게임즈 하나가 나가서 지금 가지고 있는 회사는 다섯 개. 여기서 현영제약을 팔면 자회사 현영바이오까지 합쳐 세 개 밖에 남지 않는다. 먼저 일곱 개로 불렸다가 두 개를 팔아야 등급이 유지 될 것이다. 내 말에 장 부사장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사장님.”

장 부사장이 나간 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이걸로 큰 위기는 빗겨나가겠군.’

그러면서 휴대폰을 들어서 일정표를 꺼내 2021 4월 10일. 첫 번째 뉴스가 실현되는 날에는

‘ㅌㅇㄱㅇㅈ’

그렇게 써놓고. 2021 7월 2일. 두 번째 뉴스가 실현되는 날에는

‘D-DAY’

라고 써놓았다. 두 가지 모두. 앞으로 자금 운영에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어디 회사가 상한가에 가고, 어디 회사가 피인수를 당하고, 평소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가지고 노는 20억, 30억짜리 짤짤이가 아니라 조 단위 게임을 하게 될 것이다.

‘큰 판이 벌어진다... 그 때까지... 최대한 총알을 모아놔야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닫아놓았다. 회사 명운이 걸린 중요한 일이었지만, 당장 별로 긴장은 되지 않았다. 아직 9개월에서 1년이나 남은 일들이었으니까.

‘뭐 그 때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놓으면 되겠지.’

그보다 내게 신경이 쓰이는 것은 가까운 시일 내의 일이었다. 회사 창립 2주년 행사. 그건 바로 3주 뒤, 있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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