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시간 뒤-87화 (87/198)

# 87

뉴스메이커(2)

“흐음...”

나는 HTS를 지켜보았다. 네이처스기프트는 하한가에 박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오늘 탈출하기는 글렀군... 정정보도나 반박기사 나오지 않는다면...’

손실이 난 것은 손실이 난 대로 확정을 져버려야지 어쩔 수 없다. 괜히 손실 난 것에 집착을 하는 것보다는 빨리 그 손실을 복구하는데 노력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나는 다시 달력 앱을 들어보았다. 네이처스기프트 매매 딱 일주일 뒤에

‘ㅇㅍㅇㅇㅁㄷㅇ ㅈㄱㄴ ㅅㄱ ㅅㅎㄱ’

가 쓰여 있다.

‘에프앤엠미디어 중국내 성공 상한가...’

에프앤엠미디어는 웹툰, 웹소설을 서비스하는 업체다. 최근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중국에서 서비스하는 웹툰이 인기를 끌면서 상한가에 갔다고 한다.

‘그래 이건 상한가에 갔다고 확정이 난 뉴스니까...’

역시 이편이 마음 편하고 좋다. 나는 네이처스기프트에 들어갈 돈으로 그것을 사기 시작했다. 손해는 여기서 다 메꾸고도 남을 것이다. 나는 목표를 바꾸어 에프앤엠미디어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슬쩍 슬쩍 네이처스기프트를 보긴 했다. 130억이 물려 있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긴 한다. 그럼에도 주가는

‘-30%’

거기서 미동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는 그걸 보며 생각했다.

‘아니 그나저나...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죽을 수 가 있나? 건강한 사람이?’

건강기능식품이란 말 그대로 건강을 보조해주는 ‘식품’이다. 약품도 아니고 홍삼이니 뭐니 몸에 좋다는 것을 몇 가지 조합해서 나오는 식품인데, 그걸 먹고 죽었다니 조금 이상하다. 나는 매매를 하면서도 다른 창을 띄워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네이처스기프트’

‘네이처스기프트 파워레드V’

‘파워레드V 사망’

따로 검색을 할 것도 없다. 실시간 검색어에 포털 메인 뉴스에 그것들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씁쓸해 하면서도 그 기사 들 중 하나를 클릭해보았다.

‘네이처스기프트 파워레드V 섭취한 60대 여성 패혈증으로 사망’

나는 평소처럼 쓱쓱 핵심 키워드만 골라서 읽어 내려갔다.

‘홍삼과 프로바이틱스가 함유된 파워레드V’

‘홍삼의 진세노사이드가 갱년기 여성에게는 유사 에스트로겐 효과로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있는 균으로 면역 체계를 교란하거나 대사 경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복용 이후 설사와 수포 증상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패혈증으로 사망. 평소에 고혈압 및 성인병 말고는 다른 지병 없어.’

대충 스토리는 알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이것 가지고 사람이 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사 내에도 상관관계가 확실하지 않다는 말이 쓰여 있긴 했다.

‘홍삼과 프로바이오틱스는 안전한 식품으로 합의 되어 건강기능식품으로 승인 받은 것.’

‘제품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여부 등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확실히 지금 단계에서 ‘이 건강기능식품을 먹어서 사망했다’고 단정 짓는 건 무리일 것 같다. 하지만 주식이라는 것은 본래 꿈과 희망을 먹고 자라는 것. 일단 오늘

‘네이처스기프트 건강기능식품 먹고 사망자 발생’

기사가 떠버린 건 사실이니까. 혹시라도 여기서 사망자와 건강기능식품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아니면 제조과정에서 들어가지 말아야할 무엇이라도 들어갔다면. 어느 쪽이든 하한가가 성립이 된다. 일단 손해배상도 손해배상이지만 이제 한동안은 아무도 누구도 이 회사 제품을 먹으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이거 너무 큰 게 걸려버렸어...’

나는 다시 맨 처음 이것을 보도한 기사를 찾아보았다. 살짝 묘한 것은 이 기사를 내보낸 곳이 ‘라이트경제뉴스’ 바로 이원재 이사가 운영하는 인터넷뉴스회사 중 하나란 점이다.

‘이거 설마...’

평소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텐데, 내가 이 사람 배경을 알다 보니 조금 의심이 간다.

‘스토리 하나 써서 수백억 벌 수 있는 기회라고 한다면... 쓸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나는 라이트경제뉴스의 기사를 클릭해보았다. 여기도 역시

‘홍삼의 부작용. 프로바이오틱스의 위험성’

따위의 이야기를 앞에다 끌어다 놓았다. 그리고 뒤에다가는

‘의심되고 있다.’

‘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보인다.’

따위의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서 이걸 먹고 사망한 것처럼 해놓았다. ‘100% 그렇다.’ 아니지만 그런 것 같은 뉘앙스로.

‘...혹시나 회사에서 소송 할 때를 대비해서 면피용으로 해놓은 것이로군.’

이 기사가 사실이 아닌 경우에는 피해자가 생긴다. 일단 네이처스기프트 회사 자체와 나를 비롯한 주주들 말이다. 그러니까 혹시나 소송이 걸렸을 때

‘언론으로서 합리적인 의심을 했을 뿐입니다.’

라고 하며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져도 언론 자체는 그다지 피해는 입지 않을 것이다. 80년대 있었던 삼양라면 우지 파동 사건 때도 그랬으니까. 당시 삼양라면은 팜유 대신 소고기 우지를 썼는데, 이게 ‘공업용’ 우지라는 보도가 있으면서 엄청난 대 사건이 되었다.

사실 대창이니 막창이니 즐겨 먹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냥 자주 먹는 소고기기름인데, 미국에서는 그런 부위를 먹지 않다보니 ‘공업용’으로 분류를 해버려서 그렇게 ‘공업용’ 기름을 라면에 썼다고 알려진 것이다. 그 때 당시에도 사건은 커져 일파만파. 삼양 라면은 시장점유율을 훅 잃어버렸다.

당시에 주식이 상장되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면 분명 하한가를 갔을 것이다. 이 ‘공업용’ 우지가 1960년대에 동물성 기름 섭취가 부족한 국민들을 위해서 일부러 쓰였다는 게 밝혀진 것은 나중의 일이다.

‘완전히 묶어 놓고 아웃복싱으로 때리는 건데...’

나는 이제 HTS로 돌아와 네이처스기프트의 공매도 근황을 보았다.

‘음?’

의심이 더욱 짙어진다. 이주일 전 즈음부터 공매도 수량이 꽤 늘었다. 매매동향을 보니 기관은 매수했는데 외국인들이 많이 주식을 매도한 게 보인다. 개미는 공매도를 칠 수 없다. 한마디로 공매도를 친 것은 외국인들. 아니 정확하게는 외국계 증권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이게 순수한 외국인일까?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면...’

공매도를 치는 이주일 동안 주가는 그래도 올랐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들이 대량 매수를 했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은 실적이 좋다고 들어서 들어온 거겠지... 나처럼?’

주식판은 언제나 그렇다. 위기가 기회고, 기회가 위기다. 좋은 실적이라는 미끼가 맛있어 보여 덥썩 물었는데, 이런 게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외인 매도 물량과 비슷한 공매도 물량을 보며 생각했다.

‘미끼도 있고 낚시꾼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휴대폰을 들어서 ‘이원재’를 검색해보았다. 전에도 한 번

‘네가 내 이름 팔았냐?’

물어보려다가 말았는데, 이번에도 조금 물어보고 싶다.

‘이 뉴스 어떻게 된 거야? 작전이냐?’

라고. 하지만 이 녀석하고는 그다지 엮이고 싶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전화를 걸어서 묻는 것도 내가 아쉬운 것 같고.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할까 말까?’

그런데 그 때였다.

‘위이잉~’

전화가 왔다. 바로 그 ‘이원재 이사’한테서.

‘뭐야?’

나는 휴대폰을 든 채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위아래 옆 까지.

‘이거 어디 감시카메라라도 있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그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한 대표님”

전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최대한 침착을 유지한 채로 그의 인사를 받았다.

“네 이사님 오랜만이로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대표님?”

“네 저야 늘 잘 지내지요. 그나저나...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

“아 다름이 아니라... 저희 쪽에 좋은 물건이 들어와서 연락드렸습니다.”

“좋은 물건이요?”

“네 좋은 물건.”

언론사에서 팔 물건이 뭐가 있겠는가 좋은 정보가 있다는 소리다. 나는 HTS를 보았다. 네이처스기프트는 –30%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설마... 이 물건 말인가?’

나는 짐짓 모르는 척 말했다.

“무슨 물건이 있으시기에 저한테까지 연락을 주시고...”

“조금 큰 건이어서 그렇습니다. 저희 쪽 바구니로는 다 담을 수가 없어서요. 하하하하”

다 담을 수가 없다니,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100% 맞는 정보라면 대출을 껴서라도 담으면 된다. 이 녀석이 이러는 것은 내 자금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가를 비틀어버릴 정도의 돈이. 주식시장에서 뉴스와 돈이 결합되면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뉴스는 개연성을, 돈은 현실성을 부여하니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그래야 저도 물건을 살지 안 살지 알지 않겠습니까?”

“200억 정도 들이시면 기대값이 60억은 나오는 물건입니다. 가격은 수익의 20%고요. 사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나는 빠르게 시나리오를 그려보았다. 지금 파는 물건이 네이처스기프트라는 전제 하에.

‘200억을 들인다... 하한가에 가 있으니 공매도를 칠 수는 없어. 그렇다면 저점을 알려준다는 소리다. 낙폭 과대가 되었을 때 좋은 기사를 써서 내보내겠다. 그거로군. 하한가가 풀려서 보합권에 가기만 해도 30%를 먹게 되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거금이 드는 이야기여서 고민이 되는 군요.”

“네 그러시지요.”

나는 일단 그렇게 시간을 벌고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일단 공매도를 치고 가짜뉴스를 흘려서 하한가를 가게 만든다. 그리고 하한가에서 다시 주식을 매집한 다음 반박기사를 내보낸다.’

위로 한 번 아래로 한번 두 번 해먹는 시나리오다. 이거에 당하면 심약한 개미들은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죽었답니다.’

하고 하한가에 잔량이 쌓이는데 팔고 싶어하지 않을 개미가 어디 있겠는가. 겨우겨우 팔고 나면

‘죽다 살아났답니다.’

하고 상한가에 직행을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개미가 주식을 잡았다 하면 고점이 되고, 팔았다 하면 날아가는 스토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나는 고민했다.

‘어쩌지? 언젠가 반등은 온다. 그러면 그때까지 기다려볼까?’

하지만 그건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럼 반등이 올 때 올라타?’

하지만 그러면 좋다고 팔아 버린 다음

‘진짜 죽은 거 맞아요.’

해버리면 된다. 어쩌면 이 작전을 세운 사람은 검, 경찰이나 다른 언론까지 포섭을 해놓았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여기는 남이 짜놓은 거미줄 안이다. 여기서 뭔가를 더 해보려는 건 무리다.

‘그러면 협상을 해? 몇 억원을 벌기 위해?’

그런데, 그것도 별로다. 어차피 나는 이런 짓만 안당하면 수 백억씩을 벌고 있다. 괜히 다른 사람 작전에 껴서 몇 십억 벌어봐야 별 거 아니다. 20%의 수수료를 떼면서 까지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아니... 저는 굳이 낄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아 그러십니까?”

이원재 이사는 조금 아쉽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지요. 다음번에 좋은 물건 있으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시지요.”

통화를 마친 나는 일단 바로 서 비서를 불러서

“서 비서”

“네 사장님”

“왜 그 감청이나 도청 걸러내는 사람들 있지?”

“네”

“그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한번 스캔 좀 해 달라 그래. 일단 내 사무실하고... 우리 회사. 전부.”

“네”

*

“깨끗합니다. 사장님 사무실에서부터 화장실까지... 모두요.”

“아 그래요 수고들 많으셨어요.”

아무래도 그 때 그것은 우연의 일치였나보다. 내가 전화를 걸려는 타이밍에 딱 전화가 온 것이.

‘역시 양반은 못 된단 말이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바깥을 보았다. 멀리 해가 서쪽으로, 빌딩 숲 사이로 넘어가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어보았다. 네이처스기프트는 결국 –30% 하한가로 종가 마감했다.

‘낚시꾼이 낚시중이셨다... 나는 지나가다 그 그물에 걸려버렸고?’

아주 큰건 아니다. 130억을 다 날린다 할지라도. 나는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어떻게 낚시꾼을 바다에 빠트릴 방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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