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시간 뒤-67화 (67/198)

# 67

다이아 등급

나는 조용히 문을 열어보았다. 회사 안에는 아무도 없다.

‘역시 그렇군.’

지금 시각은 7시 50분. 출근 시간보다 1시간 10분 빠른 시간이다. 내가 오늘 이렇게 일찍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다이아 등급 안내서’가 오늘 8시에 오기 때문이었다. 어제 CKD엔터테인먼트는 공식적으로 인빅투스 인베스트먼트의 소유가 되었다. 동시에 고객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아침 8시에 안내서를 보내겠다고. 나는 내 자리에 앉아

‘후웁’

길게 심호흡을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때가 되면 조금 떨린다. 7시 55분. 5분 남았다. 나는 손가락을 꺾으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런데 그 때,

“음?”

내 사장실 문이 열리더니, 서 비서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사장실 안을 둘러보다가,

“뭐야. 노크도 없이.”

내 목소리가 들리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 사장님 오셨습니까? 죄송합니다. 일찍 출근하신지 모르고. 저는 제가 어제 불을 안 끄고 간 줄로만 알았습니다.”

“아 오늘 일이 있어서 일찍 출근했어.”

“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지훈이 잘못은 아니다. 나는 본래 출근을 해도 10시 넘어서 느지막이 하곤 했으니까. 오늘만 특별히 예고도 안하고 일찍 오긴 했다.

“괜찮아. 대신에, 오늘 오전 9시 10분까지 누구도 들이지 마. 알겠지? 나 집중해야 되니까.”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 오늘 CKD...아니 OH엔터테인먼트에 일정 있는 거 아시지요?”

“응. 그거 때문에 출근 한 건데.”

“넵.”

지훈이가 문을 닫고 나간 뒤, 잠시 후,

‘다이아 등급 안내서’

그게 왔다. 나는 주저 없이 바로 그걸 클릭했다.

다이아 등급 스킬 안내

축하드립니다. 다이아 등급으로 승급하신 한상훈 독자님. 다이아 등급 역시 각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해 사용,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 스킬의 쿨타임은 정액제 기간과 동일한 30일 기준입니다. 현재 다이아 등급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은 모두 네 가지입니다. 현재 배분되지 않은 스킬 포인트는 7점입니다.

인물검색 Lv3 (액티브스킬 – 포인트 3점 필요)

인물을 검색할 수 있는 슬롯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이 적용된 상태로 사용 가능합니다.

랭킹뉴스 Lv2 (액티브스킬 – 포인트 2점 필요)

특정 카테고리에서 누적 조회 수가 많은 뉴스 1위와 2위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2회 사용가능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이 적용된 상태로 사용 가능합니다.

미래뉴스 Lv3 (패시브스킬 – 포인트 3점 필요)

‘12시간 뒤’, ‘12일 뒤’ 뉴스와 함께 ‘12주 뒤’뉴스를 한 번 더 받아 봅니다. 기존 뉴스와 형식은 동일하며, 액티브 스킬 역시 동일하게 사용가능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과 중첩됩니다.

안내서 첫 단계는 스킬 선택이다. 이제 세 번째 받아보는지라 익숙하다. 스킬 역시 익숙한 스킬이 눈에 띈다. 인물검색, 랭킹뉴스, 그리고 미래뉴스. 저녁 때 뉴스를 하나 더 보내주는 추가뉴스 항목은 사라졌다.

‘그건... 1레벨이 만 레벨이었나 보군.’

나는 스크롤을 더 내려 보았다. 새로운 스킬이 하나 눈에 띈다.

잠입취재 Lv1(액티브스킬 – 포인트 7점 필요)

특정 대상에 기자를 특파합니다. 기자는 30일간 대상에 대해서 집중조사를 하며 30일 뒤 기성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기사거리 한 개를 가져옵니다. 기자를 특파할 때는 주로 조사할 내용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잠입취재...?’

흥미로운 스킬이다. 나는 두세 번 반복해서 그 설명을 읽어보았다.

‘한 달 뒤에 가져온다고? 쓰는 즉시 가져오는 게 아니라?’

다른 액티브 스킬하고는 사뭇 다르다. 기성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기사거리를 가져다준다는 것도 룰을 벗어난 느낌이 든다.

‘이걸 어떻게 쓰란 거지?’

문제는 이걸 하나 찍는데 포인트가 7점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주어진 것도 7점. 찍는데도 7점. 이 스킬 하나를 얻는다면, 대신 나머지 스킬은 포기해야한다.

‘7점... 하지만 이 설명만 가지고는 잘... 모르겠는데? 조사할 수 있는 대상은 뭐고 조사할 내용을 지정할 수 있다는 건 뭐지?’

나는 고객센터를 불러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시스템에 관한 내용은 잘 설명해주니까.

-안녕하십니까? 한상훈 고객님

나는 바로바로 의문이 드는 점을 물어보았다.

-잠입취재의 대상이란 건 뭡니까? 사람만 가능한 겁니까?

-사람, 단체, 국가, 고유명사로 된 것은 대부분 가능합니다.

-그러면, 주가나 환율, 오일 가격 변동 같은 것도 조사할 수 있단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게 된다면, 나는 따로 주식을 할 필요 없이, 떼부자가 될 수도 있다. 단 하루라도 빨리 알 수 있다면.

-그러면 알려주는 시기는요? 30일 뒤... 그러니까 30일 뒤 언제 알려줍니까. 정확하게.

-30일 뒤 액티브 스킬을 발동한 그 시간에 알려드립니다.

-그러니까. 30일 뒤 오일 가격을 알려달라고 물으면?

-30일 뒤 그 시각의 오일 가격을 알려드립니다.

-30일 뒤 45일 뒤의 오일 가격을 물으면?

-그건 알려주지 못합니다. 특파원은 과거의 사건만을 들춰 낼 수 있습니다.

나는 이마를 짚었다.

‘거저 주지는 않는군.’

이 스킬은 아무래도 ‘기성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기사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기성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 기사거리라는 게 뭡니까.

-말 그대로 기성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만한, 기사거리입니다. 개인의 사생활, 기업의 장부, 나라의 기밀 기사화할 수 없는 내용도 이에 포함됩니다.

나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 게 돈을 벌어다 줄 수가 있나?’

재밌을 것 같기는 하지만, 돈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몇 가지를 더 물어보았다.

-인물이 동명이인의 경우 어떻게 됩니까?

-잠입취재의 경우 인물 검색과 다르게 조사 대상을 특정할 수 있습니다. 나이, 소속, 성별. 등을 통해서, 특파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특파원이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네 조사 내용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빈손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우주의 비밀 같은 것을 알아오라고 하면요?

-특파원은 인간의 지식 한계 내에서만 기사 거리가 제공됩니다. 특파원은 인간입니다.

‘뭐라고?’

여기서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미래 뉴스의 특파원이라고 해서, 무슨 신이기도 하고 악마기도 한, 귀신같은 마법의 생물인 줄 알았는데, 인간이라니, 왠지 실망스럽다. 차라리 그 돈이면 내가 특파원을 주고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뭐 조사해 오라 몇 십억 쥐어주면, 불길에도 뛰어들 기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차라리 내가 특파원을 돈을 주고 고용해서 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저희 특파원은 매우, 매우 능력이 뛰어납니다.

-그 특파원이 누군데? 프로필이라도 봅시다.

-그건 비밀입니다.

‘그렇군요. 제로스님’

나는 고개를 저었다. 흥미롭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이걸 찍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 있는 게 7점. 이것이면 미래뉴스 3레벨과 4레벨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12시간 뒤, 12일 뒤 뉴스에 더해 12주 뒤, 12달 뒤 뉴스까지 뉴스 4통을 받아보게 된다. 돈을 벌 확률이 대폭 업그레이드됨은 물론, 12주 뒤 랭킹 뉴스나 12달 뒤 인물 검색 같은 조합도 가능하다.

‘이건 확실히 돈이 되는 방법이다. 하지만... 잠입 취재는 재밌어 보이긴 해도 돈이... 안 될것 같아. 무슨 스파이짓을 한다고 해도 잘못 하면 철창행일테고.’

나는 아직 돈이 부족하다. 나는 잠입취재는 다음 번에 찍기로 했다.

‘좋아 그럼 이번엔 미래뉴스 등급을 올리자, 일단 12주 뒤 뉴스와 12달 뒤 뉴스부터 받아 보는 거야.’

마음을 먹은 나는 고객센터를 끄려다가, 문득 든 생각에 하나를 더 물어보았다.

-제가 혹시 이름을 바꾸면 어떻게 됩니까? 이 뉴스는 계속해서 구독 가능합니까?

이걸 물어본 것은 혹시나, 국회의원 한상훈이 너무 잘나가게 됐을 경우, 개명이라도 해야 하나 싶어서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구독자의 이름이 변경될 경우 구독 계약은 해지됩니다.

다소 충격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어째서죠? 똑같은 사람이 이름이 변경되는 것 뿐인데.

-저희는 실버 등급 신청 당시 이름만으로 구독자를 특정합니다. 바뀐 이름으로는 서비스를 유지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새 이름으로 다시 계약을 하셔야합니다.

-다시 계약은 어떻게 합니까? 고객센터에서 하나요?

-저희 광고문을 찾아서 다시 연락 주십시오.

-광고문을 찾으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광고문은 단 한 장. 전 세계 횡단보도에서 랜덤으로 생성됩니다.

‘아니 전 세계 횡단보도에서 랜덤으로 생성되는 걸 찾으라고?’

-광고문에 쓰여 있는 번호는 제가 아는데?

-구독자 한분의 계약이 끝날 시 저희 전화번호는 변경됩니다.

인물 검색을 더 잘 써보려고 생각했던 건데, 이름 바꿨다간 뉴스가 끊길 판이다.

‘아무래도 나 스스로 유명해지는 수밖에 없을 듯하군.’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한상훈 구독자님. 구독 감사드립니다.

고객센터를 떠나보낸 뒤, 나는 결정 한 대로 미래뉴스Lv3과 미래뉴스Lv4를 찍어버렸다.

‘축하드립니다. 다이아 등급으로 승급되셨습니다.’

상투적인 축하 인사가 나오고 그 아래로 마스터 등급 안내가 뜬다. 나는 조심스레 스크롤을 내려 보았다.

‘구독료가 오르진 않겠지? 지금도 너무 비싼데...’

마스터 등급으로 귀하의 뉴스를 업그레이드 해보세요! 마스터 등급 승급에 필요한 것은 금 100억원의 구독료, 그리고 자격조건으로 자신이 속한 국가의 상장사 다섯 개를 지배하는 것입니다.

다행이도 구독료가 더 늘어나지는 않았다. 단지 조건, 자격조건이 한 개 지배에서 다섯 개 지배로 늘어났을 뿐이다.

‘다섯 개... 그래 그 정도면 할 만 하지.’

이미 인력과 시스템은 갖춰 놨다. 이제 나는 돈을 더 벌어서, 다른 회사를 사고 또 사고를 반복하면 된다. 고객센터에 따르면 등급은 미래뉴스의 등급은 모두 아홉 개. 브론즈, 실버, 골드, 플레티넘, 다이아, 마스터, 그랜드마스터, xxxxxx, xxxxxxxxx. 다이아 등급은 그 중 다섯 번째로 딱 중간 등급이다. 고객센터는 xxxxxx등급부터 뭔가 엄청난 스킬이 나온다고 했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올려보고 싶다.

‘좋아 이제 중반 즘 왔군. 까짓 거 금방 달아주지. 다섯 개든 열 개든... 돈만 있으면 못살 게 없으니까.’

돈 만 있으면 뭐든 된다. 그게 자본주의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8시 55분이 되고, 나는 평소보다 두 개 더 많은 뉴스를 받아보았다.

‘D 12시간 뒤’

‘D 12일 뒤’

‘D 12주 뒤’

‘D 12달 뒤’

‘좋아 이걸로 나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겠어.’

나는 12달 뒤 뉴스 먼저 클릭을 해보았다. 먼저 스포츠 뉴스가 훅 눈에 들어온다.

스포츠 - 2019 가을 야구 진출 팀은?

2019년도. 그 숫자를 보니 시간의 거리가 확 느껴진다. 나는 보다 꼼꼼하게 다른 기사 제목들도 읽어보았다. 여태까지 봐왔던 것과는 달리 먼 미래 뉴스다. 얼핏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뉴스도 돈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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