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시간 뒤-50화 (50/198)
  • # 50

    플레티넘 등급, 그리고

    백제호텔 34020주

    평균단가 341000 현재가 429000(+30%)

    매입금액 11,600,820,000원

    평가금액 14,594,580,000원

    아침대비손익 2,993,760,000

    이디면세점 120,700주

    평균단가 58000원 현재가 71500원(+30%)

    매입금액 7,000,600,000

    평가금액 8,630,050,000

    아침대비손익 1,629,450,000

    나는 두 개의 계좌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백제호텔은 호텔재벌답게 33%증거금 사용을 허용하고 있었다. 신용 포함 116억원어치 매수해서 30억 원의 수익이 났다. 이디면세점은 50%의 신용을 허락하고 있었고 70억을 살 수 있었다. 시총이 너무 낮아서 더 살 수도 없었지만 말이다. 수익은 16억원.

    ‘오늘 당장은 백제호텔이 많이 벌어다 줬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디면세점이 더 크게 갈 가능성이 크다.’

    둘에게 똑같은 호재기는 했지만, 덩치가 너무 달랐다. 백제호텔은 성장 중에서 한 번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장기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이디면세점은 그야말로 선정 자체가 청천벽력, 회사의 명운을 바꿀 이룰 대호재라는 평가였다.

    ‘백제호텔은 오늘 상한가 이후에 더 크게 오르진 못할 거야 시총이 너무 크기고 하고... 하지만 이디면세점은 끝을 모르는 건데...’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

    다음날 백제호텔은 471,900 +10%수준에서 거래가 이루어졌고, 이디면세점은 바로 92,900. +30% 점상을 찍어버렸다. 나는 오늘 쥐고 있던 백제호텔 주식을 처리했다. 백제호텔은 어제 상한가를 치고 순식간에 시총 5조를 넘겼지만, 그래도 순간 160억원이 넘기도 하는 내 주식을 처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여기 슈퍼컴비네이션 한판. 네 그리고 피클 추가해주시고요.”

    나는 오전 11시 즈음 피자 한판을 시켜놓고 오후3시 30분이 될 때까지 나눠 먹으면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주식을 팔았다. 한번에 팔면 가격이 내려가니까, 마치 헨젤과 그래텔이 빵부스러기를 길에 떨어트리듯, 1억, 2억, 1억, 3억, 주식을 잘게 나누어서 팔았다. 최종적으로 얻게 된 수익은 무려 42억. 이 과정에서 5천만 원이 넘는 주식거래 세금을 냈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보다도 많은 세금을 단 하루 만에 낸 것이다.

    ‘5천만원... 아주 성실납세자 나버렸어.’

    하지만 세금을 더 내야할 곳이 남아 있었다. 바로 이디면세점. 백제호텔은 여기서 끝이지만, 이디면세점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이 높았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발표 당일 날 55000원에서 시작해 71500원을 찍었던 이디면세점은, 둘째 날 92900원, 셋째 날 120000원. 연일 상한가 행진을 펼치며 순식간에 시총 1조 원을 넘겨 버렸다.

    매입금액 7,000,600,000

    평가금액 14,484,000,000

    총 손익 7,483,400,000

    수익만 70억이 넘었다. 이쯤 되니 살짝 고민이 된다.

    ‘여기서 팔까? 아니면 하루만 더 볼까?’

    솔직히 말하자면, 면세점 매출이 얼마나 될지, 그게 영업이익으로 얼마가 잡힐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 예측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역시 베팅의 영역이다.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더더욱 베팅이다. 나는 더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래 내일 당장 하한가로 반전될지도 몰라. 그럼 140억에 달하는 물량은 털 수도 없다... 오늘 당장 사겠단 사람 많을 때 털고 나오자.’

    결론을 내린 나는 역시 마찬가지로 상한가 120000원에서 슬금슬금 주식을 팔았다. 상한가에는

    ‘지금이라도 사고 싶어요!’

    하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았으므로, 내 물량을 터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50억정도 물량을 팔고 90억 정도 남았는데, 주식을 상한가 사려는 사람들의 돈. 즉 상한가 잔량이 딱 90억 원 정도 남아 있었다.

    ‘음... 그럼 여기서 대주주 놀이나 한번 해볼까?’

    나는 천천히 매도주문에서 먼저 전량매도 버튼을 눌렀다. 90억 원의 주식이 장전되었다. 그리고 ‘주문’ 클릭.

    ‘빵’

    하고 일시에 90억원이 체결된다. 순간 주가는 +30%에서 +25%, 22%까지 밀린다. 누군가 대량으로 물량을 쏟아 낼 거란 공포감 때문이다.

    ‘여기서 장난질 좀 쳐 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너무 비열한 것 같다. 돈 가지고 개미들 물 먹이는 짓이다. 이정도면 됐다. 그런 짓을 했다간 이디면세점의 진짜 대주주나 금융감독원에서 나설 수도 있다. 나는 이만 합장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럼 자~알 먹고 갑니다.”

    나는 이제 내 계좌를 살펴보았다. 백제호텔 매매 계좌에는 35억에 42억을 더해 77억이, 이디면세점 매매 계좌에는 38억에 74억을 더해 112억이 되었다. 두 계좌를 합치면 도합 189억.

    ‘허어...’

    예전에는 수천 만 원 벌 때마다 화장실 벽을 때리고, 소리를 지르고, 춤을 췄지만, 이제 왠지 한 숨이 나온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실감이 잘 나지 않는 즐거움. 나는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레모니를 해야만 이 189억이 내거란 실감이 들것 같다.

    “후우우우웁~”

    나는 크게 숨을 들이 쉰 다음 내 55평짜리 오피스텔 위를 달리다가 크게 점프를 한 다음 양손으로 골반을 빗겨 치며 소리를 내질렀다.

    “호~~~~~~~~~~~~우~~~~~~~~~~~~~~”

    크게 소리를 지르고 나니 왠지 내 머리가 아픈 것 같다. 나는 새로 산 내 침대에 벌렁 누웠다.

    ‘189억... 이제 플레티넘으로 넘어가도 되겠군. 역시 천억까지는 쉬울 줄 알았어.’

    유명한 개미투자자들도 한 번쯤 찍어보는 게 천억이다. 12시간 뒤 뉴스가 있는 내게 그리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다음 등급인 다이아다. 매달 천억. 그 말인 즉 일 년에 1조2천억을 내야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내가 12시간 뒤 뉴스를 알아서 날고 기고 해도 한국 주식시장에서 매년 1조2천억을 벌어 낼 수는 없다. 시가총액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선정 같은 이벤트가 매일 있으면 모를까.... 근데 이런 건 일 년에 두세 번? 있을까? 매달 100억은 어렵지 않아도 매달 1000억은...’

    그거 내다간 구독료 내다가 거덜이 날 것이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있다.

    ‘아 맞아 구독료 낼 때가 됐는데...?’

    골드 등급으로 지낸지 어느새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그럼... 이번에 플레티넘으로 넘어갈까?’

    100억. 내고 나도 89억이 남는다. 이번 달에 42억을 가지고 189억 네 배를 불렸으니. 89억이면 400억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말이다. 굳이 10억을 내서 골드를 연장하느니 이번에 갈아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 이제 월 100억은 껌이지. 게다가 플레티넘을 달면 스킬 포인트를 5 더 준다고 했지? 그럼 뭐 더 쉽게 얻지 않겠어?’

    나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919-31413-11721’

    그 요상한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매매 대금이 내 계좌로 들어오는 건 이틀 뒤다.

    ‘플레티넘 등급으로 승급하고 싶습니다. 이틀 뒤에요.’

    마치 고객센터와 채팅을 할 때처럼, 답장은 바로 왔다.

    ‘알겠습니다. 메일함을 확인해 주십시오.’

    *

    이틀 뒤, 아침 8시. 나는 결국 메일함에서 그걸 받아들었다.

    ‘플레티넘 등급 안내서.’

    ‘새로 스킬이 뭐가 생겼을려나...’

    나는 침을 꿀꺽 삼킨 다음 그걸 클릭했다.

    플레티넘 등급 스킬 안내

    축하드립니다. 플레티넘 등급으로 승급하신 한상훈 독자님. 플레티넘 등급 역시 각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해 사용,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 스킬의 쿨타임은 정액제 기간과 동일한 30일 기준입니다. 현재 플레티넘 등급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은 모두 네 가지입니다. 현재 배분되지 않은 스킬 포인트는 5점입니다.

    인물검색 Lv2 (액티브스킬 – 포인트 2점 필요)

    인물을 검색할 수 있는 슬롯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이 적용된 상태로 사용 가능합니다.

    랭킹뉴스 Lv2 (액티브스킬 – 포인트 2점 필요)

    특정 카테고리에서 누적 조회 수가 많은 뉴스 1위와 2위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2회 사용가능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이 적용된 상태로 사용 가능합니다.

    추가뉴스 Lv1 (패시브스킬 – 포인트 1점 필요)

    오후 8시 55분에 뉴스를 한 번 더 받아 봅니다. 기존 뉴스와 내용은 동일하며, 액티브 스킬 역시 동일하게 사용가능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과 중첩됩니다.

    ‘음... 뭐 대충 예상한 대로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스크롤을 내렸다. 그런데,

    미래뉴스 Lv2 (패시브스킬 – 포인트 2점 필요)

    ‘12시간 뒤’와 동시에 ‘12일 뒤’ 뉴스를 한 번 더 받아 봅니다. 기존 뉴스와 형식은 동일하며, 액티브 스킬 역시 동일하게 사용가능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과 중첩됩니다.

    ‘뭐라고?’

    마지막으로 나온 패시브 스킬에 나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12일 뒤?’

    나는 당연히 ‘12시간 뒤’뉴스만 나오는 줄 알았다. 처음 받아본 뉴스부터 여태까지 주욱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12일 뒤라니. 12일 뒤는 첫 등장부터 업그레이드 하는데 포인트 2점을 요구했다.

    ‘12일 뒤 뉴스를 받아 본다면... 확실히 주식의 활용이 높아진다... 여태 12시간 뒤 일어날 일 가지고 단타를 쳤지만... 이러면 중단타도 가능해... 그럼 지금보다 수익률은 배가 된다.’

    여태 12시간 뒤 뉴스를 보고 단타만 치느라 남들에게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주식을 비싸게 샀지만, 12일 뒤를 알면 12일 전 저가 매수해서 수익 극대화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건 무조건 찍어야 한다.’

    생각한 나는 먼저 미래뉴스Lv2에다가 포인트 2점을 찍음 다음 적용을 눌러버렸다. 그러자 페이지가 갱신되더니

    미래뉴스 Lv3 (패시브스킬 – 포인트 3점 필요)

    ‘12시간 뒤’와 ‘12일 뒤’와 동시에 ‘12주 뒤’ 뉴스를 한 번 더 받아 봅니다. 기존 뉴스와 형식은 동일하며, 액티브 스킬 역시 동일하게 사용가능합니다. 다른 패시브 스킬과 중첩됩니다.

    미래뉴스 3레벨이 떠버렸다. 12주 뒤, 3달 뒤 뉴스란 말이다.

    ‘3점이 남았으니 지금 선택도 가능한데... 이걸 찍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백 억 단위에는 12일 뒤 정도 정보만 알아도 스윙 매매, 단타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그럼 3레벨은 다음 번에 찍고... 랭킹 뉴스는 딱 한 번 정도면 되는 거 같은데... 인물 검색에다가 집어넣을까? 그래 그러자 인물 검색은 요번 달만 꽤 많이 잘 써먹으니까 지금은 이게 더 필요해.’

    생각한 나는 이름 검색 2레벨과 추가 뉴스 1레벨을 찍는데 3점을 투입했다. 스킬 투자가 완료되자

    ‘축하드립니다. 플레티넘 등급으로 승급 되셨습니다.’

    메시지가 뜬다.

    ‘뭐 그래 그래...’

    나는 스크롤을 내려 보았다. 아래에는

    ‘다이아 등급으로 귀하의 뉴스를 업그레이드를 해보세요!’

    그 메시지가 있었다. 등급을 올릴 때마다 매번 보던 메시지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내가 등급을 매번 올리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나는 그 녀석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그래... 알겠는데... 나도 천억은 못 댄다. 12일 뒤가 아니라 12년 뒤 뉴스를 봐도 매달 천억은 무리야.”

    그런데 그 때였다.

    ‘다이아 승급에 필요한 것은 월정액료 백억 원. 그리고...’

    이어진 문구를 본 나는 벙 찌고 말았다. 아까 ‘12일 뒤’ 스킬을 보고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니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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