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시간 뒤-37화 (37/198)

# 37

골드 등급(2)

나는 그 광고 메시지를 더 읽어보았다.

‘자동인출이야 뭐. 휴대폰 요금도 그렇게 되는 거고, 플레티넘은 그 위에 등급일 테고.’

광고를 모두 읽은 나는 스크롤을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맨 아래 아주 작은 글씨로 한 줄이 더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본 이벤트는 결제 첫 달만 제공되는 특별할인으로 다음 달부터는 정가 10억의 구독료가 부과됩니다.

“어허어~”

나는 잠시 손을 모으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15억 중 5억...이라 다음 달부터는 10억 내야하고... 그러면 운이 엄청 좋지 않으면 돈을 전부 잃을 수도...’

하는 생각과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잘 해왔잖아 이번 달도 잘 하면 되지. 게다가 반값인데... 무려 5억 할인이라고! 무조건 고 아냐?’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손으로 턱을 만지며 잠시 그 화면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내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래 천만 원짜리 정보가지고도 돈을 몇 배로 불렸는데, 십억 원짜리 정보가 있다면... 십억을 백억으로 불리는 것은 일도 아닐 거야.’

최근 연전연승으로 인해 나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나는 메일을 뒤져보았다. 메일 안에 [즉시 신청]이라는 문구가 번쩍인다. 나는 그걸 클릭했다. 그러자, 새로운 페이지가 떴다.

골드 등급 신청

1.금 5억원을 지불하고 내일부터 골드등급 서비스를 이용하시겠습니까? Y/N

2.골드 등급부터는 자동 출금에 동의하셔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Y/N

3.자동 출금을 할 계좌의 은행과 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

※출금은 내일 오전 8시에 이루어집니다. 동시에, 골드 등급 사용 안내문을 받게 됩니다.

※골드 등급부터는 스킬이 사용 가능하니 [반드시 안내문를 확인]해주세요.

※차후 지불 계좌번호 변경 및, 등급 하향 상향에 대해서는 서비스센터를 이용해주십시오.

뭔가 어설프지만, 계약서 같다. 모름지기 계약서란 여러 번, 확실히 읽어봐야 하는 법이다. 나는 그걸 꼼꼼히 읽어보았다.

‘내일 8시에 안내서를 준다고... 스킬...’

특히 중요하게 쓰여 있는 것은 안내문이었다. 반드시 오전 8시에 확인해야 한다고 괄호 표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첫 번째 질문에 Y, 두 번째 질문에 Y를 클릭하고, 현재 15억이 들어 있는 주식계좌의 번호를 입력했다. 아무리 할인가라고 하지만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5억이다.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뒤 마지막으로 ‘신청’버튼을 눌렀다. 모니터 위로 짧은 메시지 하나가 떴다.

‘골드 등급 구독 신청 완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다음 날 새벽 6시. 나는 평소 보다 한 시간 빨리 잠에서 일어났다. 골드 등급 안내서를 받기 위해. 잠이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오뚜기처럼 일어났다.

‘스킬은 대체 뭐가 있을까? 고객센터와 대화하게 되면 뭐라고 물어봐야하지? 당신들은 어떻게 12시간 뒤를 알 수 있나요? 하고?’

출근 시간마다 지옥철이 되는 지하철도 지금 시간은 한산했다. 나는 쾌적한 지하철에서 남아 도는 의자에 앉아 평소보다도 한 시간 더 빨리, 더 일찍 회사에 출근했다. 남들보다 한 시간 반 빠른 7시 30분 출근. 8시 반에도 거의 사람이 없다 싶은데, 7시 반에는 정말 말그대로 아무도 없다.

‘조금 썰렁하긴 하지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컴퓨터를 켰다. 안내문을 받게 되는 8시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다. 나는 메일을 받기 위해 타자를 두드렸다. 그런데, 7시 59분에서 8시가 되는 순간

‘우웅~’

내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 휴대폰을 들어 보니 메시지가 와 있다.

‘금 5억 원 출금 완료되었습니다. 즉시 골드 등급으로 승격됩니다. 메일에서 안내서를 확인해 주세요.’

나는 메일을 받아 보기 전 휴대폰으로 MTS부터 켜보았다. 주식 잔고에서는 귀신처럼 5억원이 빠져 있었다. 나는 어느 계좌에서 이 돈을 빼 갔을 지 궁금해 입출금내역을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입출금 내역은 깔끔했다.

‘아니 뭐야? 어떻게 5억을 가져 간 거지? 흔적도 없이?’

나는 의문을 품었지만, 지금 당장으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누구한테 물어볼 데도 없으니. 나는 그 미스터리를 파는 대신 메일함을 받아보기로 했다.

‘골드 등급 안내서.’

정확히 8시. 메일이 하나 와 있다. 이 녀석들 정말 일처리는 칼같이 한다. 나는 그 ‘골드 등급 안내서’를 클릭해보았다.

*

스킬 안내

골드 등급부터는 액티브, 패시브, 스킬이 추가되어 이를 통해 업그레이드된 뉴스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각 스킬은 포인트를 투자해 사용, 강화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 스킬의 쿨타임은 정액제 납입과 동일한 30일 기준입니다. 각 스킬은 레벨 업 하는데 일정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

드디어 궁금했던 스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스크롤을 내려 보았다.

*

현재 골드 등급에서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은 모두 세 가지입니다. 현재 배분되지 않은 스킬 포인트는 2점입니다.

인물검색 Lv1 (액티브스킬) - 1포인트 필요

인물의 이름을 검색해 추가 뉴스를 받아봅니다. 검색어에는 한국어로 된 인물의 성과 이름만 써 넣을 수 있으며 만약 동명이인이 있을 경우 다른 사람의 뉴스가 나올 수 있고, 그 이름이 들어간 뉴스가 없을 경우 뉴스는 아예 나오지 않습니다. 들어가는 이름은 매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랭킹뉴스 Lv1 (액티브스킬) - 1포인트 필요

특정 카테고리에서 누적 조회 수가 많은 뉴스를 하나 받아 볼 수 있습니다. 한 달에 1회만 사용가능합니다.

추가뉴스 Lv1 (패시브스킬) - 1포인트 필요

오후 8시 55분에 뉴스를 한 번 더 받아 봅니다. 기존 뉴스와 내용은 동일하며, 액티브 스킬 역시 동일하게 사용가능합니다.

*

나는 천천히 그걸 다 읽어보았다. 그런 다음 위에 있는 안내문과 번갈아가며 다시 한 번 더 읽어보았다.

‘한 개 찍는데 1점이 필요하다고... 지금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2개인데... 그럼 세 개중에 두 개만 고르란 건가?’

스킬 옆에는 마치 게임처럼

‘선택’

버튼이 옆에 있다. 세 개 중 두 개의 스킬. 신중히 선택해야할 문제 인 것 같다. 나는 잠시 모니터를 보며 어떤 것이 가장 도움이 될지 생각해보았다. 1번은 조금 난해하다. 인물검색. 설명이 긴 만큼 조건도 까다롭다.

‘이름으로만 된다... 동명이인도 같이 뜨고...’

설명을 읽다보니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가장 최근 있었던, 서울 시장 선거다.

‘지난번에 주성원 시장이나 이희철 후보로 검색했으면 쉬운 게임이었겠지... 그런데다가 쓰란 말인가?’

그렇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난번 정치테마주의 경우, 서울시장 선거 그리고 미투 스캔들이 워낙에 모든 뉴스를 잡아먹는 핵 중 핵이었으므로 ‘정치’카테고리만 골라도 지속적으로 그에 관한 뉴스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고, 평소라면 그렇게 특정해서 뉴스를 받아서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스킬이 있다면, 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어떤 유명인사의 뉴스를 추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머리를 굴려보았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아니면 재경부 고위직 공무원이라든지. 뭐 그런 정책입안자들. 아니면 대기업 회장이나 CEO, 그런 정, 재계에 힘 있는 사람들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나 찾아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좋아 보인다. 이게 있으면 평소보다 훨씬 정제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돈 되는 이야기 말이다. 다만 검색하려는 이름이 유명하지 않거나, 너무 흔하다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건 큰 단점이다.

‘음... 그래도 그 점만 유의하면 엄청 유용할 거 같은데.’

나는 두 번째로 넘어 갔다. 두 번째 스킬은 랭킹뉴스. 12시간 뒤 가장 조회 수가 많은 뉴스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나쁘지는 않을 거 같은데...’

일단 가장 핫한 뉴스를 보여주는 것이니, 잘 쓰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역시 가장 핫한 뉴스가 돈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은 기억 해놔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한 달에 한 번만 된다고?’

그것 역시 좀 아쉽다. 위의 이름 검색은 한 달 내내 뉴스 한 개를 더 주는데, 딱 한 번이라니. 조금 짜게 느껴진다.

‘이건 타이밍을 잘 맞춰서 쓰든가... 아니면 별 거 아닐 거 같은데...’

나는 일단 세 번째 스킬로 넘어가보았다. 3번 스킬은 유일하게 패시브스킬이었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직관적이다. ‘12시간 뒤 뉴스’를 오후 8시 55분. 12시간 뒤에 한 번 더 보여준다. 나쁘진 않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돈을 벌 기회가 두 배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저녁에 받게 되면 새벽에 있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건데... 그러면... 주식 시장에는 응용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녁 8시 55분, 여기서 12시간 뒤는 다음 날 아침 8시 55분이다. 장이 열리기 전에 다른 사람들도 그 뉴스를 다 알게 된다는 소리다. 모두가 아는 뉴스에서 돈을 벌 수는 없다. 만약 이게 도움이 된다면, 해외주식이나 선물을 할 때나 의미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미국이나 브라질 같이 정 반대에 있는 나라들.

‘도움이 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이참에 그쪽으로 넘어가 봐?’

나는 잠시 팔짱을 낀 채로 고민을 했다. 1번 이름 검색은 다른 두 개에 비해서 확실히 좋아 보인다. 당장 어떻게 써야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진 않지만, 쓰다 보면 익숙해질 것 같다. 고민이 되는 건 2번과 3번이다.

‘2번? 랭킹 뉴스? 딱 한 번인데? 사람들은 자극적인 뉴스만 클린한단 말이야. 어디서 집단 폭행이 일어났다든지... 연예인 스캔들이랄지 사건 사고 같은 게 나오면? 그럼 아예 쓸모가 없잖아. 3번? 해외로 눈을 돌려볼까? 하지만 지금 10억 있는데 그거 가지고 넘어가자고? 100억 단위는 되어야 갈만하지 않겠어?’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잠깐만...’

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다.

‘문화... 생활 카테고리...라면...’

문화, 생활 카테고리는 특성상 워낙 덤덤하고 일상과 관련된 주제가 많아서 많이 클릭을 해볼 만한 뉴스가 뜨질 않았다. 시간상 뭔가 클릭을 유발할만한 사건 사고 뉴스가 뜨는 곳도 아니었다. 여태 뜬 뉴스를 생각해보면

‘당신도 할 수 있다. 고양이 털 갈이 시기 관리법.’

‘내일 전국에 비. 우산 챙겨가세요.’

‘일상생활에서 성추행 당하는 여성. 사회적 약자 그 이야기를 소설화한 신작’

와 같은 지극히 덤덤하고 시간상 여유로운 기사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조회 수가 막 터질만한 뉴스가 뜨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딱 한 번, 딱 한 시간대를 제외하고 말이다. 토요일 밤 8시 40분. 생각해보면 그 때, 사람들이 많이 클릭을 할 만한 뉴스는 딱 하나 뿐이었다.

‘로또 번호잖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