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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7/7)

에필로그

어둡고 음침한 날씨였다. 당장 비라도 내리기 시작할 것 같은 어두운 하늘이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이 계절으로서는 너무 차가운 바람도 기분을 무겁게 하는 한 요인이었다. 재희와 이나훈 이사는 택시의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공기가 밀폐된 택시의 차내였다. 

이나훈 이사에게는 재희의 늘씬한 몸으로부터 희미한 향기가 전해오고 있었다.

"너의 팀의 플랜은 벌써 임원진에게도 인정받고 있어. 사내의 예비심사도 전원 일치의 압승이었고. 오늘 프리젠테이션은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거야."

재희는 이나훈 이사의 말을 들으면서도 무심히 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타는 것 같은 진홍색의 원피스. 

가슴께까지 크게 파여진 컷이 드레시한 치장을 두드러지게 한다. 무릎 위 20센치 가까운 치마도 재희의 매력적인 다리를 충분히 과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벼운 웨이브가 감긴 머리카락이 어깨로부터 등에 흘러 성숙한 여성의 색과 향기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좀 진한 듯한 화장에 특별히 젖은 것 같은 진홍의 루즈가 푸를만큼 흰 피부에 요염한 빛을 준다. 처절함까지 느끼게 하는 아름다움이었다. 

이나훈 이사는 아무래도 눈이 가 버리는 재희의 섹시한 다리로부터 억지로 시선을 돌리고 말을 계속했다.

"오늘 프리젠테이션은 거의 우리가 딴 거나 다름없지만 일단 경쟁입찰의 형식이야. 하지만 상대는 거의 경쟁도 안되는 소규모 프로덕션 뿐이다.

 뭐.. 이름이나 알리고 다음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정도겠지. 상대가 될만한 애들은 다 빠졌고, 방송스케쥴하고 매체는 이미 확보되어 있어. 

게다가, 벌써 엠파이어 전기 경영진 쪽에 미리 얘기도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결국 오늘 프리젠테이션은 재희씨가 한껏 재능을 펼치는 스테이지 같은 거지. 하하.."

"... 감사합니다."

"음..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컨디션이 별로인가..?"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건강 주의하게나. 이 엠파이어 전기의 연간 광고를 따낸다면, 한단계 더 진보하는거야. 위쪽에서도 재희씨 능력을 인정하고 있으니까 더 큰 임무를 맡기게 될거고."

이나훈 이사는 시종 매우 기분이 좋었다.

사람을 압도하듯이 우뚝 솟는 거대한 타워 빌딩, 그것이 엠파이어 전기 본사였다. 

그 최상층에 있는 대회의실에서 엠파이어 전기 가전 그룹의 연간 광고 플랜·경쟁 프리젠테이션이 행해지고 있었다.

 백명은 충분히 들어올 것 같은 공간, 중앙의 거대한 테이블에는 엠파이어의 광고 섹션의 책임자부터 시작해서 임원, 이사가 죽 줄지어 앉아있었다. 

그 뒤의 테이블에는 오늘의 경쟁을 위해 싸우는 각사의 담당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안자는 자사의 플랜을 설명하고, 

그것을 팔지 않으면 안 된다. 몇억, 몇십억이라고 하는 일이 이 제안자의 손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재희의 차례가 돌아왔다. 

재희가 연단에 선 것만으로도 엠파이어의 임원들의 사이에 가벼운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웅성거림은 곧바로 가라앉았지만, 

프레젠테이션이 시작하자 재희가 발하는 아름다움은 완전하게 실내를 압도해 버렸다. 재희의 자신있는 발언과 우아한 몸놀림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간다.

"...이 플랜은 종래의 전파, 출판 매체의 광고의 개념을 뒤집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독립한 두가지의 광고가 교차되는 스토리가 이미지를 통합합니다.

 또 이 스토리는 단지 연속되는 것 뿐만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거기에서 생활하는 각 캐릭터의 생활을 통해 유기적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그럼, 스크린을 보아주십시오."

재희의 말소리가 회의실에 울린다. 그 낮으면서도 자신감에 찬 말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엠파이어의 담당자나 임원들도 몇번이나 끄덕이면서 듣고 있다. 이나훈 이사는 이겼군, 이라고 생각했다. 재희에게 무엇인가가 일어난 것은 그 순간이었다.

 점점 말소리의 톤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가끔은 더듬거나 머뭇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끊임없이 아래를 향해, 또는 프리젠테이션용의 콘솔의 앞으로 경직된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금 전까지의 자신감에 가득 찬 태도가 거짓말과 같이 바뀌어 버렸다.

"....거기서.., 거기서, 몇개의 모델 패밀리를 상정하고... 그 패밀리가 최종적으로... 최종적으로... 몇개의 커플에 의해... 연결을 가져..."

청중의 사이에 의아한 표정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재희는 필사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계속한다.

"아... 실례했습니다. 계속해서.. 중심이 되는 패밀리의 구성을 맡은 중요 인물을 여러명 설정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흐윽...!"

재희가 작게 신음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마이크를 통해 장내에 울려퍼졌고, 재희는 일순간 경직되었다. 아름다운 얼굴에 순식간에 고통의 표정이 떠올라 왔다.

 콘솔아래에 숨겨진 손은 하얗게 보일 정도로 단단하게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 그들이... 화면을 통해서 제시하는 몇개의 메세지가.... 시청자를 통해서 확실히 피드백되는 시스템이... 아아...

 이 광고의 경우... 아... 눈에 보이는 숫자가 되어.... 아아앙... 하앗..!"

이미 누구의 눈에도 이변은 분명했다. 재희의 얼굴은 파랗게 질릴 정도로 창백해지면서 흠뻑 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아한 원피스에 감싸인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다. 재희의 힐이 소리를 내며 떨고 있었다. 청중들은 얼굴을 들기 시작했다. 소곤소곤 이야기 소리도 들려 온다. 

그러나 재희가 연단에서 내려오지 않는 이상 프리젠테이션은 끝나지 않는다. 이나훈 이사는 이유도 모르고 혼란에 빠졌다.

"응... 이것으로... 보자면...  저는... 생각합니다만... 아아.. 하앗... 그런데, 큰 테마가... 하아악...!!"

한계였다. 재희는 신음하면서 콘솔에 푹 엎드렸다.

"아니..!! 저런..."

청중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아아... 안돼... 안돼엣..!! 이, 이제는..."

재희의 몸이 붕괴되었다.

"신재희..!"

이나훈 이사가 연단에 달려 왔다. 그것을 보고 몇 사람이 연단에 모여들었다. 순식간에 재희의 주위에 사람의 울타리가 생겼다.

"아, 안돼에... 오지, 오지말아요..."

"무슨 일이야..? 이런... 우선 내려와서... 병원에..."

이나훈 이사가 재희를 부축해서 퇴장시키려고 손을 잡았다. 그러나 두세걸음 걷더니, 재희는 갑자기 그 손을 뿌리쳤다.

"놔, 놔요..!! 안돼... 가까이 오지 말아요..!!"

둘러서서 지켜보는 사람의 울타리 안에서 재희가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이젠... 안돼...! 모, 못 참아... 아아... 나와... 나와..."

재희가 스스로 진홍의 원피스 옷자락을 걷어올렸다. 그 아래는 스타킹을 가터 벨트로 매고 있을 뿐, 팬티도 입지 않은 벌거벗은 하반신이 드러났다. 

허벅지까지 탄력있게 올라붙은 스타킹과 그것을 매달고 있는 검은 가터벨트가 하얀 엉덩이 위에서 자극적인 윤곽을 보여주고 있었다.

"으으응... 아아... 아, 하아아앙..!!!"

재희의 요염한 히프가 학질에 걸린 것처럼 떨렸다. 다음 순간, 그 항문이 열리고 액체가 튀어올랐다.

"하아아앗..!!! 아아아...앙..!!!"

추잡한 소리와 함께 동시에 힘차게 뜨거운 변이 분출되었다. 항문으로부터의 분출은 멈추지 않는다. 순식간에 바닥에는 엄청난 오물이 뿌려졌다.

"아아... 보, 보지마..!! 보지마아...."

그 말과는 반대로 누구나 재희를 주시했다. 정확히는 아직껏 오물을 토해내고 있는 항문을.

"재희야...." ·

이나훈 이사가 창백해지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너무 믿기 어려운 광경에 말을 잃고 있었다. 넓은 회의실에 더러운 악취가 충만했다.

 가장 화려해야 하는 자리, 그동안 노력이 결실을 맺는 자리였다. 그러나 재희는 모든 사람들이 응시하는 앞에서 가장 굴욕적인 배설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마루에 주저앉은 미녀 과장의 모습은 점차 퍼지는 오물을 배경으로 언제까지나 얼어붙어 있었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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