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99화 (199/204)
  • 199화. 이별 준비

    [역사를 새로 쓰는 김소전]

    [아시아 신기록 정조준]

    [김소전 일본을 넘고 미국으로 간다]

    시즌이 끝으로 갈수록 팀이 사라졌다. 어차피 1등은 확정적이라 사람들의 관심도 치열한 2등과 5등 싸움에 집중이 돼 있는 것도 이유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랩터스를 향한 관심이 나만을 향한다.

    -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2031 프로야구. 계획된 경기들을 마치고 잔여 경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단 한 경기도 놓칠 수 없는 경기중 팬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잠실에서 랩터스와 드래곤스의 경기를 보내드립니다.-

    “어이구~ 슈퍼스타님 자리 비켜드리겠습니다.”

    “선배님 왜 그래요.”

    “미천한 제가 감히 슈퍼스타님 앞에서 배팅케이지를 차지했었네요. 죽여주시옵소서.”

    “형. 저 싫어하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구단에서 슈퍼스타님 메이크업도 했으니까 사진 잘 나오게 소소한 것들은 멀리 떨어지랍니다. 소인은 저~ 멀리 찌그러져 있을 테니 카메라발 화사하게 받으소서~.”

    미치겠다. 구단 얘기로는 아무리 기사를 써 달래도 안 써주자 구단이 힘없는 선수를 괴롭힌다.

    야구선수가 경기전 훈련할 때 메이크업 이래 봐야 여름에 허옇게 선크림 정도 바르는 게 전부인데…. 요즘은 여의도에서 왔다는 방송국 전문 메이크업팀이 훈련 시작 전에 와서 한 시간씩 얼굴에 분칠해준다.

    루다의 말로는 구단에서 강남의 무슨 유명한 아줌마를 섭외했었다는데 루다가 그 아줌마는 선 굵은 남자메이크업은 별로라고 여의도의 전문가를 추천했단다.

    덕분에…. 가뜩이나 부족한 내 훈련 시간은 더 줄어들고…. 훈련 시간이 부족하니…. 잠을 줄이고…. 잠을 줄이니 밤에 루다랑 놀 시간이 줄고…. 악순환이다.

    - 1회 초 기분 좋은 2점을 선취한 드래곤스. 1회 말 수비에 들어갑니다.-

    - 랩터스가 좀처럼 선취점을 내주지 않는데 선발 그레이슨 선수의 제구가 불안정하면서 2점을 내줬어요.-

    - 공이 가운데로 몰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 전체적으로 제구가 안 되는 가운데 특히 변화구 제구가 말을 안 듣다 보니까 직구를 힘으로 욱여넣고 있거든요. 아무리 좋은 공이라도 직구를 가운데로만 던져주면 드래곤스의 타선을 버텨내기는 쉽지 않죠.-

    우리 팀 외국인 2번…. 경기 시작 전에 라정안 선배의 말에 따르면 어젯밤 이태원에서 놀다 왔다는데…. 시즌 끝나간다고 빠져가지고…. 진짜…. 오늘 잘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경기 끝나고 보자.

    경기 끝나고 갈구는 건 갈구는 거고…. 우선 점수를 쫓아가야 하는데…. 얼굴에 분칠을 해놓으니까 피부가 땅기고…. 퍼석거리고…. 기분 별로다….

    - 랩터스의 공격입니다.-

    - 빛이 나네요. 눈이 부셔서 못 보겠어요.-

    - 하하. 요즘 팬분들이 김소전 선수를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랩터스의 빛 소전 1회 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섭니다.-

    야간경기라지만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1루에서 플래시가 터져 나온다. 별거 아니지만 그래도 번쩍번쩍하는 게 신경을 거스른다. 안 그래도 메이크업부터 신경을 거스르는 게 많은데…. 빨리 경기 끝나고 씻고 싶다.

    - 초구 볼. 볼 많이 빠집니다.-

    - 김소전과 초구부터 맞붙기 부담스럽거든요. 기록을 살펴보면 김소전의 1회 초 초구 타격 비율이 50%가 넘어요.-

    - 그것도 볼을 빼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만을 따로 보면 80%가 넘습니다.-

    - 그렇죠. 김소전이 투스트라이크 전까지 거르는 몸쪽 높은 공까지 빼고 나면 1회부터 들어오는 모든 공을 때린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대단한 선수예요.-

    흠…. 뭐지…. 공이 애매한데? 빼려면 확실히 뺄 것이지. 이건 빼는 것도 아니고 유인구도 아니고…. 뭐지?

    - 2구. 또다시 볼입니다.-

    - 천우식 선수. 제구가 안 되는 걸까요. 공이 좀 애매합니다.-

    뭐지? 이거? 상대를 하겠다는 거야 안 하겠다는 거야? 투수를 보면 싸우고 싶어 하는 눈치긴 한데….

    “선배님. 쳐도 돼요?”

    “안돼.”

    “그럼 걸어 나갈까요?”

    “어.”

    “그런데 왜 이렇게 애매하게 던져요? 치고 싶게.”

    “애잖아. 뭐 몰라서 그래.”

    포수에게 물어보니 몰라서 그랬단다. 아…. 몰라서…. 그렇구나…. 팀에서는 걸러 가고 싶은 건데 자존심 때문에 1회부터 고의 사구는 못 하고 이렇게 하신다…. 뭐…. 그런 거 같은데…. 흠…. 그런데 공이…. 왜 이래….

    - 3구. 들어갔습니다.-

    - 반대 투구가 나왔어요. 포수는 바깥쪽을 주문했는데 몸쪽으로 붙어왔죠.-

    저 투수 놈. 일부러 던졌는데? 이거 일부러 한 건데? 귀신은 속여도 나는 아니지. 너 해보자는 거지?

    “저 칩니다.”

    “치지 말라고.”

    “치기 딱 좋은 공인데요?”

    “그 정도는 아니지. 우리가 아끼는 애기다 좀 봐줘.”

    “그럼. 살살 칠게요.”

    “치치 말라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골적으로 싸우고 싶다는 투수를 상대로 승부를 안 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요즘 나랑 승부하고 싶다는 투수가 얼마나 없는데….

    - 오늘도 김소전의 배트가 불을 뿜어냅니다! 우중간을 향해 크게 날아가는 타구~ 우측담장~ 넘어갑니다! 1회 말 공격에서 추격하는 홈런을 뽑아내는 랩터스. 김소전의 홈런이 또다시 추가됩니다.-

    - 58호 홈런이 나왔어요. 지난 시즌과 타이기록이에요.-

    - 아직 두 경기가 더 남았습니다.-

    - 이제 많이들 아시겠지만, 아시아 홈런 기록이 60개거든요. 이 기록까지 깰 수 있습니다.-

    굳이 홈런을 칠 생각은 아니었는데 정확히 맞추겠다는 생각으로 퍼 올린 게 넘어갔다. 그라운드를 돌면서 전광판을 보니 강아지처럼 생긴 공룡이 58이라는 숫자를 들고 나타난다.

    루다가 시즌 홈런 기록이 일본의 누구였더라…. 누가 60개를 쳤다고 올해 무조건 그건 넘겨야 한다고 했는데. 흠…. 지금 같은 타격감이면 될 것도 같은데….

    * * *

    “나 사표 냈어.”

    “뭐?”

    “지금 하고 있는 야구 프로그램만 진행하고 축구랑 농구랑 배구는 그만두고 현장 나가는 건 다음 주부터 빼주기로 했어.”

    “왜…. 우리 맞벌이 아니었어….”

    홈에서 역전승을 거두고 기분 좋게 집에 왔더니 루다가 충격적인 말을 꺼낸다.

    어쩐 일로 일찍 집에 와서 날 기다리나 했더니…. 이런 말을 하려고….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

    “어차피 방송국 월급 많지도 않은데 뭘. 이번 시즌 끝나면 정규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다 빠지고 백수 될 건데 괜찮지?”

    “괘…. 괜찮다니….”

    속았다. 자기는 일하는 게 좋아서 결혼하고도 계속 일할 거라고 그랬는데…. 꿈이 열정적으로 사회생활 하는 워킹맘이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자…. 잠깐…. 워킹맘…. 맘…. 서…. 설마….

    “너…. 혹시….”

    “혹시?”

    “뭐…. 엄마가 된다거나…. 뭐. 그런….”

    “후….”

    표정이 안 좋다…. 그런 건가…. 그런 거면…. 음…. 내가 아직 준비가 안됐긴 하지만…. 음…. 나는 책임감 있는 남자로….

    “낳자. 내가 책임질게.”

    “뭐 인마!”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내가 최선을 다해서….”

    “야 이 XXXXXX”

    이래도 되는 건가…. 엄마가 될 사람이 말을 이리 험하게 해도 되는 건가…. 다 이 아빠의 업보다. 아가야 내가 잘할게.

    “넌 당연히 책임을 지는 거다. 멍청한 놈아. 무슨 고딩이 사고 친 것도 아니고 결혼한 부부가 이딴 X 소리를 하는 거야!”

    “루다야…. 우리 말은 좀…. 예쁘게….”

    “예쁘게 같은 소리가 나오냐? 그리고 애는 막 생겨? 너 요즘 시즌 후반이라 체력 떨어진다고 집에 오면 퍼져 자기밖에 더 했어? 하늘이라도 봐야 별을 따지! 기분 좋게 사표 내고 왔더니 이게 뭐야!”

    뭐야…. 그런 것도 아니면…. 왜…. 사표를 내….

    “그게 아니면 무슨 다른 일이 있는 거야? 티비나오는거 좋아하는 관종이 갑자기 사표를 낸다고 하면 이해가 안 되잖아.”

    “관종? 그게 마누라한테 할 말이냐? 어? 오늘 자꾸 선 넘어”.

    관종한테 관종이라고 하는 게 뭐가 어떻다고….

    “그러니까 선 안 넘게 얘기 좀 해봐 사표를 왜 내?”

    “휴….”

    왜 자꾸 한숨이야. 한숨은 내가 숴야하는데

    “너 때문에.”

    “나 때문에?”

    “그래 김소전 팔아먹으려고 사표 냈다.”

    드디어 속내를 밝히는구나. 그래 결혼할 때부터 느낌이 왔어. 어디냐. 새우잡이냐 참치잡이냐. 알고나 가자

    “아랫것들이 사전작업 끝내놨으니 이제 내가 마무리해야지.”

    “뭐? 뭘 해?”

    “너 FA 협상해야지. 이제.”

    “그걸 왜 네가 해? 에이전트 형이 해야지.”

    “그 회사 사장이 누구냐?”

    “에이전트 형.”

    “거긴 바지사장이고 그 회사 지분 누가 제일 많아?”

    “너?”

    나를 보고 어깨를 쫙 펴는 루다…. 너…. 이런 거…. 감투 좋아했구나.

    “에이. 그러지 마라. 에이전트 형 평소엔 바보 같아 보여도 이 바닥에선 꽤 유능하다고 구단주 형이 그랬어. 에이전트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아…. 희승이 삼촌…. 그 삼촌이야말로…. 바보잖아.”

    윽… 반박을 해야 하는데 바보가 아니라는 증거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외통수다.

    “현민이 삼촌이야 기껏해야 선수들 계약하는 것밖에 못 하지. 나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까 내가 가야 해. 그러니까 우리 선수님은 열심히 야구나 잘하세요. 그다음은 이 누나가 다 책임질 테니까.”

    오…. 저. 자신감 있는 모습 조금 든든해 보이기도 하는데…. 너…. 믿어도 되냐? 나 미국 보낸다고 하다고 쫄딱 망하고 여기 남는 거 아니야? 뭐. 난 솔직히 여기도 좋다. 랩터스 밥도 맛있고 연봉도 7억5천이면…. 뭐…. 너랑 나 먹고사는데 충분하고…. 그러고 보니…. 구단은 왜 나 남으라는 얘기를 한 번도 안 하지…. 괜히 서운해지네.

    * * *

    - 2031시즌 어느덧 마지막 경기가 다가왔습니다. 1위를 확정지은 랩터스와 타이탄스의 시즌 마지막 경기 잠실에서 시작됩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다…. 어쩌면 다시는 설 수 없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괜히 기분이 이상하네.

    - 오늘 경기 팬들의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 미국 진출을 선언한 김소전 선수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죠.-

    - 이번 시즌 김소전 선수의 기록 경이롭습니다. 시즌 타율 4할 2푼 4리 209안타에 홈런을 59개나 쳤습니다.-

    - 이미 2년 연속 4할에 2년 연속 200안타는 넘어섰고 남은 기록은 홈런이죠.-

    - 시즌 59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김소전이 마지막 경기에서 과연 아시아 기록인 60개를 기록할 수 있을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좀…. 과한데…. 이거….

    - 경기시작전부터 김소전 선수를 향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 김소전 선수 이제 랩터스의 스타가 아니라 전국구 스타예요. 움직임 하나하나가 전부 매스컴을 타고 있어요.-

    마지막 경기라고 평소보다 과한 메이크업에 유니폼마저 리폼에서 입혀준다. 이러면 몸이 좀 꽉 끼어서 불편하다고 항변을 해봤지만 통하지 않는다. 단장님한테…. 이를까…. 그랬다간 여기 메이크업팀들 야구장 영구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텐데….

    야구 직관을 못하는 인생…. 그건 너무 슬픈 일이니…. 봐준다.

    - 1회 초를 무실점으로 마친 랩터스 1회 말 공격에 들어갑니다.-

    - 오늘 선발인 김호영 선수. 김소전 선수가 워낙에 관심을 받고 있어서 그렇지 이 선수도 미국이랑 연결되고 있어요.-

    - 그렇습니다. 김호영 선수도 텍사스에서 관심이 있다는 기사가 흘러나왔습니다.-

    - 랩터스 팬분들은 고민이 많으시겠어요.-

    아…. 갑갑하다. 옷 너무 꽉 껴….

    - 1회 말 공격에 나서는 랩터스. 오늘의 주인공 김소전입니다.-

    - 오늘은 어쩐지 굉장히 멋있어 보이네요.-

    - 야구를 잘하면 잘생겨 보인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그렇긴 합니다만. 김소전이 대표적인 KBO 못난이였…. 아니…. 야구를 잘하니까 얼굴이 성형되네요. 영화배우라고 해도 믿겠어요.-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수비할 때는 공이 안 와서 몰랐는데 배트를 돌려보니까…. 이건 진짜. 아니다.

    - 초구 헛스윙.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 김소전의 이런 모습도 있네요. 긴장한 거 같죠. 몸이 좀 딱딱해 보여요.-

    아…. 진짜. 갑갑해

    - 2구도 헛스윙. 배트가 공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 김소전 선수가 이 정도로 타이밍을 못 맞추는 건 처음 보네요. 긴장 많이 했네요. 큰 경기에도 긴장하는 법이 없던 김소전인데 오늘은 그렇지 않나 봐요-

    배트가 너무 느리다. 이러면 안 된다. 보이는 것보다 타이밍을 앞에 두고 배트를 빨리 빼내야 한다.

    - 3구. 빗맞은 타구가 3루로 흐릅니다. 3루수 대쉬! 맨손으로 잡아 1루로 송구합니다.-

    아. 이게 뭐야! 이 옷 갖다 버려야겠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