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96화 (196/204)
  • 196화. 신인 투수의 올스타전

    그리고 일어나선 안될 일이 일어났다.

    - 9회 초 나눔 올스타의 공격 득점 없이 이 끝났습니다.

    - 스코어 7:5에 두 점 차에요. 오늘 나눔 올스타의 김민중 감독 투수를 1이닝씩 끊어서 던지고 있거든요.

    - 9회 말 투수가 교체됩니다. 세이브 상황에서 올라오는 나눔 올스타의 마무리 투수.

    - 김소전이에요.

    - 김소전입니다. 한 경기에 선수가 들어갈 수 있는 모든 포지션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 김소전입니다.

    - 허허허. 아무리 올스타전이 이벤트 경기라지만 이런 경기를 보네요. 허허허.

    - 내야와 외야 그리고 포수 마지막으로 투수까지 섭렵하고 있는 김소전입니다.

    감독 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심하잖아. 아직 못 나와 본 투수도 있는데 기어이 나보고 마운드에 올라가라니….

    내가 연습할 때 경준이 상대로 공을 좀 던진다고는 해도 그런 건 실제 경기가 아니잖아. 아무리 올스타전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 현대야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현대야구는 극단적으로 분업화된 야구란 말이에요. 단적으로 내야와 외야 수비를 동시에 잘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데 그것도 모자라 포수도 수준급으로 하면서 이제는 투수한다? 이거 어려워요.

    - 야수가 투수하는데 어느 부분이 가장 어려울까요?

    - 야수와 투수는 기본적으로 메커니즘이 달라요. 쓰는 근육과 던지는 과정이 달라요.

    - 가끔 이도류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있었습니다만….

    꽉 찬 관중들 앞에 그라운드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오니…. 어휴…. 사람들이 나만 보는 것 같고…. 좀…. 기분이 이상하다.

    자꾸 주변을 둘러보면 더 긴장될 것만 같아 괜히 로진을 손에 잔뜩 묻히고는 천천히 투구판위에 발을 올려본다.

    - 이도류라는걸 하는 것만으로 대단하지만 아무리 잘 봐줘도 외야수예요. 외야수가 던지는 메커니즘과 투수의 투구도 매우 다르지만 그래도 그나마 봐줄 수 있는 한계가 그 정도예요. 그런데 김소전은 내야수예요.

    - 내야수와 외야수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 야수는 공을 빨리 잡아서 빠르고 정확하게 던지는데 초점을 맞추거든요. 특히나 내야수는 포구하면서 테이크백을 작게 가져가면서 공을 던지는 탑포지션까지 공을 빠르게 올리는 게 중요해요.

    - 그래야 주자들을 빠르게 잡아낼 수가 있겠군요.

    - 그렇죠. 그런데 투수는 아니에요.

    - 투수의 투구는 좀 다르겠죠?

    - 투수는 타자가 치기 힘든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 충분한 준비동작을 갖추면서 던질 때까지의 타이밍을 조절하거든요.

    - 그래서인지 종종 와인드업과 슬라이드 스텝과의 구위 차이가 큰 투수들이 존재합니다.

    - 그렇죠. 투수들은 공 하나하나 던지는 게 같은 리듬에서 던지도록 조정이 되어있거든요. 그게 깨지면 좋은 공을 던질 수가 없어요.

    - 그럼 마운드에 오른 김소전은 어떤 공을 던지게 될까요?

    - 저도 그게 궁금해요. 저 선수의 끝이 어디까지일지. 그게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마인드 컨트롤. 마인드 컨트롤을 하자. 내 눈앞에 포수는 그냥 그물망 타겟이다. 타석에는 멍청한 경준이가 들어와 있다. 그러니까 평소처럼 살살 약 올리면서 힘으로 찍어누르면 된다. 평소처럼. 평소처럼만 하면 된다. 난 아쉬울 게 없다. 난 전문 투수도 아니다. 팬서비스다.

    - 9회 말 드림 올스타의 선두타자 김태훈입니다.

    - 썬더스 공격의 돌격대장 김태훈이죠. 다재다능한 선수예요. 그중에서도 출루는 발군이죠. 마운드의 김소전을 어떻게 상대할지 봐야겠어요.

    연습 투구를 몇 개 해보니…. 음…. 잠실의 마운드…. 무르다…. 앞에 투수들이 너무 땅을 파놔서 그런 건지 아니면 관리를 못 해서 그런 건지. 이래서는 앞발이 흔들릴 수도 있겠는데….

    왼발 착지를 신경 쓰면서 던져야겠다. 하여간 감독…. 진짜. 이런 걸 왜 시켜가지고… 에효…

    - 타석의 김태훈 웃고 있습니다.

    - 이 상황이 재미있는 거죠. 이번 올스타전 팬들에게 확실한 팬서비스를 하고 있네요.

    어? 웃어? 타석의 타자가 웃어? 경준이는 소 뒷걸음질 치다 홈런이라도 치지, 넌 세상 쓸데없는 안타나 치는 주제에 날 보고 웃어?

    - 148! 좌타자의 바깥쪽을 찌르는 김소전의 초구 스트라이크입니다.

    - 대단한데요. 김소전의 어깨가 좋은 건 알았지만 제구된 148을 던지다니요. 투구 메커니즘도 완벽했어요. 완벽한 메커니즘으로 148을 던지네요. 이정도 공이면 타자 쉽지 않겠어요.

    어때? 이제 좀 진지해질 생각이 들어?

    - 김태훈 선수 좀 놀란 것 같아요. 웃음기가 사라지네요.

    - 정확한 트레킹데이터가 안 들어왔지만, 눈으로 봐도 구위가 무시무시하거든요. 김소전선수 왜 야수를 하죠? 투수했어도 대성했을 것 같아요.

    자 이제 기어를 슬슬 올려볼까?

    - 이번엔 몸쪽! 153! 구속이 더 빨라집니다.

    - 이게 뭐죠. 제대로 된 공이네요. 적당히 하는 이벤트가 아니에요. 밑에 내려가서 보고 싶네요.

    하루종일 그라운드를 뛰어다녀서 몸이 잘 풀렸다. 거기다 오늘 무슨 일인지 공의 실밥이 손끝에 착착 감긴다. 던질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게… 풀파워로 던져도 될 것 같은데

    - 타자 루킹삼진! 한복판에 꽂히는 155킬로미터 직구. 한복판 직구에 속수무책으로 돌아서는 김태훈입니다.

    - 못 쳐요. 이거 못 쳐요. 이미 타자 기세에서 눌렸어요. 투수시켜야 해요. 이건 투수죠. 20승짜리 투수예요.

    앞발에 신경이 쓰여 완벽한 100%로 던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한 최대의 힘으로 던지니 제법 힘 있는 공이 들어간다. 이정도면 경준이한테도 홈런은 안 맞겠는데.

    - 9회 말 1아웃. 타석에 정한영입니다.

    - 정한영은 김태훈하고는 정반대의 선수예요. 정교한 타격보다는 타고난 파워로 장타를 만들어내는 선수죠.

    - 교타자를 잘 잡아낸 김소전이 장타자를 만났습니다.

    - 힘과 힘으로 맞붙을까요. 오늘 여기가 가장 재미있네요.

    어라? 몸이 크고 둔하게 생긴 게 경준이 판박이가 들어왔네. 이걸 어떻게 잡아줄까? 지난밤에 경준이 삼진 잡은 레퍼토리를 써볼까?

    - 볼! 빠집니다. 볼.

    - 위험했어요. 타자 머리 쪽으로 날아갔어요.

    - 아무래도 야수다 보니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 그럴 수도 있는데. 투구폼은…. 음…. 글쎄요…. 좀 봐야 할 것 같아요. 투구폼은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투구폼…. 정말 예쁘네요. 크게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놓고 싶은 투구폼이에요.

    - 어느 부분이 그렇게 예쁠까요?

    - 그냥 보시기에도 예쁘지 않아요? 특히나 공을 던질 때 가슴이 앞으로 잘 나와 있어요. 등이 활처럼 휘어서 공을 잘 던질 수밖에 없는 폼이에요. 골반의 회전부터 체중이동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네요. 특히나 마지막 릴리스포인트. 손끝에 체중을 완벽히 실어서 때리고 있거든요. 랩터스는 야수도 공을 이렇게 던지네요. 허허허.

    놀랬어? 공 좀 높이 들어간다고 놀랬어? 이정도에 놀라면 안 되는데…. 어? 발이 뒤로 반 발짝 빠지네

    - 2구 헛스윙하는 정한영. 볼카운트 1-1이 됩니다.

    - 이번 공 슬라이더였죠. 구속이 무슨…

    - 김소전의 2구째 슬라이더 144가 찍혔습니다.

    - 패스트볼이 144가 안 나오는 투수들도 많은데 김소전선수 144짜리 슬라이더를 던졌어요. 허허.

    - 정한영 선수 당황한 표정입니다.

    - 그럴 수밖에 없죠. 구속도 구속인데 옆으로 빠져나가는 각도가 엄청나거든요. 미국에 투수로 진출시켜야겠어요.

    헤헷. 재미있다. 예전의 경준이처럼 좌우로 흔들기만 해도 배트가 따라 나오는 게 꿀잼이네…. 경준이 이 녀석…. 많이 똑똑해져서 이런 것도 안속고…. 연구를 해야 하는데 루다랑 노느라 연구도 못 하고…. 내가 너무 게을러졌다.

    - 타자 타임을 부릅니다.

    - 고민되죠. 빠른 공을 몸쪽으로 붙이고 바깥쪽으로 크게 도망가는 체인지업을 던지면 타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오호…. 이번엔 다시 타석에 붙어오네…. 그럼 이건 어쩔 건데?

    - 파울! 파울입니다.

    - 건드린 게 다행이네요. 타이밍 뺏겼는데 배트컨트롤로 바깥쪽 빠른 공을 건드렸어요.

    헐…. 이걸 건드린다고? 제법인데? 리그 대표 선풍기라 쉽게 봤는데 그러면 안 되겠네. 진지하게 상대해주마.

    - 헛스윙! 삼진! 삼진아웃! 두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김소전!

    - 이번 공 뭐죠? 궤적이 커터 같은데요. 느린 화면 나왔으면 좋겠어요.

    - 느린 화면 나옵니다.

    - 커터죠. 커터 맞죠. 이게 무슨….

    - 정한영을 상대한 마지막 공 144킬로미터의 커터였습니다.

    - 이러면 타자들이 무슨 수로 상대하죠.

    - 투수 김소전의 공 무시무시합니다.

    재미있네. 마운드의 투수가 언제 공 던지나 눈 빠지게 안 쳐다봐도 되고 경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이거 좋네. 그냥 앞으로 투수할까?

    - 95마일 패스트볼과 90마일 슬라이더, 90마일 커터를 같은 폼으로 던지는 투수가 있네요. 눈으로 안봤으면 안 믿었을 텐데…. 그런 투수가 눈앞에 있어요. 허허. 이게 무슨 일인가요.

    나와라. 다음 상대 나와라! 내가 다 쓰러트려 주겠다!

    - 9회 말 투아웃. 드림 올스타의 마지막 타자 엘리펀츠의 김해영 선수입니다.

    - 백전노장 김해영이에요. 신인 투수라고 해야 하나요? 오늘 갑자기 나타난 완성형 신인 투수를 어떻게 상대할지 지켜봐야겠어요. 허허허. 방법이 없어 보여요.

    오호. 김해영 선배. 이거 재미있겠네. 선배 경준이보다 센스 좋은지 한번 시험해 봅시다.

    - 볼! 살짝 빠졌습니다. 볼. 157이 찍힙니다.

    - 주심 손 올라가려다 내렸어요. 우투수가 좌타자의 몸쪽을 크게 찌르고 들어왔거든요. 이 공을 던진 투수나 이걸 참는 타자나 둘 다 대단하네요.

    헐…. 경준이라면 무조건 커트하겠다고 나올만한 공인데 김해영 선배 참았다. 참은 건지 못 친 건지 모르겠는데 타자의 저 표정…. 어째 참은 것 같다. 이러면 전력을 다해야겠는데….

    - 2031 올스타전 마지막까지 볼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9회 말 투아웃 스코어 7:5. 타석에는 김해영, 투수는 김소전. 볼카운트 1볼에서 2구를 맞이합니다.

    - 진지해요. 투수와 타자 모두 진지해요

    칠 테면 쳐라!

    - 스트라이크! 주심의 손이 올라갑니다.

    - 바깥쪽 꽉 찬 스트라이크에요. 투수가 좌우를 계속 흔들어주고 있어요. 타자 타격 포인트를 잡기 쉽지 않아요

    - 이번 공 158이 나왔습니다.

    - 야구의 모든 재능을 타고났네요. 야수가 158을 던진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오늘 공인구 너무 좋다. 손가락에 착착 감기는 게 던질 맛 나네. 경준이랑 연습할 때 헤진 공만 쓰다 새 공 쓰니까 너무 좋다.

    - 타자 배트 크게 돌립니다. 볼카운트 1-2. 투수가 유리해집니다.

    - 커브도 던지네요. 저런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12시에서 6시로 떨어지는 커브를 어떻게 던지는 거죠? 이 선수가 야수라는걸 믿을 수가 없어요. 아니 투수여도 믿을 수가 없어요.

    커브를 처음 보여줬는데 눈으로 보고 배트가 따라 나왔다. 이건 무조건 지켜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못하면 맞을 뻔했다. 역시… 야잘잘…. 장난질 따위 칠 상대가 아니다.

    - 김해영 잠시 타석에서 벗어났다 들어옵니다.

    - 긴장되죠. 저런 공을 보면 긴장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은퇴한 저도 타석에 들어가서 저공 보고 싶네요. 김소전선수 사람을 흥분시키는 재주가 있어요.

    타자의 기세, 눈빛. 내가 항상 보던 경준이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경준이를 상대하는 가장 진지한 무기. 필살기를 보여줄 시간이다.

    - 타자 헛스윙! 삼진! 162! 잠실 전광판에 162가 기록됩니다.

    - 말이 안 나오네요. 이런 선수가 대한민국에 있습니다.

    * * *

    “이 몸은 누구 거다?”

    “루다꺼….”

    “아…. 알고 있었어? 난 모르는 줄 알았네.”

    경기가 끝나고 여기저기 끌려다니면서 사진 찍히고 인터뷰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자 루다가 날 엎어놓고 마사지를 시작한다.

    물론 경기 끝나고 트레이너 형한테 꼼꼼하게 받았지만 루다에게 받는 게 더 좋다고 입을 털면서 얌전히 누웠다. 결혼생활이 이렇게 힘들다….

    “내가 살살하라고 했어? 안 했어.”

    “하긴…. 했는데….”

    “쇼케이스정도로 마운드에도 오를 수 있다만 보여주라고 했어? 안 했어.”

    “그…. 그게 올라가니까…. 몸이 제멋대로….”

    “아…. 필요할 땐 안 움직이는 몸뚱이가 마운드에서는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게 아니고. 나 MVP도 받았는데…”

    “올스타전 MVP 100개 받으면 뭐해! 몸이 멀쩡해야지!”

    “아! 아파”

    야구선수가 운동장에서 열심히 한 게 뭐가 잘못됐다고…. 힘들게 운동하고 온 선수에게 마사지를 빙자한 폭력이 휘둘러진다.

    “어깨는 소모품이다 몰라? 적당히 직구만 던지랬더니 슬라이더에 커브? 그것도 모자라 162를 던져? 미쳤어? 빠른 패스트볼이 포크볼보다 몸에 안 좋은 거 몰라? 그런 거 안 배웠어?”

    “아니…. 알긴 아는데….”

    학교에선 그런 거 안 알려준다…. 홍시 누나가 알려주긴 했지만….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FA 선수가 뭐 하는 짓이야? 생각이 없어? 돈 많이 벌어서 나 호강시켜줘야겠다 뭐 이런 생각은 머리에 없어?”

    “미…. 미안….”

    나보다 돈도 많은 분이…. 왜 항상 내 돈을 탐하시는지…. 서럽다.

    “그래도 오늘 투구로 양키스가 떡밥을 물었으니까 봐주겠어. 하지만 한 번만 더 이 딴짓하면 죽을 줄 알아! 조심해.”

    “어….”

    누가 결혼하면 행복해진다고 했어…. 일 열심히 하고도 혼나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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