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95화 (195/204)
  • 195화. 멀티플레이어

    감독님…. 괜찮으신 거죠? 어디 아프신 건 아니시죠?

    올스타전을 시작하기 전 우리팀 감독이자 나눔 올스타의 감독님께 경기계획을 전해 듣고는 정신이 멍해졌다…. 우리 감독이 미쳤을 줄이야….

    -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의 가장 밝은 별들이 모였습니다. 2031 프로야구 올스타전 잠실에서 보내드립니다.

    - 드림 올스타에서는 각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나왔어요.

    - 나눔 올스타도 나왔습니다.

    - 나눔은…. 랩터스죠.

    - 이번 올스타 투표에 조금 잡음이 있었습니다만 엄연히 팬들의 투표로 뽑힌 선수들입니다.

    - 랩터스가 잘하긴 하지만 포지션별로 다 최고의 성적을 거둔 건 아니거든요. 팬들의 사랑이 많은 건 좋은데 이건 좀 지나쳐요. 랩터스 팬들만 올스타전을 즐기는 게 아니잖아요. 이건 좀 지나쳤다고 봐요.

    올 시즌 성적이 좋다 보니 랩터스 팬들의 눈높이도 하늘을 찌른다. 그러다 랩터스가 곧 우승이오, 우승이 곧 랩터스라는 해괴망측한 이론이 나타나 팬들의 마음을 홀린다.

    급기야 자발적으로 랩터스 올스타운동이 일어나고 전국에 있는 랩터스 팬들의 단합된 힘으로 올스타 전 부분의 이름을 랩터스로 새겨놓는다.

    아마 드림 올스타의 자리도 쓸 수 있었으면 그것도 써버릴 기세. 야구의 흥행과 야구의 균형발전을 강조하지만, 올스타 투표인 수에만 매몰된 KBO는 유례없는 득표수에 연신 자화자찬 보도자료만 쏟아냈다.

    - 1회 초 나눔 올스타의 공격으로 시작됩니다. 나눔의 1번 타자 유격수 부분 1위이자 전체 올스타 1위를 차지한 김소전입니다.

    - 이제 대한민국에서 김소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겠죠. KBO를 대표하는 선수이자 이번 WBC 최우수선수예요.

    타석에 들어서서 전광판을 보니 타선이 죄다 우리 팀 선수인 것이 정규시즌에서 소닉스와 잠실 원정경기 하는 기분도 들고 전혀 낯설지가 않다. 그저 평소처럼만 하자.

    - 드림 올스타의 선발투수 박동호입니다.

    - 이번 시즌 박동호의 기세가 대단하죠. 전반기에 11승을 달성하면서 커리어 하이급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요.

    투수마저 소닉스의 에이스 박동호. 이러면 진짜 소닉스와 경기하는 것 같고. 소닉스와의 경기라면…. 질 수 없지. 다른 데랑은 몰라도 홍시 누나가 소닉스한테 지면 너무 슬퍼하는데. 절대 질 수 없지.

    - 박동호 크게 와인드업을 합니다.

    훗. 직구구나.

    - 김소전의 배트가 초구부터 나옵니다. 1-2루 간을 지나가는 안타! 오늘도 안타를 신고하는 김소전!

    - 147의 빠른 직구였거든요. 노리고 있었어요.

    - 김소전 선수의 타격을 보면 노림수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 상황에 맞는 타격이 되는 선수예요. 2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철저한 노림수로 타격을 준비하다 2스트라이크가 되면 끈질기게 버티면서 출루를 노리죠.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데 대단한 선수예요.

    좋은 투수의 좋은 공은 알아도 때리기가 쉽지 않다. 잘 쳤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공이 떠오르면서 타이밍이 살짝 안 맞았다. 반성해야지. 지구를 알고도 안타밖에 못 치다니…. 이러니까 내가 루다에게 혼나는 거다.

    - 1회 초 나눔의 공격 득점 없이 마무리됩니다.

    - 박동호의 투구가 너무 좋았어요. 이번 시즌 왜 소닉스의 에이스가 됐는지 보여준 투구였어요.

    - 1번 타자 김소전에게 안타를 맞았음에도 후속 타자들을 완벽하게 잡아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 박동호의 공이 그렇게 쉽게 공략당할 공이 아니에요. 공 80개가 넘어가면 모를까 그전까지는 공략하기 쉽지 않죠.

    우리 팀 머저리들. 진루타 하나를 못 치고 쪼로로 다 죽었다. 아무리 올스타전이 즐기는 시간이라지만…. 너희들 너무 즐긴다. 그리고 즐기는 것 중에 최고는 이기는 거다. 지면 즐기고 싶어도 즐겨지지 않아.

    - 1회 초 수비에 들어가는 나눔 올스타입니다.

    - 나눔의 선발투수 김호영이죠. 이제는 김호영 선수가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임을 부정하기 힘들어요.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돌려보내는 선수예요.

    - 전반기가 끝났는데 벌써 13승을 챙겼습니다. 최근 명맥이 끊긴 20승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랩터스의 분위기도 좋거든요. 20승. 김호영이 시즌 끝까지 아프지만 않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보여져요.

    뒤에서 보는 호영 선배의 공. 믿을 수가 없는 공이다. 내가 수비위치를 잡을 때 포수의 사인을 보면서 공의 궤적을 그려놓고 준비를 시작하는데 호영 선배의 공중 포수의 리드대로 들어가는 공은 50%도 안 된다.

    신뢰를 하고 싶다가도 심장이 절대 안 된다며 막는 제구. 제대로 된 수비를 하기 위해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투수가 공을 던져서 고이 배트에 맞을 때까지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 드림의 1번 타자 재규어스의 김성영입니다.

    - 말이 필요 없는 선수죠. 재규어스의 돌격대장 김성영이에요.

    투수는 제구레기 김호영, 타자는 컨택의 마술사 김성영. 눈을 더 크게 뜨고 공을 지켜봐야 한다.

    - 4구 김성영이 툭 갖다 밀어 맞춘 타구! 3루수 통과~ 유격수~ 유격수 잡아서 1루~ 1루에서 아웃! 아웃! 아웃이 됩니다! 1루에서 아웃! 이게 아웃이 됩니다.

    - 김소전 정말 대단하네요. 김성영선수 안타를 도둑맞았어요. 이거…. 허허. 저런 수비가 가능한가요? 허허허.

    포수가 몸쪽 사인을 냈는데 투수의 공은 바깥으로 들어간다. 이래야지. 김호영 답지. 포수도 알기 힘든 공이 들어가니 타자들이 대처가 안 되지.

    문제는 당황한 타자가 엉덩이를 쭉 빼고는 팔을 내밀어 바깥으로 흐르는 공을 툭 하고 건드린다. 회전이 잔뜩 걸린 공이 3-유간으로 애매하게 날아든다.

    3루수 라정안선배의 슬라이딩을 통과해서 날아드는 공. 타자의 엉덩이가 빠지는 순간 3루 쪽으로 첫발을 내민 내가 마지막에 억지로 한발을 더 가져다 놓으면서 글러브를 내밀어 본다.

    글러브 안으로 느껴지는 묵직한 느낌. 잡은 것까지는 좋은 느낌.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타자의 빠른 발은 기분이 나쁘다.

    역동작에서 한쪽 무릎을 땅에 대면서 억지로 몸을 회전시킨다. 그리고 그 회전력을 그대로 살려서 1루에 공을 쏘아낸다.

    낮게 깔려 들어가는 송구. 던진 내가 봐도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는 공이 타자주자보다 빨리 1루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간다.

    오늘 수비 좀 되는데…. 남은 이닝도 잘할 수 있겠지….

    - 김소전의 좋은 수비가 선발투수를 편안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 김소전선수를 팬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이런 거예요. 올스타전에서도 전혀 몸 사리지 않고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거든요. 대단한 선수예요.

    아웃을 당하고 아쉬운 타자주자가 나를 노려보고는 덕아웃으로 들어간다.

    그러고 보니 그냥 이벤트 경기인데 조금 미안하네….

    - 오늘 드림과 나눔의 올스타전. 이게 올스타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치열합니다.

    - 이래야 해요. 올스타전이라고 너무 느슨하게 경기하는 거 팬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렇게 최고의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니 야구가 얼마나 재미있어요. 오늘 좋네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랜만에 이 짓 하려니 힘드네…. 내가 소싯적에는 어떻게 이러고 살았냐….

    - 스코어 6:5. 나눔 올스타가 한점 앞서가고 있는 가운데 드림 올스타의 6회 말 공격이 시작됩니다.

    - 김소전 또다시 포지션 바꿔서 나왔죠.

    - 나눔의 수비위치 변경이 있습니다. 중견수 썬더스의 김준수 빠지고 드래곤스의 박라빈이 좌익수, 좌익수였던 김소전이 중견수에 들어갑니다.

    - 김소전 선수 1회 유격수를 시작으로 1루, 2루, 3루를 거쳐 좌익수 그다음에 중견수까지 이동했어요. 오늘도 메이저리그에서 스카우트들 많이 들어왔는데 쇼케이스 확실하게 하네요.

    - 타격에서도 4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김소전 선수의 경기를 중계할 때 항상 이야기하지만 이 선수 수비 능력이 타격에 너무 가려져 있어요.

    - 유격수 수비도 리그 정상급 선수로 평가받는 김소전입니다만….

    - 최근에야 유격수로 고정되기 시작했지 김소전의 데뷔 때부터 보셨던 분들은 이 선수가 얼마나 다재다능한 멀티롤 플레이어인 줄 아실 거거든요. 제 머릿속에 김소전에 대한 첫 이미지는 내외야를 메꿔주는 만능 유틸리티 플레이어였어요. 바로 오늘처럼 말이죠.

    아…. 감독 놈…. 진짜. 사람이 내야 수비하다 외야수비하는게 게임도 아니고 얼마나 머리 아픈 일인데.

    내야와 외야는 스텝부터 다르다고 스텝부터가. 감독이 선수 할 때 평생 내야에서 벗어나 봤어야 알지. 어휴….

    - 서준성의 잘 맞은 타구! 쭉쭉 뻗어나갑니다!

    - 실투에요.

    - 아~ 아~ 아~ 중견수! 중견수 어디선가 나타나서 이 타구를 잡아냅니다! 중견수 김소전! 박라빈의 안타를 지워냅니다!

    - 이 선수가 내야수예요. 이런 수비를 하는 선수가 내야수예요. 누가 믿겠습니까. 이 선수가 내야수라는걸…. 이런 선수 없어요. 한국에도 미국에도 일본에도 없어요. 이런 플레이를 직접 보고 있다는 게 감사하네요.

    투수 놈. 아무리 제구가 부족해도 공을 한가운데 던지면 어쩌라는 거냐. 폭스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얘를 올스타에 올린 거야…. 이러니 폭스가 성적이 안 나오지….

    - 오늘 경기 김소전의 활약이 대단합니다.

    - 작정했어요. 올스타전 전 구단의 팬들이 집중해서 보는 경기 아니겠어요. 이건 작정한 거예요. 작정하고 팬들께 인사하는 거 같아요.

    - 김소전선수 이번 시즌 끝나고 메이저로 진출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 기정사실로 봐야겠죠. 어제 보스턴에서 김소전 영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아직 시즌 중이라 이정도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지 시즌이 끝나고 FA 협상이 시작되면 메이저리그 전 구단이 달려들 기세에요.

    오랜만에 수비하면서 길게 달려봤더니 숨이 턱턱 막히는 게 죽을 것 같다. 정신 나간 감독 놈. 나중에 복수할 거다…. 그런데 감독님한테 복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음…. 커피에 침 뱉어서 타드려야 하나…. 음….

    - 스코어 7:5. 8회 초 김소전이 기어이 쏠로홈런까지 터트리면서 한점 달아난 나눔 올스타입니다.

    - 해도 너무하죠. 김소전은 올스타전이라고 경기를 적당히 할 생각이 없어요. 드림 올스타입장에서는 정말 미울 거예요.

    가…. 감독님아…. 진정…. 이걸 원하십니까….

    - 수비위치 또다시 바뀝니다.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 김민중 감독. 김소전 선수에 대한 애정을 이런 식으로 보여주네요.

    - 포수 주기명 빠지고 우익수 김소전이 포수로 들어갑니다.

    아우. 이놈의 포수 장비. 무겁고, 걸리적거리고. 중학교 때 감독님이 포수 하라는 거 이래서 절대 안 한다고 배 째고 누웠는데….

    우리 감독 놈…. 진짜…. 복수한다. 커피에 침 두 번 뱉는다.

    - 마운드의 투수도 바꿨습니다. 이번 시즌 랩터스의 마무리 고해정입니다.

    - 좋죠. 너무 좋죠. 랩터스 보면 지명순위가 후순위인데도 어디서 저런 원석들을 데려오는지 놀라워요. 대학 4년 동안 기록이 거의 없는 선수를 1순위로 뽑은 것도 대단한데 1년 차에 바로 리그 최고 마무리로 자리를 잡는 건 더 대단하거든요.

    - 그만큼 랩터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봐야 할까요?

    - 랩터스의 시스템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운이죠. 운이 좋다고 봐야겠죠.

    연습경기에서 타석에 서 본 적은 있지만 고해정의 공을 포수미트를 끼고 받아보는 건 처음이다. 그리고 연급구 첫 공을 받는 순간 느꼈다. 이거 사람이 아니네….

    - 고해정 선수 오늘 구위 좋아 보입니다.

    - 공 살벌하게 들어오네요. 포수가 김소전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베스트로 던져줍니다.

    - 그러고 보니 김소전의 포구도 안정감이 있어 보입니다.

    - 소문에는 종종 투수들의 연습 투구도 받아주곤 했다고 하거든요. 이 선수는 못하는 게 뭘까요?

    이 XXX. 내가 전문 포수도 아니고 미쳤냐? 사람한테 쇳덩이를 던지고 그래! 살려줘….

    - 삼진! 고해정의 올스타전 첫 데뷔전. 삼진으로 시작합니다.

    - 몸쪽으로 빠르게 두 개 붙여놓고 같은 코스에 짧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죠. 빠른 카운트에 이런 승부가 들어올 거라는 걸 타자도 몰랐던 것 같아요. 김소전의 리드인가요?

    - 포수 김소전 굉장히 안정적인 포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지금도 보세요. 전혀 덕아웃을 안 보고 있죠. 이러면 투수에게 사인을 직접 낸다는 이야긴데…. 결과를 좀 보죠.

    코치님들이 얘를 칭찬하는 이유가 확실히 있긴 있구나. 미트만 가져다 대면 거기로 공이 빨려온다. 투구폼도 보크성으로 이중 키킹을 쓰는 데 공도 빨라, 구위도 좋아, 거기다 커맨드도 좋아…. 이건 뭐…. 포수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겠네…. 아…. 포수가 나지….

    - 연속 삼진! 투타자 연속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고해정!

    - 이번에도 상대의 의표를 완벽히 찔렀어요.

    - 타자 배트 내밀 생각도 못 하고 루킹삼진을 당했습니다.

    - 나눔의 배터리 승부를 굉장히 빠르게 가져가고 있어요. 빠른 공으로 투스트라이크를 잡고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쓰고 있거든요. 이게 통합니다.

    “하나 줘.”

    “아이고. 저 정신없어서 공 받는 것도 힘들어요. 보세요 직구도 받기 힘들어요.”

    “변화구 던지면 죽는다.”

    “직구도 못 받는다니까 무슨 변화구를 얘기하고 그러세요.”

    썬더스의 이영승 선배. 괜히 타석에서 포수에게 하나 달라고 징징댄다. 가뜩이나 무거운 장비 차고 있어서 기분이 안 좋은데 요구사항 많은 까탈스러운 타자.

    요구 조건대로 손가락을 하나 펴서 직구 사인을 내다 실수로 손가락 하나를 더 펴본다.

    “직구라며.”

    “아…. 사인을 잘못 냈어요. 2번 사인으로 냈네. 실수요. 실수. 다음에 오시면 잘해드릴게요.”

    “네가 언제 또 마스크 쓸 줄 알고.”

    “아, 그러네요.”

    “짜증 난다 다음에 보자. 다음엔 안 봐준다.”

    “네 선배님.”

    다음에 안 봐주면 뭐. 나 오늘 말고는 포수 볼일도 없을 텐데. 괜찮아. 괜찮아.

    - 루킹삼진! 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고해정!

    -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포수 김소전의 리드인지 투수 고해정의 선택이였는지 모르겠지만 포수리드여도 김소전의 센스가 대단해보이고 아니었어도 투수의 즉흥적인 투구를 받은 김소전의 포구 능력을 칭찬 안 할 수가 없겠어요. 이제 1이닝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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